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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巨富들 지면기사
조선왕조 역대 왕들 중엔 기껏해야 11~13살의 철부지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이들이 몇 있다. 12살에 즉위한 6대 단종을 비롯, 13살에 왕위를 계승한 9대 성종, 11살 때 왕위에 오른 23대 순조, 12살에 왕이 된 26대 고종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어린애 티도 제대로 벗지 못한 그들이 정사를 다룰 능력이 있을 리 없었다. 대개는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수렴청정(垂簾廳政)을 해야 했고, 또 정치를 익혔을 리 없는 아녀자들이 정사를 돌보다 보니 정국혼란이 다반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단종과 같은 경우는 마침내 숙부인 수양대군(7대 세조)에게 즉위 3년만에 왕위를 찬탈당했고, 곧 이어 목숨마저 빼앗기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어린 나이로 버거운 지위에 올라 권세와 부(富)에 되레 짓눌림을 당해야 했던 경우는 서구사회에서도 더러 있었다. 특히 종교개혁 이전의 가톨릭 교회 사교(司敎)들에서 그런 경향이 아주 심했다. 일례로 1471년 교황에 선출된 식스토 4세는 리스본의 대사교구를 8살짜리에게 맡겼고, 밀라노의 사교구는 11살짜리 소년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의 후계자들도 이를 답습, 인노첸시오 8세와 알렉산더 6세가 재위한 20년 동안엔 무려 50개에 달하는 사교구가 어린애들 차지였다고 한다. 탐욕 타락의 대명사로 불리던 교황들답게 돈이나 힘이 실린 자리라면 모조리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나눠주다 보니 나이 따윈 상관할 바가 못되었던 모양이다.경우는 달라도 비슷한 상황이 요즘 우리나라 경제계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놀랍게도 경제활동을 전혀 했을 리 없는 10대 이하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이 자그마치 1천600억원어치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중 10억원어치 이상을 가진 미성년자가 44명이나 되고, 혼자서 무려 83억원어치나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두살짜리가 13억7천만원어치를 보유하기도 했다.어른들 타산과 탐욕이 만들어낸 미성년 거부(巨富)들. 부러워해야 할지, 속상해 해야 할지…. 우리나라 경제가 왠지 자꾸 불안하게만 느껴지던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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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지면기사
추석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벌초객들의 행렬이 줄을 이어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가 평시보다 훨씬 붐비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추석연휴가 예년과 달리 3일밖에 안돼 교통혼잡에 대비해서 미리 벌초나 성묘를 다녀오려 하기 때문이리라. 성묘라 함은 본디 어두운 땅(墓)을 살펴본다(省)는 뜻으로 벌초와 차례 지내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도 흔히 잡초를 제거하고 잔디를 깎아주는 벌초를 성묘와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음력 8월 초하루를 지나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되면서부터 추석전날까지는 벌초를 끝내고 한가위 날에 조상을 찾아 예를 올리는 것이 자손의 도리로 여겨왔다. 그래서 한가위 날 벌초를 하지 않은 묘를 보면 흔히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임자 없는 묘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같은 동양권에서도 이처럼 벌초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인 것 같다.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은 일단 국가적 차원에서 제례문화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제삿날이 되면 시골이나 일부가정에서 조상의 추억을 되새기며 조용히 지낼 뿐이다. 특히 문화혁명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단지 고향을 찾는 명절로서 의미를 둔다고 한다. 일본도 제삿날이나 명절이 되면 묘지에 가서 납골묘에 안치된 유골이나 비석을 깨끗이 닦고 꽃을 꽂아 놓지만 우리처럼 차례의식은 없다. 다만 한국만이 설 단오 한식 추석 등 4대명절에 성묘의 전통을 지켜가며 조상에 대한 효(孝)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이러한 판에 이번 태풍과 수마로 인해 조상의 묘지와 유골을 잃은 유족들의 맘이야 오죽하겠는가. 본의 아니게 조상에게 성묘를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는 마음은 그만 두고라도 유골이라도 찾았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라도 이번 추석에는 수해지역에서의 연휴 행락을 삼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조상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자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프랑스 혁명의 고찰'을 쓴 버어크이다. 이는 천재지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상을 섬기는 마음가짐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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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지면기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우지 마라/ 젖을 주께' '나비 나비/ 오너라/ 노자 노자/ 나하고'…1946년 미 군정청 문교부가 조선어학회로 하여금 편찬케 한 '초등 국어교본(상)' 2과와 3과 내용이다. 그야말로 코흘리개들에게 어울리는 '유치(幼稚)'하고 치졸함 그대로다. 이런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는 그 2년 뒤인 48년 건국과 함께 UNKRA(유엔한국재건위원회)의 도움으로 문교부에서 펴낸 '바둑이와 철수'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바뀐다. '바둑아/ 바둑아/ 이리 와/ 나하고 놀자' '이리 와/ 이리 와/ 바둑아/ 집으로 가아/ 집으로 가아/ 영이한테 가아'.놀자는 상대가 나비에서 바둑이로 바뀌었고 남녀 아이의 대명사는 철수와 영이, 개 이름은 바둑이, 그리고 젖을 먹이는 모유시대였음을 암시할 뿐 그 치졸무쌍함엔 변화가 없었다. 한데 취학하자마자 나비와 놀고 개와 노는 것부터 가르쳐서야 되겠느냐는 비판과 함께 '국적 있는 교육'을 표방한 박정희 정부가 73년 개정한 것이 즉 '하늘/ 파란 하늘/ 파란 하늘에/ 우리 태극기'였다. 일본 교과서를 모방했다는 비난도 있긴 했지만 개혁은 개혁이었다.그러나 1895년 첫 교과서라 할 수 있는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의 제1과 '대한민국'이나 '천자문' 다음에 가르친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첫 문구는 그 격조가 사뭇 다르다. '하늘과 땅 사이 만물 중에/ 오로지 사람이 가장 귀하니(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貴)'로 인간의 존엄성부터 가르친다. 오세창(吳世昌)이 펴낸 '동문선습(童文先習)'도 같은 내용이다. 그 다음 학습 코스는 통감(通鑑)→근사록(近思錄)→사서삼경(四書三經)이었다.교과서란 그 첫째가 정확성의 상징이고 둘째가 모범, 셋째가 원칙과 기본의 전형(典型)이다. 교과서가 오류 투성이라는 것은 곧 '오류 교육'에 의해 '오류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인정 교과서도 아닌 국정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오류 범벅이라는 것은 3류, 4류 문화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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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후세인 지면기사
세계 어느나라 독재자 치고 자신을 스스로 독재자라고 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깝게는 국내의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군부독재정권에서도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한 민주주의를 내세워 독재권력을 강화했다. 독일의 히틀러나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폭군으로 지칭한 후세인은 어떤가. 사담 후세인은 자신을 항상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살라흐 아딘)에 비유한다.살라딘은 이라크 중부 티크리트출신으로 후세인과 동향이다. 1187년 히틴 전투에서 십자군을 격파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그후 제3차 아카 공방전 결과 마침내 1192년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티나의 영유권을 확보했다. 살라딘은 그러나 전투중에 적장 리처드의 말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말 두 마리를 보내 생명을 구해줬다. 또 예루살렘 경비를 철저히 시켜 기독교도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뿐만 아니다. 광신적인 이슬람교도들이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를 중지시키고 예수의 묘를 불지르려 하자 이를 금지시켰다.살라딘은 후에 “모슬렘이 처음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여기 교회앞에 경의를 표한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을 본받으려 했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그는 진정 학문과 역사를 사랑했고 평화를 존중한 당대의 영웅이었다. 지난 1980년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을 침공해서 포로고문, 40만명 이상의 인적 살상, 환경파괴까지 한 후세인이 스스로를 이러한 살라딘에 비유하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다.미국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1주년을 맞아 테러지원자로 이라크 후세인을 겨냥하면서 테러리스트나 폭군이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문명을 위협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또 유엔의 많은 회원국들이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후세인이 아무리 폭군이라 해도 공격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테러지원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부시의 전쟁 의지는 확고하다. 그렇게 라도 해야 9·11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가라 앉힐 수 있어서 일 게다. 그래서 미국에게는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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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동질성(?) 지면기사
조선시대엔 이혼이 무척 어려웠다. ‘시부모의 3년상을 부부가 함께 치렀다든지, 처(妻)가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다면 갈라서지 못한다’ 등 별의별 조건을 다 내세워 나라에서 엄격히 금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가정파탄을 최대한 막자는 의도였으리라. 그러나 한편으론 당시 유교적 가부장제(家父長制) 아래서 여성들을 한없이 옥죄기 위한 정절이데올로기 때문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즉 여성의 정절을 지키게 하자니 재혼이 금지됐고, 또 재혼을 못하는 사회에서 이혼녀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심각한 사회문제를 뜻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여성들이 가사(家事)외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혼 양산은 바로 여성 실업자 양산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야 어떻든 덕분에 가정이 하루 아침에 깨지는 일들은 상당히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지금은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빛을 잃어서인지 이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모양이다. 날이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해엔 하루 평균 자그마치 135쌍의 부부가 이혼소송을 냈다고 한다. 이는 전년도보다 13.5%나 늘어난 것으로 단순 수치만으론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것도 사회발전의 한 단면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유교이념에 흠뻑 젖었던 선조들이 안다면 분명 땅을 칠 노릇일 법하다.“백년가약(百年佳約)이란 말뜻에는 일생을 변함없이 살라는 부모와 형제, 친척들의 축복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부부가 되면 이혼이란 몰랐으며, 간혹 그렇게 되는 일을 수치로 여겼다.” 북한의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기관지 ‘조선녀성’ 7월호에 실린 글이라고 한다. 요즘 북한에선 이혼방지 캠페인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이 캠페인은 주로 ‘조선녀성’이 앞장서고 있지만, 지난 해엔 이혼을 소재로한 ‘엄마를 깨우지 말아’ ‘가정’ 등의 TV드라마까지 방영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혼문제가 오죽 심각하면 그 무섭다는 통제사회에서까지 그럴까 싶다.그러고 보니 이혼 좋아(?)하는 건 남북한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이 또한 ‘민족의 동질성’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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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민 지면기사
'착한 강아지, 착한 강아지야/ 그를 위해 이리저리 뒹굴고 있네…'. 부시 미국 대통령만 졸졸 따라 다니는 블레어 영국 총리를 푸들 강아지에 비유한 영국의 팝 가수 조지 마이클의 음반 '슛 더 독(Shoot the dog)'쯤은 차라리 애교 감이다. 영국의 저명한 두 역사가의 상반된 미국관(觀)이야말로 심각한 관심거리다. “영국은 미국과 합병, 최강국이 돼야 한다. 다른 영어권 국가들(캐나다·호주·뉴질랜드)도 20여 개 주(州)의 형태로 미국에 가입, 연방체제를 갖춰야 한다.” 99년 4월5일자 미 경제시사지 '포브스' 기고에서 이렇게 주장한 사람은 보수파 폴 존슨이었다. 이미 67년 존슨 미 대통령과 윌슨 영국 총리간에 오간 '51번째 주 영국' 설의 속편 격이다.한편 영국 최고 역사가 홉스봄(Hobsbawm)은 지난 3월18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미국은 역사의 제국(帝國)들이 겪었던 직업병과도 같은 과대망상증을 앓고 있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니 EU 등 비영어권 국가의 대미 시각이랴. 파스칼 라미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월22일 “미국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병든 코끼리다. 미국은 맹방이 필요하지 부하가 필요한 건 아니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 우호적이던 프랑스의 반미 감정은 상승곡선을 긋고 있고 반미 관련 서적만도 이달 들어 20여권이나 쏟아져 나왔다.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국 내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보복의 악순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미국은 이번 가을 백악관에 세계의 공보국(Office of Global Communication)을 설치, '왜 그들은 우리를 미워하는가'의 해답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미국은 후세인의 정부(情婦) 람프소스의 욕설 그대로 '비아그라 애용하는 잔혹한 겁쟁이' 후세인 등 '악의 축'도 호되게 응징하는 한편 반미 감정도 누그러뜨리고 전쟁으로 인한 유가 등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도 줄이려는 등 세 마리, 네 마리 토끼 잡기가 고민인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 날짜로 9·11 테러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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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령 지면기사
조선시대엔 왕이나 세자가 결혼하려면 전국적으로 그 배우자를 고르는 간택령부터 내렸다. 그리고 금혼령까지 발하여 간택이 끝날 때까지는 9~13세, 또는 13~18세 민간 처자(處子)들의 결혼을 엄격하게 금했다. 왕비나 세자비로 선택되기를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간택령은 딸 가진 부모들에게 그다지 달가운 일이 못되었다. 천재일우의 행운을 잡아 왕비나 세자비 물망에라도 오를 수 있는 몇몇 대가집이라면 또 모를까, 대다수 처자들에겐 공연히 혼기만 놓칠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부모들은 간택령이 내려지겠다 싶으면 미리 미리 서둘러서 딸들을 결혼시켜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중앙선관위가 16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인 오는 11월27일부터 12월19일까지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 각종 송년모임을 금지한다고 밝히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선관위로서야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선거법 규정(2000년 2월 개정)에 따른 것일테니 어쩌면 억울한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그동안 동창회 향우회 등이 불·탈법 선거운동에 악용된 사례도 적지않은 만큼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규제를 받아야 하는 국민 입장에선 사뭇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법으로 제약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로 비친다. 모임에 정치인이 개입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있는지 감시 감독하면 되는 것이지 모임 자체를 아예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醬) 못담그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비난이 높다. 일각에선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집회·결사의 자유에도 위배된다며 격분한다.심지어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엔 다음과 같은 글도 올랐다고 한다. “높은 분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맞춰 만백성의 활동을 조절해야 하니, 이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 마치 왕비나 세자비 한 사람을 고르기 위해 전국에 금혼령을 내렸던 조선시대 간택령에 대한 원성을 다시 듣는 느낌이다. 엉뚱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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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는 땅 지면기사
지난 7일 일부 신문에 실린 김진선 강원지사의 편지내용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외 출장중 급히 귀국해서 강릉에 도착했습니다.…그렇게 아름답던 도시가 폐허로 변한 모습을 접했을 때의 처절함을 어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강릉 동해 삼척 양양 고성 정선 태백 등 백두대간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고… 시민들은 사람이 찾아와 준 것만도 고마워 눈물을 글썽였습니다….'이 편지를 읽은 손학규 경기지사와 도직원 110명은 다음날인 8일 일요일임에도 즉시 강원도로 달려갔다. 구호품을 전달하고 복구작업을 지원하며 뜨거운 우애를 나누었다. 각 도와 일부 업체도 지원에 가세했다. 이와는 별도로 10대 중고교생부터 7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모두 10만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 활동의 물결이 일었다.삶의 보람이라는 것은 절망적인 순간에 누군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찾아온다고 했던가. 일본인 작가 아라이(新井 滿)는 1991년 3월호 한 잡지에 쓴 행복론에서 2차 대전중 아우슈비츠 감옥의 생존자에 관해 이렇게 쓴적이 있다.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하루에도 수만명씩 죽어갔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반드시 몸이 튼튼한 사람이 아니었다. 수용소 밖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기다려주는 존재란 무엇이라도 좋다. 아내 자식 애인 강아지 고양이 또는 꼭 써야할 소설이라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기를 기다려주고 있다는 믿음은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눠줄 존재가 있음을 의미한다.김 강원 지사의 편지에는 사상 초유의 수해 참사를 겪고 있는 강원도민들이 이같은 믿음을 가지려고 애쓰는 바람이 절절이 묻어 있다. 그는 편지 말미에서 수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가지고 찾아 주는 자원 봉사활동이라고 썼다. 수재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이웃과 사회의 따뜻함이 많을수록 전국의 수해지역은 삶의 보람과 희망의 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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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깃발 지면기사
'백국기'도 '천국기'도 아닌 '만국기(萬國旗)'라고 하면 과장이 심하지만, 뉴욕의 유엔본부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 걸려 있는 만국기를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별과 달, 해가 아니고 십자가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듯한 세계 각국 국기들이 속된 말로 유치찬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조기(星條旗)부터가 별 투성이고 중국의 오성기(五星旗)도 이름 그대로 별이 다섯이다. 보스니아와 투발루는 구성기(九星旗), 베네수엘라와 콩고는 칠성기(七星旗), 호주는 육성기,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는 오성기, 미크로네시아는 사성기다. 한두 개짜리도 흔하다.또한 달만 그린 국기(몰디브)보다는 파키스탄처럼 달과 별을 그린 국기도 많고 달과 해를 담은 국기(말레이시아)도 있다. 흰 바탕에 곤지 찍은 듯한 일본의 일장기와는 달리 방글라데시는 녹색 바탕이고 라오스는 하얀 태양, 파라오와 카자흐스탄은 노란 태양, 니제르는 살구 빛 태양이다. 망치와 낫의 소련연방 국기는 사라졌지만 놀랍게도 바레인은 붉은 톱날, 카타르는 갈색 톱날, 바르바도스는 삼지창(三枝槍)이고 그림도 무늬도 없는 녹색 국기(리비아)도 있다. 굳이 지역별로 가린다면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 국기, 녹황홍은 아프리카, 청백청은 중미, 십자 표시는 북유럽 국기에 많다.국기야말로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강렬한 심벌이지만 그다지 강하지도 않으면서 독특하고도 고상한 국기는 태극기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심오하고도 철학적인 뜻까지 품고 있다. 바탕은 평화, 원형은 단일, 청과 홍의 음양은 창조정신을 뜻하고 건곤(乾坤)과 이감(離坎)은 무궁과 광명을 상징한다. 한데 미국의 정치외교 고문 데니(Deny)가 귀국 때 고종황제로부터 받았다는 그 태극기야말로 세련과 고상함의 백미다.한반도 깃발은 국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행사장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국토 그림의 깃발이 태극기 대신 뒤덮인다는 것은 창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를 맹세할 자리는 어디서 찾고 태극기에 담긴 민족의 전통과 이상은 또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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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구상 유감 지면기사
신도시를 처음 구상한 사람은 영국의 E 하워드라는 농사꾼이었다. 19세기말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22살 되던 해인 1872년 미국에 건너가 네브라스카주에서 농사일을 했다. 그러다 시카고에서 재판소 속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가 도시계획에 눈을 뜬 것은 1876년 영국으로 다시 귀국, H 조지, E 벨라미와 같은 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부터였다.그는 1898년 전원도시형 뉴 타운 구상을 서술한 '내일-사회개혁에 이르는 평화로운 길'이란 책을 펴낸데 이어 1902년에는 개정판인 '내일의 전원도시'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신도시 구상은 영국정부가 국가정책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산업혁명이후 도시의 황폐화와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전원도시형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도시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그린벨트 설정주장을 한 것도 그였다.그는 신도시의 조건으로 인구의 상한선 설정, 자급자족경제, 토지이용다양화, 그린벨트 설정, 10~20년의 장기계획, 토지 공유화 등 6개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신도시 구상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도시정책으로 활용돼왔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설정이나 기존의 신도시 건설도 모두 하워드의 구상을 빌린 것이라 할 수 있다.정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하나로 새로운 신도시 2~3곳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내놓았다. 주택공급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처방은 최근의 부동산 경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아파트의 재건축바람과 저금리 증시 침체 등으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도시 건설은 부동산가격 안정대책 측면보다는 하워드가 제시한 원론적인 목적, 즉 도시 황폐화와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투기억제용 응급 처방식 신도시 건설은 실패한 도시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