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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과 贊戰 지면기사
이라크 전쟁 열렬 지지파에다가 그것도 맨 앞줄에 나서는 '매파'가 바로 미 민주당 보수파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몬태나주)이다. 그런데 인류학자인 그의 아내 원더 부인은 이름 그대로 '이상한(wonder)' 비둘기파인지 남편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것도 안방이 아니라 밖으로 내들었고 '평화야말로 애국적'이라는 큼직한 반전 포스터를 엊그제 자택 창문에 내걸었다. 그리고 단서를 달았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 때문에 부부의 끈 또한 강하다.” 하지만 그쯤 되면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아닌 '부창부수(夫唱不隨)'가 아닌가. 남편의 목청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이별한다' '갈라선다'를 '찢어진다'고 말하는 요즘 애들 표현대로라면 그들 부부야말로 겉보기가 좀 그렇게 '찢어진 부부'다. 부부뿐이 아니라 형제와 친구도 이웃도 짝짝 찢어놓는 게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이냐 찬전(贊戰)이냐의 의견 대립이다. 부시 대통령 측근조차 그렇다. 그가 소속된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로버트 에드거 목사부터가 엊그제 백악관 부근 공원서 반전 시위, 경찰에 연행됐고 부시의 평화 문제 자문역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엄스와 메어리드 매과이어(Maguire)도 같은 날 경찰에 체포됐다. 카터 전 대통령 역시 “이라크 전쟁은 공전(空前)의 어리석은 짓”이라고 일갈했고 부시와 친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등을 돌렸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만은 “당(黨)을 떠나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반 테러전쟁의 원점인 뉴욕 맨해튼 5번가와 록펠러센터 앞의 찬·반 시위야말로 뜨겁다. “반전 데모해 줘서 후세인이 고맙다고 하겠다! 2천800명의 뉴요커 죽음을 벌써 잊었는가” “전쟁은 또 다른 테러일 뿐이다” 등 격론과 시비에 지치면 일제히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러나 마른침을 삼키며 TV 속 전황에 가슴 졸이는 74% 이상의 찬성 쪽 미국인은 말이 없다. 그런데도 반전 쪽 시위만 돋보이는 것은 원래 반대쪽 목청이 더 크게 들리게 마련인 때문인가. 미국은 물론 우리 대∼한민국이 찬·반으로 '찢어지는' 아픔과 비극의 차후가 너무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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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에로티시즘 지면기사
'밖에서 하니까 흥분된다', '강한 걸로 꽂아주세요'. 한 정보통신회사와 음료회사의 광고다. 요즘 TV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노라면 민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광고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제작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처럼 광고에서도 남녀상열지사는 영원한 테마일 수밖에 없고 매출을 올리려는 회사들은 섹스어필 광고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항상 접하는 이같은 섹스어필 광고들은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에로틱한 상황으로 연결,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전파광고의 경우 외국에 비해 까다로운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 있기는 하다. 80년대 중반 D전자의 세탁기 광고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봉(棒)이 세탁기 안을 힘차게 돌고 아줌마 몇 명이서 '왼쪽, 오른쪽' 노래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이 광고를 보는 30대 주부들은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당시 시장점유율이 3위의 가전사(家電社)임에도 이 광고로 인해 매출이 30%나 늘었다. 제작자는 광고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대박'을 예감했다고 한다.광고에 있어서의 에로티시즘 도입은 우리 나라도 30년이 훨씬 넘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 아이스크림 회사의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카피가 기억난다. 섹스어필한 우리 나라 광고의 효시(嚆矢)로 이름나 있다. 그 이후 모 음료회사의 '흔들어주세요', 모 제과회사의 '울퉁불퉁 고소해, 못 생겨도 맛은 좋아', '몰래 먹어야 맛있어요' 등 에로틱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왔다.그러나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섹스어필 광고는 자칫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젊은층만을 겨냥해 너무 저속하게 만든다면 역효과다. 선정적(煽情的) 섹스 광고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외설광고의 범람은 비교육적인 데다 소비자들도 곧 섹스마케팅에 식상하게 될 것이라는 걸 광고주나 제작자들은 잊어서는 안된다./이준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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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기피 지면기사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교에서의 남녀공학은 사뭇 낯설기까지 했다. 물론 그때라고 남녀공학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극히 드물었을 뿐이다. 기껏해야 몇 안되는 예·체능 중·고교에다 궁벽한 시골의 몇 학교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대체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때부터는 으레 남녀가 따로 따로 공부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다 보니 몇 안되는 남녀공학교가 어쩌면 무척 부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남녀공학교가 제법 많이 늘어난 편이다. 어느 지역에나 한두 곳은 있게 마련이고, 특히 새로 문을 여는 학교일수록 남녀공학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히 남녀공학에 대한 예전의 부러움이나 어색함은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남녀가 스스럼없이 어울려 함께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이 전보다 많이 활달해졌다는 평도 일부에선 들린다.그런데 요즘은 참 이상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많은 남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남녀공학을 한사코 기피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남녀가 자연스레 어울려 함께 공부한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듯도 싶은데…. 하지만 그 깊은 사연을 들어보니 일면 수긍이 가면서 한편으론 사뭇 딱해보이기도 한다. 사연은 이렇다.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특히 예능과목에서 성적이 우수한데다, 수행평가의 기본이 되는 숙제도 꼬박 꼬박 잘해온단다. 그래서 대입 내신성적에서 남학생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에 있었다.역시 유별난 교육열, 남다른 일류학교병으로 평판(?)이 자자한 우리네 국민답다. 이런 마당에 지나친 과외열풍, 일류학군 위장전입, 조기유학붐 내지는 '기러기 아빠’ 급증 따위를 한탄하려는 것부터가 차라리 쑥스럽다. 어떻게 해서든 내 자식만은 꼭 일류로 키우려는 심정이 한없이 가상하기도 한데, 과연 '일류학교 졸업생=성공한 자녀, 성공한 자녀=훌륭한 자녀’란 등식이 맞기는 맞는 것일까./박건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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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폭풍 샤말 지면기사
'사막의 대서사시(大敍事詩)'라면 62년 데이비드 린(Lean)이 감독한 영화, 대사막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인물 로렌스(Lawrence)의 모험담을 그린 그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부터 연상할 올드 팬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막이란 육지에만 있는 건 아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 중심부의 바닷물 온도는 섭씨 25도로 거의 모든 생물이 살지 못한다. 그래선가 깊이 150m의 바다 속이 100m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청정 바다를 가리켜 '바다의 사막'이라 부른다.기원전 4천∼2천년까지만 해도 북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은 푸른 강이 흐르는 대초원이었다. 그런 추측 근거는 첫째 공룡 화석 등 각종 동물 화석 발견, 둘째 길이 수십m의 나무 화석, 즉 규화목(硅化木) 발견, 셋째 기원전 8천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들소, 코끼리 등 동물 그림이 알제리 남부 타실리 고원에서 발견된 점과 그 곳 무덤의 녹색 벽화 발견, 넷째 '타시리나제르' 즉 '강이 흐르는 초원'이라는 뜻의 지명이 사하라에 있는 점 등이다. 한데 무서운 건 지금도 그침 없는 초원의 사막화다.아무튼 그 '사하라(Sahara)'가 사막이라는 뜻이니까 '사하라 사막'이라고 하면 '사막 사막'이 돼버린다. 그런데 그 '사하라' 말고도 후식 디저트(dessert)에서 S자 하나가 빠진 영어 '데저트(desert)'도 있지만 아랍어의 '사막' 어휘가 '베도윈(bedowin)' '바디야(badiya)' 등 자그마치 90여가지나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만큼 사막화와 사막의 모래 폭풍에 익숙해져 있고 단련이 돼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데 그 사하라나 아라비아 사막을 휩쓰는 지옥 같은 모래 폭풍, 봄여름에 부는 모래 열풍을 아랍어로 '샤말(shamal)' 또는 '시문(simoon)'이라고 한다.지금 이라크의 미·영 연합군이 그 샤말 열풍, 시문 광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91년 전쟁 때도 그들의 첨단 장비를 못쓰게 만들고 시야를 차단했던 똑같은 광풍이다. 불교에서 일컫는 사막의 수호신은 '심사대장(深沙大將)'이다. 그에게 “살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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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틈새가… 지면기사
자유당 정권기인 1957년 8월 말,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경찰서에 일대 경사(?)가 났다. 소위 왕세자 이강석이 왕림한 것이다. 이강석이라면 당시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던 자유당의 제2인자 이기붕의 아들이자, 왕정시대 임금에 버금가던 대통령 이승만의 양자이다. 그야말로 ‘귀하고 귀하신 몸’이다. “영감님께서 여기까지 와주셔서 소인 한평생의 영광입니다.” 서장은 시장·군수와 더불어 온갖 극존칭을 써가며 지극정성으로 대접했다. 그 덕에 초호화판 경주관광을 마친 왕세자는 이웃 영주경찰서에 가서도 못지않은 칙사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왕세자의 호강은 기껏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아쉽게도 이강석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던 도지사에 의해 너무 일찍 가짜임이 들통난 것이다.가짜 이강석은 그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 이강석이 헌병의 뺨을 때리는 등 행패를 부리는데도 되레 맞은 쪽에서 절절매는 걸 보고 흉내 내본 것이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고도 한다. “권력이 그렇게 좋은 것인 줄 비로소 알았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한편의 코미디라 하겠지만, 당시의 독재정치와 권위주의의 부패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충분히 짐작케 해주는 사건이었다.그 후로도 비슷한 권력층 사칭 사건은 얼마든지 있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직 장관의 조카라고 으스대며 수백억원을 부정대출 받았다가 들통난 인물이 있었고, 기막힌 속임수로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주무르던 사기의 귀재(?)마저 청와대 과장을 사칭한 청소직원에게 거액을 안기며 청탁해온 코미디도 벌어졌었다. 그때는 분명 독재와 권위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던 자유당이나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었다.최근 청와대 참모진을 사칭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 청와대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핵심측근을 사칭하며 일부 공기업 및 산하단체장에게 이메일 요청을 한 인물이 있었는가 하면,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해 통관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인물도 있었다는 것이다.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는 인물들이 아직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도 틈새가 엿보이는 것인지…./박건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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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쟁의 야만성 지면기사
알렉산드로스의 정복전쟁으로 동·서양의 문명이 만났고, 로마의 영토확장 전쟁은 유럽문명에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중국이 오늘날 중화문화권을 형성한 것도 춘추전국 시대, 시황제의 진나라, 항우와 유방의 격돌 등 끊임없이 이어진 내전을 통해 광대한 대륙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결과다. 전쟁은 그 자체로는 야만이지만, 인류문명사의 관점에서 보면 문명과 문명 사이의 소통과 융합을 가능케 한 촉매였던 것이다. 야만과 문명은 전쟁의 두 얼굴인 셈이다.그러나 무기가 첨단화 한 20세기 들어 전쟁은 문명이라는 선한 얼굴을 잃어버렸다. 나치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고, '홀로코스트'(holocaust·대량학살)는 보스니아 내전·르완다 종족분쟁·캄보디아 내전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극단적인 인간의 광기를 증명하고 있다. 창칼을 들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던 과거의 전쟁이 야만을 수반한 판타지였다면, 현대의 전쟁은 첨단무기로 중무장한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독재자의 권력보호를 위해 대량살상을 동반하는 야만의 결정체일 뿐이다. 분서갱유로 역사적 야만의 상징이 된 진시황도 갱(坑)한 유학자들의 머릿수가 고작 450여명 정도였다.이번 이라크 전쟁은 사상 첫 스마트 전쟁(smart war)이라고 한다. 첨단 디지털 무기를 동원해 목표만을 정확하게 공격,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을 무력화시키는 21세기형 전쟁이라는 것이다. 개전 초기에 스마트 전쟁은 현실이었다. 위성과 GPS로 유도되는 미사일들이 바그다드 시내를 선택적으로 폭격함으로써 '충격과 공포 작전' 그대로 후세인 정권을 조기에 끝장낼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전황 보도를 종합하면 미·영 연합군의 진격 속도가 주춤하면서 바그다드 시가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스마트 전쟁도 국민을 인간방패로 앞세운 후세인 정권의 골목길 전쟁에는 무력한 모양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듯 미국 부시 대통령이 '결정적 무력'(핵폭탄)의 사용을 언급했다. 심리전 차원이겠지만 혹시라도 바그다드에 핵폭탄을 사용하거나 무자비한 융단폭격을 가할 경우 미국은 가뜩이나 명분없는 이번 전쟁을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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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후세인 지면기사
케네디 옆얼굴을 닮은 클린턴은 닮은 덕을 별로 본 것 같지 않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큼직한 눈알을 굴리며 노려보는 요정 도비를 닮았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 영화나 책과는 별로 친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국가 원수를 닮아 시쳇말로 뜨거나 가라앉은 스타는 꽤 있다. 중국엔 마오쩌둥(毛澤東)을 빼닮은 귀유라는 배우가 있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와 널찍한 이마, 창백한 얼굴, 입술 밑에 붙은 가짜 사마귀까지 '붕어빵'인 그는 30여편의 영화에 마오(毛)로 출연, 톱스타가 됐다. 이마에 엎지른 갈색 페인트 같은 어루러기까지 고르바초프를 닮은 미국의 부동산 소개업자 로널드 내프는 맥주와 케첩 광고 모델로 떴고 '가짜 김정일' 2명도 지체가 딴판으로 달라졌다.한데 전두환을 닮은 어느 TV 탤런트는 한 때 출연 길조차 막혀버렸다. 사담 후세인의 '판화(版畵)'들은 어떤가. 그의 언론 플레이 대역인 이라크 관영 TV 앵커 미크다드 무라드 외에도 '최소 3명'이라는 게 작년 9월26일 ZDF 독일 공영 TV의 보도였다. '유사 후세인'이라는 책을 봐도 그렇다. 19년간 '가짜 후세인'이었다가 미국 정보부와 쿠르드 반군의 도움으로 탈출한 저자 미카일 라마단은 납치→흉내 훈련→성형수술→활동 내용 등을 상세히 적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988∼2002년 후세인은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아랍의 유명 시사주간지 '알마잘라' 3월 첫 호에서 독일의 디터 부만 박사가 주장한 바였다. 그러니까 20일 오후 대미 항전을 호소한 TV 속 후세인도 가짜였을 것이고 미 CIA 분석 결과 목소리는 맞다니까 '입술 연기'만을 했을지도 모른다.아무튼 1991년에 이어 이번 전쟁 역시 머리카락 보일라, 콧수염 보일라 꼭꼭 숨은 진짜 술래 '진짜 후세인' 색출하기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하루 6천억원의 전비(戰費)를 사막에 쏟아 붓는 것은 그의 몸값이 그만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사상 최대라는 증거가 아닌가. 반대로 이라크가 연합군 사살 보상금으로 내건 1천만원은 너무 낮은 몸값이 아닌가. 이래저래 슬프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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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지면기사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 물이 남아돌던 시절, 물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어찌 보면 사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이 금보다 귀한 날이 오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선각자일지 모른다. 실제 물부족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구는 나날이 늘고 물은 점점 줄고 있다.지구상 물의 총량은 13억8천500만㎥.이 중 97.4%는 바닷물 등 짠물이고 담수는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은 빙하나 지하수이고 호수나 하천 등 곧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지구상 전체 물의 0.0072%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8개국이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쿠웨이트의 경우 이란으로부터 하루 20만t의 물을 수입하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바이칼 호수의 물이 페트병에 담겨 팔리고 있다.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물을 그대로 먹지 못하는 나라다.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해 벨기에, 남아공화국 등 12개국도 이미 지난 90년에 UN에 의해 물 부족국가군으로 분류됐다. 우리도 이대로 가다간 중국 등지로부터 물을 사다 마셔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런데도 우리의 물소비는 '물 쓰듯' 하고 있다. 이제 정말 '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없어져야 한다. 물의 소중함과 이를 아끼기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인 것이다.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3천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물이 없어 숨지는 어린이만도 하루 평균 5천명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산하 NIC도 ‘2000년 세계 물동향보고서’에서 2015년 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명 이상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 부족은 또 곡물생산의 감소를 가져와 세계적 식량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20세기 국가간 분쟁의 주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분쟁의 원인이 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우리 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물소비량은 지난해말 기준 395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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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시대 지면기사
30~40년 전 TV가 미처 대중화되지 못했던 시절, 어쩌다 한 집에서 TV수상기를 마련하면 그집 안방은 아예 그 동네 마실방이 되곤 했다. 조그만 상자 속에 집과 산과 강이 보이고, 사람들이 나와 말도 하고 노래도 하고 웃고 운다. 한마디로 요술상자였고, 그것이 하도 신기하고 재미있어 동네 꼬마들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염체불구 모여든다. 마을회관 노인정 등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들었고,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히 이야기꽃이 피고 풋풋한 정이 오갔다. 하지만 그런 시절도 잠시, 곧 이어 TV가 흔해지면서 이집 저집 들어오게 되자 양상은 정반대로 바뀐다. 이웃이 굳이 한 곳에 모일 이유가 없어졌고, 그나마 가족끼리 TV 앞에 모여앉는다 해도 대화가 차츰 뜸해지지 시작했다. 너도 나도 TV속에 푹 빠져들다 보니 가족간 대화자체가 귀찮을 정도로 돼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TV는 이웃과 가족을 정으로 묶어주던 끈끈한 고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한술 더 뜨는 대화단절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가족들은 오랜 외출에서 돌아와도 서로 인사를 나눌 여유조차 없어졌다. 집에 들어서는 즉시 씻지도 않고 컴퓨터 앞으로 직행한다. 제각기 채팅하고 인터넷하고 전자오락 속에 빠져들다 보면 곁에 누가 있는 것조차 성가시다. 가족간 이야기꽃을 피우고 풋풋한 정을 나눈다는 건 그야말로 옛 이야기 속에서나 찾을 일이다. 심지어 컴퓨터와 PC통신 때문에 부부간에 또 부모와 자녀간에 다투지나 않는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이른바 정보화시대 사이버시대의 소산이다. 그나마 TV 전성시절엔 가족끼리 모여앉기라도 했었는데. 하긴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며 이미 핵가족화가 이뤄졌고, 이제 그보다도 한참 앞선 사이버시대다. 어짜피 ‘나홀로 인생’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섭섭해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그런데도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를 못하다. 그나마 사이버세대에겐 상대할 컴퓨터라도 있는데, 컴퓨터를 모르는 노인세대는 도대체 누굴 상대해야하나 싶어서다./박 건 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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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지면기사
6세기경 페르시아 사산(Sasan)왕조의 샤플리얄왕이 아내로부터 배신당하자 세상의 모든 여성을 증오, 결혼하는 여성마다 첫날밤만 치르고 죽여버린다. 그러자 한 대신의 어질고 착한 딸 세헤라자드가 자진해 왕과 결혼,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은 그 하회(下回)가 궁금해 신부를 죽이지 못하고 1천1밤이나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래서 '천일야화(千一夜話)'라 했고 아랍문학의 고전인 '아라비안나이트'가 그 원작이다. 한데 그 '천일야화'의 주요 무대가 바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다.바그다드 남쪽 85㎞의 바빌론시(市)를 현지에서는 '바벨(Babel)'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문'이라는 뜻이다. 노아의 홍수 뒤 하늘 끝까지 치쌓다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 무너진 바벨탑의 바벨,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그 현장이다. 그러니까 그 바벨시가 무너지면 이미 9세기경 티그리스강 연안에 인구 100만의 도시로 성장, 아랍문명의 중추이자 세계 교육의 중심지였던 바그다드의 통로만 막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문'이 닫힌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건 하나님의 노작(勞作)인 에덴동산 자리가 바로 이라크 북쪽 국경지대인 비행금지구역이라는 점이다.이런 바그다드에 현장감이 없더라도 퍼시 애들론 감독에 마리안느 자게브레히트와 잭 팔란스 주연의 88년 영화 '바그다드 카페'라고 하면 “아, 그 영화”할 것이다. 유황색이 주조(主調)인 화면에다 집도 차도 길도 뚱뚱한 주인공도 모두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사선(斜線) 촬영 기교, 그리고 '난 한 번도 못가져 본 걸 원해/ 인생에 길이 남는 걸/ 나쁜 건 하나도 없잖아/ 모든 게 마술이거든'…흙바람 소리에 휘감긴 채 암울한 기억의 통로로 파고드는 주제곡 '콜링 유(calling you)'는 어땠는가.'바그다드(Bagdad)'란 '신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그들이 기리는 '위대한 신의 선물'이 91년에 이어 또다시 미국과의 전쟁으로 지옥이 될 판이다. 1874년 일본이 처음 번역한 '아라비안나이트'가 '폭야 이야기(暴夜物語)'였듯이 온통 폭야에 작렬할 바그다드의 비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