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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신개념 전쟁 지면기사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군비와 병력, 첨단무기, 핵무장 등 전통적인 지표로 나라 간의 군사와 국방력의 우열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세계 최강의 핵무장 국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국제사회가 기껏해야 이슬람 무장 단체로 깔보는 하마스가 비공식 핵보유국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양민을 학살하고 납치했다.신개념 전쟁의 주역은 드론과 SNS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론이 맹활약 중이다. 재래식 포격과 첨단 미사일로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는 단 며칠 만에 작전을 끝낼 것이라 호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 전차 부대의 진군을 막았고, 적진을 정찰해 프리고진의 용병들을 사살했다. 우크라이나의 SNS 선전전에 러시아 병사들은 백기를 들고 투항했고, 용병들은 모스크바로 총부리를 돌렸다. 전선은 정체됐다.하마스는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통신과 기관총 기지를 파괴한 뒤 수제 로켓과 구식 로켓 수천 발을 쏟아부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무력했다. 그 사이 하마스 특공대원들이 패러글라이더와 승용트럭을 타고 침투했다. 치고 빠지기가 전광석화 같았다. 분노에 찬 이스라엘은 30만 병력으로 하마스 절멸 작전에 돌입했다. 하마스는 SNS로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정보로 선전선동전을 펼치고 있다.드론이 전쟁의 지배자로 등장하면서 드론 군사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정찰, 공격, 자폭은 물론 안면 인식이 가능한 AI를 탑재한 소형 드론이 요인 암살을 위해 적진 상공을 하염없이 배회할 수도 있다. 대형 폭격기가 폭탄 대신 수천 대의 지능형 드론을 낙하할지도 모른다. SNS는 딥페이크와 거짓 정보로 적진을 분열시키고 공포에 가둘 수 있다. 정치적 내분이 심각한 나라는 거짓 선동이 핵폭탄보다 위협적이다.북한은 핵무장국이다. 짝퉁이지만 미국의 정찰 및 폭격 드론을 복제했다. 정찰 드론은 용산까지 다녀갔다. 다양한 용도의 드론을 개발 중일 테다. 하루가 멀다 하고 SNS 게시물로 사회가 뒤집어지는 대한민국이다.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핵에서 드론과 SNS로 확대일로다. 드론 몇 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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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남조, 그리고 박종환 지면기사
1927년 생 김남조 시인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시단의 원로는 96세까지 장수하면서 사랑을 노래했다. 그의 부고 기사를 게재한 언론들은 '사랑의 시인'으로 추앙했다. 경인일보 오피니언 필진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남조의 시 세계를 "에로스적 사랑과 아가페적 사랑 모두가 선생의 시 전반에 걸친 탐구의 대상"이라고 해설했다. '편지'의 첫 구절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은 본 일이 없다"는 오래오래 회자됐다.앞서 박종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7일 별세했다. 호적엔 1938년생인데 실제론 1936년생이란다.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성장한 무명의 축구 지도자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 국민영웅이 됐다. '붉은 악마'를 탄생시킨 박종환의 지도 방식은 폭력적이었다. 뺨을 때리고 단체기합을 주고 살인적으로 훈련시켰다. 지금이면 '폭력 감독'으로 퇴출되고 법적 처벌을 받았을 테지만, 언론은 '독사'라는 별명으로 명암을 흐렸다. 독사 감독의 독기 서린 지도에 붉은 유니폼의 선수들은 악마처럼 뛰었다.사랑의 시인 김남조와 독사 박종환은 청년과 소년으로 식민과 전쟁의 시대를 관통했다.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해방되자마자 전쟁터 한가운데 팽개쳐졌다. 가난과 죽음이 일상인 비인간적인 시대를 살아가려면 김남조처럼 사랑으로 버티든지, 박종환 같이 독사의 독기로 투쟁해야 했을 테다.식민과 전쟁의 시대를 기억할 수 있는 85세 이상 인구가 2021년 기준으로 약 99만명 정도다. 이중 90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29만6천여명이다. 지난해 사망자가 37만2천800명인데 70대 이상 고령 사망자가 대부분이니, 암울한 시대를 기억하는 세대는 10년 내에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세대는 사라지는데 시대는 여전히 현재에서 강력하다. 식민과 전쟁의 긴 그림자에서 갈등이 솟구치고 반목하는 시선은 서늘하다. 그러는 사이 순환하는 세계사가 대한민국에 불온해졌다. 유럽과 중동 전쟁이 신냉전의 최전선인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한다. 혼탁한 과거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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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방화수류정의 연꽃 지면기사
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의 백미다. '동북각루'란 원이름대로 방화수류정은 군사 지휘시설이자 휴식 공간인 정자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지붕의 형태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3월 3일 보물 제1709호로 지정됐다. 방화수류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빼어난 건축미와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 주변의 화홍문과 용연으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인기 만점의 명소다.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란 당호(堂號)는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논다"는 뜻인데, 송나라 때 시인 정명도의 작품 한 구절을 따서 붙인 멋진 이름이다. 정조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최고의 무기이며,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했거니와, 방화수류정·화홍문·서북공심돈·서장대 등은 가히 조선 후기 건축 기술의 절정이라 할만하다. 이 중에서도 방화수류정은 당시 사찰 건축의 일인자였던 굉흠 스님 등 당대 최고의 장인과 대목장들이 힘을 합쳐 탄생시킨 명품 중의 명품이다. 수원 팔경 중에서 '화홍문의 수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華虹觀漲)'와 '용연에서 달 뜨길 기다린다'는 '용지대월(龍池待月)' 등 2경이 방화수류정 주변에 있다. 여름날 방화수류정에 앉아 수원 시내 야경과 달빛을 바라보며 화홍문을 관통하며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것은 도심 한복판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그만큼 수원천과 용연과 방화수류정은 최고의 조합이며, 특히 용연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에 따라 조성된 인공 연못이다. 그리고 이 용연에서 바라보는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수면에 어리는 방화수류정은 마치 한 송이 연꽃 같다. 그야말로 눈맛이 최고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용연에 심어둔 연꽃으로 인해 이 천혜의 경관이 방해받고 있다. 수면 위로 비치던 방화수류정을 볼 수도 없거니와, 무성한 연잎들로 인해 연못의 고즈넉한 정취가 사라지고 말았다. 문화재는 손대지 말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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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몽클라르의 길' 지면기사
국가보훈부는 정전 70주년인 올해에 '유엔참전국 자전거 동맹길' 행사를 진행 중이다. 6·25전쟁 참전 동맹국들의 전적지를 자전거로 순례하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다. 지난 4월에 용인 김량장리 자전거도로를 '튀르키예의 길'로, 5월엔 가평군 일대 자전거도로를 '가평전투의 길'로 명명하고 튀르키예와 영연방 4개국 대표들이 우리 국민과 함께 자전거로 질주했다.한글날인 9일엔 '몽클라르의 길'로 명명된 양평군 지평리 남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프랑스의 참전을 기렸다. 랄프 몽클라르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의 전쟁영웅이다. 6·25전쟁 때 프랑스는 식민지인 베트남을 되찾으려 인도차이나 전쟁에 병력을 집중했다. 유엔군 참여를 선언했지만 전투부대 파병은 주저했다.몽클라르 중장은 대대급 부대 파병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직접 부대를 지휘하려 별을 떼고 중령으로 명예 강등을 자청했다. 미 육군 2사단의 연대에 배속된 프랑스 대대는 1951년 '지평리전투(2월 13~15일)'에서 중공군 격퇴의 선봉에 섰다.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한 덕분에 3월 14일 서울 재탈환이 가능했고, 휴전선을 38선 이북으로 밀어올릴 수 있었다. 몽클라르 장군은 한국을 구하고 조국 프랑스의 국제적 체면을 지켰다.수도권은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전쟁 초기에 낙동강과 압록강 사이를 출렁였던 전선이 휴전 때까지 중부전선에 정체한 탓이다. 필리핀, 벨기에·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프랑스, 튀르키예,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영연방4개국, 그리스 등 대다수 국가들의 한국전쟁 참전기념비가 경기도에 집중된 배경이다. 유엔군과 북한군이 최초로 교전한 유엔군초전기념비(오산시), 영국군 설마리 전투비(파주시), 국가등록문화재인 유엔군 화장장(연천군) 등 전쟁 유산과 유적들도 즐비하다.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며 정율성 기념비와 동상이 들어섰다. 전쟁으로 소멸될 뻔 했던 나라의 관용으로는 선을 넘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중동 화약고가 터졌다. 전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자전거 동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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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스마일 점퍼 지면기사
'스마일 점퍼',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27·용인시청) 얘기다. 그의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생소한 모습에 적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압박감이 엄청날 텐데 어떻게 저렇게 시종일관 상큼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부터 갖게 된다. 도약에서부터 바(bar)를 뛰어넘기까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될진대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점퍼는 매회 조금씩 올라가는 바를 넘을 때마다 관중들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하는 마력을 뿜어낸다. 바가 바닥에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우상혁이 긍정마인드의 소유자로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건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다. 결선에 나서면서 카메라를 향해 "이제 시작이다"라며 유쾌하게 말을 건네더니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도 밝게 웃으면서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꿋꿋하게 거수경례하며 경기를 마무리할 때는 그야말로 운동선수가 가져야 하는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상혁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관중을 홀렸다. 4일 열린 결선에서 우상혁은 경기 전부터 경기 도중, 이후까지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압권은 2m23을 시도할 때다. 그가 두 팔을 번쩍 들어 박수를 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자 관객들도 이에 부응, 일제히 일어나 같은 모습으로 화답했다. 진정한 축제다.24시간 웃음기를 머금을 것 같은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인해 양발의 크기가 다르다. 왼발보다 오른발이 15㎜ 정도 더 작은 탓에 다른 선수들보다 균형감을 잡는 훈련을 많이 해야 했다. 육상계 인사들로부터 '짝발로는 안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치명적인 핸디캡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한 셈인데 그가 내뿜는 긍정 에너지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죄인인양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은메달,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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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미국 최초의 하원의장 해임 지면기사
미국 하원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케빈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을 가결했다.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공화당내 극우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 계열 의원 8명이 민주당과 합심해 자당 출신 의장을 끌어내린 것이다. 미국 권력서열 3위로 대통령 유고시 승계 2순위자인 정치 거물이 당내 소수 반란에 당한 치욕이다.미국 하원의장은 관례상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맡는다. 2015년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대표였던 매카시의 하원의장 선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입이 망쳤다. 하원 벵가지 사태 특별조사위원회가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저격용이라고 실토한 인터뷰로 대선 정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선거 여론이 악화되자 하원의장 경선을 포기했다.지난 1월 10석 차이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기회가 다시 왔다. 그때도 프리덤 코커스가 발목을 잡았다. 지지의 대가로 지역구 이익을 왕창 챙길 작정으로 과반 지지를 열네번이나 무산시켰다. 매카시는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불신임투표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시켜보고 마음에 안 들면 자르라는 제안으로 강경파를 설득한 끝에 15차 투표에서 가까스로 당선됐다. 하원 의사봉을 쥐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과 수모의 기록들도 하나같이 역대급이다.매카시는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로 프리덤 코커스 못지 않게 강경 보수였다. 하지만 하원의장에 취임 이후엔 정파를 초월한 행보를 보였다. 백악관과 민주당과 대화로 부채한도협상을 타결하고 연방정부 셧다운을 지연시켰다. 지도자급 정치인들이 정파를 초월해 타협하는 미국의 정치문화를 지켰다.이를 야합이라며 공화당 강경파 의원 1명이 의회 규정에 따라 공개적으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반란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매카시는 결과에 승복했다. 의회는 혼란에 빠졌지만, 누구도 혼란의 당사자를 지목하지 않는다.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표결하고, 승복하고, 책임질 뿐이다. 혼란은 새로 시작하면 해소된다.당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을 색출하는 한국 정치 문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국 정치의 위엄이다. 의회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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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중국 축구와 토트넘 홋스퍼 지면기사
지난 1일 국내 축구팬들이 우려했던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8강전이 2-0 승리로 무사히(?) 끝났다. 후반에 에이스 이강인과 엄원상을 투입하고도 추가골을 넣지 않고,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않은 채 종료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추가골을 넣지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추측의 영역이다. 후반에 경기의 템포 조절에 힘을 쓴 것은 예상되는 중국 선수들의 거친 파울로 인한 부상의 위험을 막고, 중국 관중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짐작된다. 그만큼 중국 축구는 국력과 국격에 비해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중국이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 실력이 아니라 중국 사회를 지배하는 '꽌시', 우리식으로 풀어 말하면 '관계'와 '인맥'을 중시하는 풍토가 중국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같은 날 치러진 영국 토트넘 홋스퍼는 리버풀과의 PL 7라운드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이 귀중한 1골을 터트리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고, 손 선수 개인적으로는 유럽 무대 통산 200호 골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토트넘의 상징인 주포 해리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하여 토트넘의 강등권 추락을 예상했던 축구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리그 공동 2위를 달리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토트넘의 신임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오히려 빅리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여 선수 기용이나 전술 구사에 있어 편견 없이 운용하는 합리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리더십은 에릭 다이어·요리스 등 이른바 토트넘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하던 핵심 선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친 오버래핑으로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던 윙백 페리시치의 동선을 잘 조절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현재 토트넘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다.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물론 우리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판에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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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차례와 명절문화 지면기사
명절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잘 보여주는 세시풍속이다. 차례(茶禮)는 설·한식·추석 등 명절에 조상을 기리는 의례다. 차례는 정식 제사가 아니기에 술을 삼잔(三盞)이 아니라 단잔(單盞)만 올린다. 설날에 지내는 차례는 연시제(年始祭)라 하며, 추석은 가배일(嘉俳日)·중추절·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시기적으로 햇곡식과 햇과일이 수확되는 철이기에 풍성하고 다양한 명절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때 온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도 묻고 회포를 풀며 차례와 성묘 등으로 조상을 기린다.그러나 가족 관계의 약화·1인 가구의 급증·도시화에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귀성길에 오르지 않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명절 연휴가 되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명절을 쇠지 않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신 밸런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핼러윈이니 하는 나라 밖에서 유래한 국적 불명의 축제를 즐기고 중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또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의 어려움과 웃어른들과 일가친척을 대접하는 것의 어려움,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명절을 쇠는 비용이다.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는 6~7인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24만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에는 28만원을 조금 웃돈다고 한다. 차례상 말고도 이런저런 추가적 지출이 불가피한 데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내일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가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여기에 조율이시·홍동백서·좌포우혜·어동육서·동두미서·생동숙서 등 차례상 진설 방식과 복잡한 의례는 젊은 사람들이 명절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전통을 잘 계승하고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부담 없이 명절 연휴를 누리면서 조상을 기리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차례상 차림을 과감하게 간소화하고, 가족들 간에도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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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작은 거인 지면기사
국악과 서양음악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접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문화적 차이를 보인다. 서양음악에서 무대와 관객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면 국악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마당'이 무대다. 가령 교향곡 연주회장에서는 숨죽이며 공연을 감상하다 모든 악장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박수를 칠 수 있지만, 판소리 공연에서는 관객이 공연 도중 수시로 '얼쑤'라고 추임새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치 물과 기름 같은 두 장르를 접목시킨 선구자가 천재작곡가 윤이상(1917~1995년)이다. 그는 서양의 오선지에 처음으로 한국적 정서를 새겨넣은 음악가다. 대표작이 옛 궁중 제례악(祭禮樂)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만든 '예악'으로, 이 곡의 시작과 끝에는 국악기인 '박'(拍)이 등장한다. '예악'은 1966년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됐는데 국악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예악이 초연된 지 거의 반세기 만에 한 뮤지션에 의해 다시 한 번 국악과 서양음악의 획기적인 '크로스 오버'가 시도된다. 중장년층이면 누구나 아는 '못다 핀 꽃 한송이'의 작곡가 겸 가수 김수철이 그 뮤지션이다. 젊은 층을 위해 '치키치키차카차카'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를 작곡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게 낫겠다. 그는 80년대 가요대상 남자가수상을 받는 등 대중가수로서 정점에 올랐을 때, 화려한 무대를 뒤로 하고 우리 소리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 간 25장이 넘는 국악 앨범을 내면서 국악의 현대화에 열정을 불태웠다.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팔만대장경'과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서편제'의 주제가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전통문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걸 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한 콘텐츠가 있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그가 밝힌 국악에 파고든 이유다. 그가 다음 달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집대성한 '데뷔 45주년 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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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멘토 부재 사회의 비극 지면기사
스승, 조언자를 의미하는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출정에 앞서 절친인 멘토르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긴다. 아들에게 자신을 대신할 아버지를 붙여준 셈이다. 아버지 대신 왕국과 어머니 페넬로페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텔레마코스에게 멘토르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단순한 선배나 스승이 아니라 인생의 안내자이자 영혼의 반려자가 멘토의 참 의미에 가깝다.위대한 리더 뒤에는 위대한 멘토가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멘토는 아리스토텔레스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멘토는 플라톤이었다. 멘토 유성룡이 없었으면 이순신도 없었고 식민의 역사가 수백년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대단한 사람만 멘토란 법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선물한 아버지 윤기중 교수를 제1 멘토로 꼽았다.존경하고 따를만한 멘토 없는 사회나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국회의장의 만류에도 무소속 초선 김남국은 고성을 지른다. 멘토도 없고 멘티도 없는 한국 정치판엔 명예의 전승이 없다. 판 전체를 엎고 "처음부터 다시"를 외쳐야 할 판이다. 거짓말이 녹취록으로 들통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문에 사법은 멘토 없는 정치판이 됐다. 기업들이 신입직원들에게 선배 사원을 멘토로 붙이는 것도 조직이 살자고 하는 일이다. 멘토가 엉망이면 소용 없는 짓이다.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고 이영승 교사. 스물다섯 앳된 나이에 교단에 서자마자 최악의 학부모를 만났다. 학부모의 가혹행위는 생략한다. 핵심은 이 교사가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기에 아이나 마찬가지였던 사실이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새내기 교사에게, 자식에 눈먼 학부모는 맹수와 같았을 테다. 교육청에도, 학교에도, 선배교사 중에도 이 교사를 지켜줄 멘토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멘토가 되어 이 교사와 학부모를 분리해 주었다면, 이 교사는 살았을 테고 학부모와 제자가 여론의 사냥감이 되는 일도 막았을 것이다.멘토 부재의 사회에서 정글 사회 곳곳에 던져진 수많은 멘티들이 야생의 먹이사슬에서 희생된다. 살아남으려 숨죽인 채 잠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