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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대북·대남전단 유감

    [참성단]대북·대남전단 유감 지면기사

    초등학생 때 북에서 날려보낸 삐라를 몇 차례 주워봤다. 겨울철 동네 어귀 논밭에서다. 지폐 크기에 삽화는 조잡하고, 구호는 살벌했으나 놀라지는 않았다. 반복된 반공교육의 효과일 것이다. 손에 쥔 삐라는 다음날 학교 선생님께 드렸다. 삐라를 소지하는 건 나쁜 행동이라고 배웠다.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국민 혈세 170억원을 들여 2018년 9월 준공한 화해·공존·평화의 상징물이다. 황해도 해안가 포문이 개방됐고, 북측 GP 초소가 재건됐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피의 보복을 언급했다.김 부부장의 분노와 남북경색을 부른 건 대북전단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절대로 용납치 못할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버러지 같은 자들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천하의 불망종 짓을 저질러도 남조선에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인간쓰레기들의 경거망동이라는 폭언이 뒤따랐다.대북전단은 남·남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파주·연천 등 접경지에서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옥신각신한다.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해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북전단을 주도하는 보수단체 대표의 무허가 주택은 철거 절차를 밟고 있다.이재명 경기지사 공관과 분당 사저에 경찰력이 배치됐다. 도청사 방호 인력도 늘렸다. 한 보수성향 인사가 이 지사 집 근처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이를 막으면 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면서다.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엔 항의 한 번 못하면서 힘없는 탈북자 집엔 공무원을 동원해 요란한 쇼를 연출했다"고 비판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전단 살포는 법적으로 재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과잉 행정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을 자극해 접경지역 도민들을 군사적 위험에 노출시키는 게 사회재난"이라고 반박했다. 입씨름이 인신공격으로 격화하고 있다.영어 'bill'에서 유래한 일본말 삐라는 2차대전 말 연합군이 처음 사용했다. 대표적인 심리전 매체로 한국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북

  • [참성단]회고록

    [참성단]회고록 지면기사

    회고록과 자서전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게 그거지만 굳이 따진다면 회고록은 사건의 내막과 진상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데 반해 자서전은 자신의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그때그때 일어난 사안을 다룬다. 진실하게 집필된다면 이들의 역사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치적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사실을 왜곡해 사료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 자서전이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가 움직인다'처럼 사안이 민감한 경우 내용의 진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회고록을 꼽는다면 단연 1980년대 출간된 '김형욱 회고록'일 것이다. 출간 당시에는 '박사월'이란 가명으로 출간됐지만, 훗날 김경재 전 의원이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으로 망명한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구술을 받아 쓴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비방으로 채웠다. 김형욱의 주장이 너무 일방적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훼손됐으나 독재정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린 덕분에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 출판사가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메모광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으로 미국과 관련국이 시끄럽다. 어제 미국 법원이 미 법무부가 신청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조만간 이 회고록이 시중에 뿌려진다. 트럼프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측근들은 볼턴이 돈을 벌기 위해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 유포하는 동영상과 사진)'를 발간했다고 비난하고 있어 파문은 더 커질 것이다. 회고록이라기보다 '볼턴의 트럼프 대통령 관찰기'에 더 가까우나 어찌 됐건 언론이 대서특필 해주면서 볼턴과 출판사 '사이먼엔슈스터'만 큰돈을 벌게 생겼다.최근 우리 서점에도 최서원(최순실)의 회고록 '옥중 회오기-나는 누구인가'가 선을 보였다. 초판이 매진돼 증쇄에 들어가는 등 제법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

  • [참성단]위기의 손정의

    [참성단]위기의 손정의 지면기사

    재일교포 3세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느낌'으로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200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만나 그에게서 강렬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느껴 '6분 만에 2천만 달러 투자 결정을 내린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 회장은 이 투자로 2014년 알리바바가 상장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로켓 배송시스템'을 도입해 물류혁명을 주도한 쿠팡의 24시간 배달시스템에 반해 1조원을 투자한 것도 손 회장 아니면 엄두를 못 낼 일이다.손 회장은 24세이던 1986년 당시 일개 벤처회사에 불과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성장성을 알아차리고 소프트웨어 일본독점 판매권을 따내 큰돈을 벌었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판매 기업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손 회장은 기업인수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창업 6개월밖에 안 된 야후의 지분을 인수해 야후 재팬을 세웠고 언론재벌 머독과 합작해 J스카이B와 재팬텔레콤 등 IT 통신업체에 손을 대 크게 성공했다.이때부터 손 회장에게 '투자의 신'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보통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회사의 미래 전망과 관련 시장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다르다. 미래를 선도할 기술 기업이란 '느낌'이 오면 일단 과감하게 지르고 본다. 이 때문에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50수 앞을 내다보는 투자'라는 손 회장의 이같은 투자법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다. 평생 그가 그토록 신봉한 '공유공제'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투자한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주가가 공모가(45달러)보다 30%가량 하락하고, 85억 달러를 투자한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의 적자로 소프트뱅크 그룹은 1분기 적자만 1조4천381억엔(약 16조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손 회장의 투자 능력이 전 같지 않다며 세계 언론들이 그의 판단력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자금압박에 몰린 손 회장이 지난 4월 현금확보를 위해 알리바바 주식 1조2천500억엔을

  • [참성단]무덤

    [참성단]무덤 지면기사

    인천대 총장을 지낸 김학준 박사가 쓴 '붉은 영웅들의 삶과 이상'은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의 발자취를 담은 책이다. 다소 이색적인 것은 김 박사가 이들 공산주의자들의 무덤을 순례하면서 그들의 삶을 풀어낸 책이라는 점이다.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무덤'은 소련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닌'의 무덤이다. 무덤 자체만을 놓고 볼 때, 레닌의 무덤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못지 않게 공을 들인 무덤이다. 스탈린은 1930년 크렘린 궁전의 정면에 붉은 화강암으로 레닌국립묘지를 만들고 레닌의 시신을 안치했다. 사실 레닌은 이보다 6년 전에 숨져 다른 묘소에 묻혀 있었다. 레닌 사후 권력을 쥔 스탈린이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유해를 이장한 것이다.레닌의 시신은 미라 상태로 보존됐는데 과학자들이 레닌 미라를 관리하는 과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과학자들이 열쇠를 돌리면 석관의 문이 열리고 이어 먼지를 방지하는 문이 열린다. 수류탄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된 문들이다. 다음으로 기계장치가 시신을 얹은 침상을 수레 위에 올려놓으면 수레가 레일을 따라 '작업실'(?)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과학자들은 레닌의 손과 얼굴에 사체보존 용액을 바르고 스테레오 카메라 촬영작업, 피부 색깔 분석 등을 진행한다. 보존상태가 얼마나 완벽했는지 레닌 사후 73년이 지나 한 대학교수가 "복제기술을 활용한다면 레닌을 현재에 부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하게 다뤄진(?) '건국의 아버지'도 소련 해체 이후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야 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라 보존을 위한 국가보조금을 끊었고, 레닌 묘소의 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구소련시대, 레닌의 무덤은 이데올로기의 좌표였다. 레닌의 무덤은 그 좌표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국립현충원에 묻힌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찬반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독립군을 탄압한 '

  • [참성단]막말 배틀

    [참성단]막말 배틀 지면기사

    '황산벌'은 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를 정화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여러 정신분석학자의 주장을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다. 보는 내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언어로 말싸움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 이준익 감독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렀다. 영화 한 편으로 묵은 체증이 '훅~'날아가는 것도 드문 경험이다. 물론 싸우는 사람들은 고역이겠지만, 말싸움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준다는 것을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모든 싸움은 처음엔 말로 시작한다. 먼저 누군가 비아냥거린다. 물론 그 말속에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들어있다. 말을 듣고 상대방의 얼굴에서 "니가 나를 무시해"라는 표정이 읽힌다면, 싸움의 반은 승리한 것이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상대는 으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호흡이 가빠지고 말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아냥에도 표정이 없으면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발언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른바 '막말'이다. 사전에서 '막말'의 정의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딱 잘라서 하는 말, 또는 나오는 대로 속되게 하는 말이다.요즈음 얼굴을 마주하고 삿대질하며 싸우면 '꼰대'라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코로나 19 탓에 '비대면 말싸움'이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벌어진다. '막말 배틀'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장외 정치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SNS 막말 배틀이 점입가경이다. "옥류관 주방장-문재인 대통령-신동근 의원-진중권 백성. 한반도 권력서열이 이렇게 되는 거냐"는 진 전 교수의 비아냥에 무시당했다고 느낀 신 의원이 '가학' '꼴값'이라는 저급한 용어를 사용했다. 이렇게 막말로 가면 진 전 교수가 반은 이겼다고 봐야 한다. "이쯤이면 막 가자는 거죠? (feat. 노무현 전 대통령)"라는 응수에 승자의 품격이 보이는 이유다.정치를 언어의 미학이라고 한다.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온갖 미사여구로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우

  • [참성단]금수저 병사의 황제 군복무

    [참성단]금수저 병사의 황제 군복무 지면기사

    제갈량은 유비 사후, 그의 유지를 받들어 위나라를 정복하기 위한 북벌에 나선다. 하지만 1차 북벌부터 꼬였다. 아끼던 장수 마속이 제갈량의 작전에 따르지 않아 패배하는 바람에 전쟁 전체를 망친 것이다. 제갈량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 고사의 유래다. 전국시대 위나라 장군 오기는 병사의 종기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냈다.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단다. 그 병사의 아버지도 오기가 고름을 빨아주어 살렸는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다 진짜 죽어버린 것이니, 아들 또한 그리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적과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는 군기(軍紀)가 생명이다. 명령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강이 살아있으면 강군이고, 기강이 무너지면 오합지졸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군 지휘자는 군기 유지에 각별히 힘썼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 장군은 군령과 군법 위반자에 가차없었다. 곤장 맞은 병졸은 허다했고 장대에 목이 매달려 효시된 탈영범과 군법위반자가 한 둘이 아니다. 군기가 바짝 선 조선 수군은 제해권을 장악했다. 6·26전쟁 영웅 백선엽은 낙동강 전선에서 병사들에게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쏘라"며 돌격명령을 내렸다. '사단장 돌격' 신화다. 군법·군령의 엄정한 집행과 장수의 솔선수범이 군기를 세우고 강군을 만든다.국군이 걱정이다. 금수저 병사의 황제 군복무 논란은 군기 문란의 끝판을 보여준다. 재벌가의 아들인 공군 병사가 상급자인 부사관에게 빨래와 음료수 심부름을 시키고 무단외출과 불법면회도 모자라 전용 생활관을 썼다는 의혹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에 앞서 육군 병사가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고, 육군 부사관들이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하극상도 노출됐었다. 당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우리 군을 "남조선군은 복장을 통일하고 모여 생활하는 날라리들의 모임"이자 "총을 잡은 자유주의 구락부"라고 대놓고 조롱했다. 금수저 병사에 대해선 어떤 조롱을 내놓을 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북한이 대놓고 군사도발을 예고하고, 대한민국 군 통수

  • [참성단]대통령 연설문

    [참성단]대통령 연설문 지면기사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은 주로 변호사 출신 시어도어 소렌슨이 썼다. 물론 혼자 쓴 것은 아니다. 작성 전 대통령과 연설 작성팀 간의 충분한 토론을 했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기 바란다"는 그 유명한 연설도 소렌슨의 손을 거쳤다. 여기에 교수, 언론인, 행정가 출신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스핀닥터'의 조언이 가미된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2009년 9월 건강보험 개혁법안 상하원 합동연설은 35세의 코디 키넌 백악관 연설담당 비서관의 손을 거쳤다. "지금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도덕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특징', 사회적 정의의 근본 원칙에 대한 것"이라는 연설은 '미국의 특징'이라는 문구 하나 때문에 지금도 회자한다. 오바마는 연설 직전까지 연설문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문장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8년간 연설문 작성을 담당한 강원국 전 연설 비서관은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두 대통령이 연설문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보여준다. 김 전 대통령은 초안을 올리면 빨간 펜으로 연설문 가득히 수정해 수차례 내려보낸 뒤 완성했고, 노 전 대통령은 문맥이 낯설면 새로 쓰라고 하거나 본인이 직접 컴퓨터로 고치기도 했다. 국정 철학과 방향, 대국민 메시지가 연설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다.최근 대통령 연설문을 두고 진중권 전 교수와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 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진 전 교수는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느낌이 든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면 치열한 고민과 철학을 읽을 수 있는데 문 대통령 연설에는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점은 너무도 의외다.대통령의 연설문에는 국가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한 자 한 자가

  • [참성단]6월 폭염

    [참성단]6월 폭염 지면기사

    2016년 여름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내 기억 속엔 그랬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더위 때문에 매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집집이 에어컨을 틀어대는 통에 전기요금 통지서를 받아들고 모두 충격을 받았다. '찜통더위'·'살인더위'·'가마솥더위'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녔다.하지만 1994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94년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권 도심 최고 기온이 평년보다 4도 높았다. 낮 기온 33도 이상인 폭염 일 수가 31.1일을 기록했다. 노약자 사망자가 속출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7편 '그해 여름'에 열대야를 피해 골목에 자리를 편 사람들의 모습이 나올 정도였다.그러나 모든 과학적 지표는 2018년 여름을 가장 더운 해로 기록하고 있다. 인간 체온 36.5도를 훌쩍 뛰어넘은 41도를 기록한 날이 여러 번 있었다. 전국 응급실에는 더위 먹은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열대야가 나타난 날도 평균 17.7일로 전 국민은 뜨거운 밤을 보내야 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 세계가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고기압 기단이 북반구 전체를 솥뚜껑처럼 덮어 열을 가두는 '히트 돔 (heat dome)'현상이 원인이었다.기상청은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 경보를 내린다. 이제 겨우 6월인데 그런 폭염주의보, 경보가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동되고 있다. 강릉에는 첫 열대야가 찾아왔다. 지난 9일 대구 낮 최고기온은 37도를 기록했다. 올여름엔 1994년, 2016년, 2018년보다 더 끔찍한 더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므로 땀이 차거나 호흡하기도 어려워 최악의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코로나 방역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마스크에 두꺼운 방호복으로 잇단 탈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한 여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이렇게 뜨거운 6

  • [참성단]고다드가 쏘아 올린 꼬마로켓

    [참성단]고다드가 쏘아 올린 꼬마로켓 지면기사

    우주선을 쏘아 올려 달에 착륙시키는 과정은 골프와 흡사하다. 가장 파워풀한 드라이브 샷으로 공을 멀리 보낸 다음 아이언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퍼터로 홀에 넣는 게 골프의 플레이 과정이다. 로켓을 다단계 추진체로 나눠 순서대로 연소시키며 추진력을 얻는 우주로켓의 원리와 닮아있다. 골프에서 가장 정교함이 요구되는 퍼팅은 로켓에서 분리된 캡슐을 최종적으로 달에 안착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골프 문외한(?)이면서 이런 로켓의 원리를 창안한 사람이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고다드'다. 로켓이 하늘로 올라가면 중력을 극복하고 점점 빨라져야 하는데 그가 로켓연구에 뛰어든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를 하나의 탱크에 싣지 않고 몇 개의 탱크에 나눠 실은 뒤 소진된 탱크를 몸체에서 분리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로켓 무게를 줄여 운항거리를 늘리고 속도는 물론 연료효율도 높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그가 1926년 실험로켓을 발사해 처음으로 성공한 양배추밭은 미국의 역사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가 양배추밭에서 발사한 로켓은 고작 12m를 올라가 2.5초 동안 날아간 후 떨어졌다. 그런데도 이 곳은 '로켓과학의 성지'로 불린다. 그만큼 로켓과학에 대한 그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우주장정거장 도킹에 성공한 첫 민간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도 고다드가 쏘아올린 실험용 꼬마로켓의 직계후손이다. 하지만 그가 로켓연구에 매진할 때, 지금과 달리 그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인류의 미래'(미치오 카쿠)란 책에서는 고다드와 언론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고다드가 우주여행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1920년 '뉴욕타임즈'는 "고다드 교수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도 모르면서 대학의 안락의자에 앉아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이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이 때 뉴욕타임즈는 "고다드가 옳았다. 과거의 실수를 뉘우치며 고다드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

  • [참성단]페이고 원칙

    [참성단]페이고 원칙 지면기사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중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란 노래가 있다. 재정 전략 없이 우리가 재정을 운영하는 것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바닷길을 가려는 것이나 똑같다." 2015년 5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느닷없이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지출증가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페이고 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정치판은 페이고 원칙이 뜨거운 화두였다. 하지만 국회 입법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흐지부지 끝났다.'페이고 원칙'은 'Pay as you go(번 만큼 쓴다)'의 줄임말로, 예산 지출 계획을 짤 때 재원조달 계획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다. 좀 더 고상하게 말하면 의무지출을 위해 새로운 입법을 하고자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과도한 예산 지출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 장치쯤으로 생각하면 된다.미국은 국가의 지출 증가나 재정수입 감소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제출할 때 반드시 '재원확보 방안'도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 원칙을 법제화했다. 2010년 재도입하면서 2015년까지 5년간 550억 달러(약 67조 원)의 재정을 절감했다고 한다. 독일 역시 헌법에 페이고 원칙을 규정해 놓았다. 일본도 신규사업을 요구할 때 기존 사업을 폐지하거나 감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페이고와 유사한 준칙으로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무분별한 예산 지출을 막아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감사원이 최근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권고하고 나섰다. 여기서 재정준칙이란 페이고 원칙보다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3차 추경에 이어 연말 세수 펑크로 인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