오피니언

  • [참성단] 꿀벌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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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꿀벌 실종사건 지면기사

    진드기 사촌 격인 응애는 다른 거미류와 달리 기생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식물에도 기생하고 척추동물, 무척추동물과도 기생 관계다. 생존력이 뛰어나 모양과 크기, 서식지가 다양하다. 3만종 넘는 응애류가 지구촌에 분포하며, 끊임없는 종분열로 신종 개체군이 계속 번성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응애는 대체로 인간에 해롭지만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농작물이나 가축에 기생해 손해를 끼치고, 병원체를 옮기는 나쁜 매개가 된다. 뽕나무응애, 사과응애는 과수농가들에 골칫거리다. 동물 기생의 일종인 꿀벌응애는 꿀벌을 숙주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란다. 암컷은 몸길이 1천120㎛, 폭 1천686㎛에 불과한 미물이나 양봉 농가들에 큰 피해를 준다. 반면 식물을 분해해 영양물질의 순환에 도움을 주고,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을 섭취하는 익충 역할도 한다.올 들어 남부지방에 꿀벌들이 사라지는 일이 확산하고 있다. 봄철을 맞아 꿀벌 깨우기를 하던 양봉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제주와 남부에서 시작된 꿀벌 실종사건은 충청과 강원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게 농촌진흥청 관찰 결과다. 전국적으로 77억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순으로 피해가 컸고 충남과 강원, 경기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은 전체 농가의 75%가, 경북은 절반 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농진청은 꿀벌 실종사건의 원인으로 꿀벌응애와 말벌에 의한 대량 폐사, 이상 기후에 따른 요인이 복합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피해지역 대부분 벌통에서 응애가 관찰된 점에 주목한다.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해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월동하는 일벌 수가 급감했다는 거다. 지구온난화로 동면해야 하는 벌들이 12월에도 야외활동을 하다 체력이 소진하면서 집단 폐사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꿀벌은 2㎝도 안 되는 작은 곤충이나 가축으로 대우받는다. 양봉 농가뿐 아니라 과수업계에 이만한 효자가 없다. 나비와 함께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다. 2억2천만년 전부터 한반도 전역 동·식물 번성에

  • [참성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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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지면기사

    바람과 물과 땅의 기운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 대권을 잡으려 선영을 옮긴 정치인은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러니 확정된 결과를 놓고 명당 덕이네 탓이네 하는 건 우습다. 그래도 풍수로 현상을 해석하려는 민간의 인식은 집요하다.1967년 수원시 팔달산 기슭에 지어진 경기도지사 공관은 풍수적으로 악평이 끊이지 않았다. 정조 때 전염병 환자와 시신을 안치했다 해서 '병막(病幕)'이라 불렸다는 터의 연원부터 음산하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 역대 지사가 대선 본선과 경선에서 패배하자 공관 터 때문이라는 풍설이 퍼졌다. 남경필 전 지사는 공관을 '굿모닝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도민에게 환원했는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사 시절 재입주했다가 이번 대선에서 패했다. 경기도지사 대권 무덤설과 공관 저주설이 어김없이 회자된다.여의도 국회의사당도 풍수 흉설의 단골이다. 땅 자체가 모래섬이라 지세가 굳건하지 못한 데다 배수진의 지세에 상여 모양 의사당 건물이 들어서 여야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싸운다는 것이다. 청와대 흉지론은 이승만 하야, 박정희와 육영수 시해, 전두환·노태우 구속, 노무현의 비극, 이명박·박근혜 수감 등으로 이어진 역대 대통령 수난사 때문에 강력하다. 땅 기운 말고는 대통령들의 비극을 설명할 길 없다는 결과론적 경험칙이다.하지만 풍수지리도 사람이 빠지면 허무맹랑하다. 선영을 옮긴 김대중은 대통령이 됐지만, 이회창은 실패했다. 대통령들의 비극도 그들의 원죄와 통치의 결과였을 뿐이다. 국회의사당을 옮겨봐야 정치와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고서야 해오던 타령을 벗어나기 힘들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하고 취소했던 공약이다. 공약의 핵심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를 버리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제왕적 권한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일은 사람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터와 건물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 당선인

  • [참성단] 대선 출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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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선 출구조사 지면기사

    공중파 방송 3사가 공동실시한 2014년 6·4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에 앞서 경기지사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 후보가 2% 가량 앞선다는 예상은 개표 중반 빗나갔고, 50.5%를 얻은 남 후보가 당선됐다. 49.5%인 김 후보와 차이는 1%포인트(5만 표).다른 지역도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와 방송사들이 체면을 구겼다. 1.7%포인트 차 초접전이라는 충남지사 선거전은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8.2%포인트 차 완승으로 끝나면서 출구조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앵커가 "아예 출구조사 결과는 잊어버리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역대 대선 출구조사는 수차례 망신을 당한 지방선거나 총선과는 격이 달랐다.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족집게 적중률을 자랑한다. 박빙으로 끝난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물론, 여·야 3강이 맞선 2017년 대선에서도 정밀한 예측력을 보여줬다.9일 저녁 방송 3사는 대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6% 포인트 앞선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가 5% 이상 앞설 것으로 낙관한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침묵했고, 민주당사는 환호성으로 들떴다. 초반 한때 이 후보가 3~5%포인트까지 앞서기도 했으나, 개표 결과는 예상치와 놀랍도록 일치했다. 윤 당선자는 예상보다 불과 0.13%포인트 더 격차를 벌리며 신승했다. 특히 이 후보가 얻은 47.8% 득표는 소수점까지 들어맞는 신기(神技)에 가까웠다.20대 대선은 출구조사가 금지된 사전 투표 비율이 높아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본 투표 조사에선 엉뚱한 후보를 찍었다는 장년층이 많아 골탕을 먹기 일쑤다. 그래도 여론조사 기관은 정밀한 보정 작업을 통해 이 어려운 장애를 극복해 낸다. 진화하는 조사 기법으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득표율 차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출구조사 방송은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위한 별식 '디저트'다. 60초 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입

  • [참성단] 하켄크로이츠와 'Z'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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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하켄크로이츠와 'Z' 마크 지면기사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는 독일어 갈고리(Haken)와 십자가(Kreuz)를 합친 조어이다. 히틀러는 독일 게르만 민족의 뿌리인 아리안족의 상징으로 간주해 나치 정권의 상징으로 삼았다. 하켄크로이츠의 원형인 만(卍)자 문양은 고대 여러 민족들이 종교적 의미로 사용해왔다. 한자 문화권에선 불교를 통해 문양 자체를 글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하지만 신성한 문양이 나치의 상징이 되자 공포의 대상이 됐다. 나치 군대는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2차 대전을 일으켰고, 600만명의 유태인이 하켄크로이츠가 나부끼는 수용소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하켄크로이츠가 절대악의 상징이 된 탓에 수천년 전승된 만(卍)자 문양의 신성함이 훼손됐다. 독일은 나치즘을 선전하고 광고하기 위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공포의 문양과 문자가 등장했다. 전쟁 중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요충지에 원 안에 X자를 그린 문양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개전 초기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주요 포격 지점을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고, 국민들이 문양 지우기에 나섰다. 실제로 지상작전에 실패한 러시아는 대량 인명 살상이 불가피한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자행하는 만행을 벌였다.최근엔 러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Z' 마크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엔 러시아 탱크나 군용차량에서 발견된 Z마크가 러시아내 전쟁 지지여론의 상징으로 확산되면서다. 푸틴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Z를 새긴 상의를 입고 소셜미디어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정치 선전을 벌이고 있다. 카타르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대에 선 러시아 남자 체조 선수는 금지된 러시아 국기 대신 유니폼에 'Z'를 붙이기도 했다. Z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선인 서쪽(Zapad),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승리할 것(Za pobedu) 등등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의도적으로 'Z' 마크를 러시아군과 국민 결속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Z를 겹친 만(卍)자 로고를

  • [참성단] '특수진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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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특수진화대' 지면기사

    2019년 4월 4~5일 강원도 고성, 인제, 속초, 강릉, 동해시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났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 국지성 강풍)에,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국지풍)을 타고 대형 화마로 번졌다. 이 불로 여의도 크기에 맞먹는 5.3㎢ 산림과 주택·시설물 916곳이 전소하는 피해를 냈다.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전국 재난 수준인 화재대응 3단계가 발령된 현장엔 800대 넘는 소방차, 헬기, 1만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관들과 함께 투입된 특수진화대원 88명은 최근접 장소에서 화마와 싸웠다. 보호안경과 안전모를 착용한 대원들은 능선 곳곳에서 물줄기를 뿌리고, 삽과 갈퀴로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잔불을 제거했다. 대원들은 산소통과 산소마스크도 없이 방진, 방연 마스크만 쓰고 시뻘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원 산불은 암벽이 많고 산세가 험해 특수진화대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 진화작업에서 이들의 활약은 더 빛났다.산림청 소속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함께 조명됐다. 일당은 10만원에 불과했고, 휴일과 야간에도 빈번하게 출동하는데 초과근무 수당이 없었다. 6~10개월간 일한 뒤 이듬해 다시 채용과정을 거쳐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2020년 8월 특수진화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산림청은 330명이던 인력규모를 435명으로 확대했다. 이 중 160명을 공무직(公務職)으로 전환해 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정예요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감장에서 대원들 임금이 5년간 계속 동결됐다는 지적과 함께 처우개선 문제가 재조명되기도 했다.발화 5일째를 맞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서도 특수진화대원들이 사투 중이다. 수시로 바뀌는 풍향에 따라 하루에도 수차례 산 중턱과 계곡을 오르내린다. 헬기가 쏟아붓는 방수를 맞으면서 삽과 쇠갈퀴로 불길을 잡는다. 밤에는

  • [참성단] 폴 볼커와 고물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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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폴 볼커와 고물가 시대 지면기사

    물가가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3.2%를 시작으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계속된 양적 완화에, 코로나에, 탄소중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 어디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다.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이다. 쇠고기·가스·빵·딸기·커피 등 주요 식료품과 외식물가도 계속 오름세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이 더 풀렸고, 대선이 끝나고 전기와 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정말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후의 보루인 나라 곡간까지 이미 활짝 열어버린 상황인데, 이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오는 9월 대출금상환 유예마저 사라지면 어쩌나 싶다.대선주자들은 득표경쟁으로 선심성 정책을 줄줄이 내놓은 상황이니 내일 있을 대선 투표에서는 누가 당선돼도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의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 1927~2019)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前) 의장이자 오바마 행정부 당시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연준의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미국이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악명 높은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채무자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고금리 정책으로 인기가 떨어진 지미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볼커의 이 정책은 신의 한 수로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케 한 원동력이 됐으나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은 후일 미국에 큰 외교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미 행정부의 대통령 특사로 세계를 누비는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됐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는 지미 카터와 폴 볼커가 있는가?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1805~1859)은 "국민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 감정 투표를 하거나 관성적 투표를 하면 안 된다. 깨어

  • [참성단] 동해안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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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동해안 산불 지면기사

    2019년 9월 2일 발생해 다음해 2월까지 다섯 달 넘게 이어진 호주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호주 남동부 해변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면적의 85%이자 호주 전체 숲 면적의 14%인 1천860만㏊의 삼림이 잿더미가 됐다. 산불연기가 이웃인 뉴질랜드를 넘어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과 도쿄만까지 번졌다. 소방대원 10명 등 28명이 사망한 인명 피해도 안타깝지만, 계산 방식에 따라 5억에서 12억 마리로 추산되는 동물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불에 그슬린 채 구조된 코알라들의 처참한 영상들이 심금을 울렸다. 불은 결국 큰 비가 오고 나서야 잡혔다.이상기후 현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을 화염산으로 만들고 있다. 폭염으로 건조된 숲은 작은 불쏘시개를 만나면 재앙이 된다. 2018년 그리스 휴양도시 마티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1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서부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별장들이 즐비한 부촌이 폐허로 변하면서 거주 기피지역이 됐다.올해도 어김없이 대형 산불이 동해안을 덮쳤다. 4일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삼척으로 번졌고, 5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해시로 번졌다. 울진-삼척 산불은 원인불명이나, 강릉-동해 산불은 60대 방화범의 고의적인 만행으로 밝혀졌다. 겨울 가뭄으로 바싹 마른 숲이 때마침 시작된 강풍을 타고 속절없이 번졌다.봄철 동해안 산림은 거대한 장작더미와 같다.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계절에 최근 들어 심각해진 겨울 가뭄으로 숲이 바짝 마른 탓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 불에 잘 타는 침엽수림이 많고, 바다에서 산으로 치솟는 높새바람도 봄철에 분다. 이상기후가 아니더라도 산불에 취약한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 봄철 동해 산림이다. 역대 최대 산불인 2000년 동해안 산불과 낙산사와 보물인 동종을 전소시킨 2005년 양양 산불, 불씨들이 이산 저산 날아다녔던 2019년 고성-속초 산불이 모두 4월에 발생했고, 1~5월 사이 해마다 동해 산불은 그친 적이 없었다.연례적인 재앙인 만큼 예방과 대처에 빈틈이 없어야

  • [참성단] '진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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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진공폭탄' 지면기사

    [IMG01]지상에 투하된 핵폭탄은 지면(地面)과 충돌하면서 기폭제가 터지고 2차로 폭약이 대기와 만나 충격파, 고온, 대기흡수현상을 유발한다. 순식간에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살상 효과를 낸다. 80여 년 전, 인류는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극한의 공포를 체험했다.핵무기 외에도 국제사회가 사용을 금하는 대량살상무기들이 있다. ‘진공폭탄’도 그중 하나다. 방사선이나 낙진 피해만 없을 뿐, 핵폭탄과 맞먹는 파괴 효과를 지녔다. 현존하는 살상무기 가운데 핵을 제외하고는 위력이 가장 세다는데 별 이견이 없다. 제네바 협약을 통해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거주지역에 진공폭탄을 썼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주장을 인용한 기사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러시아가 주거지역을 겨냥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파멸적 가해는 거대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진공폭탄을 사용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고, 미국 정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러시아가 민간에 집속탄을 쐈다는 증언도 있다. 유산탄이 포함된 집속탄은 탱크에 구멍을 내고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거나 비행기 이착륙장, 다중집합장소 등 비무장 목표물에 참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베트남 전쟁과 캄보디아 내전에서 생화학 무기와 결합해 악명을 떨쳤다. 코소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등 분쟁지역에 빠지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사용금지를 추진했으나 강대국들의 반대에 막혔다.전쟁이라도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을 살상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 진공폭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법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는 학교와 병원에 진공폭탄을 쏘는 행위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차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각국 독재자와 추종세력을 단호하게 응징했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을 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군은 핵무기 기지 경계를 강화했다. 총력 저항에 막혀 속전속결이 여의치 않자 핵 카드를 꺼내려 한다는 것이다. 대량살상

  • [참성단] 민주 정부 정통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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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주 정부 정통성 논란 지면기사

    서울대생 박종철과 연세대생 이한열이 민주화 제단에 피를 흘린 덕분에 87체제가 시작됐다. 국민은 87 개헌 첫 직선제 대통령이 민주화 진영에서 나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해 12월 9일 13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유권자의 89.2%가 투표에 참여했다. 민정당 노태우 36.64%, 통일민주당 김영삼(YS) 28.03%, 평화민주당 김대중(DJ) 27.04%,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8.10% 순으로 득표했다. 5·18 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가 민주화 운동의 열매인 87체제 첫 직선 대통령이 됐다.민주화 운동의 두 별인 YS와 DJ가 단일화했다면 질 수 없었던 선거 결과에 민주화를 열망했던 국민들은 땅을 쳤다. 선거전에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두 사람은 선거를 겨냥해 어용 야당인 신한민주당을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공동으로 창당했다. 그런데 대권, 당권 분할 협상의 이견으로 골이 깊어졌다. DJ는 동교동계를 이끌고 통일민주당을 또 한 번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4자 필승론을 주장했다. 민주화 진영의 명망가들이 끝까지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두 사람은 듣지 않았다.결국 YS는 호랑이를 잡으러 간다며 3당 합당으로 정치 진로를 틀어 14대 대통령이 됐다. 그는 자신의 정부를 '문민정부'로 명명했다. 민주진영의 분열로 탄생한 노태우 정부를 민간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15대 대통령이 된 DJ는 자신의 정부를 '김대중 정부'라 했다. YS가 선취한 '문민'을 부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일 테다. 양김(兩金)의 분열로 민주진영은 87체제 첫 민주정부를 열어젖힐 영광을 잃어버린 셈이다. 역사는 의외의 사건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게 마련이다.김대중 정부를 첫 민주정부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YS가 노태우 정부 하나를 건너뛰어 '문민'을 자부했다면, 문 대통령은 노태우, YS 두 정권을 뛰어넘어 김대중 정부에 민주의 정통성을 부여했다.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똑같은 민주 선거로 선출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 [참성단] SAG 수상한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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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SAG 수상한 '오징어 게임' 지면기사

    한류가 또 한 번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바커행어에서 열린 28회 미국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이 모두 3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작품에 주어지는 상인 스턴트 앙상블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류문화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한 세기 전만 해도 개화파 인사들이 개화를 외치며 갑신정변(1884)을 일으켰고, 불과 40여 년 전인 박정희 시대에도 슬로건이 '조국 근대화'일 만큼 우리는 근대화와 서양 따라잡기에 골몰해 있었다. 개화와 근대화를 갈망했던 개화파(開化派)와 달리 재야의 개벽파(開闢派) 지도자들은 오히려 한국이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을 맞이하여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며 실의에 빠진 민중과 백성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탄허 스님(1913~1983)은 이미 50년 전에 한국과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예언했고, 일제가 극성을 부리던 1944년 정산 송규 종사(1900~1961)도 한시 한 구절로 우리의 국운을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계산에 안개 개면 울창하고 높을 지요/경수에 바람 자도 잔물결은 절로 있다/봄철 지나 꽃다운 것 다 시든다 말을 마라/따로이 저 중류에서 연밥 따는 철이 있다(稽山罷霧鬱嵯峨/鏡水無風也自波/莫言春度芳菲盡/別有中流採 荷)."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앞서 민족종교의 창시자들인 수운 최제우(1824~1864), 증산 강일순(1871~1909),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등은 가장 엄혹한 시기에 '개벽'을 외치며 실의와 도탄에 빠진 민초들에게 국운이 상승하고 문명세계가 열릴 것이라 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SAG 수상에서 그치지 말고 한국과 한국문화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자 세계평화의 전파자가 되면 더 좋겠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일류인데 정치는 사류라 한탄했다고 하는데, 정치가 경제와 문화를 방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요즘 국민들은 정치뉴스나 선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