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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출판기념회 지면기사
우리 국민의 독서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치고 너무 낮은 독서율에 외국인들은 의아해 한다. 그런 나라에서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책을 사고파느라 북새통을 벌이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4·15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때문이다. 선거법상 총선 D-90일이 되는 16일부터는 국회의원과 예비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 마지노선이다. 국회의원은 연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 모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의 수익은 후원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횟수와 한도제한도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한 지 오래다. 출마자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이른바 '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들에겐 출판기념회 초대장은 '청구서'나 다름없다. 유명 정치인의 경우 적게는 1억~2억원, 많게는 10억원이 넘게 책이 팔린다고 한다. 일반 서점과 다른 것은 정가 1만5천원의 책이 10만원에, 때로는 100만원에 팔린다는 점이다.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처음부터 책 읽기가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책이 엉성하다. 물론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량 미달이다.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의 경우는 급조해서인지 특히 그렇다. 자화자찬 수필이 주류여서 읽는 것도 고역인 경우가 많다. 찾는 이들 역시 '얼굴도장 찍기'가 목적이라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방명록에 서명한 후 봉투를 전달하고 책을 한 권 받아들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허망한 출판기념회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정치인의 책은 보좌관이 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필 작가가 맡는다. 좀 알려진 작가는 한 건당 2천만원, 무명작가는 500만원 정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용도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고난을 이겨낸 인간승리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희망과 비전을 첨가하면 '뚝딱' 한 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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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진중권 호루라기' 지면기사
1980년대 대학가 운동권에 주체사상을 전파한 '강철서신'의 필자 김영환은 북한 대남방송과 일본에서 출간된 서적을 통해 주체사상에 입문한 자생적 주사파였다.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의 핵심이자 주사파 이론의 대부인 그는 두 번의 밀입북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고 '관악산 1호'라는 암호명과 공작금을 받아와 민주민족혁명당(민혁당)이라는 지하당을 조직한다.김영환은 북한 주체사상연구소 학자들과의 토론 끝에 주체사상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가져왔다. '당과 수령의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는 요지의 그의 질문에 북한 학자들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체사상 이념에 경도된 남한 청년이 주체사상의 성지에서 주체사상의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주체사상의 무오류성에 환멸을 느낀 그는 결국 1997년 민혁당을 해산하고 북한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가로 전향한다.최근 정치권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국 사태 이후 정권과 여당과 진보지식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 중이다. 진중권은 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기원하고 성공을 지지했던 진보진영의 '내부자'였다. 그런 진중권이 유시민의 조국 옹호를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선동의 언어'라고 직격했다. 그에게 조국은 더 이상 친구 '국'이가 아니라 타락한 진보지식인의 전형이다. 서초동 조국기 부대를 네오 나치에 비유했다. 정의당을 탈당하고 당이 준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권의 검찰 학살을 비난하고, 윤석열을 지지한다. 그를 향해 진보진영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보수진영은 전향의 가능성을 엿본다.그러나 진중권은 뼛속까지 진보다. 그는 진보의 가치와 정의를 오염시키는 위선, 허위, 아류와 싸우는 것이지 진보의 가치는 소중하게 여긴다. 진중권은 이익을 위해 가치를 포기하는 진보를 가짜로 규정하고 내부에서 봉기한 것이다. 진짜가 배신할 이유가 없고, 보수 전향은 어불성설이다. 김영환은 토론 자체가 봉쇄된 주체사상의 전체주의에 절망해 전향했지만, 진중권은 진영내부의 토론을 원한다.진중권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궁핍해진 진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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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적설량 '0' 지면기사
누구에게나 '인생의 노래'라는 게 있다. 이른바 '18번'. 내겐 송창식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밤눈'이 그런 경우다. 송창식 작곡 최인호 작사. '한밤중에 눈이 나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감고 기울이면/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아주 아주 오래전 눈 내리던 날 밤, 이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걷다가 지지대 고개를 넘어 군포사거리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폭설로 바뀌면서 모든 교통편이 끊겨 그 먼 눈길을 다시 걸어 돌아와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좋았다.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예전 동네 골목 입구엔 전파상과 음반가게가 흔하게 있었다. 눈이라도 내려달라고 애원하듯, 겨울이 오면 이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다. 이 노래 덕분에 아다모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고, 세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우리나라 남녀가수들이 앞다퉈 번안해 불렀는데 특히 김추자의 노래가 일품이었다. '눈이 나리네/당신이 가버린 지금/눈이 나리네/외로워지는 내 마음/눈에 그리던 따듯한 미소가/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질 않네'.지난달 적설량이 역대 12월 중 최저였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요 관측지점의 최심신적설 합계는 0.3㎝로 나타났다. 이는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로 가장 적은 12월 적설량이다. 최심신적설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중 가장 많이 쌓인 곳의 깊이를 뜻한다. 그동안 최저 기록은 1998년의 0.6㎝였다. 특히 인천을 포함해 전국 10곳의 적설량은 '0'이었다. 올겨울 들어 단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이다.눈이 내리지 않는 대신 12월 강우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이상 기후 탓이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비가 차지하고 있으니 눈과 관련된 노래가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런 날씨라면 천하의 송창식이라도 '밤눈'같은 곡을 다시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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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디지털 세 지면기사
1662년 영국에는 '난로세'가 있었다. 집집이 설치된 벽난로에 1개당 2실링씩 부과했다. 하지만 반발이 크자 1689년 폐지됐다. 1698년 러시아에는 '수염세'가 있었다. 수염을 기르려면 부자들은 재산 정도에 따라 연간 30~100루블을 내야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 직후 신설된 '창문세'로 주택의 창문 개수에 따라 세율을 매겼다. 세금을 피하려면 창문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세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현재 유럽에 불고 있는 '디지털 세' 역시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다.이탈리아가 지난 1일부터 '디지털 세'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연매출 550만유로(약 71억원) 이상의 IT 기업에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세율은 인터넷 거래액의 3%. 이 제도 도입으로 연간 7억유로(9천2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도 오는 4월부터 전 세계 연 매출 5억파운드(약 7천638억원), 영국 내 연 매출이 2천500만파운드(약 38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영국 내 매출의 2%를 '디지털 세'로 걷기로 했다. 모두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공정 과세'를 외치며 '디지털 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국가들이 앞다퉈 '디지털 세'를 도입하는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들이 돈은 자국에서 벌고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 선두에 미국과 '무역분쟁' 논쟁을 벌인 프랑스가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기업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GAFA 세'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거둬들인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2천만유로(약 324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거대 IT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로만 연간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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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화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전쟁은 물론 모든 폭력은 선택의 문제이며, 우리는 늘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인지뢰 금지와 제거를 위해 일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암스'가 2005년 '무장분쟁 예방을 위한 세계시민사회 대회'에서 한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수도, 대화와 협상 같은 평화적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그 울림이 증폭되는 듯하다.국내 1호 평화학 박사인 정주진 박사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평화적 방법을 선택하는 게 왜 중요한지 분명해진다. 그는 우선 '전쟁은 분노와 증오를 키운다'고 역설한다.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는 전쟁과 테러와의 상호작용을 들어 '전쟁으로 안전과 자유를 지킨다'는 구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도 설명한다. '뛰어난 군대와 성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땅굴로 이동하며 작전을 펼치는 게릴라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첨단무기로 무장했음에도 불구, 곤혹스런 지상전을 벌여야 했다. 이란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국토 대부분이 산악과 고원지대인 터라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대목이다.무엇보다 '전쟁에서는 모두가 패배자'라는 주장은 무게감을 더한다. 일단 전쟁이 터지면 아군,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억울한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1·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무려 8천700만 여명이다. 한국전쟁에서는 156만 명, 베트남 전쟁에서는 200만~38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사망자도 수십만 명이다. 전쟁 때문에 생긴 질병과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도 부지기수다.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짙어질수록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확전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는 어떤 무기가 사용될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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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플라스틱 대한민국 지면기사
플라스틱은 1869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코끼리의 개체 감소로 당구공의 원료였던 상아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재료를 찾다가 개발했다. 용어는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됐다. 가볍고 튼튼해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저렴하기까지 해 현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이란 찬사까지 받았다. 20세기 산업에 미친 영향 때문에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하지만 이제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최대 주범이 됐다. 뚜렷한 대체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지구는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54년 연간 150만t이 생산되던 플라스틱은 현재 매년 3억 t이 넘게 생산된다. 플라스틱은 여전히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존재지만 문제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1천만t이 바다로 흘러가 해류를 따라 떠돌다 북태평양 환류 해역과 남태평양, 인도양 등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도 존재한다. 미세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해양 먹이사슬을 무너뜨리고 오염된 생선이 우리의 식탁에 버젓이 오른다.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지부가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도 참 고약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답게 보고서를 보면 왜 그런지 수긍이 간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 페트병 49억개, 플라스틱 컵 33억개다. 1인당 연간 비닐봉지 460개(9.2㎏), 페트병 96개(1.4㎏), 플라스틱 컵 65개(0.9㎏)를 사용한 셈이다. 페트병을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돌고,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달까지 닿는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한때 '신의 선물'이라 불렸던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우리도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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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봉준호, 골든글로브 거머쥐다 지면기사
전 세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화제가 있다. 모두 특별하지만, 그중 베를린, 칸,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로 꼽는다. 이중 우리와 가장 연관이 깊은 영화제는 아마도 베를린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 출품작이 1956년 제7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어서다. 또 있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는 1961년 제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특별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의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기록되고 있다.역사가 가장 깊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우리 영화가 초청된 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비록 수상에 실패했지만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특히 2007년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밖에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2010), 김기덕 (2011) 감독이 최고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을 '황금사자상'이라고 부른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이 상을 받아 한국영화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장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덕은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7회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시상식장에선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라는 한국어 수상소감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큰 경사다. 골든글로브상은 90여 명의 세계 각국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가 주는 이른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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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참수작전 지면기사
'참수(斬首)작전'은 적의 핵심 수뇌를 사살하는 것으로 미군의 정규 작전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다. 1989년 12월 20일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정당한 명분 작전'이란 참수작전으로 실각한 케이스다. 말이 참수작전이지 사실상 침공이었다. 작전에는 데브그루와 델타포스가 주축이 된 2만명의 미군이 투입됐다. 데브그루는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 실의 여러 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요원만을 모아놓은 '실 6팀'의 별칭이고, 델타포스는 미 육군의 일급 특수부대다. 당시 작전으로 노리에가는 포로로 잡히고 예르모 엔데라의 친미 정부가 수립됐다.2011년 5월 1일 0시30분 작전명 '제로니모'의 빈 라덴 참수작전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요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자 이들은 빈 라덴이 은신해 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을 급습했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 작전은 끝나고 빈 라덴은 사살됐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는 빈 라덴 참수작전을 가장 실제에 가까우면서도 심도 있게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제로 다크 서티'란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 AM 12:30을 뜻하는 군사용어.참수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정보·감시·목표획득·정찰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네트워크, 즉 휴민트의 조력이 필요하다. 제거해야 할 적 수뇌부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적 수뇌부는 위성의 추적을 피하려고 밤이나 흐린 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제보가 없으면 참수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참수작전에는 위치나 동선파악에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참수작전에는 '닌자 폭탄'이 탑재된 요인 저격용 드론 '리퍼(Reaper·MQ-9)'와 동선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임기표적(臨機標的)'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 통신 도청과 비행 정찰, 그리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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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간 프란치스코 지면기사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이 요즘 인기다. 감독, 각본, 배우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예술, 건축 등을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도 좋지만, '다키스트 아워', '보헤미안 랩소디' 등 전기영화에서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 앤서니 매카튼의 각본은 흠잡을 데가 없다. 연출과 대본이 훌륭해도 배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일 터.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와 교황 프란치스코의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이 영화의 미덕은 권위의 교황이 아닌, 인간적 교황에게 초점을 맞춘 점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의 속명).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와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베르골리오가 짧은 시간 함께 지내며 서로를 아는 과정을 그린다. 둘 사이에 벽이 무너지자 교황이 "요즘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추기경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절정이다. 그는 말한다. "당신은 신이 아니에요. 신과 함께 우리는 움직이고 살고 존재합니다. 신과 함께 살지만 신은 아니에요. 우리는 인간일 뿐입니다."'두 교황'보다 먼저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워드' 역시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맨 오브 히스 워드(man of his word)'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벤더스의 카메라는 리우데자네이루 바르지냐의 빈민가, 유대인 학살 추모관, 나폴리의 난민 수용소, 필리핀의 수해 현장 등 가난, 질병, 재해,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인간적인 교황의 길을 따라간다.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여성 신도에게 화를 내고, 손등을 내리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동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여성 신도가 경솔했다"는 쪽과 "교황이 지나쳤다"는 비판 의견이 맞서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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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경자년에 듣고 싶은 'O.K' 지면기사
'오케이'(O.K)만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언어학자 멘켄은 'O.K'에 대해 '미국이 낳은 가장 성공적인 단어'라고 평했다.O.K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 판사시절, 'All correct'(좋소)라고 사인하려다가 'Oll korrect'라고 잘못 적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19세기 중반, 보스턴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단어의 첫 글자를 비슷한 발음으로 바꾸는, 일종의 말장난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이보다 더 지지를 받는 '대통령 기원설'(?)이 있다. 미국의 8대 대통령 마틴 반 뷰런의 지지단체 중 하나인 'Old Kinderhook Club'의 약칭, 즉 'O.K.Club'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Kinderhook'는 밴 뷰런이 태어난 뉴욕주의 마을 이름이다. 이 밖에 북미 인디언 언어에서 비롯됐다는 등 수 많은 주장이 있는데 멘켄은 O.K의 어원을 11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이처럼 어원도 불명확한 'O.K'란 단어가 최근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얼마 전 수도권의 한 아파트단지에 '배송 수레로 인한 소음으로 수레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누군가 강하게 소음 민원을 제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안내문 위에 덧붙인 메모 쪽지 한 장이 뜻밖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10층은 그대로 수레 사용해 주세요. 그게 우리의 민원임. 10층은 수레 OK!"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은 것이다. 이어 초등학생 포함, 많은 주민들이 가세해 "택배 아저씨 고생 많으신데 힘들게 하지 마세요! 택배 아저씨 수레, That's OK!","걱정 마시고 안전하게 배달을 부탁드립니다. 수레 OK♡"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O.K 릴레이가 펼쳐졌다. 전화를 주면 직접 내려가서 배송물품을 받겠다는 주민도 나타났다. 결국 관리사무소측은 메모 쪽지가 덕지덕지 붙은 안내문을 회수했다고 한다.프랑스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