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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연주가와 악기

    [참성단]연주가와 악기 지면기사

    50세에 요절한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병균을 옮거나, 손가락이 다칠까 봐 아무하고나 악수를 하지 않았다. 피아노 선택도 까다로웠다. '굴드의 피아노'의 저자 케이티 헤프너는 '굴드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빛을 쏟아내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찾아 헤맸다'고 적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타인웨이앤드선스의 'CD 318'을 만났다. 굴드는 이 피아노를 자신의 손에 익숙하게 길들이는 데 7년이 걸렸다.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피아노 들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해외 공연마다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물론, 전속 조율사까지 대동하는 '지구 최강의 까다로운 연주자'로 통한다. 2006년 미국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뉴욕 JFK공항에 입국하려다 피아노를 폭발물로 의심한 세관의 착각으로 피아노가 심하게 부서지는 '사고'를 겪은 후, 피아노를 직접 분해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고 조율까지 하며 사용했다. 이 모두 무결점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이고 싶은 연주가들의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연주가가 그런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60년대를 풍미했던 '현대의 리스트'라 불리던 리히테르는 달랐다. 71세였던 1986년 그는 홀로 자동차를 몰고 당시 레닌그라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역사적인 대륙 횡단 연주회를 가졌다. 작은 도시, 시골 마을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낡고 조율이 덜 된 피아노에서 감동의 선율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연주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 최고의 바흐 연주가인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가 레코딩할 때 늘 사용하던 '파치올리 피아노'가 운반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뜨려 완전히 파손돼 그녀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는 소식이 요즘 클래식계의 화제다. 이탈리아 명가 파치올리가 제작한 F278로 페달이 네 개나 달린 세상에 단 한대 밖에 없는 피아노다. 악기는 연주가에게 육체의 연장이다. 좋은 악기에서는 좋은 소리가

  • [참성단]'짜파구리'와 '독선 정치'

    [참성단]'짜파구리'와 '독선 정치' 지면기사

    아카데미를 강타한 '봉준호'와 '기생충'의 여진이 수많은 에피소드를 낳고 있다. '짜파구리' 열풍도 그 중 하나인데 예사롭지 않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는 한우 채끝살을 토핑한 초호화 간식이다. 한 네티즌이 유행시킨 서민형 짜파구리에 한우를 얹어 양극화의 상징으로 활용한 '봉테일'의 연출은 감탄스럽다. 전세계 기생충 관객들이 짜파구리 레시피에 열광하는 것도, 영화의 주제와 여운을 미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아닐까 싶다.짜파게티와 너구리 제조사인 농심은 신이 났다. 유튜브 채널에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레시피 영상을 올려놓았단다. 지난해 국내에 이어 올해 국제적인 기생충 특수를 공짜로 누리니 봉 감독에게 절이라도 할 판이다. 그런데 짜파구리가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스스로 장르가 된 봉준호를 설명하는 레시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섞은 봉 감독의 기생충은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만나 새로운 맛을 창조한 짜파구리를 닮았다.짜파구리는 비빔밥처럼 무엇이든 섞고 보는 한국인의 융복합 유전자를 보여준다. 이어령은 "날것도 익힌 것도 아닌 그 중간 항(項), 자연과 문명을 서로 조합하려는 시스템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 낸 것이 비빔밥"이라며 비빔밥을 '맛의 교향곡'이라고 했다. 유전자 덕분일까. 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음식을 섞어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고 있다. 레토르트 음식을 조합한 편의점 레시피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전치찌개'는 명절 뒤 먹어야 할 메뉴가 됐다. 모든 음식을 받아들이는 김치의 수용성, 모든 식재료를 조화시키는 쌈채소의 융합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없이 변주되고 있다.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봉준호 장르와 짜파구리 문화에 세계인들이 열광하지만, 조화와 상생의 유전자가 딱 문화분야에서만 작동하는 점은 아쉽다. 국민들은 빈부의 양극화보다 심각한 정치의 양극화에 매일 절망한다. 이어령은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재는 힘으로 쓰러트릴 수 있지만 독선은 의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독선이 독재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짜파구리와 비

  • [참성단]오스카는 왜 스콜세지를 외면했나

    [참성단]오스카는 왜 스콜세지를 외면했나 지면기사

    잔치는 끝났다. 불은 꺼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 맨'은 왜 단 한 개의 오스카도 받지 못했을까. '택시 드라이버' '비열한 거리' 등 영화사에 길이 빛날 명작의 감독이자 뉴욕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마틴. 하지만 제92회 아카데미는 그를 외면했다.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면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 중 "마틴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 공부를 했다"는 헌사, 그로인한 기립박수 정도였을 것이다.'기생충'의 기세에 눌리고 넷플릭스 영화라는 탓도 있지만, 굳이 이유 하나를 더 꼽는다면, 지난해 '마블영화'에 대해 쏟아낸 비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에스콰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블영화는 테마파크에 가깝다.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는 영화(cinema)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한술 더 떠 뉴욕타임스에 '마틴 스콜세지: 나는 마블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해주겠다'는 기고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다.물론 마틴의 발언에 동조하는 감독들도 등장했다. 론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멍청이 같다. 마블영화에서 사람들은 웃긴 슈트를 입고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도 "슈퍼히어로 영화는 문화적 학살"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적은 더 날카로웠다. "슈퍼 히어로 영화는 서부극 장르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서부극 장르가 죽은 시대를 살고 있다. 서부극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슈퍼 히어로 영화도 서부극과 같은 방식으로 사라질 것이다."하지만 할리우드의 대세는 마블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은 발끈했다. 이를 반영하듯 '버라이어티'지는 '아카데미 위원회의 젊은 회원들에게 반발을 살 것'이란 전망기사를 내놓았다. 이들이 마틴의 '아이리시 맨'에 우호적일 리 없으며 수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 [참성단]'봉준호'와 '기생충'

    [참성단]'봉준호'와 '기생충' 지면기사

    "저는 그냥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2019년 5월 16일(한국시간),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이다. 국내언론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릴 쾌거로 대서특필했다. 당시만 해도 황금종려상은 그저 기생충이 만들어 낼 기적의 서막에 불과했음을 아무도 몰랐다. 어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와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부문을 석권하자 전세계 언론이 흥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제목 컷 하나로 기생충의 기적을 완성했다.하지만 봉준호에게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한국 영화관객들은 기생충의 기적이, 준비된 기적임을 안다. 그가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쏟는 피와 땀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를 만든 '살인의 추억'은 경인일보 자료실에서 출발했다. 그는 "범인이 작품을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사건 당시 경인일보 보도를 샅샅이 살펴봤다. 이춘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 암흑 같은 터널을 통해 세상에 나왔을 때, 봉준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봉준호의 어록도 그의 역량과 내공을 증명한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 골든글로브 수상소감은 영화철학의 깊이를 보여줬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일 뿐"이라는 냉소로 아카데미의 폐쇄성과 제3세계 영화인의 자존심을 동시에 보여줬다. 마틴 스코세이지에 바친 헌사에선 품격이,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을 '인셉션'에 비유한데서는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이 국제영화상으로 명칭이 바뀐 뒤 첫 수상자로서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수상 소감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세계 언론이 봉준호 어록을 재생하고, 할리우드

  • [참성단]롬니의 한 표

    [참성단]롬니의 한 표 지면기사

    미국은 개신교의 나라다.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면서 성경에 손을 얹고, 달러에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만큼 종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도 드물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였던 존 F. 케네디가 대선에 뛰어들며 했던 가장 큰 고민도 종교 문제였다. "나는 가톨릭을 대표하여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종교와 정치의 선을 그은 것도 그래서다.2008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모르몬교도다. 선거를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르몬 교인 대통령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할 정도로 종교는 그에게 큰 족쇄였다. '롬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국민이 '모르몬 교도'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역시 케네디가 그랬던 것처럼, 2008년 공화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나는 어떠한 교회의 독트린도 결코 대통령의 직무와 법의 권위 위에 놓지 않겠다"며 정·교 분리 선언을 했다. 주류사회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이번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중 유일하게 롬니가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롬니는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진 여당 상원의원으로 기록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롬니 의원은 공화당에서 외로운 목소리를 냄으로써 역사에 자신의 발자국을 뚜렷이 남겼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도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탄핵소추안에서 배심원 격인 우리 상원의원들이 헌법의 의무에 등을 돌린다면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양심의 가책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표결 전 롬니가 울먹이며 했던 연설도 회자하고 있다.롬니를 보면서 떠오른 장면이 있다. 지난해 말 더불어 민주당과 친여 군소정당들이 밀실협상을 통해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법안을 강행처리 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교섭단체 대표 협상이라는 국회법상 대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 [참성단]매카시즘 70년

    [참성단]매카시즘 70년 지면기사

    1950년 2월 9일, 공화당 여성당원대회가 열리는 미 웨스트버지니아 휠링시. 미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서류 뭉치를 흔들어 대며 "여기에는 국무성 안에서 암약하는 205명의 간첩 명단이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매카시의 이 폭탄선언은 미국 사회를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문화계 특히 할리우드가 받은 충격은 너무도 컸다. 미국인들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매카시즘은 이렇게 시작됐다.영화계와 방송계의 작가·감독·연예인 가운데 324명이 공산주의자라는 멍에를 쓰고 일자리를 잃었다.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을 떠났고, 공산당원 출신의 거장 엘리아 카잔은 좌절과 고독, 회한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극작가 아서 밀러, 시나리오 작가 달톤 트럼보도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고통을 당했다.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은 매카시즘이 극에 달했던 당시, 언론이 어떻게 이에 대처하는지 다룬 영화다. 2005년 작. 흑백영화다. 배우로서 최정점에 오른 조지 클루니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당시 미국 CBS 방송 뉴스 앵커로 명성을 날린 에드워드 머로가 진행한 뉴스 다큐멘터리 쇼의 은유적인 클로징 멘트다.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론을 굽히지 않았던 머로와 제작팀의 갈등과 고뇌를 그렸다.유력한 정치가나 지식인들도 '빨갱이'로 몰릴까 감히 매카시에 대항하지 못하던 시절, 머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연하게 '자유'를 외쳤던 언론인이었다. 흑백영화로 제작한 것은 희고 검은 두 색을 대비함으로써, 두 갈래로 나뉘어 이념전쟁을 벌였던 당시 아픈 과거를 떠올리면서 현실을 직시하라는 클루니 감독의 경고로 읽힌다. 이렇게 매카시의 광풍은 무려 4년이나 지속됐다.하지만 기막힌 반전도 있다.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기밀문서가 하나씩 공개되면서 당시 매카시가 지목했던 미 고위관리들 일부가 진짜 소련 간첩으로 확인된 것이다. 매카

  • [참성단]윤석열 현상

    [참성단]윤석열 현상 지면기사

    우리 주변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와 브라질의 '라바 자투'가 그런 경우다. '깨끗한 손'을 뜻하는 '마니 풀리테'는 1992년 이탈리아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벌인 '부정부패 척결작업'이다. 전체 국회의원의 25%인 177명이 조사를 받았고 4명의 전직 총리를 포함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경제인 등 2천993명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우리의 작업은 단순히 더러운 손을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 투명하게 만드는 일종의 구조혁명"이라며 수사를 주도한 안토니오 피에트로 검사는 이탈리아 국민의 영웅이 됐다.차량의 묵은 때를 말끔히 벗겨 내는 분사기처럼, 뇌물·돈세탁 등 불법으로 얼룩진 브라질의 썩은 정치를 뿌리 뽑겠다는 '라바 자투(Lava Jato·고압 분사기)' 일명 '세차작전'은 '국민 판사' 세르지우 모루가 주도했다. 브라질 파라나주 연방 판사였던 그는 '마니 풀리테'를 모델로 삼아 금융범죄관련 지식으로 무장한 검사와 경찰, 국세청 직원으로 '드림팀'을 꾸렸다. 그들의 표적은 한때 90%의 국민 지지를 받았던 룰라 전 대통령. 결국, 룰라는 불법 자금 및 자산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은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던 이 열혈 판사에 열광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인 그는 2022년 브라질 대선의 유력한 대권 주자 후보다.물론 이들의 수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예비검속제' 폐지안으로 저항하자 검사 등 수사진과 판사들은 총사직을 내걸고 반대투쟁을 벌였고, 국민이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로 바뀌고, 비례대표제가 폐지됐다. 룰라 역시 호세프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위해 장관직을 주려고 했지만, 사법부와 국민 저항에 부딪혀 이 역시 무산됐다. 모든 게 한 편의 영화처럼 전개됐다.한 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10.8%로 2위에 올랐다. 뜬금없는 조사와 발표에 국민과 정치권이 깜짝 놀라

  • [참성단]팬데믹

    [참성단]팬데믹 지면기사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사망자도 400명을 넘었다. 이렇게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팬데믹(pandemic)이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1단계부터 6단계로 나누었는데 이중 최종 6단계를 말한다.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ic'의 합성어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은 1346년에 유럽 동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353년까지 유럽 전역에 급격하게 확산하며 유럽 인구 30%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처음엔 죽어가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마침내 원인을 알았을 때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2천만~5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100만명이 사망한 아시아 독감, 1968년 80만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도 팬데믹이다. 하지만 WHO가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2009년 6월 인플루엔자 A(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했을 때 딱 한 번뿐이었다.최근 넷플릭스가 '팬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6부작을 방영하면서 '팬데믹'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22일 첫 방영이 공교롭게 중국발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SNS를 중심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 방영한 넷플릭스의 기획력이 놀랍지만, 넷플릭스 측은 "최근 감염병 사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펄쩍 뛴다.이 다큐멘터리는 치명적인 감염병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힘겨운 전쟁을 벌이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신종 바이러스의 주요 발병지역으로 중국을, 감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박쥐를 지목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재래식 축산업이 인간의 생명 위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 [참성단]시험대 오른 시진핑 주석

    [참성단]시험대 오른 시진핑 주석 지면기사

    중국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어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전인대 직후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주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당시 인민일보가 보도한 시진핑 총서기의 '금구(金句)', 즉 시 주석의 '금쪽 같은 어록' 중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중국 사회주의라는 큰 건물에서 당은 전체 뼈대이고 당 중앙은 대들보다." 전인대 폐막식에서는 시 주석을 "국가의 조타수"라는 찬양도 나왔다. 마오쩌둥을 지칭하는 별칭이었던 '국가의 조타수'는 개인숭배 금지와 함께 사라졌던 용어다.하지만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출범을 선포한 '국가의 조타수' 시진핑의 행보는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은 작심하고 무역전쟁을 선포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의 금과옥조인 '하나의 중국' 정책은 홍콩 시민들의 봉기로 '송환법'을 포기하는 좌절을 맛봤다. 홍콩 시위에 자극받은 대만에선 인기가 급락했던 반중파 차잉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설상가상인가. 후베이성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2003년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의 감염정보를 은폐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중국은 이번에도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상황을 축소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우한시를 봉쇄한 건 50일 가까이 지난 1월 23일이었다. 우한 시민 500만명이 중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탈출한 뒤였다.70여개 국가들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세계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칼럼을 주목할 만 하다. "시 주석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시 주석의 명령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중국 방역행정을 꼬집었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를 "악마"로

  • [참성단]'농민 대통령'

    [참성단]'농민 대통령' 지면기사

    농협중앙회장은 250만 농민을 대표한다. 임기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400조원 규모의 자산, 30개에 달하는 계열사 대표와 8만명 임직원의 실질 인사권을 행사하고 예산편성 및 집행, 감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1천118개의 농·축협조합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장을 '농민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농협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농협은 올해 초 한 기업 평가사에서 발표한 국내 대기업집단 공정자산 순위에서 61조3천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신세계, KT, 한진, CJ 보다도 앞선다.농협중앙회는 임명제로 회장을 선출하다 1988년 지역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7년 12월 선거 때부터 간선제로 바뀌었다. 겉으론 비용을 절감하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결과적으론 이 전 대통령의 고교 후배가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이명박 후광'이라는 구설에 오르는 등 농협중앙회장 자리는 늘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탓에 직면한 농업 현안보다 지역 구도에 따른 판세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그동안 경기지역에서는 역대 단 한 번도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영·호남이 권력을 나눠 갖는 정치구조와 대의원의 지역분포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대의원 수는 292명이다. 권역별로는 영남권이 90명, 호남권은 63명, 경기지역은 서울·인천까지 포함해도 겨우 54명이다. 영·호남에 비해 늘 열세였다. 최근까지 영·호남 출신이 각각 회장 자리에 올랐었다. 이번 24대 선거에 '호남 재집권론 vs 중부권 통합론'이란 말이 나온 것은 특정 지역이 자리를 독점하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농협중앙회가 경기도 출신 '농민 대통령'을 맞게 됐다. 지난달 31일 치른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 회장 개인적으로는 지난 선거의 아쉬운 패배를 딛고 일궈낸 값진 승리다. 이제 농협에 적지 않은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