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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통령 지면기사
맹자의 학설이며 퇴계 이황의 인생관인 '사단(四端)'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씨를 가리킨다. 그 중 하나가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씨'다. 벌거벗은 몸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불의(不義)와 불선(不善)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그런 수오지심을 모른다면 인두겁만 썼을 뿐 인간이 짐승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런데도 도무지 부끄러운 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일수록, 철면피일수록 우리 사회에선 출세에 능한 게 아닌가 싶다. 좀도둑이나 흉악범도 아닌 사회 지도층 인사가 불의와 부정 혐의로 검찰에 불려갔다면 그 출두만으로도 일말의 수오지심 근처에는 가 있어야 하고 꿩처럼 수풀에 머리를 숨기려는 자세로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며칠 뒤면 모두 밝혀져 구속되면서도 하나같이 '아니 땐 굴뚝의 연기'로 생사람 잡는다는 항변이고 “사실 무근이다. 돈 받은 적 없다. 그런 사람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오리발이다. “부끄럽다. 쥐구멍 확장 공사라도 시켜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면 오죽 그럴싸해 보일까. “일이 잘못된 것 같다. 본인이 미욱하고 부덕한 탓이다” 정도도 괜찮다. 하긴 그런 사람도 있긴 있다. 권위주의 통치때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퇴임 후 수도 없이 검찰에 불려갔지만 그 때마다 대범했고 비굴하지 않았다. “부하가 한 짓이지만 모두가 내 책임이다. 죄 값을 달게 받겠다”며 덮어쓰기를 자청했다.지방자치의 광역시장이라면 '지방 대통령'격이다. 클린턴이 32세 최연소로 아칸소주 지사를 지내고 대통령이 됐고 부시 대통령 역시 텍사스주 지사를 거쳤듯이 지방 대통령은 곧 전국 대통령의 레지던트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옛 관찰사(觀察使)격인 우리 광역시장이 돈과 이권부터 살피고(觀察) 챙기다가 줄줄이 감옥 행을 택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셰퍼드(shepherd)라는 말은 원래 양몰이 개(牧羊犬)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견마(犬馬)의 정성을 다해 어진 양(백성)들을 보살피는 게 예나 이제나 목민관(牧民官)의 소임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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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지면기사
오는 2030년 우리나라의 65세이상 고령노인이 인구의 20%가량인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청의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15∼65세의 사람 10명이 고령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이 그때가서는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중학생이나 그 이후의 세대가 성인이 된 다음에는 그만큼 노인 부양부담이 무거워진다는 얘기다. 지난 4월초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건강수명을 오는 2010년까지 75세로 높인다고 발표했으니 이 계획이 실현되면 노인 복지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그렇지 않아도 수년전 검찰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친부모를 구박하거나 학대하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월평균 80여건이 넘을 정도다. 원인은 부모의 경제적 무능력(53.8%), 자녀의 부도덕성(20.8%), 사회풍토(19.2%)라고 한다. 이런 마당에 노인복지를 전통적으로 내려온 자녀들의 효행에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문제를 일찍 겪고 있는 일본에서의 실화 한토막. “요즘 아이들은 불효자 뿐이다. 노인을 공경하고 효도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다워야 하는 소이(所以)이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지 않을수 없도록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 대학교수가 후생성주최의 노인복지 토론회에서 이처럼 열변을 토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이 주장을 편 교수도 사실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치매현상을 보이자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행정기관을 통해 특별양호홈(양로원)에 입소시켰다. 이처럼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노부모 모시는 일이다.또 하나의 예. 한 모녀가 있었다. 어머니가 중증의 질환에 걸리자 딸이 말했다. “어머니,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에만 전념할까요, 아니면 돈을 더 벌어 돈으로 대신할까요.” 돈과 애정중 선택의 기로에서 어머니는 고민끝에 '돈'이라고 대답했다. 노인문제는 사랑과 애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돈이 중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를게 하나도 없다. 이제 노인복지 문제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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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미국 지면기사
유난히 인권을 강조해 오던 미국이 정작 유엔 인권위에서 지난 해 5월 축출되자 당사국 미국도 놀랐지만, 국제사회의 충격 또한 못지않게 컸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툭하면 이 나라 저 나라에 인권보호 잣대를 들이대며 을러대던 게 바로 미국이란 나라였기 때문이다. 혈맹국이라던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70년대 말 당시 카터 행정부는 ‘갖가지 분야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주한미군 철수’를 들먹이기까지 했었다. 그같은 미국이 인권위에서 축출됐으니 국제사회의 놀라움이 오죽했겠으랴.하지만 그때 미국의 축출은 결코 예상밖의 일만은 아니었다. 유엔 분담금 연체, 지구온난화방지협약 일방적 철회,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약 파기 시도,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천명, 국제형사법원 조약 비준 거부 등 온갖 독선과 오만을 다 부렸으니 유엔 회원국들의 미움을 한 몸에 살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이유야 어떴든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한 미국의 체면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수단과 리비아 같은 나라도 당당히 위원국에 선임된데다, 그들이 그토록 으름장을 놓았던 한국은 되레 3년 임기 위원국에 벌써 네번 째나 연임에 성공했던 것이다.그래도 세상만사란 돌고 도는 법. 그때의 수모에 와신상담(臥薪嘗膽)한 덕분일까. 마침내 미국이 지난 달 29일 유엔 인권위에 1년만에 복귀했다. 54국으로 구성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회의를 열고 미국과 호주 독일 아일랜드 등 4개국을 서유럽과 기타 그룹을 대표하는 유엔 인권위 위원국에 만장일치로 선출한 것이다.기쁨에 들뜬 시칸 시브 미국대사는 “인권은 미국 외교정책의 토대이다. 미국의 인권위 위원국 지위 복귀를 계기로 인권 문제에 더 많은 진전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년의 수모를 딛고 되찾은 지위인 만큼 포부도 남다르리라. 그의 말처럼이나 진정한 세계 인권의 비약적인 진전을 한껏 기대해 본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힘만을 바탕으로 한 독선이 곧 인권의 잣대는 아니다’는 것쯤은 이제 미국도 충분히 깨달았으리라 믿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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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자 세상 지면기사
'특혜(特惠)'의 '특(特)'자는 '牛+寺'로 '절간의 소'를 뜻한다. 중국 최고(最古)의 저술인 '주례(周禮)'에 나오는 '반마공특(頒馬攻特)'이라는 말의 '特'자도 소를 가리킨다. '말을 풀어 소를 다스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 중에도 암소가 아닌 수소다. '特'이 '수컷(牡) 특'자다. 그러니까 고대 중국인이 요즘의 '여성특별보좌관' 등 직함의 '特'자를 보면 크게 웃을지도 모른다. 또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인 '구이신특(求爾新特)'의 '特'자는 '배필 특'자다. '새로이 배필을 구한다'는 뜻이다.그런 '特'자가 오늘날엔 특별, 특권, 특혜, 특전 등 '유다를 특'자로만 쓰이는 것은 유추의 여지가 있는 흥미로운 일이다. '特'이란 '절간의 소'처럼 드물고도 유별난 것으로 결코 정상적인 사례가 아니다. 그런데도 '특'이 아니면 한 발짝도 움직이질 못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집을 지어도 택지를 '특별'분양 받아야 하고 아파트를 사도 '특대' 평수의 '특별분양'이 아니면 안된다. '특별기' '특급열차' '특일등실' '특실'이 아니면 안타고 '특약'과 '특식'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먹지도 않는다. '특별시' '특정지역'에서 '특별보좌관'과 '특별경호원'을 대동하고 살아야 하고 매사에 '특전'과 '특혜' '특사' 대접을 원한다.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먼 온통 '특'자판 세상이다.웬 '특사'와 '사설특파원'은 그리도 많고 '특진' '특례' '특사(特赦)'는 그리도 흔한가. 군대 제대도 '특명'을 받아야 하고 '특허'를 받아야 물건도 팔 수 있다. 심지어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켜도 '특'자라야 고기 몇 점이 더 들어온다. 그러니 아주 '특별'한 분의 '특청(特請)'에 의한 '특대' 아파트의 '특혜분양'이랴! 무려 600여명의 끗발 센 특별한 분들이 특혜를 받았던 78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건이든 이번 분당 파크뷰 아파트 사건이든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닐지 모른다. 다만 이번에도 특별검사의 특별수사가 아닌 보통검사의 보통수사라서 과연 제대로 진행될지 그것이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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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에 지면기사
1998년 어느 겨울밤, TV를 지켜보던 많은 시청자들은 놀라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화면에 비쳐진 ‘북한 꽃제비들’, 즉 굶주림 끝에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참혹해 보여서였다. 얼어터진 맨발에 뼈만 앙상한 맨몸을 거의 드러낸 누더기 차림으로 장마당을 이리 저리 떠돌던 아이들. 추위에 오들 오들 떨면서도 행여 먹다 버린 음식찌꺼기라도 있을까 싶어 시커먼 시궁창을 가는 손가락으로 헤집던 모습들. 차마 더는 지켜볼 수가 없어 차라리 채널을 돌려버린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어떻게 저럴 수가. 저것이 정녕 핏줄을 나눈 동포 어린이들의 모습인가.” 탄식들이 절로 나왔다.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많은 국민들은 언제까지 ‘강건너 불’처럼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들 했다. 종교계 시민단체 등에서 쌀 한톨 옷 한벌씩이라도 보내자며 활발히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 아니 북한이 기아를 해결 못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치자면 어언 7년 째에 접어들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하지만 아직껏 저들의 사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소식은 좀체 들려오지 않는다.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암담하다는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북한에선 무려 640만명의 주민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은 크게 줄어 목표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장 몇주 내에 북한에선 67만5천명의 중등학교 저학년생과 노인 35만명에게 식량배급을 중단해야할 판이라고도 한다. 오죽하면 세계식량계획(WFP) 존 파월 아시아 지역국장은 “식량 위기에 대한 전망은 오싹하기만 하다”고 탄식한다.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도대체 언제까지 외부 식량원조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일까. 그 긴 세월 북한 당국자들은 무얼 해왔다는 것인지. 백성들 끼니도 해결 못하면서 체제 수호만 부르짖는 그들이 밉살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한없이 딱하기도 하다. 같은 겨레지만 한편에선 남아도는 재고 쌀을 처리 못해 전전긍긍 하는 터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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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權과 학교성적 지면기사
한국위인들의 어렸을 적 모습은 한결같이 똑똑하고 명석하고 씩씩한 그런 상(像)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종대왕 정몽주 이율곡 이순신 김유신 최영장군 등 학자와 장군들이 다 그렇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는지도 모른다.반면에 전기에 나타난 서양의 위인들은 대부분 공부도 잘 못하고 말썽꾸러기들이다. 2차대전의 전범이기는 하나 아직도 많은 독일인들의 가슴에 영웅으로 남아있는 히틀러는 낙제생에다 미술대학에 2번이나 응시했으나 그때마다 낙방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파리의 사관학교 졸업성적이 58명중 42등이었다. 슈바이처는 동네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말썽꾸러기였으며 아인슈타인은 성적부진으로 고교중퇴에 대학 낙방생이었다.미국 대통령 가운데서도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은 케네디와 클린턴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 2000년 3월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고어가 양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좋은학교는 다녔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후보가 된 모양이다”라고 익살스런 촌평까지 했을 정도다. 미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우등으로 입학해서 우등으로 졸업한 학생보다 성적이 나빴던 학생이 우등생으로 탈바꿈해 졸업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피나는 노력의 과정에서 터득한 인생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공부 잘해야 하는 우리의 판단기준과 큰 차이가 있다.최근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가 확실시 되는 이회창 전 총재의 중고교 성적을 공개해 흥미를 끌었다. 중2때 420명중 305등에서 중3때 54등으로 뛰어올랐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 전 총재가 수재형 모범생이 아니라 평범한 노력형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 며칠전에는 어느 중앙 일간지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학교 성적과 함께 평탄치 않은 그의 과거가 소개됐다. 그러나 국민들이 대권 후보의 사생활에 관해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의 학교 성적뿐 아니라 어려운 인생의 고비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이로 인해 형성된 인생관과 가치관 등 가식없는 삶의 총체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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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공포 지면기사
전세계 강에는 대형 댐만도 4만5천개나 있고 그중 5천개가 1950년 이후 건설됐다는 것이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의 추산이다. 그렇다 보니 댐 붕괴 또한 드문 일이 아니다. 중국만 해도 8만여개의 크고 작은 댐 가운데 3천200개가 50∼81년 붕괴됐고 그 밖의 나라도 200여개의 댐이 붕괴, 1만3천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천600명의 목숨을 앗아간 63년 10월9일의 이탈리아 베이온트 댐 붕괴다. 두 달 동안 계속된 폭우로 퇴적암과 석회암 지질의 댐 사면(斜面) 지대가 물에 잠기면서 석회암 층이 용해돼 240만㎥의 엄청난 바위덩이와 흙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93년 8월27일엔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 티베트족 자치주의 쿠호우(溝后) 댐이 무너져 223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명이 다쳤다. 사상 최악의 댐 붕괴 사고는 75년 8월 중국 양쯔(揚子)강 하류(반퀴아오 댐)에서 일어났다. 무려 8만5천명이 죽었고 그 사고의 후유증인 전염병과 기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만도 14만5천명에 달했다. 중국의 댐 붕괴가 잦은 이유는 전세계 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탓이다. 두 번째가 미국의 5천500개, 그리고 구 소련과 일본, 인도의 순으로 많다.한데 남측과 상의 없이 86년 10월 착공한 금강산 댐이야말로 이른바 하몬주의(Harmon's Opinion)의 표본인 듯싶다. 미국이 그란데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하류의 멕시코가 반발했다. 그러자 1905년 미 법무장관 하몬이 선언했다. “미국이 미국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이상 국제법은 미국에 대해 멕시코와 그 강을 함께 이용해야 할 하등의 의무도 부여하지 못하며 미국의 유로(流路) 변경으로 인한 멕시코의 피해에 어떤 손해배상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어이없는 안하무인의 주장이 '하몬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은 어디까지나 강 하류의 편의 위주다. 아무쪼록 금상산 댐이 홍수의 재해를 '액땜'하는 '댐(dam)'이 돼야지 무엇을 '파멸케 한다'는 뜻의 액운의 '댐(damn)'이 되지 않기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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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권리 지면기사
'마을에서 어린이들의 환성이 안 들린지도 이미 오래. 과외학원이나 교습학원에 다니느라 바쁜지 마을공터나 공원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녀를 덜 낳는 경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린이들은 실제로 다양한 놀이를 하고 싶다(72.2%)거나 오래 놀고 싶다(88.0%)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거의 실내에서 수다를 떨거나(83.2%) 자기 집안에서 놀뿐(80.2%)이다'. 이 내용은 1999년 일본의 베네쎄 교육연구소의 어린이들의 놀이에 관한 조사보고서 가운데 일부이다. 이 보고서를 감수한 도쿄 세이토쿠 단기대학의 후카야(深谷)교수는 '공부가 우선, 놀이는 시간 때우기'라는 사회풍토가 문제라며 놀이는 어린이의 권리라고 주장한다.한국 어린이들의 실정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가 않다. 다음은 한국 자녀교육상담소의 상담내용중 하나. “한 어머니가 자녀상담을 해왔다. 딸이 공부의욕 상실이란다. 딸의 나이 이제 겨우 네 살. 일주일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영어회화 개인교습을 각 이틀씩 받고 있다. 아이는 식욕마저 잃었다고 했다.” 상담소측은 이 어린이의 경우 육체와 두뇌가 지칠대로 지쳐 공부는커녕 놀 수 있는 힘마저 상실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어린이의 두뇌에 대한 학대가 이러한 의욕상실증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사회의 전반적인 조기과외현상 때문일까. 서울 강남의 일부지역에서는 어린이 놀이마저 과외를 한다고 한다. 이미 10여개 놀이과외 업체가 성업중이라는 소식이다. 맞벌이부부의 자녀도 있지만 대부분 지나친 과외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질 것에 대비한 또 다른 과외수업이다. 교재비만도 100여만원에 한달 비용이 20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린이 과외 천국이다.내일(5일)은 어린이날이다. J 하우얼의 격언집에 '일만하고 놀지 않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얘기다. 놀이는 어린이의 권리라고 주장한 후카야 교수의 말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우리 어린이들이 과외에서 해방될 날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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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업적 지면기사
나라의 역사로 치면 불과 220여년밖에 안되는 미국은 그러나 공화정치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보다 길다. 하긴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줄곧 공화정을 이어왔으니 일러 무엇하랴. 긴 공화정 덕분일까, 미국에는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나름대로의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남긴 전직 대통령들이 꽤 많다.우선 3대 제퍼슨 같은 이는 퇴임 후 17년간 활동했는데, 고향에 버지니아대학교를 세우고 직접 총장으로 봉직하면서 오늘날 손꼽히는 명문대학으로 키웠다. 6대 애덤스는 17년간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노예해방운동을 펼쳤다. 또 27대 태프트는 예일대 법대교수로 재직하다가 연방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그밖에도 퇴임 후 상원의원이 된 앤드류 존슨, 4년 후 다시 대통령에 선출됐던 클리블랜드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그러나 그 중 가장 주목받을 만한 이는 아무래도 카터일 것 같다. 1980년 재선에 실패한 그는 재임 중엔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었으나, 퇴임 후엔 ‘제일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변신했다. 퇴임 후 그는 중동평화회담 등을 위해 동분서주했는가 하면, 남북한을 교차 방문하면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애쓰기도 했다. 또한 무주택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세계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자신도 카터처럼 되기를 원했던 클린턴은 지난해 1월 퇴임 후 아직 이렇다할 활동이 없으나, 조만간 TV 아침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설 것이란 소식이다. 아마도 전직 대통령이란 권위 속에 묻히기보다는 국민들과 한걸음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닌가 싶다.우리 나라에서도 모두 7명의 전직 대통령이 나왔고 그중 4명이 생존해 있다. 그런데 공화정의 역사가 50여년밖에 안돼서일까, 아직은 카터나 제퍼슨 애덤스 등과 같은 그럴듯한 업적을 쌓은 이들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국민들과 좀더 가까워지려고 특히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거의 언제나 뉴스의 초점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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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와 돈 지면기사
신라 헌안(憲安)왕이 화랑의 우두머리인 국선(國仙) 김응렴(金膺廉)에게 물었다. “낭(郞)은 국선으로 나라 안을 두루 살폈다는데 그 중 가장 모범이 될 만한 것 세 가지만 말해 보라.” “예. 첫째는 남의 윗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인데도 겸손하여 남의 밑에 있는 사람, 둘째는 남보다 부자인데도 검소한 옷차림을 하는 사람, 셋째는 권세가 있으면서도 그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바로 그 명답 점수로 부마(임금의 사위)가 됐다가 훗날 권좌에 오른 47대 경문(景文)왕이었다.'도적질을 하더라도 사모(紗帽) 바람에 거드럭거리고 망나니짓을 하더라도 금관자(金貫子) 서슬에 큰기침한다'고 했다. 나쁜 짓을 하고서도 권세 있고 돈 있는 유세로 큰소리친다는 뜻이고 아무리 작은 권세라도 그렇다는 말이다. 굴람 칸 파키스탄 대통령의 침실과 목욕탕 청소부가 93년 3월31일 구속됐다. 대통령의 측근임을 과시, 1천100만루피(약 4억원)를 예금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하긴 대통령 침실과 목욕탕 청소부라면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 사인가. 그러니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의 운전기사였다가 93년 12월 장관급인 대통령 보좌관이 된 바홀프스키 같은 사람의 우쭐거림이야 오죽했을 것이며 그의 통장은 또 얼마나 두둑해졌을 것인가.권세의 '권(權)'자는 기세와 힘을 뜻하지만 저울을 상징한다. '권칭(權秤)'이 저울이고 '권형(權衡)'이 저울대, '권도(權度)'가 저울과 자(尺)다. 따라서 권세란 조금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평형과 정확이 본질이고 생명이다. 그러나 저울을 재는 것은 사람의 손(주먹)이라 하여 '권석(拳石)'이고 그런 사람을 '권흉(權兇)'이라 한다. 딴은 아주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저울대(권세)를 잡았을 때 그 한쪽 끝에 돈 뭉치만 실리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무슨무슨 '게이트'마다 배후로 의심받던 여권의 한 실세가 검찰에 불려갔다. '증거 포착'과 '돈 줬다는 사람은 전혀 모른다'는 양쪽의 드넓은 갭이 과연 어떻게 좁혀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