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시간복지(時間福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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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시간복지(時間福祉) 지면기사

    우리는 시간적 존재다. 백세 상수(上壽)가 현실화한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시대라 하지만, 백년이라는 긴 세월도 유한한 시간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이 황금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시간은 곧 생명이며 삶이다.올해는 64일의 공휴일이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휴일이 115일이 된다. 얼핏 휴일이 많아 보이지만 옛날 조상들보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며, 더 바쁘고, 더 여유가 없이 살아간다. 프랑스의 노동사회학자 보방(Vauban)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유럽에서 평민들의 노동시간은 연평균 180일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를 논 셈이다. 지금처럼 휴일을 법제화하고 시간을 국가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지만 날이 궂거나 덥거나 추우면 일을 할 수 없어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절대빈곤을 벗어난 사회의 다음 과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의 완성이다. 그런데 복지가 꼭 돈을 들이고,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생활을 보장해주는 복지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복지에 해당한다. 직업을 갖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봉급생활자들, 임금노동자들, 학생 등은 특히 시간적 약자들이다. 시간이 없기에 아파도 힘들어도 웬만하면 그냥 참고 산다. 또 좋은 공연, 영화, 경기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휴식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이런 문화생활을 누리겠는가.하루에 1시간 주어지는 점심시간도 빠듯하다. 직장 주변이나 구내식당에서 재빨리 식사를 해야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고 잠깐의 토막잠이나 짧은 산책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꼭 점심시간이 1시간이어야 하는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30분쯤 더 주어질 수는 없는가. 1시간 30분이면 좀 더 먼 거리의 맛집도 가볼 수 있고, 쪽잠을 자거나 잠시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출퇴근 시간도 그렇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태풍, 폭설이 예고된 날은 출근 시간을 30분 연장해주고, 문화가 있는 수요일 2시간 일찍 조기 퇴근을 실시한다면 주 52시간이라는 법정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잘 지킬

  • [참성단] '임자 만난'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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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임자 만난' 일론 머스크 지면기사

    익명(인)을 뜻하는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국제해커집단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웹사이트 포챈(4chan)에 게시물을 올려 존재를 알렸다.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는 점조직으로 운영되며, 회원은 3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사리사욕을 챙기려 범죄를 일삼는 블랙 해커(black hacker)와 달리 표현의 자유, 사회 정의를 추구하며 부패와 폭력에 저항한다. 2010년 미국 정부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선언을 해 주목받았다.정치학자들은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의 성공 요인으로 어나니머스의 역할에 주목한다. 아랍 시위대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을 뿐 아니라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해 어나니머스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0인'에 선정했다.회원들은 '가이 포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2005년 제작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이다. 전체주의나 독재 정부의 국민 통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홍콩시위대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어나니머스가 가상화폐를 쥐고 흔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경고장을 던졌다. '머스크에게 보내는 어나니머스 메시지'란 영상에서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아공 광산에서 훔친 자산 속에서 태어난 당신은 (노동계층의 힘든 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머스크 아버지가 에메랄드 광산을 소유한 사실을 빗댄 거다.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가상화폐 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올린 뒤 사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나니머스는 "당신은 이 안에서 당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엔 임자를 만났다"며 "기대하라"고 했다.머스크는 반응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을듯하다. 어나니머스가 이슬람 무장단체 IS도 집요하게 공격한 이력을 모를 리 없다. 전황(戰況)은 머스크에게

  • [참성단] 시끄러운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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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시끄러운 현충일 지면기사

    현충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국민이 한마음으로 추도하는 국가 추념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6·25전쟁일 등 대한민국 건국, 수호와 관련된 국경일과 기념일이 가능했던 건 순국선열 덕분이니, 현충일의 의미는 실로 무겁다. 단 한 명이 연주하는 트럼펫 진혼곡이 가슴을 울리는 건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뜨거운 감정 때문일 테다.엄숙해야 할 현충일이 최근 몇 년 시끄러웠다. 2019년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가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김원봉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전시내각의 노동상이었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인 국군과 UN군을 추모하는 자리에 '김원봉'이 등장하자 난리가 났다.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장병이 추념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언론 보도로 시끄러웠다. 국가보훈처는 코로나19 탓이라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해 3월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지를 따진 사건이 연상됐기 때문이다.올해 현충일, 국립서울현충원 안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추념식이 벌어지는 동안 바깥에선 천안함 생존장병 16명이 시위를 벌였다. 추념식에 참석해야 할 장병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취소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처벌과 생존장병 전원 국가유공자 인정을 요구했다.문 대통령은 추념식을 마치자 곧장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성추행 피해 신고 은폐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여 부사관의 피해와 가해자의 범죄는 80일 넘게 은폐됐다. 조직적인 타살에 가깝다.조국

  • [참성단] 보훈의 달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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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보훈의 달 6월 지면기사

    미국인 윌리엄은 평소처럼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차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차를 세운 윌리엄은 과속했느냐 물었지만, 그게 아니라고 한다. 경찰은 윌리엄 차에 붙어있던 육군 스티커를 보고 차를 세웠다고 했다. 경찰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당신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소." 윌리엄은 답했다. "저는 이라크에서 15개월 동안 복무했어요."이 말을 듣고 경찰이 울먹였다. "우리 아들도 이라크전에 참전했었죠.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얘기를 듣던 윌리엄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차 안에는 국기(성조기)가 놓여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받은 국기와 같았다. "당신이 내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를 세웠어요. 저를 한번 안아줄 수 있나요?" 윌리엄은 눈물을 흘리며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두 남자는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사실 포옹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은 윌리엄이었다. 그는 참전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날도 병원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던 중 경찰관을 만난 것이다. 2분짜리 이 동영상은 986만 뷰어를 기록했다.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의 차량 번호판에 특정 문양이나 문구를 새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은 '골드 스타'(Gold Star) 제도를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예우한다. '골드 스타'는 전투나 군사 관련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들을 가리키며, 그 가족을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라 한다. 차량 번호판에는 황금색 별 문양과 'GOLD STAR FAMILY'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지방 정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행사를 열고, 주차장 전용공간 제공 등 혜택을 준다.보훈의 달, 6월이다. 정부는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 국가 유공자, 유족으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가 보훈 예산 비율은 전체예산의 1.5%, 서울시 복지예산 14조5천억

  • [참성단] 불꺼진 수원역 집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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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불꺼진 수원역 집창촌 지면기사

    "누가 때리고 감금하면서 이 장사 하냐구. 지금은 21세기야, 21세기!" 2004년 9월23일 자정. 수원역 집창촌을 찾은 경인일보 기자에게 한 포주가 내뱉은 볼멘소리다. 이날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으로 집창촌 업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찬성론은 인권적 당위였다. 오히려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반대론은 현실적 고민이었다.성매매특별법 시행 17년이 지난 지금 유감스럽게도 반대론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성매매 강요자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자를 징역형에 처하고 성매매 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법의 엄포에도 성매매가 근절됐다는 징후조차 안 보인다. 되레 집창촌이 위축되면서 유사, 변태 성매매 산업이 확산됐고, 성매매 장소도 상가와 주택가로 확산되는 풍선효과는 뚜렷하다. 이뿐 아니다. 10대 또래 내의 성 착취 사건이 속출하고, 리얼돌 체험방 등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매매 산업은 첨단을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결합하면 성 산업은 천지개벽할 것이다.그렇다고 성매매특별법이 표적이었던 집창촌의 불법과 인권유린을 막은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파주의 '용주골'에 고향 후배인 장애여성을 팔아넘긴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았고, 수원역 집창촌에서 성매매업소 5곳을 운영해 128억원의 매출을 올린 남매가 적발되기도 했다.욕망은 더 큰 욕망에 굴복하는 법이다. 전국의 산재한 집창촌들이 지역주민의 개발욕망에 의해 쇠락하고 있다. 개발 요지를 깔고 앉은 집창촌들은 주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수원역 집창촌이 6월1일부터 폐쇄됐다. 개발 압력과 부진한 영업을 견디다 못한 업소 주인들의 자발적 폐쇄다. 파주, 평택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유서(?) 깊은 집창촌들도 같은 운명인 모양이다.법의 승리도 아니고 성매매 근절도 아니다. 정육점 조명 아래 성매매 여성들이 줄지어 호객하는 구시대 영업의 자진 퇴출에 불과하다. 성매매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자 광고 상품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이 사라졌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 [참성단] 독도, 올림픽… 이바라기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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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독도, 올림픽… 이바라기 노리코 지면기사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순수한 눈짓만을 남기고 다들 떠나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의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한 대목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기에 시인은 예쁘게 꾸밀 이유를 잃는다. 예쁘게 꾸민들 봐줄 사람도 없었고, 또래의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나갔기 때문이다. 얼핏 자아도취적 시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시는 전쟁, 강제징병 같은 국가 폭력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역사적 시련의 시기를 극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이바라기 노리코는 평생 윤동주(1917~1945) 시를 애독했으며, 누구보다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1990년 이후에는 '서시', '쉽게 쓰여진 시' 등 윤동주의 시 4편이 일본의 국정교과서에 실려 146개 고등학교에서 사용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시를 번역하여 출판하는 등 시인은 평생 한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요즘 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위안부 및 징용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수출제한 조치로 비화했고, 이제 올림픽을 앞두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포함시키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을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극복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더니 이제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야욕마저 숨기지 않는다. 이에 우리 전직 총리들을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들은 올림픽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 하고,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일본은 마음대로 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국익과 국가 체면을 앞세운 양국의 국가이성이 이 문제들에 대해 협의하고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이를 정부 간 외교, 즉 국제(國際)를 풀려 들면 더 꼬인다. 이럴 때 양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나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는 이를 민제(民際)라 했다. 때로는 한 편의 시와 드라마와 노래가 외교관 백 명보다 더

  • [참성단] '대통령 출마 40세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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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통령 출마 40세 조항' 지면기사

    에마뉘엘 마크롱이 2016년 11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 마크롱은 성장 과정과 정치 철학을 담은 책 '혁명(Revolution)'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기존 정치에 맞서 민주혁명을 일으키겠다. 이것은 프랑스를 위한 우리들의 투쟁"이라며 제3의 길을 제시했다.그는 중도성향 정당인 '앙마르슈(En Marche, 전진)'를 창당했다. 사회당과 공화당 거대 양당의 견고한 정치구도를 극복하고 비주류 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출범된 이래 60년 만에 최초로 비주류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만 38세 때이다.유럽과 북미 등 정치선진국에선 30대 대통령과 수상(首相)이 이상하지 않다. 20대에 정치에 입문해 경력을 쌓고 30대에 두각을 나타내는 게 일반화됐다. 대통령 출마도 젊은 세대의 참여 기회를 폭넓게 허용한다. 프랑스는 만 18세 이상이면 대통령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미국과 오스트리아는 35세 이상이다.대한민국은 만 40세가 돼야 출마자격을 얻는다. 국회의원 피선거권은 25세 이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인 1960년대 개정된 헌법에 규정한 조항으로, 이유는 분명치 않다고 한다. 마크롱이 한국 태생이라면 내년 3월에야 첫 출마가 가능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내년 대선에 나설 수 없다.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촉발한 세대교체 바람이 정계를 흔들고 있다. 정의당 2030 정치인들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에만 부여한 현행 규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차별이자 불공정이라는 거다. 29세 류호정 의원은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발의한 개정안은 40세 조항을 삭제했다. 25세부터 대통령 피선거권을 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헌법을 바꾸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2 이상 동의해야 한다. 평균

  • [참성단] 1인 가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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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1인 가구 시대 지면기사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웹툰작가 기안84의 괴식(?)에 탄식하고, 운동중독 가수 김종국의 자린고비 일상에 혀를 내두른다. 쌈디의 유별난 조카 사랑이 그럴듯하고, 돌싱 배우 임원희의 고독은 짠하며, 아파트 구매 찬스를 놓친 중견배우 김광규의 전세살이엔 격하게 공감한다. 싱글 라이프 연예인들의 천태만상은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나 홀로 1인 가구가 즐비하다. 여성가족부가 28일 공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0.4%, 2인 이하 가구는 62.1%나 된다. 특히 1인 가구는 2010년 15.8%에서 배나 늘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가구는 2010년 48.4%에서 2020년 31.7%로 감소했단다. 우리나라 표준가구였던 핵가족이 1인, 2인 가구로 핵분열한 셈이고, '나혼산'과 '미우새'식 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장수하는 배경이다.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셀럽들의 나 홀로 살기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1인 가구의 혼자 사는 이유들이 하나같이 절박하다. 학업이나 직장·취업을 위해(24.4%), 배우자가 사망해(23.4%) 혼자 산다니 그렇다.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서, 고령층은 자연적·사회적 가족해체로 인해 나 홀로 격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폭증하는 현상은 사회, 경제, 문화분야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청년층 1인 가구는 비혼으로 이어져 인구감소를 부채질하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 가족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정치적 대립도 세분화되고 있다. 20대의 성별 대립과 세대별 대립으로 폭발한 이준석 신드롬은 반짝 현상이 아니다.이모, 고모, 삼촌이 없는 신세대 1인 가구와 손자 손녀 없는 구세대 1인 가구의 폭증으로, 사회적 연대의 기초였던 가족의 의미를 재

  • [참성단] 2021 도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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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2021 도쿄 올림픽 지면기사

    1894년 부활한 근대 올림픽은 세계대전과 좌·우 이념 갈등에 따라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1916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키로 한 6회 대회는 1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됐다. 1940년(일본 도쿄)과 1944년(독일 베를린) 대회 역시 2차 세계대전의 풍랑에 휩쓸렸다. 1980년 소련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민주 진영 국가들의 불참으로 반쪽이 됐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빌미가 됐다.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은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검은 9월단'인 8명의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선수촌을 습격해 이스라엘 선수 2명을 살해하고 선수 9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에 감금된 팔레스타인 죄수 200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 구출작전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테러범 5명, 서독 경찰 1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의 추모제가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행해졌고, 경기는 하루씩 연기됐으나 끝까지 강행됐다.코로나19로 지난해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 창궐로 인한 첫 사고 사례다. 오는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나 여전히 찬·반 논란이 거세다. 유럽과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늘면서 찬성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국민 80%가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낮은 접종률과 감염자 수 증가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최근 미국이 일본 여행을 금지하면서 불참 전망이 나왔다. 미국은 이를 부인했으나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IOC 위원이 "일본 총리가 대회 취소를 요구해도 대회 개최를 강행하겠다"고 한 것도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IOC는 올림픽대회 참가선수를 33개 종목, 1만50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최정예 선수들은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걸고 피땀으로 연마한 기량을 발휘한다. 4년마다 개최되기에 기회는 이번뿐이라는 절박함으로 선수들은 청춘의 열정을 온전히 쏟아낸다.올림픽이란 무대를 통해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때론 스러져간다

  • [참성단] '이준석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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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준석 신드롬' 지면기사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준석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찻잔 속 미풍이었다. 마키아벨리 말 그대로 여론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이준석의 도전을 고대한 듯이 압도적인 지지가 순식간에 모였다. 다급해진 원로·중진·다선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해 한목소리로 이준석 격하에 나섰다.국민의힘 중진들은 이준석을 애 취급하다 본전도 못찾았다. 5선의 주호영은 에베레스트 등반대장론으로, 거물급 나경원은 화물트럭론으로 이준석을 저격했다. 대선을 치를 차기 당 대표의 경륜과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준석은 주 의원에겐 '팔공산', 나 전 의원에겐 '전기차'로 답했다. 대구 5선의 기득권과 문어체 낡은 사고를 단어 하나로 제압했다.불똥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튀었다. 이준석이 뜨자 당 자체가 하루아침에 폭삭 늙어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의 잔인한 심판을 겪은 터라 충격은 심각하다. 보수야당의 세대교체 바람이 진보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이다. 이해찬으로 병풍을 친 이재명의 독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장유유서'를 앞세웠다가 '꼰대'라는 역풍을 맞았고,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나쁠 것 하나 없다"고 짐짓 허세를 부린다. 우왕좌왕이다.이준석 신드롬은 오랜 세월 낡은 정치의 혁신을 갈구했던 민심을 보여준다. '30대 0선 이준석'이 여야 원로, 중진, 다선들의 반발을 동력으로 돌풍이 되고 핵폭풍으로 커지는 이유다.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을 혐오한다. 공정과 정의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소위 꼰대들은 이를 반박하자니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꼰대들의 만담에 이준석의 답변은 촌철살인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화법 자체가 다르다.마키아벨리는 "전도가 양양한 사람들은 시대의 성격을 민감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준석은 민심의 비밀금고에 갇혀 있던 시대정신을 꺼내 들었다. 여당의 신세대 정치인들도 자극받았다. "여야를 떠나 이준석 후보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