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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귀하신 '물' 지면기사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부터 이집트 문명(나일강), 인더스 문명(갠지스강), 황하 문명(중국 황하강)까지 물에서 태어났다. 인류 문명은 수로와 댐 같은 관개시설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발전했다. 이집트는 기원전 2천550년 나일강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댐 사드 엘 카파라댐을 축조했다. 나일강은 홍수가 규칙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범람을 예측하는 달력을 만들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지구는 물 변덕이 극심하다. 여지없이 사람 탓이다.물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다. 그러나 물의 97.5%는 바닷물이고, 식수로 사용 가능한 담수 자원은 2.5%뿐이다. 그 담수의 3분의 2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에 갇혀있고, 사람이 손쉽게 사용 가능한 담수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불행하게도 이 담수는 지구상 모든 국가에 골고루 분배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3월 유엔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약 20억명이 대소변에 오염된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이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한 해 140만명에 달한다. 오늘(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주제는 '세계 평화를 위한 물의 활용'이다. 물도 양극화 시대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인류가 함께 누리려면 각국의 연대와 노력이 필수다.물자원 절약을 위해 미국인들은 잔디 로망을 포기했다. 2022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야외 물 사용은 주 2회, 스프링클러 가동은 8분으로 제한하고 위반하면 최대 600달러(약 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199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물낭비 1천달러 벌금과 최고 6개월 징역형 조례를 확정했었다. 당시는 해외 토픽감이었으나 지금보니 선견지명이다.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물 스트레스가 85.52%로 매우 심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2020년 기준 295ℓ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2025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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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길에서 주운 금배지 지면기사
"집집마다 방문하는 동안 어떤 집은 사람이 없었고, 어떤 집은 머리에 컬을 만 여자들과 뛰어다니는 아이들, 정원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회고록 '약속의 땅'의 한 대목이다. 1995년 34세 오바마에게 정계의 문이 열렸다. 일리노이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성범죄로 기소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에 앨리스 파머 주 상원의원이 출마하자, 오바마에게 주 상원의원 출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일리노이주에선 선거구 유권자 700명 이상의 추천 서명을 받아야 후보자 명부에 오를 수 있다. 오바마 부부와 지지자들은 7개월 동안 유권자를 직접 찾아가 기준 인원의 네 배에 달하는 추천서를 모았지만 뒤통수를 맞았다. 보선에서 떨어진 앨리스가 제 자리를 찾겠다며 버락의 출마를 막아선 것이다. 하지만 추천서가 운명을 갈랐다. 오바마가 두 발로 얻어낸 추천서와 달리 앨리스의 추천서는 조작된 불법 추천서였다. 오바마는 시카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앨리스는 사퇴했다.오바마는 일리노이주 3선 상원의원을 지낸 뒤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그해 민주당 대선 전당대회 명연설로 스타덤에 오르더니,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해 44대 대통령이 됐다. 행운도 있었지만 두 발로 유권자와 교감한 현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테다. 흑인 청년 정치인이 두 발로 모은 추천서를 지켜준 공정한 제도는 오바마 기적의 모태였다. 정치의 요체는 사람과 제도다.더불어민주당의 서울강북을 조수진 후보자가 20일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조변(조 변호사)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고 반농(반농담)했다"고 밝혔다. 한 유튜버도 지난 18일 "조수진 변호사는 배지를 그냥 주웠다"고 전하며 크게 웃었다. '목발 정봉주'로 실패한 '박용진 불가' 원칙을 조수진으로 관철한 상황이 '길에서 주운 금배지'다. 여야 공천을 일별하면 조수진 말고도 길에서 금배지 주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중앙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전횡하는 한국정치 제도 탓이다.제도와 법상 금배지 주인은 유권자, 국민이다. 예전에는 선거 때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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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사교육 왕국 지면기사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이 몇 개죠?" "월수금은 수학· 영어, 화목은 논술·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미술, 토일은 창의과학·한국사."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대사다. 과학초에 다니는 동춘은 엄마의 계획표대로 학원 뺑뺑이를 돈다. 멍때리는 게 유일한 취미이고 11살 인생에 권태기가 와버렸다. 엄마는 수년 후 서울대 특별 수시전형이 생긴다는 알짜 정보에 솔깃해 페르시아어학원에 등록하기에 이른다. "도대체 이걸 왜 배워야 할까?" 동춘의 머릿속은 의문부호 투성이다.실제 아이들 현실이 동춘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어서며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새 학생 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1.3%) 감소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되레 늘어났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지난해 9년 만에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역시나 기대는 빗나갔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정부가 갑자기 킬러 문항을 제거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은 학원으로 달려갔다. 고등학생 사교육비가 7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8.2%나 늘어났다.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도 86%나 된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 단속, 초등 의대 입시반 실태 점검, 늘봄학교 확대 등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변죽만 울린다. 사교육을 둘러싼 정부와 수요자의 술래잡기가 무한궤도에 갇혔다.사교육 카르텔은 수능 문항을 거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을 벌여 56명을 수사 요청했다. 커넥션 가담자는 교육부 발표보다 30명 이상 늘어났다. 현직 교사들이 문항 제작·공급 조직을 직접 운영했고, 유명강사가 사들인 문항은 수능적중 문제집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30년간 나름 공정한 입시제도라고 평가받아온 수능의 신뢰도는 내동댕이쳐졌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아껴가며 학원비를 마련해 자녀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영화에서 엄마 혜진은 말한다. "동춘이가 많은 도전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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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유정 소설과 봄소식 지면기사
봄이 오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다.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이 그렇다. 해학과 향토적 이야기 속에 식민지 농촌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김유정 문학의 특징인데, 새봄을 맞을 때마다 이 소설들이 떠오른다.'봄봄'은 결혼을 미끼로 주인공을 데릴사위로 삼아 부려 먹는 장인과의 갈등을, '동백꽃'은 애정 공세를 펼치는 점순의 마음을 몰라줌으로써 생겨나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김유정이 농민문학에 큰 성취를 이룬 것은 작가의 역량과 환경적 조건 때문이다. 그는 대동법으로 유명한 김육(1580~1658)의 10대손이자 강원도 춘천시 실레마을 천석꾼 지주의 아들로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 휘문고보 시절의 단짝 친구 안회남의 영향도 있었다.'봄봄'과 '동백꽃'의 주인공 '나'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나'의 바보스러움은 데릴사위란 이름의 머슴('봄봄')이자 소작농이라는 사회적 위치('동백꽃')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는 동시대 농민의 전형이다. '동백꽃'은 이른 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소설은 오직 "알싸한"이라는 강렬한 한 단어로 수렴된다. 동백꽃이 알싸할 리 없는데, 김유정은 왜 "알싸한"이라 했는가. '동백꽃'의 가장 유명한 장면을 보자. 점순이의 닭을 죽인 죄로 실랑이하다 점순을 안고 동백꽃 속에 파묻히는 대목이다. "뭣에 떠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져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당시 동백꽃의 북방한계선은 충청남도 남부로 강원도에서는 동백꽃이 필 수 없었다. '알싸한'이란 단어가 말하듯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 부르는 관례가 있다. '생강나무'는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이며, 뒤를 이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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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영미술관 김이환 관장 지면기사
"다시 가라하면 못가네. 수유리 찾아갔던 그날로부터 30여년이야…." 2008년 5월 31일자 경인일보 주말신문 경인플러스에 게재된 신축 이영미술관 탐방기사 첫 문장이다. 미술관 뒷동산에 올라 전경을 바라보던 김이환 관장이 말했다. "윤 부장. 우리 미술관이 리움 다음으로 최고다."2001년 6월 11일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 221번지에 개관한 이영미술관은 미술계의 사건이자 화제의 중심이었다. 내고 박생광의 미술관을 꿈꾸던 관장 김이환은 3천마리 돼지를 키웠던 자신의 돈사를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미술관 자체가 화제였다면 그해 11월 7일 개관 기념전은 경악이었다. '명성황후'를 비롯한 박생광의 오방색 걸작들이 평론가와 관람객들을 압도했다.김이환이 부인 신영숙과 1977년 6월 흑모란 한 점 얻으려 박생광과 맺은 인연으로 잉태된 이영미술관으로 인해 수원, 용인 문화계가 풍요해졌다. 박생광의 '무녀도' 시리즈의 주인공 큰 무당 김금화가 미술관에서 굿판을 벌였다. 부부가 박생광만큼이나 살뜰하게 모셨던 전혁림이 이영미술관에 상주하며 만개했다. 한용진은 미술관 앞마당에서 거석을 깎고 쪼고 쌓아 작품으로 빚었다.돈사 미술관이 택지개발로 사라지자 대토 받은 땅에 새로 지어 신축했다. 그 때 그 자리에서 기자에게 김이환은 "리움 다음으로 최고"라 한 것이다. 박생광과 전혁림만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자부로 해석했다. 이영미술관을 두 대가의 영원한 안식처로 만들겠다는 다짐이라 생각했다. 일체의 장식을 배제한 철근 콘크리트 이영미술관. 다시 30년을 반복해도 이 이상은 어렵다는 김이환 인생의 결정체였다.현실은 가혹했던 모양이다. 사립미술관의 적자는 숙명이었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쥐꼬리만한데 생색은 한보따리였다. 2020년 용인시에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은 매각했고, 지금은 아파트 건립을 두고 찬반 분쟁의 땅이 됐다.지난 12일 김이환 관장이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박생광·전혁림의 패트론이자 컬렉터이며, 가장 완벽한 도슨트로서 한국 미술사에 오래도록 회자될 서사를 남겼다. 이영미술관이 남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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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배려 없는 공중화장실 지면기사
봄꽃 만발한 공원은 가족 나들이 하기에 좋은 장소다.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은 화장실을 급히 찾았다가 난감해지곤 한다. 어린이용 대·소변기는 물론 성인용 변기 위에 설치하는 유아용 변기 커버도 찾기 힘들다. 기저귀 교환대를 기대하는 건 사치다. 아이들은 성인용 변기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래로 빠져 볼일 보는 동안 계속 잡아줘야 한다. 좁은 칸막이 안에 비집고 들어가니 문 닫기도 힘들다. 아이들은 누가 볼까 불안하고 자세도 불편해 칭얼거린다. 어른 키 높이의 세면대 앞에서는 까치발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참 배려 없는 공중화장실이다.인천지역 공공기관이 설치한 공중화장실을 살펴보니, 1천446개 중 2.7%인 40곳에만 남녀 화장실에 어린이용 대·소변기가 있다. 10곳 중 7곳은 기저귀 교환대를 볼 수 없다. 어린이용 대·소변기와 세면대 설치가 의무화된 2006년 10월 이후 생긴 254곳 중 남녀 화장실 모두 어린이용 대·소변기를 갖춘 곳은 15개(6%) 뿐이다. 2021년 기저귀 교환대는 설치 의무화 시행 이후 지어진 25곳 중 10곳에서만 이용 가능하다.2007년 세계화장실협회(WTA)가 창설되고 초대 회장 미스터 토일렛(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을 배출한 수원은 어떨까. 수원에는 총 635개의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410곳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한다. 남녀 화장실 모두 어린이용 대·소변기를 갖춘 곳은 22개로 겨우 5.5% 수준이라니 다소 충격이다. 기저귀 교환대가 남녀 화장실 모두 설치된 곳은 4곳뿐이고,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경우는 133곳, 남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곳은 단 1곳이다. 여전히 기저귀 갈기는 엄마들의 몫이라는 사회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부부가 함께하는 육아는 외출했을 때 화장실부터가 장벽이다. 저출산 시대에 공공기관마저 어린이용 대·소변기나 기저귀 교환대를 사용할 아기가 적다고 방관한 탓이지 싶다.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며 정부도 기업들도 아이 낳기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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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강인 대표팀 발탁 논란 지면기사
이강인의 축구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온라인이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찬성측 주장의 근거는 '손흥민의 용서'다. 당사자 사이에 화해하고 끝낸 일에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막말엔 날이 바짝 서있다. "이강인은 국대가 아니라 깡패"라 하고 "대한민국은 죄를 저질러도 실력만 있으면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국가대표팀 경기 관람·시청 거부 주장도 올라왔다.공론장이 이렇게 무섭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달 21일 함께 미소지으며 찍은 사진으로 화해를 인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적 화해로 진정되기엔 공론장의 주제가 너무 거창했다. 64년 만에 찾아온 아시안컵을 날려버린 카타르 참사의 원인이다. 처음엔 도마 위의 생선이 엉터리 감독 클린스만과 그를 뽑은 대한축구협회였다. 외신이 탁구게이트로 도마 위의 생선을 이강인으로 바꾸었다.이강인의 결정적 실수는 도덕과 규범의 선을 넘은 점이다.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대중적 인물들이 도덕과 규범의 잣대를 건드리는 바람에 공론장에 올라 퇴출됐다. 손흥민은 동시대 한국인이 인정한 국가대표의 규범이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대든 것은 공적 규범에 대한 도전이었다. 선을 넘은 것이다. 스물세살 이강인이 깨닫기엔 너무 심오한 공론장의 작동 방식이다. 이번에 크게 깨달았으리라 믿는다.이제 이강인을 향한 비난을 거둘 때도 됐다. 약이 과하면 독이 되고, 훈육이 지나치면 폭력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강인을 향해 마음껏 돌팔매를 날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공수처가 수사중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부임시켰다. 2년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창당한 정당이 기세등등하다.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 대정부 투쟁을 벌인다. 공론장의 금과옥조였던 도덕적 규범이 흔들리면서 정의와 불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옳고 그름이 뒤섞여 사회 전체가 자가당착으로 오염됐다. 표적을 찾아 헤매는 평범한 악당들이 활개친다. 이강인이 제대로 물렸다.스포츠 선수는 명료한 규칙에 따라 투명하게 실력을 겨루고 결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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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산불 조심 지면기사
2000년 4월 7일 발화해 15일까지 191시간 동안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역대 가장 큰 면적을 화마가 휩쓸었다.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일대 산림 2만3천794㏊, 무려 축구장 3만5천개를 태워 없앤 셈이다. 건물 800여채가 불타 850명의 이재민이 피눈물을 흘렸다. 2022년 3월 4일 발생한 울진·삼척산불은 1만6천302㏊를 소실시켜 9천86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진화하는데 213시간43분이 걸린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두 초대형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에 속수무책이었다. 양양과 간성에 부는 국지적 바람은 소형 태풍급에 버금간다. 동해안 산불은 최대풍속 23.7m/s, 울진·삼척산불은 27m/s였다. 실제로 30도 경사면에서 바람이 없을 때는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확산되지만, 6m/s의 속도만 불어도 분당 14.82m로 26배나 빨라진다. 바람에 화염이 옆으로 누우면서 열기를 쉽게 전달하니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다. 우리나라는 산림의 37%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에 더 취약하다. 테라핀 같은 정유물질을 약 20% 포함하고 있는 송진은 불쏘시개가 된다. 소나무 가지와 솔방울, 껍질 등에 불이 붙으며 생긴 불똥은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2㎞ 가까이 날아갈 수 있다.산불이 나면 동물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덮친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산불만 봐도 가축 4만여 마리가 폐사하거나 화상을 입었다. 축사에 갇힌 채 불길에 소 등껍질이 벗겨지고 뿔까지 뽑힌 현장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2005년 4월에는 양양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한순간 재로 변해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보물 제479호 동종이 녹아내렸고 원통보전이 전소됐다. 문화적 재앙이다.최근 10년간 3~5월 봄철 산불이 56%를 차지한다. 원인을 보니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이 66.5%로 사람 탓이 컸다. 역설적으로 사람이 조심하면 산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담배꽁초 하나라도 무심코 버릴 일이 아니다. 황폐해진 산불피해지가 산림의 골격을 갖추는데 30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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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광장 정치와 모바일 선거운동 지면기사
최인훈의 '광장' 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명문장이 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껍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일상이 통제되고 규제가 넘치던 억압의 시절 광장은 간절한 바람이었다. 사람들이 만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아고라'와 '아크로폴리스'가 국민적 간절함이었던 정치적 억압기가 있었다. '유신시대'와 '5공화국'이 그러했다.아고라는 그리스 고대도시 광장으로 각종 민회(民會)·재판·시장·사교 등이 이뤄지는 소통의 공간이었으며,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상징이자 서구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통한다. 아고라는 본래 회랑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본질은 장터 곧 스토어(store)였다. 스토아(stoa) 학파란 말도 이 스토어에서 나왔다. 장터에서 활발한 소통과 토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크로폴리스의 아크로는 높은 곳이란 뜻으로 방어를 위해 산정(山頂)에 조성한 고대도시를 뜻하는데, 후일 이것이 고대 민주주의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우리에게 광장의 정치가 허용된 것은 1987년 이후다. 1987년 11월 30일 13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여의도광장에서 김대중 후보의 유세가 있었고, 같은 해 12월 5일 그와 경쟁 관계에 있던 김영삼도 같은 곳에서 같은 규모의 군중을 광장에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과 A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 과거와 같은 대규모 광장 정치는 흘러간 과거의 풍경이 됐다.교통 혼잡과 고비용에 비효율적인 대규모 오프라인 집회보다는 이제 모바일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정착하면서, 문자폭탄 세례와 AI 등을 이용한 가짜 영상과 딥페이크(Deepfake)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광장의 정치든 모바일 정치든 도덕성과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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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포트홀 공화국 지면기사
지난 8일 김포시청에서 가족과 동료들의 비탄 속에 한 공무원의 발인식이 있었다. 김포한강로 포트홀 보수공사를 담당했다가, 차량정체 민원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 공무원이다. 민원인들은 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좌표를 찍었다.포트홀은 주행 중인 차량에 치명적이다. 방치하면 안된다. 고인은 자신의 의무인 공무를 수행했다. 민원인들은 야간 보수공사로 발생한 교통정체에 걸린 짜증을 고인에게 배설했다. 포트홀 보수를 며칠 미뤘다면, 늑장 보수라며 실명을 공개했을 사람들이다. 익명에 숨어 공무원을 포트홀에 가둔 채 마녀사냥을 했다. 잠시의 불편 때문이다. 악질적인 이기심이다. 다음날 태연하게 깨끗이 보수된 도로를 안전하게 이용했을 것이다.도로 포트홀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기심, 욕망, 위선이 파놓은 심리적 포트홀이 널려있다. 국제적인 코인 사기 혐의자 권도형은 몬테네그로 법원에 기를 쓰고 한국 송환을 떼썼다. 미국에선 100년 받을 형을 한국에선 절반도 안받을 것이란 신뢰(?) 때문이다. 한국의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관용을 남발하는 한국 사법의 위선에 절망한다. 김포시는 악질 민원인을 특정해 법의 심판대에 올린다지만, 공무원의 생명에 상응하는 응보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정의의 도로엔 사법 포트홀이 지천이다. 정의가 지체되고 탈선한다.국민이 지지하는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환자를 팽개친 전공의 집단 대신 환자를 지키는 소수의 전공의들이 실명으로 배신자 포트홀에 갇혔다. 환자를 배신한 당사자는 누구인가.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비정규직은 임금 포트홀에 빠졌다. 자영업자, 소비자, 배달노동자들이 독점 플랫폼이 파놓은 포트홀 생태계에서 제 살을 깎아 바친다. 계층, 세대, 지역의 이기와 욕망이 SNS를 타고 스며들어 파놓은 수많은 포트홀 탓에 대한민국 사회는 정주행을 멈추고 저출산 포트홀에 고였다.정치는 사회적, 문화적 포트홀을 보수할 유일한 분야다. 민생 현장에서 충돌하는 욕망을 중재하고 조화시켜 나라와 국민의 정주행을 책임져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현실은 절망적이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