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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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주역(周易)'과 한미동맹 지면기사
위편삼절(韋編三絶)은 학문적 탐구 자세를 일깨우는 말로 사용되나 실제로는 공자가 '주역'에 심취한 나머지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은 유교 삼경의 하나로 천문·지리·인사 등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8괘·64괘·효사(爻辭)에, 공자(孔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십익(十翼) 등으로 구성돼 있다.공자뿐 아니라 문왕·주자·소강절에 김일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주역'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근대 고승들 가운데 탄허 스님(1913~1983)도 '주역'에 통달한 인물이었다. 화엄학과 노장사상에 유불선까지를 망라하는 걸출한 학승이면서 미래 예측 능력까지 갖춘 도인이었다. 탄허 스님의 아버지 김홍규(1888~1950)는 독립운동가이자 보천교의 지도자급 인물이었는데, 아버지의 지원으로 탄허는 어린 시절부터 동아시아의 전통사상과 철학을 접하고 심후한 경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탄허는 베트남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패배를 정확하게 예언했고, 또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 차원 이상의 필연적 관계로 보았다. '주역'의 8괘로 풀이하면 한국은 간방(艮方)으로 소남(少男)이요, 미국은 태방(兌方)으로 소녀(少女)에 해당한다. 뜨거운 청춘인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만났으니 더 말할 나위 없다는 것이었다.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여당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생명공학과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야당은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는다며 맞받고 있다.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묵지 못한 것과 한국전쟁 참전 용사 퍼켓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읽기도 하고, 반면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이례적인 파격이며 결례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대통령의 방미가 성과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여야대표 초청 성과보고회도 곧 열릴 모양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해 한미동맹은 부득이한 필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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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50대 여성 개물림 사망 지면기사
거리나 공원을 걷다 덩치 큰 맹견을 만나면 긴장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다면 극한의 공포체험일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아닌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일 수 있다. '우리 개는 순해서 물지 않아요'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닐 것이다.올 초 가평군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20대가 맹견에 피습됐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 견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공격했다. 견주가 자신의 개를 제압하지 못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맹견사고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SNS에 올렸고, 많은 시민이 공분했다.지난 22일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 견에 물려 숨졌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목 뒷덜미에서 많은 피가 나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대원들은 인근에서 피해자를 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견을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은 근처 CCTV에서 대형 견이 달려드는 모습을 확인했다.포획된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 크기다. 골든리트리버로 알려졌으나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사고 지점 인근 개 사육장 주인을 조사했으나 자신의 개가 아니라는 진술을 받았다. 유기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목줄을 착용했던 흔적이 남아 의문이 커지고 있다.경찰은 견주(犬主)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신원을 확보하더라도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풍산개 잡종은 입마개 의무 착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뿐이다.'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동물훈련사는 몸집 크고 사나운 맹견이라도 끝내 굴종시킨다. 어떤 독종은 순화 과정을 밟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반려견을 무한사랑으로 돌보는 강 훈련사지만 사람을 해치는 개를 대하는 태도는 단호하다. 사람을 물어 숨지게 했다면 안락사가 마땅하다고 한다. 견주도 죄에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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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병 옆에 무릎 꿇은 한·미 정상 지면기사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5일자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한국: 잊혀진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은 한국전쟁의 별칭이 됐다.한국전쟁은 미군 전사자만 4만명에 달하고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최초의 무력충돌이었다. 하지만 2차대전에 질린 미국 국민은 모르는 나라 '한국'의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트루먼 행정부도 만주 핵공격을 주장한 맥아더를 해임하고 서둘러 휴전한 전쟁을 업적으로 자랑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전쟁은 2차대전의 영광과 베트남전의 상처 사이에서 더욱 조용히 잊혀졌다.한·미 정상회담이 잊혀진 전쟁인 한국전쟁을 전격적으로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여했다. 추모의 벽은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벽에 미군 3만6천595명, 카투사 7천174명의 한국전쟁 전사자 이름을 새겨 2022년 완공된다. 잊혀진 전쟁의 무명용사들이 70여년 만에 이름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도 영광스러운 순간도 항상 함께해 왔다"는 말을 남겼다.바이든 미 대통령은 94세의 한국전 참전 노병인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수여식에는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함께했다. 퍼켓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병력으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부터 고지를 지켜낸 전쟁 영웅이다.기념촬영 장면이 감동적이다. 휠체어에 앉은 퍼켓 대령 옆에 고령의 바이든이 무릎 꿇고 앉자 문 대통령도 서슴없이 반대편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유와 민주를 지켜낸 영웅을 향한 한·미 정상들의 경의, 한·미동맹의 가치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또 나올까 싶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혈맹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동안 한·미동맹의 균열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기억으로 균열의 틈을 메웠다.'전쟁의 종식은 추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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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조상묘 훼손 지면기사
불교를 지도이념으로 삼은 고려와 달리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는 매장문화가 성행했다. 풍수학에서 꼽는 명당(明堂)자리에 조상을 모셔야 후대에 발복(發福)한다는 믿음이 강했다. 흔히 알려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등 명당 종류만 27가지나 된다. 장례문화도 성역이 돼 1년 상(喪)이냐 3년 상이냐 당쟁으로 화를 불렀다.영화 '명당'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 남연군 묘 이야기를 다룬다. 풍수사 정만인은 대원군에게 가야산의 2대(代) 천자지지(天子之地)와 오서산의 만대영화지지(万代榮華之地)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 대원군은 천자지지를 택해 아버지를 이장하고 7년 뒤 둘째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고종이었다. 정사와 야사가 혼재하나, 묘 이장은 역사적 사실이다.일본이 서구화에 나선 18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조선은 쇄국의 문을 굳게 닫았다. 통상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무력충돌을 했다.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사건이다. 이 와중에 독일 상인 오페르트 일당은 대담하게도 1868년 남연군 묘를 파헤쳐 매장품을 훔치려 했다. 단단한 석회질에 막혀 도굴에는 실패했으나 조상묘를 중시하던 조선사회에 충격을 줬고, 척화비 건립의 빌미가 됐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부(祖父)의 묘역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봉분 위에는 인분, 앞에는 작은 구덩이를 판 뒤 식칼과 부적,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1m 정도의 머리카락 뭉치를 넣고 다시 덮은 흔적이 남았다고 한다. 친척이 발견했다는데, 경찰은 신고된 사실이 없다며 내사설 보도를 부인했다.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트위터에 '윤석열 저주 인형 사진'이 게재됐다. 700여명이 같은 사진을 올렸는데, 인형 전신에 빨간 핀 10개를 꽂은 모습을 담았다. 노트 한 장을 빨간 펜으로 '윤석열'이라 쓰고 저주하는 글을 적어 인증사진을 올린 이용자도 있었다.증오를 넘어선 저주는 범죄화할 개연성이 높다. 싫고 거북한 감정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성을 잃게 된다. 때론 주술적 수단으로 상대방을 망가뜨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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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초라한 국가행복지수 지면기사
UN은 해마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국가별 행복지수를 채점한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는 2020년 한국의 행복도 순위를 전체 95개국 중 50위로 매겼다. 10점 만점에 5.793점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행복지수로는 낙제점에 가깝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일 공개한 3년 평균 점수는 더욱 가관이다. 2018~2020년 평균 국가행복지수 5.85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비교했더니 35위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니 말이다. 대한민국 밑에는 그리스와 터키 뿐이다. KDI는 OECD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연간 1천967시간),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을 원인으로 꼽았다.하지만 SDSN의 행복지수 측정 항목을 보면 KDI의 분석은 지엽적이다. SDSN는 갤럽 여론조사를 통해 국가별로 1천명에게 소득 수준,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복지),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적 관용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다. 즉 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 정치, 사회적 조건을 살펴보는 셈이다.나열한 행복의 조건은 나라 마다 다르고, 국민 마다 체감 정도가 엇갈린다. 행복 조건에 대한 문화적 태도도 상이하다. 초강대국 미국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18위이고, 슬로바키아·칠레의 행복지수가 우리 보다 앞서는 이유다.국민소득이나 기대수명에서 대한민국은 꿇릴 게 없는 나라다. 복지도 사각지대 해소엔 못미치지만 예산 비중은 해마다 치솟고 있다. 반면 부정부패나 사회적 관용 분야에서는 자신할 수 없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을 누리고,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판을 벌인다. 정치권에 만연한 내로남불 의식구조로 사회적 관용은 고갈됐다. 계층 사다리를 잃은 청년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젠더 갈등은 미래를 잉태할 수 없는 불임 사회의 막장을 보여준다.행복은 계량화 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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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천상천하유아독존 지면기사
기독교에 십사처가 있다면, 불교에는 팔상이, 원불교에는 십상이 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마지막 고난의 길 즉 십자가의 길이 십사처라면, 팔상은 부처님의 구도과정과 일생을, 십상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님의 행적과 일대기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기로 환산하면 이천오백육십오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부처님의 팔상 가운데서 두 번째가 바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부처님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불소행찬'과 '전등록(傳燈錄)' 등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즉 "이 우주에서 나보다 더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탄생게(誕生偈)를 외치셨다 한다.그러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나만 홀로 고귀하고 다른 사람과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안하무인의 말로 곡해할 수도 있겠다. 이 말씀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부처님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과 만생령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가장 고귀한 자요 구세주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나' 즉 우리 모두 각자가 존귀한 존재이니 모두가 진짜 존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는 뜻이다. 물론 '대인연경' 등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은 직접 이런 말을 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다. 이 탄생게는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 가운데 한 분인 비바시불(毗婆尸佛)이 하신 말씀으로 나와 있다.그런데 사람이라고 해서,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존귀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실유불성(悉有佛性) 곧 불성이 있는 고귀한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행동으로 존귀한 존재가 되자는 인권 선언이자 당부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요즘 '정인이 사건'으로 대변되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를 얼룩지게 만드는 인면수심의 반복적 범죄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모두 고귀하다는 말씀에 슬쩍 회의가 들기도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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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중국산 낙지 담합 지면기사
낙지는 문어와 주꾸미의 사촌격 연체동물이다. 빨판이 달린 여덟 개 다리에 민머리가 자유자재로 변형한다. 뼈도 없이 흐물거리는 촉감에 끈적한 진액으로 무장해 함부로 만질 수 없다. 외국인들이 혐오하는 대표 한국 음식이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 먹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거나 역겨웠다는 외국인이 많다.갯벌에서 게와 조개류를 잡아먹고 사는 낙지의 주산지는 전남 다도해 일원이다. 국내산 낙지 열 마리 중 여섯 마리가 이 지역에서 난다. 깊이가 최대 2m나 되는 구멍을 파고 은신하기에 어지간한 꾼이 아니면 포획하기 만만치 않다. 낱마리로 잡아야 하고, 계절별 수확량 편차가 크다. 초여름 산란기엔 2개월 동안 포획이 금지돼 품귀 현상이 반복된다.'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속설이 말하듯 보양식으로 대접받는다. 타우린과 단백질이 풍부해 환자와 임산부에 좋다.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거나 3~5㎝ 크기로 잘라 산 채로 먹는다. 크기가 작고 발이 가는 세발낙지는 통으로 먹는다. 물량이 적은 탓에 산지가격도 만만치 않다. 마리당 2만원은 줘야 산 놈을 먹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체재인 중국산이라도 가격 부담이 적지 않다고 불평한다. 왜 이런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인천수산물수출입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억1천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낙지 수입업체들이 모인 협회가 산낙지 단가 하락을 막으려 도매가와 수입 횟수를 통제한 혐의다. 협회는 2017~2018년 사이 회원사들의 산낙지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가격 인상 요구에 완력으로 맞선 것이다. 부당한 담합과 가격 조정 횡포에도 위세에 눌린 국내유통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수입업체들이 결성한 협회가 유통시장을 교란해 주머니를 채웠다. 가격 통제와 물량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 몫이 됐다. 협회가 중국산 산낙지 수입시장을 장악하면서 비싼 가격이 당연시됐다. 서해안 관광지마다 한 집 건너인 조개구이 식당들도 중국산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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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이언 돔' 지면기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작전으로 중동정세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선제 공격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은 압도적이다. 지상군을 투입한데 이어 AP, 알자지라 등 언론이 입주한 가자지구 건물을 공습으로 날려버렸다.객관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당랑거철의 형국이다. 개전 초기 전 세계에 타전된 동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하마스는 1천여 발의 로켓을 날렸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상공에서 요격됐고 20여 발만 육상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이나 포탄을 요격하는 미사일 포대다. 아이언 돔을 뚫지 못하고 폭죽처럼 밤하늘에서 폭발하는 하마스의 로켓들을 보며 전 세계가 전율했다. 말 그대로 투명한 '강철 지붕'이다.아이언 돔을 실전 배치했을 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성비 때문이다. 하마스의 실전용 단거리 로켓, '까삼 로켓'은 그야말로 팔레스타인 국력만큼 싸구려 무기다. 1발 제작 비용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반면 아이언 돔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수천만원이다. 이번처럼 1천여 발의 까삼 로켓을 요격하려면 단 며칠 사이에 엄청난 군사비를 감수해야 한다.하지만 반론이 귀에 쏙 들어온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상 적국과 테러단체의 공습에서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이언 돔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국민이 누리는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돈으로 추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주장이다.우리 군도 한때 아이언 돔 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한 번에 수십 발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 방사포 5천500문은, 하마스의 싸구려 로켓과는 질과 규모에서 차원이 달라서다. 대안으로 한국형 아이언 돔 자체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THAAD)로, 장사정포는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요격하는 방어체계인 셈이다.그런데 사드는 포대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과 중국의 견제로 찬밥 신세이고, 한국형 아이언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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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일론 머스크와 비트코인 지면기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다방면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그를 '미국 기업인으로 2021년 4월 포브스 기준 세계 3위의 억만장자'라 소개한다.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과 로켓 제조 회사 겸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키웠다.그의 트윗 계정엔 화성과 우주로켓 사진이 실려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왕복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올 하반기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환경운동에도 뛰어들어 2016년 할리우드 미남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지구촌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달러(1조6천81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8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좀 늦은 것 같다"고 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가가 급등해 지난달 중순 8천2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도지 코인도 덩달아 점프를 했다.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 트윗을 통해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컴퓨터를 대량 가동하면서 전기가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이후 비트코인은 7% 이상 급락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국 시장도 한때 13%나 폭락한 6천76만원에 거래됐다.머스크의 느닷없는 트윗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들이다. "(머스크)가 방송에 나와 내가 도지 파더(아빠)라더니, 방송 끝나자 도지 코인은 사기라고 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난달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 달러를 챙기고 난 뒤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거세다.지구와 우주를 설계한다는 머스크가 비정상 궤도인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실망이다. 초일류기업이 뒷골목 상권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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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 지면기사
2001년 12월 수원미술전시관이 초대형 전시회를 예고했다. 나혜석, 김관호,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 13명의 미공개 작품 20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였다. 소장자 홍모씨는 선대부터 수집했다 주장했지만, 한국화랑협회의 진품 감정서는 없었다.곧바로 위작 시비가 일었다. 진품 공인이 없는 위작을 공공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작가의 사인 위조를 주장하는 후손도 등장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이인성기념사업회는 전시 취소와 도록 회수를 요구했다. 당시 경원대 교수였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위품을 진품으로 보증서 준 꼴"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수원미술전시관은 개막 당일 '한국근대서양화 미공개작품전'을 취소했다. 지역 공공미술관의 열악한 수준을 보여준 역대급 스캔들의 전말이다. 홍씨와 그의 소장품들은 지금껏 종적이 묘연하다.이번엔 진짜가 나타났다.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보급 고서화와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대미술 거장들과 해외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이중섭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도 작가의 진품을 기증받는 행운을 누렸다. 만일 수원에 나혜석미술관이 있었다면 그녀의 '화녕전작약'을 기증받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나혜석'이라는 수원문화의 아이콘은 더욱 빛났을테고, '화녕전작약'으로 문화유산 화성의 스토리텔링은 한결 풍부해졌을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이름만큼 건조하다.지방자치단체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영남 지자체들은 삼성 가문의 고향 연고를 앞세운다. 고향 연줄에서 밀린 수원시는 이목동 이건희 묘지와 삼성전자를, 용인시는 이병철 묘지와 호암미술관을 내세워 유치전에 가세했다. 하나같이 치졸한 명분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보전할 문화적 비전과 예술적 감수성은 언급조차 없다. 껍데기뿐인 시립미술관을 국립으로 출연하겠다면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테다.이건희 미술관은 대통령의 언급만 있을 뿐 정부 구상은 싹도 트지 않았다. 실체 없는 유치 경쟁에 이 난리이니, 실제 공모라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