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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테트리스 만점과 청소년 문화

    [참성단] 테트리스 만점과 청소년 문화 지면기사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가에서 이제는 사람이 얼마나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심사가 된 시대가 됐다. 바둑이 그러하고, 컴퓨터 게임이 또한 그러하다. 지난 3일 AP통신은 열세 살 미국 소년 윌리스 깁슨이 세계 최초로 패턴-기반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를 끝판까지 깼다고 보도했다. 테트리스를 끝까지 깬 것은 인공지능만이 완수했던 일이라 한다.깁슨은 게임 시작 40분 만에 점수 999999점 상태에서 게임 화면이 멈춰 버리는 상태 즉 코딩의 한계로 더 이상 블록이 생성되지 않고 얼어붙은 이른바 킬 스크린(kill screen)에 이른 상황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킬 스크린 상태까지 도달한 것은 '스택 래빗'이라는 테트리스 인공지능뿐이었다고 한다.아케이드 게임의 대명사인 테트리스는 1985년 구소련의 프로그래머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게임으로 동료인 드미트리와 파블로프스키가 도와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테트리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멜로디는 19세기 러시아민요인 '코로베이니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구소련에서는 개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아 게임을 특허화하지 못하고 온갖 법적 분쟁을 거치다가 1989년 게임 회사인 닌텐도가 저작권을 확보하고 1989년 출시했다.게임이 청소년들의 오락거리에서 e스포츠로 발전한 지 오래전이고, 2020년 국내 최초로 서울 은평구 은평메디텍고에서는 e스포츠과를 설립하여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정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국내 e스포츠 아마추어 선수만 해도 2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게임은 오락이 아니라 프로스포츠이자 산업이다.게임이 이렇게 각광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즐길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좌파 학생들의 조직인 '전공투'가 실패한 뒤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기동전사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콘솔게임이라는 인공의 낙원으로 도피하면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산

  • [참성단] 서울대병원 헬기이송 논란

    [참성단] 서울대병원 헬기이송 논란 지면기사

    백(back)은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백' 보다는 '빽'이라 발음해야 직관적이다. 권력자가 뒤를 받쳐주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이권을 챙기고 스스로 작은 권력이 될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 분)은 혈연을 타고 빽을 만들어 건달들을 쥐락펴락하는 식이다.정치 사회질서가 문란하던 시절의 반칙적인 생존방식인 셈인데 탈주범 지강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칠 때가 1988년이니 '빽'이 만능이던 시절은 꽤 이어졌던 셈이다. 그 시절 서민들도 다급한 경우 사돈에 팔촌까지 혈연이며 학연을 뒤져 빽을 찾을 때가 있었는데, 집안에 중환자가 생겨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할 처지도 그랬다.서울 큰 병원, 그 중에서도 서울대병원 입원은 서민에겐 빽 없이 힘든 바늘구멍이었고, 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은 마지막 희망 같던 시절의 이야기다. '서울대 병원에서 못고치면 고칠 병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서울대병원의 권위는 대단했다. 특권층의 병원이라는 인식이 서민들의 집착을 키웠다. 50, 60대 이상 세대에게 서울대병원은 그런 곳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소방헬기 이송에 대한 의료계, 특히 지역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라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받았어야 했고, 전원하려면 헬기 대신 일반 운송편을 이용해야 원칙에 맞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산, 경남, 광주 의사회가 비난성명을 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오늘 이 대표와 측근들 고발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 흉기테러를 당한 이 대표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말했다. 정청래의 '잘하는 병원' 발언은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의료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의전서열 8위의 소방헬기 사용이 무슨 문제냐는 태도는, 이 대표 이송 중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중한 환자의 권리를 도외시한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다.짐작컨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결정은 '서울대병원'에 대한 무의식적 집착 때문이지 싶

  • [참성단] 현실이 된 초등학교 붕괴

    [참성단] 현실이 된 초등학교 붕괴 지면기사

    뉴스의 가치를 정하는 다양한 기준 중에 근접성이 있다. 뉴스가 배급되는 지역과 사건과 현상이 발생한 지역의 거리에 따라 뉴스의 경중을 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사고도 우리에겐 해외토픽 정도로 보도되고, 지방의 큼직한 사건 사고가 수도권에선 단신으로 처리되는 식이다.엊그제 서울 언론사들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명 대로 떨어진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올해 취학 대상 아동이 41만3천56명인데, 통상적인 실제 입학률을 감안하면 30만명 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란다. 2년 후 2026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2천여명에 불과해 20만명 대로 추락한다고 전망했다. 서울 언론들은 전국적인 현상에 서울만 콕 집어 난리를 피운다. 2019년 7만8천여명, 2023년 6만6천여명이던 서울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 5만9천여명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지방소멸은 신생아 울음소리가 멈추면서 시작됐다. 신생아가 없으니 초등학교들은 폐교와 통폐합으로 아이들을 모아 겨우 학교를 유지한 지 오래됐다. 지방의 학교 초토화 현상에 서울과 수도권 언론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가 취학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소멸이 지방만이 아니라 서울의 뉴스로 대서특필된 것이다.지방소멸이 수도권 집중 탓이라면, 서울 초등학교 붕괴 현상은 국가적인 저출생 현상 때문이라 더욱 심각하다. 서울뿐 아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도 농촌과 도서 지역의 학교소멸 현상이 뚜렷하다. 도시지역도 저출생 영향이 본격화되면 서울의 학생수 급감 현상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전국 교원이 50만명이라 하고 초등교사들만 20만명이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대 학생수가 1대1이 될 세상이 멀지 않았다. 길조인지 망조인지 판단이 안선다.70대 이장이 동네 일을 보는 지방소멸 현상이 수도권 학교소멸로 확산돼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한 세대도 안 걸렸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현상에서 예견하고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할 재앙이 대책 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은 초등학교 문제이지만

  • [참성단] 왜곡된 푸바오 사랑

    [참성단] 왜곡된 푸바오 사랑 지면기사

    코로나19 악몽이 시작된 2020년 뜻밖의 스타가 탄생했다.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자이언트 판다 부부 러바오(樂寶)와 아이바오(愛寶) 사이에 푸바오(福寶)가 태어난 것이다. 2014년 시진핑 중국주석의 방한 선물로 2016년 입국한 러바오·아이바오 부부는 에버랜드의 간판스타였다. 스타 부부의 2세 탄생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했다.푸바오는 국내 최초 자연번식 판다여서 더 각별했다. 에버랜드측은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자연번식에 공을 들였지만, 매일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번번이 실패했던 모양이다. 코로나19가 부부의 금실 회복에 보약이 됐다. 판다랜드에 인적이 끊기자 부부는 야생에서도 힘들다는 합궁에 성공했고, 코로나19가 창궐 중인 2020년 7월 20일 푸바오를 낳았다. 푸바오는 성장과정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열혈 팬덤을 만들었다. 2021년 돌잔치 영상이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면서 대중의 사랑이 폭발했다. 특히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와의 알콩달콩한 일상이 코로나로 시름시름 앓던 사람들을 위로했다. 강씨는 러바오·아이바오 부부와 동고동락한 전담 사육사로 바오 가족 서사의 주역이었다. 부부가 지난 7월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睿寶)와 후이바오(輝寶)를 낳자, 강 사육사도 대중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며 인기가 치솟았다.에버랜드가 최근 강 사육사를 향한 비난 댓글 차단을 공지했다. 비난과 요구의 핵심은 푸바오를 소외시키지 말고 엄마 아이바오와 쌍둥이 동생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판다의 본성을 무시한 비난이요 요구이다. 야생의 성체 판다는 독립한다. 야생이라면 푸바오는 자기 영역을 찾아 벌써 떠나야 했다. 강 사육사가 푸바오와 접촉을 끊은 것도 이 때문이다.푸바오에 과몰입한 일부 팬들은 인간적 감정을 앞세워 판다의 본성을 무시한다. 바오 가족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야만이니, 푸바오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애먼 사육사를 향한 비난은 묻지마 폭행과 같다. 무지의 소치이다. 중국의 판다 소유권 정책에 따라 푸바오는 올해 중국으로 간다. 열혈 팬들은 푸바오에 더

  • [참성단] 동해에 밀려온 일본발 쓰나미

    [참성단] 동해에 밀려온 일본발 쓰나미 지면기사

    우리 말인 지진해일의 국제용어가 일본어 쓰나미(津波)이다. 한자의 의미대로면 나루터의 파도 쯤이니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재앙의 표기로 맞나 싶다. 일본에서도 나루나 항구를 덮친 크고 작은 모든 종류의 해일의 통칭으로 사용되다가, 1946년 하와이 지진해일 참사를 현지 일본인들이 쓰나미로 불러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진의 나라 일본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쓰나미의 발생 원리는 간단하다. 해저 지진으로 단층이 발생하면 바다가 출렁이며 파도를 만들고, 이 파도가 파장을 타고 육지를 덮친다. 지진 강도, 진앙과의 거리, 연안의 경사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강력한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시속 700㎞로 이동하는데, 해변의 물이 먼 바다로 빠지는 현상은 최악의 쓰나미가 임박했다는 전조증상이다.우리의 뇌리에 선명한 쓰나미는 2011년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지진이다. 진앙이 연안에서 가까웠던 탓에 지진 발생 20분 안팎에 거대한 해일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동북지역 해안을 휩쓸었다.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된 노도(怒濤)의 전진에 인간의 문명은 속수무책이었고 2만명 가까이 희생됐다. 최악의 피해는 2004년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로, 14개국에서 22만7천여명이 숨졌다.새해 벽두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동해안에 쓰나미가 몰려왔다. 동해시 묵호항에서 85㎝로 가장 높았고, 속초·강릉·삼척·울진 등 동해안 7번국도변 해안도시들이 빠짐 없이 쓰나미를 맞았다. 규모가 작아 특별한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지만, 일본 해역의 지진 발생 위치에 따라 우리도 쓰나미를 정통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경고는 엄중하다.지진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일본도 역대급 대지진과 쓰나미엔 대책이 없다. 일본 본토와 동쪽 해역에 주로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일본을 한반도 지진 방어막으로 인식해왔다. 이번에 그 상식이 깨졌다. 동해를 바라보는 일본 해역에서도 얼마든지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동고서저 국토지형 때문에 동해안 도시의 시민과 주요시설은 해안에 밀집해있다. 원전도 집중돼있다. 만에 하나의 확률과

  • [참성단] 노인 4만 명의 일당 6천200원

    [참성단] 노인 4만 명의 일당 6천200원 지면기사

    힌두교 경전이자 법전인 '마누법전'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사회 규범과 인생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학습기, 결혼과 양육 등 생업에 종사하는 가주기, 은퇴하여 수행하는 임서기, 그리고 죽음과 영적 해탈을 준비하는 유행기(또는 만행기)가 그렇다. 오십 세 이후 백세 사이가 임서기와 유행기에 해당한다.그러나 이런 가르침과 달리 노년에도 가주기에 못지않은 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쳐 나가는 이들도 많다. 초서는 육십의 나이에 '캔터베리 이야기'를 썼고, 괴테는 팔십에 '파우스트'를 완성했으며, 피카소는 구십의 고령에도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그뿐 아니라 톨스토이는 79세에 장편소설 '부활'을, 황석영도 팔순에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2020)를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영조는 83세까지 국사를 관장했고, 조선 후기의 여항시인 조수삼은 83세 고령에 사마시(진사시)에 합격했으며, 그림 '영통동구'로 유명한 강세황은 61세에 관직에 나가 79세까지 병조참판·한성판윤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미국의 대표시인 롱펠로(1807~1882)는 시 '나이 든 이가 보내는 경외'를 통해서 노년의 인생을 이렇게 위로하고 찬양한다.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네/ 비록 차려입은 옷은 다르지만/ 노년은 젊음에 못지않은 기회인 것을/ 저녁 어스름이 옅어져 가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가득하다네." 과연 시인의 말대로 나이가 들면 몸도 나이도 예전 같지 않지만, 노년에도 여전히 할 일이 남아 있고 또 이 때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기회로서 젊어서는 보이지 않고 몰랐던 것들도 보이고 깊이 이해하게 되는 특권이 선물처럼 찾아온다.그러나 이 같은 노익장도 건강과 경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평균 수명이 느는 만큼 노인 빈곤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이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노인들이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월평균 15만9천원으로 이를 일당으로 환산하면 5~6시간을 일하고 고작 6천200원을 버는 셈이다. 요즘

  • [참성단] 2023년을 보내며

    [참성단] 2023년을 보내며 지면기사

    2023년이 저문다. 해마다 한 해를 보내는 감성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초(秒)·분(分)·시(時)·일(日)·년(年)·세기(世紀). 사람만 시간에 칸막이를 쳤다. 찰나의 초, 분에도 후회와 희망을 교차시키는 인간의 감수성은 하루의 일출과 일몰에 더 진해지니, 한해를 다 보내는 감상이야 오죽하겠는가.올 한해도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나비인듯 나비가 나인듯, 한국인들은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얽혀 1년을 살아냈다. 돌이켜보면 장자와 나비 같은 한해는 아니었다. 경인일보가 선정한 경기·인천 10대 뉴스는 충격과 분노와 좌절로 가득하다.청년들이 영혼을 갈아 마련한 전세금 수백억원을 꿀꺽 삼킨 전세사기범들이 속출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로만 4명의 청년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원에선 일가족 전세사기범죄로 400여명이 1천억원대의 피해를 감수할 처지가 됐다. 분당에선 정신 나간 흉기난동범이 생면부지의 시민을 해치고, 인천에선 신축 중이던 아파트 주차장이 주저앉았다.정치싸움에 양평고속도로 사업이 백지가 됐고, 인천 정치권은 돈봉투를 주고받은 민주당 전 대표와 현직 국회의원들이 구설에 올랐다. 9·19 군사합의 폐기로 인천 서해5도와 경기도 접경지역엔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다.나라 전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질정치로 민심은 갈라졌고, 고금리로 민생은 망가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면서 이상동기범죄라는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학부모에 시달리던 선생님들이 목숨을 끊고, 남겨진 선생님들은 교권회복을 부르짖었다. 굴지의 건설업체가 해를 넘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선언했고, 건설업체들은 해 넘어 줄도산을 걱정한다.돌이켜 보면 올 한해도 경기도민, 인천시민, 한국인들은 용케도 살아냈다. 몸은 고단하고 마음엔 옹이가 박혔어도 꿋꿋하게 살아낸 것은 스스로 대단하고 기특한 일이다. 서로서로 장자의 나비와 나비의 장자가 되어 준 우리 덕분이다. 세상은 뉴스가 된 악행들보다 뉴스가 안 된 선의가 훨씬 크고 무겁기에 살만하다 믿는다.우리를 힘들게 한 상처는 2023년의 피딱지로 남기고, 상처에

  • [참성단] 국군대전병원장 이국종

    [참성단] 국군대전병원장 이국종 지면기사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오늘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한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27일 그를 명예해군 대령으로 진급시키고 병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민 영웅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국종이다. 일반적인 성공방정식대로면 그는 민간의료계에서 승승장구해야 맞다. 군병원 이직은 대중의 상식에서 벗어난 파격이다.아주대 의대 1기 신입생으로 입학해 외상외과 의사가 된 이국종은 2011년 석해균 선장을 만나면서 인생의 변곡점에 선다. 해적의 총탄 6발에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오만에서 데려와 아주대병원에서 수술했다. 석 선장이 두달 만에 깨어났을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덴만 여명작전 완수를 선언했다.국민과 언론이 석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을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덩달아 아주대병원이 언론의 각광을 받았고 그의 전공인 중증외상 분야가 주목받았다. 열악한 중증외상 의료환경 때문에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어나가는 현실이 이국종의 증언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국종은 중증외상센터 건립을 호소하고 압박했다. 결국 2012년 이국종법이 통과됐고, 전국에 5개 권역외상센터가 선정됐다.아덴만 작전의 종결자이자, 한국 중증외상 분야의 개척자라는 명성과 달리 언론으로 노출된 그의 현실은 고단했다.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 건립을 원했던 그의 바람과 달리, 정부와 국회는 전국 시·도에 불완전한 센터를 난립시켰다. 닥터헬기 야간 이착륙을 막는 민원을 직접 해결해야 했다. 직장인 아주대병원 원장에게 욕먹는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20년 무렵 교수직에만 전념한다며 현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뉴스에서 사라졌다.석 선장을 살리면서 영웅이 됐던 사람이 중증외상센터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와 경영을 모르는 괴짜가 된 모양새다. 직속 선배 하나 없는 신설 의대 1기 출신의 고군분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도전이었다 싶다. 같은 용이라도 출신이 개천이냐 바다냐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기득권의 높이는 아득하다.해군에서 병역을 마친 이국종은 2015년 명예해군 대위로 위촉된 이후 군 의료체계 개선에 열정을

  • [참성단] 크리스마스 부정(父情)

    [참성단] 크리스마스 부정(父情) 지면기사

    종을 가리지 않고 모성과 부성은 강력하다. 자연 다큐멘터리에는 새끼를 위해 희생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사자나 표범과 같은 대형 육식동물의 먹이인 초식동물들도 새끼가 먹잇감이 되면 포식자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며 덤벼든다. 곤충과 어류 중엔 알을 품고 다니다 포란에 지쳐 죽고, 죽고 나서는 새끼들의 먹이가 되는 수컷과 암컷들이 흔하다.과학자들은 모정과 부정이 동물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oxytocin)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에 의해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암컷에게 훨씬 많은 옥시토신은 사랑과 배려의 호르몬이다. 암컷의 짝짓기와 출산, 수유, 육아 본능을 자극한다. 수컷에게 더 분비되는 바소프레신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을 관장하는데, 새끼와 암컷을 보호하려는 본능에 관여한단다. 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진화의 결과일 테다. 동물이 이럴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호르몬에 의한 동물적 본능뿐만 아니라 문화와 윤리의 세뇌로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목숨 걸고 지킨다. 그러니 자녀를 학대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부모는 본능으로는 동물만도 못하고, 윤리규범으로는 인간이 아닌 취급을 받는다. 최근 자녀를 학대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부모들이 뉴스를 통해 속출한다. 보통 사람들은 본능과 윤리가 무너진 병든 사회를 개탄한다.크리스마스 새벽 한 아버지가 7개월 된 딸을 온몸으로 감싸안아 살리고 사망했다. 거주하던 서울 도봉구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마가 가족이 잠자던 4층을 순식간에 덮쳤다. 30대 부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경비원이 낙하지점에 설치한 재활용품 수거 포대에 2살 딸을 떨어뜨리고 아내가 뛰어내렸다. 포대 위에 착지할 여유가 없자 아버지는 아이를 이불에 감싼뒤 맨 바닥으로 뛰어내렸단다.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다니,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받친 것이 확실하다.자식을 살리려 목숨을 걸었던 아버지를 끝내 거두어간 하늘이 원망스럽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모두 이 아버지와 같을 것이고, 우리 사회는 패륜을 극복하고 지속될 테다. 크리스마스 부정이 세상을

  • [참성단] 한동훈 현상과 모비딕

    [참성단] 한동훈 현상과 모비딕 지면기사

    허먼 멜빌의 '모비딕'(1851)은 미국의 정신과 본질을 대변하는 미국문학의 전형이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고래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인생의 참다운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걸작이다. 한때 '백경(白鯨)'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권장됐던 이 장편소설은 단순한 해양모험소설이 아니라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품은 다층적 작품이다.멜빌 생존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가 1920년대 이후 그 가치가 재발견되고 높은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미국문학의 정전이 됐다. 그러면 '모비딕'의 어떤 점이 문학 권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인가. 하나는 청교도인들이 세운 나라 미국의 기독교 정신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포경선 피쿼드호와 에이허브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이 대변하는 상징성 때문이다.카뮈가 가장 사랑했던 소설 '모비딕'은 기독교 문학이다. '모비딕'의 기독교 모티프는 고래뱃속에서 살아 돌아온 '요나서' 제2장의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또 작품의 화자이자 관찰자인 이스마엘은 구약성경 아브라함과 그의 여종 하갈 사이에서 태어난 그 이스마엘과 같고, 선장 에이허브와 엘리야 등 모두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쫓겨난 자, 떠난 자란 뜻을 지닌 이스마엘은 베두인, 아랍 민족의 조상이다.'모비 딕'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대로 작살잡이 퀴퀘그의 검고 칙칙한 피부와 백인 선원의 선명하고 밝은 피부색의 대비에서 보듯 서구와 비서구의 불평등한 이분법적 구도가 재현되고 있으며, 피쿼드호의 30명의 선원은 남북전쟁(1861~65) 이전 미국의 30개주를 상징한다. 백인들의 우월적 지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정복의 대상인 자연과 싸워 세계를 개척하는 미국의 자본주의 정신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한동훈 전 장관이 고교생에게 선물했다는 '모비딕'은 이처럼 복잡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보수 진영의 편애(偏愛)와 띄우기에 새 정치를 희구하는 국민적 열망의 합작품이 지금의 한동훈 현상의 본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