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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2019 세모 유감

    [참성단]2019 세모 유감 지면기사

    올 한해가 다 저물었다. 지난 1년의 족적이 만족스러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후회와 아쉬움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크레타 섬의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I hope for nothing).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I fear nothing). 나는 자유롭다(I am free)"는 묘비명을 남겼다. 사람들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꼭 닮은 카잔차키스와 같이 초월적 자유를 만끽하길 희망하지만, 현실에선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도 많아 스스로를 속박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연말 정서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가깝다.어디 보통 사람들 뿐이랴. 대한민국이 지난 한 해 겪은 다사다난을 생각하면 참 용케도 버텨왔다 싶다. 압권은 '조국사태'였다. "누군가의 인격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고 한 링컨의 명언은 유효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족의 반칙과 편법은 그가 권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입과 혀는 자신과 가족을 덮친 화와 근심의 문이 됐다. 불행한 건 조국의 불운이 국민의 불화로 전이된 점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분리된 광장정치는 국회가 중심인 대의민주정치의 몰락을 예고했다. 진보의 인격이 드러났지만 보수의 품격은 바닥을 긁었고, 국민을 통합할 정치력은 고갈됐다.경제는 "바닥을 쳤다"는 정권의 호언과 달리 무저갱을 향해 자유낙하 중이다. 직장인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아야 할 햇수가 점점 연장되더니, 이제 평생을 모아도 안될 지경이 됐다. 쉬어야 할 노인들의 일용직은 늘었지만 일해야 할 청장년의 일자리는 줄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북한이 막말로 모욕하고, 중국이 홀대할 때 마다 화가 솟구치는데, 정작 대통령이 인내하니, 굴욕이 일상이 됐다. 국민들은 정권과 정치권에 크게 바란 것이 없다. 양처럼 착한 국민에게 정치는 혼란으로 두려움을 심고, 맹목적인 진영 전쟁에 부역을 요구했다.불온하고 각박한 기운이 2019년 마지막 날과 함께 소멸되길 바란다. "

  • [참성단]선거연령 18세

    [참성단]선거연령 18세 지면기사

    혼인·운전면허 취득·신용카드 발급·8급 이하 공무원 임용·입대 나이는 18세다. 영상물 등급 평가도 18세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유독 참정권만은 만 19세로 그동안 모순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세계에서 선거 연령을 19세로 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18세로 압도적으로 많다.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은 17세, 16세인 나라도 오스트리아, 쿠바를 비롯해 6개국이나 된다. 의미 없는 선거지만 북한도 17세에 선거권을 준다.한국의 선거연령은 1948년 제헌 헌법에서 만 21세로 정한 이래 1960년 3차 개헌 때 만 20세로, 2005년 여야 합의로 19세로 두 번 조정이 있었다. 그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야당은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자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여당은 끊임없이 반대했다. 야당이 이처럼 요구하는 것은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보수 성향이 짙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선거연령 질문이 나오자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북한도 17세죠"라며 "19세는 세계적으로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선거연령 18세'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나이를 낮추면 10대의 표가 진보에 유리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2012년 아르헨티나 하원은 선거 나이를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야당의원이 집단 퇴장한 야밤에 131대 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당시 여당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3선 개헌선 의석 확보를 위해 16세 이하로 낮출 때 발생하는 130만 표가 필요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집권 여당은 패배하고 대통령의 3선 도전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우리나라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새로 편입되는 '젊은' 유권자는 53만2천295명으로 전망된다. '젊은 표는 진보'라고 생각하는 '4+1'협의체는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20 세대'가 '3040 세대'보다 보수화돼 선거연령 하향이 큰 영향을 주지 않

  • [참성단]재벌가 경영권 분쟁

    [참성단]재벌가 경영권 분쟁 지면기사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나라에선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거의 모든 재벌가가 상속문제를 둘러싸고 부자간 형제간 심지어 시숙 간, 숙질 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마치 세렝게티를 둘러싼 사자들의 권력투쟁을 보는 것 같다. 최근 이런 분쟁으론 롯데가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까지 나서 얽히고설키며 벌였던 경영권 다툼은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기업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대표적 경영권 분쟁은 현대가였다. 2000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정몽구와 정몽헌은 그룹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언론은 이 싸움을 '왕자의 난'이라고 명명했다. 결국,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두 아들을 불러 '3 부자 퇴진'까지 선언했지만, 장자 정몽구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현대자동차를 그룹에서 떼어내 독립했다. 그 후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하면서 현대그룹을 맡은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두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였고, 현대건설 인수전 때는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과 한판 붙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으로 '형제경영'의 모범을 보인 두산그룹도 창업 109주년인 2005년 박용성 회장의 취임을 두고 전임인 박용오 회장이 반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불러왔다. 비자금 조성내용을 검찰에 투서하는 등 막장 싸움으로 번졌다. '재산' 앞에선 가족애도 인화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박용오 전 회장은 집안에서 제명됐고, 이후 2009년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한진가에서 한바탕 전쟁이 시작될 모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힘이 있다는 의미다.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남매간과 모친 등 네 사람이 엇비슷해 경영권 분쟁이 예상됐다. 문제는 그게 한진가라는 점이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자식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상 못 할 곤욕을 치르던 고 조양호 회장이 생을 마감한 게 불과 8개월 전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의 주역들이 경영권 분쟁을

  • [참성단]기적은 없었다

    [참성단]기적은 없었다 지면기사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의 경험담을 듣다 보면 '전쟁은 인류가 만든 가장 파괴적인 형태의 폭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전쟁은 적개심의 대상인 적군은 물론이고, 아군인 자신에게도 파괴적이다. 실제로 총격전을 경험한 베트남 참전용사 중에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내놓고 러시안룰렛 게임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고 한다.이처럼 적대감과 비이성적 파괴본능만이 이글거리는 전투 현장에서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다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1914년, 영국군과 독일군이 '지옥의 참호전'을 벌이던 벨기에 이프로 전선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병사들이 고향에 두고 온 연인이나 가족을 생각하면서 불렀는지 양 진영의 참호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양초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한쪽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 다른 한쪽이 '화답송'을 부르는 식으로 캐럴 부르기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다.급기야 독일 병사들이 손에 촛불이나 작은 트리를 들고 하나둘 참호 밖으로 걸어 나왔고 영국 병사들도 총을 버리고 그들을 맞이했다. 이들 사이에는 맥주와 담배 등 선물도 오갔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에 당황한 지휘관들마저 축제 분위기를 깰 수 없어 크리스마스에 한해 총부리를 거두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양 진영은 각자의 진지 사이에 버려진 '적군'의 시신도 수습해 주었다. 비록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시 포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 외에도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된 에피소드인만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듯하다.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자 또한 'B급 세계사'(김상훈 저)란 책을 통해 독일군과 영국군이 맥주잔을 들고 함께 찍은 사진을 접하지 않았다면, 감동을 주기 위해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로 치부했을 것이다. 책에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가 이 사진을 1면 머리기사로

  • [참성단]우주군

    [참성단]우주군 지면기사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졌다. 4년 후인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밖으로 나가 "지구는 푸른 빛"이라는 메시지를 지구로 보내자 미국은 '가가린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더는 밀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미국이 본격적으로 우주 탐사에 나서면서 바야흐로 미·소간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다.초기엔 소련의 일방적 승리였다. 1959년 9월 소련은 루나 2호를 보내 달 표면을 촬영했고, 다음 달엔 루나 3호가 달 뒷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1966년 2월에는 무인 탐사선 루나 9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하지만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의 첫발을 디디면서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특히 소련의 붕괴로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사실상 우주는 우주왕복선이 날아다니는 등 미국의 독무대가 됐다.하지만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속 2만5천㎞의 속도로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아방가르드'를 공개하고, 이듬해 중국도 전략 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확대한 전략지원군 안에 항공우주군을 창설하면서 우주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특히 올 1월 중국이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우주군 창설을 선언했다.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72년 만에 새로운 군대인 '우주군(Space Force)' 창설에 필요한 입법을 완료했다. 우주군은 미국의 5군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대다. 1947년 공군이 육군에서 떨어져나와 별도 군으로 창설된 이후 미국에 새로운 군대가 생긴 셈이다. 우주군은 영화 '우주전쟁'이나 '인디펜더스 데이'처럼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주 방위군'과는

  • [참성단]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참성단]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지면기사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논쟁거리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의 명절을 국가적 축제로 치르면서 종교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로 인사를 대신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성탄'을 '명절'쯤으로 격하하는데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해피 할러데이' 카드를 발송했다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에 진땀을 뺐다.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굳이 성탄의 의미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해를 다 보낸 사람들이 가까운 이들과 감사의 선물과 덕담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효용은 충분하다. 미국 작가 마리 엘렌 체이스가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하나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 그대로다. 올더스 헉슬리는 "크리스마스는 자본주의의 도매상"이라고 비판했지만, 감사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하루 정도는 허락해도 좋을 것이다.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만든 대형 참사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1971년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가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호텔 커피숍 프로판 가스통의 폭발로 인한 화재로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캘리포니아의 복지시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슬림 극단주의 부부의 총기난사로 아수라장이 됐다. 14명이 숨지고 범인 부부는 사살됐다.올해는 사랑과 평화의 하루를 위협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난데 없는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 중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제재해제를 안하면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겁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했다.미국은 공중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다"고 뻗대는 북한을 향해 한·미 특수부대의 북한요인 생포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 [참성단]美의 기준

    [참성단]美의 기준 지면기사

    시대에 따라, 그리고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은 다르다. 동양과 서양의 절세미인을 말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것은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그토록 미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는 날씬한 개미허리가 절대 아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땀을 흘릴 정도로 뚱뚱했다고 한다. 키는 155㎝ 정도. 클레오파트라도 매부리코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두껍다고 느껴질 정도의 입술의 주인공으로 오히려 남성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이들을 절세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영화 덕이 컸다는 설도 있다. 영화 클레오파트라 역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으면서 그녀의 모습을 클레오파트라로 생각하고, 중국 배우 판빙빙이 양귀비역을 맡으면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을 양귀비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백이 양귀비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것을 보면 그녀의 얼굴은 달걀형이 아니라 후덕하다고 할 만큼 둥그렇게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의 미모가 당시 로마와 당나라 남자들의 혼백을 뺏었다고 하니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게 확실하다.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도 다르다. 아프리카의 경우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느 지역은 살이 쪄야 미인으로 결혼 전 살을 찌우느라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몇 날을 보내기도 한다. 입술이 두꺼운 걸 으뜸 미인으로 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목이 길어야 미인이라고 하는 곳도 있어 일부러 여러 개의 링을 목에 채워 인위적으로 목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2019 미스 월드 대회에서 자메이카 국적의 흑인 여성 토니 앤 싱이 영예의 왕관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2019년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대회 등 세계 5대 대회에서 모두 흑인이 왕관을 차지하며 '블랙 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미스 유니버스로 선발된 미스 남아공 조지비니 툰지의 수상소감이 주는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나는 나와 같은 피부색과 머릿결, 생김새를 가진 여성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하지만 오늘로 그런 관념이 깨질 때가

  • [참성단]메이저리거 김광현

    [참성단]메이저리거 김광현 지면기사

    세계 야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다. 한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MLB에 가면 신인 대접을 받는다. 대한민국 부동의 4번 타자 박병호도 그랬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마무리 오승환도 그랬다. 여기에는 아시아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자만감도 깔렸다. 2016년 스즈키 이치로가 미·일 통산 4천257안타를 쳐 피터 로즈의 MLB 최다안타(4천256개) 기록을 넘어섰을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일본리그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건방을 떤 것도 그래서다.노모 히데오는 MLB의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에서 통산 123승을 거뒀다. 이 기록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투수들도 하지 못한 양 리그 노히트 노런 경기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히데오는 겨우 6표(1.1%)를 얻는 데 그쳤다. 인종차별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LB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인종차별이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1999년 경기 도중 퇴장을 부른 그 유명한 두발차기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다. 2년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김현수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빈 병에 맞을 뻔했다.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왼손을 쓰면 "야구를 시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다. 왼손 투수는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공을 던지기 전의 몸 방향이 1루를 향하고 있으니 주자를 볼 수 있어 견제하기도 쉽다. 같은 속도라고 해도 왼손투수의 공은 오른손 투수 공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41세에 미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랜디 존슨도 왼손투수다. MLB 스카우터들은 왼손투수를 엄청나게 선호한다.인천 SK 와이번스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경사다. 그를 놔준 구단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팀도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3진을 의미하는 33번의 등번호도 부여받았다. 느낌이 좋다. 치열한 선발 경쟁은

  • [참성단]이세돌이 이겼지만…

    [참성단]이세돌이 이겼지만… 지면기사

    '미국이 외교관계를 갖지 않는 세계 4개국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는?' 2011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이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해 인간과 대결했을 때 나왔던 문제 중 하나다. 정답은 '북한'이다. 왓슨은 이 퀴즈대결에서 인간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해 상금으로 10억원을 챙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이 상당했다. 자연어 형태로 제시된 문제의 내용을 이해한 후 가장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 즉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왓슨은 이후 의료계에 진출해 '인공지능의사'로 활약 중이다. 최근엔 AI 앵커나 면접관까지 등장하는 등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4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이처럼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인류의 위협'으로 여기는 전문가들 또한 적지 않다. 이 위협을 전문가들은 '기술적 특이점'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자신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순간이 기술적 특이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반복되면 지능이 무한하게 높은 존재가 출현할 게 뻔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는 시기를 2045년께로 예상하기도 했다.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으면 그것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했고, 테슬라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신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악마를 호출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이세돌 9단이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후 처음으로 18일 토종 바둑 인공지능인 '한돌'과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군대 내무반에서 바둑을 배운 '병장바둑'의 눈으로 봐도 인공지능이 기본 정석인 '장문'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가 안 간다

  • [참성단]공명지조(共命之鳥)

    [참성단]공명지조(共命之鳥) 지면기사

    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몸통이 하나인 것도 모르고 머리 하나가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동운명체'다. 교수신문은 '공명지조'를 통해 갈등과 대립 속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남의 얘기에는 귀를 막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진영논리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2001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훑어보면 탄식이 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한심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기업인의 비도덕적 행위가 절정을 이뤘던 2007년 사자성어는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이었다. 비뚤어진 욕망에서 비롯돼 스스로 언행에 정직하지 못한 세태를 꼬집은 것이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비도덕적 행위가 만연해 있다.어디 이뿐인가.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못하며 끝없는 정쟁과 이념갈등 등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양극화 현상을 풍자했던 2005년의 상화하택(上火下澤),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의 사람들은 함께 하고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무조건 배격한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뜻하는 2004년의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놀랍게도 지금과 판박이다.우리 사회는 늘 이념대립, 계층갈등, 불평등 심화, 후진적 정치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조국 사태로 갈등과 대립은 더욱더 깊어졌다. 좌초하는 배에서 자기만 살려고 하면 모두가 망한다. 이럴 때는 비록 진영은 달라도 공멸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올해가 '공명지조'였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물론 어느 시대건 대립과 반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는 확실히 병든 사회다. 이를 알면서도 마치 파국을 향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