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새 정부 명칭 지면기사

    제1공화국(자유당 정권), 제2공화국(민주당 정권), 제3공화국(박정희 군부정권), 제4공화국(유신정권), 제5공화국(전두환 신 군부정권), 제6공화국(노태우 정권), 문민정부(김영삼 정권),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권)…. 1948년 대한민국 탄생 이래 이어져온 우리 정부의 명칭들이다. 여기서 보듯 제1공화국에서 제6공화국까지는 숫자로 구분돼 있다. 또 명칭이 바뀌는 건 언제나 헌법개정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다. 다시 말해 개헌을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공화국 앞에 붙이는 숫자가 바뀌곤 했다.그러나 1993년에 시작된 새 정부부터는 더 이상 제 몇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다. 1960년 5·16 이후 30여년 지속되어온 군부 지배가 드디어 끝났다는 데서 나온 결과였다. 그때 새로 들어선 김영삼 정권은 제 몇 공화국 대신 ‘문민정부’라는 이름을 붙여 군부통치 종결의 역사적 의의를 담았다. 따라서 문민정부의 개막은 한국정치가 군부정권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뒤이어 1998년 새로 들어선 김대중 정권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새롭게 다진다는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보니 지금은 과연 제 몇 공화국인지 조금 아리송하기도 하다.며칠 있으면 또 새 정부가 들어선다. 그래서 대통령직 인수위는 새 정부 명칭을 공모했고, 총 4천200여건이 접수됐다. 그중 ‘희망의 정부’가 30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우리의 정부(237건), 열린정부(194건), 참여정부(172건) 등의 순이었다. 하나같이 나름대로 깊은 뜻을 지녔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이름들이라 여겨진다.과연 어느 이름이 붙여질까, 자못 기대 속에 심사숙고한 결과 마침내 ‘참여정부’로 확정됐다. ‘개혁’과 함께 새 시대의 화두인 폭넓은 ‘국민참여’를 국정운영의 기본 축으로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바야흐로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진정 이름에 걸맞는 새 정부가 되기를 새삼 희망을 안고 기대해 본다. / 박건영

  • 연탄(煉炭) 지면기사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탄은 겨울철 난방연료의 대표주자였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희미해질 무렵이면 집집 마다 양껏 연탄을 쌓아놓느라 부산을 떨었다. 여유 있는 집은 차떼기로, 없는 집은 연탄배달부의 지게로 져 날랐다. 이마저도 힘든 궁핍한 사람들은 그날 그날 낱장 연탄을 새끼줄에 매달아야만 했다. 연탄으로 구들을 데우고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구웠으니 겨울철 연탄은 난방에 취사에 없어서는 안될 서민들의 생명선이었던 것이다. 눈내린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연탄재가 뿌려졌고 그로 인해 낙상을 면한 이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물론 연탄은 수많은 부고(訃告)를 돌리기도 했다. 일산화탄소에 취해 유명을 달리한 고혼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다. 때로는 자살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으니 연탄은 생명의 불씨이자 저승길의 동반자이기도 했다.지금은 추억의 문고리를 따주는 상념의 열쇠에 불과하지만, 전성기의 연탄은 삶의 태도를 성찰하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했다. 달동네 서민들의 누추하지만 아름다운 삶의 서정을 그린 이철환의 '연탄길' 연작이 전자의 경우라면, 시인 안도현이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반쯤 깨진 연탄)'라고 노래한 것은 후자의 예라 할 수 있다. 그랬다. 반쯤 실패한 인간에게도 남에게 희망의 온기이기를 열망케 했던 그 시절의 연탄이었다.이렇듯 서민들 삶의 애환을 녹여냈던 연탄이 사양길에 접어든 건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을 전후해서다. 주거환경개선 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기름보일러가 대중화되면서 부터다. 대한제국 시절 부터 등장해 거의 한세기 동안 한민족의 구들장을 데워주던 연탄이 지금은 3D 연료로 천대 받는 시절이 된 것이다. 그나마 요즘 원예농가나 추억을 상술(商術)로 내세운 음식점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지만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수원역 부근에 있는 연탄공장이 40년만에 문을 닫게됐다고 한다. 경기남부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연탄공장이라는데, 이제 연탄 한장의 추억을 보듬으려면 부러 먼길을

  • 전쟁 본능 지면기사

    그리스 신화의 아테네(Athene)와 북유럽 신화의 오딘(Odin), 로마 신화의 여신 벨로나(Bellona)와 이집트 신화의 여신 세크메트(Sekhmet). 그들 '전쟁의 신'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문을 걸어 잠그고 이마를 맞대 이제 곧 터질 이라크 전쟁에서 몇 명이나 지옥으로 부를 것인가를 담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란 영국의 속담처럼 '죽음의 축연(祝宴)'이기 때문이다. 세개의 눈을 부라리며 삼지창(三枝槍)을 꼬나들고 있는 인도교(힌두교) 전쟁의 신 시바(Siva)는 어떤가. 두 눈은 걸프만 쪽을, 나머지 한 개의 눈은 한반도 쪽을 노려보고 있지 않을까. 아니지. 그도 진화해 10개, 100개의 눈으로 삼지창이 아닌 미사일과 핵폭탄을 받쳐들고 있을 것이다.지난 달 15일 앤젤 배체라는 세 살배기 꼬마가 너무나 애처로웠다. 미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기지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떠나는 해병 아빠를 붙들고 아무리 “전쟁하러 가지 말라”고 울어도 그는 떠나야 했고 세계적인 석학 촘스키 MIT 교수가 “전쟁은 미친 짓”이라며 꾸짖어도 크고 작은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연일 폭발한다. 숱한 평화주의자들이 10월 21일 '국제 반전(反戰) 데이'에 시위를 해도 효과는 없다. 왜 그런가. '전쟁의 목적은 평화'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쟁 이유 합리화보다는 다윈의 주장처럼 인간은 본시 '전쟁 본능'을 타고나기 때문이고 '호모 사피엔스(理性人)'이기 이전에 '호모 훈디톨(投石人)'이기 때문이다.다만 '죽음 없는 전쟁'의 실현만을 동화 속 공주처럼 꿈꿔 볼 따름이다. 첨단 화학물질, 생물공학, 초음파, 레이저 등을 이용, 적군을 무의식 상태에 빠뜨리고 적의 장비에 고장을 일으켜 승리로 이끈다는 게 오늘날의 첨단과학이 꿈꾸는 이른바 '죽음 없는 전쟁'이다. 또 지난 해 미국이 아프간 전쟁 때 첫선을 보인 로봇 병사의 대리전은 어떨까. 그러나 아직은 환상 쪽에 가깝다. 제발 전쟁 신들의 '한반도시나리오'가 취소되기를 바라고 모처럼 뻥 뚫린 남북간 관광 육로의 바람구멍(風穴)이 전쟁 신들의 입김 통로가 되지 않기만을 앙

  • 들고양이 불임시술 지면기사

    '고양이 앞에 쥐걸음' '고양이 달걀 굴리듯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 고양이를 비유한 속담이 꽤 많다. 그만큼 예로부터 사람과 친근했고 애완용으로 사랑받아온 증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들고양이들이 대도시 주택가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 인근 야산과 국립공원 심지어 대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서식하며 '작은 호랑이’로 군림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 이후 집에서 계속 버려지고 애완견에 밀려 버려진 고양이가 들고양이로 변해 주변을 놀라게 한다.특히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산을 끼고 있는 대학들일수록 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낮에는 산에 숨어지내다가 방이 되면 캠퍼스로 내려와 다람쥐, 비둘기, 까치는 물론 교내 연못의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또 학교 실험실에까지 침입해 대학이 식품 등의 보관과 출입문 통제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모 대학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보양탕 업소에 의뢰해 잡아가도록 하기도 했다.당장 우리 주변을 돌아보더라도 이들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음식쓰레기통을 뒤지고 쓰레기 봉투를 찢거나 헤쳐놓는 바람에 생활환경을 오염시킨다. 아끼던 애완동물이 이제 혐오동물로 둔갑해가고 있으니 이것도 격세지감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이들 들고양이는 공수병과 임산부의 유산을 유발시키는 톡스플라즈마라는 전염병을 옮길 우려까지 있으나 생태조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견디다 못한 지자체들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환경부가 유해동물로 지정한 만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구제사업을 벌이고 일반인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잡을 수 있지만 과천시가 아예 예산을 배정해 들고양이 불임시술에 나선 것이다. 들고양이를 포획해 수컷은 거세하고 암컷은 자궁 등을 들어내는 불임수술을 통해 번식을 억제키로 했다. 마리당 수술비 10만~15만원에다 동물보호소에서의 회복기간까지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포획과정이 비인간적이라면 동물애호가들의 항의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여하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해를 끼치는 동물들에게도 불임시술을 해주는 나라

  • 현대판 흑사병 지면기사

     흔히 서양 중세 봉건사회의 종말을 앞당긴 최대 사건으로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의 일종)을 꼽는다. 빠른 전염속도와 가공할 치사율이 당시의 사회구조를 붕괴시킬 정도였기 때문이다. 1346년경 크리미아 반도 남부 연안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사병은 불과 3~4년 사이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사망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그래서 불과 몇년 사이에 유럽의 인구는 3분의1 이상이 사라졌다. 일례로 프랑스 파리의 경우 총인구 15만에서 5만이 죽었다고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를 사람들은 서슴없이 ‘현대판 흑사병’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환자가 발견된 이래 불과 20여년 사이 자그마치 6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감염시켰고, 이중 2천200여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문란한 성풍조 확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 질병은 지난 84년 그 실체가 규명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치료제가 없다. 에이즈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곳은 아프리카로 총인구의 15~36%가 이 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는 이곳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쳐 하루에도 1만6천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6~7년 후면 감염자가 무려 1천만명에 이르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난 1985년 처음 감염자가 발견된 이래 98년까지 연간 100명 안팎에 머무는 등 비교적 감염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그러나 99년 이후 200명으로 배가 늘더니 급기야 작년 한해엔 400명으로 급증, 전체 감염자 수가 2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 돼가고 있다. 중세의 흑사병은 발병원인과 치료법을 몰랐었기에 속절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반면 에이즈는 비록 치료제가 없어도 실체는 밝혀졌다. 따라서 조심만 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게 쉽지를 않다. 문란한 성풍조 확산과 퇴폐·향락산업의 번창 등 에이즈 번성을 부추기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두렵다. 박 건 영〈논설위원〉

  • 해외 골프 지면기사

     팔자 좋은 사람도 많다. 작년에 해외로 골프 치러 나간 사람이 9만3천135명으로 2001년보다 70.3%나 늘었다는 게 관세청 통계다. 그것도 세관에 골프채 반출 신고를 하고 나간 사람만 그렇다니까 신고하지 않은 골퍼까지 합하면 갑절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1∼2월에 많다니까 그들에겐 신년도 설도 없고 고향, 뿌리, 형제자매, 차례, 세배, 덕담 등도 모두가 성가실라 한데 뭉뚱그려 대문간 신발장 위에 고이 얹어두고 나간 골프 마니아가 분명하다.하늘에서 무너져 내린 듯한 구름 같은 갤러리(관중)는 빼더라도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게 골프 광(狂)이다. 작년 5월 89세로 세상을 뜬 샘 스니드, 1937년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를 3번이나 제패하는 등 PGA 통산 최다인 81승을 거둔 '골프의 전설' 스니드를 비롯해 최연장자 바이런 넬슨 등만이 골프 광은 아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작년 2월7일 “국왕이 되면 골프를 칠 시간이 없어 결코 그 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다”고 말해 '골프>국왕'이라는 기가 막힐 마크를 창출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운동'이라며 골프 광 아이젠하워 등을 경시했던 장쩌민(江澤民)이 99년 5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골프를 시작한 것도 당연한 일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홀인원 기록만 5번이라는 것도 괴상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골프 발상지 영국과 18홀 정규 골프장만도 1만5천을 헤아리는 미국 등만 골프 마니아 국가는 아니다. 없을 것 같은 평양에도 있다는 게 골프장과 골프 광이다. 골프 사고 따위엔 아예 무관심들인가 싶다. 워밍업 없이 안이하게 1번 홀을 개시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이른바 '1번 홀 협심증'이나 너무 힘을 준 무리한 스윙 순간 목 동맥이 손상,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돌연사를 비롯해 타구에 머리를 맞아 죽거나 눈에 맞아 실명을 하는 등의 사고다. 골프 광증(狂症)이 대영제국의 몰락 원인이었다는 설도 들릴 리 없다.경계해야 할 것은 돈 많은 사람들의 '흥청망청 분위기' 고양(高揚)이다. 더구나 그 많은 골프 연습장도 모자라 화재 등 유사시에 활용이 어려운 빌딩

  • 금연환경 지면기사

    “우리 국민의 금연(禁煙)운동은 이미 80년 전에 시작됐다.” 경남 진주시의 한 향토사학자가 펼친 주장이다. 엊그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1921년 동아일보 진주지국장 김의진 선생이 진주청년회관에서 처음 금연에 대한 강연을 했고, 1923년 1월 신년강연회 때 본격적인 금연계몽을 시작했다. 또 같은 해 1월29일 진주여성금연동맹회 창립총회가 개최됐으며, 그해 2월9일자 동아일보에 전국 최초의 여성금연단체가 조직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의 말이 모두 맞는다면 어쩌면 우리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연운동을 시작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하지만 긴 금연운동 역사가 차라리 무색하리만큼 우리 국민의 금연 상황은 결코 좋다고 할 형편이 못된다. 지금 우리 나라 남자 성인의 흡연율은 무려 70%에 가까워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청소년 및 여성들의 ‘흡연 전염병’까지 급속히 번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오죽하면 몇달 전엔 국회의원들이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애연가들의 반발이 결코 녹녹찮기 때문이다.그런데 중앙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 부탄(Bhutan)이 곧 세계 최초로 금연국가가 되리란 소식이다. 한국의 절반 정도 넓이에 인구 209만여명의 이 소왕국은 현재 전국 20개 행정구역 가운데 이미 18개 구역에서 담배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정부의 강력한 주도와 국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호응이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자못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물론 그곳이라고 애연가들의 반발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담배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흡연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같이 소국이면서 무료 보건정책을 펴는 나라가 국민들의 나쁜 습관까지 보조할 수는 없다.”이쯤 되니 애연가들이 제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반박할 말이 별로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한편으론 우리의 금연운동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 철갑상어 지면기사

     철갑상어는 뭇 바다생물 중 으뜸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공룡시대부터 2억5천만년을 이어온 살아있는 화석이자 100년을 사는 장수어로 유명한 철갑상어를 영국왕 에드워드 2세는 로열피쉬로 명명했고, 중국 황실에서는 황어(煌魚)로 일컬었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은 유배지인 자산(玆山, 지금의 흑산도)의 수산생물을 기록한 '자산어보'에 금린사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적어 놓았다. 연골어류인 일반 상어와 달리 경골어류는 철갑상어는 그 성품이 군자다워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캐비어는 바로 이 철갑상어의 알을 절인 염장식품이다. 영어에 '평민입에 캐비어(caviar to the general)'란 속담이 있는데 우리의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와 마찬가지로 전혀 격에 어울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귀족형 진미(珍味)로 널리 알려진 캐비어는 높은 가격으로도 악명이 높다. 카스피해 연안산 최고급 캐비어는 7온스(약198.5g) 짜리 캔 하나에 514달러나 한다. 세계적인 남획으로 철갑상어의 씨가 마를 위기에 처한데다, 최소 4년 최장 15년이 되어야만 알을 배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금값이 된 것이다. 유엔 환경보호기구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캐비어 생산국에 수출쿼터를 배정하는 등 남획을 방지하고 있지만, 캐비어 노다지에 혈안이 된 러시안 마피아들이 불법어획에 앞장서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에 유통중인 캐비어의 80%가 불법생산품인 실정이다.최근 경기도 내수면시험장에서 러시아산 철갑상어 인공종묘(치어)의 대량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2~3년이면 일반양식을 통한 캐비어의 유통 및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시험장 관계자의 전망이다. 치어를 방류해 우리 연근해에서 사라진 철갑상어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종(種)의 다양성 보존' 차원에서 반길 일이다. 그러나 천박한 명품관을 가진 우리의 부유층이 캐비어 열풍을 불러일으켜 서민들의 가슴을 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얼마전 입주를 마친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 안에 최고급 식품명품관이 들어선 걸 보면 괜한 시샘

  • 우주선 폭발 지면기사

    무엄하고도 방자하기 그지없는 명칭이 '인공위성(artificial satellite)'이다. 천지창조주의 작품인 위성을 감히 인간이 만든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천지창조주 흉내에 불과하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건 하나의 작은 '모형 위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모조(模造) 위성'일뿐 '인공 위성'은 아니다. 지구의 위성인 달만 하더라도 반지름이 1천738㎞에다 지구의 약 50분의 1 크기가 아닌가. 그런 '제2의 달'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풍에 밀려 떠가는 돛단배라도 연상할지 모르지만 '우주선(space ship)' 또한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냥 '우주 물체' '우주 항공기'쯤이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86년 1월28일 발사 도중 폭발한 '챌린저(challenger)호'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명칭이다. 천지창조주의 대작인 대우주에 감히 '도전자'로 뜨다니! '챌린저호'와는 반대로 착륙 몇 분 전에 폭발해 17년 전 그 때와 똑같이 행운의 숫자 7도 무색하게 승무원 7명이 몰사한 이번 '콜럼비아호'만 해도 이탈리아 '항공인'이 아닌 항해가 콜럼버스에서 따온 이름이라면 그 역시 적절치 못하다. 작년 3월 발사한 중국의 세 번째 무인 우주선 '신의 배(神舟)' 또한 발사 센터 이름인 酒泉부터가 엉뚱한데다 신의 노여움을 사기 딱 좋은 이름이다. 94년 4월의 중국 최초 정지 기상위성 '風雲 2호'나 2004년 발사 예정인 일본의 첫 우주 스테이션 '기보(희망)' 등이 적절하고도 로맨틱하고 괜찮은 이름일지 모른다.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 비행에 성공한 게 이미 40여년 전인 61년이었다. 이제 국가간 우주 개척 경쟁에 가속이 붙었다. 90년 12월엔 일본 TBS(東京放送)의 아키야마(秋山豊寬)가 첫 우주 특파원으로 소련 우주선 소유즈에 탑승했고 2001년 4월엔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가 2천만달러(약 240억원)를 내고 첫 우주 관광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우리도 우리별 1호를 92년 8월에 발사한 바 있다. 그런데 '우주 정복'이나 '도전' 등 겁 없는 방자함보다는 보다 낮은 겸손

  • 歸鄕 지면기사

    짐승과 새들도 고향을 그린다.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로 향한다(首邱初心)고 했고 호마(胡馬)는 늘 북풍을 향해 서는가 하면 남쪽 월(越)나라에서 온 새는 나무에 앉아도 남향한 가지만 골라 앉는다고 한다. 그러니 하물며 사람이랴.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 꽃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 하얗게 피는 곳…' 시인 노천명(盧天命)의 이런 망향(望鄕)의 시가 아니더라도 인간에겐 누구나 향수가 있게 마련이다.그런데 왜 목화 꽃 곱고 메밀꽃 새하얀 고향을 그릴 때도, 뽕나무와 가래나무가 우거진 향리(桑梓之鄕)를 그리워할 때도 '향상(鄕想)'이라 하지 않고 '근심 수'자를 달아 '향수(鄕愁)'라 말하는가. '고향=근심'이란 뜻인가. 아니, 그냥 근심 정도가 아니다. 영어의 노스탤지어(nostalgia)는 '되돌아감'과 '아픔'이 합쳐진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고향을 그리는 향수란 곧 병(病)의 일종인 향수병, 회향병(homesick)인 것이다. 한데 향수를 그토록 병으로 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야 문뜩 고향만 떠올리면 무언가 뭉클하게 가슴부터 차 오르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기 때문이고 무성했던 가지 끝 잎새들이 앞다투듯 낙엽져 뿌리로 돌아가듯 흙으로, 뿌리로 돌아가는 연습을 은연중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뿔뿔이 낙엽처럼 타향 땅에 흩뿌려졌던 가족들이 뿌리라는 구심점을 향해 모여드는 설 귀향 연휴가 내일부터다. 그런데 신정이 보통 1주일∼열흘씩 노는 일본의 최대 명절이라면 구정인 설의 대표적인 나라는 우리보다는 역시 13억 인구의 중국이다. 그들이 설(천지에→春節) 명절에 장장 열흘∼2주일씩 쉬는 까닭은 고향에 가는 데만도 보통 몇날 몇밤을 꼬박 열차로 지새워야 하기 때문이다. 고향을 뿌리(부모)의 집이 있는 시골(家鄕), 고향집을 '늙은 집(老家)'이라 부르는 것도 그들답다. 우리는 어쩌랴. 끽해야 반나절이면 한반도 우리 땅 어디든 고향 '늙은 집'에 가 닿을 수 있는데도 못 가는 실향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