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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설화(舌禍) 지면기사
말은 입속에 감춘 칼과 같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칼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벤다. 그래서 말로 받은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손을 떠난 화살은 다시 잡을 수 없듯, 한 번 뱉어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말을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아무리 실언이어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면 순식간에 '설화'가 되어 정치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판에 설화로 상처 입은 정치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설화'는 '혀를 잘못 놀려 입는 화'다. 말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설화는 늘 따라다닌다.2002년 스승의 날에 서울의 한 여고를 찾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인사말 도중에 "제게도 여러분 같은 빠순이가 많아요"라고 했다가 혼쭐이 났다. '오빠 부대'를 말한다는 게 술집여자를 뜻하는 '빠순이'로 실언한 것이다. 분위기를 잡으려고 했던 말이 독이 된 셈이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 큰 파문을 불렀다. 이 노인폄하 발언은 정 의장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시위로 이어졌고 결국 그는 모든 직에서 사퇴해야만 했다. 이 말은 정동영의 꼬리표가 됐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조심'에 대한 속담은 차고 넘친다. 우리 속담에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이 있다. 아랍에도 이와 유사한 '듣고 있으면 이득을 얻는다.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란 속담이 있다. 가능하면 좋은 말만 하고 웬만해선 입을 다물라는 소리다. 독일인들은 '진짜 암탉은 알을 낳고 나서 운다'는 속담을 즐겨 쓴다.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자랑은 나중에 상황을 봐서 하라는 의미다.현실과 동떨어진 여권 인사의 실언이 코로나 사태에 불을 질렀다.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대변인직을 사퇴한 데 이어 박광온 최고위원은 "확진자 수가 느는 것은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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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치 바이러스' 지면기사
종교개혁의 혼란, 대기근, 페스트에 시달린 근세 유럽 대중들은 불행의 이유를 찾았고, 지배층은 마녀를 내밀었다. 그렇게 사냥 당해 재판에 넘겨져 죽은 마녀들이 4만여명이다. 지금도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한 사회는 책임 질 희생양을 찾는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는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을 조롱하고, 한국인 입국자 격리에 나선 중국의 배은망덕은 1당 독재 권력에서 희생양을 찾을 수 없는 정치구조 탓도 있을 것이다.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선거라는 대속(代贖)기능이 있다. 대중들이 투표로 혼란을 책임질 정당, 정치세력을 심판한다. 따라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정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유례 없는 전염병 펜데믹에 직면한 대한민국 국민도 이 지경에 이른 이유를 묻고 있다. 잠재된 분노가 섬뜩할 정도다. 정치권은 이 분노를 감당해줄 희생양을 찾느라 혈안이다.코로나19 대확산을 둘러싼 책임공방의 주제는 중국인 입국금지다. 보수야당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망설인 정부 책임을 묻고 있다. 진보여당과 정부는 대확산이 내국인 감염 때문이라며 신천지교회가 대감염의 진앙임을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역학조사반을 이끌고 과천 신천지교회 강제 조사에 나서 교인명단을 받아오는 개가를 올렸다. 기독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교회는 속수무책이다.진보진영의 반격도 본격적이다. 유시민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부의 중국인 입국허용에 아쉬움을 표하자, "아주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전염병이 번져서 이걸 문재인 폐렴이라고 공격하고 싶은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의 되치기로 진보 대통령과 보수 광역시장의 방역 이견은 '아주 정치적'이 됐다. 그는 신천지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향해 "신천지를 정상적인 기독교의 한 교단으로 인정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은 진보진영의 '신천지=새누리'라는 낙인을 경계하고 있다.모두 4·15 총선을 겨냥한 낙인찍기이자 변형된 마녀사냥이다. 코로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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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각자도생 지면기사
모든 사자성어가 중국 고사에서 나왔지만, '각자 살기를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은 그 어떤 중국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순수하게 우리 조상들이 쓰던 말인데, 조선 시대 백성의 비참한 삶을 떠올리면 이만큼 슬픈 사자성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자 각(各), 스스로 자(自), 꾀할 도(圖), 살 생(生).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네 글자에서는 절박함이 묻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시대는 '일천즉천(一賤則賤 :부모 중 한쪽만 노비면 자손도 노비)' 원칙이 무려 500년간 유지된 사회였다. 하층민의 숫자가 전체인구의 50%를 넘었다. 1894년 갑오개혁에서 신분제가 철폐됐지만 땅 한 마지기 없는 농민은 노비나 다름없었다. 조선 시대에 수많은 환란과 기근이 있었다. 농민과 노비의 삶이 비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누구도 그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선조, 병자호란 때 유린당하는 백성을 놔둔 채 홀로 남한산성에 숨어 들어가 온갖 수모를 당한 인조, 길바닥엔 굶어 죽은 시신이 널브러져 걷기조차 힘들었다는 1809년 대기근과 삼정의 문란으로 부패가 극에 달했던 순조. 모두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임금들이다. 백성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그때 그들이 터득한 삶의 철칙 중 하나가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였다.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2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상황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국민들은 경제 활동에 임해 달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민도 방역주체"라고 말한 후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대구·경북 봉쇄' 발표가 나오자 일부에선 '각자도생'을 주장하며 정부에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금물이다. 코로나 19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지만 치사율은 메르스보다 낮다. 각자 기초적인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가벼운 증상인데도 겁을 먹고 무작정 큰 병원을 찾는 건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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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의 '운명' 지면기사
베토벤 교향곡 5번 제목은 '운명'이다. 1악장 첫 네 음표는 너무 강렬하다. 베토벤 스스로 이 네 음표를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했다는데, 정설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전 악장에서 변주되며 반복되는 이 소절로 5번 교향곡은 제목에 걸맞은 '운명'의 서사를 완성한다. 운명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초인간적인 굴레다. 실향의 운명을 예상한 이산가족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패륜도 운명의 장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버지의 복수를 고민하는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운명의 굴레를 쓸지 말지 번민한다. 운명의 세 여신의 물레에 매달린 인간의 운명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다. 누군가 운명을 거론하면, 숙연하게 경청하기 마련인 이유다.설명할 수 없는 인생사 역시 곧잘 운명으로 귀결되곤 한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마지막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적당히 안락하게 살았을지 모르는' 삶이 친구 노무현을 만나 각성됐다며,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적 동반을 서술했다. 그래서일까. 노무현-문재인의 운명적 연대에 감화된 추모, 추종자들은 스스로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조국 전 장관에게 그토록 관대했던 것도 운명공동체의 무조건적 연대가 아닐까 싶다.최근 대통령이 중국을 운명공동체로 강조했던 지난 어록들이 화제다. 대통령의 한·중 운명공동체론이 코로나19에 대한 근본 방역대책인 중국인 입국금지를 지연시킨 결정적 원인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일부에선 한·중 운명공동체론이 팩트가 아니라지만, 중국을 향한 대통령의 언행이 한·중 운명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대통령은 야인 시절 노무현의 숙제에 갇힌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젠 대통령의 운명이다. 그의 운명은 국가와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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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여배우와 엘긴 마블 지면기사
바흐 음악만큼 영화에 많이 쓰이는 경우도 드물다. 줄스 다신 감독의 '페드라'도 그중 하나다. 1962년 작. 국내 상영시 제목은 '죽어도 좋아'였다. 앳된 알렉시스 (안소니 퍼킨스 분)가 스포츠카를 몰고 '페드라!' 를 외치며 죽음을 향해 절벽 너머로 질주하는 엔딩은 지금 봐도 가슴이 저민다. 그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다. 영화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과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가 있다. 페드라역을 맡은 멜리나 메르쿠리의 농염한 연기 덕분이다. 그리스 출신인 그녀는 다신 감독의 아내이며 그리스 민주화의 영웅이기도 했다. 훗날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문화부 장관도 지냈다.배우로서 전성기였던 1962년 메르쿠리는 런던을 방문했다가 대영박물관에서 '엘긴 마블'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엘긴 마블'은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외벽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사람 모양 조각을 비롯한 200여 점의 그리스 조각물. 영국은 이 조각물들을 1801년부터 1812년 사이 부조 길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간을 통째로 뜯어내 대영박물관에 전시해 왔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그 조각물을 런던으로 이송하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대사 토머스 엘긴이었다.메르쿠리는 장관이 된 후, '엘긴 마블'이 그리스로 돌아오면 전시할 박물관까지 지어놓고 반환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1994년 74세 일기로 눈을 감는다. 다신 감독은 아내를 기리며 '멜리나 메르쿠리 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에 흩어진 그리스 문화재의 반환운동을 주도했지만, 그 역시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08년 세상을 떠났다.'엘긴 마블'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영국은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왔다. 그리스정부의 반환 요구에 영국 정부와 대영박물관 측은 '엘긴 마블'이 그리스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며, 대기오염으로 악명높은 아테네에 돌려줄 경우 훼손이 우려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반환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영국이 EU(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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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프레임 전쟁 지면기사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프레임이란 '정치·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인 틀'을 말한다. 그 힘이 너무 강력해 보수건, 진보건 프레임 앞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남부의 작은 주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40대 촌뜨기' 빌 클린턴이 조지 H W 부시에게 승리를 거둔 건 경제 프레임 덕이 컸다.클린턴은 구소련 붕괴에 따른 외교적 수혜, 여기에 1차 걸프전 승리로 지지율이 한때 90%까지 치솟았던 부시를 정상적 선거전략으론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클린턴 진영은 부시의 강점은 무시하고, 약점인 경제 성과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한 줄의 프레임 속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늙은 부시 vs 젊은 클린턴'이란 프레임을 하나 더 추가했다. 스트레이트 한 방, 어퍼컷 한 방에 부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유명한 '프레임 이론'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정당의 개별 정책이나 후보의 도덕성이 아닌 프레임에 있다고 주장한다.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다가는 역으로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레이코프는 미국의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프레임의 부재 또는 실패에서 찾았다.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진보적인 시민들까지도 공화당에 투표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진보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할 프레임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렇게 상대의 프레임에 말려들면 백전백패란 뜻이다.더불어 민주당 강서갑 지역구 공천경쟁이 '조국수호'란 프레임 속에 갇힌 꼴이 됐다. 금태섭 의원이 "총선을 '조국수호'총선으로 치를 수 없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여론이 금 의원 쪽으로 흐르는 듯하자 김남국 변호사는 자신의 출마를 '노무현 정신'에 따른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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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천 놀음 지면기사
정치 선진국에선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천 물갈이'나 '공천 학살', 심지어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자객 공천'같은 반민주적인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권한이 막강한 당 대표라 해도 지구 당원 의사에 반해 마음대로 현역 의원을 잘라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처럼 안정된 민주사회에선 누구든 소속정당의 지역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자연스럽게 의회로 진출하게 되고, 심지어 총리도 할 수 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도 그랬고 존 메이저도 테리사 메이도 그랬다. 이들은 물갈이 공천으로 정치에 참여한 참신한 인물도 아니고, '영입'으로 입당한 인물도 아니다. 지역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경력을 쌓아 지역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의회에 진출해 총리까지 올랐다.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물갈이'와 '영입'이란 단어가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 현역의원이 버젓이 있는데도 '전략 공천'이란 핑계로 영입인사를 특전사 낙하산 부대처럼 지역구에 마구 떨어뜨린다. 이러니 지역에서 묵묵히 활동했던 정치 지망생들에겐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인 정치문화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시스템 공천''상향 공천' 운운하지만, 실제 선거가 임박해서는 모든 규칙은 무너져 뒤죽박죽이다. 이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여야 모두 '물갈이'와 '영입'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념도 노선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구당과의 협의라든가 지역 정서 같은 것은 아예 무시된다.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한 절박한 전략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는 식이다. 여기에 '험지 출마'라는 말이 덧씌워져 '물갈이 공천'이 자연스러운 용어가 돼버렸다. 종편 등 TV 출연으로 약간의 지명도만 있으면 아무 지역이나 마구잡이로 내려보내는 게 일상화가 됐다.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정당이 제구실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주민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지금같이 선거가 임박해서 펼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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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앵테르미탕 지면기사
미당 서정주가 시를 쓰던 시절만 해도 가난은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가난은 더는 시인의 무기가 아니다. 그래도 함민복은 시 '긍정적인 밥'을 통해 시인의 가난을 이렇게 은유적으로 노래했다.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시집이 한 권 팔리면/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박리다 싶다가도/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몇 해 전 최영미 시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간소득 1천300만원 미만의 무주택자라 생활보호 대상자가 됐다"며 "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비참한 생활고를 밝힌 적이 있다. 50만권이 넘게 팔린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인의 슬픈 고백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시인만 가난한 게 아니다. 몇몇 스타급 예술가를 빼곤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도 무명시절 영화 '호텔 선인장' 조연출을 하면서 1년 10개월 동안 650만원의 연출료로 생활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더불어민주당이 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앵테르미탕' 를 도입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놨다. '불규칙적' 이란 뜻의 '앵테르미탕'은 문화예술인의 생계 안정을 위해 프랑스 드골 정부 때부터 시행하고 있는 실업급여제도. 봉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얹혀가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뻔히 보이는데, 미안하게도 이 공약이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미 우리에겐 '최고은 법'이라는 예술인복지법이 있기 때문이다.2011년 1월 33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다면 저희집 문 좀 두드려 달라'는 쪽지를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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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표현의 자유' 지면기사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설' 등 100여건의 유튜브 동영상 삭제를 구글코리아에 요청했다. 구글코리아는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진실'은 파악되기가 종종 어렵다. 또한 언제나 옳거나 그르거나의 이분법적이지 않다"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광온 의원은 "불량식품이 가게에서 팔리는데 가게 주인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 여당의 가짜뉴스 삭제 요구에 구글은 '표현의 자유'로 맞섰다."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볼테르 사상이 아니더라도, '표현의 자유' 없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없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참사'도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알린 젊은 의사 리원량의 입을 막은데서 비롯됐다. 시진핑의 공산당이 세운 통제와 검열의 장벽 뒤에서 코로나19는 세계로 번지고, 리원량 등 중국 인민 1천700여명이 사망했고, 죽음의 행렬은 진행중이다.그런데 중국도 북한도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진보정권의 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비에 걸린 최근 상황은 낯설고 당혹스럽다. 임미리 고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가 두고 두고 민주당의 올가미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정당이 됐다. 사과 없이 고발을 취소하면서 임 교수를 '안철수 사람'으로 낙인찍고, 지지자들의 임 교수 신상털기를 방치함으로써 오만한 정당이 됐다. 진보 진영 내부에 '#민주당만 빼고'에 동참하는 '반문'의 세력화가 뚜렷해졌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임 교수가 수용했지만, 여당과 정권의 상처는 깊다.인종차별이나 아동포르노와 같은 반사회적, 비인간적 영역에선 표현의 자유도 제한받는다. 하지만 권력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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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매업의 종말 지면기사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 법원은 운영자금 부족으로 파산을 신청한 '포에버 21' 매각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 9월 파산신청 한 지 5개월 만이다. '포에버 21'은 1984년 무일푼의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창업해 미 교포들 사이에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던 유명 의류회사다. 한때 세계 57개국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질 정도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만큼 성장했다. 2015년 매출이 44억 달러(약 5조 2천억 원)로 자라·H&M 등 세계적 브랜드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회사가 단돈 8천만 달러(1천억 원)에 넘어간 것이다.'포에버 21'의 실패원인은 방만한 경영, 유사업체와의 경쟁 등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신규업체의 온라인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에서 온라인 공세에 밀려 폐업한 오프라인 매장은 한둘이 아니다.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시어스, 100년 역사의 바니스 뉴욕도 영업을 중단했다. 미국 최대 완구점인 토이저러스, 저가 신발 유통업체 페이리스 슈소스, 아동의류 전문점 짐보리 등도 폐업에 동참했다. 이를 두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공교롭게도 '포에버 21'이 파산신청을 냈던 지난해 9월 중소기업연구원이 '온라인 거래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보고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도 급변하는 유통환경을 고려해 온라인 쇼핑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통업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규정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롯데쇼핑이 2~3년 이내에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 중 200여 곳을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