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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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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도 지면기사

    호주가 대륙인가 섬인가. 엄격히 말해 대륙은 없다. 6대륙이 모두 지구 면적의 4분의 3(70.8%)인 바다(5대양)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섬이란 작을수록 섬답고 신비롭다. '섬=이상향'이라는 보도(寶島) 인식도 작기 때문이고 영토분쟁 하면 섬인 것도 섬의 상징적인 초월가치(超越價値) 덕분이다. 섬이라면 비너스의 탄생 등 온갖 신화와 비경이 어우러진 지중해의 키프로스(Kypros)만은 아니고 괌, 사이판, 발리 등 신혼여행의 밀월지도를 그리는 곳만도 아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섬이었듯이 숱한 문학작품과 명화가 섬에서 묘사됐고 그려졌다. 올더스 헉슬리가 죽기 직전 '금지된 섬'을 쓴 곳은 서태평양의 팔라우(Palau)였고 헤밍웨이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을 집필한 곳은 미국의 최남단 플로리다주의 고도 키 웨스트(Key West)였다. 고갱과 고흐의 명작 또한 남태평양 타히티(Tahiti)에서 그려졌다. 제주도부터가 그렇듯이 '섬=유토피아' 인식의 제1조건은 장수 환경이다. 헉슬리의 소설 '금지된 섬'의 '금지'란 잡답(雜沓)한 도시 문명에 오염된 대륙과 유토피아 섬 사이의 바다 고리를 뜻한다. '오염 금지 선'이다. 그래선가 섬 사람은 장수한다. 헉슬리가 진작부터 섬에 살았다면 69년 삶은 훨씬 연장됐을 것이고 헤밍웨이가 말년까지 '서부의 열쇠'라는 뜻의 그 '키 웨스트'에서 보냈더라면 그의 62세 생애 또한 30년은 연장됐을 것이다. 우리 강화도가 제주도와 함께 2020년까지 국제 해양생태 및 관광도시로 조성된다는 소식이다. 단군신화의 성지요 성화 채취지인 강화도엔 이 땅에서 '가장 높은(!)' 468m의 마니(마리)산이 솟아 있다. 마니(摩尼)란 마리→머리(頭, 宗)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 '머리산' 꼭대기엔 단군의 제천지(祭天地)인 참성단(塹星壇)이 놓여 있다. 별을 우러러 제사지내는 곳이 참성단이다. 그러니까 수려한 경관과 사적 등 관광자원이 아니더라도 가장 '별 볼 일' 있는 곳이 참성단의 강화도다. 다만 온 세계에 알려지는 낙원은 좋지만 오염 등 개

  • 하나뿐인 자리 지면기사

    “나는 내 직업을 몹시 좋아한다. 백악관에서 산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본인이 여러분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며칠 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항을 방문, 항만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거듭 강조한 말들이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 그것도 사실상 세계의 대통령이라 해도 좋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니 어찌 보람되고 영광스럽지 않으랴.부시는 그렇다 치고, 비단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도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된다는 것은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고 영광된 일일 것이다. 비록 그 나라가 미국처럼 크고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도, 또 선진국이 아니어도 좋으리라. 아무리 작고 힘없고 가난한 나라라 해도 그 나라에서만은 누가 무어라 해도 제1인자가 되는 것일테니까. 그러기에 특히 후진국에선 한번 대통령자리에 오르면 좀처럼 내놓으려하지 않아 장기독재가 이뤄지고, 쿠데타를 일으켜 그 자리를 강제로 빼앗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할 경우 헌법을 억지로 뜯어고쳐서라도 천년 만년 그 자리를 지키려 안간힘쓰는 이들도 있다. 굳이 먼 예를 들 것도 없이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세기 이같은 상황들을 수십년 겪어왔다.그러던 우리도 어두웠던 시절을 다 보내고 민주화의 도정을 밟아온지 어언 10여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미 문민정부 5년을 거쳤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도 5년 째를 맞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새 대통령을 뽑는 해이다. 새 희망으로 새 세기를 열어갈 새로운 통치자를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선거에는 유난히도 많은 이들이 후보를 꿈꾸고 있다. 이미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열명 가까이는 되는듯 싶다. 아니 어쩌면 열명이 훨씬 넘는지도 모르겠다.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인물이 많다는 뜻일테고, 훌륭한 분들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나라의 장래도 덩달아 밝아 보인다. 다만 그토록 인물은 많은데 그들이 원하는 영광되고 보람된 자리는 겨우 하나이니 그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 곁불 지면기사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는 검찰이 공정 청렴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검찰의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이 총장이 말한 곁불이란 옆에서 빌붙어 쬐는 불이다. 당당하지 못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곁불이란 곡식의 겨를 태우는 '겻불'에서 유래했다. 겻불은 뭉근하게 타기 때문에 불기운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겻불은 신통치 않거나 시원하지 않은 것을 빗대는 말로 사용됐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곁다리로 쬐는 곁불로 바뀌어 '군자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격언으로 발전했다. 우리 속담에 이와 비슷한 말로 '봉황새는 천길을 날면서 굶주려도 땅에 떨어져있는 좁쌀을 쪼아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중국에도 이와 똑같은 격언이 있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渴不飮 盜泉水)는 말로 제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의롭지 못한 재산은 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어느날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게 됐다. 해가 지고 배가 고팠으나 이 마을을 그냥 지나쳤다. 이유인즉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을 가진 마을에서 자식이 유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얼마후 공자는 도천(盜泉)이란 샘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 몹시 갈증이 났으나 그냥 지나쳤다. 도둑의 샘물을 마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모두가 선비의 당당한 기개와 자세를 일깨우는 말들이다.곁불이란 말은 한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즐겨 사용했다. 이 총재가 처음 이 말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0년 3월 4일 충남 예산에서다. 4·13총선을 앞두고 이 총재는 “충청권이 더 이상 정권의 곁불이나 쬐는 사람들의 표밭이 돼서는 안된다”며 지역감정의 불을 지피려 애썼다. 이 총재는 지난해에도 논산시장 보선의 지원유세에서 “민주당과 그 옆에서 곁불을 쬐려는 자민련은 이 나라를 구할 수 없다”며 곁불을 단골 정치용어로 삼았다.어쨌든 곁불은 빌붙어 사는 떳떳하지 못한 행동의 대명사다. 곁불기피는 검찰뿐 아니라 힘있는 곳으로만 몰려다니는 정

  • 개그맨 대통령 지면기사

    '기자는 터프(tough)맨, 의사는 매드(mad)맨, 대통령은 개그(gag)맨…' 어느 직업 연구팀이 최근에 펴낸 '영화로 보는 직업 이야기'에 비친 직업상(像)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의 부시 대통령만 하더라도 개그맨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며칠 전 프레첼이라는 과자를 삼키다가 목구멍에 걸려 졸도하면서 광대뼈 언저리에 피멍이 든 것부터가 직업 개그 연출자의 연출 지도를 받은 것 같다. 졸도에서 깨어난 그의 제1성(聲) “프레첼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도 그렇고 엊그제 백악관에서 에체비트 터키 총리와 회담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모든 편집자들이 피멍 자국을 일부러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했다”는 농담조 불평과 표정도 꼭 개그맨 같다.아랍계 신문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 매체도 그의 개그맨 기질을 비아냥거리기 일색이다. “부시, 비스켓에 테러당했네”(레바논 '안 나하르'지)부터 “만화 심슨 가족의 아빠 호머 심슨에게나 일어날 일”(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사설) “모든 사람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려해야 할 대상은 미스터 솔티(Mr Salty·프레첼의 짠 맛)였다”(미 NBC 심야 토크쇼 사회자) “미 FBI와 CIA, SS(백악관 경호실)가 강도 높은 수사를 한 결과 문제의 과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게 아니라 순수한 미국제임을 밝혀냈다”(스페인 ABC지) 등이다. 그런 패러디(戱化) 심리는 런던의 마담 탓소 밀랍 인형관에서도 발동했다. 거기 모셔진 부시의 밀랍 인형 얼굴에 진한 피멍 자국이 그려졌고 오른손엔 커다란 프레첼 과자봉지가 들려진 것이다. 부시뿐이 아니라 '개그맨 대통령'은 세계 도처에 흔하다.하지만 그의 아버지 부시가 92년 1월8일 일본 방문 만찬장에서 졸도했었지만 끄떡없는 것처럼 그 역시 건강하다. 3마일(약 4.8㎞)을 20분16초에 주파하는 총알 타는 사나이다. 개그 유머 감각도 그의 건강체에서 샘솟는다. 진지함과 고뇌가 감춰진 그런 짓궂은 개그맨 표정이 오히려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 부모의 마음 지면기사

     2년전 발행된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는 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자신은 소리없이 죽어가는 아낌없는 부정(父情)을 담아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주인공 정호연은 아내와 이혼후 백혈병을 앓는 어린 아들 다움이와 고달프게 살아간다. 어느날 다움이와 골수가 완전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았다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았으나 호연은 수술비가 없어 애태운다. 뒤늦게 나타난 이혼한 아내가 다움이를 프랑스로 데려가려 하자 장기매매를 결심하지만 검사결과 자신이 간암말기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호연은 마지막으로 병원측에 각막매매를 간청, 그 돈으로 아들의 골수이식수술을 해 아들을 살린다. 그리고 호연은 아들을 전처에게 부탁하고 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작가는 불치병의 아들을 둔 오랜 친구로부터 “내 희망이 뭔지 알아? 내 아이를 살릴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수 있었으면 하는거야” 라는 말을 듣고 이 소설의 집필에 매달렸다고 한다. 흔히 모정(母情)만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모처럼 부성(父性)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나와 지난해에는 연극무대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엊그제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50대의 트럭운전기사인 아버지와 식당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가 삭발을 한채 자식의 벌을 대신 받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4시간동안 용서를 구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 부부의 사연은 이렇다. 아들 강모(21)씨는 서울 모 대학의 축구선수. 고교3년 때 전국 고교축구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프로구단에서 억대의 연봉제의까지 받았으나 아들의 장래를 위해 이를 뿌리치고 대학에 입학시켰다. 2남 1녀 세남매의 대학교육을 위해 집을 팔고 사글세 신세도 자청했다. 그러나 아들 강씨는 대학선후배 4명과 함께 6차례에 걸쳐 택시강도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무엇이 이 아들로 하여금 강도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시고기의 사랑처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식의 벌이 10분의 1, 100분의 1로 줄어들기 바라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삭발참회하는 이들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낳

  • 남이 되라고 지면기사

    ‘지역감정’하면 흔히들 1971년의 대통령선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기야 “신라 천년만에 다시 나타난 박정희후보를 뽑아 경상도 정권을 세우자”고 공공연히 선동한 인사가 나올 정도였다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한국의 CIA라던 중앙정보부는 경상도 지역에 “전라도 사람들이여 단결하자”는 흑색선전물을 조직적으로 살포, 경상도 사람들의 지역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다. 그 덕이었을까. 박정희후보는 경남과 경북에서 각기 68.6%와 70.8%의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원래 지역감정의 뿌리는 멀리는 북변과 남도지역 출신들을 등용치 않던 조선시대부터였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가까이는 호남을 배척하고 영남을 집중적으로 투자·육성한 박정희 정권의 정책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영·호남 지역의 갈등을 그보다 더 멀리 삼국시대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투다 보니 그 지역적 토대였던 호남과 영남인들의 갈등으로 자연스레 번지게 됐다는 논리다.나름대로 다 그럴듯한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유래가 아니다. 과거사야 어찌됐든 가뜩이나 나라마저 남북으로 갈라져 서글픈 터에 그 반쪽 토대에서까지 동서 내지 영·호남 등으로 지방색을 조장하고 있는 그 꼴불견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지역감정의 폐해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 누구든 입만 열면 ‘지역주의 퇴치’를 버릇처럼 되뇐다. 그런데도 지역주의가 사라졌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대통령선거의 해인 올해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벌써부터 “올해는 우리지방이 분발해야 한다” “우리도(道) 대통령이 꼭 선출되도록 하자” 등 노골적인 표현들이 주저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때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유행했다더니 요즘은 “우리가 남이여(?)”라는 말도 나돈다 한다. 그네들 말처럼 우린 정말 남이 아니다. 한 나라 한 민족에 다같이 좁은 한반도에 살면서 한 문화를 지닌 우리다. 그런데도 한사코 지역주의를 거들며 남이 되라고만 하니….

  • 중국어 안내방송 지면기사

    중국의 외래어 표기가 흥미롭다. TV를 '電視', 컴퓨터를 '電腦'라 한다. '보는 전자 기기'와 '전자 두뇌'라는 뜻이지만 속된 말로는 '번개 보기'와 '번개 대가리'다. 엘리베이터도 '電梯', 즉 '번개 사다리'다. PC는 '個人電腦', 인터넷은 '互聯網'이고 하드웨어는 '硬件', 벤처는 '風險', 팩스는 '傳眞', 택시는 '的士'다. '愛滋'는 '사랑 물'이 아니라 에이즈(AIDS)를 뜻하고 스트립쇼는 '네 번 다섯 번 벗는 춤'이라 하여 '四脫舞', 미니스커트는 '당신을 현혹하는 치마'로 '迷裙'이다. 코카콜라는 '可口可樂', 타이어는 둥근 태와 같다는 뜻으로 '輪胎'다.우리말과는 뜻이 다른 어휘도 많다. '愛人'은 부인을 뜻하고 '老婆'는 할머니가 아닌 부인, 마누라를 가리킨다. '丈夫'는 남편이고 '約束'은 엉뚱하게도 단속을 뜻한다. 약속은 '約會'라 하고 약속장소도 '約會地點' 또는 '見面地點'이다. '下水'는 하수도가 아니라 소나 돼지의 내장이고 '打頭'는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발이다. 털에 난 병이 아니라 고장(기계 고장 등)이 '毛病'이고 이도령의 시종이 아닌 '집'이 '房子'다. '經理'도 회계가 아닌 지배인이다. 비행기 탑승권을 '登机牌'라 하고 게이트는 '登机口', 탑승 시간은 '登机時間'이다. '机'는 '책상 궤'자다. '책상에 오르는 패'라니? 화장실도 '衛生間' 또는 '厠所'라 하고 촬영금지는 '請不要照相'이다. 간자(簡字), 즉 약자 표기도 글자의 한쪽 귀퉁이만 사용하는 등 사뭇 파격적이다. 그러나 기타 한자 표기라면 한자문화권에서는 대체로 통하게 마련이다.중국어가 6년 안에 영어를 추월해 인터넷의 주요 언어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지난 12월10일의 독일 공영방송 ARD였다. 그래선가 특히 새해 들어 우리 대한민국엔 중국어 학습 붐이 일고 있다. 또 지난해 내한한 중국인 관광객이 44만3천명으로 일본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고 금년엔 월드컵 등으로 한껏 몰려올 전망이다. 열차에 이어 지하철에서도 중국어 안내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의

  • 시늉이라도 지면기사

    아직 공업화 근대화가 채 이루어지지 못해 농사만이 거의 유일한 생산수단이었던 시절, 남의 땅을 소작해 연명해야 했던 작인들에게 지주(地主)는 항상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다. 자칫 밉보이면 삶의 터전인 소작지를 빼앗길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무서운 건 지주를 대신해 소작지를 관리 감독하던 마름들이었다 한다. 대부분 이들이 소작료를 결정하고 징수했으므로 그 위세를 믿고 부리는 횡포 또한 대단했던듯 싶다. 툭하면 작인들을 불러다 종처럼 부렸고 술대접을 받거나 선물을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마름 정도만 돼도 분수 모르고 위세 부리던 상황은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모양이다. 갖가지 권력형 비리를 포함, 권력층을 사칭한 사기 횡령 등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되레 더 기승을 부린다는 느낌마저 준다. 조그만 힘만 주어져도 그 힘을 주체못해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천방지축 휘둘러대고 싶은 게 어쩌면 별반 내세울 것 없는 보통사람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도 모르겠다.미국 하원 최다선(23선)의원인 존 딩얼(73)의원의 처신이 사뭇 화제가 되고 있다. 며칠 전 그는 워싱턴 레이건공항에서 속옷 차림으로 보안검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의 발단은 20년 전 말에서 떨어져 부상했을 때 몸에 이식한 강철 고관절이 금속 탐지기에 걸려 경보음을 낸데서 비롯됐다. 딩얼의원은 외투와 양복상의 신발 그리고 양말까지 벗은 후 다시 탐지기를 지나가야 했지만 또 소리가 났다. 그러자 보안요원들은 그에게 바지까지 벗게 했다. 그런데도 그는 끝내 자신이 고위 정치인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뒤에 자신이 다른 사람(일반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는지를 알고 싶어 교통장관에게 확인전화를 걸었을 뿐이다.비록 일부라지만 남다른 지위나 권세께나 있다 하면 웬만한 불법쯤은 앞장서서 저지르는 이들. 심지어 명절 때 도로가 조금 막힌다고 경찰차까지 앞세워 반대 차선을 신나게 달리던 이들. 그들은 이 일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뒤늦게나마 본받는 시늉이라도 내려는지.

  • 목숨 건 다이어트 지면기사

    1990년 제인 켐피온이 제작,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책상위의 천사(An Angel at My Table)'의 줄거리. 여주인공 제닛은 뚱보에다 예쁘지 않은 외모 등으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만사에 자신감을 잃는 비만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녀는 특별한 정신질환이 있어서가 아니라 수줍음과 자신감없는 모호한 태도로 인한 의사의 오진으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다.그러나 그녀의 비만과 외모 콤플렉스를 고쳐준 것은 정신병원이 아니라 아버지가 사준 책 한권이다. 책속의 시를 통해 자기의 재능을 발견하고 생의 즐거움을 찾는다. 여행중 만난 한 남자와 함께 문학에 대한 정열과 집착으로 비만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 이 영화는 비만 콤플렉스에 시달린 여주인공 자신이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오늘날 여권 운동가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옛 유대인들은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단정했다. 어떠한 남성도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여성미의 기준이 날씬하냐 아니냐로 바뀐 현대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비만과 다이어트라는 사실은 그래서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다이어트 중인 한 여성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건강상 비만 부작용을 우려, 각 종합병원에는 비만 클리닉이 따로 설치돼 있고 마사지요법, 매니큐어요법, 지방흡입술, 침술 등 한방요법, 최면요법, 먹으면서 살빼는 식품 등 다이어트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근 서울시내의 한 여고3년생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필로폰을 상습 투여하다 경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이 여학생은 특히 필로폰을 사기 위해 우체국서 15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연초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필로폰을 투약한 30대 여성 2명이 부산서 구속됐었다. 살을 빼려는 여성들의 집념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제 다이어트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프로그램으로

  • 게이트 시리즈 지면기사

    ‘게이트(門)'가 없으면 비행기도 못타고 천당에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요즘 젊은이들이야 ‘게이트(gate)'하면 인터넷 사이트 문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게임 스팟의 발더스게이트와 크로스게이트, 상품 마케팅의 소프트게이트와 갤럭시게이트를 비롯해 사이게이트, 플러스게이트, 투어게이트 등. 하지만 나이 든 세대라면 대뜸 ‘워터게이트'부터 연상할 것이다. 워싱턴 ‘워터게이트(Watergate) 호텔'의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 서류를 훔친 CIA 요원 5명이 1972년 6월17일 체포된다. 한데 공화당 정권이 사실을 은폐, 축소하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끈질기게 추적, 드디어 60%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닉슨 대통령을 74년 8월 사임케 한 사건이 이른바 ‘워터게이트'였다. 그로부터 ‘게이트=추문'의 대명사가 돼버렸다.‘수문(水門)'이라는 뜻의 ‘워터게이트'는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예루살렘의 8개 성문 중 하나가 ‘워터게이트'였고 기드론 골짜기의 기혼(Gihon)샘에서 오벨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의 동쪽 성문이 ‘워터게이트'였다는 것이 느헤미야 기록이다. 또한 국가가 멸망,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귀환, 그곳에서 신앙과 역사를 되돌리는 모임을 가졌다 해서 성경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린다. ‘워터게이트=추문' 인식은 기독교 성경에 대한 모독이다.지금 이 땅의 ‘게이트 시리즈'는 마치 내용도 비슷한 저질 추문 영화를 쉴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틀어주며 보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일본 어느 신문은 ‘윤태식 게이트'를 ‘한국판 리크루트 사건'이라고 빈정거린다. 리크루트사(社)가 88년 취직 정보지 ‘리크루트'의 판로 확대를 꾀해 가토 노동사무차관에게 주식 양도, 요정과 골프 접대 등을 했고 다수의 정객이 연루됐던 ‘정·관·언(言)' 유착 사건이 ‘리크루트 게이트'였다. 그런데 이번엔 부시 대통령까지 거액의 헌금을 받았다는 미국의 엔론게이트가 불거져 나왔다. 행여 닉슨의 워터게이트, 클린턴의 지퍼게이트에 이은 엔론게이트 등을 우리 게이트 시리즈 장본인들이 큰 위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