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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2인자 김여정

    [참성단]2인자 김여정 지면기사

    2018년 2월 9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비행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고개와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턱 끝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미소를 유지하는 표정을 2박 3일간의 방한 기간 내내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의식적으로 자신이 한 조직의 우두머리임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알파 전략'을 쓴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훈련됐거나 당당함을 표출하려는 의도된 전략이라는 것이다.다음날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는 글을 남겼는데, 가로 선의 기울기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가는 독특한 문체가 화제가 됐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글씨체 모두 오른쪽 위 방향으로 기울어진 게 특징으로 그녀 역시 이 글씨체를 사용하면서 '백두혈통'임을 과시하는 듯했다. 특히 초성으로 쓰인 자음이 유독 컸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 위에 서 있다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김여정은 고전적인 머리 모양에 수수한 옷차림의 짧은 방한 기간 중이었지만 우리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김여정이 우리의 관심을 다시 끌게 된 건 지난 3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문이었다. 전날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에 대해 내놓은 담화문은 김여정 명의로 나온 것으로 그 내용이 충격이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등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거칠게 드러내 우리를 놀라게 했다.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12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김여정이 북한 2인자의 자리를 굳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최고로 고립된 폐쇄 국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도 확진자

  • [참성단]강남 스타일

    [참성단]강남 스타일 지면기사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또 한번 강남이 뜨고(?) 있다. 서울 강남갑 선거구에서 탈북자 출신의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되면서부터다. 4·15 총선 다음날인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이 강남을 다시 주목받게 한 도화선이 됐다. '서울 강남구 재건축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해 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다. 청원인은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씨를 선택해 준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요구한 뒤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남 주민에 대한 경외감이 한없이 묻어나는 글이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읽혀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태 후보를 국회로 보낸 것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다. 청원인의 의도가 그렇다면 청원 의제는 기막힌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사실 국내에서 부동산 시세가 가장 높은 지역에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화하라는 제안을 지역 부동산 자산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안 봐도 뻔하다. 청원인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강남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야유가 아닌가 싶다.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종부세 부과 주택의 가격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후보도 부동산규제완화를 약속했지만 여권의 부동산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프레임이나 사상, 이방인에 대한 인식 등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던 요소들이 '부동산'이란 현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청원 이후에 강남지역 아파트 브랜드를 북한식으로 희화화한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새터민 아파트 청원과 맥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푸르디요', '인민이 편한 세상', '내래미안', '간나이파크' 등이다. 해당 청원은 22일 현재 13만명 이상의 동의

  • [참성단]올드보이의 퇴장

    [참성단]올드보이의 퇴장 지면기사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저는 김영삼 총재가 앞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여 국가의 민주적 발전과 조국의 통일에 큰 기여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이제 저는 저에 대한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 생활로 돌아가겠습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후광(後廣) 김대중의 목소리는 그렇게 떨리고 있었다. 1992년 12월 19일의 일이다.후광이 통곡과 비감을 가슴속으로 깊게 삼키면서 이런 귀거래사를 읊조리며 정계 은퇴선언을 할 때, 많은 국민은 진심으로 동정과 사랑이 담긴 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후광은 '한국 현대 정치사'를 쓰겠노라고 말했다. 평생 정치적 라이벌이던 두 사람 중 한 명은 대통령이 되었고, 한 명은 정계 은퇴를 발표했으니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양김(兩金)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7개월 후 후광은 다시 정계로 복귀했다.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야의 '올드보이' 정치인 상당수가 여의도를 떠나는 처지가 됐으니 말이다. 민생당의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정치 9단'으로 불리던 박지원(4선) 의원,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우리공화당 서청원 의원, 천정배(6선) 등이 21대 총선에 줄줄이 낙선하며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여기에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희상(6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7선) 대표, 미래 통합당의 김무성(6선) 의원 등도 정계를 떠날 것이 확실시 된다.정동영 민생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며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손학규 위원장은 선거 다음날 "참담한 결과에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제 우리의 불만스런 겨울은 이 '요크'의 태양 덕분

  • [참성단]당선사례(當選謝禮)

    [참성단]당선사례(當選謝禮) 지면기사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필연이다. 개표가 끝난 아침, 교체된 현수막에 희비가 갈린다.당선자는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 한없는 감사의 뜻을 표한다. 당선사례다. 현수막은 기본이고, 거리인사를 하거나 차량을 타고 지역구를 돌기도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감사인사를 한다. 대체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초심을 지켜 지역과 나라를 위해 바른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오래전에는 막걸리에 고무신을 돌리기도 했다는데, 전설이 됐다. 이제는 마음으로만 감사해야 한다. 자칫 당선이 무효가 되고 전과자 신세가 될 수 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당선자와 측근, 유권자를 향한 선관위의 눈매가 매섭다.낙선자들도 유권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한다. 낙선사례(落選謝禮)다. 역시 현수막과 SNS가 소통 창구다. "성원해 주셨지만 부족했다"거나 "열심히 해서 다음에 선택을 받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때론 당선자는 보이지 않는데 낙선자가 거리에 나와 눈길을 끈다. 용인 지역에 출마했던 한 야당 후보는 지난 18일 팻말을 들고 지하철역 앞에서 2시간 넘도록 인사를 했다. '송구합니다. 성원 감사합니다'란 푯말을 든 그에게 "안타깝다, 다음에 꼭 승리하라"고 격려하는 시민들이 여럿이었다고 한다. 비록 '정치적 행위'일지 모르나 남들과는 다른 용기와 결기에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당선사례든 낙선사례든 황당함과 무례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의도의 입은 여전히 거칠다.여권의 한 당선자는 검찰을 향한 날 선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과의 관계를 보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벌써 오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참패한 야당은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 시끄럽다.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고서도 당내 권력다툼에 자성과 책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영남권 당선자는 벌써 대권을 들먹이며 '내가 당의 주인'이라고 당을 압박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불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2년 뒤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대 지방 동시선거가 치러진다. 다시 2년 뒤

  • [참성단]'렘데시비르'

    [참성단]'렘데시비르' 지면기사

    아스피린은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 소속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만들었다. 그는 심한 관절염으로 고통을 겪는 부친을 위해 신약개발에 나섰다가 우연히 아세틸살리실산이 심혈관 질환과 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끝에 1897년 세계최초의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이 개발됐다. 후세 사람들은 개발자 호프만은 몰라도 제약사 바이엘을 기억한다. 아스피린은 지금도 매년 1조 알이 팔린다.이처럼 신약은 개발자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효과로 대박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가 그런 경우다.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 환자에게 효과가 뛰어났다. 화이자는 '실데나필'과 유사한 성분의 '페녹시벤자민'이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고 임상시험 끝에 비아그라를 개발했다. 이 때문에 화이자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신약개발 과정은 험난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약품을 만들어낸 후 동물실험에 뚜렷한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평균 개발기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성공 확률은 0.0001%. 절차는 까다롭고 윤리기준이 엄격해 비록 약효가 입증돼도 '국제신약허가규정'을 위반하면 신약 승인을 받을 수가 없다. 승인을 받는다 해도 상업화에 실패해 '없던 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약은 자본과 기술의 결정체로 초기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의약 선진국의 독무대일 수밖에 없다.지난주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등한 건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원래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 약물이었다. 2009년 리보핵산(RNA) 복제를 억제하는 3상 시험 중 경쟁사인 머크사와 존슨앤드존슨사의 약물에 비해 효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격 폐기됐다.그런데 코로나19 중증 환자 상당수가 '렘데시비르' 치료 이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뚜렷이 완화됐다는 소식에 '인류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렘데시비르'

  • [참성단]슬픈 지도(地圖)

    [참성단]슬픈 지도(地圖) 지면기사

    선거는 끝났다. 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선거 다음 날 아침, 늘 오가는 거리 한쪽에 아직도 힘없이 걸려있는 낙선자의 플래카드에도 봄의 햇살이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진정한 구경꾼이라면 이럴 때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겐 위로를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럴 기분도 아니다. 마음이 답답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영남과 호남을 극명하게 갈라놓은 총선 지도를 또다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4·15 총선을 방금 끝낸 우리는 동서(東西)로 확연하게 갈라진, 붉은색과 푸른색이 칠해져서 오히려 처연하리만치 슬픈 총선 지도를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 등 서쪽 지역을 석권했고, 미래통합당은 영남과 강원 등 동쪽 지역을 차지했다. 색은 더 선명해졌고 경계는 더 두터워졌다. 이 지도가 절대 유쾌하지 않은 것은 3김시대를 거치면서 지역주의 폐해를 처절하게 경험해본 우리로서는 다시는 이런 지도가 그려져선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지역주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다. 이 뿌리의 근원이 어디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순수한 '애향심'의 차원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권력독점, 권력 과점 지향주의자에 의해 조장된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었거나 좋지 않은 편견으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 이에 대해 반발과 반감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를 막아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이런 선거지도가 그려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이제 우리도 바뀔 때가 됐다. 동서가 극명하게 갈라놓은 이런 총선 지도 그리기도 이젠 중단되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 보라. 그동안 투표에 임하면서 지연, 학연이라는 비이성적인 사슬에 묶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는지, 인물보다 '지역주의'의 볼모가 되어 나 스스로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지 않았는지, 이렇게 던진 내 소중한 한 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구시대의 유물

  • [참성단]선거와 말

    [참성단]선거와 말 지면기사

    선거는 '말'(言)의 잔치다. 후보는 말을 하고 유권자는 그 말을 귀담아 듣는 게 선거운동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그 말을 듣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건 로고송과 율동이다. 이번 4·15총선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말의 전달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로고송과 율동은커녕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후보들의 결기 어린 목소리조차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은 넘쳐났다. TV부터 '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란 이름의 '대체재'(?) 덕분이다.말을 뜻하는 한자어인 '言'은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다. 한자의 가장 오래된 형태를 보여주는 문자인 만큼 수많은 파생어를 낳았다. 그렇다면 '言'의 파생어 중 이번 4·15총선의 특징을 보여주는 글자나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먼저 '저이'(저異)란 단어를 꼽을 수 있겠다. '나와 생각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을 헐뜯고 욕함'이란 뜻이다. 진영논리에 얽매여 죽기살기식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번 선거판과 딱 맞아 떨어진다. '사실이 아닌 일을 꾸며서 남을 해치는 말'을 뜻하는 '무'(誣)와 '거짓말로 속이고 위장하는 말'을 의미하는 '사'(詐)란 글자도 가짜뉴스 논란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 선거였다. '과'(誇· 허풍을 떨고 튀겨서 말함) 또는 '과공'(誇功·자신의 공로를 크게 떠벌림)은 지역 숙원사업이나 개발사업의 기여도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후보들간의 마찰을 설명하는 듯하다. '사사'(詐詐·속임수를 써서 속임수를 속임)란 말에서는 자꾸 '위성정당'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미친 말을 마구 지껄임'이란 뜻의 '광'(광)이나 '헛된 말로 세상을 크게 속인다'는 뜻의 '광세'(광世)를 연상시키는 정당이 투표용지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48.1㎝의 투표용지가 말해주듯 비례대표 참여정당이 난립하면서 빚어진 결과다.그러고 보니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말로 인해 오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훈 작가는 한 산문집에서 "말의 더러움, 말의 비열함, 말의 사특함은 인

  • [참성단]'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참성단]'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지면기사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늘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래서 고뇌한다. 그렇다고 늘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를 더 많이 한다. 이데올로기로 고민했던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이명준은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타고르호를 타고 동지나해를 지나던 그는 푸른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명준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의 운명은 바뀌었을까.'한 번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결정 장애'를 파고들어 성공했다. 하지만 인간이 선택 앞에서 주저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잘못된 선택의 대가가 너무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광기의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 민족과 포퓰리즘의 달콤함을 뿌리치지 못하고 차베스에게 표를 던진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그 후 받은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사회인류학자 비키 쿤겔은 저서 '본능의 경제학'에서 '사람은 본래 이성적 사고와 달리 비합리적 행동을 일삼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미운 오리 새끼에게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아름다운 백조에겐 위협감을 느끼며 똑똑하고 청렴하고 양심적인 사람보다 어눌하고 사람만 좋아 보이는 모자란 듯한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무작정 내 편일 것 같고, 왠지 나를 더 필요로 할 듯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이 때문에 인간은 숱한 선택의 오류를 저지른다. 투표는 더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선한 후보보다, 가시 돋친 말을 날리는 거친 말싸움에 능한 후보에 본능적으로 더 끌린다. 스스로 돈을 벌어 한 번도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후보의 달콤한 말에 기꺼이 후한 점수를 준다. 그래서 기득권 세력을 향한 거침없는 공격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오늘은 21대 총선 투표일이다. 내 손으로 민주주의를 수행하는 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깜깜이'로 치르는 선거지만, 우리 국민들은 역사의 고비때마다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 [참성단]'코로나 선거'

    [참성단]'코로나 선거' 지면기사

    지구촌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힘겨운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인, 특히 각국 정상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이 코로나19 방역 결과에 달려 있으니 물불을 가릴 입장이 아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도 좌충우돌식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중국인 입국금지 이외에 별다른 조치 없이 버티다가 3월 들어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자, 트럼프의 입도 바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국경통제 반대의견이 잘못됐다며, 지원금을 끊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정부가 인플루엔자 팬데믹 대응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은 완벽했다고 우겼다. 책임회피, 물타기 언행으로 그의 말이 신뢰를 잃는 동안 미국은 55만여명의 감염자와 2만2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됐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는 코로나 악재를 입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곤경에 처하기는 아베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을 의식해 코로나19 위기를 의식적으로 외면했지만, 이제는 도쿄 봉쇄론이 오갈 정도로 심각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체검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탓에, 현재 일본내 확진자 수는 실제 확진자의 극히 일부일 것으로 의심한다. 뒤늦게 5천만가구에 천마스크 2장을 준다는 아베를 조롱하는 영상 콘텐츠가 넘쳐났다. 올림픽은 연기됐고, 아베 지지율은 하락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의 대참사에 이어 프랑스, 영국, 독일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존슨 영국 총리는 본인이 확진판정을 받아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어제 퇴원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지방선거를 연기했고, 폴란드는 대선을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이 와중에 우리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예정대로 치른다. 확진자 1만여명에 사망자 217명, 우리의 코로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우수한 의료시스템과 신속한 검사, 국민의 협조로 극복중이다. 여권은 세계적 방역모범국가, 야권은 발생 초기

  • [참성단]총선 풍경(風景)

    [참성단]총선 풍경(風景) 지면기사

    우리는 지금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전 같으면 '꿍짝꿍짝' 틀어대는 선거 로고송을 따라가면 그곳에선 어김없이 작은 유세가 열리곤 했다. 거기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안무를 곁들이며 "기호 ○번!"을 외치곤 했는데, 지금은 로고송을 듣기가 어렵다. 코로나19로 온통 세상이 뒤집어진 판에 노래를 잘못 틀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봐 후보자 간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조용하다.2000년 16대 총선의 승자는 단연 이정현의 "바꿔"였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를 듣고 있으면 왠지 가슴속에 서늘한 무언가가 '훅'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때만 해도 가슴 속에 앙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던 때라 누구에게나 뭐라도 바꿔야 한다는 열망들이 있었다. 그걸 '바꿔'가 충족시켰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도 마찬가지다.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중략) /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거야'. 로고송을 위해 탄생했다 해도 손색이 없는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로고송은 선거운동의 꽃이다'. 하지만 로고송이 사라진 2020 총선.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 잃어버린 느낌이다.사라진 건 로고송만이 아니다. 후보자도 사라졌다. 후보자 얼굴을 볼 수가 없다. 합동유세가 사라진 탓도 있고, 마스크를 쓴 탓인지 아무리 둘러봐도 후보자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후보자 간 TV 토론회도 언제 하는지 찾아보기가 '보물찾기'만큼 어렵다. 대신 '기호 ○번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장문의 카톡 메시지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후보자의 음성메시지가 전부다. 코로나19로 유행이 된 '언택트(비대면)'가 2020 총선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선거의 고질병인 '깜깜이 선거'가 2020 총선에도 예외 없이 재현되고 있다. 이런 탓에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 검증은 아예 꿈도 못 꾼다. 내 지역에 누가 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