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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일회용 종이컵

    [참성단] 일회용 종이컵 지면기사

    주방 벽장에 20여개 쯤 되는 텀블러가 처박혀있다. 모두 이런저런 행사의 기념품이지 돈 주고 산 기억이 없다. 비품 창고엔 십여 개의 에코백이 제멋대로 포개져 있다. 한 두 개면 족할 텀블러와 에코백들이 친환경 제품 붐을 타고 집에 들어왔다. 필요 없다고 재활용이나 폐기물처리 사이클에 넘기면 더 심각한 환경 파괴인 데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양심의 가책도 상당할 테다. 용도 없이 집 구석에서 강제 휴면 중인 까닭이다.정부가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계도기간 종료로 오는 24일부터 단속에 걸리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대상이었다.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은 눈을 감고 봐주기로 했다.소상공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계도기간 중에 종이컵과 빨대 사용을 놓고 고객들과 시비가 잦았다. 계도기간이 끝나 다회용기를 쓰게 되면 노동이 늘고, 노동을 줄이려면 장비를 들이고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게 다 비용 상승이다. 담배와 술로 식당과 편의점을 괴롭히는 청소년들처럼, 일회용품 과태료를 노린 블랙컨슈머가 등장할 거라는 걱정도 컸다.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회용기 금지 정책이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정착됐는데, 제도화 직전에 뒤집었다고 정부를 비난한다. 야당은 소상공인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총선용 효자손으로 의심한다. 소상공인 표를 얻으려 환경을 포기했다는 주장이다.환경분야는 문화지체 현상이 두드러진다. 모두가 환경 보호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익숙한 생활방식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대의와 현실의 충돌이다. 과학이 개입하면 더욱 골치 아프다.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텀블러의 환경파괴에 비하면 종이컵이 더 친환경적이고, 에코백은 131회 사용해야 비닐봉지 한 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 만능주의의 허점을 파고드는 역설이다.종이컵으로 불거진 일회용품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도 곤란하지만, 일회용품의 편의와 비용을 생계에 활용하는 국민들에게 무턱대고 금지를 강요하는 것도 폭력에 가깝다

  • [참성단] 도촬 경고 '싸인블록' 논란

    [참성단] 도촬 경고 '싸인블록' 논란 지면기사

    "불법촬영 주의! 불법촬영이 잦은 곳입니다!" 인천남동경찰서가 인천남동구청과 함께 2021년 7월 구내 로데오 거리 버스정류장 7곳에 설치한 싸인블록에 게재된 문구다. 불법촬영 범죄 예방을 위한 주의 메시지인데, 최근 온라인에서 문구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불법촬영, 즉 도촬(도둑촬영)은 피해자가 전혀 모르고 당하는 범죄인데, 주의한다고 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비판의 핵심이다. 문구대로면 불법촬영 범죄의 책임이 피해자의 부주의 탓이 된다는 논리다. 타당한 지적이다. 불법촬영 금지와 단속을 경고하는 문구면 족했다.선의나 본의가 부주의한 문구나 발언으로 훼손되고 역풍을 맞는 일이 흔하다. 얼마 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토왕성 폭포 인근에 "잠깐, 이래도 가셔야 하겠습니까"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출입금지구역 산행으로 인한 추락사를 예방하기 위한 안내문인데 역풍을 맞았다. 첨부한 추락사 등산객 사진 2장이 경고라기엔 수위가 너무 셌다. "이번 학기도 (헛)수고하셨습니다. 티웨이로 떠나세요"라는 티웨이 항공의 대학가 광고물은 유머 아닌 유머로 항의에 시달리다 철거됐다. 한 건설사의 100억원 짜리 초고가 아파트 광고 문구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도 누리꾼의 격렬한 항의로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글뿐 아니라 말도 문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뜬금없이 영어로 말을 건넸다가 차별주의자로 찍혔다. 진보의 입 유시민씨는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는 말로 신뢰를 잃었다. 한 영장판사는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야당 현직 대표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자의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조심하지 않았으니 당해도 싸다.' 피해자 인권에 무심했던 시절 범죄 피해자를 조롱한 대표적인 2차 가해 표현이다. 남동경찰서 싸인블록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찰이나 구청은 범죄예방을 위한 선의를 너무 예민하게 곡해한다고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경고와 주

  • [참성단] MLB 골든글러버 김하성

    [참성단] MLB 골든글러버 김하성 지면기사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6일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양대리그인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드 글러브 선정은 그해 포지션별 최고 선수라는 의미다. 한국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이고, 아시아에선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두 번째지만 내야수로는 역시 최초의 경사다. 수비도 잘 해야 하지만 타격, 주루 등 타자와 주자의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유튜브엔 신기(神技)에 가까운 김하성의 수비 장면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즐비하다. 빠른 발로 넓은 수비 폭에서 한발 앞서 타구를 포구한 뒤 정확하게 송구한다. 안타가 분명한 타구를 범타로 만드는 예술적 플레이에 홈팬들의 입에서 "어섬(Awesome)"이라는 경탄이 절로 터지면서, '어섬 킴'이 별명으로 굳었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올해엔 타율 0.260에 17홈런과 38도루로 타격과 주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수상자의 위엄을 갖췄다.김하성의 수상 부문은 제10의 포지션 '유틸리티'이다. 지난해부터 신설된 부문인데 여러 포지션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만능 야수를 의미한다. 유격수인 어섬 킴은 올해 주로 2루수로 활약하면서 3루수와 유격수로도 번갈아 뛰며 내야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파드리스 감독은 선발투수의 타구 방향에 따라 김하성의 수비를 정할 정도다.경기도 부천시 출신인 김하성은 부천북초등학교와 부천중학교를 거쳐 성남시 야탑고에서 야구수업을 받았다. 야탑고 시절부터 만능 야수의 자질이 역력했다. 1년 후배 박효준과 함께 전도 유망한 고교급 대어로 꼽혀 지역 연고팀인 SK와이번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정작 신인 드래프트에선 넥센 히어로즈 3라운드 지명으로 살짝 체면을 구겼지만, 프로데뷔 첫 시즌부터 맹활약해, 그를 지명할 기회를 놓친 팀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우리 운동선수들의 해외 진출 저변이 넓어지면서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이 속속 등장한다. 여자들이 미국 여자프로골프를 지배하더니, 양발잡이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골든 부츠를 신었다. 드디어 MLB에서도 김하성이 내야의 신으로

  • [참성단] 눈물 나는 인공눈물 가격 인상

    [참성단] 눈물 나는 인공눈물 가격 인상 지면기사

    눈물은 체액의 일종이면서 정서적인 것이다. 생리적인 자극 없이 감정적인 이유로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의 눈물은 눈을 보호하려는 생리적인 것, 외적 자극에 따른 반사적인 것, 그리고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것 등으로 분류된다.눈물을 소재로 한 예술과 문헌은 부지기수이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64년 작 '행복한 눈물'이다. 그의 '행복한 눈물'은 앤디 워홀의 '마돈나' 등과 함께 만화 같은 대중문화를 예술적 차원으로 전유한 팝 아트의 대표작이다. 대중예술을 고급예술로 만들고,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한 눈물의 의미를 절정의 행복으로 전복시킨 명작이다.'행복한 눈물'이 눈물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라면 '삼국유사' 효선(孝善)의 아홉 번째 이야기인 진정 법사 일화는 눈물을 효성과 종교의 차원에서 다룬 이야기다. 홀로 된 어머니에 대한 효의 실천이냐, 구도의 세계로 뛰어들어 진리를 탐구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구도의 길을 택한 진정 법사에게 어머니의 부음이 들려온다. 7일간의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직후 진정 법사가 흘린 눈물은 견성을 이룬 수행자의 법열(法悅)의 눈물이자 불효에 대한 자책의 눈물일 진대, 이 복잡한 의미의 눈물을 흘림으로써 그가 효와 진리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났음을 '삼국유사'는 말하고 있다.반면 눈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캐묻는 철학적 눈물도 있다. 영·정조기 문신으로 '효전산고'와 '대동패림' 등의 저술을 남긴 심노숭(1762~1837)의 '굴원'이란 수필이 그것이다. 김영진 박사는 심노숭의 글을 가려 뽑아 '눈물이란 무엇인가'(2001) 이름으로 국역본을 냈다. 심노숭은 눈물은 기(氣)의 감응으로 눈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는 결국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했다.내년부터 인공눈물 가격이 10배나 오른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평균 인공눈물을 처방받는 사람만 243만명에 이른다. 인공눈물은 일상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이자, 눈물로 장

  • [참성단] 이상 난동(暖冬)과 서민

    [참성단] 이상 난동(暖冬)과 서민 지면기사

    해마다 겨울을 봄으로 착각한 생명들이 점점 늘어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겨울 전령이 된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이젠 수확을 마친 논에서 벼가 자라 이삭을 맺는 지경이다. 일본에선 지난 1일 여름철 토네이도까지 발생했단다. 잎을 떨군 나무들로 을씨년한 거리와 반소매 차림 행인들의 부조화도 앞으론 자연스러운 초겨울 풍경이 될 모양이다.UN이 아무리 탄소 제로를 외쳐봐야 자국 이기주의에 빠진 국가들은 시늉만 한다. 대기 중 탄소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도 지구 온난화 추세는 막기 힘들다. 인류는 위기를 기회로 의역하는 동물이다. 온난화 특수를 기대하는 나라와 기업들이 즐비하다. 러시아는 동토가 옥토가 된다고 기대하고, 기업들은 그린란드와 북극해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남태평양 섬 나라와 북극곰의 비극은 그들에게 사소하다.모레면 입동(立冬)인데 입춘 지나 입하 즈음 같다. 지난 2일 경주 29.4도, 강릉 29.1도를 기록했다. 진해시 진영읍은 30.7도까지 치솟았다. 11월 역대 최고 기온이란다. 이러니 겨울 철새 가마우지가 텃새가 돼 물고기 씨를 말리고 똥으로 숲을 말려 죽인다. 왜가리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기후 영주권을 취득한 철새들도 늘어만 간다.어제 오늘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지만 지난달 25일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4%, 12월은 75%, 내년 1월은 67%라고 한다. 포근한 겨울은 서민들에게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난방비 등 이런저런 월동 비용만 확 줄어도 등골이 훨씬 편할 테다. 자영업자나 시설 농업인의 원가 절감 효과도 톡톡할 테니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로 사계가 헝클어질양이면, 서민에겐 겨울이 사라지는 게 나을 듯싶다.겨울이 없는 봄, 여름, 가을이 초래할 위기와 기회를 예단하긴 힘들다. 반만년 겨울을 겪은 민족의 정서적 결핍도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아저씨가 말했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 [참성단] 지난 여름의 원전 오염수 소동

    [참성단] 지난 여름의 원전 오염수 소동 지면기사

    일본 도쿄전력이 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3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4차에 걸쳐 각각 7천800t, 총 3만1천200t을 방류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여론은 담담하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던 지난 여름의 난리통을 생각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13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4일 윤석열 정부에서 방류를 개시했다. 두 정부 모두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지만 '일본의 주권'이라는 대응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양 방류에 긍정적인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방류 저지 투쟁이 본격화됐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이 일본 해양 방류를 방관했다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설명은 '세슘 우럭' 공포에 맥을 못 췄다. 민주당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안전하다는 IAEA 최종보고서도 '일본용'이라고 부인했다. 처리수를 마실 수 있다는 영국 학자는 돌팔이 취급했다. UN에 진정서를 낸다고도 했다. 급기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해양 방류 개시 전날,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주권'이라 했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제2의 태평양 전쟁"으로 규정했다.한 여름 원전 오염수 소동으로 민생이 흔들렸다. 공포에 질린 국민들은 소금 사재기에 나섰고, 휴가철 대목을 기대했던 전국 해안 상권의 수조엔 팔리지 않는 횟감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두 쪽 났다. 회를 먹는 사람은 보수요, 거부하는 사람은 진보였다. 식재료가 진영을 판별하는 수단이 된 사례는 2023년 여름날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소동은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면서 잦아들더니 이제 자취조차 없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삼중수소는 안전 수치를 밑돌고, 소금은 창고에서 넘쳐나고, 식탁엔 수산물이 가득하다.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자 민

  • [참성단] 은행들의 돈 잔치

    [참성단] 은행들의 돈 잔치 지면기사

    성경은 예수 말씀으로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탐욕으로 쌓은 부(富) 자체를 신성모독으로 본 것이다. 부자가 이럴진대 고리대금업자의 천국행은 꿈에도 불가능했다. 이자놀이야말로 반성경적 행위였다. 단테가 신곡에서 지하 9층 지옥 7층에 고리대금업자를 신성모독자들과 함께 가둔 까닭이다.고리대금업자를 악마로 여기는 성경의 가르침은 유럽 기독교 사회의 강력한 윤리규범이었다. 금융업으로 중세를 지배한 메디치 가문도 성경의 경고가 두려웠다. 해결책은 참신하고 완벽했다. 두오모 성당 등 성전 시설 건축에 기부를 아끼지 않았고, 아예 가문에서 3명의 교황을 만들었다. 이 정도 투자면 하나님도 손을 내밀거라 믿었을 테다.고리대금업은 사회악으로 멸시당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악마의 돈이라도 빌려야 할 경제구조 때문이다. 개미지옥에 갇힐 줄 뻔히 알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대금업자 앞에 줄을 선다.1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소득이 1억원을 넘었단다. 또 지난해 5대 은행은 2천357명에게 1인당 평균 3억5천548만원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기본 퇴직금은 뺀 거액이다. 올해 4대 금융그룹(국민·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이자수익이 19조8천여억원이다. 지난해도 같은 규모였다. 사상 최대 이자수익으로 퇴직 잔치, 복지 잔치를 벌인다.은행들의 돈 잔치를 지켜보는 자영업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횡령, 부실·불법대출로 얼룩진 빵점짜리 경영을 해놓고도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건 선량한 서민 대출자들이 은행이 달라는 대로 원금과 이자를 갖다 바친 덕분이다. 대통령 말대로 서민들은 "은행의 종"이 됐다.IMF사태 때 국민 혈세로 살아남은 은행들이 국민 등골을 빼 먹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고금리로 다 죽여놓으면 이자놀이할 놀이터도 사라진다. 투자한 건 시간뿐인 은행들이 이자 지옥에 빠진 '고객님'들 앞에서 돈잔치라니, 무감각한 몰염

  • [참성단] 인현동 화재참사 24주기

    [참성단] 인현동 화재참사 24주기 지면기사

    이태원 참사 1주기 다음 날인 30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 위령비 앞에서 인현동 화재 참사 2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1999년 10월 그날 인현동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지하1층 노래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2층 호프집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떼죽음 당했다. 사고 사망자 57명 중 학생만 53명, 인천 시내 고등학교 대부분이 초상집이 됐다.학생들은 가을 축제를 만끽했다. 여흥을 이어가려 모인 곳이 호프집이다. 그땐 학생들이 놀 곳이 없었다. 불법으로 학생을 받아 준 호프집만이 공공연한 익명의 해방구였다. 불법을 은폐하려는 악덕업주는 치밀했다. 비상구를 봉쇄하고 창문은 합판으로 막았다. 대피하려는 학생들 앞을 막아선 종업원은 '계산 먼저'를 요구했다. 희생자 대부분의 사인은 질식이었다.어린 희생자들은 죽음도 모자라 비난 여론에 갇혔다. 호프집에 드나든 비행 청소년의 자업자득이라는 냉혹한 비난이었다. 희생자들의 친구들은 항변했다. "친구들이 너무 불쌍해요…. 우리에겐 갈 곳이 별로 없잖아요. 호프집에 간 아이들 중엔 모범생이 더 많아요. 호프집에 갔다고 결코 탈선에 빠진 게 아닙니다."(11월 2일자 16면 보도)유족들이 24년째 아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사회적 망각'을 저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을 호프집에 가둔 문화와 제도, 비리는 온 데 간 데 없이 죽은 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사회를 향한 저항이다. 불법을 방치한 비리는 처벌받지 않았다. 유족회는 지금도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촉구한다.1999년 6월 30일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로 유치원생 19명이 숨졌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전 여자 하키 국가대표 김순덕도 어린 아들을 잃었다. 정부는 게거품을 물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네 달 뒤 인현동 화재를 목격한 그녀는 "이 나라는 달라질 게 없다"며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 갔다.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는 국가가 제도적 타살을 인정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 자식들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1999년 봄, 가을

  • [참성단] 한양가와 능행차

    [참성단] 한양가와 능행차 지면기사

    '한양가'는 조선 후기에 나온 장편 풍물 가사다. 18~19세기 조선 사회의 풍속과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면서 풍속사 연구 자료로도 널리 활용된다. '한양가'는 총 764행에 이르는 대작이며, 4음보 1행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한양가'에는 많은 이본들이 있으며, 박제가·이덕무·서유구·신광하 등 13인의 문신들이 정조의 명으로 지어 올린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와 줄곧 비교되기도 한다.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고, 작품의 말미에 갑진년 봄 한산거사(漢山居士) 지음(著)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기록으로 미뤄 헌종 10년(1844)경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문 가사로 문학사적 가치가 분명하나 왕조의 태평성세를 찬송하는 내용이 많다. 작품은 공간이동 순서에 따라 전개되며 크게 14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마다 서사-본사-결사의 3단 구조를 보여준다.작품의 주요 내용은 한양의 풍수와 지세 그리고 왕조를 찬양하는 서사에 궁궐, 육조 관아와 여러 관청들, 시정 풍경, 육의전, 기생 점고, 과거 풍경 등 조선 후기 사회 문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작품 구성이 엉성하고 단순하며 동어 반복이 보이는 등 기법적으로 그렇게 빼어난 작품이라 할 수는 없으나 장편 국문 가사이자 풍속사 자료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12번째 주제인 수원 화성으로 향하는 능행(陵行)이다. 우리 국문 가사들 가운데서 수원 화성 능행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은 '한양가'가 유일하다. "해마다 정월이면 태묘 사직 다니신 후/ 능행령(陵行令) 내리시니 남도 거둥 되신다네/ 남도는 화성부(華城府)라 두 능 뫼셨으니/ 건릉과 현륭원의 춘전알(春展謁) 영이 났다"로 시작하는 '능행편'에는 능행에 참여한 수행 관리들이 상세하게 나열돼 있다. 가히 시(詩)로 그려낸 '반차도'라 할 수 있다.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런 작품을 소장하거나 수원에 유치하여 '반차도' 등 같은 유관 자료

  • [참성단] '미혼 사회'의 공포

    [참성단] '미혼 사회'의 공포 지면기사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는 결혼을 장려했다. 인구를 국가 유지와 국력의 원천으로 보고, 독신자를 국가와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스파르타에선 한 겨울에 나체의 독신자들을 광장에서 끌고 다녔다. 병사를 낳지 않는 '더러운 독신자'를 공개 모욕하는 회술레였다. 플라톤도 "결혼이 법적 의무"라며 35세 미혼남의 성인 권리 박탈을 주장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독신세를 만들고 재산 상속에서 열외시켰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독신세를 거뒀다.(장 클로드 블로뉴 '독신의 수난사')우리 역사와 문화라고 다르지 않다. 결혼해야 비로소 성인으로 사회적 지위를 인정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은 남녀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렸다. 시대의 변화와 추세에 따라 적령기는 점점 연장됐지만, 압박은 여전하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맞다'는 오래된 설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구 감소에 전전긍긍하는 국가도 자녀를 둔 기혼자에게 세금, 주거, 복지를 집중 지원한다. 미혼자를 역차별해 결혼을 압박하는 정책이다.최근 경인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 수도권 미혼인구 분석' 결과가 놀랍다. 수도권 청년층(20~49세)의 미혼율이 50.4%로 10년 전 보다 10.6%p 증가했단다. 일반적으로 장년층으로 구분하는 40대까지 청년에 포함한 것은 가임기 미혼 남녀의 현황과 의식을 조사해 저출산 대책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튼 수도권의 청년층, 즉 가임연령층 둘 중 한 명은 미혼이라는 얘기다. 수도권보다는 낮다지만 비수도권 미혼율도 47.4%로 큰 차이가 없다. 세계 꼴찌 출산율은 당연하고, 인구 소멸 1순위 국가의 비극적 미래를 보여주는 통계다.봄 가을이면 결혼 축의금 내느라 허리가 휘었던 경험과 딴 판인 결과라 당황스럽다. 더 심각한 건 수도권 미혼 남자의 39.6%, 여자의 22.3%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점이다. 또 자녀의 필요성에 미혼 남자 53.7%, 여자 29.0%가 동의했다. 결혼 가능성이 있는 미혼이 비혼으로 굳어지고, 결혼해도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망설이니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