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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사라지는 '세계속의 경기도'

    [참성단]사라지는 '세계속의 경기도' 지면기사

    에펠탑과 개선문은 파리시의 명물이다. 베이징엔 자금성이 있고, 호위무사 만리장성이 버틴다. 런던은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타워브리지에, 빨간색 2층 버스가 시내를 누빈다. 그 나라와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다.국가와 도시는 고유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상징을 만들었다. 국기(國旗)와 휘장, 엠블럼 등이다. 파랑 빨강 흰색의 프랑스 국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한다. 대혁명 정신을 담았다.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의 문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국기를 합친 것이다. 통일과 화합의 정신이다.다국적 기업의 엠블럼은 국기보다 더 자주 볼 때가 있다. 삼각형 모형의 유명 자동차 엠블럼이나 누구나 아는 콜라회사의 심벌마크가 그렇다. 오대양 육대주를 원에 담은 올림픽기는 지구촌 축제의 상징이 됐다.경기도가 도기(道旗) 문형과 슬로건을 바꾼다고 한다. 도의 정체성과 위상을 반영하고 도민의 자긍심을 높일 새로운 상징물(GI·Government Identity)을 개발한다는 것이다.지금 쓰이는 슬로건은 'Global Inspiration, 세계속의 경기도'이다. 2005년 손학규 전 도지사 시절 제정됐다. 세계 각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영감들이 교차하는 글로벌시대에 경기도가 첨단지식과 기술, 창조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동북아 경제시대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다. 도 마크는 도내 시·군들의 강력한 네트워크와 팀워크를 상징하는 동시에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네트워크를 상징한다.그런데 '세계속의 경기도'는 의미가 모호해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도민 설문조사에서도 새로운 GI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면 의미도, 해석도, 평가도 달라진다.새 상징물 개발을 위해 전문가자문위원회가 운영된다. 전략, 디자인, 홍보마케팅 전문가 16명이 참여한다. 도민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한 공모전도 열린다.수년 전 서울시가 도시 브랜드를 'I.SEOUL.U'로 바꿨다 혼쭐이 났다. '나와 당신이 이어지며, 함께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의미라지만 '도대체 뭔 뜻이냐, 생뚱맞다'는 반응이

  • [참성단]수요집회

    [참성단]수요집회 지면기사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신문에 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내가 결심을 단단하게 했어요. (일본이)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나오게 되었소.…나올 때 좀 무서웠어요. 죽어도 한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야 말 거요. "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은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의 연쇄증언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에 일본 정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듬해 1월 8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는 첫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수요집회'라는 이름으로 지난 6일까지 1천438회 열렸다. 수요집회의 정식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할머니들은 학생, 시민과 함께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면서 한 번도 빠짐 없이 수요집회를 열었다. 지금도 수요 집회가 열리는 날, 일본대사관은 스무 개가 넘는 창문의 모든 커튼을 내린다.2011년 12월 1천회를 맞은 수요집회 때 일본대사관 앞에 한복을 입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소녀상에는 이제 할머니가 된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꿈 많은 소녀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치된 다음 날, 누군가 소녀상에 목도리를 감싸주면서 국민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후 소녀상은 전국 아니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지면서 평화와 인권, '반일(反日)'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며 수요집회의 상징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수요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는 충격발언을 했다.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는 말도 이어졌다. 정의기억연대 등 위안부 관련 단체와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파문은 일파만파다. 시민단체에선

  • [참성단]연금복권

    [참성단]연금복권 지면기사

    복권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도시재건, 전쟁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복권이 판매됐고,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재산이나 노예를 나누어 주기 위해 복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처럼 당첨 시 현금을 지급하는 복권은 15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지방에서 발행한 '피렌체복권'이 시작이다.우리나라에선 1947년 14회 런던올림픽 경비마련을 위한 올림픽 후원권을 복권의 효시로 친다. 액면가 100원에 1등 100만원으로 모두 140만장이 발행됐다.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이후 재해 대책자금, 전쟁 후 산업 부흥 및 사회복지자금, 박람회 기금 마련 등 특수 목적을 위해 일시적인 복권발행이 이뤄졌다. 첫 정기 복권은 1969년 9월에 나온 '주택복권'으로 2006년 4월까지 판매됐다. 복권의 규모가 폭증한 것은 1990년 즉석식 복권에 이어 2002년 로또 복권이 등장하면서다. 역대 로또 복권 최고 당첨금은 407억원으로, 2003년 4월 춘천의 당첨자가 세금을 제외하고 318억원을 받아 부러움을 샀다.복권을 흔히 '희망 세금' '빈자의 세금'이라고 한다. 서민에게 헛된 희망만 키울 뿐, 당첨이 어려워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과 같기 때문이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천60분의 1이다. 80㎏ 쌀 세 가마니 분량에 검은 쌀을 한 개 넣고 그것을 집을 확률과 맞먹는다. 골프에서 150야드 파 3홀 기준으로 홀인원 확률은 일반인은 1만2천500분의 1, 프로선수 2천500분의 1인 걸 감안한다면 사실상 당첨이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복권 구매자의 60%가 월평균 소득 400만원 가구인 것을 보면 복권은 '서민의 꿈'이 분명하다.지난달 30일 출시한 '연금복권 720+'가 매진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당첨액을 기존 월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40% 상향한 게 인기 요인이 됐다. 정부는 새 복권을 발매하면서 '로또에 쏠린 시장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에 '균형발전'을 갖다 붙이니 쓴웃음이 나온다

  • [참성단]아듀! 드라이브 스루

    [참성단]아듀! 드라이브 스루 지면기사

    테러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질병이나 사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독소, 유해 물질을 고의로 방출하는 생물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겨냥하는 만큼 최악질 테러가 아닐 수 없다. 생물테러가 벌어질 경우,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테러 피해자들에게 해독제 등 약품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년 전 그 방법을 연구한 의사들이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이다.이들은 2018년 생물테러시의 약품 배분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해독제 지급 방식을 고안해냈다. 당시 연구책임자는 엄중식 교수였다. 김진용 과장은 연구 결과를 '드라이브 스루'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대구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이재갑 교수가 밤늦게 "대규모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글을 단톡방에 올리자 김진용 과장은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직접 그림까지 그려 5장의 드라이브 스루 제안서를 만들었다.이렇게 해서 국내에 도입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검체검사에 1명당 최대 1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는 10분 안에 끝났다. 이런 효율성 때문에 전국 곳곳에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가 설치되더니 외신의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 BBC는 "한국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했다"고 했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한국을 추켜세웠다. 처음에 드라이브 스루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던 일본도 결국 한국을 따라 할 수 밖에 없었다.인천시가 6일부터 선학체육관 주차장에서 운영해오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검사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개인적으로 드라이브 스루의 '원조?'는 명절 때 꽉 막힌 고속도로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뻥튀기 판매상들이 아닌가 싶다. 길이 뚫리면 판매상은 사라진다. 드라이브

  • [참성단]프로야구 무관중 개막

    [참성단]프로야구 무관중 개막 지면기사

    2015년 4월 30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무관중 경기였다. 당시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로 흑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폭동사태 우려로 내려진 부득이한 조치였던 것. 당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 경기였다.프로 스포츠에 관객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물의를 빚은 구단에 내려지는 최후의 조치다. 국내 프로 스포츠 첫 무관중 경기는 2007년 축구 K3 리그인 서울 유나이티드가 받았다. 당시 서울은 대구의 한국 파워트레인과의 홈경기 중 응원단과 선수들 간의 폭력사태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무관중 경기'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제경기에서도 가끔 무관중경기가 치러진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이 그런 경우다. 북한은 2005년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심판 판정 항의와 오물 투척, 상대 선수단 위협 등으로 제3국 내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어제 프로야구 개막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5개 구장에서 열렸는데 그 어디에도 팬들의 함성이 없었다. 홈런과 안타가 터져도, 절묘한 수비가 펼쳐져도 관중석에선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의 '언택트 세리모니'는 마치 무언극의 배우를 보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TV 중계 역시 스포츠 캐스터들이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려고 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탓에 무관중이라도 경기가 펼쳐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의 일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비록 무관중이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보니 비로소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레부터는 K리그 프로축구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 이 모두 국민이 솔선수범해서 코로나19를 슬기

  • [참성단]5월에…

    [참성단]5월에… 지면기사

    5월은 '눈으로 듣는 음악' '귀로 듣는 그림'의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5월을 노래한 시가 많다. 당장 괴테의 '5월의 노래'가 떠오른다.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행복이여 환희여/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금빛 아름다움/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햇빛에 반짝이는 신록의 잎사귀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살아있는 것들이 뿜어내는 고귀한 생명력. 눈이 부신다. 피천득은 5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다. 우리도 눈매가 한없이 푸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5월이 오면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은 뛰노니,/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바라기는 나의 하루하루가/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지기를.'지금은 무지개를 보기가 밤하늘의 별을 보기만큼 어렵지만, 그때는 무지개가 별만큼이나 흔했다. 그래서 소중한지도 몰랐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를 읊조리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친구들과 얼마나 킥킥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보니 그 말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런 5월을 맞이할지는 몰랐다. 원래 5월은 도약하는 달이다.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것도 가정의 화목을 바탕으로 큰 꿈을 성취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5월은 어떤가. 가슴은 메마름으로 석고처럼 굳어있고, 마치 한 마리 부패한 생선처럼 희망도 행복도 변질해 가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5월은 슬픈 달이 돼버렸다.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푸른 빛을 볼 수 있는 한 뼘의 정

  • [참성단]19세 소형준

    [참성단]19세 소형준 지면기사

    2006년 4월 12일 잠실구장. 인천 동산고를 갓 졸업한 한화의 신인 류현진은 LG전에 등판해 7.1이닝 3안타 10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데뷔 선발승을 기록한다. 그의 나이 19세.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LG 팬들은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류현진의 역투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이날의 '충격의 패배'를 기억하는 LG 팬들이 의외로 많다. 류현진은 그해 201.2이닝을 던져 204개의 탈삼진과 18승으로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런 '슈퍼 루키'의 탄생은 구단은 물론, 팬들에겐 엄청난 축복이 아닐 수 없다.수원 kt 위즈 팬들은 14년 전 류현진으로 인해 한화 팬들이 맛봤던 기쁨을 어쩌면 올해 똑같이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19세 소형준 때문이다. 189㎝ 92㎏의 듬직한 체구. 100m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본다면 류현진인지 소형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다른 점이 있다면 류현진은 좌완, 소형준은 우완이라는 것. 신인 투수가 데뷔 첫해 선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kt 5선발을 꿰어찬 소형준은 류현진이 그랬듯, 올해 KBO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로 개막전을 치르는 선수가 됐다.코로나19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우리는 그의 역투를 못 볼뻔했다.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면서 시범 경기가 시작됐고, 지난 22일 한화전에 등판한 19세 소형준은 눈부신 역투를 펼치면서 6.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날 한화 선수들이 친 안타는 고작 5개. 비록 시범경기지만 한화 선수들은 최고 150㎞ 강속구에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간간이 던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19세 루키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2015년 프랜차이즈 스타 투수 박세웅을 롯데로 보내야 했던 kt 위즈 팬들의 아픔을 19세 소형준은 깨끗이 치유해 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많은 슈퍼 루키의 출현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어디 한두 군데 이상이 생겨

  • [참성단]평양의 사재기

    [참성단]평양의 사재기 지면기사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회담에서 북한의 박영수 협상대표가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폭언을 하고 회담장에서 뛰쳐나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른바 '서울 불바다론'. 그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가게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그 해 6월에는 북한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탈퇴를 선언하자 또 한 번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이처럼 북한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사재기 바람이 불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북핵과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용어가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그 후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일어도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이 터져도,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가 포격을 당해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재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소식에도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 등 유통 시장은 평소 때와 다름없었다. 수없이 반복된 '학습효과' 탓이다.'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평양에서 생필품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나왔다. 기사를 작성한 애나 파이필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 전문기자다. 서방 언론인들 가운데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한다는 평을 듣는다. 십여 차례 이상의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북한정권의 향방을 꾸준히 추적했다.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프리뷰 간)의 저자이기도 하다.기사에 따르면 평양 엘리트들 사이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과일과 채소, 쌀, 술 심지어 전자제품까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의 기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발끈했다. 북한과 우호적인 러시아의 타스 통신 역시 "평양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양 통신원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기사 중 관심을 끄는 건 '과거에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있었지만, 이번 루

  • [참성단]31번 확진자 미스터리

    [참성단]31번 확진자 미스터리 지면기사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31번 확진자 발생 전후로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월 16일 30번 확진자 발생할 때까지 코로나19는 폐쇄국가 중국에 국한된 감염병이란 인식이 강했다. 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이 중국에 대한 국경봉쇄를 강조해도, 정부가 바이러스 발생지 후베이성만 봉쇄한 것도 미미한 확진자 발생빈도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방역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정세균 총리는 2월 13일 신촌 일대 상가를 마스크 없이 돌면서 상점 주인들에게 "그동안 돈 많이 벌어 놓은 걸로 버텨야지", "손님이 적으시니 편하시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비난을 샀다. 부적절한 농담이었지만, 코로나 조기 종식에 대한 자신감은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신천지교회가 등장했고, 세상이 완전히 변했다.신천지교회 교인 1만여명을 전수조사하자 1주일만에 확진자가 1천명 대에 진입했고, 2주 뒤엔 5천명을 돌파했다. 방역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경증환자가 음압병실에 입원하고, 중증환자가 입원대기 중 집에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구는 한국의 우한이 됐다. 세계 각국이 한국에 국경을 닫았고, 중국의 각 성(省)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대란에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소상공인은 가게 문을 닫고, 경제는 마비됐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31번 확진자는 코로나 대재앙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 서 있었다.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의 슈퍼전파자로 의심받았다. 병원의 검진 권고에도 불구하고 교회 등 다중집합시설을 방문한 데다 동선을 숨긴 행위는 도마에 올랐다. 본인은 보건소에서 검진을 거부당했다고 항변했지만 반향은 적었다. 그녀가 입원 67일만인 지난 24일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신천지교회 내부가 의심되지만 추측에 머문다.다만 당국이 국경 검역이 느슨했던 시기에 코로나19가 은밀하게 확산된 건 분명해 보인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과

  • [참성단]얼빠진 軍

    [참성단]얼빠진 軍 지면기사

    군기 빠진 오합지졸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한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 연원은 확실치 않다. 당이 어떤 나라인가. 태종 이세민의 나라다. 건국 초기만 해도 중국 왕조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국가였다. 동쪽으로는 요동을 서쪽으론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고구려의 아들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까지 동서 비단길을 연 것도, 나침반, 제지술 등 화려한 문물을 서방에 전한 것도 당이었다. 그런데 '당나라 군대'라니.대부분 왕조가 그렇듯, 당나라도 후기로 가면서 군역 제도의 결함과 그에 따른 지휘관의 비리와 지도층의 부패로 군이 오합지졸이 된 것은 분명하다. 8세기 전후 양귀비와 염문을 뿌린 당 현종 때부터 전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중반에 이르자 토번(티베트)과 돌궐(위구르) 등의 침략에 당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토번의 공격에 수도 장안을 내준 적도 있었다. '자치통감'에 당나라군이 전쟁에 나갔다 하면 '연전연패'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안사의 난'을 전후해 당 왕조가 부패와 무능으로 급속히 쇠락하면서 당군은 오합지졸이 됐다. '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이때 나왔다는 말이 있다.요즘 우리 군의 기강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군기 문란에 기강해이까지 마치 "당나라 군대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가 야전삽으로 여군 중대장을 폭행하는가 하면, 충청도의 육군 부대에서 남성 부사관들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육군 전방부대에서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서 암구호를 공유한 사병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군 시설에 민간인이 무단침입한 것도 한 두건이 아니다. 최근엔 대령이 최고등급 보안구역에 마이크를 설치해 3개월간 엿듣다 적발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오죽하면 점잖기로 소문난 정경두 국방장관이 "불합리한 부대 지휘에 의한 장병 인권침해, 상관 모욕, 디지털 성범죄 및 성추행, 사이버 도박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관 지휘 서신을 내렸을 정도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