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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오징어 실종 사건 지면기사
김장은 속재료에 따라 지역별로 고유한 맛을 낸다. 속초에선 예전부터 오징어 이리(정소)로 김장 소를 버무렸다. 오징어 내장은 쉽게 부패하니 이리 김장은 동해안 오징어 산지에서나 가능했다. 오징어철이 10월경부터이니 김장철과 겹칠 뿐 아니라, 오징어가 넘쳐나니 할복장에서 이리 구하기는 일도 아닌 데다, 가격이랄 것도 없이 저렴했으니, 오징어 포구의 김장거리로는 금상첨화였다.오징어 이리로 숙성한 속초 김장 맛이 추억 속에 봉인됐다. 오징어가 사라진 탓이다. 덩달아 이리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금값이 됐단다. 포구의 서민들은 없어서, 비싸서 옛맛을 포기한 채 추억으로 입맛을 다신다.해마다 사계절 찾아간 속초인데 시나브로 사라진 오징어를 의식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만원 지폐 몇 장이면 한 보따리 챙겼던 생오징어가 난전에서 사라졌고, 오징어 가격은 '시세'로 표기됐다. 청초호와 아바이 마을 사이에 늘어선 오징어 할복장들도 인적이 끊긴 지 꽤 됐다. 오징어가 사라진 포구에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포구의 아낙들은 민박을 운영한다.명태에 이어 동해안 겨울 경제를 지탱했던 오징어가 금징어가 됐다. 2000년대 초 2만t이던 강원도 오징어 어획량이 뚝뚝 떨어져 올해는 11월까지 1천300t으로 급락했다. 오징어 섬 울릉도에서도 사라졌고, 경상북도 포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란다.오징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기후변화와 중국어선의 남획이 유력하다.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이동 경로가 북상했다. 기후가 미치니 오징어떼가 길을 잃어 서해안으로 흘러들기도 했다. 차가운 수온을 찾아 북상한 오징어를 북한 수역을 장악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한단다.명태가 증발하면서 동해안 경제가 휘청이고, 산업이 달라지고, 어민들의 삶이 변했다. 오징어 실종 사건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시작됐다. 오징어 채낚기 어부들은 조업을 포기한 채 배를 내놓고, 정부는 긴급대출 지원에 나섰다. 동해안 밤바다를 수놓던 오징어 조업선 조명등이 사라질 때 짐작했어야 할 사태였다. 수입산 대왕오징어로는 대체 불가능한 '맛'도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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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 지면기사
유동규씨가 5일 밤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몰던 유씨 승용차와 8.5t 화물차가 고속도로에서 차로변경 중 부딪혔다. 승용차가 180도를 돌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정도로 대형사고였지만, 부상이 경미하다니 다행이다. 같은 날 수원의 한 세탁소 주인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사람이다. 천만다행 경찰이 익산의 한 모텔에서 찾아냈다.유씨는 이 대표가 재판받는 대장동 비리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세탁소 주인은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처로, 신상이 주목받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이자, 개인적인 잠적으로 보지만 대중은 상상의 날개를 편다. 진영에 따라 주체가 다른 음모설을 속닥인다.이재명 이름 석자가 명암을 떠나 한 시대의 주어가 됐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 소년공이 검정고시로 중·고를 마치고 변호사가 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여당 대통령 후보를 거쳐 거대야당 대표에 이른 인생 역정은 위인전 급이다. 하지만 성공으로 질주하면서 형 내외와 반목했고, 대장동 등 각종 비리의혹을 남겼다. 비리에 연루된 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젠 법인카드를 활용한 월급 보전 재테크가 화제가 됐다.지난 대선 무렵 영화 '아수라'가 대장동 예고편으로 회자됐지만, 이 또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재명 스토리는 많은 감독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소재로 매력 만점이다. 이재명 시대가 일단락되면 '이재명 영화'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계절에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44년 전 12·12쿠데타 당일의 현장이 소재다. 그 시절의 주역들은 대부분 역사의 시간에 묻혔고, 그 시대와 무관한 관객들은 영화로 즐긴다.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데, 스크린과 객석 사이의 감정의 격차도 이와 같을 때가 많다. 영화의 비극이 관객에겐 희극이고. 희극이 비극일 수 있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를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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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요소수와 금붕어 정부 지면기사
디젤차량 운전자들에게 2021년 요소수 대란은 악몽이었다. 그해 10월 중국이 갑자기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발생한 대란은 디젤 차량을 직격했다. 요소수는 디젤 배기가스를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하는 환원제로 배기가스 저감 장치 작동에 필수다. 요소수 없이는 시동이 걸리지 않고, 시동이 꺼진다. 디젤 차량을 이용하는 화물기사, 자영업자, 직장인들이 생업을 포기할 지경이 됐다.정제수에 요소를 희석한 요소수는 생산공정이 1차원적인 제품이다. 아무도 대란을 예상조차 못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 공급이 문제였다. 대란의 천태만상은 가관이었다. 하루 아침에 가격이 10배가 올랐다. 1960년대 공동수도에 줄 서듯 국민들이 요소수 앞에 줄섰다. 요소 밀수가 적발되고, 화물차 기사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개조하는 불법 '정관수술'을 감행했다. 정부는 군용기를 띄워 호주에서 요소수를 실어왔고, 소방서엔 요소수 기부가 줄을 이었다. 중국 언론은 중국에 잘 보이라고 조롱했고,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요소수 한방으로 무능 딱지를 발급받았다.2023년 또 한번 요소수 대란 조짐에 국민들이 불안하다.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요를 앞세워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다. 2년 전 대란 이후 요소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물자 국내 생산 등 온갖 대책이 난무했다. 요소뿐 아니라 리튬, 희토류 등 중국에 목을 맨 전략자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2년 만에 중국이 다시 심술을 부리자 요소수 시중가격이 폭등하고, 국민은 다시 불안해졌다.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을 금붕어나 닭에 비유한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 상실증은 금붕어나 닭은 물론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도 치명적이다. 요소수가 넘치자 대란은 끝났고 대책들은 사라졌다. 도대체 대란을 몇 번 겪어야 요소를 풍족하게 쟁여 놓을 대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오히려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71%에서 91%로 늘었다니 기가 막힌다. 금붕어와 닭이 억울할 지경이다. 금붕어는 주인을 식별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고, 닭은 높은 지능 때문에 사육이 편한 가축이란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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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나폴레옹과 리더십 지면기사
'유럽의 역사는 나폴레옹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는 말이 통용될 만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비범한 인물이었다.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그가 끼친 세계사적 영향은 광범하고 절대적이었다. 나폴레옹은 문학과 예술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우선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 있다.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의 진짜 주인공은 나폴레옹이라 할 수 있으며, 스탕달의 '적과 흑'의 야심에 찬 평민 출신 줄리앙 소렐의 나폴레옹 숭배 또한 유명하다. 특히 '나는 글로 나폴레옹 당신이 해낸 일을 해내겠다'고 공언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의 라스티냐크라든지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의 주인공 프레드릭 모로도 열렬한 나폴레옹 지지자들이다. 나폴레옹은 예술의 소재일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예술, 특히 독서광으로 유명한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광팬으로 정치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3차례나 괴테를 만났을 정도다.세월을 거슬러 나폴레옹이 백마를 탄 역동적인 그림으로 유명한 자크 루이 다비드의 1801년 작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1970년 말~80년대 초 '완전 정복'이란 국내 중고등학교 자습서 시리즈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나폴레옹은 나파륜(拿破崙)으로 표기되고 읽혔는데, '한성신보'의 '나파륜전'(1895~1896)을 시작으로 대한매일신보의 '법황나파륜전'(1907)과 박문서관의 단행본 '나파륜 전사'(1907)가 있으며 판소리 대본 '토끼전'에도 "각국을 응시하던 나파륜(拿破崙)도 해도(海島) 중에 갇혔는데"라는 대목이 나오며,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에서 "진시황, 나파륜, 너희들이냐"는 구절도 있다.그런가 하면 '블레이드 러너', '글라디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국인 출신 감독이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을 어떻게 그렸을지도 궁금하고,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 나폴레옹을 연기의 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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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강등 지면기사
수원 축구팬들이 절망에 빠졌다. 2일 축구 명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홈구장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원FC와 득점 없이 비겨 K리그1 꼴찌(12위)로 시즌을 마감, K리그2로 자동 강등됐다. 1995년 창단해 다음해부터 프로축구 1부리그에 참여한 이후 27년 역사에 없던 굴욕이다. LG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해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사건이다.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창단한 블루윙즈는 K리그1 4회, FA컵 5회, AFC 챔피언스 리그 2회 우승 등 K리그 구단들 중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한 팀이다. K리그1 마지막 우승인 2008년까지만 해도 벤치 멤버로 1군을 창단할 수 있는 전력으로 '레알 수원'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블루윙즈에 대한 수원 축구팬들의 자부심도 대단해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2017년 아시아 프로 스포츠 서포터스 4위에 선정될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했다. 블루윙즈는 삼성 제일주의와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도시 수원의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전용구장 빅버드 건설 당시 십시일반 성금을 냈던 시민들은 한국판 엘클라시코인 수원삼성-FC서울 슈퍼매치 등 블루윙즈 더비들의 당당한 주연이었다.블루윙즈의 몰락은 예고된 참사다. 지난해 K리그1에서 10위를 기록해 K리그2의 3위팀과 단두대 매치를 벌여 겨우 1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구단의 외면으로 리빌딩에 실패했고 결과는 참담하다. 스포츠계와 팬들은 참사의 원흉으로 삼성그룹을 지목한다. 2014년 삼성그룹은 스포츠단 운영을 제일기획으로 넘겼다. 삼성 산하 각 종목 프로 구단들은 이때부터 투자가 단절됐다. 우수 선수를 영입할 돈이 없으니 우승은 언감생심, 모든 종목 팀들이 꼴찌 근처에서 배회한다.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삼성은 올림픽과 첼시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와 프로팀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퍼붓는 동안 산하 국내 프로팀은 동네 아마추어로 취급해 그룹에서 떼어냈다. 글로벌 삼성에 취해 삼성전자 발원지인 수원을 건성건성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축구로 수원의 정체성을 통째로 프랜차이즈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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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헨리 키신저' 지면기사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100세 나이로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 키신저는 미·소 냉전시대의 미국 외교를 지휘하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한 국제외교의 거물이다. 사망 전까지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예방을 받으며 국제외교의 멘토로 대접받았다. 지난 7월엔 중국을 100번째 방문해 시진핑에게 극진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키신저 외교의 요체는 현실정치이다. 마키아벨리즘과 맥락이 통한다. 이념과 도덕보다는 현실적인 권력에 집중해 외교정책을 펼쳤다. 냉전시대 미국 최대의 적은 소련이었다. 키신저 외교는 소련으로부터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있었고, 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세계사에 핑퐁외교로 기록된 미·중 관계정상화도 소련과 중국의 미묘한 갈등을 파고 든 현실외교의 개가였다.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소련을 견제한 전형적인 이이제이 외교로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마련했고,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소련은 개혁·개방을 거칠게 추진하다 제풀에 무너졌다.키신저의 미국 중심 외교는 약소국에 가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군 철수에 반발해 핵무장을 추진하자 키신저의 미 국무부가 철저히 막고 나섰다. 대신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엔 눈 감았다. 칠레 군부의 쿠데타를 지원해 합법적인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했다.100세까지 유지한 현실 감각 덕분에 전세계의 정치인, 경제인들이 그를 찾아 조언을 구했고, 그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반면 마키아벨리즘 외교의 그늘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그를 전범으로 규정한다. 냉전과 무한경쟁시대를 관통해 100년 동안 국제적 거물로 살았으니 쌓아 온 공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테다.하지만 냉전의 사슬에 옭매인 우리 입장에서 보면 키신저 외교는 양지에서 비판하되 음지에서 실행해야 할 전범일 수 있다. "외교정책에서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가는 완벽성도 안보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1994년 포린어페어스가 게재한 키신저 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그의 말대로 "힘이 최고의 심판자인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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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2030부산엑스포 불발 지면기사
2030부산엑스포가 불발됐다. 정부가 앞장서고 재계가 뒤를 받치며 부산 시민을 비롯해 온 국민이 유치에 마음을 모았던 엑스포(세계박람회)다. 29일 새벽 1차 접전과 2차 역전이 예고됐던 개최국 선정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65표 중 119표로 1차 투표에서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29표로 사실상 유치전을 포기한 이탈리아 로마의 17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1851년 런던엑스포 이래로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문물을 교류하는 인류 문명의 전시장이었다. 증기기관, 엘리베이터, 전화기, 전구, 자동차, 동력비행기, TV, 나일론, 플라스틱, 무선전화기 등 문명을 전환시킨 발명품이 엑스포를 통해 출현했고, 개최국은 문명과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도자기 같은 초라한 수공예품 몇 점 들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대한제국 시절로부터 1세기 건너뛴 대한민국은 G7급 국가라는 자부심이 충만하다. 자부심의 상징으로 엑스포만한 이벤트가 없다. 2010년 엑스포 개최권을 두고 중국 상하이와 경쟁을 벌인 여수시가 4차 투표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눈물을 삼킨 아쉬움도 컸다.2010년 접전의 기억을 갖고 2014년 부산시가 도전장을 내밀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국가사업으로 격상시켰고, 윤석열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세계를 돌며 유치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7월 8일부터 509일 동안 정부와 민간이 뛴 거리는 총 1천989만1천579㎞.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국무총리실이 밝힌 자료다.엑스포가 불발된 날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유치 실패의 책임을 떠안았다.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판세 분석의 실패도 인정했다. 대통령에게 접전과 역전의 가능성을 주입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궁금하다. 한 나라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이 정도라면 큰 일이다. 대통령이 주변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2010엑스포도 접전이었다지만 상하이는 준비된 반면 여수시는 청사진만 들고 덤볐다. 이번에도 오일머니로 실리를 제공한 사우디에 미사여구로 맞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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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주노동자의 겨울 지면기사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근로자 입국 쿼터를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37.5% 증가한 규모인데 2021년 5만2천명에 비하면 3배나 늘어난 숫자다.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제조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어업, 건설업 등의 인력난을 메우는 소중한 존재다. 이들이 없으면 공장 굴뚝이 식고, 아파트를 못 짓고, 시설 영농과 어업이 멈춘다.대한민국이 최빈국이던 시절 국민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타국에서 품팔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광부와 간호사로 모진 노동을 도맡았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을까. 70년대에는 중동특수를 타고 수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열사의 사막에서 소금 땀을 흘렸다. 이들이 송금한 돈을 노린 제비족이 번성했을 정도로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규모는 대단했다.이런 기억을 소환하면 가난한 조국 탓에 머나먼 대한민국에 품 팔러 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동병상련을 품을 만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국인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장이 곳곳에 널려있다. 2020년 12월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국의 따뜻한 날씨에 비하면 대한민국 포천의 겨울 비닐하우스는 냉동실이었을 테다.3년이 지난 지금 어떤지 보려 경인일보 취재진이 경기도 농촌지역을 둘러봤다. 하우스 영농에 종사하는 네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올해도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한파를 두려워하고 있단다. 난방은 전기장판 하나가 대부분이란다. 이것도 숙소라고 먹거리와 함께 농장주가 45만원을 월급에서 공제한 농장도 있다니, 낯이 뜨겁다.지금 7080세대는 독일 광부나 간호사, 중동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달러로 공부한 세대다. 이주노동자를 보면 아버지, 엄마, 형, 누나, 삼촌을 떠올려야 한다. 내년부터는 음식점과 광업, 임업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외면한 일자리인데 이들이 없으면 대한민국 산업이 멈춘다. 귀한 만큼 귀하게 대접해야 마땅하다.인구 절벽의 시대에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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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윤동주와 셰익스피어 지면기사
한국의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와 윤동주는 꼭 거쳐 가는 필수 코스다. 셰익스피어는 '전능한 천재요, 문학의 신'이라는 사무엘 코울리지나 윌리엄 해즐릿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문학의 정점에 서 있는 작가다. 윤동주는 영원한 청년 작가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교과서 문학의 대명사다.윤동주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의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그의 작품은 사후 3년이 지난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묶여 나왔다. 생전에 그는 83편의 시와 5편의 산문을 포함해서 모두 125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에 대한 평가의 대체는 시대의 아픔을 자기화했으며 자아 성찰과 내면적 자아 응시를 통해 부끄러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연구와 비평이 많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의 문학은 시인 자신이 자기에게 말을 건네는 위로이자 식민지 지식 청년의 비망록, 곧 시로 쓴 일기라 생각한다. 고백 형식의 문학은 작가의 생각과 내면세계를 독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생리상 대개 고백이야말로 최고의 은폐 방법일 수도 있기에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윤동주의 작품은 개인의 일기이기에 그대로 믿어도 좋은 솔직담백한 작품이다. 필시 이런 점들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공명을 일으키게 하는 이유일 터이다.얼핏 보아 체급도 다르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작가가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만났다. 찰스 3세 국왕이 21일(현지시간) 국빈으로 초청한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영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를 낭송하자 윤 대통령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4번의 첫 구절 "나에겐 아름다운 친구여, 그대는 결코 늙을 수 없나이다"로 화답했다.언어의 상찬이 오가는 외교 무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영제국의 작가요 제국의 정전(canon)인 셰익스피어와 식민지 치하의 청년 시인이 만났다는 것은 사건이며,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한-영 양국 관계가 윤 시인의 '바람이 불어'의 한 대목처럼 "반석 위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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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동훈과 정당 붕괴 현상 지면기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 정국의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선 사용법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총선 영향력을 말로는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제2의 윤석열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장관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형국이다.실제로 한 장관의 전국 순회 행보는 지난 9월까지 법무장관 임무에 전념하겠다며 총선과 거리를 뒀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대구에선 열차 표를 취소한 채 3시간 동안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가졌다. 대전을 한국 과학의 중심으로 치켜세웠고, 박정희와 정주영을 소환해 울산을 산업화의 모태로 칭송했다. 명백한 정치 행보와 발언들이다.한 장관의 총선 행보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행보가 어른거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을 '권력 눈치 보지말라'며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윤석열은 그대로 했다. 조국과 송철호 등 대통령이 아끼는 보석들을 수사했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집단 린치에 가까운 정치적 박해를 가했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던 국민의힘에 무혈입성한 그는 대통령이 됐다.대통령의 오른팔 한동훈을 키운 건 9할이 민주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남국, 김의겸, 최강욱, 장경태, 김용민 등 처럼회가 앞장서고 민주당이 통째로 한동훈 기죽이기에 올인했다. 결과는 연전연패다. 청담동 사건 처럼 거짓과 상상과 추측뿐인 시비들을 팩트와 논리로 박살내는 한동훈에게 여론이 집중했고, 중도의 상식이 팬덤을 만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동훈 현상은 전통적인 이념 정당들의 타락의 결과다. 민주당은 팬덤 정치에 갇혀 이성과 상식을 잃었다. 도덕률을 팬덤에 내재화하다 보니 대중과 세상과 멀어졌다. 최강욱의 '암컷'은 대중과 세상과 단절된 민주당의 오늘을 상징한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이기심으로 파편화됐다. 가치나 이념 보다 선거구가 전부인 사람들 때문에 경상도에 갇혀 윤석열, 한동훈에 목매는 불임 정당이 됐다.한동훈 신드롬은 타락한 보수, 진보 정당의 붕괴를 시사한다. 유효기간이 지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