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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홍콩 민주화 시위와 한국

    [참성단]홍콩 민주화 시위와 한국 지면기사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본격화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새벽 홍콩 이공대는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무력 충돌로 화염에 휩싸였다. 홍콩 행정부는 시위대의 최후 보루인 이공대 진압에 성공했지만, 이미 다수의 희생을 딛고 확산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 동력은 쉽게 꺾일 기세가 아니다.홍콩 민주화 시위는 우리의 민주화 운동과 묘한 접점을 이루면서 심리적 감정선을 자극한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시대를 거쳐 민주화를 성취한 것이 불과 30여년 전 일이다. 실제로 홍콩 시위대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힌다.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한국의 80년대 민중가요를 번안해 부르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현해 중국 정부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홍콩 시민들은 한국과 한국인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하지만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역사적 동질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연대는 만만치 않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생과 중국 유학생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유학생들은 우리 학생들이 게시한 홍콩 지지 대자보와 현수막을 커터 칼로 훼손하는 것은 물론 몸싸움도 불사한다. 이들은 심지어 '독도는 일본 땅' '김정은 만세'와 같이 보복성 게시물로 한국을 조롱하고 있다니, 중국의 오만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민주화 주역을 자부하는 한국 정부와 여당은 아예 홍콩 민주화 시위에 묵언수행 중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 때문인지, 중국 비위를 거스를 엄두를 못내는 모양새다. 홍콩 시위대는 현 정부와 여당의 민주화 역정을 흠모한다는데, 아무래도 짝사랑에 그칠 듯 싶다.하지만 홍콩 시민들도 한국 정부를 다시 볼 일이 생겼다. 최근 한국 정부는 탈북주민 2명을 엽기적인 살인범죄자로 단정해 눈가린채 판문점에 끌고가 북한으로 강제 추방했다. 통일부는 아예 남북간 형사사법공조 방안을 마련해 탈북주민 중 범죄자의 북한 송환 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반중 민주화 홍콩 시민들을 중국이 범죄자

  • [참성단]광어의 추억

    [참성단]광어의 추억 지면기사

    내륙에서 태어나 날생선을 입에 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처음 회를 입에 넣었을 때 그 뭉클거렸던 식감과 시큼한 초장 맛만 기억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회가 대중화된 건 1987년 광어가 본격적으로 양식에 성공하면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저가 횟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덕분에 내륙인들도 점점 회 맛을 알게 됐고, 광어는 명실상부 '국민 횟감'으로 우뚝 섰다.정약전은 '자산어보'에 광어가 넙칫과에 속한다고 '접어'로 표기했다. 넓적한 것이 도다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이를 구분하기 위해 눈이 왼쪽에 붙어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붙어 있으면 도다리 '좌광우도'라는 말도 생겨났다. 광어는 쫀득하고 감칠맛 나는 식감과 특유의 향 때문에 흰 살 생선 중 최고로 친다. 맛과 향을 중시하는 일본인에게도 고급 횟감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순 살의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고단백, 저지방으로 부드럽고 비린내가 없어 미역국과 매운탕감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저 열량으로 다이어트에도 좋다. 그런 '국민 광어'가 지난해 말부터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에 치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 광어 1㎏ 도매가는 8천441원으로 3년 전 1만6천632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생산비 원가인 1만원에도 못 미친다. 오죽하면 국내 양식 광어의 60%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 어류양식수협이 지난달 말부터 중간 크기(400~600g) 광어 200t을 폐기 처리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일본에서 한국산 광어 검역을 강화하면서 수출길도 막혔다. 국내 양식 광어를 70% 넘게 수입하는 일본이 지난 6월 한국산 광어의 검역 비율을 20%에서 40%로 높였다.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관련 WTO 분쟁에서 패한 이후 내려진 조치다. 누가 봐도 보복무역 냄새가 짙다.요즘 대형 할인점 수산물 코너에 가보면 광어는 보이지 않고 횟감부터 초밥까지 온통 붉은 살 생선 연어가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유통 업체들은 '40% 할인' '10년

  • [참성단]전 세계 '기생충' 열풍

    [참성단]전 세계 '기생충' 열풍 지면기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민음사 간)는 상위 20%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하고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상위 20% 중상류층의 위선적인 태도와 불공정한 행위가 불평등한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이유는 미국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를 든 불평등의 사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우리와 너무도 닮아서다. 저자는 '온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경로로 간다'든가, '주택시장과 교육시장은 중상류층에게 유리하게 조작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많은 인턴이 연줄이나 특혜를 통해 들어오고' 심지어 '부유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할인해 주기 위한 용도로 성적 장학금이 활용된다'며 마치 조국 사태로 구속된 정경심씨의 공소장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기생충'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서 3개로 시작한 개봉관이 461개로 또 603개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흥행 수익도 11일 현재 1천127만8천976달러(131억391만원)로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 중이다.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등에서도 역대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뉴욕타임스가 '공포, 풍자로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계급 투쟁에 관련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달한다'고 호평하는 등 모든 언론마다 칭찬 일색이다.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라고 했다가 영화를 본 외신기자들이 '보편적인 불평등을 다룬 영화'로 전 세계에 타전하자 "엄살을 좀 떨었다"며 말을 바꿔야 했다. 불평등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적을 초월하는 공통 관심사라는 것을 봉 감독이 잠시 잊은 것이다. 공교롭게 올해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 '조커' 역시 계급 사회

  • [참성단]4인제 배구

    [참성단]4인제 배구 지면기사

    스포츠 취재를 담당하는 한 기자에게 '현장에서 취재할 때 구기 중 어느 종목이 가장 재밌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실제로 경기장에서 느끼는 재미를 비교할 때, 재미의 격차가 가장 큰 종목이 무엇이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당연히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종목을 꼽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돌아온 대답은 '배구'였다. 리시브에서부터 스파이크에 이르기까지 공의 움직임에 대한 몰입도가 TV로 시청할 때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받고, 때리고, 막는' 과정의 연속인 경기 특성으로 볼 때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배구의 매력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코트를 찾는다. 인천만 해도 배구동호회 수가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아쉬움 또한 많은 스포츠가 배구이기도 하다. V리그를 비롯해 국제대회는 6인제로 치러지지만 거의 모든 국내 아마추어 배구대회는 9인제 배구를 채택하고 있다. 신장이 작은 아시아인에게 적합하고 6인제보다 규칙도 단순해 생활체육에 적합하다는 게 9인제 배구의 장점이다. 반면 많은 인원이 경기에 투입되다 보니 경기 중에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 못한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하고, 동호회 규모에 따라서는 시합을 앞두고 팀을 꾸리는 것조차 벅찰 때도 있다. 9인제 배구의 '옥에 티'인 셈이다. 달리 표현하면 생활체육 활성화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기도 하다.이런 가운데 진입장벽을 확 낮춘 신개념의 배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에서 갓 출범한 '4인제 배구'다. 인천시배구협회는 오는 16~17일 인천송림체육관 등에서 '전국생활체육 4인제 배구대회'를 연다. 지난해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대회를 열었는데 올해 고등부와 교육대학부, 클럽 3부까지 대상을 확대했다고 한다. 주최측은 동호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 별도의 '4인제 배구연맹'을 꾸릴 계획이다. 또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

  • [참성단]'샘터'의 기적

    [참성단]'샘터'의 기적 지면기사

    답답한 세상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경영난으로 이번 12월호, 통권 598호를 끝으로 휴간키로 했던 월간 '샘터'가 그 결정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창간 50주년이고 통권 600호 발간을 눈앞에 둔 샘터의 휴간 소식이 많은 이들을 몹시 슬프게 했던 모양이다. 전국에서 성원이 답지했다.샘터는 가난했던 시절, 글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잡지였다. 피천득과 오천석,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이해인 수녀, 동화작가 고 정채봉 등 '샘터'의 간판 필진의 글을 읽으면서 잠시 고단한 삶을 접어뒀던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 최인호 선생은 1975년부터 35년간 '가족'을 400개월을 연재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법정 스님은 '산방한담'을 120회를 연재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글도 빼놓을 수 없다. 월전, 운보, 산정, 남정 등 동양화계 원로들과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 장욱진, 천경자 등 서양화계 거장들 대부분이 샘터에 헌정하듯 표지화를 그렸다. 제호는 당대 최고의 명필 소전 손재형 선생이 썼다. '샘터'는 작지만 강한 잡지였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초창기 가격이 100원에 불과했으나 가치는 그 열 배, 아니 백배 이상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한 샘터를 읽으며 독자는 '삶 속의 작은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미국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샘터'가 있었다. 모든 게 메말랐던 1970년대 샘터는 한국인의 교양을 무한 확장한 마른 땅의 '샘물'같은 존재였다. '샘터'는 한때 월 50만 부가 팔린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2만 부로 부수가 뚝 떨어졌다. '샘터 가족은 하루 한쪽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는 메시지가 무색하게 정치에는 관심을 가져도 책을 외면하는 세상 때문이다. 이에 따른 매년 3억 원의 적자는 큰 짐이 됐다. 그렇다고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에서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 [참성단]급등하는 '이재명 주가'

    [참성단]급등하는 '이재명 주가' 지면기사

    정치권을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지금은 상장 종목들의 치열한 시세조정으로 요동치는 등락장의 형세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공천 여부에 따라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차기 대선정국을 지배할 대장주들도 총선을 거치면서 시세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진보 아이콘으로 여권의 유력한 대장주로 주목받았던 조국이 상장폐지 되면서 여권의 대장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관심종목으로 떠올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발은 지난달 28일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한 수원 만찬이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 두 사람이 비문으로 낙인찍혔던 이 지사와 원팀을 외치고 형제애를 나눴다. 이 지사는 다음날 수원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향해 "모친께서 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시는 모습을 대하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고 최상의 예의를 표했다. 그날 저녁 대통령은 모친상을 당했다.이해찬 대표도 지난 8일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화폐 등 이 지사의 정책을 당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재명 띄우기'에 동참했다. 급기야 11일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서 뜨겁게 맞붙었던 문재인 복심 전해철 의원 마저 이 지사와 수원 만찬을 갖고 "우리는 하나다", "이재명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오늘은 이 지사와 이 대표가 귀여운 돼지탈을 쓰고 돼지고기 소비 캠페인을 벌인다니, 여권 전체가 이재명 주가관리에 나선 형국이다.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문의 복심 전 의원과 척이 져 친문진영의 비토에 시달린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의 탄원서에 힘입어 대법원 관문만 잘 통과하면 이 지사는 관심종목을 넘어 여권의 새로운 대장주로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아쉬운 건 "문프(문 대통령)께 모든 권리를 양도"한 공지영 작가처럼 여전한 친문진영의 이 지사를 향한 반감이다.정치시장

  • [참성단]윤정희와 알츠하이머

    [참성단]윤정희와 알츠하이머 지면기사

    알츠하이머는 유대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1906년 학계에 보고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뇌 신경질환으로 입원했지만, 남들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여성의 뇌 조직을 관찰하다가 대뇌 피질이 갈색 덩어리의 끈적끈적한 섬유농축제로 덮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알츠하이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레이건은 1994년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내 생애의 황혼으로 이끌어 갈 여행을 시작한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노벨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맨부커상 수상자이자 영국의 지성 아이리스 머독도 알츠하이머로 힘든 말년을 보냈다. '사랑에 대한 영화 중 가장 오래 기억될 걸작'이라는 타임스의 호평을 받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알츠하이머가 불러온 삶의 변화를 다룬 영화다.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 80대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안느가 치매 증상이 보이면서 그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조르주는 안느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갈등에 빠진다. 마침내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안느를 베개로 질식사시킨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쏟았다.배우 윤정희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그는 2010년 이창동 감독 영화 '시'에서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미자 역을 맡아 청룡영화상은 물론 대종상 여우주연상과 LA 비평가협회상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아마도 이 영화를 촬영할 즈음 알츠하이머가 찾아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윤정희는 1976년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와 도피하듯, 파리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려 큰 화제가 됐다.평생 영화를 찍었던 배우들도 이처럼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영화처럼 모나코 왕비로 살다가 차 사고로

  • [참성단]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참성단]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지면기사

    역사는 수다를 떨지 않는다. 역사적인 사건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객관성과 냉철함, 통찰력이 빛났던 앙드레 모루아는 역저 '프랑스사'에서 '프랑스 혁명'부분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은 폭동이 아니라 목가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었다…7월 14일 온종일 사냥을 하느라 고단하게 잠들었던 국왕은 다음 날 아침 리앙쿠르 공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반란인가?"라는 루이 14세의 물음에 그는 "혁명"이라고 대답했다.' 하긴 1950년 6·25 전쟁도 모두 잠든 일요일 새벽 4시에 발발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남침이었다.베를린 장벽 붕괴도 조용히 찾아왔다. 동독 공산당 공보비서 귄터 샤보브스키가 주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했던 그 날, 한 기자가 여행 자유화가 언제부터냐고 물었고, 그는 우물쭈물하다 "지금, 즉시"라고 말했다. 이 장면이 동독 주민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많은 동베를린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놀란 국경 수비대는 우왕좌왕하다가 국경 문을 열었다.내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벽은 1961년 8월 13일 새벽,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을 오가는 통행로가 브란덴부르크 문을 기점으로 철조망으로 차단되며 만들어졌다. 장벽에서 100m 이내 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사람 없는 '죽음의 지대(Death Strip)'가 만들어졌다. 1965년에 여기에 다시 콘크리트 벽이 세워졌고, 1975년에 장벽이 세워졌다. 이토록 견고했던 장벽이 하룻밤에 무너진 것이다.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통일이 손에 잡히는 근거리까지 왔음에도 낙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이라는 말을 값싸게 함부로 남발하거나 남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측근의 입을 조심시켰다고 한다. 불면 꺼질까, 만지면 깨질까 봐 마치 무슨 보물단지 다루듯 통일 문제를 취급했다. 들뜨지도 서두르지도 흥분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용히 통일을 이룩했다. 통일 후에도 게르만 민족이 우수해서 통일이 이뤄졌고, 자신이 통

  • [참성단]생존왕

    [참성단]생존왕 지면기사

    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계기는 좀 불순(?)하다. 영국에서 풋볼리그가 출범할 당시, 영국에는 이미 FA컵이라는 축구대회가 있었다. 풋볼리그 창시자들은 리그가 더 성장하려면 리그 창립 멤버가 아닌 팀도 리그에 참가하게 해서 언젠가 최상위 리그로 승격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경쟁리그가 출범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리그를 독점하기 위해 일종의 '열린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다. 승강제의 도입 배경이 그리 순수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시즌 막바지까지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하면서 승강제는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2013년 국내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매 시즌 최하위권을 전전하다 막판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는 팀이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생존왕'이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로, 매 시즌 '짜릿한 잔류 성공기'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2016년 11월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다.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인천은 리그 최종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수원을 누르면서 10위를 기록,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비록 꼴찌들의 경기였지만, 이 경기는 결승전을 능가하는 빅매치로 기록된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나서는 구름처럼 몰려나온 팬들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경기장 밖을 지나다 함성 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결승전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을까.올해에도 역시 인천은 잔류와 강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둔 올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인천(10위), 경남(11위), 제주(12위) 등 세 팀의 승점 차가 3점으로 좁혀지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조금만 삐끗해도 강등이 확정되는 12위, 또는 2부리그 승강플레이오프 승자를 이겨야 잔류가 가능한 11위로 추락하게 된다. 세 팀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들의 경기를 따로

  • [참성단]'코세페'를 아시나요

    [참성단]'코세페'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블프)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실제 가격의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는 물건이 허다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약 70%를 이 때 팔아 치운다. 품질 좋고 저렴하니 소비자들은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린다. 서로 사려고 다투다 총격전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다.중국에서는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른다. '광군'은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독신을 뜻한다. 혼자를 상징하는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치는 날이라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날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2009년 첫 광군제 행사에는 27개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5천200만위안(약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행사에는 18만개 이상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2천135억위안(약 35조원)을 팔아 치웠다. 폭발적인 성장 배경의 이유는 단 하나다. 상품도 다양하고 값까지 싸다.'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가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코세페'가 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홍보 부족 탓도 있겠지만, 추수감사절과 겹치는 '블프'와 독신자를 위해 시작한 '광군제'와 달리 '코세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매혹적인 스토리가 없는 것이 치명적이다. 비록 일부지만 '떨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상품 구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행사 시 유통업체가 행사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는 지침 개정을 예고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코세페 보이콧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하는 등의 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코세페는 올해가 네 번째다. 그동안 참담한 흥행참패를 겪었다. 그래서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꾸고, 행사기간도 11월로 옮기면서 기간도 오는 22일까지 2배로 늘렸다. 그런데도 흥행몰이를 못 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가격 결정권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가격을 낮출 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왕 불황을 타개하겠다고 만들었으면 다양한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