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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人間과 모기 지면기사

    인도 부라후마닷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카시국의 어느 벽촌에 많은 목수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한 늙은 목수가 나무를 베고 있었는데 모기 한마리가 목수 뒷목에 앉아 침을 찔렀다. 목수는 그곁에 있던 아들을 불렀다. “얘야 모기가 무는구나 모기를 쫓아다오.” “아버님 기다리십시오. 모기를 잡겠습니다.” 아들은 모기를 잡겠다고 큰도끼를 들고 와서 아버지의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다. 목수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마침 그 집에 앉아 있던 보살이 이것을 보고 말했다. “비록 적(敵)이라도 현명한 것이 낫다. 그는 형벌이 두려워서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지(同志)도 지혜가 없으면 적(敵)보다 못하다.” 원시불교 이전부터 내려온 인도(印度)의 민간이야기를 집대성한 설화집 '자타카(Jataka)'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고사성어에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다.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이다. 둘 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음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지만 인간을 괴롭게 하는 모기의 공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모기는 한자로 문(蚊)이다. 해충이지만 “애-앵”하는 소리로 선전포고를 하고 달려드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하여 곤충 충자에 글월 문(文)자를 얹어주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2천500여종, 우리 나라엔 약 55종이 서식하고 있고 사람이 내뿜는 극미량의 탄산가스를 20m 전방에서 탐지, 1초에 300~500회의 빠른 날갯짓으로 접근, 한치의 오차도 없이 피부 아래 말초혈관을 찾아내 깔대기모양의 입을 박고 피를 빤다. 약 2억년 전 태어나 인간과의 동거기간만도 250만년이나 된다는 모기의 공격. 그동안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가 세계 최초로 모기를 쫓아주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무는 암모기는 숫모기의 접근을 피하는 습성에 착안,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숫모기 날개소리인 12~15K㎐ 대역의 음향을 제공, 암모기의 접근을 1m 이내로 차단하는 게 주요 서비스 내용이다.

  • 병영의 비극 지면기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성적 취향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받아 온 학대는 사실 끔찍한 것이었다. 특히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남색(男色)은 최고의 금기였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혜공왕이 여자같이 행동한다 하여 신하들이 죽였다는 기록이 있고, 단테는 '신곡'의 지옥편에 남색의 죄를 범한 자들이 벌을 받는 구역을 따로 묘사했을 정도다. 그러나 남색을 비롯한 동성애는 법과 윤리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면면이 이어졌다. 특히 대규모 동성집단, 즉 군대나 종교단체 등에서 벌어지는 동성애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감옥에서 벌어지는 남색과 동성간의 강간을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지금 지구촌은 '동성애가 천부적 인권인가'라는 글로벌 토픽으로 뜨겁다. 이성애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유럽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Gay pride)' 시위에 참석한 100만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과 동성애자들 간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했는데, 동성애자인 베르트랑 들라노에(Delanoe) 파리 시장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Wowereit) 베를린 시장이 선두를 이끌었다.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최근 미 대법원이 남색금지법을 위헌으로 결정하고 캐나다 연방정부가 동성결혼 허용을 추진하고 있으니, 서구에서는 동성애자의 성 취향도 천부(天賦)의 권리로 인정받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한국의 동성애자들 역시 지난 6월 서울에서 1천여명이 참여한 '퀴어(queer) 문화제'를 열어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외쳤다. 4년 전 1회 대회 때 20~30명이 참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땅에서도 양지를 지향하는 동성애자들의 의지가 점차 고조되는 추세인 셈이다. 문제는 남색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이 매우 완고하다는 것이다. 최근 군대내 동성 성폭행 사건만 해도 그렇다. 남색을 경멸하는 전통속에서 가해자의 범행은 은밀하게 계속되고 피해자는 평생 가슴속에 응어리를 갖고 살거나 자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세계적 추세가 아니더라도 이제 동성애

  • 돼지 저금통 지면기사

    왜 저금통은 모두 돼지 모양인가. 그야 돼지가 부(富)의 상징이고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좋은데다 돼지라는 한자(豚)의 발음도 '돈($·錢)'이기 때문이리라. '집 가(家)'자도 '지붕 밑의 돼지'를 뜻한다. 또 자기 집 아이의 겸칭(謙稱)도 '집돼지(家豚)' '돼지새끼(豚兒)'다. 일본인도 자기 집 아이를 '돈지(豚兒)'라 부른다. 그러나 중국은 멧돼지(野猪)만이 숲의 부(富)를 상징할 뿐 집에 들어오는 돼지는 오히려 가난의 원인이 되고 개가 들어와야 부자가 된다(猪來窮狗來富)고 믿는다. 자고 먹기만 하는 돼지에 반해 개는 도둑을 막아주기 때문이다.서양 쪽의 돼지도 빈곤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돼지가 돈을 모으는 돼지저금통(piggybank), 즉 저축 단지(deposit pot)의 상징이 된 데에는 두 가지 연유 설이 있다. 중세 서양에서는 돈을 진흙 단지에 모아두곤 했는데 그 진흙(pygg)이라는 단어의 발음과 돼지(piggy)의 발음이 같은 데서 연유했다는 게 영국의 설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설이다.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채프먼 부부의 아들 윌버가 자신에게 용돈을 준 타넬씨에게 편지를 썼다. “저희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가 많아요. 저는 아저씨가 주신 3달러로 새끼돼지를 사서 키워 한센병 환자를 도우렵니다.” 소년이 열심히 새끼돼지 '페트'를 키우자 마을 꼬마들도 따라 했고 이듬해 돼지를 팔아 한센병 환자를 도왔다. 그런 사실이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사 돈을 모으게 됐다는 것이다.하지만 드러난 돼지저금통에 고액권 지폐를 넣기는 드물고 동전만 넣다 보면 시일도 걸리고 채워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런 돼지저금통으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노사모'가 50억이니 80억을 모았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그 돈만으로 알뜰하게 선거를 치렀다는 설도 곧이 들리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200억원을 별도로 거뒀다는 것이다. 하긴 노태우의 비자금 5천억 설이나 14대 대선 비용 1조4천억 설에 비하면야 새발의 피였는지 모르지만 요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할

  • 부천국제영화제 지면기사

    2003년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Pan 2003)가 지난 10일 개막돼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35개국 19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상영한다. '사랑, 환상, 모험'이라는 주제 아래 가족영화의 강화를 내건 이 영화제의 개막작은 김문생 감독의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상영됐고 폐막작은 캐나다 출신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사이퍼'와 국산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상영된다.원래 영화제는 영화제작자, 배급업자, 비평가 및 다른 관계인들이 영화를 보고 현대 영화의 예술적 발전을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고 각 나라의 영화예술을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최초의 영화제는 1932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화제는 많은 나라의 영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랑스의 칸 영화제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가 인기를 끌어 이탈리아 영화산업의 부흥기를 맞았고 1951년 구로자와 아키라가 감독한 영화 '라쇼몬(羅生門)'이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자 일본영화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해 뉴욕의 우드스톡에서 제1회 미국예술영화제가 열려 미국의 예술영화 운동에 큰 자극제가 됐으며 1955년 덴마크의 카를 드레이어가 감독한 '오데트(Ordet)'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아 스칸디나비아 영화가 유명해졌다.수많은 영화제 가운데 모스크바, 베네치아,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작연합에서 공인한 A급 영화제이며 가장 유명하고 주목할 만한 것은 프랑스 칸에서 매년 봄 열리는 칸 영화제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해 이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을 만큼 우리 영화도 세계적으로 성장했다. 이밖에도 국제영화제는 스위스의 로카르노, 캐나다의 밴쿠버, 일본의 도쿄, 독일의 뮌헨,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등 상당히 많고 단편영화나 기록영화 청소년영화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도 있다.우리나라에도 부천을 비롯한 전주·부산국제영화제가 있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도 존재한다. 부천영화제가 명실공히 세계적 행사로 자리잡는 데는 시민과 도민들의 적극적

  • 대통령 불인정 지면기사

    1995년 12월28일 아프리카 가나 정부의 각의(閣議)가 막 시작되기 직전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부패했다'고 말한 바 있는 코우 아르카 부통령을 제리 롤링스 대통령이 마구 구타한 것이다. 그는 회의장에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으로 부통령의 어깨를 내리쳐 바닥에 나동그라지게 한 뒤 멱살을 잡아 끌어내려다가 상의를 찢고 사타구니에 몇 차례나 발길질을 해댔다는 것이다. 그것도 44세의 대통령이 68세의 부통령을…. 1999년 4월11일 아프리카 니제르에선 또 49세의 다오우다 완케 대통령 경호대장(소령)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한데 그는 놀랍게도 바로 이틀 전 기관총 세례로 암살된 이브라힘 마이나사라 대통령 시해 사건 연루범이었다.그가 연상케 하는 사람은 또 1980년 4월12일 쿠데타로 라이베리아 대권을 거머쥔 27세의 육군상사 대통령 도(Doe)라는 사람이다. 그는 톨베르트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와 추종 세력을 '대역죄' 등으로 무차별 학살했고 라이베리아 권부의 뜨락과 뒤꼍을 온통 피바다로 만들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그가 서울에 왔을 때 어느 명문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미친 개' '아랍의 술탄' 등 별명부터 포악한 리비아의 27세 카다피가 1969년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 오를 때의 계급은 5·16 때 JP와 같은 육군 중령이었다.범죄형 대통령도 흔하다. 작년 11월7일 중미 니카라과 검찰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보라뇨스 대통령을 공금(410만달러) 횡령죄와 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했고 마약 거래와 뇌물수수로 1990년 사법 처리된 사람은 노리에가 파나마 대통령이었다. 심지어 살인범 대통령도 다 있다. 1991년과 1995년에 각각 걸려든 에르샤드 방글라데시 대통령과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이다. 부인과 싸우고 가출, 친구 집을 전전하며 식객 노릇을 한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발언에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야 노 대통령이 어딘가 좀 불안하고 미덥지 못하다는 뜻일 터이지 설마

  • 냉동식품의 虛 지면기사

    식품보관의 총아로 사랑받는 냉장고의 역사는 19세기 초부터 시작된다. 영국 런던에 살던 68세의 제이콥 퍼킨스라는 과학자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를 만들어 1834년 특허를 받으면서다. 그래서 이 시기를 흔히들 얼음을 이용해 식품을 자연보관하던 시대에서 인공냉장보관시대로 전환된 분기점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퍼킨스는 압축시킨 에테르가 냉각효과를 내면서 증발하였다가 응축되는 원리를 이용하였는데 19세기 말에는 배에 이같은 냉동압축기를 설치, 쇠고기를 냉동시켜 세계 전역에 운반하기도 했다.사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음식을 얼리거나 시원하게 보관하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이 얼음이다. 문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여 음식을 상하지 않도록 저장했고 우리 나라는 신라시대엔 석빙고, 조선시대엔 동빙고와 서빙고라는 관청이 겨울철 얼음을 채취, 여름까지 보존과 출납을 맡아 왕실과 고관대작들의 음식에 쓰도록 했다. 나라에서 관리하던 초대형 자연산 냉장고라고나 할까. 정2품 이상 관리들에게는 반빙(頒氷)제도를 통해 이 초대형 냉장고에서 얼음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17세기경 이탈리아에서는 소금물의 증발이 물체의 열을 빼앗아 간다는 사실에 착안 소금물이 저장된 용기를 냉장보관기기로 활용했다. 액체가 기화할 때 기화열을 이용하는 지금의 전기냉장고 원리와 비슷했지만 원시적인 형태여서 보편화되지 못했다. 냉장·냉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식중독 암 등 질병의 발생률을 대폭 낮췄다. 또 소금에 절이지 않은 생선과 변질되지 않은 식품섭취로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냉장·냉동법도 100% 완벽하게 식품을 보관치는 못하고 있다. 최근 수입·국내산 소 돼지 닭고기 등에서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미생물이 발견되고 6월 한 달 동안 경기와 서울 등 전국에서 34명의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냉동을

  • 북핵과 중국 카드 지면기사

    1·4 후퇴의 원인인 중공군의 6·25 참전이나 김일성이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때마다 목뒤의 혹이 터질 듯이 격렬하게 끌어안고 양 뺨을 비벼대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북한과 중공→중국은 혈맹국이다. 그런 중국인의 57%가 한국전쟁이 다시 터지면 북한을 돕겠다고 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사회조사소(SSIC)가 전국 여러 개 성(省)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지난 달 16일 발표한 결과가 그렇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폭(北爆)을 할 경우 남한이 개입하면 즉각 중국이 북한을 돕는 확전 양태가 될지도 모른다.이런 염려를 반감(半減) 내지 3분의 1로 덜어주는 견해도 있다. 지난 달 5일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 북한 문제 세미나에서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특히 데이비드 램프턴 존스홉킨스대 중국학과장이 만난 중국 인사들에 따르면 북한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램프턴 교수는 바로 그 전날인 4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북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그나마 차악(次惡)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만큼 김정일 위원장에게 매우 화가 나 있다(apoplectic)”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권 형태(regime behavior)라도 바뀌길 바라는 미국보다 한 술 더 뜨고 있는 셈이다.중국이 화가 난 이유는 물론 북핵이 주변국의 핵무기 확산을 유발하고 흑묘(黑猫)든 백묘(白猫)든 쥐를 잘 잡아야 하는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방중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그런 중국 카드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3일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의 김 위원장 얼굴에 찍힌 'Hell-bent(막무가내)' 그대로인 북한에 유일하게 말이 먹혀들 나라는 대형국(大兄國) 중국밖에 없지 않은가. 북한은 이제 핵을 버린 채 덩(鄧)의 쌍무도(雙舞刀) 춤을 모방, 개혁에 나서야 하고 중국이 그랬듯이 모든 개혁은 입 구(口)자로부터, 즉 먹는 개혁(농업 개

  • 프라하 X파일 지면기사

    피에르 쿠베르탱의 주도로 1894년 창설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동안 올림픽을 통한 인류의 소통과 지구촌의 평화라는 이상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가 위원장을 맡은 80년 이후 IOC의 숭고한 이상은 급격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사마란치는 IOC의 재정난을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올림픽에 상업주의를 도입했고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허용한 것. 그 결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서며 돈이 몰렸고 이에 비례해 집행부의 권력도 비대해졌다. 그리고 올림픽 개최지 유치를 둘러싼 비리가 만성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스캔들 때는 콩고의 장 클로드 강가 위원 등이 한표를 팔아 치부하는 등 IOC위원 16명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조사위원회는 “IOC위원들의 표를 사기 위한 에이전트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96년 미국 애틀랜타시 하계 올림픽도 유치 과정에서 말썽을 빚어 미 하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의회에 제출된 '애틀랜타 파일'에는 사마란치의 부인을 위한 패션쇼 개최, 러시아 IOC위원 아들에 대한 10주짜리 영어연수 티켓 제공은 물론 다수의 IOC 위원들에게 성상납을 포함한 각종 향응과 선물 공세를 편 혐의가 나타났다.세계 각국이 이처럼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올림픽이 '글로벌 대박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무명의 산골마을 평창이 세계적인 도시 밴쿠버와 막판까지 선전을 벌이는 기적을 일구었다. 그런데 이 무슨 소리인가. 한국 김운용 위원이 자신의 IOC부위원장 당선을 위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초를 쳤다니….캐나다가 크레티앙 총리와 아이스하키 슈퍼스타 웨인 그레츠키 등이 총동원해 밴쿠버를 홍보하는 동안, 평창은 김 위원의 아리송한 행보에 걸려 '미완의 기적'에 그쳤다면 이런 국제망신이 없다. 현지에서 고건 총리의 부위원장 불출마 요청도 모른 체한 김 위원은 “평창에 불리한 발언은 한마디도 안

  • 쌀밥 지면기사

    꼬마 시절 음식점 메뉴의 '백반'이 뭐냐고 어른께 물었다가 핀잔을 받았고 '이밥(함경도 사투리로 이팝)'이라면 혹시 몸 속에 굼실거리는 이를 넣은 밥이 아닐까 궁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글자 그대로 하얀 쌀밥인 '백반(白飯)'이 아니라 보리쌀을 섞어 누리끼한 '황반(黃飯)'도, 거무튀튀한 잡곡밥도 '백반 값'을 주고 사 먹던 추억 또한 또렷하다. 하긴 요즘의 흑미(黑米)밥도 백반이라 부르긴 하지만….중국 사람들이 쌀을 따미(大米), 조를 샤오미(小米), 옥수수를 위미(玉米)라 하여 '쌀 미(米)'자 붙이기를 좋아하는 것도 그만큼 쌀밥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미국을 '쌀의 나라(米國)'라고 부르는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우리 역시 쌀밥이 최고, 최상이다. 쌀이 없어 '조강지처(糟糠之妻)'라고 할 때의 그 술지게미(糟)나 겨(糠)죽을 먹는 것은 '고생바가지'의 상징이었다. 5천년 전 쌀 재배가 시작된 직후든 '동경(慶州) 밝은 달에…'의 '처용가' 시절이든 쌀밥 없는 삶은 비극이었고 '신도주(新稻酒) 올려(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에…'의 '농가월령가' 시절이나 '기아(飢餓) 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의 5·16 공약 그 때든 쌀밥 못 먹는 세 끼는 한심한 허탈의 연속일 뿐이었다.김일성이 연두교시 때마다 강조한 것도 '고깃국과 흰쌀밥의 낙원'이었듯이 '쌀밥+고깃국=최상'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어떻고 어떻도록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높은 영양가에다 향기, 맛, 혀끝의 감촉, 미려함, 조직감(組織感) 등이 뛰어난 새하얀 쌀밥이라니! 그것도 방금 당의(糖衣)를 벗어 해맑은 배젖(胚乳)이며 파릇파릇한 씨눈(쌀눈)이 싱싱한 오례쌀(햅쌀)밥이라니! 그 윤기 자르르한 쌀밥을 '囍(희)'자 고이 그려진 사기 사발에 담아 시뻘건 김치와 함께 먹는 맛이란 그 무엇에 비견하랴. 국방부가 7월부터 병사용 급식의 보리밥을 쌀밥으로 바꾸자 성인병, 비만 등 문제가 있다며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과 논란이 아닐 수 없다. 반찬만 잘 아우르면 아무런 문제도 없으련만…./오동환(논설위원)

  • 반딧불이 지면기사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하면 시골서 자란 사람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개똥벌레라고도 하며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發光)곤충이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수컷이 발광을 통해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활동이다. 환경생태학자들은 반딧불이에 대해 대표적인 '환경지표 곤충'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곤충에 비해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에 유난히 약해 반딧불이가 요즘 출현한다면 그만큼 환경이 좋아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2천여종이 서식하고 우리 나라에는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등 7~8종류가 살고 있다.진서(晉書) ‘차윤·손강전'(車胤·孫康傳)에는 ‘형설지공(螢雪之功)’ 관련 기록이 전해온다. ‘형창설안(螢窓雪案)’이 원말인 이 고사는 '개똥벌레와 눈으로 이룬 공(功)'이란 뜻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고 이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그 뜻을 이룬 사람들을 말할 때 흔히 인용한다.진(東晉)나라 차윤이란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공손하고 근면해 책을 널리 읽었다. 집이 가난해 기름이 없어서 여름철이면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수십 마리의 개똥벌레를 잡아 넣어 그 빛으로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계속하더니 후에 벼슬이 상서랑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서창(書窓·공부방의 창)을 형창(螢窓)이라 하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같은 시대에 손강(孫康)이란 사람이 있었다. 젊어서부터 성정이 맑아 사람들과 어울림에 있어서 잡스럽지 않았다. 그 또한 빈곤해 기름을 구할 수가 없어서 창가에서 겨울이면 눈을 모아 그 빛으로 공부를 했다. 후에 벼슬이 어사대부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서안(書案·책상)을 설안(雪案)이라 하는것도 여기에서 말미암은 것이다.며칠 전 인천시 서구 불로동에서 반딧불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수원 광교산에도 벌써부터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지만 인천서구의 경우 공해업소가 밀집한 환경오염지역이어서 그 의미가 깊다. 전국 곳곳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청정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미국 테네시와 펜실베이니아주의 상징이 반딧불이듯이 공해를 추방하고 환경오염을 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