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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지면기사

    똑같이 2승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대∼한민국, 코리아'와 '울트라(超) 닛폰(일본)'에 대한 세계 언론의 찬사가 눈부시다. 그러나 생각하는 축구의 명장 히딩크는 16강이 확정되자 “나는 아직도 (승리에) 굶주려 있다(l'm still hungry)”고 했다. 8강도 문제없다는 암시다. 아니, 4강→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배가 고픈 정도의 '헝그리'보다는 굶어 죽을 지경의 '스타브(starve)'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냉혈한(冷血漢) 승부사에다가 '하얀 마법사(white witchdoctor)'라는 별명의 트루시에 일본 감독도 “우승이 목표”라는 큰소리다.16강까지만도 얼마나 험난했는가. 네덜란드 감독을 수입한 대∼한민국은 그를 맥아더(미국인들은 '머카서'라 부르는) 사령관으로 앞세워 인천 문학(文鶴)경기장 상륙작전에 성공했고 프랑스 출신 감독을 모신 일본은 여순항(旅順港) 함락작전을 거쳐 오사카성에 입성했다. 러시아를 이긴 일본을 러시아 신문들은 여순항을 함락했던 일·러전쟁(1904∼5년)의 일본군에 비유하지 않았던가.붉은 악마와 푸른 악마의 응원전도 '질소냐'다. 대∼한민국의 16강행 골이 터졌을 때 4천700만이 일제히 올린 '와∼' 함성은 도대체 몇 ㏈(데시벨)이나 됐을까. 일본 오사카의 에비스바시(戎橋)라는 다리에선 900여명의 푸른 악마들이 도돈보리(道頓堀)강으로 환희의 다이빙을 했고 격정에 겨워 나체로 뛰어내린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악마'는 아니지만 일본의 고이즈미(小泉) 총리는 러시아를 이기자 껑충 뛰어올라 두 손을 치켜들고 “최고, 최고, 타올랐는가, 기쁘도다”고 외쳤고 16강이 확정되자 “갑자기 뭉클해져… 왠지 눈물이 난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한·미전에서 동점골이 터지자 벌떡 일어나 만세까지 불렀다.독일의 '슈피겔'지는 대∼한민국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다른 신문들도 우리 선수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꼽았다. 외지(外紙)에 비친 우리 선수들의 한자 이름 朴智星 安貞桓 柳想鐵 黃善洪 洪明甫 宋鍾國 李雲在 등도 정겹기만 하다. 이제 “이탈리아 나와라!” 차례다.

  • 아버지와 아들 지면기사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척 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효자가 된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부자(父子)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어야 늙어서 자식들로부터 대접을 받는다는 말은 한국뿐 아니라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정설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그 중에서도 유태인만큼 자식에 대한 희생정신이 강한 민족은 없는 것 같다. 하느님이 유태민족에게 10계명을 내렸을 때 유태인들은 반드시 이를 지키겠다며 그들 최초의 선조, 즉 아브라함이나 이삭, 야곱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려 했다. 하느님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그들이 앞으로 손에 넣을 부귀를 걸고 맹세하려 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10계명을 전하겠다며 아이들을 걸고 맹세하자 하느님은 비로소 허락했다고 한다. 그만큼 유태인들의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은 하느님도 인정한 바다.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아무리 희생한다해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세상사 중에 가장 맘대로 안되는 것이 자식교육문제라며 많은 부모들이 한숨을 쉰다. 하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욕구에 맞게 자라줄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아버지만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아들의 능력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며 그 어려움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18세기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쉴러는 봉건적 인습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그의 희극 '군도(群盜)'에서 '부자지간의 인연은 혈육이 아니라 애정'이라 말하고 있다. 부자지간 혈육의 인연도 애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며칠 전 도내 분당에서 한 대학생이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방화한 어처구니 없는 패륜사건이 발생했다. 명문대 출신 대학교수 아버지의 엘리트의식에 대한 반감이 범행동기라고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최고만을 지향하는 엘리트위주의 사회현상과 함께 부자지간 상호 애정결핍이 빚어낸 비극으로 여겨져 마음이 우울하다.

  • 기대와 믿음 지면기사

    미국의 교육학자 로젠탈(R. Rosenthal)과 제이콥슨(L. F. Jacobson)은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실험을 통해 하나의 놀라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즉 교사가 어느 학생에게 ‘저 아이는 장차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 실제로 그 학생의 성적이 올라간다는 내용이다.두 사람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우선 전교생 650명의 지능검사를 한 뒤, 약 20%의 학생을 무작위로 뽑아냈다. 그리고 그 명단을 교사들에게 돌리면서 ‘지능검사 결과 성적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물론 무작위로 뽑아낸 명단이니 지능검사 결과와는 어떤 상관관계도 있을 리 없었지만, 실험을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교사들로 하여금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게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전제이자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그들 말을 그대로 믿고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8개월 뒤 다시 지능검사를 해보니, 다른 학생들 점수는 먼저보다 평균 8.4점 오른데 비해 명단에 있는 학생들은 무려 12.2점이나 올랐던 것이다.여기서 두 사람은 마침내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예언이 행위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이른바 ‘자기충족적 예언이론’을 검증해내게 됐다. 그리고 이처럼 누군가에 대한 믿음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그들은 다른 말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불렀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뛰어난 조각가 이름이다.월드컵 열기 속에 다소 냉대를 받았을망정,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마침내 끝났다. 늘상 그래왔듯 이번 역시 개개인 차원에선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도 상당수 선출됐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밉든 곱든 우리 손으로 뽑은 지역 일꾼들이니 이왕이면 그들을 믿고 기대와 성원을 한껏 보내보자. 피그말리온 효과가 그들에게만 적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테니까.

  • 예술축구 지면기사

    '지단'이라면 주부들은 달걀 부침과 '지단채'부터 연상할 것이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풀어 얇게 지진 것을 중국말로 '지단(鷄蛋·chitan)'이라 하고 그런 '지단'을 돌돌 말아 가늘게 썬 고명을 '지단채(鷄蛋菜)'라고 하기 때문이다. 요리 말고 좋은 뜻도 있다. 불교에서 이르는 '지단(智斷)'은 '진리를 밝히는 지혜와 번뇌를 끊는 덕'을 뜻한다. 세계 최고라는 축구 스타쯤 되면 적어도 2패의 늪에 빠진 프랑스 팀의 번뇌쯤은 '智斷'했어야 했고 알아서 끊을(知斷) 수 있어야 옳았다. 하지만 40대로 보이는 대머리 지단은 검불처럼 애처로울 정도로 무기력하기만 했다.그가 주축인 프랑스 예술 축구가 속된 말로 '개망신'을 당하자 그쪽 LCI 방송은 '인천경기장이 프랑스 축구의 무덤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 묘비명은 '이유 없는 이변이란 없다는 세네갈 팀의 한 수 가르침과 함께 여기 묻히노라'로 새기는 게 어떨까. 세계 랭킹 1위의 지난 대회 우승팀이 3경기에 한 골도 못넣고 전락한 이유야 뻔하다. 정상이란 오르긴 어려워도 내려오긴 쉽다는 진부한 원리를 망각한 자만 탓이다. 그리고 노른자와 흰자가 따로 노는 '지단' 부침 식의 개성적 민족성도 원인이다.어느 예술이든 단합과 조화, 화음이란 어렵다. '예술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치즈 종류만도 265개나 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67년 11월 '뉴스위크'지 인터뷰에서 드골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미군들의 점호 때 “프렌치(French)”라고 외치면 무단 이탈을 뜻하듯이 프랑스인들은 이탈과 '나 홀로'를 즐긴다. 따라서 그들의 1등 축구는 오래가지 못한다.또한 축구란 결코 '이변'이 아닌 예상 밖의 결과가 있어 즐거운 스포츠다. 예상대로만 경기가 끝난다면 16강, 8강 경기 모두 생략한 채 우승 0순위 프랑스와 몇 나라끼리 준결승부터 치르면 그만일 것이고 프랑스는 우승 아니면 준우승은 해야 한다. 그러나 A팀은 B팀을 이기고 B팀은 C팀을, C팀은 A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 경기다. 그래서 흥미롭다.

  • 한-미축구전과 선거 지면기사

    기원전 49년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는 이집트와 폰토스 지역을 점령한 후 그의 친구 마티우스에게 편지를 보낸다. 'Veni, vidi, vici'(왔다, 보았다, 이겼다).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서한으로 기록되고 있다. 배신한 정치 파트너 폼페이우스를 치기 위해 루미콘강을 건너 로마에 입성하는 결단을 행동에 옮긴 후였다. 우리의 월드컵 전사들이 이같은 감격을 어제 대구에서 벌어진 2002년 월드컵 축구 한미전에서 재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러나 비록 무승부 게임이었지만 그 시간에는 너와 내가 없었다. 4천700만명의 '우리'만 있었다. 회사원 상인 공무원 학생 등 전국의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고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함성이 지구를 진동시켰다. 무엇이 한국인을 이처럼 '하나'로 묶어 놓았을까. 축구처럼 선수와 응원단에게 강렬한 소속감을 고양시키는 스포츠는 없는 듯하다. 국가 대항전에는 민족감정을 불러일으켜 더욱 흥분을 고조시킨다. 룰도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을만큼 단순하고 적당히 거칠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 흥분의 열기는 골인의 순간에 절정에 이르고 제한된 시간이 다 돼 갈수록 맥박은 더욱 빨리 뛴다. 이것이 축구의 매력이다.이러한 축구의 매력이 한국민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14년전 88서울 올림픽때도 그랬다. 장외의 시민친절, 교통질서도 나무랄 데 없었고 장내 민주시민 질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민은 이처럼 중요한 고비에서 너와 내가 없는 '우리'로 단결했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다.그런데 정치판에서는 온 국민을 영호남 지역갈등을, 계층간 불신을 조장해서 편가름을 한다. 일부 정치꾼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모레 실시된다. 투표율이 40% 정도로 저조하리라는 전망이다.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정치도 우리가 보듬어야할 '우리'의 일부인 것을…. 월드컵 축구에서 보여준 국민적 단합의 열기를 투표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 내일은 선거일 지면기사

    붉은 T셔츠 물결에 묻혀 너도 나도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목청껏 외쳐왔다. 나라가 온통 월드컵 열기에 흠뻑 젖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방선거일이 바로 내일로 다가와 있다. 앞으로 4년간 내고장 살림을 꾸려나갈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날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어느새 이렇게 됐을까 새삼 놀랍기조차 하다.물론 그동안 지방선거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모처럼 찾아온 전세계적 축제 분위기를 빌미로 골치아픈 정치일랑 일부러라도 잠시 잊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하기야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갖가지 비리의혹에 매일처럼 되풀이되는 막말 비방 공방 등을 보면서 누군들 잊고 싶지 않았으랴.어찌됐든 선거일은 다가왔는데도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날 줄을 모른다. 텅빈 유세장은 이미 일상사가 돼버린지 오래고, 심지어 후보자들의 길거리 인사조차도 유권자의 외면을 살 정도로 선거 무관심이 극에 달해 있다. 도무지 내고장 일꾼을 뽑는다는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 정작 내일 투표율이 몇%나 될는지 슬그머니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분위기도 아니다. 월드컵은 너무 재미 있고, 정치는 갈수록 실망스럽기만 하니.그러나 내고장 일꾼을 뽑는 일, 그건 결코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도 또 남에게 대신 해달라고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비록 월드컵 열기 속에 잠시 잊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만으로 모든 변명이 성립될 수는 없다. 월드컵 열기는 조만간 식어가겠지만, 이번 선거의 영향은 장장 4년이 이어지는 일이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 엉뚱한 결과라도 나오게 된다면 그 피해는 모두 유권자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정치에 다소 못마땅한 점이 있어도 할 일은 하고나서 원망할 일이다.이제 월드컵 한-폴란드전, 한-미전이 끝났다. 16강 진출을 가름하는 한-포르투갈전도 선거가 끝난 다음날에 있다. 그동안 월드컵에 쏟아온 관심과 열기를 이제라도 내고장 일에 잠시 돌려보자.

  • 축구선수 대통령 지면기사

    축구 선수 출신 대통령도 많다. ‘타임'지의 백악관 출입 기자를 지낸 보니 앤젤로(Bonnie Angelo)가 최근 루스벨트, 케네디부터 부시, 클린턴까지 미국 대통령을 길러낸 11명의 퍼스트 마더스 이야기를 담은 저서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First Mothers)'을 냈다. 그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엄마! 제가 오늘 축구 경기에서 세 골이나 넣었어요” “잘했구나 조지야. 그럼 너희 팀이 이겼겠지?” “아니요.” “저런! 어서 나가 더 연습을 해 두렴!” 그 조지가 바로 부시 전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그는 축구 신동 후보였다는 얘기다. 한데 그 아들인 부시는 지난 5일 강호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 경기도 보지 않았다니 축구 선수 출신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지성미 넘친 케네디 전 대통령도 미시간 대학 풋볼 선수였고 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미식 축구 선수였다. ‘미식 축구'란 어소시에이션(연합) 축구인 ‘사커(soccer)'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진짜 축구로 여기는 ‘아메리칸 풋볼(football)'을 가리킨다.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현직 때인 89년 7월21일 밤 벨레스사르드필드 경기장에서 벌어진 자선 경기에 축구 신동 마라도나와 함께 국가 대표 선수로 출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밤 한국과 폴란드전을 부산경기장에서 지켜본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또한 학생 때 축구 선수로 왼쪽 또는 오른쪽 날개 공격수였다.전두환 전 대통령도 육사 축구팀 주장이었고 골키퍼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축구 선수로 명성을 날렸다는 설은 없지만 1946년 경남고에 축구 선수로 편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 선수 중에서도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무튼 축구 선수 출신 전·현직 대통령의 월드컵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지고 있으면 대신 뛰어들고 싶고 이기면 유달리 가슴 벅찰 것이다. 특히 오늘 벌어질 한·미전은 더욱 그럴 것이 아닌가. 오전만 근무하는 반휴일, 반공일(半空日)이 온통 폭발할 듯 외쳐대는 “코리아” 함성에 또 한 번 하나같이 기뻐 날뛰는 결과가 있을 줄 믿는

  • 코넬大 총장의 사임 지면기사

    미국 동부지역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중 코넬대학의 헌터 R 러링스3세 총장은 고교시절 아주 뛰어난 야구 선수였다. 졸업을 앞두고 한 프로야구팀에서 그를 당장 필요한 투수라며 계약할 것을 제의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대학에 가고 싶어서였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의 하버포드대학에 진학한 후 프린스톤 대학원에 들어가 아이비리그 대학의 참맛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콜로라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후 80년대초 인생에 또 한번 전기를 맞는다.그는 콜로라도 대학협의회의 부 재무관이 돼 많은 학자들과 만나면서 그의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 까지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후 아이오와 대학총장을 거쳐 지난 1995년 코넬대 총장에 선임됐다. 이러한 그가 최근 건강상 이유로 내년 6월까지만 일하고 총장직을 떠나 평범한 교수로 돌아가겠다고 사임을 발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코넬대학은 137년의 역사중 러링스총장을 포함, 10명의 총장이 거쳐갔다. 총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13년이 넘는다. 러링스 총장의 재임기간은 8년. 그가 그만 둔 이유는 겉으로는 건강이지만 사실은 보다 유능한 젊은 총장이 대학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그는 재임중 23억달러의 기부금을 모금했는가 하면 기숙사 시설의 완비, 카타르에 운영비만 7억5천만달러규모에 달하는 해외 의대 분교 건립, 내년부터 시작되는 5억달러 규모의 생명공학관 건립 등 엄청난 대학발전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그는 총장직을 젊은 후임자에게 넘겨줄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그는 사임을 발표하면서 “나는 대학총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다. 다만 훌륭한 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대학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가끔 파벌대결과 흑색 선전전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대학과 교수들이 앞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어떠한 길을 택해야 하는지, 러링스 총장의 말과 행동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 고령화와 연금 지면기사

    ‘사람이 70세까지 사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하여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70세는 고사하고 만60세가 되는 환갑(還甲)만 살아도 대단한 경사로 여겨 큰 잔치를 벌여왔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수명이 길어진 오늘날엔 환갑이 점차 의의를 잃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 환갑잔치를 벌인다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가 됐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0년엔 우리나라도 드디어 고령화사회로 진입한데 이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 통계발표도 있었다.그런데도 우리의 직장수명은 날이 갈수록 짧아만 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 기업의 사규가 정한 정년은 55~60세이다. 그러나 요즘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55~60세는 커녕 40대 후반만 돼도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물러날 채비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직장인의 체감정년이 38.8세라는 파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참이다. 자연수명은 길어지고 정년은 빨라지고…. 우리의 유능한 30~40대 일꾼들이 다투어 이민을 떠나는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이같은 현실을 감안했음인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과 대책’보고서를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근로자 조기퇴직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을 받는 연령을 늦추며 근로소득에 대비한 연금 수령액 비율을 축소하는 것 등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일자리와 수입을 계속 보장해주는 대신 노인들에 대한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고 혜택 폭도 줄이자는 내용이다.자연수명이 길어지는 추세에서 조기퇴직을 막자는 주장은 분명 고무적인 내용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그만큼 가벼워질테니 이처럼 바람직한 일도 또 없을성 싶다. 다만 지금까지 나이든 사람들을 몰아내기에만 익숙해져온 우리사회, 특히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부족한 요즘 상황에서 무슨 수로 노인들의 일자리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한다. 자칫 연금부실화의 부담만 노인들이 떠맡게 되는 건 아닐까 괜스레 걱정도 되고. 지나친 노파심일까.

  • 히딩크 사령관 지면기사

    2002년 6월4일은 대한민국 국경일이었다. 첫 월드컵에 출전, 개막 경기에서 우승 후보 프랑스를 물리친 그날만이 세네갈 국경일은 아니다. 온 국민이 그토록 기뻐 날뛴 날이 우리 현대사에 8·15 광복절 말고 언제 또 있었던가. 새로운 국경일 창시자는 단연 히딩크 감독이다. 토정비결 어법으로 말하면 '동방에서 온 귀인'이지만 그는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우리 축구의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아니, 나사렛 예수가 세상을 구한 '구세주(救世主)'라면 히딩크 감독은 우리 축구를 구한 '구축구주(救蹴球主)'다. 11명의 선수 역시 유다를 뺀 예수의 11사도를 연상케 했다.히딩크(Hiddink) 그는 'He thinks' 별명 그대로 '생각하는 축구'의 달인이다. 그러나 작년 체코와 프랑스에 5대0으로 연패했을 때 그가 한국에 귀화한다면 그 이름은 '오대영'이 될 것이라는 빈정거림을 받았고 잉크를 쳐 서류를 망쳐버릴(hit ink) 사람이 아닌가 의심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반신반의(半信半疑)의 생각들을 여지없이 때려(hit think) 쓸어버렸고 2002년 6월4일을 한국 축구계의 영웅 데뷔일로 간택했던 것이다.어느 신문 광고 문안 작성자의 산술 실력 또한 뛰어나다. 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후 48년 '1만7천507일 만'의 첫 승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감격적인 날이었던가.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말은 히딩크 사령관이 증명하기 위해 준비된 말이었다. 한데 당나라 '삼체시(三體詩)'엔 '한 사람의 장수가 공을 세우기 위해서는 1만명의 부하가 희생을 해야만 한다(一將功成萬骨枯)'는 말이 있다. 용장도 용장이지만 잘도 참고 따라준 강졸(强卒)이었기에 해낸 일이다.이제 16약(弱)의 불안은 없다. 16강(强)이 아닌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외신들도 그렇게 썼고 폴란드 격침을 이변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차후에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국제 도박사들도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12번째로 꼽고 있다. 이제 계속 쳐대는 손뼉으로 손바닥 아플 날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