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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루머 지면기사
신들과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 갖가지 일화를 엮어가던 신화시절, 요정 세이레네스와 음악영웅 오르페우스 사이에 노래대결이 벌어졌다. 세이레네스, 그녀는 지중해 한 가운데 떠있는 섬에 살며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리던 요정이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 나른한 기분에 젖게된다. 그래서 그녀 앞을 지나던 뱃사람들은 배가 암초에 부딪치는 것도 모른 채 무아지경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곤 했다. 한편 수금을 켜며 노래를 부르는 오르페우스도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매혹당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의 음악은 인간은 물론, 온갖 짐승과 산천초목까지 감동시켰다. 짐승들은 그의 가락을 들으러 다가가 귀를 기울였고, 나무들은 가락이 들리는 쪽으로 가지를 휘었다.대결은 오르페우스의 도전에서 비롯됐다. 오르페우스가 일부러 배를 타고 세이레네스 앞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자 세이레네스가 예의 요사스런 노래를 힘껏 불러제꼈다. 오르페우스도 열심히 수금을 켜며 노래로 맞섰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아무리 신비롭다 해도 요사스러움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세이레네스의 노래는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완전히 묻혀버렸고, 결국 세이레네스마저 오르페우스의 음악을 듣기위해 노래를 멈추고 말았다. 세이레네스의 완패였다. 역시 신화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은 비록 황당하다 해도 신비로운 신화의 세계를 결코 떨쳐버리지 못하는듯 싶다. 어쩌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신화 속에서나마 그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지도 모른다.그래서일까. 과학문명이 절정을 이뤘다는 21세기에 신화 버금가는 황당한 소문이 나돌아 화제가 되고 있다. 어느 가야금 명인이 28년 전 작곡한 곡을 세번 들으면 죽거나 졸도한다는 엽기 루머다. 덕분에 작곡자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온통 진위를 묻는 질문들로 그득하다고 한다. 꽤나 잔인한 소문이다. 작곡자만 괴롭히는 게 아니라 숱한 이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런 황당한 소문이 통할 수 있다는 것 부터가 한심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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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찾기 지면기사
무덤 속 시신이 나무 뿌리에 감기는 것을 목렴(木廉), 물에 잠기는 것을 수렴(水廉), 벌레가 생기는 것을 충렴(蟲廉), 숯처럼 까맣게 변하는 것을 화렴(火廉)이라 한다. 유족과 후손이 더욱 꺼리는 건 인위적인 시신 훼손이다. 유관순열사의 시신을 토막내 '승리표' 석유상자에 담는 만행이나 4·19 직전 김주열군 시신이 바다에 떠다녔던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조조(曹操)가 여덟 개의 무덤을 만들어 두었던 것도 자신의 시신 훼손(剖棺斬屍)을 막기 위해서였고 막달라 마리아가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를 염려했던 것도 그의 시신 훼손과 모독이었다. 로마 정부가 십자가 처형자의 매장을 허용치 않아 매달린 채 그대로 까마귀와 독수리 밥이 됐던 것이다. 가장 가혹한 처형이 화형(火刑)이었던 것도 온전한 시신 수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색즉시공(色卽是空), 무(無)에서 와 무로 돌아가는 육신엔 화장(茶毘)이 가장 신성하고 깨끗하다는 게 불교적 시각이지만 유교에선 화장을 '시신에 대한 화형'으로 여겼다. 그런 종교관이 아니더라도 시신 훼손을 꺼리는 경외(敬畏) 사상과 그 수시(收屍) 절차는 동서를 막론하고 깊고도 경건했고 엄격했다. 시신이 없다, 무덤이 아니라 보물 창고다 등 설이 있긴 하지만 부패 방지 미라로 만들어 어마어마한 피라미드에 모신 고대 이집트 왕들의 시신만 해도 그렇다. 94년 영국 발굴 팀이 발견한 모세(구약성서의)로 보이는 미라나 작년에 이집트서 발견된 5천600년 전 미라만 봐도 그렇고 가까이는 부패를 막아 고이 전시한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 호치민, 김일성 등도 그 시신마저도 위대하다는 시신 숭앙사상의 표출이다.그런 거창한 무덤의 시신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모든 시신은 일단 유족의 경건하고도 엄격한 수시를 거쳐야 하는 게 사자에 대한 생자의 마땅한 예의며 절차다. 한데 항공기 추락사고 때마다 즉각 또는 영영 수습하지 못하는 시신이야말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김해 사고 역시 45일간의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 그 많은 시신의 신원이 밝혀진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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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자 지면기사
기원 전 5~4세기 그리스의 아테네는 지중해 지역에서 단연 학문의 중심지, 정치의 중심지였다. 특히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아테네 시민들은 정치적인 활동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런데 아테네 민주주의가 한창 화려하게 꽃피웠던 그 시기, 아테네에서는 다른 곳엔 없는 특이한 법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정치적 무관심자, 방관자를 처벌하는 법이었다. 솔론의 개혁 때 만들어졌다는 이 법은 혁명이나 정치투쟁 등이 일어날 때 어느 편에도 참여하지 않는 자는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했다고 한다.실제로 “너 자신을 알라”를 좌우명으로 삼고 진리를 탐구하던 소크라테스가 ‘신에 대한 불경죄’등으로 독배를 마셔야 했던 이면에는 그의 정치적 무관심도 한몫 거들었다는 설이 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돈을 번다든가, 정치활동을 한다든가, 또는 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 등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다. 나름으로야 진리를 탐구하느라 다른데 신경쓸 여념이 없었다는 변명이었겠지만, 유난히 정치성이 강했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분명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음직 하다.그같은 배경을 반영하듯 당시 아테네 민주주의를 완성시켰다는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치적 방관자를 힐난하기도 했다. “우리는 사람이 개인적인 일 뿐 아니라 공적인 일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무관심한 자로서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올 한해에만 우리 국민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선거를 두번이나 치르게 된다. 6월의 지방선거와 12월의 대통령 선거가 그것이다. 자연히 국민들의 관심이 양대선거에 흠뻑 쏠릴만 하다. 하지만 역대 선거들에서 보아왔듯이 이번 양대선거에서도 상당수의 투표 포기자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지레 걱정이 앞선다. 페리클레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쓸모없는 자들이 되는 것인데, 과연 그들은 자진해서 쓸모없는 자들로 전락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정치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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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두레 지면기사
월드컵축구를 앞두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83세의 최고령자의 이야기도 있고 전직 고위공무원부부의 활동도 보도되고 있다. 지원동기는 모두가 남을 돕고 나도 무엇인가 일을 해야겠다는 순수한 동기들이다. 자원 봉사활동의 첫 출발은 원래가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와야 가능하다. 또 대가성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자원봉사라는 어원은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볼런터스(Voluntas)에서 유래됐다. 자원봉사자는 볼런티어(Volunteer), 그 정신은 볼런터리즘(Voluntarism)이다.서구에서 각종 대소 행사나 선거 등에서 볼런티어들의 활동이 눈에 띄어 자원봉사 활동이 마치 서양에서 시작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남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은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뿌리가 아주 깊다. 우선 원시사회때부터 부락중심의 협동체였던 두레가 있다. 두레는 신라때 촌락단위의 농민 협동체로 조직화돼 지금의 자원봉사단과 같은 역할을 했다. 공동체로서 엄격한 내부질서나 공동노동과 상부상조의 정신과 행동이 있는 조직이다. 품앗이도 있다. 부락내 농민들이 노동력을 서로 교환하고 공용하는 자연발생적 자원봉사 활동이다. 향약은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의 덕화(德化)를 목적으로 한 지식인사회의 상부상조의 조직이었다. 비록 중국의 송대에서 시작돼 주자학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으나 조선조때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발전 되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좋은 전통 제도들이 언젠가부터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었다. 자원봉사 활동은 50~60년대에는 기독교 단체가, 70년대 이후엔 각 사회단체들이 주도했고 1988년엔 서울올림픽으로 조직화 됐으나 전국을 대상으로한 활동은 그동안 뜸했었다. 올해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넓힌다'는 뜻의 홍익인간 아닌가. 이제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45일. 이를 계기로 자원봉사활동 조직이 비단 월드컵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전국적인 온라인망으로 뿌리를 내려 잊혀진 두레정신과 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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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玄仁 지면기사
'두마안강 푸른 물에…'의 김정구(金貞九)와 '우울랴고 내가 왔던가…'의 고운봉(高雲峰)에 이어 '아아 신라의 바암이여/불국사의 종소리…'의 현인(玄仁)까지 13일 밤 그의 '불국사 종소리' 여운처럼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일본 우에노(上野)음악학교(現 東京藝大)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가 국민가요 '신라의 달밤'을 처음 부른 게 1947년이었으니까 장장 55년이다. '좋은 노래는 세 번 불러도 좋다'는 독일 속담도 있지만 세 번 아니라 백 번, 천 번을 불러도 좋은 게 '아아 신라의 밤…'이다. '비 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인도의 향불' '꿈이여 다시 한 번' '베사메무초' 등 히트곡도 많지만 '현인' 하면 역시 '신라의 달밤'이고 그의 노래비(碑)에 새겨질 노래 또한 그 노래다. 우리의 '대중가요 50년사' 히트곡 50곡 중 그 8위가 '신라의 달밤'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번안가요 '베사메무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단골 노래였고 코미디언 이주일도 즐겨 부른다지만 '아아 신라…'에는 비교가 안된다. 모사(模寫)하기 쉬운 그의 독특한 창법, 약간 혀짧은 소리에 턱을 위아래로 떨며 흔드는 비브라토(음 흔들기) 또한 그 노래의 장수 비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일제 때는 상하이(上海)에서 샹송과 칸초네를 불렀고 광복 후 귀국해 7인조 악단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밤 늦게 무대 쇼가 끝나면 빨간 상의에 하얀 넥타이 차림 그대로 김정구, 고운봉 등과 서울 청진동 해장국집을 찾는 몇십년 단골이기도 했다. '언제나 희망을 갖는 자는 노래를 부르면서 죽는다(이탈리아 속담)'고 했던가. 84세의 천수(天壽)를 다한 그는 눈을 감으면서 무슨 가락을 흥얼거렸을까. 멕시코시티 가리발광장 양편엔 그곳 전설적인 여가수 롤라 벨트라와 국민가수 후안 가브리엘 등 20여명의 동상이 화려한 전통의상 '차로'와 챙 넓은 모자 '솜브레로' 차림 그대로 서 있다. 우리의 김정구, 고운봉, 현인 등의 동상 또한 우리 땅 '노래의 거리' 어디쯤에 세워져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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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 계획 지면기사
정부는 현재 66세인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오는 2010년까지 75세로 늘리기 위해 최근 국민 건강증진 계획을 발표했다. 저소득층의 무료 암검진과 만성질환자 등록체계를 세워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운동시설에 세금혜택을 줘 이용을 쉽게 하는 등 의료 건강서비스 수준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을 못하는 기간을 뺀 기간이다. 정부계획대로라면 앞으로 8년동안 건강수명을 매년 1세이상씩 높여나가는 셈이다. 지난 2000년 WHO(세계 보건기구)가 처음으로 세계 각국의 건강수명을 발표했을 당시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65세, 지난해에는 66세로 1년만에 1세 늘어났으니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만인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한 삶 계획이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GDP(국내 총생산)대비 보건분야 지출이 세계최고(13%)인 미국은 건강 수명이 우리와 같은 24위(66세)다. 반면 7.5%에 그치고 있는 일본이 74세로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992년 일본의 한 지방신문(靜岡新聞)이 여름시즌 후지산(富士山·3천776m) 정상 등산자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조사기간중 100세 노인 1명, 90대 18명, 70~80세 753명이나 됐다. 이중에는 후지산 등산횟수 52회를 기록한 노인도 있었다. 일본인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평소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93세의 니시지마 도오스케(西島 道助)노인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적게 먹는 것이 양생(養生)”이라며 배가 부르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먹기를 중단하라고 말한다.'한국인이 미국인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라는 건강 지침서를 쓴 재미 한국인 내과의 김인훈 박사의 지적이 아니라도 맵고 짠음식과 지방질 육류를 포식하는 한국인의 대식습관이 건강의 적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니시지마 노인의 말은 이러한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한 경고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야 삶의 의미도 있다. 무병장수를 위해서는 정부지원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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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유감 지면기사
예부터 삼베옷은 죽은이의 넋을 기린다고 믿어져왔다. 그래서 상(喪)을 당하면 가족과 친지들이 삼베옷을 입고 애도의 뜻을 표해왔다. 또한 망자(亡者)에게도 삼베옷으로 갈아입혀야 험난한 저승길을 편히 갈 수 있다고 여겼다. 삼베옷이라면 상복(喪服)과 수의(壽衣)부터 떠올리게 되는 건 다 그런 때문이다. 그러나 삼베를 수의로 쓰게 된데는 보다 실질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한다. 즉 삼베엔 고유의 항균기능이 있어 삼베옷을 시신에 입히면 뼈가 썩지 않고 건조되어 누런 황골(黃骨)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가 엿보인다.삼베는 상복과 수의 외에도 우리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던 직물이다. 사실 고려말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오기 전만 해도 삼베는 서민들의 평상시 옷감으로 거의 유일한 천이었다. 물론 그때도 비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단옷 같은 것이야 왕족 귀족 등 상류층에서나 입을 수 있었고, 일반 백성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또 삼베는 옷감뿐 아니라 이불과 요 등으로 긴요하게 쓰였고, 부패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밥보자기나 행주로도 널리 사용됐다.곳곳에 삼밭도 많았다. 시골에 내려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여기 저기 널려있는 삼밭과 길쌈하는 여인네들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976년 대마관리법이 발효되면서 삼의 재배가 엄격히 규제되었고, 자연히 그 흔하던 삼밭도 길쌈하는 여인네들의 정경도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삼 줄기와 잎에 마리화나로 알려진 마취성 물질이 함유돼 환각제로 악용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우리는 아직껏 상복과 수의용으로 엄청난 양의 삼베가 필요하다. 하지만 삼 재배를 제약받다 보니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형편이다. 공연히 쓰지 않아도 될 곳에 거액의 외화를 낭비하는 셈이다. 게다가 삼베가 귀해지면서 가격마저 턱없이 비싸졌다. 대마 흡연자들 탓에 애꿎은 상가(喪家)들만 애를 먹는 꼴이다. 그런데도 대마 중독자는 늘어만 가니 사람은 사람대로 버리고 돈은 돈대로 버리고,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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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왜곡 지면기사
'남한의 수도는 평양, 일본문화권, 1인당 GNP 250달러'라면 기절할 일이다. 스페인 역사 교과서가 그렇게 적었다. '한국은 독일의 식민지, 중국어를 쓰는 백인종'이라는 멕시코 교과서를 보면 더욱 까무러칠 일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노예제도 국가였다(중국 교과서)' '한국의 왕은 중국이 임명했다(싱가포르 교과서)'쯤은 약과다. 필리핀 교과서는 '남한은 말레이 인종'이라고 했고 레바논 교과서는 한국의 국명을 아예 '남한공화국'이라고 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700년간 일본이 통치한 나라, 고유문자가 없는 중국 문화권, 중국인과 몽골인의 혼혈족' 등으로 기록할 정도다. 90년대 중반까지도 그랬던 각국 교과서가 2002년 현재 과연 얼마나 고쳐졌는지 모를 일이다.영국의 지리 교과서도 97년 현재 생존한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고인으로 적고 있고 프랑스 지리 교과서는 천안을 춘천으로, 현대중공업 소재지를 목포로 표기했다. 작년까지도 마찬가지다. '366∼562년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정복했다(영국)' '한국은 몇백년 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캐나다)' '한국의 문자는 중국 문자다(스페인)' '남한 칠레 파라과이 등 독재 및 꼭두각시 국가들은 친제국주의 국가들로 정치 군사적으로 제국주의에 의존하고 있다(체코)' '북한의 조선업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 중 하나다(네덜란드)' 등이다.어느 나라 역사 교과서든 오류와 왜곡은 있게 마련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체제 때 왜곡 투성이가 된 양국 역사 교과서를 10년간의 합동작업으로 바로잡았고 독일과 프랑스도 양쪽 교과서의 왜곡 시정을 위해 60여명의 학자를 동원, 90년 5월 '역사 지리교육 지침서'를 출간했다. 문제는 단순한 오류냐 고의적인 왜곡이냐 그것이다. 일본이 '最新 日本史'에 '독도는 일본 땅'으로 적어 넣고 '종군위안부' 등은 빼버렸다는 것은 '미필적 고의'도 아닌 '필연적 고의'다. 사실(史實) 그대로의 사실(事實), 그게 아닌 역사 교과서란 쓰레기나 다름이 없다. 독도가 한·일 두 나라의 우호를 해치는 '毒島'가 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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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나라 지면기사
북구(北歐)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산업 경쟁력과 깨끗한 자연환경으로도 이름이 났지만, 무엇보다 ‘부패없는 나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과 1999년 이 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공인한 국제투명지수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수뢰혐의로 처벌받은 공직자 수를 보면 1996년 8명, 1997년 10명, 1998년 3명, 1999년 2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게 국제투명성기구의 보고이기도 하다. “뇌물이요. 우리는 그런 것 모릅니다. 받는 사람이 있어야 줄 것 아닙니까.” 어쩌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뇌물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고들 한다. 마치 그런 걸 묻는 것조차 이상하다는 듯이.지난 연말 우리나라 중·고교생 90% 이상이 ‘한국사회는 부패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때 그들 조사 대상자 1천5명의 학생 중 자그마치 41.3%는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28.4%는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이라고 했고,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변한 학생도 16%나 나왔었다. 뇌물 자체를 모른다는 핀란드인들이 이를 보았다면 아마도 무척이나 ‘신기한 나라’로 여겼음 직하다.과연 신기한 나라답게 우리나라에선 비위공직자가 한 해에도 수백명씩이나 적발된다. 지난 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봐도 1천150개 기관에서 무려 6천430건의 위법 부당사항이 지적됐다. 또 비위관련 공직자는 자그마치 766명이나 적발됐다. 한 해에 뇌물 공직자 수가 2~3명에 불과한 핀란드의 수백배 수준이다. 감히 국제투명지수 1, 2위인 국가와 비교하는 것 부터가 어불성설이겠지만 자고새면 무슨 무슨 게이트다 리스트다 하면서 온통 시끌벅적한 이유를 알듯도 하다.그나 저나 이쯤되고 보니 과연 핀란드가 신기한 나라인지, 한국이 신기한 나라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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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800만명 지면기사
남한인구가 주민 등록상 4천800만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인 만큼 작은 국토에 비해 엄청난 인구라 할만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 년동안 계속 인구 증가율이 0.6%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고 할까. 인구는 너무 많으면 식량 부족, 도시문제, 빈곤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다. 너무 적은 경우 국민 구매력부족과 개발 지연, 치안력 확보등 어려움도 있어 항상 적정인구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학자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군사적 강국이 될 수 있는 인구의 수준은 5천만~5천500만명, 내수경기에 의해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한 적정수준은 7천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인구의 많고 적음은 축적된 경제력이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21세기에는 세계 인구가 크게 감소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3년 의 그의 저서 '21세기 지식경영'에서 장차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은 선진국의 출산율과 노동력 감소, 그리고 사회의 노령화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 저서에서 일본의 인구는 현재의 1억2천500만명에서 21세기 말에는 5천만명으로, 이탈리아는 6천만명에서 2천200만명으로 줄어들고 이중 3분의1이 60세이상의 노인인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이민 증가 탓으로 출산율만 감소한다고 한다. 그의 예상처럼 이미 유럽선진국 등에서는 출산율 감소와 노령화 현상이 심각해져 어떤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맬서스가 1798년 그의 '인구론'에서 식량생산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인구폭발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고한지 거의 200년만에 전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인구전망에서도 1995~2000년사이 매년 46만6천명씩 늘어나던 인구가 2011~2020년에는 매년 17만3천명으로 줄었다가 2028년에는 절대인구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제 경제와 인구문제에 있어서 출산율 및 노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