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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로마제국 지면기사
‘미국은 현대판 로마다’. 요즘 영국의 한 TV채널이 고대 로마제국과 미국을 비교한 프로그램을 방영, 양자 사이의 유사점들을 거론해 주목받고 있다. 재미삼아 그중 몇가지를 열거해 본다.‘로마는 초강대국으로 최고의 훈련과 최대의 예산, 최상의 장비 등으로 무장한 군대를 자랑했다. 오늘날 미국도 엄청난 국방예산을 토대로 해 지구상 어느 곳이든 빠른 속도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기술 우위로 이제 경쟁상대가 없다. 로마는 지중해권을 완전 장악,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공식적인 식민지를 거느리지 않았지만, 전세계 40여개국에 군사기지나 기지사용권을 갖고 있고 132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과거 로마는 라틴어를 통해 세계문화를 장악했다. 미국 또한 영어를 통해 아메리카문화의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로마는 창끝으로만 세계를 정복한 것이 아니었다. 로마의 피정복민들은 로마식 긴 겉옷(토가)과 목욕, 중앙난방 등을 노예화의 상징인줄도 모른 채 선호했다. 오늘날 미국도 전세계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디즈니 등을 선보여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자못 그럴싸해 보인다. 이미 정해진 시각(視角)에 맞추어 방영되고 또 분석한 탓인지는 몰라도 전혀 엉뚱한 발상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미국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남 모르게 자부심께나 키웠을 듯싶다.로마는 게르만족 침입으로 멸망했다. 그러나 이민족 침입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도 갖가지 설들이 난무한다. 제국말기 경제적 취약성을 비롯하여 과중한 과세부담, 중간계층 몰락, 동서로마의 분열과 상호 질시 등이 그것이다. 또 지나친 사치와 과소비 퇴폐풍조에다 당시 기술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대해진 점 등을 들기도 한다.그런데 로마가 멸망하기 300~400년 전에 살았다는 풍자시인 호라티우스는 그때 이미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로마는 게르만인이나 한니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힘 때문에 무너지리라”고. 자부심에 한껏 부풀었을 미국인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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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학력평가 지면기사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9년 공립 초·중·고교생들의 학력저하에 대해 학교측의 책임을 묻는 공립학교 책무성 제고법(PSAA)을 제정했다. 주 정부가 공립학교생에 대해 학업성취도(API)를 평가하고 그 결과와 학교순위를 공표토록 의무화했다. 학업 성취도 목표를 주 전체와 학교별로 따로 정해 매년 5%씩 향상시키도록 했다. 목표달성 학교에는 지원금을 늘리고 미달학교는 주정부가 개입해서 특별관리 한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워싱턴주 등 모든 주로 확산되고 있다. 사립학교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전국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이러한 각 주 정부방침 때문에 상하위 할 것 없이 모든 공립학교 교직자들이 초비상 속에서 지낸다. LA의 호바트 초등교는 특정분야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하루에 1∼3시간씩 특별수업까지 시켜가며 1천점 만점의 API점수를 지난 2000학년도에 전년보다 42점이나 높은 645점으로 끌어 올렸다. 주 정부는 그 대가로 특별지원금을 지급했고 학교는 이중 일부를 교사들에게 보너스 및 우수교사 확보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교육 인적자원부가 오는 15일 전국의 초등 3학년 전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관련단체와 교사, 학부모들간에 찬반 양론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학생간 과열경쟁 유발, 극심한 과외열풍 조장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반대론자들은 표본조사를 하거나 아예 평가를 폐지하자고 건의하고 있다.반면 지난 7월 울산지역 학부모대상 조사에서는 95%가 학력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학력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 여건의 차이를 무시한 채 미국과 같은 학업성취도 평가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교육도 이제는 치열한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 다만 그 부작용의 최소화는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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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弗' 지면기사
1억불(弗) 수출 탑, 10억불 차관 등 이른바 경제개발 연대인 1960년대엔 주먹 같은 '弗'자가 신문 지면을 떠나는 날이 없었다. 그 때 대부분의 대학생은 '弗'자를 '달러 불'자로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달러 불'자로 믿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고대 중국의 '올챙이 문자' 아니면 이집트의 헤로글리프, 메소포타미아의 상형문자를 대하는 느낌의 '弗'자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권위 있는 자전을 보면 '말(勿) 불' '버릴 불' '어그러질 불'자다. 미국 돈 달러와는 전혀 관계없는 글자다. 그런데도 어느 비상한 두뇌가 달러의 상징인 '$'와 가장 닮은 '弗'자를 찍어다 붙여 쓰기 시작했는지 훈장 감이 아닐 수 없다.아무튼 대표적인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위세는 대단하다. 값어치도 영향도 드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금도 뇌물도 미제 달러로 받기를 좋아한다. 작금 '줬다' '아니다' 시야비야(是也非也)로 시끄러운 '4억달러 설'만 해도 우리 돈 4천900억원이 아닌 미국 돈 '4억 달러' '4억불'을 줬다는 것이다. 엄청난 돈이다. 얼마나 엄청난 거금인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 시비 때(95년) 누군가 헤아린 적이 있었다. △128만5천800원 월급쟁이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적금에 들었을 때 9.5% 금리(당시)가 붙는다 해도 728년 4개월이나 걸려 한 세대를 30년으로 쳐도 24대 후손이나 탈 수 있는 돈 △가로 16.1㎝, 세로 7.6㎝의 1만원권 지폐로는 축구장 98개를 덮을 수 있고 길이로 이으면 6천440㎞로, 경부고속도로를 7차례 왕복하고도 남는 돈 △쌓은 높이도 6㎞로 백두산보다 2배, 63빌딩보다 24배나 높고 무게도 45.2t으로 8t 트럭 6대 분.900억원이 많은 4천900억원은 더욱 큰돈이다. 공인회계사를 불러야 할 헤아림일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돈 액수보다 진실이다. 과연 시(是)인가 비(非)인가가 분명히 밝혀지는 일이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이란 지(知)로부터 우러나는 당연한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실(true)이냐 거짓이냐(false)를 알고 싶어하는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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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 지면기사
'노래 박자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있는 4명만이 슬프고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무슨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개구리 소년을 찾는 부모들이었다'. 전국을 떠돌며 소위 뽕짝 유행가 테이프 장사를 하며 실종 어린이 찾기 운동을 펴고 있던 나주봉씨는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의 부모들을 이렇게 인천 월미도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지난 1991년 3월26일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나간 후 실종된 대구시 달서구 성서초등학교생 김종식군등 어린이 5명의 부모들은 이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찾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유괴돼 살해됐다' '어딘가 살아 있다' '북에 납치됐다'는 뜬소문까지 무성했다. 이들 개구리 소년들은 전국초등교생들의 글짓기 소재도 됐다. '개구리 잡으러 갔지 너희들은/ 목놓아 불러봐도 대답없는 친구들아/ 개구리 따라 개구리처럼 깊은 산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새봄이 오면 다시 엄마 품으로 오려나…후략'(당시 초등교 4년 김종렬군 시)이 시를 지은 김군의 예언(?)처럼 이들 개구리 소년들은 집 근처 와룡산 깊은 골짜기에서 정확히 11년 6개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슬픈 겨울잠을 자다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실종직후 지금까지 연인원 32만1천여명을 동원, 추측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이들 소년들의 행적과 자취를 조사해왔다. 525차례나 와룡산과 주변산을 뒤졌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허사였다. 그런데 이들 소년들의 유골은 마을이 개발돼 아파트가 들어서자 주민들의 와룡산 산책과 등산이 잦아지면서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소년들의 유품도 실종당시 그대로 발견됐다고 한다.산골짜기에서 어둠과 추위, 배고픔에 시달린 듯 서로 엉켜있었던 듯하다는 경찰의 추정이다.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경찰의 말대로 그렇게 이 잡듯이 샅샅이 산을 뒤졌는 데도 그 동안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마을에서 불과 3.5㎞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왜 하산하지 못했을까. 한 명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모든게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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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욕심(?) 지면기사
나라의 부(富)를 키우는 데는 산업 및 금융의 육성, 수출증대 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밖에 관광사업 육성도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될수록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을 유치해 그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외화가 사뭇 엄청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갖가지 특이한 이벤트를 벌여가면서까지 외국인 관광객 불러들이기에 여념들이 없다. 우리 나라라고 예외일 리 없음은 물론이다.그렇다면 세계의 여러나라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까지는 몰라도 아시아 나라 중에선 뜻밖에도 한국이 1위로 뽑혔다. 지난달 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 참가자와 언론인 등 70개국 62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 국가이미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얼핏 우리 국민들이 지금도 다투어 찾아가는 일본 중국 홍콩 등이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들 나라는 2위, 3위, 4위로 밀렸다. 정작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되레 외국인들이 깨우쳐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분석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4.8%인 588명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특히 67%인 415명은 ‘한국을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빼어난 자연환경, 고유문화, 친절한 국민성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긍정적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나가고 지속 보존해 나간다면 우리의 관광수입 증대는 이미 ‘따놓은 당상(堂上)’이 아닐까 싶어진다. 당연히 나라도 날로 부유해질 것임은 물론이고.세계인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와보고 싶어하는 나라’, 얼마나 멋지고 흐뭇한 현상인가. 여기에 깨끗한 환경, 갖가지 재미있는 관광소재 개발, 여행편의 도모 등 몇가지만 더 첨가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와보고 싶은 나라’인들 이뤄내지 못할까, 은근한 자부심도 생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까지 될 수 있다면, 하는 괜한 욕심마저 이는 것 같고. 하지만 그런 바람이 꼭 괜한 욕심이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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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다리 지면기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도 프로크루스테스(Prokroustes)는 너무나 유명하다. 길가는 사람을 잡아다가 침대에 누인 뒤 몸이 침대보다 크면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잡아늘여 죽였다는 강도 말이다. 한데 공자님이 걸렸더라면 필시 몸이 잘리는 비극을 당했을 것이다. 키가 2m20㎝나 됐다지 않던가. 윤건(綸巾)에다 학창의 차림의 고고한 모습이었다는 제갈공명도 '백면(白面)에다가 키가 8척(약2m40㎝)이나 됐다'니까 그 아테네에 이르는 길목을 서성거렸다가는 영락없이 문제의 강도에 걸려들었을 것이고 7척5치의 유비(劉備)도 다리가 잘렸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의 꺽다리 4인방 중 8척의 장비와 9척(2m70㎝)의 관우만은 말짱했을지 모른다. 오히려 장비의 장팔사모와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강도는 요절이 났을 것이다.요즘 TV 드라마에 나오는 사상(四象)의학의 비조 이제마(李濟馬)의 어머니도 키가 관우와 같은 9척의 왜장녀였다는 기록이 있다. 여자가 2m70㎝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꺽다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골리앗―소년 다윗과 싸워 패한 그 블레셋 장군 골리앗의 키는 무려 3m35㎝로 추정된다고 사전은 적고 있다. 그러니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키 2m3㎝나 뒤프 세네갈 대통령의 2m쯤은 작은 편이다. 현재 최장신인 모잠비크의 가브리엘 몬잔의 2m45.7㎝도 골리앗에 비하면 아이 키다. 링컨의 193㎝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와 같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엔 클린턴의 189㎝ 등 180㎝ 이상이 43명이나 된다.'꺽다리=농구선수'다. 미국 NBA만 해도 2m 이상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 온 북한 선수 '리명훈'의 2m35㎝엔 못미친다. 비행기를 타도 맨 앞자리에 앉아야 하고 공항 출입문을 비롯해 거의 모든 문을 고개를 숙여야 출입할 수 있는가 하면 2m짜리 호텔 침대로는 어림도 없는 등 가장 불편하고 가장 고개 많이 숙이는 남자이긴 하지만 '꺽다리 인기'만은 오나가나 대단하다. '천왕 지팡이' '인간 장대' 등 별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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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지면기사
물건을 사고 팔 때는 보통 한 사람의 매도인과 한 사람의 매수인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팔려는 물건은 한정돼 있는데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도리없이 경쟁매매, 곧 경매(競買)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에게 그 물건은 팔리게 마련이다. 흔히 예술품이나 유명인사의 유품 등이 주로 경매를 하게 되고,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농수산물 유통 등에서 대개 경매과정을 거치게 된다.동해(東海)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간의 표기 논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제수로기구(IHO)가 돌연 69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중이던 ‘해양의 경계’ 개정판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철회한 것이다. 애초 IHO는 지금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한 지도에 대해 한국측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자 하나의 절충안을 내놓았었다. 즉 ‘한·일간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현재의 일본해 단독표기 지도를 없애고 동해부분 2쪽의 지도를 아예 공란으로 두자’는 최종안을 지난 8월 작성, 회원국들을 상대로 투표절차를 진행해 왔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일본해 단독표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마땅히 ‘절반쯤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했다.이런 터에 느닷없이 IHO에서 투표중단 통보를 해왔다. 투표진행 도중에 국제기구의 투표 자체가 중단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국제기구의 권위와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중평이다. 그래서 대뜸 일본측의 물밑거래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며 우리측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뒤통수를 친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기야 이달 초 IHO 이사진 교체 후 급작스레 결정이 뒤집어진 걸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긴 한다.진정 일본측 로비 때문이라면 도대체 그들이 제시한 사탕은 어떤 것일까. 경매에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물건이 팔리게 돼 있다. 행여라도 IHO측이 동해 표기문제를 마치 경매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 저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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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허수아비 지면기사
가을 논 벌판에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에 허수아비가 등장한다. 벼 이삭 먹이를 찾는 새떼들을 쫓기 위함이다. 비록 속임수이기는 하나 농촌의 서정이 살아있다. 그러나 새떼들의 허수아비에 대한 경계행동은 불과 7~10일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나는 딸랑이가 달린 깃발이나 반사경이 교대로 사용된다. 과일을 쪼아 먹는 까치를 잡기 위해서는 쥐덫식 트랩이 사용된다. 생선조각을 덫 위에 놓고 까치를 유인해서 잡는 방식이다. 포획률이 30%가 넘을 정도로 꽤 높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새들은 하도 영악해져서 허수아비나 딸랑이 깃발같은 속임수에 잘 속지를 않는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그래서 허용된 것이 공기총을 사용한 포획이다.허수아비와 같은 속임수 방법은 때때로 의료에서도 사용된다. 플라세보 효과를 노린 대체약물 투여방법이 그것이다. 질병이 없는데도 질병이 있다고 믿는 노이로제 환자에게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를 특효약이라고 속여 투여하면 증세가 호전되는 효과다. 플라세보(Placebo)란 '기쁘게 해준다'는 라틴어가 어원이다. 반면 플라세보의 부정적 역효과, 즉 노세보(Nocebo)효과란 것도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한후 플라세보를 투여한 결과 실험대상 20% 정도에서 현기증 두통 우울증과 같은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최근 한국 도로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 가운데 40%가 촬영기능이 없는 모형카메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10대중 4대가 고속도로상의 허수아비인 셈이다. 경부고속도로는 38대중 20대, 동해고속도로는 8대중 7대, 88고속도로는 26대중 20대가 가짜 카메라라고 한다. 국민을 상대로 법질서를 확립해야하는 행정에 이처럼 허수아비식 속임수 방법을 동원한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 한때 경기도내 주요 도로에 경찰관 모형을 설치했다가 효과가 없어 철수한 적도 있다.이러한 모형을 이용한 행정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눈치보기와 불신, 그리고 새로운 탈법요령을 터득토록 유도하는 노세보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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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치매 지면기사
10∼15세의 일본 개는 수의(獸醫)학회의 장수 표창을 받는다. 그런데 그 장수 표창에 빛나는 15∼17세 견공(犬公)의 대부분이 치매에 걸린다. 93년 4월 제115회 일본 수의학회에 보고한 우치노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개 치매의 초기 증상은 터벅터벅 힘없이 걷거나 큰 소리의 단조로운 울음 등이고 중증은 벽에 부딪쳐도 방향을 틀 줄 모르고 통 속에 넣으면 다람쥐처럼 끝없이 원을 그리며 전진만을 계속한다. 개뿐이 아니다. '경로의 날'인 지난 15일 도쿄 우에노(上野)동물원에서는 장수 동물 축하 모임도 있었다. 거기서 표창 받은 대표적인 동물이 사람으로 치면 100세에 해당하는 50세의 오랑우탄 모리다케(森竹)군이었다. '군(君)'이 아닌 그 모리다케옹(翁)도 만년엔 심한 치매성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사람은 더 심하다. 94년 발병, 95년엔 책을 보고 '나무'라고 했고 97년엔 욕설과 함께 주먹질까지 예사였다가 드디어 금년 들어서는 50여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 낸시여사조차 “누구냐”고 묻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91)이야말로 대표적인 치매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86)이 재판(인권 유린 혐의)을 면하게 된 것도 치매 덕분(?)이다. 치매로 인해 자신을 변호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7월1일 대법원이 기소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영화 배우 찰튼 헤스턴(77)도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라며 지난 8월9일 최후의 '말짱한 정신'으로 고별 인사를 했다. 무엇보다도 끔찍한 것은 죽음조차 몰라 끼니마다 사자의 입을 벌리고 밥을 퍼 넣는 일 등이다.치매란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자다. 그러나 일단 증상을 보이면 가벼운 어리석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인, 배회, 난폭, 환각, 환시, 섬망(중얼거림), 실금(失禁), 농변(弄便) 등과 함께 일체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상실하는 알츠하이머, 행동 장애의 픽스(pick's), 사지가 떨리는 헌팅턴 무도(舞蹈) 등으로 발전한다. 한데 70대 이상의 '노인성'도 아닌 40대, 50대 중년 치매 환자가 10%나 차지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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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정상회담 지면기사
'전격 개각'이니 '전격 회동'이라고 할 때의 '전격(電擊)'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번개 번쩍'이고 '벼락치기'다. 1945년 2월 루스벨트와 처칠, 스탈린이 크림(크림스키)반도의 흑해 휴양지 얄타에서 가진 미·영·소 얄타 정상회담부터가 '전격적'이었다고 당시 영어권 신문들은 블리츠(blitz)라는 단어를 썼고 그 두 달 뒤 트루먼, 처칠, 스탈린의 포츠담 회담 역시 '전격적'이었다고 썼다. 한데 그 유명한 정상회담은 이미 결정되고 준비된 절차와 수순(手順)에 의한 것이었지 '전격적'은 아니었다. 미·중 관계 정상화의 닉슨·마오쩌둥(毛澤東)의 72년 2월 베이징 회담도 키신저의 밀사외교에 의한 이른바 '닉신저' 작품이었고 그 해 9월 다나카(田中)·마오쩌둥 회담도 물밑 접촉 결과였다. 61년의 박정희·이케다(池田) 회담 또한 그랬다.하긴 '준(準) 전격 회담'도 있긴 있다. 조문(弔問)과 축하사절 자격의 만남이다. 74년 4월 집무 중 갑자기 숨진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의 추도 미사(노트르담 사원)에 나란히 앉아 '마태 수난곡'에 눈을 감던 닉슨과 다나카가 “도쿄에 오시오” “좋수다” 해가며 정상회담을 한 것 등이다. 그런데 그 회담은 가장 불행한 정상회담으로 기록된다. 바로 그 해 8월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고 다나카는 금맥(金脈) 게이트로 낙마(11월)했기 때문이다.또 한 번 전격적이었다는 이번 고이즈미(小泉)·김정일 회담 역시 즉시 거둘 결실이냐, 약속 따로 성과 따로냐 등 차후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세계 정상회담 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진기한 기록을 남길 듯싶다. 지난 번 김·푸틴, 김·장쩌민(江澤民) 만남처럼 악수→양뺨 비비기→격렬한 포옹도 아니고 하다못해 어색한 웃음, 씁쓰레한 미소도 아닌 심각하다 못해 성난 두 얼굴이 마치 결투장에 나선 투사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 하루 일정에다 오찬마저 별도였다지 않은가. 같은 나이(60), 같은 혈액형(A형), 같은 영문 이니셜(KJ), 같은 부친 후광 등 친밀감에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기라도 할 것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