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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지면기사
소크라테스가 죽음의 독배를 마신 후에도 ‘빚진 닭 한 마리’를 걱정했다는 이야기엔 ‘빚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갚아야 한다’는 소박한 교훈이 담겨 있다. 또한 ‘빚을 제때 갚지 못해 하마터면 살 한 파운드를 떼어내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는 빚을 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18세기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두번째 죄악은 거짓말이요, 첫번째 죄악은 빚을 지는 것이다.”하지만 같은 빚이라도 허생(許生)의 경우에 이르면 사뭇 양상이 달라진다. ‘하루 세끼 피죽도 못끓일 만큼 가난한 선비 허생이 배짱 좋고 운 좋게도 장안의 이름난 갑부에게서 자그마치 10만금이라는 거금을 빌린다. 그리고 이를 밑천으로 장사를 해 큰 돈을 번뒤, 원금을 두배로 갚고도 거액이 남아 수많은 극빈자들을 도와준다.’ 이쯤되면 빚을 진다는 게 반드시 무섭고 나쁜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장롱 밑바닥에서 썩어날 돈을 끄집어내 크게 활용한 셈이니 되레 권장해야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 빚이란 분명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된다.몇달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신용평가기관 모건 스탠리사가 자못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가계빚에 신용 버블(거품)이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조만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계대출 비중이 최고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굳이 이런 경고가 아니라도 지금 우리의 가계빚은 분명 심상찮은 수준에 와 있다. 총액이 자그마치 474조원에 달해 가구당 평균 3천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IMF 한파가 한창 몰아닥쳤던 지난 1997년 말의 211조원 보다도 배가 훨씬 넘는 액수라 한다.그런데도 경제에 활력이 붙었다는 말 보다는 갈수록 침체된다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신용불량자가 급증, 그 구제책을 고민하기도 한다. 분명 허생 식 ‘경제활력의 빚’은 아닌듯 싶다. 무분별한 외채 증가는 혹독한 IMF 한파를 몰아왔었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가계빚 증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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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공화국 지면기사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뇌의 폭풍우'다. 하지만 정신착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한 가지 현안(懸案)을 놓고 마치 뇌가 빗발치듯 열띤 토론을 벌여 독창적이고도 특출한 아이디어를 추출(抽出)하는 방식이다. 민주주의가 2천500년 전 그리스의 탁월한 정치 유산으로 명기(明記)되는 이유는 '이성(理性)+토론+다수결' 원칙에 의한 통치 방법, 즉 브레인 스토밍을 훌륭히 활용했던 데 있다. 그 토론문화의 원점이 바로 그리스 최고(最古)의 도시 아르고스(Argos)를 비롯한 100개가 넘는 폴리스 스테이트(도시국가) 중에서도 아테네였고 그 중에서도 파르테논신전을 바라보는 아크로폴리스광장이었다.한데 아크로폴리스의 아크로(akro)가 '높다'는 뜻이듯이 아크로폴리스광장은 원래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한 바위로 된 천연의 요새였다. 그 격렬하지만 이성적인 민주주의 '브레인 스토밍' 광장을 그리 높게 만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브레인 스톰(brain storm)'이 정신착란을 뜻하듯이 고도의 생산적인 지식과 이성의 바탕 없이 '마구잡이 토끼'식 토론을 벌였을 경우 그 감당키 어려운 소모성 폐해를 암시했던 건 아닐까. 다시 말해 그다지 명도(明度) 높지 못한 머리들의 저질 토론이란 5명이 했을 때 5×5의 이른바 시너지(相乘)효과보다는 5÷5의 상제(相除)효과를 초래하기가 십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민주주의에 필수 불가결한 게 토론이다. 학습에 있어서도 '버즈 학습(buzz session)'이 효과적인 것은 검증이 끝난 지 오래다. '버즈 세션'이란 마치 벌들이 윙윙거리듯이 활발하게 개회, 토론을 벌인다는 뜻이듯이 강사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닌 소수 수강자의 토론 학습 방식이다. 다만 '토론'이라는 용어만은 적절치 못하다. '공비 토벌'이라고 할 때의 그 '칠 토(討)' '공격할 토'자의 '토론'은 디스커션, 디베이트보다는 시비에 가까운 아규먼트(argument)와 디스퓨트(dispute)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토론'보다는 '논의' '협의'가 낫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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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록 지면기사
조선은 분명 왕정국가였지만, 왕이라고 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던 건 아니다. 국왕의 독주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거미줄처럼 짜여 있었던 것이다. 우선 국정 총괄기구인 의정부와 그 휘하 행정집행기구인 육조가 있어 이들의 합의가 없으면 왕이라도 마음대로 국가정책을 결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왕에 대한 비판을 맡았던 사간원, 관리들의 비행을 규찰하는 사헌부가 통합적으로 운영되어 왕권을 견제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실록편찬이 있었다. 조선시대엔 왕이 죽으면 곧바로 그의 실록을 편찬했다. 그때 이용된 자료는 정부 각 기관에서 보고한 문서를 비롯, 승정원 일기 등 실로 다양했다. 그러나 특히 핵심적인 자료는 사관(史官)이 기록한 사초(史草)였다. 사관은 왕의 언행을 낱낱이 기록하기 위해 늘상 왕 옆에 붙어다녔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여 왕과 신하들이 논의하고 처리하는 내용을 일일이 기록했다. 최고 권력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왕에 대한 큰 제약이었으리라. 실록편찬은 사실의 신빙성을 최대한 보호하는 역사기록 과정이었다.2년여 전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초기 국정일지가 발견돼 모처럼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사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곧 이어 접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건국 반세기 동안 30년 가까운 기간의 기록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박 전대통령의 사료도 그때 발견된 것 외엔 그 이후 69~79년의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밖에 여러 전대통령들의 사료도 대부분 폐기됐거나 사저로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남아 있다는 노태우·김영삼 전대통령의 사료도 거의가 공개행사와 연설문 등 언론에 보도된 내용뿐이었다고 했다. 통치자의 실감나고 진솔한 대화기록 등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의식이 희박했던 것인지, 아니면 감추고 싶은 게 그렇게도 많았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실망은 너무도 컸다.이제 한달여만 있으면 또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그래서 자못 궁금해진다. 지난 5년간의 사료는 과연 어찌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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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전성시대 지면기사
지난 토요일 로또복권 추첨에서 국내 복권발행 역사상 최고액인 65억7천만원의 당첨자가 나왔다고 해서 세상이 소란스럽다. 814만분의 1의 확률을 뚫어낸 이 억세게 운좋은 사람은 22%의 세금을 제하고도 51억2천만원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다니, 살아가다 주운 행운이라기보다는 숙명이라 할 만하다. 물론 당첨자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낙첨자들의 한숨과 비탄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자기를 비켜간 '대박의 숙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좌절을 느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복권은 그 유래가 공공사업과 공익사업을 위한 것으로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최초로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복권발행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나 공공기관의 전매사업처럼 유행해 21세기에도 가장 각광받는 사업으로 주목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21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7천10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의 경우 국민 1인당 복권구입액이 50만원가량으로 시장 규모는 9조달러, 영국은 7조2천400만달러, 프랑스는 6조2천7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자연히 당첨금의 규모도 차이가 엄청나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3명이 3억2천500만달러(약 4천300억원)에 공동 당첨됐는데, 우리의 65억원은 세금에나 미칠는지….이렇듯 서민들의 주머니 돈을 추렴해 공공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몇 명에게 대박의 행운을 안겨주는 복권제도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복권 마니아가 늘어날수록 공공재화가 확대되는 측면은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당첨금액이 높아지면서 불어대는 대박광풍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직장마다 '로또계'가 결성되고 복권구입비용이 확대되면서, 사회가 온통 대박을 터트린 자에 대한 화제와 대박을 쫓는 사람들의 열기에 휩싸인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복권에 대한 기대가 애초의 목적대로 공익의 확충에 부조하는 대신 행운을 나누어 갖는다는 선에서 자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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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개 국가의 쇼 지면기사
지난 12월25일 로이터통신 보도가 꽤 모욕적이었다. 핵 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북한의 행위가 “마치 스트립쇼 같다”고 미 행정 당국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NPT(핵불확산조약) 탈퇴에다가 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까지 천명한 북한의 '스트립쇼 공연'은 지금 어느 단계라는 것인가. 그 잎사귀 하나만한 아슬아슬한 마지막 의상마저 홀랑 벗어 객석에 집어던질 폼이라는 것인가 무엇인가. 절묘한 것은 그 1주일 뒤인 1월3일자 영국 BBC방송의 '진짜 스트립쇼' 보도였다. 중국 공안 당국이 퇴폐 음란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이트쇼, 극장 등에 스트립쇼 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두 스트립쇼의 성격은 분명 다른데도 이상하게 오버랩돼 헷갈리는 까닭은 무엇인가.미국 알래스카주(152만㎢)의 7분의 1에 불과한 한반도를 그나마 반으로 잘라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라 부른다. 일본과 중국의 북한 호칭도 '조선인민공화국' 대신 '기타 조센(북조선)' '베이칸(北韓)'이다. 남북이 각각 '반(半) 나라' '반쪽 국가' '0.5개 국가'라는 것이다. 남북 국가 원수도 '킴대중, 킴정일'(미국), '기무데준, 기무존이루'(일본)로 불리고 중국서는 '진따이중, 진젱이(Jinzhengyi)'다. 중국어에선 '김(金)'이 아닌 '금'이다. 그 '기무존이루, 진젱이' 북한 국방위원장이 13일 오늘 자 '타임'지와 '뉴스위크'지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그러니까 한반도 북쪽 0.5개 국가 북한이 요즘 눈만 뜨면 전세계 언론에 톱 뉴스를 제공하는 인기 최고 국가, 최고 스타 국가로 부상, 전세계의 주목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인가 무엇인가. 한데 이라크보다도 '더 큰 위험(The bigger threat)'이니 '악마(evil)'이니 하는 잡지 표지 표현처럼 결코 '스트립쇼' 운운의 희화(戱畵)거리로만 지나칠 수는 없다는 게 세계 각국의 반응이다. 지난 10일 밤 일본의 NHK 10시 뉴스는 북한의 NPT 탈퇴를 톱으로 장장 30분을 보도했다. 그걸 본 가슴들이라면 모두가 오그라들어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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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100주년 지면기사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03년 1월12일 밤, 우리나라 사람 102명(남자 56, 여자 21, 어린이 13, 유아 12명)이 낯선 미국령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도착, 13일 새벽 하와이 땅을 밟았다. 인천항을 떠나 일본을 거쳐 열흘간의 긴 항해 끝에 미지의 세계에 무작정 발을 디딘 것이다. 1620년 청교도 등 102명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본토에 내렸던 것처럼. 이로써 한국인들의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다.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그 이민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사탕수수밭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중노동을 하면서 받은 불과 60센트의 하루 품삯 가운데 30%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은 애국자들이었다. 새로운 개척의 역사를 열어준 것 말고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물질로, 정신적으로 성원을 보낸 이들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2차대전, 6·25 한국전쟁 등 암울했던 조국의 현실을 머나먼 이국 땅에서 지켜봐야 했기에 더욱 마음 아픈 그들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틈도 없이 사탕수수밭 땡볕에서 노동한 남자들, 남편될 사람의 사진만을 달랑 든 채로 하와이를 찾은 '사진 신부'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군을 따라 나선 이른바 '평화부인'들. 그러나 모두가 교육열 높고,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한민족들이었다. 그 결과 아시아계에서 최초로 한인 하와이 연방법원 판사와 하와이섬 시장, 경찰국장, 변호사 등을 대거 배출해 위상을 높였다. 인천에는 대학도 세웠다. 교민회가 현지 기독학원 부지를 팔아 기금을 한국에 보내면서 1954년 인하(仁荷)공과대학이 설립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민 출발지인 '인천'의 '인'자와 하와이의 '하'자를 따 인하대학교로 이름지은 것이다. 12~13일 사이 한국과 미국 현지에서는 100주년 기념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불과 102명으로 하와이에 첫 발을 디딘 미국이민. 현재 미국 국적 취득자가 107만명이라니 꼭 100년만에 약 1만배가 늘었다. 청교도 만큼이나 고생했고 한민족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떨치도록 문을 열어준 개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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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몰라서일까 지면기사
19세기 초 서양인이 처음 그렸다는 ‘한국인 상상도’를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부부 모습이었는데 실로 가관이었다. 남녀 모두 옷 대신 굵은 줄무늬가 진 천으로 아무렇게나 몸을 둘둘 감고 있었고, 그나마 여자는 가슴을 모두 드러낸 반라(半裸)였다. 여자 머리 위엔 삼지창처럼 삐죽삐죽한 게 장식으로 얹혀 있기도 했다. 언뜻 서부영화에 자주 나오는 인디언과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 ‘파란 눈에 비친 하얀 조선’에서 옮겨실은 것이라 했다.사실 100여년 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무기력하고 나태한 미개인이었다 한다. 오랜 쇄국 탓에 그들이 뽐내던 소위 근대화에 서툰 게 미개인처럼 보였을 것이고, 대체로 가난하면서도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 되레 무기력하고 게으르게 비쳐졌는지도 모르겠다.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아마도 한국전쟁으로 그 절정을 이루게되지 않았나 싶다. 초토화된 산하, 전쟁이 가져다준 공포와 궁핍에 시달리는 피란민들의 모습이 결코 좋게 보였을 리 없었으리라.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은 모두 추한 거지이거나 짐승우리 같은 움막에 사는 문명화되지 못한 미개인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참전 미군병사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이제 한국은 더 이상 쇄국을 고집하지도 않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도 아니다. IMF를 겪었지만 여전히 세계 11위의 경제국이다. 나름대로 빼어난 문화 예술을 자부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보유율과 초고속 인터넷 접속률 등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한번 잘못 새겨진 이미지는 좀처럼 씻겨지기 어려운 모양이다. 여전히 한국이라면 비하부터 하려드는 서구인들이 적지않아 우리를 당혹케 한다. 20여년 전 주한 미군사령관의 ‘들쥐론’이나 요즘 한창 논란을 빚는 영화 ‘007 어나더데이’ 등도 다 그런데서 비롯된 망발이다.진정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뿌리깊은 백인우월주의가 빚는 오만인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어쩌면 옹고집 같기도 하고. 이유야 어떻든 그들이 즐겨부르는 ‘세계는 하나(We are the world)’만 마냥 겉돌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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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지면기사
요즘 '러시아의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불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기가 자못 상종가다. 그 물증은 증권회사의 전광판이 아닌 팬레터만으로도 족하다. 그가 지난 12월 셋째주에 받은 편지 겸 연하장은 1만350통. 그 다음 주부터 신년 첫 주까지 받은 순수 연하장만도 수만 통이었다는 게 '프라우다 데일리'와 '러시아 투데이'지의 엊그제 보도였다.그러나 '연하장 대국'이라면 역시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이 49년부터 발매한 '오토시다마(신년 선물)' 경품부(附) 연하엽서만도 88년 연말에 36억9천만장이었던 것이 90년 연말엔 사상 최고인 39억200만장에 달했다. 그 엄청난 연하엽서는 89년 한 해만 히로히토(裕仁)왕의 질병에 대한 자숙과 '통석(痛惜)의 염(念)'으로 매진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 일본인의 연하장은 근년 들어 주춤했지만 지난 12월 3년만에 다시 증가해 직장인 1인 평균 61장이나 보냈다는 게 지난 연말 한 문구 메이커의 조사 결과였다. 전지(全紙) 크기 등 규격도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연하장은 94년 정초 호소카와(細川) 총리가 어느 사진작가로부터 받은 가로 23m, 세로 15m짜리였다. 한데 일본의 연하장은 연말에 모아 1월1일부 소인과 함께 초하룻날 배달하는 게 1899년 메이지(明治) 32년 이래의 전통이다.한자문화권은 고대 중국의 주(周)부터, 서양 쪽은 15세기 독일부터였다는 게 정설이고 크리스마스 카드에 신년 인사를 겸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하지만 연하장이라면 일본처럼 정초에 받는 게 정상이다. 우리나라에도 89년 12월13일 여의도 우체국에 무려 15만통이나 접수시킨 국회의원이 '계셨을' 정도로 연하장 붐은 대단했지만 근래에 대폭 줄어든 것은 e메일과 휴대폰 메시지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보낸 금년 연하장만은 대폭 늘어났다니 놀랍다. 그것도 전에는 일부 시민단체에만 보냈던 게 이번엔 다수 개인에게도 보냈고 내용도 단순한 신년인사가 아니라 '민족 공조'를 절규, 호소하는 것이라니 만감(萬感)까지는 몰라도 백감(百感)이 뒤얽히는 사안이 아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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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모습 지면기사
서양인들은 ‘절세의 미인’하면 으레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30년)를 서슴없이 꼽는다. 하기야 당시 세기의 영웅이라던 케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 정신을 못차릴 만큼 푹 빠지게 만든 여인이었으니 상당한 미모를 지녔으리란 추측이 가긴 한다. 오죽하면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모습이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물론 약간 과장된 표현이겠으나 그만큼 클레오파트라가 절세의 미녀였음을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여겨진다.그런데 2년 전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사뭇 놀라운 보도를 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사실은 키가 작고 뚱뚱했으며 초라한 모습에 치아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때 대영박물관에서 열린 클레오파트라 전시회에 공개된 그녀의 11개 상에 의해 밝혀졌다고 했다. 하도 기대 밖이라 다소 실망한 이들도 있을 듯싶다.얼마 전엔 CNN 인터넷판이 또 다른 놀라운 일을 보도했다. ‘넓고 투박한 농부의 얼굴에 짙은 올리브색(황록색)피부, 짧은 고수머리, 툭 튀어나온 코…’. 그것이 예수의 본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영국의 법인류학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공동 노력을 통해 재현한 모습이라고 했다. 게다가 예수는 약 153㎝의 작은 키에 몸무게는 약 50㎏인 것으로 추정됐다는 것도 덧붙였다. 치렁치렁한 금발에 희고 밝은 피부색, 큰 키에 우아한 모습으로 그려져왔던 기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클레오파트라든 예수의 경우든 모두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껏해야 옛 사람이 빚은 상이나 컴퓨터에 의존해 추정된 모습들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두 경우 모두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긴 하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로도 세계의 역사를 주무를 수 있었고,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구원하는 구세주’ 역시 뛰어난 외모를 지니지는 않았다는 게 되는 셈이다. 능력보다 외모부터 따지려들고 성형수술까지 마다않는 현대의 숱한 외모집착병 환자들에게 조금쯤 교훈이 될듯도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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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국력 지면기사
얼마 전 연천군이 올해부터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은팔찌를 제공하는 출산 장려운동을 벌이기로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82년말 6만8천여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9월말 5만700여명까지 감소하자, 없는 살림에 은팔찌까지 내놓으면서 '애 좀 낳아달라'는 하소연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충북 청원군은 한술 더 떠 1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실제로 시·군에서 인구 1명이 늘면 중앙정부로부터 8만3천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고, 각종 세수가 30만원이 증가한다고 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살림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치단체로서는 어디서 애 울음소리만 나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만일 서울 강남구에서 출산장려 시책이 펼쳐진다면 부자동네에서 내놓을 출산 경품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그런데 출산감소 현상이 일부 농촌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으니 큰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2000년 현재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상태에서, 이대로 가면 2019년에는 14.4%로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0%가 돼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전망이라고 한다. 2100년경에는 아예 현재 인구의 절반으로 줄어, 한민족이 품귀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하니 기막힐 일이다. 2050년쯤이면 100명의 생산인구가 62.5명의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한다니 그 죄없는 청춘들이 벌써부터 안스러울 뿐이다. 20세기 말까지 다산(多産)을 반사회적인 무지로 몰아세웠던 정부의 각종 캠페인을 회고해보면, 멋모르고 제 발등 찍는데 장단을 맞춰준 꼴이 됐으니 국민들로선 황당한 예측들이다.벌써부터 정부에서는 국가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인 모양인데, 이야말로 국민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 이제 출산마저 애국에 호소해야 할 판이 됐다. 100년 앞을 못내다 본 '나리들' 탓에 젊은 부부들이 바빠지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인구는 국력,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표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