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집단 삭발식 지면기사
까까머리를 일본인들은 '송이밤 머리'라고 하지만 순수한 우리말로는 '뭉구리'다. 낙발(落髮), 낙식(落飾)이라고도 하는 삭발은 사랑, 지조, 맹세, 반윤리, 불효, 책임, 위협, 항의, 저항, 수행, 고행, 금기, 금욕 등 뜻도 여러 가지다. 애인과 이별할 때 머리카락을 잘라 바꿔 갖는 게 사랑과 지조의 맹세라면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사상은 불효와 반윤리적 행위를 막는 길이다. 신사임당조차 남편과 싸울 때 항의, 위협한 말이 “삭발하겠다”였고 나치즘에 대한 프랑스 레지스탕스(저항)의 뜻도 삭발이었다. 책임, 고행의 뜻도 강하다. 파푸아뉴기니와 태국, 미얀마의 성년식은 삭발, 고행으로 시작된다. 하긴 미국의 영화배우 율 브리너처럼 멋으로 깎는 예도 있긴 하다.삭발의 대표적인 뜻은 역시 종교적인 금기, 금욕이다. 불교의 삭발식은 번뇌초(煩惱草), 무명초(無名草)라 이르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의식이고 '출가'와 '까까승려'를 상징한다. '속세를 등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천주교에서도 신품(神品) 성직자와 수사(修士) 지원자의 삭발 의식이 있다. 별나게도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은 머리만 깎고 수염은 남겼다. 세상은 등졌지만 장부임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데 승려도, 기타 종교인도 아닌 까까머리는 스쳐가기만 해도 섬뜩하다. 방금 탈옥한 흉악범이나 소림사 무술영화의 그 무시무시한 고수를 떠올려 오싹하기 때문이고 창백한 얼굴의 백혈병 환자나 뇌수술 환자를 연상해 가슴이 찡하기 때문이다.60년대부터 네오나치즘을 표방, 살인과 방화를 일삼는 구미, 러시아쪽 까까머리족(skin head族)은 어떤가. 특히 히틀러의 생일인 4월20일엔 공포에 휩싸인다. 주로 외국인에 대한 스킨헤드족의 공격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전쟁 태세를 뜻하는 북한의 삭발령도 무섭다. 93년 11월 유엔이 북한의 핵사찰 수용 결의안을 채택하자 즉각 전군에 내려졌던 게 삭발령이었다. 요즘 노사분규와 환경운동 등으로 수백명, 수천명이 집단 삭발식을 벌이는 등 온통 까까머리 세상이 돼버렸다. 생존 투쟁도 좋지만 꼭 삭발을 해야만 투쟁 의지
-
해장국 선진국 지면기사
꽉 막힌 세상살이를 풀어주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술 한잔이 제일이라는 것이 애주가들의 말이다. 사회생활을 성공하기 위한 비결의 하나로 술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애기도 나온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간은 술에 젖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술을 즐긴다. 그러나 과음과 폭음 뒤에 찾아오는 괴로운 징후들은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다음날 아침이면 해장국 끓이기에 분주해진다.우리 나라에는 해장국의 종류도 많고 조상들은 지혜를 발휘해 숙취해소에 좋은 묘안들을 짜내기도 했다. 으뜸으로 치는 콩나물해장국을 비롯해 선지 북어 우거지 뼈다귀 올갱이 순두부 황태 순대 조개 복어 볼태기 재첩국 서더리탕 등 이루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있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해주는 효소의 생성을 돕는다. 김치가 사스예방에 좋기로 이미 이름이 났지만 해장국에도 곧잘 들어간다. 김치의 주된 발효균의 하나인 류코노스톡(Leuconostoc)이라는 성분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하대 미생물생태연구실이 밝힌 바 있듯이 김치는 정말 최고의 식품임에 틀림없다.이밖에도 비타민 A, B, C와 특히 F가 풍부해 간과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는 올갱이해장국, 선지해장국, 북어해장국 등은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메뉴들이다. 해장국은 옛날 '해동죽지'라는 책에 '뜨겁되 맵지 않으며 담백해야 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러우면서도 영양이 풍부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원래는 해장국은 '술국'이라고 했고 유식한 사람들이 '성주탕(醒酒湯)'이라고 하던 것이 해장국(解腸湯)으로 불리게 된 것은 8·15 광복 이후 술기운에서 해방시킨다는 뜻이 강하게 작용해서 '해장'으로 일반화했다는 이야기다.미국의 뉴욕 타임스지 음식 전문기자인 에릭 아시모프는 지난 18일 뉴욕 33번가에서 해장국을 시식한 뒤 “한국의 술꾼들은 폭음한 다음날 어김없이 해장국으로 속을 달래왔다”며 “선지와 내장, 그리고 무를 오랜 시간 고아 만든 해장국은 마치 마녀가 만들어낸 국물을 연상시킨다”고 극찬했다. 이쯤되면 해장국
-
뇌물 150억 지면기사
중국의 공직자가 선뜻 허가를 내주지 않을 때 민원인에게 하는 말이 '옌주옌주(硏究硏究)'라고 한다. '연구 좀 해 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그 때 민원인은 공직자의 눈꼬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발음을 길게 뽑아 '옌주우 옌주우' 하면 엉뚱한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술과 담배 값(뇌물)'의 '煙酒'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뇌물을 '주호우멘(走後門)'이라고도 한다. '뒷구멍 거래'라는 뜻이다.동서고금에 뇌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야 세상을 굴려 가는 것은 뇌물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속 바퀴'라는 고전(古典)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전가통신(錢可通神)', 즉 '돈이면 귀신과도 통한다'는 믿음의 돈 중독 환자가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이고 '돈이 신보다도 낫다(Better gold than God)'는 영국 속담의 돈 신(神), 즉 매먼(Mammon)교 신자가 득실거리기 때문일 게다. 또 영어의 grease(윤활유)나 palm oil(야자 기름)이 뇌물(bribe)의 속어로 통하는 것도 암시성이 강하지 않은가. 정의 표시, 정표가 없이는 안된다는 것이다.한데 뇌물은 엄청난 이득, 이권과 함께 상상도 못할 화(禍)도 부른다. 90년대 초 일본열도가 떠들썩했던 '사카와규빈(佐川急便) 뇌물 파동'의 주인공 가네마루(金丸信)가 받았다는 뇌물은 5억엔(약 50억원)이었고 그 때문에 자민당 부총재와 다케시타(竹下)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름부터가 공교롭게도 '금덩어리(金丸)'를 '믿는(信)' 사람이었으니…. 권좌에서 물러나는 정도는 또 약과다. 94년 4월 11일 중국 최대 재벌(長城公司) 총재 셴타이푸(沈太福)는 뇌물 수수 죄로 처형까지 당했다. 바로 지난 달 9일 리지아팅(李嘉廷) 전 운난솅(雲南省) 성장(省長)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뇌물 1천810만위안(약 27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150억원을 받았다는 DJ 정권의 2인자 박지원씨가 중국인이라면 어떨까. 이 땅의 정권이 재벌로부터 받은 200억∼300억원쯤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150억원은 사상
-
납치 산업 지면기사
89년 4월 미 플로리다주 머린랜드에서는 22세의 석녀(石女) 돌고래 리즈 양이 모성본능을 억제치 못해 베리라는 동료 고래가 갓 낳은 새끼를 두 번이나 납치했다. 그런데 낯선 어미의 젖을 거부한 새끼 고래는 굶어죽고 모성간에는 머리끄덩이(?)를 꺼드는 격투가 벌어져 사육사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 침팬지들의 납치극도 잦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의 납치극엔 애교나 있다. 옛날 청상과부를 자루 씌워 납치하던 보쌈 납치극에도 애교가 있고 에로틱하고도 로맨틱했다.하지만 인간 동물의 납치극은 살벌하기만 하다. 유괴, 인질, 구타, 강간, 테러, 살인, 생매장 등 납치 연관어(聯關語), 내포어(內包語)만 봐도 소름이 끼치고 영화에도, 폭력 드라마에도 납치 장면이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납치극은 일상화해버렸다. 한데 작년 11월13일 영국의 BBC방송이 런던 소재 외교정책센터(FPC)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제 납치라는 범죄는 기업화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됐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예컨대 최근 모스크바 문화궁전에서 체첸 반군들이 벌인 인질극과 영국 축구 스타 베컴의 가족 납치 시도 등 전 세계에서 매년 1만건 이상의 납치극이 발생하고 있고 연간 5억달러(약 6천억원)를 강탈한다는 것이다.FPC 보고서 작성자 브릭스(Briggs)는 납치 다발지역으로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필리핀, 구 소련 지역을 꼽는다. 거기에 빠뜨린 나라가 있다면 레바논의 베이루트, 그리고 단연 북한일 것이다. 6·25 납북인사로부터 KAL기, 푸에블로호 납치에다 영화인 등 유명인 납치, 일본인 납치 등 어찌 다 열거할 수 있으랴. 최근에야 '북한=탈북'을 연상하지만 그전엔 '북한=납북'이 아니었던가. 요즘 돈이 많아 보이는 부녀자 납치 행각이 부쩍 늘어 경찰에 비상이 걸리고 대통령까지 한 말씀 덧붙였다지만 어쨌거나 조심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납치 위협을 피해 조국 콜롬비아를 등졌다는 안토니오 가르시아(Garcia)의 말처럼 “이제 납치범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마치 대리점에 할부금을 납부하는 것과 같다”며 한
-
호박에 줄긋기(?) 지면기사
'적과 흑'을 쓴 프랑스의 소설가 스탕달(1783~1842)은 필명을 자주 바꾸기로 이름나 있다. 본명은 앙리 베일이지만 100개의 필명을 가졌다. 또 고사성어 중에는 사이 나쁜 사람끼리 공동이익을 위해 행동을 같이 할때 ‘오월동주(吳越同舟)’라 한다.손자(孫子)는 적과의 싸움에서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사지(死地)에 놓였을때 병사들은 함께 배를 타고 사나운 강물을 건너듯 마음을 합쳐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면서 ‘오월동주’의 예를 들었다.길을 찾기 위해 손잡고 분전하는 ‘오월동주’는 군사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신당 창당을 서둘고 있는 민주당이 ‘오월동주’의 경우다. 신주류 강경파, 중도파, 구주류 등이 저마다 벌이고 있는 신당 창당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8·8재보선서 한나라당에 참패하자 민주당내 ‘친노(親盧)’ ‘반노(反盧)’진영은 즉각 신당창당추진에 합의했었다. 지방선거에 이어 재보선에서도 대패하자 ‘DJ당’의 이미지가 강한 민주당 간판으론 대선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 ‘살 길은 신당 창당’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대선 당시 선거홍보물에는 아예 '새천년민주당'이라는 글자가 깨알처럼 줄어들기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급기야는 최근 들어 민주당이 분당의 위험까지 몰리고 있는 상태다. 신당 창당을 놓고 싸움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신당창당논의를 위해 16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신주류와 구주류간에 '이 놈, 저 놈' 등의 막말이 오가는가 하면 심지어 '밟아버리겠다'는 등 난장판이 됐던 모양이다. '비렁뱅이끼리 자루를 째는 것' 같은 싸움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역시 당권경쟁이 치열하고 당 이름을 변경하자는 논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야당의원의 말처럼 '정당 간판'을 '식당 간판' 갈 듯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이름만 갈면 뭐하냐는 것이다.호박에 줄친다고 수박이 될 수 없고, 한번 시집을 갔다가 재혼한다고 해서 새색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신당도, 당권도 좋지만 정치인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
존속살인의 비극 지면기사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Oidipous Tyrannos)'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이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神託)에 걸린 건 순전히 불운이었다. 비극은 그의 딸 안티고네에 까지 이어지니 신의 올가미에 걸린 인간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이 어떻게 아비, 어미를 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존속살해는 '운명적 살인'이자 비극의 극단일 수밖에 없다. 어미를 살해한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도, 계부를 살해한 햄릿도 모두 존속살해의 숙명속에 파멸한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비극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간의 생래적인 업보가 수많은 비극의 씨앗이라는 것이다.만일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햄릿을 현대 한국 법정에 세운다면 존속살해죄 부분에서는 판결이 갈라질 듯하다. 형법상 존속살해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죽이는 범행이다. 그런데 죄가 성립하려면 존속의 범위를 확정할 법적 관계가 있어야 하고 살해의도가 있어야 한다. 양자가 친부모를 살해하거나, 혼인 외의 출생자가 실부(實父)를 살해해도 보통살인죄로 처벌 받는 이유다. 결국 젖먹이 시절 아비에게 버림받은데다 아비인 줄 모르고 아비를 살해하는 오이디푸스는 보통살인죄를, 어미를 작정하고 살해한 엘렉트라나 비록 계부이지만 법적 아비를 고의로 살해한 햄릿은 존속살해죄가 되는 셈이다. 여하튼 이들에게는 세상이 동정할 만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니 법도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지 않겠는가.최근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형을 중태에 빠트린 채 도주했다가 PC방에서 검거된 전직 대학생이 애인에게 보낸 '끔찍한 이메일'이 화제다. '오늘 식구들 작업했다가 실패했다. 엄마랑 할머니까지 성공했고 형도 거의 성공해서 아빠만 남았는데…'. 존속살해를 '작업'이라고 표현한 정신 상태도 가공할만 하지만, 자기가 살해했거나 살해를 시도한 혈육을 '엄마' '아빠'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으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인지상정을 상실한 금수의 만행이 아닌가. 부모를 죽이는 일이 '작업'이 된
-
남북 철도 지면기사
'우주 철도' '은하(銀河) 철도'라고 하면 무슨 '구름 잡고 신기루 만지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철도가 실제로 생긴다면 어떨까. 미 항공우주국(NASA)이 작년 3월19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짧은 철도를 가설하는 임무를 띤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號)를 다음 달 4일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2년 내에 우주정거장의 짧은 구역을 잇는 109m짜리 철로(鐵路)를 깔고 그 중 39m는 2002년 안에 완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애틀랜티스호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면 곧바로 그 선로를 따라 이동하는 길이 2.7m 너비 2.4m에 총중량 884㎏의 소형 화물차량인 '캔담(Candam)Ⅱ'도 함께 설치한다는 것이었다.그런 우주 철도에 비한다면 지상에 까는 철로란 얼마나 수월할 것인가. 그것도 이미 놓였다가 끊긴 짧은 철로를 잇기란. 그런데도 우리의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철로를 잇는데 장장 50여년이나 걸렸다니 이 얼마나 통탄스런 일인가. 그나마 이제라도 남북의 혈류(血流)처럼 접속수술이 끝났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요는 이제부터다. 어렵게 연결한 철도로 우리는 과연 언제부터 자유로이 부산 끝에서 한반도를 종주(縱走), 중국 대륙과 시베리아 광야, 그리고 유럽 땅까지 뻗어갈 수 있을 것인가.한데 대륙을 내닫는 장거리 열차 하면 잘못된 두 가지 인식이 있다. 그 하나는 '오리엔트(orient)'가 '유럽에서 본 동쪽 나라'라는 뜻인데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동방 특급)'라는 열차 노선 명칭을 먼저 써온 것이 유럽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통명사인 '열차 전망대' 즉 '비스터 돔(vista dome)'이 미국 대륙의 횡단 열차를 뜻한다는 점이다. 아무튼 1883년 파리∼콘스탄티노플(lstanbul)을 연결한 최초의 오리엔트 특급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열차가 유럽 땅을 누비고 있고 '오리엔트' 호칭에도 어울리는 모스크바∼중국 국경 장거리(16일간) 왕복 열차 등 얼마나 호화스런 열차가 시베리아, 중국 땅을 내달리고 있는가. 이제 일본이 나호트카 항로를 거쳐 시베리아로
-
섹스광 지면기사
섹스 파트너로는 프랑스 국민이 1등이라는 조사보고서가 수년전 보도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적 콘돔제작업체인 ‘듀렉스 사’가 구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114개국 1만여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2위는 미국, 3위는 남아공이 차지했다. 상대편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태도, 성행위 지속시간, 성행위 횟수 등, 3가지 기준을 종합해 판정했다고 한다. 연간 성행위 횟수는 프랑스가 151회, 미국 148회, 러시아 135회로 상위권에 랭크되었으며 오스트리아,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은 110회 안팎이었다. 태국은 69회, 홍콩은 77회로 세계평균 112회 보다 크게 밑돌았다. 최근에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진은 남성이 일생동안 상대하는 여성 섹스파트너가 많을수록 전립선암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은 색을 기피하거나 경계하는 ‘기색(忌色)’‘계색(戒色)’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일화가 많다. 율곡이 명나라 사신을 맞기 위해 황주에 갔다. 황주목사가 율곡을 대접한다며 황주 명기 한명을 수청들게 했다. 율곡은 그 기생을 보고 “자네의 자태를 보니 탐이 나지 않을 수 없으나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면 기색(忌色)의 대강(大綱)을 범하게 되네”하고 기생을 물리쳤다. 다산(茶山)의 목민심서에도 감사 한지가 관기 수십명을 항상 옆방에 두고도 단 한번도 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의 옛 선비들은 색(色)을 절제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미군기지 유흥업소에 감금당한 채 윤락을 강요당한 한 필리핀 여성이 일기에서 “한국남자들은 섹스광(Sex maniac)이다”라고 밝히고 소송까지 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또 미국 뉴욕주에서 68세의 노인이 13세부터 53세의 중년주부에 이르기까지 여성 5명을 납치해 15년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외신으로 보도됐다. 72세의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가두세크도 지난 96년 10대 아동 54명을 성추행, 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모두가 노익장을 과시한 섹스광들이다. 육욕(肉慾)을 자제할 줄 아는
-
왼손잡이의 권리 지면기사
영어의 'left over'는 '먹다 남긴 밥'이고 'left off wife'는 내버린 아내, 'left handed'는 '불길하다'는 뜻의 고어(古語)다. '옳은(right) 것'은 오른쪽이다. 인도에서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은 금기(禁忌)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불후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왼손으로 그렸다. '모나리자'의 미소 역시 왼손으로 창출했다. 미켈란젤로의 '베드로의 처형'이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도 왼손으로 그렸다. 피카소의 명화들도 왼손으로 그렸다. 베토벤의 '영웅' '운명' '합창'에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도 왼손으로, 슈만의 합창곡 '천국과 베리'도 왼손으로 작곡했다.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전장에서 오른팔을 잃은 친구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괴테도 걸작 '파우스트'를 왼손으로 썼고 71세 때 16세의 애인 레베초에게 쓴 연애편지도 '왼손 작'이었다. 하이네의 시와 안데르센의 동화도 왼손 작품이었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왼손에 의해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아인슈타인도 '상대성 원리'를 왼손으로 써냈다. 줄리어스 시저, 알렉산더, 간디, 슈바이처,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빌 게이츠도 왼손잡이고 나폴레옹과 조세핀 부부도 왼손잡이였다. 히틀러, 카스트로, 토니 블레어, 찰스 황태자, 카터, 조지 부시, 클린턴 등도 왼손잡이다. 이쯤 되면 왼손잡이를 뺀 역사란 꽤는 시시했을 것이다.우주의 질서 역시 그렇다.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돈다. '우회전'은 곧 종말이다. 운동장 뜀박질 경기도, 야구도 왼쪽으로 돌고 윷놀이, 고스톱까지도 왼쪽으로 돈다. 한 가지 시계만은 우회전이다. 그걸 고약하게 여긴 괴짜들이 좌회전 시계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대한민국 왼손잡이만도 400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컴퓨터 마우스를 비롯해 지하철 개찰구, 카메라 셔터, 강의실 책상 등 모든 게 왼손잡이를 외면하고 있으니 딱한 정도가 아니라 말이 안된다. '왼손잡이의 권리를 위한
-
대통령의 '말' 지면기사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言行)이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때에 따라서는 신문이나 방송들이 머리기사로 다루는 경우도 많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시절부터 많은 말들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후보경선시절 장인(丈人)의 전력(前歷)에 대해 공격을 받고는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고 맞받아쳐 주부들과 지지층의 호응을 받으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미국을 모른다는 지적에도 그는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응수, 덕을 많이 보기도 했다. 노무현식의 독특한 화법(話法)과 행보(行步)는 경쟁자들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던 것이다.대통령 후보시절인 지난해 5월에는 “남북문제는 말고, 다른 문제는 모두 '깽판'을 쳐도 좋다”고 했다. 9월 영남대 강연 자리에서는 “미국 안 갔다고 반미주의자냐, 또 반미주의자면 어떠냐”고 말했다가 취임 후 방미과정에서 “미국이 아니었더라면 정치범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는 등 친미언행으로 '굴욕외교', '변신'이라는 비판을 받는 빌미도 됐다. 평검사들과도 대화하는 등 토론을 좋아하고 논리적이며, 쉽게 풀어쓰는 화법이 특유하다는 주위의 평가지만 때로는 '툭 튀는 듯'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1일에는 급기야 5·18 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과 위기감이 든다”고까지 해 도하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집단적인 갈등과 등돌리는 지지세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심정을 토로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대통령으로서 '막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고 앞서가는 것들이 국정수행과정에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혹평한다. 정치적 스승이랄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말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무시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모든 국민이 '못해 먹겠다' 해도, 다독여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뉴스거리이며 온 국민의 관심의 초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권위를 세우지 않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대통령의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