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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계절 지면기사
마라톤은 BC 490년 마라톤 벌판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그리스의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아테네까지 달려가 승전보로 '우리는 이겼노라'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고 절명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은 마라톤 옛 싸움터의 기념무덤에서 아테네 경기장까지 40㎞ 코스를 달렸는데 1908년 영국 런던대회(제4회)에서 42.195㎞의 마라톤 정규코스가 확정됐다.한국 마라톤의 역사는 76년이다. 국내 마라톤 첫 공식 기록은 1927년 조선신궁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봉주가 세운 3시간29분37초이며 현재 한국기록은 이봉주의 2시간07분20초다. 올림픽에서는 고 손기정옹이 1936년 베를린대회에서 2시간29분19초라는 한국 최고기록 및 대회 신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그 이후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가 우승, 손기정과 함께 민족의 영웅이 되었다. 1950년 같은 대회에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 2, 3위를 휩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57년 만에 손기정옹의 한을 풀어주면서 또다시 세계를 제패, 마라톤 강국으로 자리잡았다.마라톤의 역사는 시간의 벽을 허무는 역사다. 99년 미국 시카고 대회에서 모로코의 하누치가 세운 2시간5분42초의 세계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지만 마(魔)의 5분벽을 깨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건각들은 오늘도 달리고 있다. 따사한 봄볕 속에 전국 각지에서 마라톤대회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경인일보가 주최하는 제4회 화성 효(孝)마라톤대회와 제3회 평택항마라톤대회도 다음달 4일과 18일 각각 개최된다.달리기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보약'이라고 말한다. 근육의 노화방지와 면역력 증가,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여 마라톤 동호회가 많아지는 등 인기있는 생활체육으로 이제 자리잡았다. 마라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과 불굴의 투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경기다.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록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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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동상 지면기사
300년간 관광객의 눈길을 끌어온 브뤼셀 중심가의 명물 동상(銅像) 마네켄피스, 즉 '오줌 싸는 소년'이 이의를 제기당한 건 80년대 초였다. “왜 소년 동상만 있는가. 남녀차별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87년 6월 그 지척지간에 세워진 '진네케'가 바로 '오줌 싸는 소녀' 동상이었다. 앙증맞기로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태양 왕' 루이 14세의 5세 때 동상을 비롯해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이나 물개 동상 뺨칠 정도다.58개 동상 군(群)이 숲을 이뤄 이름부터가 '동상 공원'인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 동상 무리나 워싱턴 '한국전기념공원'의 그 많은 참전 용사 동상은 왠지 썰렁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런 썰렁, 삭막 정도는 또 아무 것도 아니다. 포악, 간악, 흉악, 극악…'악(惡)'자를 모두 소집해도 표현이 부족할 희대의 독재자 동상들은 어떤가. 그 거창한 위압감에 숨이 막히고 강렬한 반감이 염통을 스치고 솟구치지 않는가. 그런 동상들이 철거될 때마다 지독한 통쾌감에 달뜨는 까닭도 그런 연유다.공산주의 건설자 레닌의 12t짜리 동상이 공산주의 해체 신호와 함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광장으로부터 철거된 것은 90년 3월이었다.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도 그 다음 해인 91년 8월 철거됐고 스탈린의 동상은 90년 1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부터 철거되기 시작해 레닌보다도 먼저였다.마오쩌둥(毛澤東)의 베이징(北京)대학 동상 철거는 88년 4월로 더욱 앞섰다. 한데 철거보다 더 치욕적인 건 따로 있다. 90년 1월 철거된 체코 자브레 시의 스탈린 동상은 그 곳 한 병원의 기금을 위해 경매 처분됐고 볼리비아 대통령궁 정면 모리요 광장의 비야로엘 대통령 동상 뒤쪽 가로등에는 비야로엘 바로 그의 목이 46년 6월 쿠데타에 의해 매달려졌다.바그다드 '천국의 광장'에 위풍당당 권위도 드높던 후세인 동상이 미 해병대의 쇠사슬에 목이 걸려 '지옥의 광장'으로 굴러 떨어지는 광경이란 한 편의 참혹하고도 장엄한 역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한데 후세인 그를 뒤따를 속편(續篇)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오동환(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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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의 戰死 지면기사
중국 진시황릉(秦始皇陵) 병마용(兵馬俑)은 유명하다. 그러나 진(秦) 이후인 전한(前漢)의 황릉에서도 병마용이 발굴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 모른다. 놀라운 것은 93년 1월 셴양(咸陽)에서 발굴된 그 1천여 병마용 중 200여 구가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목마에 올라탄 여용(女俑)은 붉은 갑옷 차림에 빗을 꽂아 말아 올린 머리의 곱고 품위 있는 얼굴이었고 일부는 비단과 마(麻)로 짠 전투복에 움직이는 나무 팔이었다는 것이다. 그 여용이 바로 사상 최초의 여군일 것이라는 게 산시(陝西)성 고고학연구소 발군단의 견해였다.한데 근대식 여군의 효시라면 19세기 중반 크리미아(크림) 전쟁 때 편성된 영국 간호부대가 꼽힌다. 그 뒤 1, 2차 세계대전엔 다수 국가의 여군이 주로 후방사령부의 타자수, 교환병, 간호병, 운전병, 장군들 비서병으로 참전했지만 오늘의 여군은 다르다. 새까만 망토형 차도르를 치렁치렁 뒤집어쓴 이란 여군이나 울긋불긋 화려한 무희(舞姬)형 전통의상을 걸친 아프가니스탄 여군도 총질만은 자유자재다. 그러나 본격적인 군인이라면 유일한 의무제인 이스라엘 여군쯤 될 것이다. 75년 해병대 예비역에 지원했다가 나이(27세)와 근시로 퇴짜를 맞은 힐러리 여사의 나라 미국은 어떤가. 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조종하는 등 단연 세계 최강이다.그 미국 여군의 명암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크게 엇갈려 화제다. 포로가 됐다가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아닌 '린치(Lynch·19)일병 구하기'로 생환, 이라크 병사의 '린치(私刑)' 위험으로부터 해방된 그녀는 출판하자,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빗발치는 히로인이 된 반면 텍사스주 육군 제 507 공병중대 병사(兵舍)의 절친한 룸메이트였던 롤리 피에스투워(23) 상병은 같은 날 최초의 미 여군 전사자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안된 것은 최초의 미 여군 포로가 된 같은 507 공병중대 소속 흑인병사 쇼샤나(30)양 처럼 미혼모라는 사실이다. 각각 두 아이와 한 아이를 두고 전사하고 포로가 된 것이다. 저 끔찍한 비극의 끝이 어디쯤인가를 군신(軍神) 마르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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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噴水) 지면기사
트레비 분수는 로마의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트레비'는 '삼거리'라는 뜻이다. 분수의 도시 로마에서도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분수라는데 우리 말로 옮기면 '삼거리 분수'가 되니 갑자기 촌스러워진다. 이 '삼거리 분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데는 영화의 공로가 크다. '애천(愛泉)'에서 매기 맥나마라가 동전을 트레비 분수에 던지며 ‘1년만 더 로마에 머물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원하는 장면은 올드 팬들의 뇌리에 선명하다. '로마의 휴일'에서는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이 트레비 분수를 배경으로 자신의 싱싱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분수는 예나 지금이나 서양의 도시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BC 3000년부터 메소포타미아와 아시리아 왕국은 건조한 기후에 대처하고 왕궁을 장식하기 위해 분수를 만들었다. 샘(泉)을 신성시했던 그리스인들은 신전과 공공건물, 광장에 극성스러울 정도로 분수를 설치했는데 하나 하나가 신과 님프와 영웅을 상징한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공동수도의 기능을 제공했다고 한다. 목욕에 광적으로 집착한 로마제국에서도 분수는 장식성과 실용성을 함께 지닌 문화상품이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광장과 정원 목욕탕을 가리지 않고 분수를 설치했으니 로마 문화는 '분수대 담론(談論)'에서 꽃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그런데 동양적 시각으로 보면 분수는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발상이다. 흘러내려가야 할 물이 거꾸로 치솟다니, 이는 반역과 역성의 불길한 징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국의 정원에는 작은 폭포는 있어도 분수는 없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광장과 가로(街路)중심의 도시 문화가 발달하면서 분수는 자연스러운 조경물로 자리잡게 됐다. 문제는 서양의 분수와 달리 사람들과 격리된 나홀로 분수가 많다는 것인데 이는 분수 문화가 일천하기 때문일 것이다.최근 고양시와 시민단체가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을 놓고 대립하는 모양이다. 시는 상징적 명물을 만들겠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철없는 예산낭비라며 서로 목소리를 높이니 노래하는 분수대는 완공도 되기 전에 벌써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인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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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눈물 지면기사
매미는 수놈만 울고 닭도 수탉이 대표로 울지만 사람은 여자가 잘 운다. 남자가 함부로 울었다가는 어른들의 호된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사내자식이 눈물이 헤프면 못쓴다” “대장부는 눈물로 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울되 그 울음이 목구멍으로 넘어와 밖으로 새서는 안되는 법이다”“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고고(呱呱)의 소리가 그 한 번이고 단장(斷腸)의 슬픔보다도 더한, 그야말로 하늘이 끝나는 아픔(終天之痛)이라는 부모와의 사별 때가 그 두 번과 세 번이니라” 그래선가 2∼3척 동자나 병약한 노인도 아닌 청장년 헌헌장부가 툭하면 훌쩍거리는 모습이란 가관(可觀)이고 꼴불견으로 여겼다.그런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툭하면 눈물을 보인다면 어떨까. 중풍에 걸려 심약해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가 92년 4월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 아이처럼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건 그렇다 치고 닉슨은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중 하차, 고별 스피치 때 울었고 카터는 77년 대선에 이기고 귀향, 환영 군중 앞에서 울었다. 포드와 레이건은 연기자처럼 자주 눈물을 닦았고 클린턴도 93년 취임식에 앞선 흑인교회 예배 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지금의 부시 역시 9·11 등 추도사 때마다 손수건을 꺼냈다.하긴 독종(毒種) 히틀러도 오랜 정치 투쟁에 자신의 능력을 한탄해 울었고 나치당의 분파(分派) 지도자가 탈당하려 하자 그를 잡고 울었다. 스탈린도 딸을 잃고 울었고 돌부처 같은 박정희도 국화에 뒤덮인 육영수 여사의 영구차를 부여잡고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눈물이 강(江)과 못(澤) 같아야 어울릴 사람(民)'인 듯싶은 장쩌민은 대륙 통치 13년간 한 번도 울지 않았고 고이즈미 총리 또한 성씨(小泉)처럼 눈물샘일 것 같은데도 집권 2년 동안 전혀 훌쩍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0일 동안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왠지 좀 보기에 민망하고 딱하다. 그리고 괴이한 건 퍼스트레이디의 울음은 화제가 안되는데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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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괴질 지면기사
문명을 한순간에 파괴시킬 만한 위력을 지닌 질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軌)를 같이하고 있다. 이미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 폐렴 임질 홍역 나병 말라리아 결핵 암 등의 세균이 조사결과 나타났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질병이 하나의 문명을 파멸로 몰아넣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명의 싹을 틔우기도 한다.고대 그리스 문명의 쇠퇴가 아테네를 휩쓴 역병 때문이고 로마제국의 몰락 뒤에는 페스트와 천연두라는 당대로서는 희귀의 괴질이 있었다. 러시아를 원정했던 프랑스군 가운데 3분의 2를 희생시킨 발진티푸스가 없었더라면 나폴레옹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이처럼 문명과 질병의 관계는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공룡의 화석에서조차 뇌막염을 앓았던 흔적이 발견돼 어쩌면 질병은 지구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지도 모른다. 21세기의 괴질이라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출현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확실한 원인균을 발견하지 못한 이즈음 우리는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 또다시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는 또 하나의 괴질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11월 중국남부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해 기침을 동반한 고열과 감기증상 비슷하게 보이는 이 괴질은 지금 홍콩·싱가포르·태국을 거쳐 유럽으로, 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 27개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자만 2천325명, 사망자가 80명을 넘는다. 광둥성의 같은 호텔에 묵었던 홍콩 손님들이 발병한 것으로 보아 접촉없이도 전염이 되는 공포의 질병이다. 다행스럽게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조류에 의해 전염된 것으로 추정할 뿐 괴질의 정확한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데다 예방법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저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다중집합시설 출입을 삼가며 손을 잘 씻으라는 기본수칙의 당부밖에 없다.저 바다 건너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다. 전쟁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진대 괴질도 물론 남의 일이 아니다. 인간을 복제하는 21세기 초문명시대에 살면서도 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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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국 지면기사
국가간 친소(親疏) 관계엔 여러 단계가 있다. 그 좋은 쪽의 첫 단계가 '우방(友邦)' 'friendly nation'이다. 사전엔 '서로 긴밀한 교통 관계의 나라'라고 했지만 한 마디로 '친구의 나라'다. 두 번째는 '맹방(盟邦)' 'allied nation'이다. 사전 풀이처럼 '목적을 같이해 친선을 도모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영어 'ally'가 '동맹'이듯이 '맹세를 함께 한 나라' 즉 '동맹국' '의형제의 나라'다. 세 번째는 혈맹방, 혈맹국이다. '혈맹(血盟)'이란 '혈판(血判)을 찍어 굳게 맹약함'이고 혈판이란 손가락을 깨물거나 잘라 그 피로써 손도장을 찍는 것이다. 'sealing with blood' 즉 '피 도장 찍기'의 맹세가 '혈맹(blood pledge)'이고 그렇게 한 나라가 '혈맹국'이다.나쁜 쪽 관계는 어떤가. 그 첫째가 '소 닭 보듯 하는 나라'라면 두 번째는 사사건건 앙숙의 나라, 세 번째는 중국인이 일컫듯이 '피맺힌 원수(血仇)의 나라' '하늘을 함께 일 수 없는 나라'다. 혈맹국의 정반대가 '혈구국(血仇國)'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리에게 어느 쪽인가. 그냥 피도장만 찍은 맹세(혈맹)의 차원을 넘어 죽기 살기로 함께 싸워온 혈맹 실천국, 즉 혈연관계의 '형제국'이다. 그들은 6·25 때 무려 20만8천명을 파병, 3만3천629명이나 전사했다. 300명도 3천명도 아닌 3만3천여명이다. 영국도 743명, 터키 역시 721명의 젊음이 이 강산에서 산화했다. 그런데 캐나다, 호주, 프랑스, 그리스, 벨기에, 뉴질랜드에다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는 물론 콜롬비아, 남아연방, 에티오피아까지 16개국이나 파병을 해 숱한 목숨을 바친 사실을 우리 젊은이들은 알고 있는 것인가. 그 엄청난 희생의 도움도 모두 미국이 앞장선 덕택이었다.파병(派兵)이란 십자군전쟁이나 1·2차 세계대전, 심지어는 스페인 내란 등 패가 갈리는 덤불싸움이 아니더라도 으레 있어왔고 동맹국의 요청 땐 거절할 수 없는 게 맹방의 맹약 이행이고 혈맹국 간의 의리라는 것이다. “국익을 위한 고심 끝의 결단”이었다는 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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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대 지면기사
하얀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순결을 나타낸다. 여태까지 길러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떨리는 손과 상기된 얼굴로 결혼행진곡에 맞춰 입장하는 모습은 늘 청순하고 가히 환상적이다. 이어서 주례선생의 주문에 맞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것'을 서로가 다짐한다. 다분히 의례적이고 의식적인 것이지만 어쨌든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맹세하는 절차를 갖는다. 혼인서약을 하고 성혼선언문이 낭독되는 어찌 보면 엄숙한 순간이다. 그런데 이같은 의식(儀式)들이 이제 작금의 결혼식에서와 같이 허례허식(虛禮虛式)이 돼버리고 얼마 후 성혼선언문을 휴지조각 던지듯 결혼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다반사다.며칠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하루 평균 398쌍이 갈라섰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미국에 이어 이혼율이 2위에 올라섰다는 부끄러운 통계다. 그 뿐인가. 20년 이상 같이 살던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이혼'도 전체 이혼의 15.7%(2만3천쌍)를 차지하고 이로 인해 가정해체의 고통을 겪는 20세 미만의 자녀들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08년경에는 미국을 추월, 세계 최고의 '이혼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혼을 '밥먹듯'하는 미국의 가정에 대해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해왔다. 그러나 우려할 것은 우리의 이혼성향은 이제 일본을 앞질러 동양적에서 서양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70년대 미국처럼 가파른 이혼율의 상승을 보여 '이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결혼은 예로부터 이성지합(異姓之合)으로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 자란 선남선녀가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이 자체부터가 기적이고 가슴 벅찬 일이다. 호기심과 끌림의 시기→낭만적인 연애시절→부부간의 갈등→해결의 순환고리를 겪는 것이 부부생활이다. 부부싸움을 밥먹듯 하면서도 서로 양보하면서 가정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60~70세의 '역전(歷戰)의 용사'들을 신혼부부들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이준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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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기자 지면기사
1899년 보어전쟁(南阿전쟁) 때 포로가 됐다가 탈출하기도 했던 육군 장교 윈스턴 처칠은 그 때의 생생한 종군기(從軍記)를 신문에 썼다. 53년 노벨문학상을 탄 '제2차 세계대전'의 필력은 그 때부터 다져졌다. 헤밍웨이와 앙드레 말로도 30년대 말 스페인 내전에 참전, 종군기를 썼다. 그러나 본격적인 종군 기자라면 장장 60년간의 기자로 93년 7월 84세로 타계한 해리슨 솔즈베리부터 꼽힌다. 그는 2차 대전, 베트남전의 뉴욕타임스 종군기자로 너무나 유명하고 20세기 열전시대∼냉전시대의 숱한 비화와 전쟁사를 25권의 저서에 담은 기자로도 높은 평판을 받는다.85년 아카데미상을 휩쓴 '킬링필드'는 뉴욕타임스 시드니 기자의 캄푸치아(캄보디아) 전쟁 종군기가 주제였지만 종군 기자가 아니면 '언론의 노벨상'인 퓰리처상도 탈 사람이 없을 정도다. 솔즈베리가 타계한 바로 그 해 93년 퓰리처상은 같은 뉴욕타임스의 유고 내전 종군 기자 존 번스가 받았고 72년 네이팜탄 공격을 받은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벌거벗은 채 울며 뛰쳐나오는 9살 짜리 여아 판 티 킴 푹을 카메라에 담아 퓰리처상을 탄 종군 기자는 AP통신의 닉 유트였다.이번 이라크 전쟁 종군 기자 중에서도 필시 퓰리처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고 나온다면 특히 91년 걸프만 전쟁 때 명성을 날린 미국의 CNN을 재작년 아프간 전쟁 때부터 압도해버린 카타르의 알자지라(Al Jazeera), 뜻이야 '반도(半島)'라지만 발음만은 얄궂은 그 아랍어 방송 종군 기자가 아닐까 싶다. 아랍권 언론 중 유일하게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는다는 알자지라는 철저한 현장 보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큼 종군 기자는 위험하고 특히 카메라 기자는 더더욱 위험하다. 6·25 때 17명, 베트남전 33명, 유고 내전 40여명, 아프간 전쟁 땐 7명의 종군 기자가 순직했다. 이번 전쟁에도 속출해 최다가 될지도 모른다. 기자의 직업정신이 투철하기로 으뜸인 이유는 바로 그 목숨을 건 취재 경쟁의 위험성 때문이고 평균수명이 낮은 까닭도 지독한 스트레스 탓이다. 최소의 희생을 기원한다./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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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올 인' 지면기사
SBS 인기 드라마 '올 인(All in)'이 이번주 막을 내린다고 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건다는 의미의 도박용어인 올인을 타이틀로 내건 이 드라마는 때마침 불어온 로또 열풍과 함께 '인생 대역전'을 꿈꾸는 이 땅의 소시민들에게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단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모든 것을 내던진 단 한 번의 도박으로 전혀 다른 새 인생을 만드는 환상을 꿈꾼다. 사람들에게 '환상 체험'의 가상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 드라마 올인의 성공비결인 셈이다.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인생역전의 대박을 꿈꾸며 올인을 선언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비참한 현실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선 카지노 부근을 배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올인에 실패해 돌아갈 곳이 없어진 패가망신의 전형들이라고 한다. 로또의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천만원을 올인해 빚더미에 오른 사람들로 인해 사회문제가 되자 당첨금 이월을 제한한 게 엊그제다. 도박은 기본적으로 이길 확률이 적다. 도박을 국가산업으로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인 모나코 공국의 모든 경비가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 수익으로 충당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승률이 37분의 1에 불과한 룰렛의 회전판에 올인하는 전세계 도박인생들이 우아한 공국의 예산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올인의 대가는 이처럼 잔인하고 어처구니 없다.개인 차원의 올인 결과가 이럴진대 국가나 정권 차원에서 올인은 그 결과가 끔찍한 재앙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그 비참한 결과를 공유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인의 형태가 전쟁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시 미대통령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잡겠다고 정권을 걸고 전쟁이라는 올인을 선택했다. 1천억 달러의 전쟁비용과 미군의 생명이 걸린 '올인'이다. 후세인 정권 또한 자국민과 세계여론을 방패 삼아 올인으로 응수하고 있다. 끔찍하고 정신나간 짓들이 아닐 수 없다. 더 끔찍한 건 한반도에도 후세인 못지 않은 김정일이라는 도박사(?)가 있고 부시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두 도박사가 한반도에서 '올인 도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