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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사기공화국의 남현희 소동 지면기사
사기(詐欺)는 언어를 가진 인간만이 가능한 범죄다. 사기꾼 없는 세상은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미혼모 팡틴은 최악의 사기 피해자다. 딸 코제트를 맡아 준 테나르디에 부부의 양육 사기에 걸렸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드러나 장발장의 공장에서 쫓겨 난 팡틴은 악당들의 악착같은 양육비 요구에 금발을 자르고 이빨까지 뽑아 팔았지만 결국 몸까지 파는 나락으로 떨어져 병으로 죽는다. 사기꾼에게 제대로 걸리면 마지막 동전 한 닢, 영혼 한 줌마저 탈탈 털린다.사기는 범죄 대상의 신뢰를 이용한다. 사기꾼을 찰떡같이 믿은 피해자는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해진다. '사기꾼이 하는 소리는 숨소리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지만, 대부분 사기를 당한 후에 깨닫는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설계한 사기를 피하기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는 자조적 공감이 널리 퍼진지 오래다. 이를 증명하는 국제 범죄 통계가 아니더라도, 집안에 사기 피해자 한 두 명 쯤은 있는 현실적인 체감 때문이다.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최근의 전세사기를 비롯해 보험사기, 주식 사기, 다단계 사기, 피싱 사기, 투자 사기, 복권 사기 등 헤아릴 수 없는 사기 범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 도처에서 진행 중이다.펜싱 여제 남현희가 인생 최악의 순간에 몰렸다. 지난 23일 한 여성 월간지를 통해 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와의 재혼 계획을 공개했다. 곧바로 온라인에 전청조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남현희는 24일 "행복하고 싶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의혹은 증거로 사실이 됐다. 전청조는 주민등록상 여성으로 확인됐다. 사기 전과로 복역한 기록도 공개됐다. 사기 치는 녹취록도 방송됐다. 남현희의 희망은 악몽이 됐다. 전청조의 실체를 꿈에도 몰랐던 듯하다. 사기꾼은 집요하다. 25일 새벽 남현희 집 문을 두드리다 긴급체포됐지만 석방됐다.남현희 소동의 전말과 진상은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드러난 사건의 개요가 너무 엽기적이라 충격이 더 크다. 사기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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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4년 만의 해상 탈북 지면기사
북한 주민 4명이 24일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했다.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탈북 과정은 순탄했다. 이날 새벽 남하하는 목선을 포착해 추적 중이던 군 당국은 조업 중에 이들을 발견한 우리 어민의 신고로 손쉽게 나포했다. 북한 남성이 우리 어민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여기가 어디냐"였다. "강원도 속초"라는 대답에 줄을 던져 배를 붙인 뒤 우리 어선에 올랐다고 한다.이들의 평화로운 탈북 소식이 4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장면을 상기시킨다. 2019년 11월 17일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5일 전 동해에서 나포된 뒤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군사분계선에서 안대가 벗겨진 탈북민들은 선을 넘지 않으려 결사적으로 몸부림쳤다.문재인 정부는 이틀 조사로 그들을 선상 반란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단정하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선상 반란의 증거인 목선은 소독해 북한에 반납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유린에 세계가 경악했다. 남·북·미 데탕트에 목을 맨 정권이 외교적 골칫거리가 될까 봐 인권을 뒤로뒤로 미뤘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북한 주민의 해상 귀순이 뚝 끊겼다. 탈북 귀순자 숫자도 급감했다. 강제북송사건은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문이 닫혔다는 사인이었다.지난 9일 탈북민 600여명을 북한에 강제 추방한 중국이 2차 추방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국내 탈북인 단체와 국제사회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외교적 수사에 머문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을 비판하고 관계자들을 고발한 정권이, 중국의 탈북민 대량 북송에 미온적이다. 한반도 정세 탓일 테다. 북-러 밀착에 놀란 중국은 탈북민을 대북 선물로 이용하고, 중국을 한반도 신냉전 구조에서 열외시키려는 한국은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자제한다.이제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정권과 한반도 정세까지 살펴야 할 실정이다. 정권 따라 흔들리고 정세 따라 돌변하는 인권의 시계추에 탈북민들의 생사가 오락가락한다. 강제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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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마약 피의자 된 '나의 아저씨' 지면기사
2018년 문화계는 초토가 됐다. 그해 1월 현직 검사 서지현이 검찰 내부의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면서 불붙은 미투운동이 문화계로 번진 탓이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의 'En 선생'으로 지목된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꿈꾸던 광교 집필실을 떠나야 했다. 연극계의 이윤택과 오태석, 영화계의 김기덕과 조재현 등 그 세계에서 내로라했던 거물과 스타들이 추락했다.미투에 이어 문화계에 마약 폭탄이 터졌다. 지난 19일 배우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같은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3일 피의자로 전환됐다. 2022년 체포된 음악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는 지난 9월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편견일 수 있지만 문화계에서도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마약의 유혹에 취약한 듯싶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약물 중독 사건 사고는 일상이다. 돌이켜보면 70, 80년대 대마초 사건으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진 이래로 대중스타들의 마약 중독은 간헐적이지만 끈질기게 이어졌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중적 이미지와 자아 사이의 간격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 거품 같은 인기에 대한 강박을 잊으려 마약에 손댔다고 고백했다. 인간적인 이해의 여지는 있지만, 용서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대중은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스타는 이를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팬들이 이선균에 놀라고 배신감을 느끼는 건, 그의 반듯한 이미지 때문이다. 악역이 떠오르지 않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그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결정적으로 각인시켰다. 소심한 직장인 아저씨와 세상에 상처받은 젊은 여성이 서로 치유하는 서사에 대중들은 감동하며 조용히 열광했다. 각박한 삶에서 수많은 '지안'이가 '동훈' 아저씨 같은 사람 한번 만나 보길 바랐을 것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마약 파티를 즐기는 재벌2세를 연기한 유아인에게 '생활 연기'라 조롱했던 대중이 이선균에겐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다.대놓고 '창작의 영감'을 강조한 액상 대마 명함광고가 홍익대 미대 건물과 건국대 예술문화관에 살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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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면기사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은 5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이곳이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은 서기 70년 로마제국의 침략으로 인한 유대인의 유랑과 이산(離散), 즉 디아스포라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연합국의 2차세계대전 승리로 팔레스타인 땅에 강압적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아랍 국가 5개국과 전쟁이 발발했다.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 및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가자지구 등 6천170㎢의 좁은 지역이며, 인구 650만명이 살고 있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내며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가자 지구(Gaza Strip)는 363㎢에 인구 150만명이 거주하는 작은 지역이다. 하마스(Hamas)는 '이슬람 저항운동'이란 뜻이다. 1987년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양 진영 간에 커다란 갈등이 생겼고, 이를 계기로 큰 소요 사태 이른바 '인티 파타(Inti-fata)'가 일어났으며 이때 탄생한 새 저항 세력이 바로 하마스다.이스라엘은 야곱의 또 다른 이름이며, 유대인은 그 야곱의 아들인 유다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유대인은 유다 왕국의 시민을 일컫는 이름이나 바빌론 포로 생활 이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히브리 민족을 가리키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혈연적 공통점이나 장소성이 없는 민족이며, 아슈케나짐·스파라딤·미즈라힘·베타 이스라엘 등 크게 4개 분파로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하베림 고르 이스라엘' 즉 '모든 유대인은 한 형제'라는 강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결속력이 민족의 터전 즉 장소성의 부재에도 오랜 세월 동안 특유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여기에 안식일 풍속과 '모세오경', 이른바 '토라(Torah)'와 '탈무드'가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유대인이 있어 안식일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터전을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터전을 되찾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갈등 속에서 이스라엘-하마스의 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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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빈대 소동 지면기사
전세계에 75종이 분포한 빈대의 영어 명칭은 bedbug, 침대벌레다. 낮에는 숨어있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올라와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 흡혈 본능이 얼마나 강렬한지 침대 진입이 막히면 천장에 올라가 낙하해 기어코 피 맛을 본단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직접 당한 뒤 임직원들에게 빈대의 끈기와 인내를 강조했다는 일화도 있다. 지어낸 말이 아니라 이 같은 빈대의 생태를 증언한 저작물과 연구서가 많다.동굴에 거주할 때부터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반려(?)였던 빈대가 종말적 재앙은 맞은 적이 있다. 2차세계대전부터 강력한 살충제인 DDT가 전 세계에 살포되면서 빈대가 자취를 감췄다. 빈대에 시달렸던 가난한 대한민국도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확인한 DDT를 대도시 상공에서 살포했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빈대 잡으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빈대만 잡은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잡았다. 맹독성이 확인되면서 DDT는 퇴출됐다. 경제가 발전하고 주거환경이 청결해지자 빈대는 스스로 사람 곁을 떠났다.전국이 빈대 소동으로 난리가 났다. 인천 찜질방에서 출현한 빈대는 대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도 발견됐다. 당국은 외국인들을 따라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여행객에게 악명이 자자한 유럽의 빈대 침대나,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와 전쟁을 선포한 파리를 떠올리면 당연한 짐작이다.빈대는 사람을 따라 이동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25만명이고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3천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인천과 대구가 아니라 이미 전국에 퍼졌을 테다. 빈부의 격차가 극단을 치닫는 시대다. 빈자의 침대와 이부자리에 빈대가 정주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방역이 눈여겨볼 대목이다.같은 흡혈충인 이와 벼룩이 발진티푸스나 페스트를 매개하는 것과 달리, 빈대는 병원체를 매개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숙명적인 숙주인 인간을 해치지 않도록 진화한 셈이니 선을 지키는 빈대의 신사도가 대견하다. 그런데 인간의 혐오는 빈대에 지독하다. '빈대 붙는다'는 관용구대로 어디나 이런 사람들이 있지만, 애교 수준을 넘어 법과 제도에 기생해 사회의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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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벤츠와 공공임대주택 지면기사
최근 타계한 미국 사업가 찰스 척 피니의 기부 일화는 '부자의 품격'으로 오래오래 회자될 것이다. 아일랜드계 노동자의 아들인 척 피니는 1960년 시작한 면세점 사업으로 거부가 됐지만, 돈만 아는 구두쇠로 조롱받았다. 사업 정리 과정에서 법정공방에 휘말리고 회계장부가 공개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세상 몰래 40억 달러를 기부한 슈퍼 산타로 밝혀지자 그를 조롱했던 재계와 언론은 부끄러워하며 진정한 기부 영웅으로 그를 추앙했다. 전 재산을 세상에 기부한 그가 평화롭게 눈을 감은 곳이 임대아파트였다.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61세대가 벤츠·페라리·마세라티 등 고가의 외제차량을 보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감 단골 메뉴다. 지난해에도 부산과 용인 공공임대주택에 등록된 포르쉐와 벤츠가 도마에 올랐다.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한다. 당연히 내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다. 자산기준으로 입주민을 선정하는 이유다. 토지·건물 자산은 2억1천500만원 이하, 소유차량은 3천680만원 이하다. 벤츠, 페라리를 타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얘기다.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의 몫을 탐하면 공공(公共)의 정의(正義)가 망가진다. 조민의 입시비리와 장학금은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탓에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고, 아버지 조국의 '가붕개'는 위선이 됐다. 공공임대주택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내집 같은 집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재다.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벤츠와 페라리와 포르쉐가 공공임대주택 주차장을 드나든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학수고대하는 서민들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가슴에서 천불이 치솟을 테다. 이렇게 작은 분노가 모이고 쌓이면 공동체는 무너진다.척 피니는 "그 누구도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정도 인격을 모두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엔 척 피니 보다 가난마저 약탈하는 부자들이 넘쳐난다. 신발 두 켤레를 신으려는 추악한 사람들이다. 공공의 정의를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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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급발진' 미스터리 지면기사
올해 초 한 방송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이다. 손자를 태우고 운행 중이던 60대 할머니의 차량이 굉음과 함께 600m를 급발진해 왕복 4차선 도로를 날아 넘어 지하통로로 추락했다. 손자는 사망하고 할머니는 중상을 입었다. 차량이 질주하자 "이게 왜 이래"라는 할머니의 음성이 반복된다. 이내 사고를 직감한 듯 손자의 이름만 연신 울부짖었다. 뒤늦게 손자의 사망을 전해 들은 할머니는 아들 내외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사고 처리는 급발진 의심 사고 처리 관행대로 진행됐다. 할머니는 사고의 가해자로 입건됐다. 졸지에 손자를 사망케 한 피의자가 된 것이다. 여론이 폭발했다.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을 운전자가 독박 쓰는 제도에 누적된 불만이 일시에 터진 것이다. 영상은 급발진을 의심하기에 충분했고, 시청자들은 가장 강력한 애착관계인 할머니와 손자의 비극을 자기 일처럼 공감했다.경찰이 17일 할머니를 무혐의 처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은 없고,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다. 경찰은 실제 사고 차량의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어서 할머니의 과실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 경찰이 국과수 감정을 탄핵하는 거의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이 사건에 집중하는 여론을 의식한 조사 결과로 보인다.차량 급발진 사고는 세계적 미스터리다. 미국은 10여년 전 도요타 차량 급발진 사고 원인이 차량 전자제어장치(ECU) 오류라는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12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도요타는 벌금을 내면서도 급발진 책임은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ECU를 급발진 원인으로 강력하게 의심하지만 제조사들은 한결 같이 부인한다. 첨단과학의 시대에 급발진 사고 규명이 힘드니 각종 음모론이 횡행한다. 미국처럼 급발진 책임규명을 제조사에게 지워야 한다. 강릉 사고를 계기로 관련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찬반 논란에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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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도토리와 칠게 지면기사
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도토리와 밤 지키기 전쟁 중이다. 야산마다 도토리, 밤 불법 채취 단속을 경고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공무원들이 수시로 단속에 나선다. 다람쥐가 홍보대사다. 현수막엔 '다람쥐의 겨울양식'을 강조하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도토리의 어원은 돼지의 옛말인 '돝'이다. 정작 도토리 마니아는 돼지이다.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 돼지는 맛 좋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다람쥐는 도토리 보다는 고소한 견과류나 귀뚜라미 같은 작은 곤충들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엔 사정이 다르다. 먹을 게 도토리뿐이다. 다람쥐와 야생동물에게 도토리와 밤은 구황작물이다. 이를 사람들이 생계와 재미로 다 거둬가면 숲 속의 생명들은 기아에 허덕인다.인간의 욕심에 무너지는 생태계는 숲뿐이 아니다. 세계 철새의 날(10월 둘째 주 토요일)인 지난 14일 인천 송도 갯벌에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갯벌에 묻힌 칠게잡이 어구를 제거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갯벌에 흔한 엄지 크기의 칠게는 달고 고소한 맛에 서민들의 식재료로 각광받았다. 튀김, 볶음, 조림 등 조리법도 다양하고 통째로 한입에 먹기도 쉽다.사람만 칠게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겨울 철새에게도 인기 메뉴다. 인천 갯벌은 전 세계에 6천여 마리뿐인 저어새의 고향이자, 멸종위기종 알락꼬리마도요를 비롯한 철새들의 휴게소다. 사람이 칠게를 다 잡아먹으면 저어새의 번식과 성장이 힘들고, 철새들은 푸드코트가 사라진 휴게소에서 배를 곯는다.사람들이 칠게 씨를 말리는 방식도 잔인하다. 가로로 절단한 PVC 파이프 양 끝에 바구니를 달아 갯벌에 묻는다. 옆걸음만 가능한 탓에 칠게는 파이프에 빠지면 스스로 통 속에 모여 수거된다. 기발하지만 불법 어구다. 인천 갯벌은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권고하는 천혜의 자원이다. 칠게는 갯벌 정화의 주역이자 먹이사슬의 출발점이다. 갯벌의 도토리 칠게가 사라지면 갯벌 생태계가 무너지고 철새의 멸종도 빨라진다.사람이 도토리와 칠게를 독차지하면 숲과 갯벌 생태계가 무너진다. 다람쥐와 새들이 사라진 숲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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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원군과 흥원 지면기사
대원군이란 왕의 아버지에게 붙이는 칭호이자 군호다. 적장자가 아니라 방계 혈통이 왕위를 잇게 되면 왕의 생부가 대원군이 되는 것이다. 조선 역사에서 대원군은 모두 4명이 있었으나 대원군 하면 바로 흥선 대원군 이하응(1821∼1898)을 떠올릴 정도로 그는 근세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세도정치 혁파와 과감한 인재 등용 등의 정치개혁·쇄국정책·경복궁 중건·서원철폐 등 대원군의 정치와 치적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문화예술인으로서의 대원군의 면모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대원군은 정치인이기 전에 빼어난 예술인이었다. 그는 조선에서 제일가는 묵란의 대가로 그가 그린 난초 그림을 대원군의 호를 따서 '석파란(石坡蘭)'이라 했다. 난초 등의 문인화에서 일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우리 근대예술사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거나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대원군을 따르던 최측근인 천희연·하정일·장순규·안필주를 '천하장안'이라고 했는데, 이 중에서 안필주의 아들이 국학자로 유명한 자산 안확이다. 안자산의 '조선문학사'·'조선문명사'·'조선무사영웅전' 등은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진 명저다.'가곡원류'로 유명한 박효관, 안민영은 대원군의 식객으로 흥선대원군에게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예인들이었다. 특히 박효관의 가곡창은 하준권과 하규일에 이어지며, 하규일의 음악은 한국 국악학자로 '한국음악사'와 '국악개론' 등을 남긴 장사훈 서울대 국악과 교수에게로 이어진다. 또 서화사의 관점에서 보면 대원군의 석파란은 사제관계는 아닐지라도 독립운동가이자 서화가인 차강 박기정, 무위당 장일순을 거쳐 시인 김지하에게까지 그 맥이 이어진다.흥선대원군의 묘소는 고양군 공덕리와 파주군 대덕리를 거쳐 남양주 창현리로 이장됐는데, 최근 경기도가 남양주 대원군 묘소인 '흥원'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한다(10월13일자 2면 보도). 대원군은 권력자요, 정치인이기 이전에 빼어난 문화의식과 소양을 가진 예술인이었다. 현재 우리 정치 리더들 가운데서 대원군만큼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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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성 징병제 지면기사
남자 아기는 죽이고 여자 아기만 살려 병사로 키웠다는 여성 전사 부족 아마존(Amazon)의 신화는 지금도 페미니즘의 역사적 서사로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헤로도투스의 '역사'나 폼페이우스 원정 기록 등 그리스, 로마 역사서에 등장한다. 소규모 여성 부대와의 전투를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남미 정복 과정에서 여전사들과의 교전이 있었다 해서 남미 열대우림이 아마존이 됐다. 긴머리 원주민을 여성으로 착각했다는 설이 있다.원더우먼은 아마존 신화에서 탄생했다. 2차세계대전 즈음에 슈퍼맨의 여성 버전으로 탄생한 만화 주인공이, 1975년 TV 드라마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미인대회 출신 린다 카터는 여성 영웅보다는 섹시 심벌로서 남심을 사로잡았다. 원더우먼이 이스라엘 여배우 갤 가돗을 만나 2017년 개별적인 영웅 캐릭터로 독립하기까지 한 세대가 걸렸다.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터지자 갤 가돗의 군 경력이 화제가 됐다. 24개월 현역병 의무를 이행한 그녀는 국제사회에 이스라엘 지지를 호소했다. 병역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여성도 징병 대상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격퇴한 여성 예비군의 활약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처럼 여성 징병제 국가 중엔 북한도 있다. 2015년부터 7년 징병제를 실시 중이다. 노르웨이는 여성들의 남녀평등 주장으로 도입됐는데, 병역의 강도가 약하고 혜택이 크기 때문이란다.우리도 여성 징병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잠복해있다. 병역자원 부족이 곧 현실이 된다. 한국의 적정 상비군 숫자는 최소 50만 명이다. 인구절벽이 시작된 2002년생부터는 남성이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소멸이 시작된 2017년생이 군에 입대한 2037년부터는 병사 10만명 이상이 부족해 간부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2025년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가 열리면 여성들의 병역 의무 이행 욕구도 확대될 수 있다.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찬반 논란이 첨예한 사안이다. 모병제 논란까지 덧붙이면 배가 산으로 갈 형국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병사가 없으면 전선에 구멍이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