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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당첨복권? 지면기사

    서울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당첨권이 그 자리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고 한다. 당첨자가 계약을 하기 위해 분양사무실에 나타나면 직원들이 복권당첨을 축하하듯 박수를 보내는등 축제 분위기였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아파트 당첨권이 복권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원래의 복권들은 정해진 소득세를 제대로 미리 떼어내고 지급하나 아파트 당첨권의 전매차익에 대한 세금은 본인이 알아서 축소신고 적당하게 내고 만다는 점이다. 청약통장 1순위자가 200만명이라니 당첨확률이 단연 으뜸이다.뒤늦게 국세청이 전매자에대해 세무조사와 함께 철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다짐하고 나서 아파트 거래가 주춤해지고 가격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60~70년 개발연대에 부동산 투기가 일면 행해지던 조치들이 30여년동안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 IMF환란 이후 한때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 했을 때 부동산 투기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던 당국자들이 지금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이번 서울 강남의 아파트 투기 열풍은 오히려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이 최고라는 인식을 다시 확인해준 셈이다.이번 투기 열풍의 원인은 대체적으로 수년째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 아파트 재건축계획 그리고 강남의 교육여건과 학부모들의 교육열 등으로 분석되는 것 같다. 여기에 1~2년전 경기 불황기에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 당첨권 전매허용, 청약통장 가입자격확대, 소형아파트 취득세 감면조치등 일련의 경기부양책이 기름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건설경기가 최악의 늪에 빠져 있을 당시에는 불가피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그러나 여기서 정부 당국자들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은 듯 하다. 이러한 경기부양책들이 경기회복기나 호황기에는 투기의 요인이 된다는 것을 왜 감안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경기 회복시에 대비, 이들 조치에 대한 시의 적절한 보완책을 갖고 있어야 했다. 아파트 건설 사업이 카지노나 복권같은 사행산업이 아닌 이상….

  • 복제만능시대 지면기사

    1996년 7월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양(羊) 한마리가 태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태어난 과정부터 보통 양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어느 암양 체세포(유방세포)에서 핵을 떼어내 다른 암양의 난자속에 넣어 세포분열을 일으키게 한 뒤, 이를 다시 대리모 암양의 자궁에서 길러 세상 빛을 보게 한 것이었다. 이른바 복제양이었다. 연구소에서는 이 양의 이름을 가슴이 큰 미국의 여가수 ‘돌리 파튼’에서 따와 ‘돌리’라고 지었다.이듬 해 2월 돌리가 태어난 사실이 영국의 주간 과학지 ‘네이처’를 통해 알려지자 온 세상이 들끓기 시작했다. 동물복제는 곧 인간복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었다. 당장 미국사회에선 레이건 전 대통령, 테레사 수녀,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등이 복제인간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수십 수백명의 복제히틀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기도 했다.그야 어떻든 돌리 이후 체세포를 복제한 동물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 생쥐 송아지를 비롯해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까지 복제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젖소의 자궁세포 DNA를 복제해 어린 젖소를 출산시켰다. 그밖에도 세계 각국의 예를 일일이 다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이번엔 또 장기이식 때 거부반응이 없는 돼지까지 복제돼 세계가 다시 떠들썩하다. 드디어 인간이 동물의 장기를 달고 살아갈 시대가 다가왔다는 것이다.생명과학은 나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않든 이제 인간복제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예상밖의 일이 생겼다. 복제동물의 효시라던 돌리가 최근 이상한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양에 비해 노화속도가 빠른데다 다섯살 반 어린 나이에 관절염까지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神)의 섭리를 어긴 탓인지, 아니면 생명과학 수준이 아직은 덜 성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우선은 다소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만큼 인간복제도 멀어질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종교 윤리문제 등을 떠나서라도 인간복제는 역시 두려운 일이기에.

  • 모방범죄 지면기사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본디 뜻은 '옛 사람의 글을 본떠 짓는 것'(換骨)과 '약간의 형식을 바꿔 교묘하게 모방하는 것'(奪胎)이다. 모든 창조의 근원과 바탕은 환골탈태의 '모방'이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인간은 모방의 천재다. 발명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인간사(史)=모방의 역사'다. 다만 “인간은 개와 흡사하다. 먼 곳에서 개가 짖으면 다른 개도 따라 짖는다”는 볼테르의 말처럼 가치 없는 모방과 부정적인 흉내가 골칫거리다. 더욱 곤란한 것은 전이성(轉移性)이 강한 암적인 범죄 모방이다.92년 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의 미국 원로감독 앨트먼은 “9·11 미국 테러부터가 할리우드 폭력영화의 모방범죄”라고 질타했다. 그의 주장에 “옳소”라도 하듯이 즉각 액션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프로듀서들을 불러 조언을 청한 것은 미 정보 당국이었고 피터 로스 워너 브러더스 회장, 콜린 캘린더 HBO 필름 회장, 크레이그 해프너 그레이스톤 사장 등 미국 영화계 빅 오너들을 초청, 테러와의 전쟁에 묘안을 구한 것은 백악관측이었다. 한데 그들이 뾰족한 묘책을 내밀 사이도 없이 일폐백폐(一吠百吠)로 따라 짖는 개들처럼 모방 테러가 줄을 이었다. 밀가루, 베이비 파우더 등을 이용한 탄저균 모방 범죄만 해도 10월18일의 미국 슈퍼마켓 점장을 위시해 영국, 일본 등에서 잇달았고 최고 종신형까지 때리도록 입법 개정까지 서둘렀다.그런데 무엇보다 염려했던 건 항공기 모방 테러였다. 엊그제 4인승 경비행기를 몰고 플로리다주 탬파 군도(郡都)의 42층짜리 아메리카은행 빌딩 28층으로 돌진한 자살특공대 화신이 고교 1년생이라니! 더욱 놀라운 건 '빈 라덴을 공감한다'는 영웅 찬탄 메모다. 청소년 모방 범죄란 대부분이 이상한(奇) 것을 좋아(好)하는 별난 '호기심'과 괴상한(奇) 것을 사냥(獵)하는 '엽기심'에서 유발한다. 청소년 폭력, 강도, 살인, 방화 등이 거의 그렇다. 그 고교 1년생 찰스 비숍 역시 '엽기'에 심취해 있었을 것이다. 청소년 엽기 풍조의 연화 내지 순화가 청소년 범죄 예방의 제1장 1과다.

  • 정치보복 금지법 지면기사

    흔히 독재정치에 시달려야 했던 나라들에선 으레 정치보복이란 게 뒤따르곤 한다. 전 정권 집권세력의 갖가지 범법행위를 단죄함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불합리가 발을 못붙이게 하자는 의미가 우선 크게 작용한다.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대전제가 깔리게 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치보복이 극심해지다 보면 더러는 사적인 감정도 섞이게 마련이어서, ‘새 역사 창조’에 앞서 혼란의 악순환부터 겪어야 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1994~1998년 재임). 그는 예상을 뒤엎고 정치보복 대신 화해와 포용으로 지난했던 과거를 청산한 거인 정치인이다. 인종간 갈등과 분열 대립, 각종 범죄와 부패 등 무려 342년간 계속된 소수 백인통치가 남긴 크나 큰 상처를 화해와 용서, 민주화를 통해 치유했다. 그는 집권과 함께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통한 과거청산 작업을 펼쳐나갔다. 지난날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차별을 위한 분리 격리)시절에 저지른 각종 범죄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으면 사면을 통해 용서했던 것이다. 특히 흑백간 화합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입안자의 유족 등 누구와도 만나 손을 잡았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남아공에 흑백이 공존하는 평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것은 바로 만델라의 이같은 큰 정치 덕이었음은 새삼 강조할 나위도 없다.새해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 정치권에 느닷없이 정치보복금지법이 화두를 장식하고 있다.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정치보복 악순환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같은 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얼핏 만델라의 포용과 큰 정치를 연상케 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다. 아직도 못다 청산한 과거의 악폐가 남아있었나 싶어서이다. 수십년 계속되던 군사독재를 극복한지도 꽤 오래돼, 이미 문민정부 5년을 보냈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도 5년째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보복금지법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청산해야할 악폐가 쌓여 있다는 뜻일진대, 도대체 그동안은 무얼 이루었다는 것인지….

  • 병든 세포 지면기사

    동물의 세계에서 종족번식에 대한 집념은 눈물겨울 정도다. 주로 미 캘리포니아와 남태평양 해변에서 지내는 그루니온이라는 물고기는 바닷물이 육지에 가장 깊숙이 들어오는 만조후 1~2시간 후를 정확히 포착해서 육지로 올라와 모래에 꼬리를 박고 산란한다. 그래야만 산란이 끝난후 썰물 때 다시 바다로 나갈수 있다. 또 정확히 2주후의 다음 만조때 알이 부화하면 치어가 썰물을 타고 같은 시간에 바다로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에서 자라는 연어는 바다에서 3~4년을 지내다 자기가 태어난 모천(母川)을 향해 수백 수천킬로미터를 거슬러 와 산란하는 회귀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2~3회에 걸쳐 최고 7천개의 알을 산란한후 기진맥진해서 처절한 죽음을 맞는 것은 장엄하기 까지하다.그런데 이러한 동물들의 자기희생현상이 우리 인간의 몸안 세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신의 조화와 생명의 신비함에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최근 서울대 박상철 서우신교수팀이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젊은 쥐에서는 DNA가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포자살현상(Apoptosis)을 일으켜 다른 세포와 생체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반면 늙은 쥐에서는 손상된 세포가 죽지 않아 노화의 원인이 되거나 암세포로 발전, 암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고령자에게 암이 많은 것도 이 병든세포가 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은 약 1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이중 재생이 안되는것도 있지만 대부분 한 개가 죽으면 다시 재생한다. 의학적으로는 죽는 세포와 재생세포의 수가 밸런스를 유지해야 생체의 스트레스가 회복되는 복원력이 제대로 작동된다고 한다. 이를 가리켜 호메오스타시스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이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호메오스타시스가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이러한 현상이 어찌 동물이나 사람에만 국한된 일이라고 할수 있을까.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병든세포는 때가 되면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가 재생돼야 사회 국가도 건강을 유지할수 있

  • 받아쓰기 장관 지면기사

    외신기자들이 들을까 창피스런 얘기다. 대통령이 “장관들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얘기를 받아 적지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묵묵히 받아 적기만 하는 장관들을 보면 저기 대통령과 국무총리 자리 뒤쪽에 대형 칠판만 걸려있지 않을 뿐 꼭 초등학교 저학년 받아쓰기시간 같지 않은가. 한껏 격을 높여봐도 중학교 교실 받아쓰기 그대로다. 아니라면 국회 속기사 같기도 하고 국무회의와 각 부처 사이를 왔다갔다 기록을 전달하는 연락병 같지 않던가.장관(長官)이라면 글자 그대로 최고 벼슬이다. 지방장관이면 지방 최고 벼슬이고 육군장관이면 육군 최고 자리다. 그런데도 국무회의에서 '꿀 먹은 벙어리'로 단 한 마당, 반 마당의 토론도 벌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을 '오벌 오피스(oval office)'라 부르는 것은 국무회의 대형 테이블이 계란 모양의 원탁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장관들은 투구 갑옷 벗어 던진 '원탁의 기사'처럼 자유스런 토론을 벌인다. 대통령님 말씀만 받아 적을래야 적을 여유가 없다. 일본 총리 관저 회의실엔 아예 탁자가 없다. 우리도 노태우 정부 때부턴가 원탁을 도입했다. 그랬는데도 그 원탁에 넘치는 '원만한' 토론이 불가한 이유는 무엇인가.'가(可)'와 '예스'만 있고 '부(否)'와 '노'는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야말로 '제왕적' 권위 앞인 옛 어전(御前)회의에서는 의외로 '불가 장관(判書)'이 많았다. “아니되옵니다” “불가하옵니다”를 넘어 “천부당만부당한 분부 거두어주옵소서”가 툭하면 튀어나왔다. 번역하면 '씨도 안먹히는 소리 좀 작작 하라'는 뜻이었다. 치과 출신의 과기처장관, 정외과 출신의 문화부장관, 법대 나온 해양수산부장관 등 전문성 이탈과 질적인 함량 미달도 문제다. 한 말에서 서너 되는 모자라고 5ℓ에서 1∼1.5ℓ는 모자라 보이는 장관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관두면 국가가 손해”라던 팔푼이 장관은 어떤가. 120% 철철 원탁에 넘치는 초과 함량 장관들의 종횡무진 벌이는 자유 토론의 국무회의는 언제쯤 보여줄 것인가.

  • 월드컵의 성공 지면기사

    축구황제 펠레가 1992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각국 대통령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가상적인 이야기지만 대통령들이 모두 축구선수라면 아마 세계에 전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은 정치가 행하는 것이지 스포츠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축구경기장에서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 하나가 되어 경기를 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번 2002 월드컵축구 경기에만도 전세계에서 연인원 600억명 이상의 지구인들이 TV시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고 보면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그런데 이러한 세계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실제로는 전쟁도 일어났고 폭동이나 소란, 대형 압사사고도 일어난 것이 축구의 역사다. 가장 큰 사건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2차예선전(1969년)에서 비롯된 전쟁이다. 게임에서 진 온두라스 국민들이 흥분한 나머지 자국의 전역에서 엘살바도르인에 대해 살인 약탈 등 보복행위를 일삼았다. 이에맞서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에 선전포고를 하고 포병부대를 앞세워 공격을 개시, 5일동안 양국에서 3천여명이 죽고 1만2천여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을 연출했다.이 전쟁 말고도 축구 때문에 일어난 참사는 부지기수다. 볼리비아 국가 대표팀(1969년), 구 소련의 타슈켄트(1979), 알제리의 에어리퀴데 클럽(1970), 이탈리아의 토리노(1949),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958), 잠비아 국가대표(1993), 칠레의 그린 크로스(1962), 페루의 알리안사 리마(1987)팀 등은 시합을 하러가거나 귀국도중 비행기 추락 참사로 선수들이 일부 또는 전원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 결과나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폭동사태나 경기장의 무질서, 엉성한 시설 등으로 일어나는 압사사고 등은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보는 일이다. 이 모두가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새해들어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한국의 16강 진출 못지

  • 반부패교육 지면기사

    증권파동, 워커힐사건, 새나라자동차사건, 파친코사건. 6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겐 너무도 귀에 익은 이른바 4대의혹사건이다.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다시 바로잡기 위하여…” 운운했지만, 이 나라에 군사정권이 첫 발을 내디디면서 제일 먼저 빚어진 게 바로 이 대형 경제비리사건들이다. 그 뒤로도 군사정권하에서의 크고 작은 부정부패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공유지 불하 4대의혹사건, 6대 재벌기업 금융특혜사건, 고려원양사건, 율산파동, 이철희 장영자사건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조차 없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는 두 전직대통령들의 수천억원대 비자금사건으로 그 막을 내린다.군사정권이 극복되자 이제부터야말로 그같은 부패구조도 깨끗이 청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사정(司正)작업에도 불구, 날이면 날마다 무슨 무슨 게이트, 무슨 무슨 리스트 등이 온통 세상을 뒤흔들어 왔다. 거의가 칙칙한 정경유착 및 정·관계로비 의혹 등을 남기면서. 당장 지난 해만 해도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윤태식 게이트 등 이른바 4대 게이트로 시끌벅적한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이쯤되고 보니 우리나라 중·고교생 90% 이상이 ‘한국사회는 부패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서 결코 놀랄 바는 못된다. 정작 충격적인 사실은 청소년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윤리 도덕의식이라 하겠다. 그들 조사대상자 1천5명의 학생중 무려 41.3%가 이런 답변을 했다고 한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또 28.4%는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이라 했고,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대답한 학생도 16%나 된다고 한다.많은 이들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생각보다 심각해 반부패교육이 시급하다”고들 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그렇게 이끌어오다시피한 어른사회가 과연 무엇으로 그런 교육을 할 수 있을지.

  • 새해 새꿈 지면기사

    눈을 감고 자면서 꾸는 꿈과 눈을 뜬 채 꾸는 꿈이 있다. 전자가 춘향이 옥에 갇혀 꾸는 꿈, 노생(盧生)이라는 소년이 여옹(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들어 꾸는 꿈,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꾸는 그런 꿈이라면 후자는 눈을 말똥말똥 고리 눈으로 뜬 채 멀쩡히 꾸는 꿈이다. 그렇게 눈을 뜬 채 꾸는 꿈을 가리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희망'이라고 했다. 잠 속의 꿈이 두서없고 허황된 흑백 꿈이라면 눈을 뜨고 꾸는 꿈은 눈이 부신 찬란한 햇살 속의 장밋빛 꿈이거나 영롱한 보랏빛 꿈이다. 그런 꿈이 바로 새 해 정초에 꾸는 새 희망 새 꿈이고 뜯어고쳐 리모델링한 꿈, 버리고 새로 꾸는 새 희망, 새 소망이다.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우고(一日之計在于晨)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一年之計在于春)고 했지만 그 봄, 새 봄의 시작이 바로 누구나 새 꿈 새 희망으로 새 계획을 세우는 1월 1일 정초부터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1월1일 신문에 발표하고 신춘 방송 특집, 신춘 음악회, 신춘 마당놀이, 신춘 휘호, 신춘 바둑, 신춘 요리 등 온갖 신춘 행사도 정초에 시작한다. 그러니 2월만 되면 봄은 이미 헌 봄이 되고 '입춘'도 되기 전에 새 봄은 꼬리를 감춰버린다. 하기야 새 세월, 새 계절, 새 태양은 없다. 자고 나면 다시 뜨는 태양이 헤밍웨이의 눈에는 새로울지 모르지만 쇼펜하워나 니체의 눈에는 점점 더 헌 태양과 낡아빠진 햇살로 비칠지도 모른다. 출근길도 헌 길, 회사도 헌 회사, 악수하는 사람들도 헌 사람들이 아닌가.그러나 새 해 정초면 모두가 '새'자 암시와 '새'자 환각에 눈을 뜬 채 꿈을 꾸고 새 희망의 새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떤 논리적 과학적 검증에 의해서가 아니다. 1년 2년 세월을 자르고 시간을 쪼개 새로움을 다짐하지 않으면 그 세월이 너무나 방만하고 새 마음 새 희망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그 인생이 너무나 단조롭고 따분하지 않겠는가. 요는 새 해 새 꿈, 새 희망의 실천이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희망이란 멋진 아침 식사가 되지만 형편없는 저녁 식사도 될 수 있기

  • 말띠 해 지면기사

    말이 없으면 태양도 없고 낮과 밤, 새벽도 없다. 네 마리의 날개 돋친 천마(天馬) 페가소스가 그리스 신화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마차를 끌기 때문이고 매일 아침 동쪽 궁전을 나와 저녁이면 서쪽 궁전으로 들기 때문이다. 새벽의 신인 로마 신화의 아우로라와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가 타고 태양을 인도, 하늘을 나는 마차도 두 필의 천마가 이끈다. 그런 천마뿐이 아니다. 인마(人馬), 단기필마(單騎匹馬), 마차, 역마차, 파발(擺撥)과 같은 어휘는 물론 2륜마차(gig), 2륜쌍두마차(curricle), 4륜마차(surrey), 4륜쌍두마차(phaeton), 3두 마차(troika) 등이 증명하듯 속세 인간이 타는 말 역시 몇 천년 전부터 교통, 통신, 운반의 수단과 전쟁의 도구가 되어왔다. 말이 없으면 '선구자(先驅者)'도 없고 '견마지성(犬馬之誠)도' 없다. 일에 '박차'를 가할 수도 없다. 말의 배를 차 달리도록 하는 물건이 박차가 아닌가.'몇 마력(馬力)'으로 나타내는 힘의 상징인 말은 100∼150㎞를 시속 18㎞로 단숨에 주파하고 단거리 속도는 66㎞를 넘는다. 관운장의 적토마나 항우의 오추마 등 명마는 천리가 한달음이다. 긴 목, 긴 다리, 큰 콧구멍, 큰 가슴의 폐활량, 공기 저항 안받는 매끄러운 털 등을 타고났다. 봄에만 회임, 오전 8시경에만 분만하고 50세까지 산다. 몸값도 비싸 88 서울 올림픽 때 서울에 온 아랍산 '카리스마' 등 경기용 말은 무려 200만달러였다.12지 중 유일하게 인간이 타고 다니는 가장 가까운 동물인 말(말띠)의 해 임오년(壬午年)이 밝았다. 1942년 임오년은 임정(臨政)이 미, 영, 중, 소에 승인을 요청하고 조선군사령부를 편성하는 등 2차대전 격변기였고 1882년 임오년은 임오군란, 대원군 청국 납치, 명성황후 충주 피난 등 대한제국 파란기였다. 1822년엔 괴질 만연, 1762년엔 사도세자가 아사(餓死)했다. 무오사화도 물론 말띠 해였다. 그러나 궂은 일만 있던 말띠 해도 아니다. 금년은 월드컵과 양대 선거 등 어수선할 것이고 미국은 '전쟁의 해'로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