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참성단]'의원 꿔주기' 지면기사
2000년 4월 13일 치러진 16대 총선은 재적 의원 273명 중 야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에 4석 모자라는 133석을, 여당인 민주당이 115석, 자민련이 17석을 얻어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으로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정국안정을 희구했지만 나는 늘 뒤뚱거리는 선박의 선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여소야대로 인한 불안정한 정치지형은 첫해에만 4번의 파행을 부르는 등 국회는 극심한 정쟁 속으로 빠져들었다.이 때문에 16대 국회는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자민련 구하기'가 노골적으로 시도됐다. 그중 하나가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 마침내 2000년 7월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원내 의석 20석 이상에서 10석 이상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지만, 이만섭 국회의장이 거부해 본회의까지 가지 못했다.그러자 민주당 배기선 의원이 총대를 멨다.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옮기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것에 착안, 송석찬 의원과 송영진 의원과 전격 이적한 것이다. 국회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의원 꿔주기'다. 그때만 해도 이 추태가 헌정사상 유례없는 코미디로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리란 걸 아무도 몰랐다. 이뿐이 아니다. 송석찬 의원이 김 대통령에게 "저는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충성편지를 보낸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배기선 의원은 훗날 인터뷰에서 "이튿날 새벽 김대중 대통령이 전화로 '배 동지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소'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국회 창고 속에 처박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았던 '의원 꿔주기' 망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을 배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투표용지 상 앞 순번을 받기 위해서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현역 의원 7명을 보내기로 하면서 '의원 꿔주기'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회 사상 처음으로 소속 의원 3명을 만장일치로 제명하는 거친 수법이 사용됐다. 4명
-
[참성단]독도표 진단키트 지면기사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란 제목의 논문에서 일본인의 조상에 대한 세 가지 학설을 소개한다. 첫째는 일본 열도의 원주민인 '조몬인'이 점차 현대 일본인으로 진화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 학설은 어마어마한 수의 한국인이 농업기술과 문화, 유전자를 가지고 이주했고, 현대 일본인은 한국인 이민자의 자손이라는 설이다. 마지막 학설은 한국에서부터 이주가 이뤄졌다는 증거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엄청난 규모였다는 견해는 부정한다. 하지만 이후 한국인의 수가 급격히 불어나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두 번째 학설과 맥을 같이한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골격과 두개골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학설에 더 무게를 둔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긴 하지만 일본이 저지른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별로 수긍하고 싶지 않은 학설이기도 하다. 일본인의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리 만무한 일본이야 오죽할까.다이아몬드 박사도 이를 의식했는지 "한국인과 일본인은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지만 이러한 반목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제언한다.그러나 '반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박사의 긍정적 전망은 상당기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이 근현대사마저 왜곡하는 마당에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일본 정부가 결국 24일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담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총 17종의 검정을 승인했다. 수출·입국 규제에 이어 이번에는 교과서로 또 한번 한국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일본의 역사왜곡에 분을 참지 못했는지 한 시민이 독도와 관련한 이색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해
-
[참성단]비례대표 지면기사
4·15총선을 앞두고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비례대표의 전신은 '전국구(全國區)'다. 1963년 6대 총선에서 첫선을 보인 전국구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직능대표성을 선출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여당은 권력자에게 충성하는 정치인과 직능별 지지세력 확보를 위해 전국구를 이용했고, 늘 정치자금이 부족했던 야당은 정치자금 모금창구로 전락시켰다.유신헌법하에 있었던 9, 10대 국회에서 전국구는 유신정우회(유정회)로 바뀐다. 대통령 추천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선출한 유정회 의원은 여당의 입장을 관철하는 거수기 역할로 '원내전위대', '친위대'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11대 국회 때 부활한 전국구는 16대 국회까지 지역구 의석이나 득표율에 따라 의원을 뽑을 때 당선 가능한 앞번호를 받기 위해서 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30억원 내면 당선되고 20억원 내면 떨어진다는 '30당·20락'이란 말도 그때 나왔다. 특권은 누리면서 지역구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천국구(天國區)'라고도 불렸다.17대 총선부터 1인 2표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돈 공천 논란은 줄었지만, 특정 계파 공천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여전히 비례대표 본연의 의미 대신 당 대표나 실력자의 측근들이 포진하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4·15 총선 비례대표의 확보를 놓고 집권당이 급조한 정당과 손을 잡으며 추악한 전쟁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신생 정당의 난립도 문제다. 이는 작년 말 민주당이 제1야당의 반대에도 '4+1 협의체'를 앞세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강행 처리해 가능해졌다. 20대 국회가 만든 최악의 부산물이다. 양당제 폐해를 줄이고 군소정당의 당선자를 늘리겠다고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이제 두 거대 정당의 의석수가 더 늘어나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4·15 총선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할지도 모른다. 성인 양팔 길이의 투표용지와 당명을 읽는 데만
-
[참성단]도쿄올림픽 덮친 팬데믹 지면기사
"스포츠적이고, 기사다운 시합은 인간의 최고의 자질을 깨웁니다. 그것은 또한 평화의 정신 안에서 국가들을 결속시키는 것을 돕습니다. 그것이 올림픽 성화가 죽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아돌프 히틀러의 개최 연설 중 한 대목이다. 겉으로는 스포츠를 통한 국제평화를 강조했지만, 나치정권을 수립한 히틀러는 독일 선전을 위해 최초의 성화봉송, 최초의 TV생방송 등 베를린올림픽을 철저하게 기획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한 국제평화는 기만이었다. 히틀러는 1939년 폴란드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의 지옥문을 열었다.1896년 아테네올림픽이 개최된 이래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이 취소된 건 1, 2차 세계대전 시기뿐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191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이 취소됐는데,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나치의 세계대전 예고편이 됐다. 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인 1940년 일본 도쿄올림픽은 중일전쟁 개전으로 핀란드 헬싱키로 개최지를 옮겼지만 끝내 취소됐다. 1944년 영국 런던올림픽은 아예 개최를 상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올림픽은 단 한차례 중단 없이 이어졌다. 오히려 개최국, 개최도시의 영광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올림픽 개최가 선진국 통과의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냉전시대에는 동·서 진영의 체제 경쟁으로 인한 정치적 오염이 심각했고, 냉전시대 이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상업성과 개최국의 올림픽 불황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올림픽 개최는 여전히 나라와 민족의 자부심을 상징한다.일본 아베정권이 공들여 준비해 온 제32회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의 세계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지구촌 여론 때문이다. 캐나다가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고, IOC도 개최 연기 검토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도 마지못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베 정권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 후유증을 극복하려, 2013년 개최권을 따낸 이후 수십조원을 쏟아부었다. 일부 종목의 후쿠시마 개최와
-
[참성단]'동학개미운동' 지면기사
'톰 소여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투기를 좋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그의 투기심리를 부추겼다. 광산에도 투자했고, 도박에도 손을 댔다. 주식투자로 큰 빚을 지기도 했다. '톰 소여 모험'이 대 히트하면서 인세로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모두 주식으로 날렸다. 처음엔 일확천금을, 후엔 원금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실패했다. 전형적인 개미투자가들이 그렇듯 말로는 주식투자는 할 게 못 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일확천금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들이 매수하고 있다. 3월 들어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7천669억원(우선주 포함) 어치를 매도했는데 개인들이 4조5천113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이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장이 무너져도 삼성전자만큼은 굳건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됐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크게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보면서 터득한 학습효과다. 하지만 개인 투자가들은 빚을 내 주식을 산다는 것이 문제다.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594만여주로 지난달 말 415만여주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1894년 12월 5일 동학군의 마지막 전투인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군은 분당 400발을 발사하는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2만여명이 사살됐다. 죽창으로 최신식 무기와 대적했으니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개인이 주식운용을 잘해도 총알(자금)이 풍부한 외국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외국인들은 매도로 마련한 현금을 본국으로 보내지 않고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저점에서 다시 들어오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지금이 바닥'이란
-
[참성단]백신 지면기사
두창, 마마로 불리는 천연두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기원전 1160년경 사망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도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유럽에 천연두가 창궐했다. 이들이 옮겨간 바이러스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운 좋게 살아도 시력 상실, 곰보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1768년 영국의사 존 휴스턴은 우두(牛痘)에 의해 감염된 사람이 천연두에 면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796년 '면역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제너는 이를 바탕으로 소젖 짜는 여인들이 미약하게나마 우두를 앓자 그 물집의 고름으로 천연두 예방 물질을 개발했다. 수천 년간 인류의 적이던 천연두가 극복되는 순간이었다. 천연두는 1959년을 끝으로 새로운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1980년 WHO는 천연두의 지구 상 박멸을 선언했다.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3만 개의 질병이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가 홍역, 장티푸스, 파상풍, 콜레라 등의 감염병 공포에서 벗어난 건 순전히 백신 덕분이다. 백신이란 이름은 파스퇴르에 의해 명명됐다. 자신이 만든 약에 '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차(vacca)'를 빌려 '백신(vaccine)'이라 하고 투약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불렀다. 이처럼 백신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의학 성과로 꼽힌다.백신 개발은 돈과 직결된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은 여기에 회사의 운명을 건다. 하지만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의학자 조너스 소크는 달랐다. 원숭이 신장 조직과 200여 후보 물질로 실험한 끝에 1955년 '소크 백신'을 개발했다. 제약회사들이 돈으로 유혹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돈과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기자들이 백신 특허권에 관해 묻자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고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감동이다.코로나 19 종식을 위해선 백신이 유일한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백신 개발이 미·중간 경쟁으로 되면서
-
[참성단]푸틴의 장기집권 플랜 지면기사
젊은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은 '위험 불감증' 환자였다고 한다. 구소련 KGB에 들어가 강도 높은 훈련과 고도의 심리전을 배워서인지 위험을 모르고 매사에 자신감이 있었다. KGB 비밀 파일에 푸틴의 단점을 '겁 없음'이라 적을 정도로 모든 게 거침이 없었다. 이런 강한 추진력은 푸틴의 큰 재산이었다. 1996년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으로 크렘린에 입성한 지 불과 4년 만에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대통령이 된 푸틴이 가장 먼저 한 건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 것이었다. 구소련 붕괴 후 바닥까지 떨어진 경제를 회복하고 강대국으로의 복귀는 푸틴의 지상과제였다. 이런 푸틴의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다. 실제 2000~2008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4배,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유의 탓도 있지만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었고 주가도 폭등했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1차 임기를 마친 푸틴은 70~80%의 높은 국민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정치적 제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제1 부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줬다. 하지만 이는 연임을 회피하기 위한 합법적 꼼수였다.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한 푸틴은 임기를 6년으로 늘려 3선을 하고 2018년 4선에 성공해 오는 2024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나는 새를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푸틴이지만 그래도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푸틴이 추진 중인 헌법 개정안이 지난주 러시아 상·하원 심의를 통과했다. 개헌안은 오는 2024년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위해 기존 임기들을 백지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 달 개헌안이 국민투표로 통과하면 푸틴은 두 차례 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고 임기가 6년이니 2036년 그의 나이 83살까지 집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푸틴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그동안 러시아는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옐친 등 절대권력의 지도자들이 이끌어왔다. 하지
-
[참성단]0%대 금리시대 지면기사
이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골칫거리였다. 구약성서 신명기에 '이웃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말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상거래 가운데 가장 혐오스러운 것은 '금리를 취할 목적으로 대출해주는 행위'로 보았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는 이자를 '가장 큰 죄악 15개 항목' 중 하나로 규정했다. 농경생활시대부터 존재한 이자를 아예 금지하기보다 고리대금으로 인한 부의 편중 심화를 경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최초의 성문법전인 고대바빌로니아 함무라비에는 곡식 이자율의 최고한도를 연 33.33%로, 기원전 로마 12표법에 모든 대출 이자율을 연 8.33% 수준으로 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금리에 대한 최고의 문헌으로 평가받는 리처드 실라의 '금리의 역사'(리딩리더 간)를 보면,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 로마시대에 문화가 번성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낮고, 쇠퇴하거나 망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적고 있다. 또 시간적 차원에서 볼 때 금리의 흐름에는 일정한 추세와 반복적 변동 패턴이 있으며 이런 현상은 한 국가와 전체 문명의 흥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자율이 낮으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이자율이 높을 때에 비해 더 많이 지출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일본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보통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특징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를 꼽는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는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에 빠졌다. 처음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고작 0.8%에 그쳤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를 기록했고, 국채금리는 오히려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다시 물가가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은행에만 돈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저금리가 지갑을 더 닫게 한 것이다. 코로나 19 전 세계 확산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하하면서 우리도 '0%대 금리시대'가 열렸다. 한 번
-
[참성단]'경기아트센터'의 심리방역 지면기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파랗게 질렸다. 일상은 멈췄고 사람들은 갇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격리의 불안은 바이러스 감염만큼 무섭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동반한 최악의 습격자인 셈이다. '코로나 블루'에 걸리면 우울증, 불안, 분노, 무기력, 대인기피 등 감정적 증상에 두통, 불면,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 방역과 함께 심리적 방역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서울시는 최근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백신 7종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 격려하는 격려백신, 타인을 돕는 긍정백신, 위생수칙을 지키는 실천백신, 가짜뉴스를 무시하는 지식백신, 언젠가 끝이 온다는 희망백신, 바이러스 유증상시 행동지침을 숙지하는 정보백신, 심신의 균형과, 가정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균형백신이 그것인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대성한 심리백신인 만큼 응용해 볼 만하다.최근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가 실행해 호평을 받은 무관객 생중계 공연은, 당국에서 심리방역의 대안으로 눈여겨 볼 만하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일 도립극단의 작품 '브라보 엄사장'을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에 생중계했다. 당일 연극중계를 시청한 접속자는 700여명. 연극 공연장인 아트센터 소극장 관객석이 500석인 점을 감안하면 만원사례 공연이고, 이후 누적 접속자가 7천500여명에 이른다니 앙코르 공연도 연일 매진사례인 셈이다.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에 빗대어 인간 본성을 규정한 다양한 작명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할 심리방역은 인간의 놀이 본성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종편채널의 '미스터 트롯'은 관객 없이도 전국민이 결승전에 열광했다. 잠시나마 코로나 블루를 잊은 순간이었을 것이다.연극의 3대 요소인 관객 없이 배우와 무대만으로 국민을 놀이판에 불러낼 수 있다면, 각종 프로 스포츠의 무관중 경기도 강행해 볼 만하다. SNS매체가 대세인 시대다.
-
[참성단]공매도 지면기사
2013년 4월 16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셀트리온을 세계 굴지의 생명공학회사로 키우려 했지만, 공매도 세력의 극성으로 기업을 경영할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간 공매도가 이뤄졌으며 비중이 10%를 넘는 날도 62일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공매도(空賣渡)는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가격이 내리면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으로 우리 시장엔 1969년 도입됐다. 당시 셀트리온에 대한 온갖 루머는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이익을 보려는 불순한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다. 실제 이 기간에 분식회계, 서 회장 도주, 임상시험 실패 등 소문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갖고 있던 개미투자가에게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하지만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상승장에서 주가 폭등을 차단하고, 하락장에서는 거래 유동성을 늘린다는 순기능을 가진다. 문제가 있다면 외국인(62.8%)과 기관투자가(36.1%)의 전유물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란 쉽지 않고 어렵게 주식을 빌린다 해도 신용도가 낮아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공매도제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주가는 국정 성패의 지표가 되곤 한다. 어느 정부건 주가폭락은 큰 부담이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마다 '공매도 금지'는 늘 주요 현안이 됐다. 코로나 19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금융위원회가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오늘부터 적용해 실시키로 했다. 공매도 금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10월부터 5월까지, 유럽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주식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중요하다'는 증시 격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