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참성단]포퓰리즘 팬데믹

    [참성단]포퓰리즘 팬데믹 지면기사

    신호탄은 차베스가 쏘았다. 1999년 베네수엘라에 차베스 정권이 들어섰다. 오일 머니를 잔뜩 손에 쥔 차베스는 '무상 정책'과 '공짜복지'를 마구 쏟아내며 베네수엘라는 물론이고 남미 국가 국민들까지 열광시켰다. 차베스 포퓰리즘은 마치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처럼 주변 국가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 그리고 2004년 우루과이 대선에서 중도좌파 바스케스가 당선됐다. 뉴욕타임스 남미지국장 래리 로터는 잇단 사회주의 성향 좌파정권의 등장을 '분홍 물결' 즉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명명했다. 공산주의 물결 ,'레드 타이드(Red Tide)'에 빗댄 것이다.2014년까지 남미 12개국 중 무려 10개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혁명가 볼리바르 후계자를 자처한 차베스는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앞세워 이들과 손잡고 강력한 '좌파벨트'를 구축해 미국과 맞섰다. '볼리바르식 사회주의와 아르헨티나 페론식 포퓰리즘의 결합'이란 그럴싸한 말이 이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차베스의 죽음과 석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돈줄이 마르자 '핑크 타이드'는 서서히 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바이러스처럼 소리 없이 퍼져나갔던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경제는 거덜 나고 재정은 파탄 났다. 식량도 바닥났다. 그러자 민심이 돌아섰다. 그렇다고 좌파정권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녀노소,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짜'에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이처럼 포퓰리즘의 중독성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중남미에선 지금도 살만하면 좌파가 득세하고, 살기 힘들면 우파가 들어서기를 반복한다.이재명 지사가 도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 정치권, 지자체가 지원금 규모를 경쟁하듯 키우고 있다.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마치 '포퓰리즘 팬데믹'을 연상시킨다. "돈이 없어 못 주겠다"며 마지막까지 버티던 남양주 조광한 시장의 행동이 경건하게 보일 정도다. 공돈을 주는데 싫다는 사람은 없다. 포퓰리즘은 인간의 그런 속성을 교묘히 파고

  • [참성단]개목걸이

    [참성단]개목걸이 지면기사

    전자발찌의 모티브가 된 게 만화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전자발찌는 1984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잭 러브(Jack Love) 판사가 실용적인 전자발찌를 고안해 특정 범죄 전과자들에게 착용토록 한 게 시초다. 러브 판사는 만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위치추적장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모든 전자기기가 그렇듯이 전자발찌도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착용자의 이동 속도나 피부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능이 추가된 전자발찌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금 효과 외에 과속이나 음주운전까지 통제 영역을 넓힌 셈이다.그렇다면 전자발찌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30여년 전 개봉된 영화 '웨드록'(Wedlock)에서는 목걸이 형태로 업그레이드된 전자발찌가 등장한다. 국내에서 '개목걸이'란 이색적인 제목으로 개봉해 눈길을 끌었던 영화다. 미래사회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탄생시킨 무시무시한 통제시스템이 선보인다. 교도소 수감자들은 전자목걸이를 차야 하는데 이 목걸이는 누구인지 모르는 다른 수감자의 목걸이와 연동돼 있다. 문제는 그 수감자와 100야드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목걸이가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탈옥을 하려면 자신의 목걸이와 짝을 이루는 목걸이의 착용자를 찾아내 함께 탈옥해야 한다. 탈옥 과정이 첩첩산중인데, 탈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평생을 100야드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남녀 배우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원제가 'wedlock'(결혼)인 게 뭔가 심상치 않지만 제목에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고 하기에는 영화의 설정이 너무나 끔찍하다. 물론 이처럼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통제시스템은 영화 속 이야기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상의 통제영역이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이따금 영화 속 전자목걸이가 떠오른다.코로나19가 위협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뿐만이 아니다. 사생활 보호와 자유, 인권 등 인간의 존엄적 가치들이 코로나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방역의 명분이 워낙 크다 보니 급기야 자가격리자에게 '손목밴드'를 채워 관리한다는 발상까지 나왔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꿈

  • [참성단]토리노의 수의

    [참성단]토리노의 수의 지면기사

    '벤허', '쿠오바디스'에 가려져 그렇지 헨리 코스터 감독의 1953년 작 '성의(聖衣)'는 이들 못지 않은 명작으로 꼽힌다. 리처드 버튼, 빅터 마츄어, 진 시몬즈 등 배역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와이드스크린 방식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였다. 이 덕분에 '드미트리우스와 검투사들'이란 속편이 제작될 정도로 20세기폭스는 돈방석에 앉았다.줄거리는 이렇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맡았던 마르셀루스(리처드 버튼). 밤마다 예수가 처형 때 입었던 옷이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우여곡절 끝에 노예로 살다 자유의 몸이 된 드미트리우스(빅터 마츄어)를 만나 옷을 찾는다. 마르셀루스는 옷에 손을 대는 순간,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느끼며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를 따르게 된다. 예수가 마지막에 입었던 옷은 예수의 시신을 덮은 수의(壽衣)와 함께 기독교도에겐 가장 귀한 성물(聖物)로 꼽힌다. 수의가 우리 앞에 나타난 건 1898년 이를 촬영하기 위해 토리노 대성당을 찾은 사진작가 세콘도 피아에 의해서다. 그가 수의를 촬영하고 현상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감광판에 남자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희미한 갈색 형상으로 나타났다. 그 형상이 성경에 묘사된 예수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때부터 토리노는 '통일 이탈리아'의 첫 번째 수도라는 명성 대신 '토리노의 수의'로 더 유명해졌다.그러나 수의의 진위를 두고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탄소동위원소로 측정한 결과, 제작 시기가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이며 수의에 남겨진 핏자국 절반이 가짜라는 주장도 나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의에 찍힌 인간형상의 오른쪽 눈에 동전이 있었던 흔적이 있는데, 이는 유대인들의 관습이며 동전 역시 빌라도가 기원후 29년 발행한 '렙톤' 동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수의는 1354년 발견된 이후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만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근대에 들어 1933년 처음 모습을 보인 이래, 2015년까지 여섯 차례 공개됐다. 코로나19로 실의에 빠진 인류와 사태 극복을 기원하기 위해 토리노 수의가

  • [참성단]킹덤 2의 '오 마이 갓(Oh My Gat)'

    [참성단]킹덤 2의 '오 마이 갓(Oh My Gat)' 지면기사

    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킹덤 2'가 인기몰이 중이다. 13개국 언어로 더빙해 동시 개봉한 나라마다 시청률이 최상위권이다. 한국판 좀비 시리즈라는 입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박한 전개,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연기력이 돋보인다. 코로나19로 자택연금된 할리우드 스타 사무엘 J 잭슨도 팬 덤 대열에 합세했다는 소식이다. 전작인 '킹덤'도 덩달아 뜨고 있다.나라 밖 시청자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생경한 화면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다. 꼬질꼬질한 검은 색 얼굴에 남루한 옷을 걸친 백성들, 기울어 가는 초가집과 허술한 성곽, 웅장한 궁궐 등 볼거리가 많을 것이다.주요 배역의 의상과 소품들도 눈길을 끄는데, 외국인들은 특히 우리 전통 갓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눈치 빠른 다국적 온라인 유통업체가 갓을 팔고 있다.넷플릭스의 홍보 동영상에는 "오 마이 갓(Oh My God) 아니죠, 오 마이 갓(Oh My Gat)이죠"라는 문구가 나온다. 동영상은 사연을 곁들여 다양한 종류의 갓을 소개한다.극 중에서 도포 자락 휘날리며 여심을 훔치는 세자 이 창은 '흑립'을 착용했다. 사대부가 집에서 손님을 맞을 때나 외출할 때 쓰는 필수 아이템이다. 해원 조씨 가문의 조학주는 3단 모양의 '정자관'으로 카리스마를 극대화했다. 오천원권에 나오는 율곡 이이의 바로 그 갓이다. 실내용으로, 신분에 따라 단이 오른다고 한다.내금위장의 추상같은 위엄을 상징하는 '주립'은 무관들이 쓴다. 장끼의 깃털 장식으로 미적(美的) 완성도를 높였다. 시즌 1에서 왜군과 맞선 범팔의 '전립'은 방탄기능을 갖춘 전시용(戰時用) 갓이다. 낮은 지위는 돼지 털을, 높은 지위는 공작 깃털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왜군의 조총 탄환에는 무용(無用)했다.갓은 신분제도를 상징한다. 양반만의 전유물인지라 상민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다수 백성은 왜 상투 튼 맨머리였을까 의아했을 것이다.왕조 500년간 이어진 신분 차별제도가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역사가들이 많다. 조선 말, 남도를 시작으로

  • [참성단]비누 예찬

    [참성단]비누 예찬 지면기사

    인류가 비누를 사용한 역사는 길다. 기원전 2800년경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1세기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37권으로 이뤄진 백과사전 '자연사'에서 '비누는 갈리아인들이 만들었다. 비누는 동물의 기름과 재로 만든다. 특히 염소의 기름과 너도밤나무의 재가 비누재료로 가장 좋다'고 적었다. 그 후 시대별, 국가별로 비누와 유사한 제품이 꾸준히 만들어져 주로 상류층들이 사용했다.비누가 대중화된 데는 1790년 프랑스 화학자 르블랑이 소다 제조법을 발명하고, 1811년 슈브렐의 '유지(油脂)의 화학적 조성을 위한 연구' 덕이 컸다. 이후 인간은 몸을 규칙적으로 씻고, 세탁 가능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인들의 골칫거리였던 '옴'의 퇴치에 비누는 큰 공을 세웠다. 1853년 영국 정부가 비누에 부과된 세금을 철폐한 후로 가격이 하락하고 사용자가 늘면서 옴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독일의 화학자인 리비히의 "한 국가가 소비하는 비누의 양은 그 문명의 척도"라는 발언이 이때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 비누는 1956년 애경 유지에서 나온 '미향'이었다. '미향'은 1958년 월 100만개 이상 팔리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손에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을 비롯해 약 150종류의 세균이 득실거린다. 이를 그대로 두면 세균 수는 시간별로 급속히 늘어나 3시간이 지나면 26만 개체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악수나 엘리베이터 버튼, 문 손잡이 등을 통해 쉽게 옮겨지는 이유다. 이를 간단하게 차단해 주는 게 비누다. 세정제보다 비누로 손을 자주 씻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비누 속의 '카르복시기'와 '탄화수소 사슬' 성분이 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것이다.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더 연장했다. 상황이 나빠져서다. 그렇다고 손 씻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손을 씻을 때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늘 옆에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누도 그중 하나다. 세면대 옆에 늘 놓

  • [참성단]주식 대박의 꿈

    [참성단]주식 대박의 꿈 지면기사

    네덜란드 튤립 투기, 프랑스 미시시피 회사와 영국의 남해회사 투기 투자를 초기 자본주의 3대 버블로 꼽는다.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은 1720년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가 되팔아 7천 파운드를 벌었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매도한 후에도 주가는 더 올랐다. 땅을 치고 후회한 뉴턴은 재빨리 다시 사들였지만, 불행히도 그때가 상투였다. 결국, 2만 파운드를 잃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이 미적분법을 창시한 이 수학의 천재에게 주가의 방향을 묻자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주식투자에서 대박을 노렸다가 쪽박을 찬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 상금 2만8천 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공황이 불어닥치면서 원금을 거의 까먹었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도 재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날렸다. 그래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10월은 주식투자에 특히 위험한 달이다. 그다음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주식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집중 매수해 '동학 개미운동' 바람을 일으킨 우리나라 개인 투자가들의 매매 패턴이 바뀌고 있어 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우량주들이 주춤한 사이 바이오 주, 원유선물 등이 급등하자 이를 추격 매수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 매수 대기자금은 44조원에 이른다. 정석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동학 개미운동'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주가의 흐름은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의 적정 기대수익률을 '금리+α'나 '채권 수익률의 2배'로 본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연 4∼5%가량이면 무난한 수준이다. 문제는 100억원 이상의 슈퍼 투자가의 기대 수익률이 연 5%

  • [참성단]걱정 갈아엎어 주세요

    [참성단]걱정 갈아엎어 주세요 지면기사

    오래전 인천에서 한 고등학교 교가가 문제가 된 적 있다. 학교에서 자주 교가를 틀었나 본데 인근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학교 측과 마찰을 빚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교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사까지 완벽히 꿰차게 됐다고 하니 노래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가가 이 정도이니 귀에 쏙쏙 꽂히도록 기획된 선거 로고송의 중독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오늘(2일)부터 4·15 총선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거리 곳곳에서 갖가지 선거 로고송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질 판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지만 선거마케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로고송을 정치권이 포기할 리 만무하다. 로고송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 현장에 등장한 건 199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거리에서 확성기 사용이 허용되면서부터다. 그해 6·27 지방선거에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가 울려 퍼지며 로고송 시대의 막이 올랐다.'비틀스로 귀가 뚫렸다'는 김훈 작가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더 이상 대중음악의 흐름을 따라갈 자신이 없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댄스음악이 대중음악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중장년 유권자는 따라 부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난 알아요'가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6년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의 로고송 '넌 그렇게 살지마'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난 알아요'가 맞붙은 것이다. 선거 로고송에서도 여야 격돌현상이 벌어진 게 이때부터 아닌가 싶다.대통령선거에서 최고의 히트곡으로는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꿈을'이 꼽힌다.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로고송에 맞춰 관광버스춤까지 선보이며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그가 당선되자 '김대중의 승리가 아니라 로고송의 승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걱정말아요 그대'(전인권)를, 미래통합당은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로 시작하는 '사랑의 재개발'(유산슬)

  • [참성단]하얀 목련

    [참성단]하얀 목련 지면기사

    '일어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히트곡이 쏟아진, 1994년 발매한 김광석의 4집 앨범은 명반으로 꼽힌다. 이들 노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앨범에 실린 곡 중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독 아끼는 곡이 있으니 다름 아닌 '회귀'다. 처연한 모습으로 피어난 목련을 통해 허무한 인간의 삶을 성찰한 곡이다. 김지하의 시에 황난주가 곡을 붙였다.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흙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한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저 꽃들은 가네.'목련에 관한 노래는 셀 수 없이 많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도 그중 하나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30대 초반 암 판정을 받은 양희은은 친구가 보낸 편지를 읽고, 때마침 창밖에 핀 목련을 보며 노래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여기에 김희갑이 곡을 붙였다. 봄날의 찬연한 슬픔과 삶의 쓸쓸함이 담겨있는 두말이 필요없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목련(木蓮)은 말 그대로 '나무에 핀 연꽃'이다. 순백의 탐스러운 자태는 우아하고 귀족적이다. 아름답지 않은 봄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목련의 고고한 기품은 봄의 여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고귀함, 숭고한 정신, 우애 등 목련을 따라다니는 꽃말도 많다. 목련은 꽃송이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피어 예로부터 북향화(北向花)라고 불리며 충절을 상징했다. 그래서인지 목련엔 왠지 처량한 구석이 있다. 절정을 지나 꽃잎을 떨구기 직전의 목련이 가장 슬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코로나19로 정신을 놓은 사이 봄이 벼락처럼 찾아왔다. 주위를 돌아보니 천지가 온통 목련 투성이다. 군무를 추듯 무리를 이룬

  • [참성단]'김종인'의 종횡무진

    [참성단]'김종인'의 종횡무진 지면기사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절박했다. 안철수계가 동거를 거부하고 탈당하는 등 제1야당이던 민주당은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문 대표는 총선을 지휘해 줄 사령관이 절실했고 김종인에게 그 역할을 읍소했다.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그 스스로 "삼고초려했다"고 고백했고, 비상전권을 위임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단 1석 차이의 제1당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옥새파동으로 자멸한 새누리당 덕을 톡톡히 봤지만, 이해찬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정도였던 김 위원장의 강력한 지도력도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4년 전 김 위원장의 행적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과 그해 연말 18대 대선 때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편에서 맹렬히 선거현장을 누비고 다닌 것이다. 보수의 본산인 새누리당에 '경제민주화'라는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이식시켜 큰 효과를 봤다. 총선은 새누리당의 과반수 승리로, 대선은 박근혜의 당선으로 끝났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3.6%, 미세한 득표율 차이에 김종인이 있었다.김종인이 이번엔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제 인생의 마지막 노력으로 나라가 가는 방향을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며 통합당 행을 설명했다. 이번에도 자택까지 찾아온 황교안 당 대표의 삼고초려에 몸을 움직였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복고적 구호를 회자시키며 선거 달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자·타칭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면 토사구팽 당하길 반복했다. 최근 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내용이 적대적이고 냉소적인 이유일 것이다.코로나19,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한 꼭두각시 비례정당 난립 등 전례 없는 초대형 변수 속에 치러지는 4·15 총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힌 비대면 선거 캠페인, 50㎝가 넘는 정당투표용지 등 생

  • [참성단]닥터 둠(Dr.Doom)

    [참성단]닥터 둠(Dr.Doom) 지면기사

    누군가는 '퍼펙트 스톰'이 온다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낙관론이 우세할 때, 일엽편주(一葉片舟)에 올라타서 "곧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몰아치니 어서 이 배를 타시오!"라고 소리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2006년 9월 홀연히 나타나 "미국 경제가 머지않아 주택시장 붕괴와 금융회사 파탄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무시무시한 비관론을 설파한 학자가 있었다.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미국 내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우리에겐 '닥터 둠'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당시엔 낙관론이 넘쳐나던 때라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신출내기 학자의 도발적 발언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08년 9월 그의 말대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은 금융위기가 들이닥치면서 그는 일약 스타가 됐다. '위기의 예언자'라는 별명도 그때 얻었다. 2009년 '타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 각종 포럼과 세미나에서 인기 있는 초청 대상이 돼 돈방석에 앉았다.닥터 둠, 그가 돌아왔다. 루비니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 상황은 대공황때보다 훨씬 더 나쁘다. V자나 U자형 회복은 기대하지도 마라. I자형 경제의 급전직하가 닥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위기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 세계 경제가 큰 상처를 입으면 단번에 V자 회복은 없으며 몇 년간은 낮은 성장세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눈사태와 같아 이를 극복만 하면 원상태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처럼 V자형 회복이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공포에 휩싸인 지금, 루비니의 발언이 극단적 비관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