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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직 대통령들 지면기사

    미국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이 5명 있다. 이중 91세의 로널드 레이건은 고령인데다 알츠하이머병까지 앓고 있어 대내외적 활동을 전혀 못하는 형편이다. 88세의 제럴드 포드 또한 가끔 대중 앞에 나오기는 해도 대부분을 캘리포니아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아들에게 가끔 조언을 하지만 상당히 조심하는 편이라 한다. 아들을 위한 배려에서 결코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들에 비해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은 왕성한 활동으로 세인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고, 그것이 가끔은 현 부시 대통령의 심기를 꽤나 불편하게 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지난 주엔 ‘USA 투데이’가 ‘전직 대통령들에 둘러싸인 부시 대통령의 곤혹스런 입장’을 조명하는 기사까지 실어 눈길을 끌었다.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난 후 세계가 좁다 하고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니면서 외교활동을 벌여 진작부터 백악관과 국무부의 눈밖에 나 있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와는 180도 변한 모습으로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벌여 세인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터 역시 백악관과 국무부로부터 고운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엔 미국이 오래 전부터 무척이나 꺼림칙해 하는 쿠바를 방문, 부시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도 했다는 평이다.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직 대통령들이 원로로서 국정을 거들어 주면 현직 대통령이 무척 반길듯도 싶건만, 이는 착각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활약상은 자칫 현 대통령의 무능으로 비칠 수 있고, 대통령 자리는 어떤 면에서든 도전을 용납할 수 없는 배타적 권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전직을 빌미로 툭하면 ‘감 놓아라 배 놓아라’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어쩌면 현 정부가 직접 할 수도 있는 일을 괜히 먼저 나서서 들썩대는 경우도 있을 테니 꼭 상쾌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 역시 내년에는 생존 전직 대통령이 5명이 된다.

  • 축구영웅 지면기사

    기가 막힐 일이다. 미국 프로 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강타자 곤잘레스가 경기 중 질겅질겅 씹다가 탁 뱉어버린 껌이 지난 달 16일 인터넷 경매에서 1만달러에 팔렸다는 것이다. 그걸 주워 팔아먹은 기상천외의 상혼(商魂) 주인공은 미네소타주 우드레이크에서 스포츠 기념품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곤잘레스의 경호원에게 청탁해 문제의 껌을 입수한 뒤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플라스틱 병에 밀봉, DNA 검사를 거치도록 했고 결국 곤잘레스의 ‘진품 껌'은 한 스포츠 약품회사 사장에게 낙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양말이나 팬티까지 팔면 얼마나 비쌀 것인가.축구 스타를 넘은 영웅들의 몸값 또한 엄청나다. 엊그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선보인 잉글랜드 축구 스타, 한국 이름으로는 ‘吳彦'쯤 될 그 미소년 축구 영웅 마이클 오언이 왼팔에 두른 빨간 완장을 경매에 붙인다면 또 얼마나 받을 것인가. 가난한 알제리 이민 2세이자 마르세유 변두리의 노동자 아들인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단(Zidane), 한국 이름으로는 ‘池檀'을 연상케 하는 그가 작년 7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팀으로 팔려갈 때 받은 몸값, 정확히 말해 ‘발값(足價)'은 무려 845억원이었고 4년 계약의 연봉만도 500만달러(약 65억원)다. 브라질의 데니우손이 97년 스페인으로 팔려간 이적료도 500억원이었고 호나우두는 340억원의 발 보험에 들어 있다.호머나 헤시오도스가 서사시로 읊던 그런 영웅시대도 아니고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이 호령하던 그런 영웅시대도 아니다. 오직 스포츠 영웅시대, 대중의 영웅, 그런 시대일 뿐이고 ‘영웅 같은(eroica)' 그런 시대일 뿐이다. 베토벤이 다시 살아온다면 나폴레옹 시대의 영웅교향곡이 아닌 ‘스포츠 영웅 교향곡' ‘축구 영웅 교향곡'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의 영웅=돈 잘 버는 스타'를 강렬한 주제로 깐 교향곡을 말이다.16강에 들면 1억원씩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우리 선수들도 8강→4강까지 오르면서 펠레, 마라도나 같은 축구 영웅으로 무더기 데뷔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 초라해진 왕궁 지면기사

    1592년 조선조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주로 피란했던 왕이 이듬 해 10월 한성으로 돌아왔지만, 궁이란 궁은 모두 황폐돼 거처할 만한 곳이 없었다. 낙담한 선조는 100여년 전 세조의 큰 손자 월산대군의 저택이었던 지금의 덕수궁(德壽宮)에 행궁을 정해 정릉동행군(貞陵洞行宮)이라 하고 경내 확장공사를 펼쳤다. 그리고 1608년 승하할 때까지 이곳에서 내외정무(內外政務)를 보았으며 뒤를 이은 광해군 역시 여기서 즉위했다.광해군은 1611년 창덕궁(昌德宮)으로 이거(移居)하면서 이 행궁을 경운궁(慶運宮)이라 이름하였고, 1618년엔 그의 계모 인목대비를 이곳에 유폐시켰다. 그로부터 150여년이 지난 1773년엔 당시 왕 영조가 선조의 환도어거(還都御居) 3주갑(三週甲:60년이 3번 지남)을 맞는 해의 2월 1일 세손(훗날 정조)과 함께 이곳 즉조당에서 선조의 고생을 회상하며 사배례(四拜禮)를 행하였다. 1876년엔 고종황제도 즉조당에서 전배(展拜)하였다. 또 1896년부터 한동안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 머물 때는 태후 태자비가 경운궁에 이어(移御)하였으며, 열성어진(列聖御眞)과 명성황후의 빈전(嬪殿)도 경복궁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고종 또한 1897년 러시아 공관에서 나와 이곳에 머물렀었다.우리의 옛 왕궁 덕수궁의 역사를 대략 살펴보았다. 처음 왕궁이 될 때부터 구차스럽게 시작되어서일까, 몇세기의 세월이 흘렀어도 좀처럼 한스러운 처지를 벗지 못하는 것 같다. 일제(日帝) 침략 이후 이리 저리 잘려나가더니, 이제는 아예 궁 바로 옆에 미국대사관 직원용 고층 아파트까지 들어서 한층 초라한 모습으로 남을 위기에 놓였다. 더구나 아파트 부지마저 원래는 덕수궁 터로서 왕들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선원전(璿源殿)이 있던 곳이라 한다.남의 나라 옛 왕궁 바로 옆, 아니 왕궁터에 굳이 8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미대사관측도 그렇지만, 이를 허용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당국도 어처구니 없기는 매한가지다. 어차피 비운의 왕궁인 만큼 아무런들 어떠랴 싶은 것일까.

  • 달라진 부부싸움 지면기사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한 탓으로 항상 욕설과 경멸을 일삼고 심지어 물벼락까지 안기는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이보다 거의 3세기 후의 인물인 기원전 100년경의 고대로마 정치가이자 대 웅변가인 키케로도 밖에서는 학식높은 유명인사였으나 집안에서는 아내 테레치아로부터 무척 괴롭힘을 당했다. 그녀는 키케로를 능가하는 달변이어서 천하의 키케로도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셰익스피어는 아내를 증오했던 것 같다. 그의 묘비명에는 '…여기에 묻힌 나의 주검을 파내지 말라. …나의 뼈를 움직이는 자에게 저주있으라'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도굴꾼을 걱정한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아내가 사후 자기 무덤에 함께 묻힐 것을 두려워해 무덤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8세연상의 아내에게 유산으로 침대 한 대만을 줬다고 전해진다. 학식이 높고 교양있는 사람도 이처럼 집안에서의 부부갈등이나 싸움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이에 비해 19세기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독일계 남편 알버트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여왕의 훌륭한 보좌역이었다. 한번은 여왕이 알버트의 방문을 노크했다. 알버트가 '누구냐?'고 묻자 '여왕이오'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한참후 여왕이 다시 '당신의 아내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문이 열렸다. 9명의 자녀를 둔 여왕가족은 좋은 부부금슬과 평화로운 가정의 귀감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갖춘 신분이기도 했으나 서로 남편과 아내로서 '제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최근 부부싸움은 40대가 가장 많고 아내에게 매맞는 남편이 1년전보다 2배나 늘었다는 서울시 소방대책본부의 집계가 발표돼 흥미를 끌고 있다. 매맞는 아내의 수는 1년전과 비슷한 것에 비하면 변화된 남편의 위상과 부부싸움의 양태를 알수 있을 것 같다.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칼날만큼의 좁은 침대에서도 함께 잘 수 있지만 서로 미워한다면 10m폭의 침대도 좁다'는

  • 성년의 날 지면기사

    미국 아이들의 성년식(成年式)은 13∼19세에 치른다. 일레븐(11)→트웰브(12) 세던 나이가 서틴(13)→포틴(14)부터 나인틴(19세)까지 '틴(teen)'이 붙고 그 '틴에이저(13∼19세)'에 성인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너(teener), 틴스터(teenster)라고도 불리는 틴에이저 시작부터 성년식을 치르는 쪽은 유태계 가정이고 대개는 18∼19세의 하이틴에 치르거나 '스윗 식스틴'이라고 해서 가장 달콤한 나이라는 16세에 올려주기도 한다. 아무튼 미국의 성년식은 어른들의 '시한폭탄' 취급으로부터 해방되는 일종의 '해방식'이기도 하다.프랑스의 성년식(21세)도 노예 해방 때 쓰던 말인 '에만시페이숑'을 그대로 쓸 정도로 '해방'의 의미는 강하다. 1969년까지만 해도 부모에게 절대복종을 하지 않았다가는 민사재판소에 고소를 당하기 일쑤였고 법원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고소 당한 아이를 체포, 소년원 등 특수교육 시설에 수용토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해방감만큼 책임감과 부모에 대한 고마움 또한 커지는 게 그쪽 성년식이다. 독일도 프랑스와 같은 21세, 네덜란드는 23세다. 대만은 미국의 '스윗 식스틴'처럼 16세가 성년이다. 또 스위스 같은 나라는 특정 미성년에게 법원이 '성년 선고'를 해 주기도 한다. 우리 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20세가 성년이다. 성년의 날도 일본은 1월 둘째 월요일로 금년은 1월15일, 작년은 1월14일이었다. 프랑스는 5월18일, 대만은 음력 7월7일이다. 우리 나라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오늘이 '성년의 날'이지만 만 20세 생일이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의 성년일은 각각 다르다.관혼상제의 첫 번째가 관례(冠禮), 즉 성년식이다. '冠'은 '남자 어른이 처음 쓰는 관'자다. 20세를 약관(弱冠)이라 하는 것도 '冠'이 20세에 쓰는 모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15세에 쪽을 찌고 성인례를 올렸다고 해서 '관례'가 아니라 '비녀 계'자 '계례(●禮)'라고 했다. 성년이란 가정과 사회의 대접을 받는 그만큼 책임 또한 커진다. 떳떳하고 의젓

  • 카파라치 지면기사

    파파라치는 유명인들의 뒤를 쫓아 다니며 사진을 찍어 언론에 팔아 돈을 챙기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말하는 이탈리아어다. 1959년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생활'에 등장하는 사진사 파파라초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파리처럼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뜻하나 사나운 모기를 일컫는 파파타치와 번개를 뜻하는 라치의 합성어란 주장도 있다.이러한 파파라치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97년 8월 31일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한밤중에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면서 부터였다. 파파라치를 소재로 했거나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1998년 4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영화 '파파라치'가 개봉 수일만에 관객 160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가장 많이 인기를 끈 것도 다이애나비의 죽음이 이들 때문이었다는 여론의 덕이 컸다. 주인공 프랭크는 직장에서 해고된 다음 본의 아니게 파파라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놔 최고 기술을 전수받아 기상천외한 훔쳐보기 전문 파파라치가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파파라치가 파파라치 당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줄거리다.파파라치의 생존 토양은 옐로 페이퍼들의 센세이셔널리즘이다. 그러나 센세이셔널리즘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성의 상품화라는 역기능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연예인 파파라치가 있는가 하면 소위 '몰카'로 표현되는 섹스파파라치행위가 행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몰카 사진을 게재하는 매체는 아직 없지만….최근 교통 법규위반 현장을 촬영해 신고보상금을 받아 살아가는 세칭 카파라치가 신종 직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1년동안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84억원이 넘고 1천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사람도 63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때 이들 카파라치가 법규 위반자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가고 도로표시도 조작했다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모든 현상이 우리 교통문화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이제 월드컵기간중이라도 카파라치가 발붙이지 못하는 성숙된 교통질서가 확립됐으면 좋겠다.

  • 이래 저래 걱정 지면기사

    ‘할머니의 큰 아들은 우산장수다. 비가 와야 우산 몇개를 팔아 근근이 생활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개인 날엔 지레 걱정이 앞선다. 우산을 못팔아 큰 아들네 살림이 더욱 쪼들릴 게 뻔해서다. 반면 작은 아들네는 짚신을 팔아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짚신은 반대로 비가 오면 잘 팔릴 리 없다. 이래 저래 할머니의 근심은 그칠 날이 없다. 개인 날엔 큰 아들네가 걱정이고, 비오는 날엔 또 작은 아들네가 마음에 걸리고…’.경기침체로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자 정부는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해왔다. 덕분에 경기가 차츰 살아나고 생산과 소비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마침내는 심각한 통화팽창 현상을 불러왔다. 올들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대비한 총통화 증가율이 계속 10%대를 웃돌다가 지난 4월엔 결국 14%를 넘어서 물가안정을 크게 위협하게 까지 됐다.생각다 못해 금융통화위원회가 며칠 전 콜금리를 0.25% 올렸다. 그러자 덩달아 시중금리가 들썩대고 이미 한 은행은 잽싸게 뒤를 좇았다. 덕분에 통화팽창 및 물가불안 억제엔 어느 정도 힘이 되겠지만, 그만큼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즉 크게 불어난 대출 탓에 가뜩이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가계나 이제 막 회복 초기단계에 접어든 경제 각 부문이 콜금리 인상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다.우선 가계부채 중 일반대출과 주택금융만 해도 265조원이나 돼 시중금리가 0.1~0.15 포인트만 올라도 추가 이자 부담액이 2천600억~3천900억원 규모나 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니 특히 신용한계선상에 있는 서민계층엔 금리인상이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축된 기업의 설비투자가 더 더욱 졸아들고, 아직 경기회복 초기단계인 만큼 소비와 생산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커지리란 경고도 나온다.결국 금리인상을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인 셈이다. 예의 할머니 걱정쯤은 두 아들 직업만 바꾸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금리는….

  • 朴槿惠와 김정일 지면기사

    줄피카르 알리 부토의 딸인 부토 파키스탄 대통령이나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필리핀의 아로요와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가 각각 아버지 마카파갈과 수카르노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것은 바로 작년의 일이다. 그 여성 대통령들처럼 박정희(朴正熙)의 딸 박근혜(朴槿惠) 역시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엊그제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대좌(對坐)한 '그림'은 보다 더 균형잡힌 명화(名畵)가 됐을지도 모른다.'남남북녀(南男北女)'라고 했다. 남쪽 남자가 더 미남이고 북쪽 여자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반대의 남북 성(性) 대표 명화가 됐다는 것이 또한 아쉽다면 아쉽다고나 할까. 박의원에게 '여사'라는 극존칭을 썼다는 것도 궁금하다. 결혼한 여자에 대한 경칭인 '女史'라고 불렀다면 박의원에겐 해당이 안되는 말이고 '女士'라고 했다면 학덕이 높은 여성에 대한 존칭이니까 그럴싸한 부름이었다.아무튼 박정희 딸과 김일성 아들이 마주앉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다. 지하의 박 전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니, 정신이 있는깅가 없는깅가”할 사안이고 육영수 여사 역시 “너 근혜 맞니?”할 사건이다. 박정희와 김일성, 그들은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불공대천지간(不共戴天之間)이었다. 같은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길래 '코리언 페닌슐라'라 불리는 한반도를, 그것도 미국 알래스카주의 7분의 1에 불과한 22만㎢의 땅을 둘로 쪼갠 '한반반도(韓半半島)'씩의 하늘을 각각 이고 살지 않았던가.하지만 이제는 '차가운 전쟁(cold war)' 시대도 '뜨거운 전쟁(hot war)' 시대도 아닌 데탕트(detente) 시대, 즉 긴장 완화 시대라 하고 화해 시대라 한다. 지난 2월12일자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박근혜의 카리스마적 인기'를 논했듯이 언젠가는 박의원이 이 땅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번 '남녀북남(南女北男)' 회담에서의 약속 사항이 조속히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그녀의 대통령 예감지수는 한결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 ‘집으로…’ 정서 지면기사

    가공할 폭력 잔혹행위와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성애(性愛) 표현. 요즘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는 우리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여기에 진한 육두문자가 간간이 섞이지 않으면 아예 의사소통마저 어려울만큼 언어폭력들도 대단하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자 대중의 정서를 반영한다고들 하던데, 툭하면 조폭영화 엽기영화 등이 붐을 이루는 현실이 마냥 씁쓸하다.하지만 모든 걸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닌 모양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영화 ‘집으로…’가 예상외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산골에 사는 언어장애 외할머니의 일곱살짜리 도시 손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리고 처음엔 문화적 갈등으로 갖은 투정을 다 부렸지만, 차츰 할머니의 깊이를 모르는 헌신적 사랑에 자신도 모르게 묻혀가는 어린 손자. 별것아닌 내용 같지만 시골 할머니가 말 한마디 없이 도시 손자와 손짓 몸짓 표정만으로 교감하는 장면 장면이 관객의 누선을 자극하고 조용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이미 300만명이 훨씬 넘는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대종상 영화제에서도 9개부문 후보에 오를만큼 세간의 화제작이 되었다. 이정향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주연을 맡았던 무명의 김을분 할머니와 아역배우 유승호군이 각각 최고령 최연소의 기록을 세우며 신인 여우주연상과 신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폭력과 섹스가 담긴 영화만이 살아남는다는 한국영화판에서 그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작품이 히트를 할 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조금은 놀랍다.그러나 단순한 놀라움 이전에 어쩌면 그같은 순수함을 원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진정한 국민정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폭력과 섹스 공해에 벌써부터 식상한 관객들이 그에 대한 일시적 반작용으로 소박하고 순수한 ‘무공해 작품’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없는 건 아니다. 그야 어떻든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터에, 순수하다 못해 촌스럽게까지 보이는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우선은 반갑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직은 건강해 보이기에….

  • 길수군 가족의 탈북 지면기사

    1989년 6월4일 미명. 중국당국은 군부대와 장갑차를 동원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와 자유를 요구하는 수만 시위군중에게 무차별 발사를 시작했다. 사망자는 200여명, 부상자는 3천여명에 달했다. 그 며칠후 중국당국은 이같이 발표했다. “천안문사태에서 죽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도 단 한명 없었다. 외국언론들이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해 20세기 총아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현장의 진실을 전세계에 보도함으로써 이제 더 이상 조작이나 허위는 발붙일 틈이 없어진 것이다. 이보다 9년앞선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또 지난 동계올림픽 쇼트 트랙경기에서 한국으로부터 금메달을 훔쳐간 미국 오노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을 밝혀낸 것도 영상매체의 힘이었다.장길수군 가족의 망명사건과 관련, 중국이 치외법권 지역인 일본 영사관 안까지 진입해서 이들을 강제로 끌어낸 장면이 TV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자 새삼 이같은 영상매체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이 TV화면에는 북한동포들의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고 무자비한 중국공안당국의 강압적인 인권 탄압, 일본의 수수방관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한중일 3국의 위상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듯. TV 보도화면이 아니었다면 치외법권을 침해당한 일본의 항의나 이로 인한 중일간의 외교갈등도 없었을 것이고 길수군 가족은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했을 것이란 끔찍한 생각이 든다.원래 외국 영사관은 빈 협약에 의해 영사의 동의를 얻으면 무장 경찰이 진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 제압, 일본영사관의 무책임한 자세가 거짓없이 공개되고 이로인한 양국의 책임 떠넘기기 외교분쟁이 가열되자 이번엔 중국측이 영사관으로부터 사전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중국측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비디오 테이프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나도는 녹음 테이프라도 있다면 모든 진실이 규명 될 것을… 앞으로의 탈북자를 위해서라도 중일양국의 책임소재는 반드시 가려져야 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