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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쟁이 지면기사

    거짓말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꾸며서 불의의 이득을 노린다든지 남에게 큰 해를 끼치는 거짓말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또는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등 선의의 거짓말까지 몰아쳐 비난해야 한다면 세상살이가 너무 각박하지 않을까 싶다.반면 아무리 분위기를 위해서, 또는 재미삼아 하는 거짓말이라 해도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정도가 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애초 심심풀이로 ‘늑대가 왔다’고 시작한 거짓말에 차츰 재미가 붙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낳게 됐고, 마침내는 목숨까지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사람들 마음에 불신이 싹트게 되고, 그 불신의 결과가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를 이 만큼 간명하게 풀이한 교훈적 이야기도 드물성 싶다.요즘 한창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 현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의 연예 관계자들은 ‘거짓말쟁이 늑대소년’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화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어 호치민시에 한국영화 전용관까지 들어설 정도가 됐지만, 정작 베트남 청소년들 사이엔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연예인들의 잦은 약속 파기 때문이다. 극장 개관식이나 영화제 등을 앞두고 툭하면 ‘인기 연예인 누구 누구가 베트남에 온다’는 식으로 잔뜩 홍보해 놓고는 언제 그랬느냐는듯 시치미 떼는 일이 다반사란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하다는 베트남인들이 무시당하고 놀림당했다며 불쾌해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덩달아 추락하는 건 물론이고.“지금은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워낙 수준이 높고 한국 탤런트들이 미남 미녀여서 거짓말을 해도 그들을 좋아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의 드라마 질이 높아지고 미남 미녀 탤런트들이 많아질 경우에도 한국 연예인들이 지금같은 인기를 누릴지 의문이다.” 어느 베트남 청소년팬이 했다는 가시돋친 경고다. 거품같은 인기에 한껏 들떠있을 일부 연예인들 얼마나 귀담아 들을는지.

  • 몰래 녹음 지면기사

    1945년 영국의 전 수상 앤토니 이든경이 외상으로 재임했을 때의 얘기다. 그는 한국전쟁 및 인도차이나 전쟁종결과 전후문제를 다루는 제네바 회의에 참석중이었다. 그는 투숙키로 돼있던 외무성 단골 호텔을 떠나 갑자기 그의 친구 별장으로 숙소를 옮겼다. 이유는 '호텔에서 대책회의를 할 때는 반드시 계속해서 테이블을 두드려 가면서 말하라'는 전임자의 충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호텔에 도청녹음기가 설치돼 있으니 충격음을 많이 넣어 영국의 정책이 도청당하지 않게 하라는 조언이었다. 이든경은 회의 도중 테이블을 쉼없이 두드린다는 것이 어려워 아예 숙소를 바꾼 것이다. 그의 회고록에 나오는 에피소드중 하나다.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청은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전 대통령 닉슨은 야당 선거사무소의 전화에 도청녹음기를 설치한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74년 임기도중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불운을 겪었다. 1977년 박동선 사건때는 미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사건으로 한미간 갈등이 증폭됐고 1995년 미일 자동차 협상시에는 미 CIA가 일본측의 기밀회의를 도청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지금은 국제간에 전파에 의한 도청이 많지만 아직도 몰래 녹음은 도청의 중요한 수단중 하나다.언젠가부터 이러한 몰래 녹음이 우리 사회에도 일반화돼 씁쓰레한 뒷맛을 주고 있다. 어떤 중요한 사건의 해결과 비리의혹 규명에 관련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이만큼 정확한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물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법조인들이 부당한 목적과 방법에 의한 비밀녹음은 인격적 침해라 해서 관련 테이프에 대해 민·형사상 증거채택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밀 녹음테이프는 증거능력을 부정할 정도의 위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법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후 확실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최근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이 최씨가 주요인사들을 만날 때 녹취한 몰래 녹음테이프 수백점을 압수,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수사결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는 혹시 누구와 대화할 때 테이블을 계속 두드려야 하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 유희 살인 지면기사

    앙드레 지드의 소설 '법왕청(교황청)의 지하도'를 보면 주인공 라프카디오의 살인 장면이 나온다. “천천히 열둘을 셀 때까지 벌판에 불이 보이지 않으면 이 자의 목숨은 살아나는 거야. 하나 둘 셋 넷… 아홉 열. 불이 보인다.” 다음 순간 그는 황량한 벌판을 달리는 야간열차 옆 좌석 손님을 열차 밖으로 떼밀어 살해한다. 이른바 '동기 없는 살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동기 날조(急造) 살인'이고 심리학에서 일컫는 정신병적인 심심풀이 '유희(遊戱) 살인'이다. 어이없는 살인 장면은 93년 7월 들어왔던 찰튼 헤스턴 주연의 영화 '2분 경고(Two Minute Warning)'도 마찬가지다. 망원렌즈가 달린 고성능 소음(消音) 장총을 호텔 창틀에 걸어 놓고 미식 축구 결승을 보러 온 대형 경기장의 9만여 관중을 향해 닥치는 대로 조준 사격을 해대는 것이다.실제 유희 살인도 흔하다. 85년 10월 이탈리아 여객선 아킬레라우로호를 납치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분자들은 여권 제비뽑기에 의한 당첨자를 차례로 바다에 던졌고 그해 11월 이집트항공 보잉737기 납치범들은 똑같은 수법으로 당첨자를 비행기 밖으로 걷어찼다. 지상 역시 위험하다. 93년 10월17일 도쿄 시내를 조깅하던 33세의 여자 회사원(小澤泰子)은 돌연 어디선가 날아온 쇠 화살을 등에 맞고 쓰러졌고 94년 7월 2일 오사카 지하철역에서는 65세 할머니가 18세 소년에게 떼밀려 전동차에 치고 말았다. 퇴근길 전차에서 40대 흑인 남자가 총을 난사, 5명이 죽고 임산부를 포함한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93년 12월 뉴욕 교외 사건과 같은 총기 난사사건은 요즘 또 얼마나 잦은가.94년 지존파 일당의 5명 살인 동기는 부자에 대한 적개심이었고 96년 막가파의 생매장 만행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다지만 그들을 뺨치는 살인마가 19명을 죽였다는 이번 군포 살인 방화사건의 4인조 흉악범들이다. 단돈 몇 푼에 무작위로 유희 살인을 했다지 않은가. 모두가 '경제 경제 또 경제 제일주의'와 황금만능 사고가 깔아뭉갠 인간성 말살과 가치 전도의 무서운

  • 쇼핑 중독증 지면기사

    프랑스 대혁명 2년후인 1791년 루이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 망명을 계획한다. 그 와중에서도 앙투아네트는 디자이너 로즈 베르탱에게 여행복 수십벌을 주문했다. 그러자 망명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도중에 체포돼 사형된다. 이 때문에 앙투아네트의 사치 낭비벽과 쇼핑중독증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고 평하는 사가들도 있다.1986년 아키노 여사에 의해 축출된 필리핀의 전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의 사치 낭비벽도 이에 못지 않다. 축출된 후 공개된 이멜다의 처소에서는 한번도 입지도 않고 신지도 않은 수천벌의 의상과 구두가 공개돼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 당시 이멜다의 사치와 쇼핑 중독증이 나라의 부패와 부정을 심화시켰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도 오락을 위해 수십억 짜리 롤러 코스터를 샀고 엘튼 존도 옷과 가구를 하루에 13억원어치나 사들인 소문난 쇼핑중독자들이다.쇼핑중독증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기보다 물건을 사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쇼핑중독증에 걸리면 쇼핑을 안 할 경우 심한 정서불안 소화불량 두통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20세기 초 일찍이 쇼핑중독증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했다. 미국에서도 이를 마약 알코올 섹스 인터넷중독증과 함께 주요 정신질환으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4개 제약회사에서 쇼핑중독증 치료제를 개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임상실험중이라는 보고도 있다.최근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5곳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간 1억2천만원 이상 쇼핑하는 고객이 한 백화점당 10∼40명에 이르고 연간 1천만원 이상의 큰손고객은 8만8천명에 달했다. 이들 5개 백화점이외의 곳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들 가운데에는 일주일에 3∼4회씩 습관적으로 백화점에 들르지 않으면 정신적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쇼핑중독증이 일부 고소득층의 개인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자녀들이나 서민층에게도 전염돼 카드 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 빼어난 솜씨 지면기사

    한국인은 솜씨가 빼어나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민이 예부터 젓가락을 사용해 온 민족이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젓가락 사용이 몸에 배다 보니 그것이 곧 갖가지 손놀림을 능숙하게 해 무엇이든 척척 잘 빚어내고 만들어 내게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꼭 믿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국민이 유난히 손재주가 좋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곳곳에 감쪽같은 모조품 가짜들이 난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툭하면 위조지폐 위조수표 등이 나돌아 파문을 일으키고, 세계적 명품 사치품만 나왔다 하면 으레 모조품 가짜들이 쏟아져 나와 진품들을 비웃지만, 그런 것도 다 손재간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그러나 그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그 좋은 솜씨를 엉뚱하게 악용한 일부 사례일 뿐이고, 뛰어난 솜씨의 진정한 가치는 보다 훌륭한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찾아진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을 비롯한 갖가지 문화재 예술품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네 선조들의 빼어난 솜씨와 깊이있는 예술성 덕분이다. 우리가 만드는 갖가지 공산품 수공예품 등이 호평을 받으며 세계시장을 누비는 것 또한 뛰어난 손재주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그처럼 뛰어난 솜씨를 믿어서일까. 최근 문화재청이 자못 어마어마한 계획을 내 놓았다. ‘제2 석굴암’, 즉 모조 석굴암을 따로 건립하여 누구나 손쉽게 관람토록 한다는 것이다. 석굴암 탐방이 경주 관광의 백미이지만 보존상 이유로 유리에 가려 내부 배관(拜觀)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 진품에 버금가는 제2 석굴암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심미욕구에 부응하자는 취지에서다.분명 좋은 취지이고, 또 우리네의 빼어난 솜씨로 미루어 진품 못지 않은 제2 석굴암을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어쩌면 진품보다 더 멋진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리라. 단지 염려되는 건 아무리 손재간이 좋다 한들 1천200여년 전 신라 석공들의 깊은 예술혼과 지극한 불심(佛心)까지 깃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게 안된다면 기껏 모조품을 보자고 관람객들이 몰릴지도 의문이고.

  • 성직자의 성 추문 지면기사

    불교 국가 탓인지 태국은 유달리 승려들의 성 추문이 무성하다. 툭하면 승려의 엽색 행각이 신문 지면을 더럽히고 누구누구 승려가 승적을 박탈당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잦은 매음굴 출입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승려만도 170명을 넘는다는 게 94년 9월13일 그곳 교육부 종무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영자 신문 '더 네이션'의 보도였다. 또 일본의 시바타(柴田)라는 승려는 6년 동안 무려 100여명의 여성을 강간한 끝에 같은 해 8월 경찰에 체포됐다.목사와 신부도 뒤지지 않는다. 88년 2월21일 전 미국인의 시선은 남부 해안 루이지애나주 수도 배턴루지(Baton Rouge)로 쏠렸다. 1만여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교회를 세워 미국은 물론 전세계 130여개국의 TV를 통해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해온 억만장자 지미 스웨거트 목사가 창녀 데보라 머피양과의 성 관계를 눈물로 회개하며 연간 무려 1억5천만달러의 헌금을 챙겨온 설교단을 떠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스웨거트류의 은밀한 섹스 거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로이 앨런 양키라는 목사는 창녀 살 돈과 유흥비 마련을 위해 아예 14개 은행을 털어오다 91년 1월13일 경찰에 체포됐다.떠들썩했던 산체스 대주교의 93년 성 추문 등 미국 가톨릭 성직자의 섹스 스캔들은 21세기에 들어서도 끊일 줄 모른다. 수십년에 걸쳐 130여명의 어린이만을 성 추행해오다 금년 초 사제직을 박탈당한 보스턴 대교구의 존 조언을 비롯해 최근 6년간 물경(勿驚) 1천100명의 신부가 성직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 3월21일자 뉴욕포스트지에 편지 형식으로 기고한 한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 편지는 참담하기만 하다. “그것은 최후의 배신이었습니다.”교황 또한 아동 성 학대(pedophilia)라는 표현 대신 라틴어로 '악의 미스터리'라고 한탄하다 못해 드디어 미국 내 13명의 추기경을 로마로 긴급 소집, “독신과 금욕주의라는 성직의 보루(堡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23일 강조했다. 제발 '성직자(性職者)'가 아닌 성직자(聖職者)의 신성한 모습들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 딱하기도 하고 지면기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또 한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는 깜짝쇼를 벌였다. 그는 지난 해 8월에도 종전 기념일인 15일을 살짝 피해 13일 기습적으로 참배함으로써 이웃 국가들에 불쾌감을 준 적이 있다. 이번 역시 5~6월의 월드컵축구 한·일 공동개최, 9월 중·일수교 30주년 기념행사 등으로 올해 참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여지없이 뒤엎고 휴일 아침을 기해 마치 도둑처럼 해치웠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들마저 ‘돌연 참배’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때 천황중심 체제의 기틀을 닦는 과정에서 전사한 관군들을 기리기 위해 1869년 창건된 도쿄 초혼사(招魂社)가 그 효시다. 총면적이 9만9천㎡나 되는 이곳엔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진 무진전쟁 이후 청일, 러일, 중일전쟁 등 11개 전쟁의 전몰자 246만여명이 군신(軍神)으로 안치돼 있다. 태평양 전쟁 패망 이후 연합국 총사령부에 의해 국가 신도가 폐지되면서 막강한 국가기관에서 일개 종교법인으로 전락했으나, 여전히 일본 군국주의가 숨쉬고 있는 시설로 지적되는 곳이다.특히 1970년대 후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몰래 합사되면서부터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에 시달렸던 한국 중국 등의 불쾌감과 경계심을 한데 모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이 이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곧 A급 전범들을 참배하는 게 되고, 이 것이야말로 치떨리는 군국주의로의 회귀 내지는 동경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일본 정부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기에 역대 총리들은 야스쿠니를 참배할 때마다 이웃 국가들의 눈치부터 살폈다. 그러면서도 국내 극우 보수주의자들 비위를 맞추느라 도둑처럼 슬쩍 참배를 하고선 주변국들 반응을 슬금슬금 엿보곤 한다. 꽤나 희극적이다. 이번 역시 기습적으로 일을 저지른 뒤 목을 잔뜩 움츠린 채 한국 중국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더할 수 없이 불쾌하면서도 일면 딱하다는 생각도 든다.

  • 두 여고생의 죽음 지면기사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는 나름대로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든가, 사업이 망하거나 직장서 쫓겨나 삶에 자신을 잃었을 때 등이다. 또 삶의 목표와 의미를 상실해 깊은 좌절이나 절망감에 빠졌을 때도 그렇고 요즘엔 카드빚으로 인한 자살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견딜수 없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탈출구가 꽉 막혔다는 절망감 때문에 자살을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인적 고민을 자살의 심리적 원인으로 보고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에서 스타브로긴이 자살하면서 그 이유를 자기사상의 완결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정신적 비상탈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사랑과 증오감이란 극단적 습관이 있는 사람이 어떤 동기로 인해 사랑의 감정이 빠져나갔을 때 내부에 증오감만 남고 이 증오감이 자신의 마음속으로 내향화(內向化)하면 자살을 저지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이와 달리 자살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있다. 뒤르켐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의 도덕적인 조직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이 느슨하면 고독과 절망으로 인한 이기적 자살이, 집단적 경향이 강한 조직에서는 이타적 자살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최근 10대여고생 2명이 30대 남자와 함께 아파트 28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들은 인터넷의 앤티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오랜기간 자살을 논의해 왔다고 한다. 한때 인터넷 자살 사이트가 유행해서 당국이 단속에 나서자 반자살 사이트로 자살 바이러스가 번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의 자살이 뒤르켐이 말한 사회적 현상으로 정착한 것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조사결과 이들은 특히 힌두교의 죽음의 신인 칼리 신의 맹목적 숭배자 였음이 밝혀졌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이들 소녀들을 지금까지 곱게 키워온 부모들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이들을 죽음이란 막다른 길로 몰고간 환경을 제공한 철없는 어른과 기성세대를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자진 사퇴 지면기사

    대만의 첫 여성 재정경제부장관(經濟部長) 청차이이(宗才怡)가 취임 2개월 만인 지난달 돌연 사표를 냈다. “정치의 맹화(猛火)에 휩쓸려 타버렸다. 그만 쉬게 해 달라. 나는 정치라는 정글에 잘못 휩쓸려든 한 마리 토끼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가 자진 사퇴의 변(辯)이었지만 사퇴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국회(立法院)에서 답변하는 그녀에게 야당의원들이 “영어 좀 섞어 쓰지 마시오. 직원이 적어 준 메모만 보지 말고 답해 보시오. 공부 좀 하시오” 등 핀잔을 준 게 전부였다. 그러나 미국서 대학을 나온 대륙(중국) 출신 엘리트로 중화항공 사장 등을 지낸 그녀의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지 홀연 총총 사표를 내던진 것이다.일본에선 또 '자민당 저격수'이자 3대 여성 거물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쓰지모토사민당 의원이 지난달 '자진 사퇴'를 해버렸다. 깨끗한 피부, 짙은 눈썹의 미모에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또깡또깡 명확한 발음의 달변인 그녀는 장차 여성 당수와 여성 총리 예감지수가 가장 높은 기린아였지만 비서관의 급여를 유용했다는 비난에 휘말린 것이다. 일본 정객의 자진 사퇴 시리즈는 4월로 이어져 고이즈미(小泉) 총리와 정치 입문 동기로 10선의 거물인 자민당 간사장 가토고이치(加藤紘一)가 측근의 탈세 의혹으로 8일 의원직을 사퇴했고 20일엔 역시 정치 '큰 물건(大物)'인 이노우에 유타카(井上裕) 참의원 의장이 비서관의 이권 커넥션 추문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용퇴(勇退)란 말인가. 도대체 이 땅에선 언제 어느 장관이 한 줄기 비리 의혹의 연기가 오르자마자 서둘러 자진 사퇴한 적이 있었고 어떤 국회의원과 의장이 '나 부끄러워라' 자진 사퇴의 용단을 내릴 수 있었던가. 그만둘 때를 한참이나 지나 측근의 권유와 웃분의 압력을 받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 총알을 벌집처럼 맞고서야 마지못해 시들어빠진 몰골로 물러나지 않았던가. 파브르가 '곤충기'에서 귀가 없어 곁에서 대포를 쏴도 듣지 못하는 매미 얘기를 썼듯이 권세의 자리에만 오르면 모두가 매미처럼 돼버리는 것인가.

  • 장애인의 날 지면기사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죽기전에 꼭 3일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맹농인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는 그가 쓴 '3일동안만 볼수 있다면'이란 책에서 그의 소원을 이렇게 썼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3일동안 볼수 있게 해준 하느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영원한 세계로 돌아 가겠다고 했다. 유아때부터 소경에 귀머거리 벙어리의 3중고를 겪으며 세계 최초의 맹농아 대졸, 하바드대학 우등 졸업, 뛰어난 사회사업가로서 활약한 그가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말을 남겼을까.베토벤도 30세가 넘어 귓병을 앓아 청각장애자가 된다. 이 때문에 연주활동도 중단하고 작곡에 전념, 위대한 '영웅 교향곡'을 탄생시키며 스승인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그의 개성을 꽃피운다. 역사상 신체적 불구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인물은 허다하다. 중앙 아시아에 대 제국을 건설한 티무르 대제는 한쪽 눈이 없는데다 절름발이이고 한니발도 외눈이다. 프랑스의 화가 로트렉도 곱추에 다리가 불구였으며 이스라엘의 전쟁영웅 다얀도 외눈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미국의 루스벨트대통령이 소아마비이고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스는 지금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애자다. 국내에서도 후고구려의 궁예가 외눈이고 고 김기창 화백은 언어 장애인인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이처럼 장애인들의 신체적 불구는 생활에 불편함을 줄지언정 정신적 불구가 아니라는 사실은 역사적 인물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각이 바르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비뚤어진 사람이 바로 정신적 육체적 불구자라고 말한 한 장애자 단체 관계자의 말이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오늘(20일)이 장애인의 날이다. 현재 국내 장애인의 수는 모두 45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10%정도가 선천성이고 나머지 90%는 교통사고등 각종 재해로 인한 후천성 이라고 한다. 정상인도 한순간의 실수나 사고로 항상 장애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혹시 이들 장애자들을 차별대우해서 그들의 숨겨진 능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