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참성단]'쩐의 전쟁' 슈퍼볼

    [참성단]'쩐의 전쟁' 슈퍼볼 지면기사

    미국에선 미식축구(NFL)와 아이스하키(NHL), 농구(NBA), 야구(MLB)를 '4대 프로 스포츠'라 부른다. 이 중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종목은 단연 미식축구다.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터치다운을 하는 경기방식이 미국의 개척자 정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까닭이다. 게임 수가 적은 것도 NFL 인기의 또 다른 이유다. 미 프로야구가 연간 162게임, 프로 농구가 82게임인데 비해 미식축구는 1개 팀이 고작 16게임을 치른다. 그래서 입장권도 비싸고, 표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구단 가치만 봐도 미식축구팀이 단연 최고다. 지난 22일 포브스가 공개한 '2019년 가치 있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보면 NFL 댈러스 카우보이가 50억 달러로 1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38억 달러)가 7위, 뉴욕 자이언츠(33억 달러) 10위 등 26개 구단이 5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중계료도 NFL이 연간 49억5천만 달러로 MLB 15억 달러, NBA 9억5천만 달러, NHL 2억 달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슈퍼볼은 NFL 두 개 리그의 우승팀이 단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올해 결승전은 내달 2일(미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드록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대결로 펼쳐진다. 천문학적인 방송 광고 때문에 슈퍼볼이 열리는 날을 '슈퍼 선데이'라 부른다.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는 30초에 500만∼560만 달러(58억~65억 원)에 이른다. 초당 2억원. '세계 최대의 광고판'이란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올해 슈퍼볼 광고엔 20개사가 참여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 기아차와 현대차가 포함됐다. 뒤늦게 2020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대열에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볼 경기의 60초의 광고를 1천만 달러에 구매했다고 해서 화제다. 출마 선언 이후 8주 동안 벌써 2천900억 원을 광고에 쏟아 부은 그다. 60조 원 재산가인 블룸버그는 정치기부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모든 비용을 지급했다. 블룸버그 측은 광고 집행을 "단지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기

  • [참성단]중국 국민 입국금지 논란

    [참성단]중국 국민 입국금지 논란 지면기사

    질병을 관리하는 권력의 방식은 시대와 권력의 형태에 따라 변화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시민권력이 부재하던 시대에는 감염성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철저하게 격리했다. 신도 외면한 문둥병(나병) 감염자들은 거주지에서 추방해 그들만의 소굴에 가둔 것이다. 13세기 기독교 세계 전체에 나병환자 격리장소가 1만9천개에 달했다는 사료는 권력이 나병환자 격리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보여준다.중세말기 유럽 전제군주들은 질병에 걸린 백성들을 격리하는 대신 도시에 가둔 채 통제하고 감시하는 방식으로 전염병에 대처했다고 한다. 도시를 떠받치는 산업노동력을 무작정 격리할 수 없어서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왕들은 도시의 백성들 명단을 만들어 매일 이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시신을 태우고, 감염자를 자택에 가두는 등 촘촘한 행정권을 발동했다.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쥔 전제군주들은 세원인 백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하거나, 모아 놓고 철저히 통제하는 전제적 권한을 행사했던 것이다.하지만 시민권력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전제적 질병관리가 가능하지 않다. 우선 과거엔 하루 2㎞ 정도였던 전염병 전파속도가 지금은 수천㎞에 달한다.('바이러스 대습격' 발췌)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민들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정보 수집과 판단이 가능해졌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를 봉쇄했지만 이미 500만명의 시민은 중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우한 봉쇄를 결정한 중국과 단박에 국경폐쇄를 선언한 북한은 공산당의 전제적 성향을 보여준다.지금 국내에서도 국경 봉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자는 국민청원에 서명한 국민이 29일 60만명에 육박했다. 상당수 국민들이 우한 폐렴 방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이 중국 국민에 대한 국경봉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대표가 이를 '혐오' 논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참성단]신종(新種) 바이러스

    [참성단]신종(新種) 바이러스 지면기사

    인플루엔자 보균자가 대도시에 잠입한다. 호흡기로 전파되며 감염 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 전에 볼 수 없었던 신종 바이러스로 사망자가 속출한다. 정부는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대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 건 사투가 시작된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는 신종 전염병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재난영화다. 당시 의학 전문가들은 영화적 상상력의 소산으로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끔찍했다.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18년 여름, 프랑스 주둔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처음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미군들이 속속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염자가 급속하게 확산해 미국에서만 무려 50여만명이 사망했다. 물론 유럽 대륙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영국에선 25만명, 프랑스에선 40만명이 숨졌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등 유럽의 유명 화가들도 피하지 못하고 희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신종 바이러스가 4개월 후 아시아를 덮쳤는데 식민지 치하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독부 연감을 보면 당시 인구 1천678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740여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했다. 이른바 1918년 '무오년 독감'이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당시의 허술한 통계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12월 3일자 매일신보의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서산군에만 8만명의 독감 환자가 있고, 예산·홍성서도 야단이다. 감기로 사망한 사람이 2천명이나 된다'.지금까지 한 세기 동안 서너 번씩 신종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200만명이 사망한 1957년 아시아 독감, 100만명이 사망한 1968년 홍콩 독감, 1979년 에볼라 바이러스, 2000년대 사스, 메르스가 그런 경우다. 이것들이 무서운 건 신종(新種)이라 치료 약을 늘 앞서서 나간다는

  • [참성단]한비자의 망징

    [참성단]한비자의 망징 지면기사

    중국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진시황이 탐냈던 인물이다. 진시황의 5대조인 진효공은 법가사상가인 상앙을 발탁해 강력한 법치주의를 실시해, 진나라를 전국7웅 중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시황이 법치의 대가인 한비자를 모시려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한비자는 망하기 일보직전인 조국 한(韓)나라를 법치로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시황은 그를 얻기 위해 일부러 한나라와 전쟁을 선포했고, 다급해진 한나라는 한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진시황에게 보내고 말았다.한비자는 망국을 향해 치닫는 한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저서 '한비자'에 망징(亡徵)편을 남겼는데, 나라가 망할 47가지의 징조를 열거해놓았다. 예를 들어 "전쟁과 방어는 하찮게 여기면서 어짊과 의로움으로 자신을 꾸미는 데 힘쓰면 망하게 된다"라는 식인데, 망해가는 왕조에서 벌어지는 온갖 통치비리를 망라했다. 현대의 정치지도자들도 꼭 새겨야 할 경고들로 가득하다.한비자가 법가의 입장에서 밝힌 나라가 망할 징조는 이렇다. "군주가 꾀를 부려 법을 왜곡하고 사적인 일로 공적인 일을 수시로 어지럽히며 법령과 금령을 쉽게 바꿔 명령을 자주 내리면, 망하게 된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정확하게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벌이는 전대미문의 법적 공방이 한창인 요즘, 귀에 쏙 박히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두 번의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강행한 윤 총장을 향한 정권의 비난은 법치의 영역을 벗어났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는 정치언어로 윤 총장을 압박했다. 일개 비서관인 최 비서관은 "기소 쿠데타"라며 자신을 정권의 최고통치자로 격상시키는 지경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법치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은 지금 손발이 다 잘린 채 감찰대상이 됐다. 상앙은 저자거리에 말뚝을 세워놓고 옮기는 자에게 상을 준다는 약속을 지킴으로써 법치의 기초를 세

  • [참성단]'원맨쇼 NO 1' 남보원

    [참성단]'원맨쇼 NO 1' 남보원 지면기사

    '영겁이라는 저 무한대의 시간에 견줄 때 인간의 한평생이란 극히 찰나적 순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의 한평생을 마감하는 자리는 늘 슬프다. 특히 그가 삶 속에서 차지했던 자취가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그가 남긴 체취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가 존재했던 자리의 비어있음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것은 보통사람들의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 정규웅의 '불꽃처럼 살다간 예술가들의 초상'에 수록된 한 구절이다. 희극인 남보원의 부음을 듣고 이 글을 찾아 다시 읽었다. 6·25가 우리들의 정서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던 시기, 그 텅 빈 가슴들을 웃음으로 메워준 남보원이 마지막 웃음을 거뒀다. 본명 김덕용. 향년 84세. 그는 평안북도 순천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피란 내려와 1960년 데뷔했다. 1963년 영화인협회 주최 '스타탄생 코미디'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대한민국 '원맨쇼'의 일인자가 됐다. 고(故) 백남봉과는 '투맨 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남보원은 실향민의 아픔을 희극의 주된 소재로 삼았다. 특히 그의 성대모사는 독보적이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만이 알 수 있는 대포소리, 전투기 엔진소리, 뱃고동, 기적소리 등을 그는 진짜처럼 모사했다.남보원은 노래도 잘 불렀다. '굳세어라 금순아'와 '불효자는 웁니다'를 수없이 부르고 또 불렀다. 떠돌이 생활의 한과 실향민의 한을 이 노래로 표출시켰다. 그의 노래는 기교보다는 애끓는 통곡과 애틋한 그리움 같은 것이 있었다. 실향민들은 그가 설과 추석 특집 무대에 오르면 처음엔 배꼽을 잡고 웃다가 끝에 그가 "어머니!"하고 외치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울었다. 그의 무대는 언제나 눈물바다였다. 그는 늘 사람을 울렸다. 그래서 실향민들은 그를 '웃기지만 슬픈 광대'라고 불렀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가 이 시대의 마지막 광대였다고 생각한다.희극인의 지존, 찰리 채플린은 '나의 자서전'에서 '사람의 행운, 불행 같은 것은 하늘의 뜬 구름과 같아서 바

  • [참성단]정보 전염병

    [참성단]정보 전염병 지면기사

    '염병(染病)'은 전염병의 준말로 장티푸스의 속된 표현이다. '염병하다'를 욕설로 사용한 것은 장티푸스가 가장 끔찍한 전염병으로 우리 조상들이 이를 그만큼 혐오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에서 처음 확인된 뒤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온 전염병이었다. 사우디를 비롯 요르단·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중동 호흡기증후군'이라고도 불렸다. 낮은 전염력에도 불구하고 치사율은 40%가 넘었다. 2003년 전 세계적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치사율이 15% 정도인 점을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었다.2015년 5월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특히 우리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사태는 급속히 악화했다. 보건당국의 정보 통제로 스마트폰과 SNS 등을 통해 메르스 괴담만 급속도로 확산됐다. 무엇보다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했다. 감염자가 거치거나 확진됐던 병원 명의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던 보건당국이 뒤늦게 24개 병원의 명단을 공개해 비난을 자초했다.'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스'는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확산하면서 대중의 두려움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무기력한 정부 대응을 비웃으며 당시 우리 사회는 인포데믹스 홍수를 이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메르스 사태는 185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217일 만에 종식됐다. 훗날 한국·WHO(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추면서 초기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전염병 '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정보통제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30억명이 이동한다는 춘절을 앞두고도 중국정부는 주변국과의 정보공유를 꺼리고 있다. 이를 보면 중국

  • [참성단]검사 내전(內戰)

    [참성단]검사 내전(內戰) 지면기사

    1972년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리처드 닉슨. 하지만 1973년 재임 임기가 시작되자 마자 그에게 지옥문, 워터게이트가 열렸다. 대선 국면 묻혔던 워터게이트 사건이 민주당 선거캠프 도청 의혹에서 대통령의 사건은폐 의혹으로 번지면서 초대형 정치스캔들로 변한 것이다. 상원특별위원회와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는 닉슨에게 은폐의혹의 증거인 백악관 비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했고, 닉슨은 수사 주체인 콕스 특검 해임으로 맞대응한다. 이것이 민심 이반을 부른 결정적인 패착이었다.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닉슨의 콕스 해임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한다. 대노한 닉슨은 장관대행이 된 윌리엄 러클하우스 차관에게 다시 명령하지만, 그 또한 거부하고 사임했다. 결국 대행의 대행인 로버트 보크 차관보의 명령이행으로 콕스는 해임됐다. 10월 20일 단 하루에 이루어진 이날 사태를 미 언론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로 보도했다. 이후에도 닉슨은 "대통령은 4년 동안은 루이 14세 같은 전제적 권한을 누리며, 따라서 그 어떤 사법절차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며 버텼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도 헌법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문제의 녹음테이프가 제출되고, 닉슨은 결국 1974년 8월 자진사퇴했다.야당이 '1.8 검찰대학살'로 비판한 새해 검찰인사의 후유증이 결국 상갓집에서 터지고 말았다. 최근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가에서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고 고함친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부의 차장검사가 검사장을 들이받은 것이다. 심 부장은 앞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무마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건의했다가 윤석열 총장에게 제지받은 사실이 알려졌고, 상가집 사단도 이 때문이었다.윤석열 검사들과 대통령·추미애 검사들의 내전(內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검사들을 잘라낸 인사가 부른 참극이다. 새로 임명된 심 부장이 조 전 수석의 무혐의를 주장한 것은 본격적인 검사내전의 서막일지 모른다. 물론 윤 총장이 불리하다. 그의 장관은 콕스

  • [참성단]맞춤형 여론조사

    [참성단]맞춤형 여론조사 지면기사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관심을 끌었던 건 정치인의 사면으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만에 이뤄진 정치인 사면이라 언론의 관심도 컸다. 그중 최대 이슈는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전 지사에게 정치적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언론은 이를 총선 출마에 맞춘 '맞춤형' 사면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맞춤형'이란 말이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맞춤형 복지에서부터 맞춤형 여행, 맞춤형 교육, 맞춤형 고용. 맞춤형 통계에 이젠 맞춤형 사면까지. '맞춤'이란 말은 양복과 관련이 깊다. 양복점에서 옷감을 고르고 디자인을 정하고 치수를 잰 뒤 가봉을 거치면 멋진 양복이 완성된다. 비록 맞춤 양복은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멋쟁이들은 여전히 이 맞춤 방식을 고집한다. 개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이니 제품이나 정책이 소비자와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이어야 상품성도 높을 것이다. 지난해 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의 최근 보도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고약하다. 이 정도면 '맞춤형 문항'이요 '맞춤형 여론조사'다.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포진한 조사기관의 설문지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다. 공정과 객관성이 생명인 여론조사기관이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건 스스로 공정성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만일 방송사와 조사기관이 사전에 서로 입을 맞춘 '가봉'의 절차를 거쳤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다. KBS는 사과했지만, 자유한국당은 KBS를 검찰에 고발했다.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일이 터졌으니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여론조사기관이 1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총선이 가까울수록

  • [참성단]존엄사 권리

    [참성단]존엄사 권리 지면기사

    중증환자에게는 '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잭 케보키언이란 의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의사(Dr. Death)'로 불렀다. 1990년부터 98년까지 중증환자 130명을 '죽음의 길'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그중엔 3~5년 더 연명할 수 있는 50대 알츠하이머 환자도 있었다.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의 몸에 그는 기꺼이 약물을 투입했다. 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안락사 장면을 CBS 대표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제공한 게 문제였다. 법원은 '2급 살인죄'로 그에게 10~25년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미국 내에서 안락사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고 이 덕분에 오리건, 몬태나, 워싱턴주가 존엄사를 합법화했다.소생 불가능한 중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 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국내에서 존엄사 즉 '연명치료'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것은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이다. 김 할머니는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가족들은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희망이 없는 연명치료를 환자 측이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하지만 논의과정이 길어지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존엄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이보다 늦은 2018년 2월이었다. 이후 연명 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지난해 말 53만667명에 달했고 이 중 8만3명이 자기결정권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맞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집착하기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그제 경인일보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최근 노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하는 불치병환자로 무의미한 치료를 하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느니 사리판단이 가능한 지금,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록기관

  • [참성단]'배드 파더스'와 '페인트'

    [참성단]'배드 파더스'와 '페인트' 지면기사

    양복을 입고 뒷짐을 지고 있는 한 남성을 배경으로 '양육비 미지급'이란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다.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의 초기 화면이다. 화면을 내리면 이른바 '나쁜 아빠'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 신상정보가 줄줄이 뜬다. 이들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이트 운영진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의 명예 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 판결이다. 실제로 이 사이트로 인해 현재 113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국가에서 버려진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가 소설의 배경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국가에서 설립한 'NC 센터'에서 19세까지 생활할 수 있다. 그 전에 입양을 원하는 부부가 나타나면 가정을 꾸릴 수 있는데, 아이들이 직접 부모를 선택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소설 제목인 '페인트'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실시하는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소설 속 아이들의 은어다. 선택받은 부모는 각종 혜택을 받는 대신 제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주인공 '제누 301'의 페인트 과정을 통해 좋은 부모란,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청소년의 시선에서 질문하는 작품이다.이 소설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소설과 현실 사이에서 뭔가 교집합의 빗금이 읽히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 속에서 정부는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아도 키우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지자 국가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로 NC센터를 설립한다. 저출산에 부모의 자녀 방임, 학대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 또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부모의 도리마저 사회 시스템의 통제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시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설에서도 아이를 육체적· 정서적으로 돌보고, 아이를 입양한 부모가 제대로 아이를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