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여름 휴가 지면기사
땅에도 휴가를 준다. 지력(地力) 감퇴를 막기 위해 재배를 중지하는 게 휴한(休閑) 또는 휴경(休耕)이다. 사람의 생산성과 창조력 향상을 위해서도 쉬어야 하고 휴가가 필요하다. 중국 한(漢)나라는 관리들에게 닷새에 하루의 휴가를, 당나라 때는 열흘에 하루씩 집에서 쉬며 목욕을 하도록 했다. 그런 휴가가 '휴목(休沐)'이었다. 그렇다면 고대 한나라는 일찍이 '5일 근무제'를 실시한 선진국인데 반해 당나라 사람들은 열흘씩이나 목욕을 하지 않은 미개인이었다는 증거가 아닌가!며칠쯤의 휴가가 적당할까. 결혼 때도 15일씩이나 휴가를 주는 프랑스는 5주까지의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1997년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볼가강 유역 별장에서 한 달간 여름 휴가를 보냈고 그 해 콜 독일 총리는 4주, 클린턴, 블레어, 시라크는 3주씩 쉬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직전인 재작년에도 유유히 한 달간 바다낚시와 농장 일 등으로 보냈고 작년에도 거의 한 달간이었다. 미국에선 '서배티컬 리브(sabbatical leave)'라고 해서 대학 교수 등의 연구와 여행을 위해 7년마다 1년씩 주는 휴가도 있다. 기업들도 재충전, 인푸트(input)를 위해 비슷한 장기휴가를 준다. '서배티컬 이어(sabbatical year)'라는 유태인의 안식년(安息年) 또한 7년만에 1년씩이고 서양 기독교 선교사들도 7년에 한 해씩 쉰다.그런가 하면 90년대 초 일본 도쿄가스, 후지제록스, 닛폰IBM, JAL 등은 최장 2년까지의 유급 봉사활동 휴가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불황인 작년 여름 휴가는 '싸게(安), 가깝게(近), 짧게(短)'가 특징이었다. 이제 절정인 우리네 직장인의 이번 여름 휴가도 비슷한 사정인 것 같다. 그런데 꼭 막히는 고속도로를 멀리멀리 달려 바닷가로만 가야 맛이고 멋인가. “인생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A=X+Y+Z'라고 대답했다. A가 인생이라면 X는 일, Y는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Z는 무엇일까. 그게 바로 '침묵'이라는 것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대청마루, 거실 바닥에 기다
-
'옥탑방' 신드롬(?) 지면기사
원앙은 부부금실이 대단해 사이가 좋은 부부를 일컬어 '한 쌍의 원앙'이라고 한다. 휘파람새도 수컷이 암컷을 보호하고 죽을 때까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금실좋은 새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두 종류의 새 모두 실제로는 바람기가 많다는 게 동물학자들의 분석이다. 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아비가 다르다는 것이다. 암수 모두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바람을 피운다는 얘기다. 사실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물은 난혼(亂婚)인데 이 경우 우성인자를 많이 받아 우수한 후손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 언제나 외도가 존재했던 까닭도 이러한 유전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옛 말에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결혼생활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혼건수는 지난 70년대 1만여건에서 2000년대 들어 12만건으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 중 배우자의 불륜이 이혼사유의 으뜸을 차지하고 있으니 혼외정사가 그 만큼 급증했다는 얘기다. 또 한 여론조사기관은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15%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 '외간 남자에게 성욕을 느낀 적이 있다'거나 '혼외정사도 가능하다'고 응답한 여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혼자들이 사회적 일탈이나 다름없는 '외도'에 대해서 상당히 대담해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종영된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젊은이들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미혼남녀의 동거라는 독특한 주제를 담았기 때문이다. 혼전동거를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한 사람들도 혼외정사를 즐기는 마당에 미혼인 남녀들이 결혼 전에 한 번 살아본다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다. 옥탑방 신드롬이랄까? 우리 사회에서 아주 은밀히 진행되던 혼전동거가 아예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덕과 윤리를 최고 덕목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조차 이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산다는 것이 먼 나라 얘기가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
-
쌍둥이 지면기사
신(神)들도 쌍둥이가 있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부터가 혼성 쌍둥이다. 제우스와 레다(Leda)의 아들인 항해의 신 디오스쿠로이(Dioskouroi)는 세 쌍둥이고 밤, 달, 풍년, 어업, 복운(福運), 마법, 출산, 죽음의 여신인 헤카테(Hekate)는 등이 붙은 3체 샴 쌍둥이다. 또 주피터와 레다가 낳은 쌍둥이 불사신 폴룩스(Pollux)와 카스토르(Castor)도 있고 군신(軍神) 마르스(Mars)의 아들로 전설상의 로마 건국자 로물루스(Romulus)도 쌍둥이다. 50명의 딸을 쌍둥이 동생의 아들 50명과 사촌끼리 근친결혼을 시킨 아르고스의 왕 다나오스(Danaos)는 어떤가.기독교 성경에도 쌍둥이는 쌨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상속권을 샀다는 야곱부터가 쌍둥이다. 유다가 며느리를 창녀로 잘못 알아 동침, 출산케 함으로써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감내하며 살아간 쌍둥이는 베레스와 세라였다. 속세의 유명한 쌍둥이야 헤아릴 수도 없다. 너무도 유명한 스위스의 실험 물리학자와 화학자인 피카르(Piccard) 형제도 있고 프랑스의 천재 쌍둥이 아탈리도 있다. 40대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낸 형 자크 아탈리와 에어프랑스 회장을 지낸 동생 베르나르 아탈리가 그들이다. 일본엔 쌍둥이 프로 기사(棋士)도 있다.쌍둥이를 낳으면 집안에 복이 오고 자라면 뛰어난 주술사(呪術師)가 된다고 아프리카인들이 굳게 믿고 있는 쌍둥이엔 일란성(一卵性)과 이란성이 있고 두 몸이 붙어 태어난 일란성 기형 쌍둥이인 샴 쌍둥이, 샴 트윈(Siam twin)이 있다. 1811년 태국의 샴(옛 지명)에서 가슴이 붙은 쌍둥이가 태어났대서 붙여졌다는 샴 쌍둥이는 앞서 예거했지만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이미 3체 샴 쌍둥이 신이 출생, 등장한다. 아무튼 지난 번 이란 비자니 자매의 '거국적인 수술'이 '거국적인 비탄'을 안겨준 경우와는 달리 우리의 '사랑'과 '지혜' 분리 수술은 성공을 거두었고 온정까지 답지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평생토록 듬
-
여자사냥 지면기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리온(Orion)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를 사랑한 대가로 그녀의 화살에 맞아 죽음을 당한 사냥꾼이다. 사냥의 역사는 신화에 나올만큼 유구(悠久)하다. 그리고 먹고살기위한 절대적인 수단으로 인간과 함께 했다. 하지만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유렵(遊獵) 약렵(藥獵)으로 바뀌거나 왕족과 귀족, 특정인들의 오락수단으로 전화(轉化)됐다. 최근엔 심신단련을 위한 스포츠로 변했다.스포츠수렵으로 유명한 것이 영국의 여우사냥(fox hunting)이다. 국기로도 삼고있는 이 사냥은 17세기 찰스2세(재위 1660~1685)시대에 확립된 것으로 말을탄 귀족남녀가 수십마리의 여우사냥개를 풀어 여우를 쫓게하고 구멍에 숨은 여우를 잡아 죽이는 것이다. 여우의 죽음을 맨먼저 확인한 여성에게 그 꼬리를 상으로 주는 관습도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됐던 귀족들의 사냥놀이는 매사냥이 아닌가 싶다. 신석기시대, 고대와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으로 전해진 매사냥은 중세에는 유럽전체가 풍미했고 중세말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에는 귀족가문의 기예가 되어 오락과 세력과시의 유기(游技)가 되기도 했다. 한(漢) 당(唐)시대에 크게 성행한 중국의 경우 몽골족인 원나라는 국기로, 요(遼)나라의 천조제(天祚帝)는 매사냥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는 기록도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고조선시대 만주 숙신족(肅愼族)으로 부터 습득한 매사냥이 삼국시대에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충렬왕때는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 내응방(內鷹坊)이라는 관청까지 둘정도였다고 한다. 17세기 입총이 나오면서 사냥의 역사가 바뀌었다. 그러나 사냥은 여전히 잔혹함으로 인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매력있는 놀이인가 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사냥놀이를 즐기는 소재의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게 작금(昨今)이니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네바다사막에 알몸여성을 풀어놓고 남성들이 물감총으로 이들을 사냥하는 이벤트상품이 등장했다는 외신보도를 보며 다시한번 인간의 잔혹한 본능을 떠올리게 된다. 못된이가 발빠른
-
경호원 지면기사
1992년 개봉된 미국 영화 '보디가드'는 슈퍼스타 가수 휴스턴과 경호원의 사랑 얘기지만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경호원과 심상치 않은 사이였다. 영국의 앤 공주도 경호원 그로스와, 세자빈 다이애나도 경호원 마나키와 염문설이 파다했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레노어도 경호원과 그런 사이였다. 미국 신문 재벌 허스트의 딸 패티나 포드대통령의 딸 수잔은 아예 경호원과 결혼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도 예외가 아니다. 모나코의 스테파니 공주는 성급한 나머지 동거(91년)부터 해 아들을 낳았다. '방심하지 마라, 시선을 떼지 마라, 절대로 사랑하지 마라'는 엄격한 경호원 수칙이 무색할 정도다. 여자 경호원도 그럴 것이다.96년 5월 이집트를 방문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밀착 경호원은 기관단총을 멘 여자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의 여자 경호원처럼 티를 내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 경호원을 'SS(secret services)'라고 하듯이 경호란 '비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표가 나지 않는 여자 경호원이 더욱 인기다. 일본은 90년대 초부터 여자 경호원이 세가 났고 몇 해 후엔 중국에서도 줄을 섰다. 특히 신흥 재벌들이 앞다투어 고용하는데다가 초봉 200달러가 교수 월급의 두배는 되기 때문이다.한데 대통령 경호도 지나치면 볼썽사납고 외교적 무례도 저지르기 일쑤다. 국빈 방문도 방문국 경호 팀에 맡기는 게 외교, 의전의 관례인데도 86년 11월 인도를 방문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 경호원은 무려 400명이나 수행, 안하무인의 행동을 보였고 그 해 봄 슐츠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 왔을 땐 8군의 개 셰퍼드를 외무부 복도까지 끌어들여 빈축을 샀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도 총기를 들고 들어가려는 등 부끄러운 화젯거리를 샀다. 하지만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건 비밀 서비스 SS가 아니라 '열린 경호' '오픈 서비스(OS)'라 하여 이번 청와대처럼 대통령 경호 기법을 시시콜콜 낱낱이 알려주는 경우다. 야구 관중석의 대통령에게 달라붙어 야구 공 사인이나 받아내
-
'전국'노래자랑 지면기사
방송사 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다.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면서 '국민'이라는 명예로운 접두사를 획득한 '장수 프로'들이다. 지난해 말 1천88회를 끝으로 종영된 국민드라마 '전원일기'가 대표적인 예다. 80년 10월 전파를 탄 이후 22년 동안 농촌실정을 고발하는가 하면 도시민의 향수를 달래주며 도-농을 접속시켜 준 '전원일기'는 극중 최불암-김혜자 부부가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 상으로 정형화될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이밖에 1973년 시작해 올해로 30년째를 이어가며 지금까지 1천564회 방송에 9천90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참여한 한국방송사상 최장수 국민교양프로그램인 '장학퀴즈'를 비롯해 '뽀뽀뽀' 등 각 방송사 유아프로그램도 20년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KBS의 '전국노래자랑'도 '국민 노래방'이라는 영광스러운 별칭이 붙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1980년 9월 첫방송을 탄 이래 23년을 이어오고 있는데, 일요일 마다 전국의 시청자들은 경쾌한 실로폰 타음 '딩동댕'과 '땡' 소리에 포복절도 하며 일주일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날려보내고 있다. 뿐인가. 장돌뱅이 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꾸민 스튜디오는 고향산천의 풍경과 고향 사람들의 진한 사투리가 빚어내는 향수로 출렁거리니, 그야말로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인본주의적 쇼프로그램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아시아 최고령 MC이자 실향민인 송해(77)씨의 구수한 진행이 민간인 출연자들의 해학과 어우러져 한바탕 요절복통의 유랑극을 연출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이 프로그램이 이름값을 할 모양이다. 오는 8월11일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역사적인 '전국'의 발자국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헌법상 '전국'인 한반도 절반의 땅만 밟아왔던 제작진이나 이를 안타깝게 지켜본 실향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틀림없다. 하필이면 공영방송인 KBS가 북핵 문제가 심각한 시기를 골랐다는 점이 아쉽고 서해교전 1주년이 얼마 안 지난 시점도 개운치 않지만. 여기에 북측이 방송대가로 엄청난 달러를 요구한다고 하니 이 또한 향수 찾기 대가로 치부하
-
법과 평등 지면기사
현직 대통령과 총리도 고소를 당한다. 프랑스의 시라크가 호화 아파트를 싼값에 임대 받았다는 특혜 의혹으로 한 변호사에 의해 고소를 당한 것은 정권 출범 6개월 째인 1995년 10월이었다. 그는 파리 초대 민선 시장에 당선된 77년부터 센 강변의 60평 아파트에 살아왔는데 파리시 건물관리사에게 압력을 넣어 특전을 누렸다는 죄였다. 시라크는 작년 12월에도 파리시에 의해 고발을 당했다. 8년간의 시장 재직 때 사저(私邸)의 식사 재료비와 담뱃값 등으로 공금 220만유로(약 22억6천만원)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검찰은 또 작년 1월17일 조스팽총리가 415만프랑(약 7억원) 짜리 대서양 연안 별장을 197만 프랑에 구입한 자금 출처를 조사한다고 발표했다.중미 니카라과 검찰도 작년 11월7일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보라뇨스대통령과 리소부통령을 공금(410만달러) 횡령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에 비하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쌍둥이 딸 제나(Jenna)가 작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미성년 음주 혐의로 텍사스주 오스틴시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8시간과 600달러 벌금 명령을 받은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고 영국의 앤 공주가 자신의 애완견이 2명의 어린이를 공격한 혐의로 작년 11월 고위 왕족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출두, 500파운드(약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도 별 일이 아니다.진부한 소리지만 법이란 만인에게 평등해야 진부한 법, 썩어빠진 법이 아니다. 역시 다들 아는 진부한 예거(例擧)지만 법의 여신상이 한 손엔 칼을, 한 손엔 저울을 들고 있는 것도 법의 무서운 강제력과 상대적인 억울함이 없는 형평성을 상징함이 아닌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도 구속했던 우리 검찰이 집권 여당의 대표라고 해서 비리 혐의가 농후한데도 법망 바깥에 고이 모셔 둔다면야 검찰도 아니다. “수사는 검찰이 아닌 법이 한다”는 이번 검찰의 변(辯) 바로 그 거다. 순자(荀子)의 말씀처럼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법이 없는(有治人無治法)' 법은 법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법으로 법을 다스리는 검찰이야말
-
러브 호텔 지면기사
호텔이란 용어의 기원은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는 큰 길을 따라 상인, 정부관리,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여관이 널리 번창했다. 중세에는 수도원이 여행자들에게 여관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인도 중국 중동 우리나라 등에서도 여관이 존재했다. 곳곳에 존재하던 객사(客舍)도 일종의 조선시대 관료를 위한 호텔인 셈이다.서양에서 여관이 발달한 것은 18세기 역마차 여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부터다. 그후 철도시대가 도래하자 근대적인 호텔이 철도역 부근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후 노보텔 등 많은 호텔들이 주요 공항 부근에 자리잡았다. 호텔의 천국으로는 일본을 꼽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규제가 많지 않아 노인과 교복입은 여학생이 들어가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원조교제가 말썽이 됐는지는 몰라도. 또 카섹스의 느낌을 갖도록 자동차를 방 안에 둔 곳도 있는가 하면 옆 방의 섹스장면도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섹스장면도 다른 방에 제공된다. 이런 호텔들을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고 도쿄의 경우 시부야와 신주쿠가 특히 유명하다.그런데 몇년전 부터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러브 호텔'이라 불리는 숙박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파크, ××모텔, ××장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보다 격이 낮은 곳이다. 한동안 교외(郊外)와 유원지를 중심으로 번성하더니 이제 주택단지고 학교 근처고 간에 마구 파고든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속칭 러브호텔이 1만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수원만 해도 팔달구 인계동과 권선구 매산로 주변에 숙박시설이 집중돼 대표적인 러브호텔 지역으로 꼽히며 구운동 등 외곽지역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시흥시 월곶을 지나노라면 러브호텔들이 중세의 성(城)을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하고도 멋진 모습이어서 아이들이 백설공주가 살고 있는 궁전쯤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수십년 전부터 번성한 일본의 러브호텔들은 범죄를 줄이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낮부터 부적절한 관계의 불륜부터 연상케 하는 우리나라의 러브호텔은 언제쯤 사회문제를
-
장마 전선 지면기사
'6월(음) 장마에 돌도 큰다'는 속담이 있다. 매일같이 물을 뿌려대니 돌이라고 해서 자라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시적(詩的) 표현이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를 한다'는 속담도 있다. 무엇인가 원망(怨望)하는가 싶긴 한데 발음이 똑똑치 않게 입 속으로만 웅얼거림을 뜻한다. '비 맞은 × 담 모퉁이 돌아가는 소리'인 모양이다. '승선입시(乘船入市)'라는 말도 있다. 배를 타고 시장에 들어갈 만큼 큰물이 지는 장맛비를 가리킨다. 가장 긴 장마는 구년지수(九年之水), 9년 동안 지속되는 장마로 7년 가뭄(七年大旱)보다 2년이나 길다.장마라는 한자는 '霖(림)'으로 수풀처럼 내리는 비의 상형(象形)이다. '좌전(左傳)'에 보이는 '매림(梅霖)'을 비롯해 '장림(長霖)' '임우(霖雨)' '임림(霖霖)' '임력(霖瀝)'이 모두 장마라는 말이다. 중국에선 열흘 이상 오는 비를 '음우'라 한다. '음'은 비 우(雨) 밑에 음탕할 음(淫)자가 붙은 글자로, 장맛비를 가리켜 음탕한 비라고 했다. 일본에선 또 '매우(梅雨·쓰유)'라 한다. 특히 음력 5월 매화 열매가 파랄 때 오는 비를 '청매우'라 하고 노랗게 익을 무렵 내리는 비를 '황매우'라 부른다. 거셌다 약했다 하는 비가 '남청매', 꾸준히 오는 비가 '여청매'인가 하면….물난리 걱정부터 앞서는 게 장마다. 그래선가 오래 오는 비(久雨, 積雨)를 '쌓이고 쌓이는 걱정'에 비유했고 '長雨=걱정'으로 여겼다. '零(영)'이라는 글자만 해도 그렇다. 흔히 제로(0)로만 알지만 '시경(詩經)'에도 보이듯이 원래 '비올 영'자다. 장맛비처럼 지나치게 내리거나 반대로 아주 조금 내렸다간 마치 0, 0…이 내리듯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절묘한 글자가 바로 '零'이다. 더구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悲愴)'이나 모차르트의 레퀴엠(장송곡)을 들으면서 하염없이 창 밖의 장맛비를 내다보거나 해 보라!남녘 땅엔 이미 많은 피해를 안긴 장마 전선이 꾸물거리다 드디어 중부 이북까지 올라왔다. 적당히 웬만큼 뿌려 주고 아쉬운 듯 지나가는 장맛비라면 좋으련만./오동환(논설위원
-
자연과 개발 지면기사
'개발이냐 자연 보전이냐'처럼 세계적인 이슈와 국가적인 뜨거운 감자도 드물지 모른다. 지구 전체 산소 공급량의 25%나 차지한다는 아마존강 유역의 녹지 남벌과 미래 자원의 보고(寶庫)로 각광받고 있는 '백색의 제7대륙' 남극 개발만 해도 그렇고 각국의 도시 계획과 그린벨트 시비만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존 강 정글이 세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가 개발, 황폐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80년대 초부터였고 85년 한해만도 무려 310만㏊가 무참히 벌채됐다. 그러니까 하루 24시간 호흡할 산소량 중 6시간분을 빼앗긴 지 오래된 셈이다.30년간 이른바 '남극조약'에 의해 보호됐던 남극개발 논의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시작된 것도 마(魔)의 80년대 초인 1982년이었다. 그 후 37개 남극조약 가맹국은 회의만 열렸다 하면 한 달 동안 끄는 등 논란을 거듭했지만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1천248만㎢ 넓이인 남극 얼음 대륙은 결국 자원의 보고를 노리는 각국의 선점 각축장이 돼버렸고 우리의 과학기지 역시 1987년 킹 조지 섬 발데스만 연안에 세워졌다. 바로 지난 달 불붙은 시비 한 건만 더 들어보자. 모차르트의 출생지이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라벨 궁전 부근에 화력발전소 건설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논란이다.양쪽의 시비는 늘 치열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합동 연구팀은 '자연보전이 개발보다 100배는 이익'이라고 작년 8월9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는가 하면 아무리 히말라야가 더럽혀진다고 해서 하늘 끝까지 다가가 보려는 산악인의 발길을 묶을 수야 있느냐는 반론 또한 거세다. 오염이 겁나 신도시 건설도 못하고 배기가스 때문에 자동차 출고도 못할 수야 없지 않으냐는 행정 관료의 항변 역시 퉁명스럽다. 12년째 공사에 1조9천억원이나 들여 완공 단계에 들어간 새만금 대 역사의 잠정중단 판결이 나온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닌가 싶다. 어렵겠지만 완공은 하되 오염은 막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작전이 어떨까./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