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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시외버스터미널

    [참성단] 시외버스터미널 지면기사

    "운전기사며 노동자며 뜨내기들/ 아무나 찾아들어 백반이든 국수든/···/고향 말씨 하나만으로도/ 고향 사람이라고 챙겨주고/ 같은 버스 타고 왔다고 동행이라고/ 마음 써주는 사람들/아 여기에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 사는 세상이 남아있었구나." 나태주의 시 '터미널 식당'은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지하층에 있다. 귀향과 출향이 엇갈리고 행선지도 각각인 낯선 사람들이 터미널 식당에서 한사코 인연의 실마리를 찾아 밥정을 나눈다."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도종환 '귀대') 모자를 지켜보는 시인은 귀대할 아들과 배웅나온 어머니가 안타깝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차에 오르고 나면" 아들도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니 말이다.시외버스터미널은 철도와 함께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현대판 역참이다. 전국의 버스터미널을 통해 사람이 오갔고, 인정이 흘렀고, 사연이 쌓였다. 그런 시대의 정서가 좋아 나홀로 버스 여행을 즐기는 장·노년층도 많다. 마이카 시대를 지나 1인 1승용차 시대라지만, 승용차가 없는 서민이나 노인들에겐 시외버스는 유일한 장거리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강원도 전방의 군인들은 시외버스 없으면 휴가와 귀대에 애를 먹는다.평택시 송탄시외버스터미널이 이달 말 운영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단다. 자가용, 철도, 항공여객이 늘면서 시외버스 여객 감소 추세를 부추겼다. 코로나19는 직격탄이었다. 대부분 민영인 시외버스터미널이 적자에 시달린다. 지난해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폐업하자 버스업체들은 도로에서 여객을 나르고 있다. 수원시외버스터미널도 속초 노선 운행이 절반으로 축소된 지 오래다.지난 6년 동안 30곳 가량의 시외버스터미널이 폐업했다. 지방은 인구 감소로, 수도권은 버스여객 감소가 원인이다. 시대에 따라 흥망이 엇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이익이 없는데 자본의 헌신을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여전히 교통약자들의 역참으로 공공

  • [참성단] 트럼프 사법리스크

    [참성단] 트럼프 사법리스크 지면기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권토중래에 제동이 걸렸다. 내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그에게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19일 헌법상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대선 직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내란에 트럼프가 가담했다고 인정한 결과다. 미국 수정헌법 14조3항에 따르면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는 연방과 주의 모든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콜로라도 판결은 25개주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재판에 미칠 영향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사법리스크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워싱턴DC연방지방법원은 대선불복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의 면책특권 주장을 기각했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판사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법원에 항고하면서 지법의 본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하급법원의 판결과 결정은 엄중한데 트럼프측은 화려한 법 기술로 최종 판결을 지연시킨다. 콜로라도주 대법원도 연방대법원 항소를 감안해 판결 효력을 연기했다. 마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트럼프에 대한 사법정의가 수십 갈래로 얽히고설킨 법률 교차로에 갇혀 지연되는 형국이다.절차의 병목에 갇혀 사법 정의가 지연되는 아이러니는 법 만능주의의 병폐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피의자들은 3년 10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로 3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 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민주)은 항소와 함께 재선 도전에 나섰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변호인 교체, 재판부 기피 신청 등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친다. 몇 개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종 판결은 다음 대선 전까지 매듭될지 불투명하다.법이 정치를 만나면 이처럼 혼탁해진다. 송 전 시장의 유죄가 최종심에서 확정된다면 울산 시민은 자격이 없는 범죄자에게 혈세로 월급과 판공비를 지급하면서 시 행정을 위임한 셈이 된다. 트럼프의 재판 지연 전략도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일 테다. 국민 선택에 반하는 재판 결과라면 사법쿠데타로 반격할 수도 있겠다. 유독 정치 앞에서만 고장나는 사법정의라면 고대 아테

  • [참성단] 오산시 가짜 콘서트 소동

    [참성단] 오산시 가짜 콘서트 소동 지면기사

    '2024년 오산시 방문의 해 기념 뮤직 콘서트'. 22일 오산시 세교지구 고인돌공원에서 개최되는 공연포스터 제목이다. 출연진의 면면이 상상을 초월한다. 볼빨간사춘기, 백지영, 에스파, 주주시크릿, 오마이걸, 코요태, 헤이즈, 십센치, 르세라핌, 악동뮤지션, 임영웅, 아이브, 멜로망스, 스테이씨, 허각, 뉴진스 등 글로벌 걸그룹부터 세대를 초월한 톱스타들을 망라했다.가짜였다. 온라인에 유포된 포스터를 본 시민들의 전화가 쇄도하자 오산시가 18일 SNS에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다. 2024년을 오산시 방문의 해로 지정한 적도 없고, 콘서트를 기획하지도 않았단다. 무엇보다 엄청난 출연진들을 감당할 시 예산이 없다며, 오산시를 사칭해 허위사실 유포를 계속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단다. 시 해명에 달린 네티즌 반응이 걸작이다. '진짜 열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신당 창당설로 민주당을 곤경에 빠트린 이낙연 전 대표와 관련된 가짜 포스터도 화제다. 역시 SNS에 유포된 포스터 제목은 '양당체제 이낙연이 바꿉니다. 이낙연 신당 국민이 원합니다'이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손흥민, 유재석, 김연아, BTS, 블랙핑크, 뉴진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응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단에는 이 전 대표 지지모임과 민주당 반이재명 의원모임 명칭을 표기했다. 이 전 대표측은 이재명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SNS 사용자의 허위조작정보라 주장한다.명백한 가짜이고, 포스터에 등장한 유명인들의 대중적 위상과 처세를 생각하면 가짜임을 숨길 의도도 없어 보인다. 풍자를 위한 창작으로 볼 여지를 남겼다. 오산시 가짜 포스터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시에 대한 불만을, 이낙연 가짜 포스터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조롱을 담았지 싶다. 그래도 가짜의 폐해는 심각하다. 가짜의 도구로 동원된 유명인들의 초상권과 인권 침해도 문제려니와, 오산시는 가짜를 해명하고 밝히는데 행정을 낭비했다. 또한 실제로 속는 사람들이 나오면 풍자는 범죄가 된다.가짜 콘텐츠는 가짜임이 명백해도 대중의 확증편향에 편승하면 진실로 유포돼

  • [참성단] 경복궁 낙서와 그래피티

    [참성단] 경복궁 낙서와 그래피티 지면기사

    낙서는 글자를 누락시켰거나 악의적인 장난 또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풍자 등을 뜻한다. 낙서/낙서화의 전통은 유구하다.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의 벽화, 그리고 우리의 신석기 시대 유산인 울산의 반구대암각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낙서는 아이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불의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낙서가 현대 예술의 장르로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피티(graffiti)가 대표적이다. 영국 출신의 익명의 예술가로 알려진 뱅크시(Banksy)는 대표적인 그래피티 화가다. 장소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뱅크시는 도발적인 작품들로 인해 게릴라 아티스트, 아트 테러리스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진짜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뱅크시는 "이 세계의 거대한 범죄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율을 따르는 것에 있다"고 설파한다. 가령 명령에 따라 폭탄을 투하하거나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군인들, 나아가 권력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거나 눈을 감는 공직자나 언론도 뱅크시가 보기에는 규율을 따르는 범죄다. 물론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도발적인 낙서 그림을 두고 예술인지 범죄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뱅크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사회·환경·자본주의·반전 등 다양한 주제로 줄곧 세상을 풍자하고 비판해왔다.지난 16일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경복궁 담장이 난데없이 스프레이 테러를 당했다. 이는 그래피티는 고사하고, 낙서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파렴치한 범죄다. 경복궁은 창덕궁과 함께 조선 왕조를 대표하는 궁궐 즉 법궁(法宮)이다. 경복궁은 온갖 수난을 다 겪어왔다. 임진왜란 때는 분노한 백성들에 의해 대부분의 전각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마구잡이로 훼손되어 1926년 총독부 청사 건립을 포함하여 1915년 물산공진회, 1923년 조선공진회, 1929년 조선박람회 행사장으로 사용됐다. 여기에 근정전 용상이 일본 순직 경찰관 초혼제를 지내는 제단으로 쓰이기도 하고 정화조가 설치되는 등의 만행이 자

  • [참성단] '꾼'만 있고 '인(人)'이 없는 정치

    [참성단] '꾼'만 있고 '인(人)'이 없는 정치 지면기사

    정치를 향한 한국인의 정서는 불신과 혐오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믿는다.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뜨는데, 가라앉으면 물이 오염되니 큰일 난다. 조크와 유머로 정치에 상처받은 심사를 달래지만, 허망하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진심만 얘기해도 영화 '정직한 후보' 처럼 코미디가 된다. 최강욱이 대통령 부인에게 진심으로 "암컷"이라 하자, 민주당 사람들은 사과하고 본인은 하류가 됐다. 상대를 죽여야 사는 정치인의 진심은 차라리 심중에 가두어 두는 것이 세상에 이로울 수도 있다.큰 정치인은 거짓과 협잡에 물든 정치꾼들 사이에서 돌출한다. '꾼'들의 속성을 파악하고 이를 압도할 비전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정치'꾼' 무리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 독립할 수 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믿으면 놀란다"고 정치꾼의 속성을 간파한 샤를 드 골은 전후 프랑스를 재건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마거릿 대처는 정치 신인 시절 거짓과 협잡이 난무하는 남성 정치에 질려 "정치판에서 말을 원하면 남성에게, 뭔가 이루길 원한다면 여성에게 요구하라"고 질타했지만 "내 생전에 여성 총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좌절했다. 훗날 그녀가 최장수 총리로 내각을 지휘하면서 '철의 여인'으로 불릴 때 영국은 영국병을 치유했고 신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선두에 섰다.지금 대한민국엔 국민이 사랑하는 정치인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31%다.(한국갤럽 12~14일 조사)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4%, 한동훈 법무부장관 19%이다.(국민일보·한국갤럽 12월 11일 발표)대통령은 물론 직전 대선후보이자 당 대표면 정치가는 몰라도 정치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56%와 47.83%를 득표했다. 두 사람에게 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을 기대하고 찍은 국민들이 흩어졌다. 대통령은 꾼들에 갇혀 국민과 소통에 실패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려 꾼들의 호위를

  • [참성단] 션과 박승일의 아름다운 약속

    [참성단] 션과 박승일의 아름다운 약속 지면기사

    '기부천사 션의 희망나눔'. 2009년 11일 11일자 경인일보 13면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기부천사로 유명한 가수 션이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의 용인 집을 찾아 1억원을 전달했다는 미담 기사였다. 두 사람은 1억원 보다 훨씬 가치 있는 약속을 했다.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이다. 박승일의 염원을 션이 이루어주기로 한 것이다. 2011년 션과 박승일은 공동대표로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해 병원 건립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승일희망재단이 13일 용인시에서 '루게릭요양병원' 착공식을 개최했다. 연면적 4천995㎡, 지하 2층, 지상 4층에 병상 76개, 재활치료 시설, 강당 등을 갖춘 국내 최초의 중증근육성 질환 전문요양병원이다. 재단이 모은 기부금 104억원과 국비 100억원이 투입된다. 예정대로 내년 12월 완공되면 두 사람의 꿈은 15년만에 이루어진다.박승일은 프로농구팀 선수를 거쳐 코치로 새출발하려던 2002년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보통 진단 후 생존 기간이 5년 전후인데 20년 넘게 투병 중이다. 루게릭병은 온몸의 근육이 차례로 마비되지만 감각은 유지된다. 환자는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감각으로 느끼니, 이보다 잔인한 병이 없다. 간병도 보통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매달려야 한다. 간병에 지쳐 죽을 만큼 힘들어 하는 가족을 보며 박승일은 자신을 '물귀신'이라 했다. 그에게 루게릭요양병원은 환우와 가족들의 해방구였다.인연이 만드는 기적은 경이롭다. 션이 없었다면 박승일의 꿈은 오래 지체됐거나, 무산됐을지 모른다. 루게릭 환우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국내 첫 주자로 기부금 모금을 주도했다. 션이 진심어린 기부로 쌓은 평판 덕분에 33만여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션은 재단 홈페이지에 "내가, 승일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희망의 끈을 이어 만들어 낸 기적"이라 했다.루게릭병 환자인 스승과 제자의 대화록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죽음을 앞둔 현자가 살아있는 사람을 격려하고 충고하는 명문장들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78세에 루게릭병 판정을 받는 모리 교수라서 가능했던 달관이었을 테다.박승

  • [참성단] 서민 잡는 '-플레이션'

    [참성단] 서민 잡는 '-플레이션' 지면기사

    서민들이 그야말로 죽기 일보직전이다. 고금리 시대에 은행 종 노릇도 서러운데 고물가로 밥상도 나날이 초라해진다. 나라가 인플레이션 경제 사이클에 갇히자, 고통은 온전히 서민이 떠안았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고금리, 고물가의 원천이다. 인플레이션의 1차 원인은 통화량 팽창이지만, 자연의 간섭과 인간의 욕심이 결합하면 재앙이 된다. '~ 플레이션'으로 수많은 조어가 탄생하는 배경이다.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다. 이상기후·전염병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은 물가인상 도미노의 첫 번째 패다. 슈가플레이션, 에그(egg)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으로 파생돼 급기야 직장인에게 런치플레이션으로 현실이 된다. 자연히 진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늘 그렇듯 인간이 문제다. 인플레이션이 인간의 욕심과 버무려지면 최악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품의 용량과 재료의 함량을 줄여(shrink) 구매자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이런 속임수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자 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한국소비자원이 13일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이 원재료의 용량과 함량을 줄였단다. 이상하긴 했다. 늘 먹던 주스 맛이 변하고, 소시지 봉지가 가볍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다. 기업들은 원재료 인플레이션 때문이라 강변하지만, 원재료 가격 인하 때는 시치미를 뗐다. 가소로운 변명이다.따지고 보면 자연의 섭리 빼고는 모든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인간이다. 권력자들은 앞뒤 없이 돈을 풀어 민심을 사고,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이익을 실현하느라 혈안이다.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에서 대기업과 은행 임직원은 돈잔치를 벌이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은 노동을 갈아 넣는다. 인플레이션 장벽 사이에서 상생은 공염불이다. 선거철이니 선심성 표플레이션이 꿈틀댈 테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먹고 자라는 인플레이션이다. 수많은 '~플

  • [참성단] 구글 검색1위 비빔밥

    [참성단] 구글 검색1위 비빔밥 지면기사

    비빔밥은 K-푸드의 대표주자다. 연유가 있다. 레시피의 개방성, 포용성, 창의성이 으뜸인데다 가성비가 갑중의 갑이라서다. 쌀밥에 채소와 육류를 고명으로 얹어 참기름 한방울 떨어뜨리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 요리 방식은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한자명 골동반(骨董飯)에도 비빔밥의 덕목이 스며있다. 골동은 분류하기 힘든 옛날 물건을 통틀어 칭하는 명칭인데, 골동품의 그 골동이다. 특정한 요리로 분류하기 힘든 비빔밥의 미덕은 통합과 융합인데, 우리가 비빔밥을 즐기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오방색 고명으로 수놓은 전통 골동반은 요리사의 내공이 담긴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서민의 비빔밥은 그야말로 창작의 영역에서 찬란하게 가지를 뻗는다. 고명은 볶든 데치든 날것이든 상관없다. 꼭 넣어야 하고 빼야 하는 재료의 금기도 한계도 없다. 돌솥에 담아 혼자 즐겨도 되고 양푼에 넉넉히 담아 여럿이 수저로 퍼먹어도 된다. 접대용 고급 음식이기도 하고 농부들의 들밥이기도 하다.재료를 뒤섞으면서도 각각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비빔밥의 또 다른 미덕이다. 고추장에 벌겋게 물들었지만 고명 하나 하나가 본연의 맛과 식감을 유지한다. 현대 미국 문화를 샐러드 볼에 빗댄다. 이민자들의 고유한 문화를 용인하지 않는 폭력적인 멜팅 팟 이론보다는, 소스에 버무려도 각각의 재료가 정체성을 유지하는 샐러드 볼이 미국을 상징하기에 제격이란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에 비빔밥으로 깨달은 사회와 문화의 묘리다.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11일 발표한 2023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서 비빔밥이 레시피 부문 1위를 차지했단다. 비빔밥의 덕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비빔밥은 외국에서도 창작의 날개를 펼친다. 고명으로 쓸 채소와 육류가 나라마다 다르니 당연하다. 고수가 올라간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스리라차 소스를 얹은 비빔밥도 있다. 하지만 응용의 끝에 이르러 한계에 직면하면 원조를 찾고 원형에 귀의한다. 구글에서 비빔밥을 찾는 이유일 테다. 비빔밥 문화, 정신, 미덕에 견주어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지천에 널렸으로, 반복하면 진부하다. 그래도 지금 같지는

  • [참성단] K-요괴들의 활약

    [참성단] K-요괴들의 활약 지면기사

    요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설화나 전설의 단골 소재로 파적거리였던 요괴들이 구비문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웹툰·드라마·영화 등을 통해 문화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인간들을 위협하거나 도와주는 무시무시한 가공의 존재들이 이제는 '돈'이 되는 문화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한국의 요괴는 구비 설화나 여러 문헌들 속에서 귀신·도깨비·괴물·자연물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한다. 인간을 괴롭히고 해악을 끼치기도 하다가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을 꾸짖는 훈육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요괴 문화가 훨씬 크게 성행하고 있는 바, 오니(おに)·덴구(天狗)·갑빠(河童)·바케모노(化物) 등 불리는 이름과 종류도 다양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들이 많다.최근의 민속학 연구들을 보면 뿔이 달린 도깨비는 본래 우리에게는 없었던 형상이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서 들어온 오니의 영향이라 한다. 우리의 도깨비들은 몽당빗자루·절구공이·도리깨자루·개고기 등 친근한 일상용품들이거나 자연물이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일본 요괴는 이계(異界)·타계(他界)의 존재들로 산과 바다 등 도처에 존재하면서 인간을 목표로 출몰하여 다양한 스릴러급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구비 설화와 고전 문헌들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요괴들은 밥풀에서 탄생한 불가사리를 비롯하여 용·이무기·두억시니·올출비채·삼족오·저승사자·역신·구미호·성황신·우렁각시 등 종류와 숫자도 많다.이런 옛이야기들은 웃음과 슬픔, 해학과 풍자, 지혜와 어리석음, 상상력 등 민족의 가치관과 특성이 배어있는 문화적 정체성의 지표가 된다. 최근에는 드라마 '구미호', 영화 '외계+인', 웹툰 '호랑이 형님' 등 고전 설화 속의 요괴들이 문화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으며, 연구와 출판도 활성화하고 있다. 요괴의 이야기들이 K-컬처로 발돋움하고 있다.재미, 교훈과 함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국 요괴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전세 사기·보이스피싱·사채고리대금업, 그리고 지구환경이야 어떠하든 돈되는 일이나 기술이면 무조건 만들고 개발하는 개발주의자들, 국

  • [참성단] 외로운 백령도

    [참성단] 외로운 백령도 지면기사

    1990년 초반 국무총리실 출입기자 시절 기자단의 서해 안보시찰 기회가 주어졌다. 인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승선한 구축함은 거대했다. 하지만 파도엔 속수무책, 구축함이 용왕님에게 절을 할 때마다, 기자들의 위장은 가벼워졌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참수리정에 옮겨탄 뒤, 해안에서 어선으로 갈아타고 섬에 도착했다. 멀미에 기진맥진인데도 최서단 접적지역 영토에 서린 적막한 비장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백령도는 군사요새였다. 섬엔 유사시 옥쇄 전투를 대비한 군사용 지하터널이 벙커와 벙커를 잇고 있었고, 해병 장병들은 실전과 같은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백령도는 또 천혜의 명승지였다. 두무진, 사곶해변, 몽돌해변으로 이어진 해안의 절경은 인적이 없어 아름답기가 더욱 또렷했다. 고지에 서면 한국전쟁 전까지 우리 영토였던 황해도 장산곶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군사적 긴장과 천혜의 경관 속에서 백령도 국민들은 풍족한 어족자원에 기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백령도의 외로움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한 듯싶다. 30년 동안 뭍에선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도시는 더욱 휘황찬란해졌고,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사고방식도 혁명적으로 전환됐다. 군사적, 지리적, 정서적 요인으로 백령도와 육지의 시차는 다르다. 2002년 백령도 국민이 연평해전으로 전시 상태에 빠졌을 때 육지 사람들은 월드컵 경기장에 있었던 식이다.9·19군사합의 효력정지 이후 인적이 끊긴 백령도 해안에 쓰레기만 널렸단다.([현장르포] 12월 6, 7일 보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정부가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은 파기를 선언하고 해안포문을 개방했다. 남북 긴장이 고조된 마당에 관광객이 모일 리 없다. 사람 대신 중국발 쓰레기만 사곶과 콩돌해변을 가득 채웠다.백령도의 외로움은 뭍의 무관심으로 더욱 사무친다. 대형 카페리가 운항을 멈춘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신규 선사 공모는 지지부진이다. 하마스의 침공에 전세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귀국했듯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육지 사람들이 백령도를 가득 메운다면 국토와 국민의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