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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폭풍 지면기사
모를 일이다. 미·북·중·일본 등이 모두 한반도 전쟁을 거론하고 있는데도 우리만이 태연자약, 천하태평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Oberdorfer)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엊그제 한 말이 몹시 꺼림칙하다. “한반도 주변이 절대폭풍(Perfect Storm)에 들어가고 있을지 모른다”는게 무슨 소린가. '절대폭풍' '완전폭풍'이란 삼각 파도가 맞닥뜨려 일으키는 최대 규모의 폭풍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조짐도 모르고 항해하는 '한국호(號)'가 염려스럽다는 경종이 분명하다. “이제는 선제공격의 시대”라는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대(對)한반도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최악의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리다.더구나 방독면을 지급, 화생방전 훈련에 돌입한 주한 미 대사관도 그렇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이른바 '인계철선(trip wire·引繫鐵線)'은 없다며 주한 미군 후방 배치를 서두르는 것 또한 두렵다. 북한쪽은 더욱 그렇다. 지난 1월의 NPT(핵불확산조약) 탈퇴 때나 핵 보유를 천명한 지난 달 베이징(北京) 3자회담 때나 전쟁 준비엔 변함이 없다. 소름끼치는 건 지난 2월 새겨졌다는 중부전선 북한측 초소 언덕의 '통일대통령' 표시다. 중국측 위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한 국제문제 전문지(世界知識)는 이번 여름∼가을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실었고 지난 번 3자회담도 주저 없이 '파열(美朝談判突然破裂)'로 간주했던 게 '차이나뉴스다이제스트'지였다.일본은 어떤가. 북한의 핵 보유 발언 직후 아키바(秋葉忠利) 히로시마(廣島) 시장이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보낸 항의문쯤은 제스처에 불과하다. 그들은 한반도 유사시 '재한일본인 안전탈남(脫南) 시나리오'까지 짜고 있고 북핵을 기화로 군사대국을 겨냥한 헌법 개정 작전에 들어갔다. 우리만이 태연무심, 천하태평이다. 미·일·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3자회담 포기와 외면이고 오버도퍼가 어이없어하는 건 우리 20∼40대의 북핵 무감각이다. 절대폭풍은 없어야 한다. 꼭 6·25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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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이탈의 위험 지면기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하늘을 날아오를 생물학적, 인위적 수단이 없는 모든 물체는 허공에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카로스의 추락은 중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한계와 절망을 의미한다. 뉴턴의 사과는 중력의 인간지배를 과학적으로 상징한다. 동서고금의 어떠한 제도도 이처럼 확실하게 인류를 지배했던 질서는 없었다. 따라서 인간은 중력을 벗어나거나 극한을 추구할 때 공포와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들이 한결 같이 중력을 무시한 기술의 총합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중 백미(白眉)인 롤러코스터는 1884년 발명된 뒤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관성(慣性)으로 궤도를 따라 급강하와 회전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최근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놀이공원 '세다포인트'에 시속 200㎞급 롤러코스터가 설치 중이다.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 '환상특급' 84㎞ 보다 2.5배나 빠르니 작명(作名)이 궁금하다. 이 초특급 롤러코스터는 탑승객에게 지구 중력가속도의 5배를 4~5초 동안 체험시킨다는데 보통 사람은 15초만 되면 피가 한쪽으로 쏠려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극한의 중력 추구로 사람들을 죽였다가 살리는 셈인데 과연 '놀이기구'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문제는 인간이 중력을 무시해 일어난 재난이 끔찍하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 제품안전위원회(CPSC)의 통계에 따르면 87년 이후 99년까지 놀이공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8명, 부상자는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롤러코스터 사망는 10명이었다. 그런데 미국 놀이공원 측은 연평균 놀이공원 이용자 3억명에 비하면 사고율이 매우 낮다고 항변했다니 가관이다.어린이날이 낀 황금연휴 기간중 놀이공원에서 각종 사고가 이어진 모양이다. 어린이대공원 롤러코스터 '88열차'가 궤도 상승 중 멈추고, 대전에서는 '스페이스 어드벤처'가 추돌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과 부상자가 속출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지 싶다. 이제는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기계적 공포 체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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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지면기사
'방식은 달라졌지만 음주운전 단속의 질을 한 단계 높여 강력히 단속하라'. 경찰청이 최근 길을 가로막는 전면적인 음주단속을 지양하고 '수상한 차량'에 대해 선별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지침을 내리는 과정에서의 오해로 일선 경찰서에서는 '음주단속 폐지'로 잘못 알자 다시 단속강화지침을 내린 것이다. OECD 국가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률 1위인 우리나라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40만건이나 적발됐다. 인적 피해만도 5천548억원에 이른다는 통계수치가 음주운전 단속의 필요성을 웅변해 주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는 나름대로 음주운전의 처벌 기준과 벌칙이 있다. 그 나라의 문화·관습이나 국민정서에 따라 다르다. 우리같이 면허취소나 벌금보다 무시무시(?)한 나라가 많다. 남미의 엘살바도르는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면 총살을 시킨다. 음주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아만 있어도 목숨과 바꿔야 할 총살형이 집행된다. 등골이 '오싹'하다. 불가리아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한 번 걸리면 훈방으로 끝나지만 두 번째부터는 최고 교수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음주운전이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벌칙이 다소 재미있는 나라도 있다. 호주는 신문에 고정란을 만들어 단속된 사람의 이름을 게재, 망신을 주고 터키는 음주운전자를 적발하는 즉시 순찰자에 태워 시외곽 30㎞지점으로 나가 내려준 뒤 경찰 감시아래 걸어서 귀가조치시키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 부인과 감옥에 같이 수감시킨다. 부인이 '바가지'를 긁으라는 뜻이다. 경찰청이 음주단속 예고제를 실시해도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자 '게릴라'식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유흥가 밀집지역이나 한산한 도로, 신호대기로 정지한 차량 등에 대해 예고없이 단속한다는 것이다. 단속 방법의 논란이 문제가 아니다.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파멸시키는 대표적 사회악이며 어쩌면 살인행위(?)일수도 있다. 음주운전뿐 아니라 교통법규 준수도 문제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낮은 개도국일수록 교통사고율도 높다고 한다.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를 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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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박람회 지면기사
꽃은 신이 창조한 모든 살아있는 아름다움의 원형, 본형이자 원본이며 모범에다 척도(尺度)다. 누가 얼마나 아름다우냐를 꽃과 비교, 살아있는 시각(視覺)의 눈금으로 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꽃은 존재한다. 꽃은 미(美)의 자존심 그 극치와 극한이다. 어떤 생명 있는 아름다움도 꽃의 자존심 그 끝자락까지는 닿지 못한다. '꽃 같은 얼굴(花容)'이니 '꽃 같은 입술(花脣)' '꽃 같은 마음(花心)' '말하는 꽃(解語花)' 등 인간을 꽃과 비교하는 수사나 '꽃보다도 아름답다'는 외람은 꽃의 지고(至高) 지순(至純)한 미적 권위에 여지없이 저촉된다.꽃은 모든 향기의 원향(元香)이며 제왕이다. 꽃의 향기란 신이 창조한 모든 생명 있는 향기 중 단연 지존(至尊)이다. 기타 모든 향기를 꽃의 향기와 함부로 비교할 수 없고 여타 모든 향기가 꽃처럼 향기롭다 하려면 꽃의 향기 그 신비로운 자존심의 허락을 받아야 하리라. 꽃은 그 그림자(花陰)에서도 향기가 일고 그 바람(花風)에서도 향기가 풍긴다.송나라의 증단백(曾端伯)은 연꽃, 해당화, 국화, 매화, 작약, 치자 등을 '명화십우(名花十友)'로 삼았고 같은 송나라의 장경수(張景修)는 모란, 매화, 국화, 난초, 연꽃, 장미, 계수나무꽃 등을 '명화십이객(名花十二客)'으로 모셨다. 그러나 꽃 중의 왕, 화중왕엔 모란이 꼽힌다. 모란을 가리켜 '천향국색(天香國色)'에다 '부귀화(富貴花)'라 일컫는 까닭이다. 최고 미인을 '천향국색'이라 하는 것도 모란 같다는 뜻이다. '화중군자(花中君子)'는 연꽃이고 '화중신선(花中神仙)'은 해당화다. 백화(百花)의 괴수(魁首)로 꼽히는 꽃도 있다. 다름 아닌 매화다. 괴수의 꽃이든 졸개의 꽃이든 꽃은 꽃이다. 할미꽃도 곱고 호박꽃도 예쁘다.봄(보다→봄)의 존재 이유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산야의 축복의 꽃이 있기 때문이고 그 꽃을 다시 신에게 바치려는 인간의 꽃 같은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지금 온갖 꽃들이 고양 꽃박람회에 모여 자태와 향기의 극치를 한껏 겨루고 있다. “세파에 찌든 가슴팍들이여, 어서 오라”는 꽃들의 아우성에 귀가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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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유감(遺憾) 지면기사
수업료 7만원(월), 학원비 30만원, 0교시 수업비 6만원가량(3달치), 점심·저녁값 8만원, 모의고사비 7천원, 기타 잡비 4만원, 소풍비 2만원 등 한 달에 모두 57만7천원. 어느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지난 달 교육비 지출내역이다. 사교육비가 절반이 넘는다. '아이 학교 보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한 학교 어머니회비에다 입장료 및 교통비까지 드는 '어머니들의 소풍'도 다녀왔다.여기에 대학생이 한 명 끼어 있으면 가히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대학등록금 270만원에 버스통학비 20만원, 책값 20만원, 휴대폰 값 4만원을 더하면 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쯤 되면 자녀들의 교육비 감당을 위해 식당일을 한다거나 심지어 노래방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얘기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정도다. 때문에 신학기에 적자로 돌아선 가계부가 1년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담보로 2천만원의 가계대출받은 32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남편의 월급 300만원이 전부다. 담배를 끊고 반찬값을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우리 나라 '보통사람' 수준의 얘기다.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공교육비의 두 배가 넘는다. 이제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정책이나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그 뿐인가. 우리 나라 초·중학생들의 영어연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검은 대륙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해외유학생에 송금된 달러만 해도 지난해 10억달러가 넘었다고 하니 서민들의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최근에는 중·고생들의 70%가 학원공부에 의존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70%는 '학생들이 학원강사들을 중시하고 있다'고 응답을 한 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제 사교육비 문제에 관한 한 일방적으로 교육당국의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된다. 부모와 자녀도 한 자리에 마주앉아 사교육의 효용성 여부를 진지하게 판가름해야 한다. 남들이 과외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고 체념하는 것은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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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 대란 지면기사
일본에선 '신형(新型) 폐렴' 중국에선 '비전형(非典型) 폐렴'이라 부르는 사스(SARS)는 즉 '신식 폐렴'이다. 신식이든 구식이든 폐병처럼 숱한 천재와 인재를 괴롭히고 죽음으로 질질 끌어간 병도 드물 것이다.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펄벅, 이노우에(井上靖), 사뮈엘 베케트, 아쿠타가와(芥川龍之介), 시인 실러, 키츠, 이상(李箱),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 쇼팽, 리스트, 바르토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화가 반 고흐, 우메하라(梅原龍三郞), 종교인 우치무라(內村鑑三), 배우 율 브리너 등의 사인(死因)이 폐렴과 폐암이었다. 최근엔 작곡가 리빙스턴, 전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 영화감독 빌리 와일더, 샹송의 제왕 질베르 베코 등도 폐병으로 죽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최고의 암 연구가이자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하워드 테민 박사까지 폐암으로 숨졌다.키 크고 비쩍 마른 50∼60년대 한국인은 폐병부터 의심받았다. 영양실조와 과로가 원인인 후진국 병이 폐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대국 '환경대국'인 요즘의 일본에도 폐병이 흔한 까닭은 무엇인가. 이 4월 한 달 동안 구식 폐렴으로 죽어간 유명인만 해도 1일 도쿄대 명예교수 니키(仁木榮次), 5일 일본무용가 야마무라(山村若律), 7일 성우 야마노우치(山內雅人), 8일 음악평론가 우에나미(上浪渡), 9일 일본무용가 사루와카(猿若淸方)와 전 포르투갈 대사 와다(和田周作), 11일 음악평론가 마쓰모토(松本勝男), 12일 영문학자 가이호(海保眞夫), 16일 작가 시모타(霜多正次), 19일 야마구치대 명예교수 시바나이(柴內大典), 22일 피아니스트 이노우에(井上直幸) 등이다.한편 신식 폐렴 발생지인 베이징(北京)에서는 인파를 막기 위해 혼인식과 장례식까지 금지령을 내렸으니 구식 폐렴으로 죽은 하늘의 영혼들이 내려다 보더라도 기가 막혀 혀를 찰 일이다. 더욱 한심한 건 식품 등을 한 아름씩 고른 뒤 “나, 병원서 도망나온 사스 환자다! 그래도 돈을 받을래?”식의 '사스 강도'다. 정녕 사스에 뾰족한 수는 없을지라도 여름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니 어서 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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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인(Red Line) 지면기사
국제사회에서 국가 사이에 설정된 선(線·line)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경선은 물론이고 방위선 등 대부분 넘어서는 안되거나 뚫려서는 안되는 선이다. 그 중 유명한 것이 프랑스의 마지노선(Maginot Line)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육군장관 '마지노'를 시켜 10년에 걸쳐 총 연장 750㎞의 방위선을 건설한다. 독일의 침공에 대비해 지하설비와 대전차 방어시설을 갖춘 난공불락의 요새선(要塞線)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은 마지노선의 벨기에 루트를 간단히 돌파하고 프랑스는 나치의 수중에 떨어지고 만다. 이후 '마지노선'은 모든 분야에서 끊어지거나 뚫리면 끝장인 최후의 저지선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한민족만큼 선 때문에 고생이 많았고, 많은 민족도 없을 것이다.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다고 발표한 소위 '애치슨 라인'이 대표적이다. 애치슨 라인 설정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6·25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잠시 멈추자며 그어낸 휴전선으로 인해 민족적 불안과 아픔에 시달린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휴전선은 군사적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이 선을 둘러싼 긴장의 반복을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참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또 휴전선으로 인한 단장(斷腸)의 아픔은 측량할 길이 없으며, 이념 대립으로 소모된 국력과 희생된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최근 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미국에 핵보유 사실을 밝히자, 레드라인(Red Line)을 넘었다고 난리다. 레드라인은 한·미·일 3국이 설정한 대북정책 전환의 기준 선으로, 북한이 넘어서는 안되는 금지선이다. 넘기 전에는 포용정책을 펴지만 넘어서면 압박정책을 펴는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레드라인은 플루토늄 재처리 여부였다. 그런데 아예 핵무기 보유를 밝히고 나섰으니 북한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당연히 한반도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다자회담 참여국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금줄인 전선(戰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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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재산 지면기사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난 2월27일 현 독재자 재산가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꼽았다. 후세인의 재산은 20억달러(약 2조6천억원)로 추산했고 카스트로 의장도 겉으로는 군복 등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쿠바 1년 국내총생산(GDP)의 10%인 1억1천만달러의 재산가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산도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포브스의 작년도 조사 땐 10억달러였다.그런데 바그다드에만 20여개, 전국적으로 80여개의 대통령 궁전을 갖고 있다는 후세인의 재산부터가 과소 추산됐다. 지난 4월초 비즈니스위크 등 주요 외신들은 후세인가(家)의 재산을 물경 240억달러(약 29조원)로 추정했다. 석유 밀수출과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따른 석유 거래로 배럴당 30∼50센트를 따로 챙겨왔다는 게 그런 추정치의 근거였다. 그 추정치를 뒷받침한 게 또 지난 18일 대통령궁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현금 6억5천만달러와 나흘 뒤 대통령궁 부근에서 발견된 1억1천200만달러였고 엊그제 바그다드의 한 은행에서 발견된 무려 10억달러어치의 금괴였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바그다드 외곽 카라다의 후세인 아들 우다이 궁전 금고에서 발견된 불탄 100달러, 50달러짜리 지폐 귀퉁이였고 그게 바로 지폐로 담뱃불을 붙인 증거라는 게 이웃 주민의 증언이었다.김정일 위원장도 수십 대의 벤츠를 사들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헤네시 코냑을 가장 많이 사가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작년의 포브스가 지칭했다. 하긴 히틀러가 구술(口述)을 통해 썼다는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으로 받은 인세만도 780만 라이히스마르크(약 560억원)였다니까 그의 재산도 짐작할 만하다. 필리핀의 마르코스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재산도 엄청났다. 그런데 우리 현대사의 독재자로 꼽히는 이승만과 박정희는 어땠는가. 양말을 기워 신을 만큼 청백(淸白), 청빈하다못해 한소(寒素)했고 전혀 재물에 욕심이 없이 청렴, 청빈했다지 않은가. 후세인, 김정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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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와 문명 지면기사
우리는 지금 첨단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 전화 한 통만 하면 빈 집에 불이 켜지고 아예 저녁밥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동통신은 또 어떤가. 20년 전인 84년 카폰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당시 가격은 250만~300만원으로 웬만한 집의 전셋값이었다. 지금 같으면 그런 무전기 같은 것을 어떻게 쓰냐고 하겠지만 특권층만의 전유물로 자동차에 카폰 안테나가 달려 있으면 검문도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렸었다. 92년부터 보급된 휴대전화는 현재 3천286만명이 갖고 다닌다.97년까지는 삐삐(무선호출기)의 전성기가 있었다. 이동전화 사기는 비싸고 해서 틈새시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가입자가 1천400만명을 웃돌 만큼 넘쳐났던 삐삐는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10대들은 아예 삐삐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80년대부터 기자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물론 삐삐에 대한 남다른 추억들이 많다. 데스크나 출입처 기자실로부터의 호출에 차례로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연인들은 친구의 음성메시지를 들으려고 공중전화 앞에 장사진(長蛇陣)을 치던 추억도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건물더미에 묻혀있는 사람들의 위치파악에 쓰이면서 효자(?)노릇도 톡톡히 했다.그러나 요즘 들어 휴대전화에 밀려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기계들을 금세 골동품으로 만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백화제방(百花齊放)하던 서비스 업체도 거의 사라져 이제 수도권 이외에서는 서비스도 안되고 1년 전부터는 지하철에서도 수신이 안된다.그런데 요즘 들어 삐삐를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신세대 사병들이 입대하면서 가입한다. 소지는 안되지만 영내에 공중전화가 있어 언제든지 애인이나 집으로부터 날아온 정겨운 음성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상 수술이 많은 의사들이나 휴대폰 요금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도 삐삐를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12만명 정도가 가입돼 있다. 문명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도 삐삐가 아직 퇴출되지 않는 것은 호출을 받고 전화를 할 동안 기다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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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典型 폐렴 지면기사
'2003년 이라크와 중국의 4월은 잔인한 달'…T S 엘리엇이 살아온다면 그의 시 '황무지'를 고쳐 써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은 '신형(新型) 폐렴'이라 하고 중국은 '살사병(薩斯病)'보다는 '비전형(非典型) 폐렴'이라 부르는 SARS(重症급성호흡기증후군)의 '충격과 공포'가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다. 매일 환자 100여명씩 늘어나는 공포와 충격파가 심해지자 중국 당국은 드디어 초·중·고에 '사스 휴교령'을 내리고 베이징(北京)시 봉쇄작전에 들어갔다.지난 3일 중국 보건복지부장관(張文康 衛生部長)이 밝힌 최초의 환자는 작년 11월 중순 발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별것 아닌 병으로 여겼고 3월의 전인대(全人代)와 정치협상회의(政協)에 방해가 될까봐 쉬쉬했다. 한데 최초의 환자 발생국인 중국보다 홍콩 환자 수가 많음을 수상히 여긴 세계보건기구(世界衛生組織)가 “중국의 사스 환자 수를 믿을 수 없다(中國的'非典'數字不眞…)”고 하자 지난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사스를 숨기지 말라(不得隱瞞SARS疫情)”고 엄명을 내렸다. 그래서 이튿날 환자는 '갑자기 9배로 늘었다(突然增加了九倍)'고 복지부차관(高强 衛生部副部長)이 발표했다는 게 21일자 '차이나 뉴스 다이제스트' 보도였다. 그리고 '갑자기 9배 증가죄'로 복지부장관과 베이징 시장(孟學農)의 목까지 날아갔다.장관과 시장의 목이 문제가 아니다. 홍콩의 2대 여자 재벌인 바오융친(寶詠琴)이 '전형(典型) 폐렴'에다 '비전형 폐렴'인 사스까지 덮쳐 사망(20일), 떠들썩한 것도 개인적인 비극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가 16일 공식 발표한 원인균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심한데다 신장까지 마구 공격하는 데도 막아낼 백신 개발이 난감하다는 문제야말로 심각하다. 하필이면 왜 '코로나'인가. 'corona'라면 들뜬 기분으로 타봤던 60년대 우리의 택시였고 해무리, 달무리 그 신비스런 빛고리(光環)가 아닌가. 괴질 '사스 종말론'이 나오기 전에 바이러스 이름부터 고치는 게 어떨까. 어쨌거나 우리도 마늘과 김치 덕이라는 설만 믿을 게 아니라 철저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