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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정치테러

    [참성단] 정치테러 지면기사

    정치인은 테러의 주요 대상이다. 테러의 명분은 정치 신념과 노선으로 포장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치테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암살이다. 로마 제국의 기틀을 세운 카이사르는 황제 즉위 직전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받았다. 황제를 거부하고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이었지만 본질은 권력 투쟁이었다.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차기 황제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은 끔찍한 재앙으로 번졌다. 양국간의 전쟁이 1차세계 대전으로 번져 1천500만의 병사와 민간인이 희생됐다.우리도 해방정국에서 좌익의 적색테러, 우익의 백색테러가 횡행했다. 이승만의 정적인 김구와 여운형은 암살당했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는 잠시 복역한 뒤 군에 복귀해 소령으로 예편했지만, 1996년 버스기사 박두서의 몽둥이 세례에 숨졌다. 몽둥이엔 정의봉(正義棒) 글자가 선명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암살의 배후에 침묵했다.가장 미스터리한 정치테러는 1963년에 벌어진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는 이틀 뒤 감옥으로 압송되던 중 잭 루비에게 살해당했고, 잭 루비는 감옥에 수감된 지 두 달만에 암으로 병사했다. 암살 배후를 추정하는 음모설이 그치질 않는다.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백주 대로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의 범행 이유가 황당하다. 어머니가 전 재산을 헌납한 종교단체의 확산이 아베 때문이었다니 말이다. 허술한 경호도 도마에 올랐다. 피해망상에 빠진 보통 사람의 수제 권총에 일본 정계의 거물이 쓰러진 것이다.정치적 적대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계적 풍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현직 대통령을 향한 확성기 시위는 테러 수준이다. 민주당원인 20대 남성 유튜버는 같은 당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자택을 표적으로 공개했다. 성범죄집단 n번방을 폭로해 보복 위협에 시달렸던 박 전 위원장이다. 충격이 클 것이다.적대적인 정치환경은 정치테러의 온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테러

  • [참성단] '9시 등교' 폐지

    [참성단] '9시 등교' 폐지 지면기사

    1960~90년대 고교생들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야 했다. 정규수업 1교시는 8~9시부터 시작되나, 교사들은 2~3시간 전부터 '0교시' 출석 체크를 했다. 학교가 몰린 노선 시내버스는 출근 때보다 이른 시간에 더 혼잡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야자(야간자율학습)는 엎친 데 덮친 격. 아침잠 많은 학생은 하루하루가 악몽이었다. 대입 성적이 좋은 명문고는 대체로 등교 시간이 빨랐고, 야자는 길었다.교사들도 고역이기는 마찬가지. 새벽에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하는 일상이 즐거울 수 없다. '워라벨'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다. 야자시간 감독 배정을 둘러싼 갈등에 불만이 커지면서 학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년 전 정년퇴직한 선배는 "방학만 아니라면 진즉 그만뒀을 것이라고 푸념하면서도 천직으로 알고 다녔다"고 한다. 고교생을 둔 학부모 역시 고통스러운 3년을 보내야 했다. 0교시와 야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 흑역사로 남았다. 0교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1990년대 말부터 새벽 등교가 급격히 감소했다. 학생들의 창의와 자율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의 교육철학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교육청은 2010년대 중반 0교시를 폐지하기로, 이듬해엔 야자도 전면 금하기로 했다. 용인과 안양, 평택 등지 일부 학교는 여전히 8시 전부터 수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임태희 경기교육감이 '1호 공약'으로 9시 등교를 폐지한다고 해 논란이다. 융통성과 자율로 포장했으나 사실상 0교시의 부활 아니냐는 게 전교조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전교조 경기지부는 "교육감의 자율이란 이름 뒤에는 잠 덜 재우고 공부를 더 시켰으면 한다는 뜻을 학교 현장에 배포한 것"이라며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공약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오해가 있다고 했으나 0교시 부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의문부호가 남는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공부 좀 더 하자' 원한다면 억지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의 9시 등교 폐지 공약은 진영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0교

  • [참성단]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참성단]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지면기사

    수학을 포기한 자사고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가 묻는다. "수학을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은 "용기. 문제가 안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고 답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이다.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교에서 차별받는 가난한 학생과, 리만 가설을 증명한 천재이지만 학교 경비원으로 신분을 숨긴 탈북자가 '수학'으로 인연을 맺어 성장하고 치유하는 휴먼스토리다.수학은 대입 수능 시험의 제1관문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 정복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수능 출제 경향과 빈도에 맞춘 문제 풀이를 한없이 반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학 교사의 말대로 문제에 오류가 있어도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정답을 찾는 입시 수학 앞에 많은 학생들은 '수포자'가 된다.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수학은 논리적으로 참을 증명하는 학문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대다수가 수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유이다. 플라톤은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철학할 자격이 없다 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수학을 모르면 신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피타고라스는 수(數)를 만물의 원리라 주장했다. 논리적 탐구 과정이 삭제된 한국의 수학 교육은 수학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수포자의 나라 한국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알려진 그의 학업 이력이 이채롭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입학한 뒤에도 학부 마지막 학기에 수학에 눈을 떴다. 세계적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91)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한 외신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18세에 테니스를 배워 20세에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같다"고 했다. 허 교수가 이룬 기적이 정상적인 한국 교육 과정에서 이탈한 덕분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그가 고교에서 대입 수능에 몰두했다면 수포자가

  • [참성단] 무협영화와 물가

    [참성단] 무협영화와 물가 지면기사

    홍콩이 낳은 무협작가 니쾅(倪匡, 1935~2022)이 지난 3일 별세했다. 니쾅은 '영웅문 3부작'으로 유명한 진융(金庸, 1924~2018) 등과 함께 무협물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SF를 남겼다. 그의 대표작은 '정무문'(1972)으로 무명의 액션 배우 이소룡을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시대적 배경과 세계관으로 인해 무협소설, 무협지를 고전물로 오해하나 실상 무협소설은 현대문학이다. '사기'의 '열전' 등 무협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역사는 길지만, 오늘날 같은 무협소설의 장르문법이 완성된 것은 20세기 초엽이기 때문이다. 린수의 '부미사'(1915), 또는 필명을 평강불초생이라 칭한 샹카이란의 '강호기협전'(1923)을 최초의 무협소설로 꼽는다. 영화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1928년에 제작된 '불타는 홍련사'가 첫 번째 무협영화다.무협영화를 반석에 올려놓은 이는 후진취앤(胡金銓, 1931~1967)과 장처(張徹, 1923~2002) 두 감독이다. 후진취앤은 경극 수준의 무협영화를 장르영화로 발전시킨 인물로 '대취협'(1966)과 '용문객잔'(1967) 등이 대표작이다. 장처는 하드코어 무협영화로 유명한데, 특히 '외팔이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장처의 선혈이 낭자한 피의 미학은 그의 문하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우위썬(吳宇森)으로 이어지는 바, '영웅본색'·'미션 임파서블 2'·'적벽대전' 등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검 한 자루를 든 채 의리를 가슴에 품고 불의에 맞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무협물은 통상 남성들의, 남성을 위한 남성 로망으로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사회적 부조리나 권력의 횡포에 대한 대중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순기능과 함께 현실 문제의 허구적 해결이나, 주제나 서사구조의 천편일률성이란 한계도 있다.매달 5~6%대를 찍는 고물가에,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소식, 또 고유가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정말 마음 둘 곳이 없다. 이게 끝이 아니고 가을쯤에 공공요금과 물가가 계속 또 오르고 또

  • [참성단] 김동연의 '백팩'

    [참성단] 김동연의 '백팩' 지면기사

    1970~80년대 중·고생들은 책가방을 손에 들고 등·하교했다. 서양에서 유래한 스쿨백(School bag)이다. 용량이 적은 데다 한쪽 팔에 의존하면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한 손에 책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 많았다. 도시락에, 책과 참고서를 잔뜩 집어넣어야 하는 고교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는 일은 늘 고역이었다.90년대 이후 백팩이 유행하면서 손가방을 대신했다. 어깨나 등에 메니 힘이 분산돼 무게감이 덜하고 훨씬 편하다. 크기도 다양하고 뒤로, 옆으로, 앞으로도 멜 수 있다. 가성비와 실용성에서 비교불가한 경쟁력을 지녔다. 대학생과 20·30대에 이어 나이 지긋한 직장인들도 백팩 대열에 합세했다.백팩하면 연상되는 대표 셀럽은 조국 전 법무장관일 게다. 장관에 내정되자 가방을 둘러메고 국회 청문회장과 기자회견장을 오가며 외부활동에 나섰다. 때론 텀블러 잔으로 한쪽 손의 허전함을 메웠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멘 모습은 세련된 중년 남성이란 인상에, 젊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세월의 흔적이 밴 그의 가방 브랜드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주 노타이에 백팩을 메고 광교 신청사로 첫 출근을 했다. 흰색 와이셔츠, 검은색 정장,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멘 차림새다. 틀에 박힌 격식을 벗어던진 중년의 편안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그려진다.김 지사는 2017년 경제부총리로서 처음 출근할 때도 같은 차림이었다고 한다. 후보 시절엔 구두 대신 남색 운동화를 신거나 정장 바지 대신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한쪽 어깨엔 백팩을 메 소탈하고 수수한 면모를 강조했다는 평가다. 실제 김 지사는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성장기에 힘들고 가난했던 환경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변에선 "적어도 '꼰대'란 말은 듣지 않을 것"이라 한다.조국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증거 인멸 혐의가 발목을 잡았다. 보수진영의 위선을 고발하고 상식과 공정을 외쳤으나 비상식과 불공정의

  • [참성단] 발달장애는 죄(罪)인가

    [참성단] 발달장애는 죄(罪)인가 지면기사

    수원지법은 지난달 17일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엄마는 아들을 따라 가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실패해 살인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법정 권고형(5~8년) 보다 적은 선고 형량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고민이 담겨있다. 친모가 장애 아들을 사회적 조력 없이 홀로 양육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다만 절대적인 가치인 생명은 부모라도 처분할 권한이 없다며 실형 선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친모측은 무겁다며 항소했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보가 잇따랐다. 지난 5월에만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아인 6살 아들과 동반자살했고, 인천에선 60대 친모가 중증장애인 딸을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쳐 자수했다. 경남 밀양에선 발달장애 자녀를 남겨두고 부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거듭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자녀 살해라는 명백한 범죄와, 범죄에 이른 극단적인 독박 돌봄 환경에 대한 동정과 공감이 교차한다. 국내 발달장애인 25만5천여명 대다수가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 돌봄에 전념하느라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진다. 장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늙은 부모는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고, 부모에게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보다 늦게 죽어야 한다'며 헌신적이지만, 정신적·육체적 돌봄 환경이 한계에 직면하면 비극이 발생한다.지난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T4' 시위를 벌였다. 히틀러는 장애인을 게르만 민족의 장애물로 여겨 집단 학살하는 'T4작전'을 실행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집행을 망설이는 정부를 나치의 장애인 학살 정책에 비유한 것이다. 전장연의 비유는 과도하지만 발달장애자 부모들을 독박 돌봄에서 해방시켜 줄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전장연 같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강조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를 반대할 정도로 심신이 탈진

  • [참성단] 사형제(死刑制)

    [참성단] 사형제(死刑制) 지면기사

    2007년 8월 전남 보성에서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여행 온 새내기 대학생 커플이 어장을 구경시켜주겠다는 어부의 배에 올랐다 실종됐다. 경찰은 선주인 오종근을 용의자로 추정했으나 물증은 없었고,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사인은 동반자살을 위한 추락사.오종근은 성적(性的) 충동에 살인을 저질렀다. 먼저 남학생을 물에 빠뜨려 도구를 이용해 익사시킨 뒤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같은 수법으로 수장시켰다. 예서 멈췄으면 미제가 됐을지 모르나 한 달 뒤 20대 여대생 2명을 같은 동기, 동일 수법으로 살해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피해자들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69세 노인의 배에 승선했다. 육지에서 멀어지자 체구가 자그마한 노인이 괴력을 지닌 악마로 돌변했다. 선상(船上)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이용해 젊은이들 완력을 무력화했다. 파도에 출렁이는 배는 젊은이들에 불편했으나 바다 환경에 익숙한 노인엔 놀이터였다. 사형선고를 받은 오종근은 현재도 광주에서 수감생활을 한다. 당시 재판부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대체 형벌이 필요하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10년 5대 4로 합헌결정을 내렸다.법무부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고 한다. 다음 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사형제도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앞두고서다. 법무부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미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형의 대안이라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도 반대했다. 흉악범죄 예방의 필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한 주장이라는 거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고 거든다.대한민국 사형제는 실효를 잃은 지 오래다. 1997년 이후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한 사례가 없다. 지난 2월 현재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감형되지 않은 생존사형수는 59명으로 집계됐다. 최고령자는 오종근이다. 사형이라도 형이 집행되지 않기에 종신형과 다름없다. 미결수로 살다 자연사한다.헌재 재판관 9명 중 사형제 폐지 입장이거나 검토의견을 낸 재판관은 5명이라고

  • [참성단] 약탈적 '해루질'

    [참성단] 약탈적 '해루질' 지면기사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을 해루질이라고 한다. 주로 썰물 때 밤 시간에 횃불을 밝혀 갯벌 웅덩이에 갇힌 어류를 잡거나 뻘밭의 조개를 캔다. 물 빠진 갯바위에 숨은 문어, 낙지, 전복 등을 캐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휴가철 찾은 바닷가에서 해루질로 해산물을 채취한 추억과 함께 먹거리는 덤이니 이만한 꿩 먹고 알 먹기가 없다.휴가철 추억이나 청소년 해양체험에 머물던 해루질이 최근엔 도시인들의 레저활동으로 확산됐다. 유튜브엔 해루질 명소를 공유하거나, 해루질로 수확한 해산물을 자랑하는 동영상이 즐비하다. 한 방송사는 유명인들이 섬에서 해루질로 수확한 해산물로 포식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자연 속의 삶을 동경하는 도시인의 로망이 전국 해안가에 펼쳐지자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해루질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떼를 이루자 연안 해산자원의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른 것이다. 등산 열풍이 불고 집단 약초 산행이 성행하자 전국 산야의 약초와 나물들이 씨가 말랐던 폐해와 유사하다.어민들의 하소연은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제주 한 마을의 해녀들이 불법 해루질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해루질로 주 소득원인 뿔소라가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불법 해루질을 막으려고 해녀들과 마을 주민들이 밤새 불침번을 섰을 정도라니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수도권과 가까운 인천 섬마을 피해도 심각한 모양이다. 옹진군 영흥도는 해루질에 나선 인파들이 종패 크기의 동죽과 바지락을 마구 캐는 바람에 어민 피해가 심각하단다. 잠수복과 작살로 무장한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해루질)을 비롯해 수중 드론까지 동원한 첨단 해루질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단다. 전국의 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간만의 차이가 없어 해루질이 힘든 강원도에서도 도의회가 해루질 근절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을 정도다.최근 최인호·이양수 국회의원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정도로 해루질은 전국 어민들의 골칫거리가 됐다. 어민들은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약탈적 해루질을 자제시킬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법에 앞서

  • [참성단] NATO와 국익

    [참성단] NATO와 국익 지면기사

    몇 해 전 남양주시 소재 광해군(1575~1641) 능침을 방문했다 매우 놀란 적이 있었다. 아무리 폐주라 해도 도저히 묘터로 쓸 수 없는 곳에 능침이 조성됐다. 죽어서까지 심한 정치적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세자 신분으로 국난을 극복한 왕이었고, 또 실용과 실리 외교로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애쓴 치적 많은 국왕이었다. 명·청 사이의 균형외교로 나라의 안위라는 실익을 잘 챙겼다. 윤리적 과오도 없지 않았으나 서인 원리주의자들의 반정으로 폐위된 채 유배지에서 붕어했다. 이 원리주의자들로 인해 나라는 병자호란의 참화를 당했고,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국치를 겪어야 했다.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NATO 회의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세계적 공인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서로 원수진 일도 없이 앞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해 우려와 걱정도 앞선다. 이뿐 아니라 지난 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도 이준석 개인의 자기 정치로서는 훌륭한 선택이었는지 몰라도 국익의 관점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집권당 대표의 방문은 러시아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은 한미동맹관계의 재확인이라는 의미 말고는 얻을 게 별로 없는 일이다.미국이 한국 대통령을 나토 회의에 초청한 것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와 함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튀르키예에 무형의 압력을 가하려는 뜻도 내포돼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자원도 풍부하고, 항공우주분야의 첨단기술 협력은 물론 장차 유럽과 한국을 잇는 철도 같은 물류 유통망을 확보하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당연히 회의 참석의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또 얻어냈어야 한다. 그랬길 바란다.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한국 외교의 거의 모든 것이요 핵심이다. 그러나 그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

  • [참성단] 6월 열대야

    [참성단] 6월 열대야 지면기사

    민물 생태계 포식자 메기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에 두루 분포한다. 왕성한 먹이활동이 특징인데, 생존 본능도 뛰어나다. 가뭄이 들면 진흙에 몸을 숨기고 비가 올 때까지 버티기를 한다. 심장박동을 정지상태에 가깝게 줄여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한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원리와 비슷하다.아가미가 아닌 폐로 호흡하는 폐어는 극한 환경도 극복해낸다. 건기에 물이 마르면 하천바닥을 파 굴을 만든 뒤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점액으로 몸을 감싸 수분을 유지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최대 3년까지 생존할 수 있다.메기와 폐어도 멸종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최근 보고서에서다. IPCC는 기후위기로 생태계의 미래가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안에 따르면 해양생물 종은 1950년대 이후 10년마다 59㎞씩 북쪽으로 이동했다. 육상 생태계는 기온 2℃ 상승 시 생물 종 3∼18%가, 3℃ 상승하면 29%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일 수 있다. 5℃ 상승하면 최대 60%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중부지방에서 사상 처음 6월에 열대야를 경험하는 기상 이변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저녁 6시부터 27일 오전 8시까지 서울 최저기온은 25.4도로 열대야를 기록했다. 전날 24.8도로 25년 만에 가장 높았던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수원도 일 최저기온이 25.1도로 6월에 처음 열대야 기준을 넘어섰다.열대야는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것을 말한다. 온대성 기후대인 한반도는 열대야가 많지 않았으나 온난화 영향으로 시기가 빨라지고 일수도 늘고 있다. 전국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1991~2020년 7일 가량이나 2010년대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서울은 연간 13일, 대구는 17일이나 발생했다. 2013년 서귀포에선 무려 49일간 열대야가 계속되는 진기록이 나왔다.기상청은 올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봤다. 장마 시작도 전에 열대야가 먼저 왔다. 인간계의 무한 탐욕에 기상이 변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