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명예 치안감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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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명예 치안감 최불암 지면기사

    경찰청이 오늘 제7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어제 명예 경찰관 승진 및 신규 위촉 인사를 발표했다. 배우 김영철은 명예 지구대장(경정), 다수의 경찰 드라마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명예 과학수사팀장(경감), 영화 '범죄도시'의 감독 강윤성은 명예 강력팀장(경감)으로 신규 위촉했다. 하지만 이날 명예 경찰관 인사의 백미는 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의 치안감 승진이다. 보직은 명예 형사국장이다.'수사반장'은 MBC가 1971년 첫 방송을 시작해 1989년 완전 종영될 때까지 880회 방영된 한국 수사 드라마의 전설이다. 지독한 골초인 박 반장(최불암)이 세 형사(김상순, 조경환, 남성훈)를 지휘하며 범인을 추적하는데, 실화를 소재로 한 온갖 범죄들은 당시 세태를 보여주는 미시사에 가깝다. 강렬한 오프닝 음악이 울릴 때쯤이면 온 가족이 모여 정황과 증거를 따라 발로 뛰는 형사들의 진정성에 공감하며 손에 땀을 쥐고 집중했다.당시 꼬맹이들은 '수사반장'과 '형사 콜롬보'를 두고 누가 더 나은지 옥신각신하기 다반사였다. 둘 다 단벌 트렌치코트를 입고 골초이지만, 직관적인 수사반장과 논리적인 콜롬보의 수사 스타일을 두고 편을 갈라 끝도 없이 설전을 벌였다.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는 2011년 작고했다. 반면 수사반장 최불암은 명예경정에서 시작해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이면 시·도경찰청장도 될 수 있는 계급이다. 수사반장의 부전승인가.김창룡 경찰청장은 명예 경찰관 승진, 신규위촉에 대해 "경찰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데 대한 감사"라 했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에는 독직 경찰들도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영화 '아수라'의 한도경, '악질경찰'의 조필호 형사처럼 사적 이익을 위해 범죄를 감추고 조작하며 범인과 협력하는 캐릭터들이다. 허구라지만 현실의 반영이다. 경찰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신뢰와 불신 사이를 오간다."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수사반장 최종회에서 박 반장이 남긴 명대사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반사회적 범죄를 경고한 것이다. 30

  • [참성단] 미디어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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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미디어와 정치 지면기사

    신문·TV·SNS 등 미디어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미디어에 자신을 어떻게 노출하고 또 어떻게 묘사될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요즘 같은 시대 정치와 대중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인 미디어는 표심에 거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제 정치인들의 논평·인터뷰 같은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표현수단이 되었다. 핵심을 간추리고 자신이 표현하는 10초~20초 내외의 간결한 멘트가 어느새 정치인의 역량과 자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를 잡았다.그리고 미디어들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는 것은 소망 사항일 뿐 거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기법은 사실을 보도하고 말하되 사실들을 입맛에 따라 골라서 말하며 정보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특정 판단을 유도하는 그런 방식이다.대중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인들이 고안한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스템은 다수의 독재(tyranny of majority)로 승자독식 구조인데다 다수가 항상 현명하고 바람직한 결정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는 불완전한 제도다. 오스카 와일드는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곤봉 때리기"라 했고, 조지 버나드쇼는 "민주주의는 무능한 다수가 선거를 통해 부정한 소수가 지배하도록 만드는 제도"라 통탄했으며 윈스턴 처칠도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라 비판한 바 있다.선거 뒤에 찾아오는 실망과 온갖 권력형 비리를 지켜보면서 현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를 보완할 획기적인 방법이 없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기대한 것이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TV토론 같은 검증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 완전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들은 미디어대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한 태도를 가져야 하며, 정치인들과 대선주자들도 이제는 정책 대결과 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장동 감사인지 경기도 국정감사인지 상호비방전인지 모를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감

  • [참성단] 노포의 힘, '백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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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노포의 힘, '백년가게' 지면기사

    1980~1990년대 평택 '고박사 냉면'은 냉면 애호가들의 성지였다. 소 사태와 양지살 부위를 뭉근하게 삶는다. 기름기를 빼고 동치미국물을 섞은 육수는 담백하고 시원해 해장에도 그만이었다. 얼음 띄운 육수 한 사발이면 머리가 맑아지고 속이 편해진다는 애주가들 탄사가 쏟아졌다. 매일 드나드는 찐 단골도 여름철엔 줄을 서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했다.1980년대 중반, 손님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고양이 고기를 첨가한 육수가 감칠맛 비법이란 거다. 경찰까지 나서 육수 성분을 조사했으나 터무니없는 낭설임이 드러났다. 당시 고박사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는 해프닝이다. 1973년 개업 이후 상호를 '고복수 냉면'으로 바꿔 3대가 48년째 명성을 잇고 있다.경인일보 유튜브 '백년가게 시리즈'가 10개월 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명 식당부터 이발소, 도장가게, 사진관, 태권도장, 한복집 등 20개 업소를 소개했다. 코로나19로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주인공들은 남다른 노력과 열정, 끈기와 집념으로 3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지역의 대표 터줏대감들이다.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는 업력 30년이 넘는 도소매·음식업을 하는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한우물 경영, 집중경영 등 지속 생존을 위한 경영비법을 전수받아 집념과 끈기로 고유의 사업을 장기간 계승·발전시키는 장인들을 장려·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전국 백년가게는 1천22개, 백년소상공인은 564개에 달한다.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위한 전(前) 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거리두기 4단계인 수도권은 저녁 8인까지 모일 수 있고, 예식장을 비롯한 다중집합장소 제한 인원도 늘렸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며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들이다.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다는 아우성이 커진다.백년가게 시리즈 주역은 IMF 사태와 조류 독감, 메르스 사태를 이겨낸 불굴의 용사들이다. 노포(老鋪)란 남이 가기 싫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다. 장인정신으로

  • [참성단] 방역전쟁의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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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방역전쟁의 희생자들 지면기사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위드(with) 코로나' 방역체계를 실행할 준비에 들어갔다. 통제와 규제 중심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을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위드 코로나 방역은 확진자 보다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축소에 집중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방역체계이다. 백신 접종완료율이 집단면역 수준에 이른 국가들이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 말이면 우리도 위드 코로나 방역 수준의 백신 접종완료율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0년 1월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일상회복의 첫걸음을 떼는 것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기나긴 방역전쟁의 끝에서 찾은 평범한 일상이 꿀처럼 달콤할테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방역전쟁에서도 수 많은 희생자들을 남겼다.질병관리청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천660명. 정부는 지난 6월쯤부터 위중증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올봄과 여름까지 이어진 백신 춘궁기에 백신만 있었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생명들이 적지 않았다는 자백과 같다. 백신 전쟁에서 느긋하게 허세를 부린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 착오는 코로나19 백서에 꼭 담겨야 한다.이뿐 아니다. 전쟁터의 유탄은 곳곳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했다. 무너진 생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22명의 합동분향소가 국회 앞에 차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숨진 이들의 합동분향소를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막아섰다가 여론의 분노를 자초했다. 화재, 해양사고 때마다 조의를 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BTS와 외교일정을 소화했다.최일선 방역전선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의 희생도 눈물겹다. 연일 계속된 비상방역에 뇌출혈로 쓰러진 공무원도 있고, 과로의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공무원도 있다. 백신 접종 후 멀쩡했던 사람이 사망했다는 억울한 호소가 그치지 않지만 당국은 좀처럼 백신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다.코로나19 사망자가 수십만명인 국가들에 견주어 K방역을 자찬할 일인지 모르겠다. 생명의

  • [참성단] 48인치 드라이버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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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48인치 드라이버 아웃 지면기사

    2020 PGA 투어 US오픈 우승자 브라이슨 디샘보(미국·28)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330~340야드를 넘나든다. 장타를 날리기 위해 88㎏이던 몸무게를 108㎏으로 20㎏이나 늘렸고, 46인치 넘는 드라이버를 장착했다. 보디빌더처럼 벌크업을 한 그를 보고 팬들은 '헐크처럼 옷이 찢어질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올해엔 PGA 정상급 선수로는 처음으로 '롱드라이브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해 8강까지 올랐다.시니어 무대를 밟아야 할 필 미컬슨(미국·51)은 메이저대회인 2021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감을 묻자 "47.5인치짜리 드라이버샷으로 줄어든 비거리를 늘린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평균치보다 1인치 이상 긴 드라이버로, 20·30대와의 대결에서 고령(高齡)이란 핸디캡을 극복한 것이다.2022년부터 길이 46인치 이상 드라이버는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세계 골프 규칙을 공동으로 관장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the Royal & Ancient golf club, 영국왕립골프협회)의 결정이다. 현행 드라이버 길이 한도 48인치보다 2인치를 줄인 것이다. 프로 대회는 물론 아마추어 대회도 예외가 없다고 한다.두 단체는 선수들의 비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못마땅하다. 골프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장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려놓고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봄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 방식의 게임은 골프가 아니라고 본다. 장타를 앞세운 골프에 대응해 코스 전장을 늘리면 덩달아 비용이 오르게 돼 골프의 저변을 갉아 먹을 것이라 우려한다.긴 드라이버는 비거리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상존한다. PGA투어에서 46인치가 넘는 드라이버를 쓰는 선수가 극소수인 이유다.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샘보, 딜런 프리텔리(남아공) 정도다. LPGA투어에서는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유일하다.두 단체는 드라이버 길이만 아니라 헤드 크기도 460㏄ 이하로 제한하고, 볼 반발력도 낮

  • [참성단] '대장동 1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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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장동 1타 강사' 지면기사

    시험으로 인생이 판가름 나는 우리 사회에서 '시험 시장'의 규모는 엄청나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소득 스타 강사가 탄생하는 배경이다. 스타 강사의 원조는 1980~1990년대 참고서 시장을 석권한 3인방이다. 종로학원 강사였던 홍성대는 강의자료를 모아 출판한 '수학의 정석'으로 대박을 쳤다. 전북의 명문 상산고등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재력을 쌓았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도 경복학원 강사였다. 서한샘은 자신이 지은 '한샘국어'를 펼쳐 들고 "밑줄 쫙"을 외치며 TV 과외 시장을 석권한 뒤 유명세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다.학원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인터넷강의로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한 스타 강사가 바로 '1타 강사'다. '1등 스타 강사', '1타임 강사', '1번 타자 강사' 등 어원은 모호하지만 1타 강사들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한다. 1타 강사에 몰리는 인강 수강생들이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수십, 수백억원에 연봉은 100억원이 넘고 교재 판매수수료도 챙기는 1타 강사들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들이다.1타 강사의 영향력은 대입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난에 공무원시험 시장이 커지자 공시족을 겨냥한 1타 강사 영입전이 치열하단다. 최근 수능시험 시장의 강자인 메가스터디가 공시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사 1타 강사를 영입하자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뿐 아니다. 공인중개사와 같이 응시생이 많고 합격 난이도가 높은 자격증 시험에도 1타 강사들이 즐비하다. 인터넷을 만나 만개한 1타 강사 전성시대는 시험 만능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최근 난데없이 '대장동 1타 강사'가 화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장동 비리구조를 강의식으로 설명하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얻은 별명이다. 화이트보드에 직접 필기하면서 대장동 비리 혐의자들의 관계와 역할을 익살과 풍자를 곁들여 설명하는데, 강의 솜씨가 인강 1타 강사 뺨친다. 비리의 꼭대기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는 결론은 수위가

  • [참성단] 장수(長壽) 음료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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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장수(長壽) 음료 '커피' 지면기사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전국에 커피 전문점만 7만개를 넘는다. 2019년 말 기준 프랜차이즈 점포만 1만5천여 개로, 국민 간식 치킨집(1만7천여 개)을 넘본다. 가성비(Cost-effectiveness)를 내세운 메가커피는 창업 5년 8개월 만에 전국 매장 1천500호를 넘어서는 급성장을 했다. 젊은 층과 주부들 사이에 스타벅스 매장은 '스벅권'으로 불린다. 부동산 시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세권, 학군권과 동급인 거다.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들이 지난주 서울 전역을 돌며 트럭시위를 벌였다. LED 전광판에는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반복 노출됐다. 이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트럭을 임대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업계 선두 주자인 스타벅스 직원들의 돌출 퍼포먼스에 '뭔 일이냐'며 놀란 표정들이다.시위는 지난달 말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동시 진행된 다회용(리유저블) 컵 증정 행사가 도화선이 됐다. 매장마다 예외없는 줄서기가 이어졌고,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매장과 매출 증가에 따른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누적돼온 불만이 행사 당일 폭발한 것이다.스타벅스 직원들은 앞으로 더 힘들지 모른다. 커피가 동양인들의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4국 공동 연구팀이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 남녀 33만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로, 국제역학저널 최신호에 소개됐다.이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1~3잔 미만 마시는 남성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3~5잔 미만과 5잔 이상 마시는 경우 사망 위험이 각각 24%씩 낮았다. 여성은 1~3잔 미만 마실 때는 20%, 3~5잔 미만일 때는 35%, 5잔 이상인 경우 28%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커피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낮췄다. 커피를 5잔 이상 마실 경우 남성은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5% 낮았고, 여성은 19% 낮았다.'악마의 유혹과도 같다'는 중독성 짙은 커피가 건

  • [참성단] 정치와 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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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치와 무속 지면기사

    정치판이 난데없는 무속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총장에게 '천공 스승 멘토설'을 제기하고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서도 주술 관련 의혹에 대해 공세에 나서자 갑자기 사주명리학·관상·풍수·무속 등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세상은 첨단 과학기술 시대로 진입한 지 오래지만, 유약한 인간의 본성은 변함이 없다. 특히 총선과 대선 같은 정치의 계절이나 사회가 불안정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 초현실적인 주술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그러고 보면 정치와 주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조선왕조에서도 풍수 같은 지력(地力)에 의지하여 왕가의 안정을 모색하는 이른바 '혈식구원'의 방략을 적극 수용하였다. 조선 말기 때는 명성 황후 민비가 진령군이라는 무속인에게 의지하여 국기가 흔들린 적이 있었다. 진령군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장호원으로 피신한 민비에게 거의 정확하게 환궁 날짜까지 예언을 하여 민비의 신임을 얻어 왕가와 국정을 좌우하였다. 이 당시 중국에서 처음에는 재신으로 숭앙받던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관우는 점차 신격이 높아져 20세기 초반 마침내 새로운 옥황상제로 취임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명군에 의해 들어 온 관우 신앙이 민비와 진령군에 의해 전국 방방곡곡에 관우 사당이 신축된 덕분이다.이뿐 아니라 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도 혈우병을 앓고 있던 황태자를 치료해준 심령술사 라스푸틴에게 빠져 지냈다. 미국에서도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점성술사의 자문과 조언에 따라 국정 운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세상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 혼란을 겪고 급기야 탄핵 사태까지 치달은 아픈 기억도 있다.세상에는 여전히 합리적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힘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결정되지 않았기에 미래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현재의 노력과 관성이다. 과

  • [참성단] 문화유산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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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문화유산 '한글' 지면기사

    '고루' 이극로 선생(1893~1978)은 언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뚜렷한 족적(足跡)을 남겼다. 우리 말글에 깊은 애정으로, 한글 지킴이를 자처했다.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 집행위원(뒷날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1930년 한글 맞춤법 제정위원, 1936년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지냈다. 1942년 7월 조선어학회 사건에서 최현배, 이윤재와 함께 핵심 인사로 지목돼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이제 쓰는 조선 글씨는 조선 임금 세종이 서력 1443년에 대궐 안에 정음궁을 열고 여러 학자로 더불어 연구하신 끝에 온전히 과학적으로 새로 지어진 글씨인데 서력 1446년에 안팎에 되었습니다. 이 글씨는 홀소리 11자와 닿소리 17자로 모다 28자올시다."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어 음성자료 중 일부다. 한글 창제의 시원(始原)을 말하는 이극로 선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 그는 일제 탄압으로 조선어가 사라질 것을 걱정해 1928년 프랑스 소르본대학의 구술 아카이브 스튜디오에서 육성 기록을 남겼다. 우리 글의 역사와 자모음 결합으로 이뤄지는 음성체계를 담았다. 이 귀중한 사료는 2011년에야 발견됐다. "세상 사람들은 한울님은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공경할 줄은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까꾸로 된 생각입니까"란 말에는 우리 말 변천사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정부는 '2021 한글주간 행사'를 통해 다양한 비대면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도 세계 주요 27개국, 32개 재외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한국문화 퀴즈대회를 비롯해 한국 문학 소개, 한국영화제, 케이팝 공연을 진행한다.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빅히트하면서 외국인들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말한다고 한다. 추억의 '달고나'를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핥고 있다. 우리 말, 우리 글이 없었다면 K-문화도 없었을 것이다.표음문자 한글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이다. 28개 자모음 결합만으로 오만가지 글자를 조합해 낸다. 숭례문(남대문)이 아닌 훈민

  • [참성단] 개 식용 금지법 논란
    참성단

    [참성단] 개 식용 금지법 논란 지면기사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점화됐다. 동물권단체들은 대통령 발언을 환영하며 아예 개 식용 금지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법으로 전통적인 개 식용 문화를 금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한다. 여기에 육견협회 등 식용견 유통 종사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겹치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추정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개는 개가 아닌 가족이다. 올해 전체 펫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라니, 가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눈에는 개 식용이 식인행위에 버금가는 패륜일 수도 있겠다. 유감스럽게도 보신탕 마니아들이 한 해에 먹어치운 개고기 양이 7만t, 150만마리이다(2019년 기준). 반려견과 가족애를 나누는 1천만명과 개고기 7만t을 먹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문화 충돌은 필연적이다.추세는 동물권단체와 반려견 인구 편이다. 보신탕에 집착하는 세대는 늙어가고 인구는 줄고 있다. 대선 경선에 나선 여야 대권 주자들이 개 식용 금지에 호응하고 나선 배경이다. 반려견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1천500만명 앞에서 개 식용을 주장한다? 정치적 자살 선언일 테다. 개 식용 금지법이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다.그래도 개인의 기호와 취향인 음식문화를 법으로 간섭하는 일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문화는 법적 규제를 초월한 가치이다. 문화도 역사와 같이 흥망성쇠의 고리를 순환한다. 시대와 주류의 관심에서 멀어진 문화는 소멸한다. 푸세식 변소가 비데가 달린 화장실로 변하기까지는 법이 아니라 변화를 이룰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박지성이 선수 시절엔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불편하다며 맨유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가인 '개고기 송'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하고 설득하는 방식이 문화적이다. 중국이 방탄소년단 팬클럽 SNS 계정을 폐쇄해봤자, 방탄소년단에 홀린 중국 '아미'들은 기어코 열광의 통로를 찾아낼 것이다.개 식용 산업과 문화는 이미 사양길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