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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죽음과 탄생 지면기사
최고의 러브 송(戀歌) 가수에다 ‘비틀즈'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의 유해(뼈)가 아닌 유회(遺灰)는 멀리멀리 날아 3일 뉴델리에 도착, 4일 성지(聖地) 갠지스강에 뿌려졌다. 60년대부터 힌두교는 물론, 인도의 역사, 문화, 7현 악기 시타르(sitar) 등에 심취했고 죽기 3개월 전까지도 성지 바라나시(Varanasi) 등을 방문, 갠지스강에 목욕하고 사원을 탐방하는 등 인도와 절친했기 때문이다. 97년 후두암 수술, 지난 5월 폐암 수술을 받는 등 오랜 투병 끝에 지난달 30일 LA의 한 친구 집에서 58세로 숨지자 해리슨 그의 조국은 엄청난 슬픔에 잠겼다. 영국 여왕, 총리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부터 조전(弔電)이 답지하고 숨을 거둔 LA의 친구 집과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의 리버풀 시,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 등은 온통 조화(弔花)로 뒤덮였다. 방방곡곡에 조기(弔旗)가 걸리고 조문록 마다엔 장사진을 쳤다. ‘존 레넌 공항'에 이어 ‘해리슨 공항'이 생길지도 모른다.해리슨이 죽은 다음날인 1일 일본에선 마사코(雅子) 세자비가 여아를 출산했다. 지구 동서 끝 두 대표적인 섬나라의 대조적인 조사(弔事)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조전과 축전이 하루 차이로 쏟아진 그 희비쌍곡선은 몇 바퀴 지구를 감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대하던 아들도 아닌 9번째 연속 황실의 딸인데도 일본열도의 흔희작약(欣喜雀躍), 들썩거림은 대단했다. 방송은 정규 프로를 중단, 월드컵 조 추첨 방송까지 반쯤 외면했고 신문은 대문짝 같은 글자로 호외를 냈다. 전국에 현수막과 일장기가 내걸리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뒤덮었다. 제등(提燈)행렬에다 축제용 ‘다시(山車)'가 거리로 쏟아지고 만세 소리가 폭발했다. 축하 방명록(記帳)엔 2일 동안 12만명이 축사를 썼고 오스트리아 빈 필은 탄생 축하 자장가를 작곡, 증정했다. 만산(晩産) 붐 조짐과 함께 여황(女皇)제 개헌까지 거론됐다.영국은 슬픔의 무게로, 일본은 기쁨의 들썩거림으로 두 섬나라 땅은 아마 1㎝씩은 더 바다로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대단한 죽음과 탄생의 명복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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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좋은 이들 지면기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고 독배를 마셨을 때 일이다. 온몸에 독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소크라테스는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듯 임종을 지켜보던 제자 하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크리토,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는데 자네가 대신 갚아주게.” 빚을 졌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교과서적 교훈이 담긴 일화다.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은 빚을 두려워 한다. 그리고 비록 어쩔 수 없이 빚을 졌다 해도 저승에 가서라도 꼭 갚아야 하는 게 빚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꼭 그런 사람들만 사는 게 세상은 아니다. 더러는 빚 지는 걸 되레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빌린 남의 돈으로 치부하고 빚으로 잔치를 벌인다. 빚낸 돈으로 실컷 흥청대다가도 정작 갚을 때가 되면 ‘배 째라’는 식으로 뱃심을 내민다. 그리고 이런 이들 때문에 항상 피해를 보는 건 당연히 정직한 사람들이다.기껏 금융안정을 도모하고 부실기업을 살리자며 엄청나게 쏟아부은 이른바 공적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 특감 결과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임직원 5천여명이 무려 7조원 이상을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빼돌려 보유·은닉하고 있음이 적발된 것이다. 엄청난 금액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까지 했는가 하면, 해외로 거액을 빼돌린 이들도 있다. ‘빚낸 돈으로 치부하고 잔치 벌인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정말 뱃심좋은 파렴치범들이다.예상대로 정부는 부랴부랴 합동조사단을 가동한다는 등 후속조치를 서둘고 있다. 은닉재산을 철저히 가려내고 파렴치범들을 단호히 사법조치하며 감독부서에 대한 문책도 따를 모양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반드시 취해야할 조치임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그런데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영 떨떠름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뒤늦게 엄단하고 문책한들 기왕 새버린 자금이 얼마나 다시 메워질까 싶은 것이다. 이러다 자칫 국민혈세 부담이나 다시 가중되는 게 아닌지 그것이 또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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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쌀의 새 출발 지면기사
1980년 우리나라 쌀농사는 냉해로 대흉작을 맞았다. 이때 미국의 쌀경작자 협회(RGA)와 코넬은 국제가격보다 무려 3배나 비싼 가격에 미국산 쌀수입을 강요, 한국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사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10여년후인 1991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다. 일본이 냉해로 쌀농사흉년이 들자 한국산 쌀을 수입하려 했다. 그러나 RGA는 미 정부를 통해 한일 양국에 압력을 행사, 무려 2배나 비싼 가격에 쌀을 일본에 팔았다.WTO(세계 무역기구)체제이후 한국은 지난해 국내 수요량의 2%인 의무수입량을 2004년까지 4%로 늘리도록 돼있다. 2005년부터는 이 수입의무량을 늘리든지 아니면 관세화해서 수입을 자유화 하든지 해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지난 96년, EU(유럽연합)는 99년 '필요한 경우 곡물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국내법률을 개정했다는 점이다.만일 한국이 쌀을 수입 자유화하거나 수입 물량이 늘어 쌀 자급 능력을 상실할 경우 미국이 이러한 법률을 발동한다면 과거처럼 한국의 쌀 시장은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상황도 염려된다. 우리나라의 쌀 수입량이 늘어 난다해도 쌀 자급기반을 유지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홍수조절기능이나 수자원 보유, 토양유실위험 경감, 대기정화, 수질정화기능등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보전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게 쌀 농사다.평택시가 지난달 말 '평택쌀 경쟁력향상 발전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저가의 미국 중국쌀, 고가의 일본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농법을 개발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포장쌀 개발도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유기농법에 의한 친환경적 재배기술만이 경쟁력있는 쌀생산과 쌀 자급기반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다는 해법은 이미 일본에서도 입증됐다. 쌀 수입 확대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라면 평택시 뿐만 아니라 이천 여주 광주 김포등 도내 모든 쌀 주산지에도 이러한 친환경적 농법개발 운동이 파급돼 경기도가 WTO의 국제 무역질서속에 한국농업의 새로운 출발을 선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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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진표 지면기사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7의 운수와 3의 기술(실력)이 세상사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한데 스포츠 게임만은 반대로 7의 실력과 3의 운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둔한 발 감각에 의한 축구만은 다르다. '운7 기3'의 이른바 '그라운드의 쿠데타'가 흔하다. 월드컵의 이변(異變)만 해도 그렇다.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미국이 축구 종주국 영국을 이길 확률은 500대 1이었다. 그런데 1-0으로 미국이 이기자 영국 신문들은 '영국의 0-1 패배'가 잘못된 것으로 착각, '1-0 승리'의 오보를 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쪽은 미국 신문이었다. 영국 스코어 0 옆에 1이 빠진 줄 알고 1-10으로 미국이 졌다는 오보를 낸 것이다. 난형난제의 오보 쌍곡선이었다. 66년 영국 대회에 처녀 출전한 북한의 평균 키는 165㎝였다. 그런데도 거함 이탈리아를 1-0으로 침몰시켜 일약 '기적의 팀'이 됐고 '코레아=대이변(大異變)'의 등식을 이탈리아에 심어 줬다. 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 처음 출전한 튀니지가 멕시코를 이길 확률도 1천분의 1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3-1로 역전승한 것은 '소이변(小異變)'이 아닌 '대이변'이었고 82년 스페인 대회에서 알제리가 서독을 2-1로 무릎 꿇린 것 역시 대이변이었다. 모로코가 86년 멕시코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내년에 한국과 대결할 그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3-1로 이겨 토레스 감독을 다음날 해고케 한 것도 크나큰 파란이었고 카메룬이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두 명이나 퇴장당한 9명으로 축구 천재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른 것도 이변 중 이변이었다. 축구란 A팀이 B팀에 지고 B팀이 C팀에 졌다면 강한 순서는 C→B→A가 돼야 한다. 그러나 그 C팀이 A팀에 지는 수도 잦다. '운 7' 정도는 몰라도 '운 3'만 돼도 이길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러나 행운과 이변에 기댈 수는 없다. 7할의 실력을 8→9→10으로 꽉꽉 채우는 자세야말로 절실한 관건이다. 강호 포르투갈, 폴란드 팀이 한국팀을 '밥'과 '봉'으로 알았다가 양코배기 '큰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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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暮를 맞으며 지면기사
한해가 저무는 세모(歲暮)의 달이다. 오늘부터 거리엔 예외없이 구세군의 자선남비가 등장, 연말 불우이웃을 돕자는 종소리를 들려준다. 누구나 해마다 이때쯤이면 지난 1년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새해를 설계한다. 무엇인가 허전하고 못다 이룬 일에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남는다. 또 어떤 것인가 잃은 듯 상실감에 젖기도 한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 호숫가 가을의 공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가슴에 있네…'. 시인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의 구절이다. 사라지고 잊혀지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러한 상실감 때문일까.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푸르스트는 “내 작품의 재료는 나 자신의 과거로 이루어졌다”며 과거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흘러간 시간의 자락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천식의 고통속에 고독만을 벗삼아 칩거하면서…. 그러나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또 지나가는 세월을 사람이 붙잡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는 세월에 불안과 초조함을 느낀다. 과거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금의 현상은 우리를 더욱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정치인들은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교원들의 정년연장에 앞장서고 있고 공적자금을 받은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원들은 무려 7조원이 넘는 재산을 빼돌렸다니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다. 장 자크 루소는 '시간을 악용하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시간을 악용,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2월은 기독교에서 예수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기라고 한다. 그리스도를 맞기 위해 속죄와 선행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때라는 것이다.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고칠수 있도록 올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시간의 악용과 낭비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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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지면기사
대부분 그렇듯이 현대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른바 ‘신용카드’의 등장도 아주 우연한 작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시카고 출신 실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어느 날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돈을 내려다가 크게 당황했다. 마침 지갑 속에 현금이 없었던 것이다. 즉시 아내에게 연락해 돈을 가져오게 했지만, 그때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너스 클럽이라는 크레디트 카드였다. 반세기 전 뉴욕 맨해튼에서의 일이다.1950년 출발한 다이너스 클럽은 처음엔 주로 식당을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간단한 카드 한 장으로 거추장스러운 현금의 불편을 덜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차츰 그 대상이 넓어져갔다. 이어 1958년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신용카드 2호를 기록했고, 뱅크 아메리카 카드도 같은 해 등장했다. 그리고 1966년 매스터 차지사가 영업을 개시,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대를 열게됐다. 현재 전 세계엔 헤일 수 없을 정도의 숱한 신용카드사가 수천만개의 가맹점을 갖고 성업중이다. 우리나라도 1978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선보인 이래, 신용카드 발급수가 무려 4천만장을 넘어섰다고 한다.신용카드는 편리한 점이 많다. 우선 현금 없이도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현금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세금이나 벌금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다. 게다가 거래내용을 투명하게 해 탈세 방지에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런 것 같다. 현금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지나친 소비를 자극하게 되고 툭하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 한 순간에 빚쟁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할 경우 카드 빚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진다. 카드 빚을 못갚아 악성 사채를 쓰게되고, 또 그것에 빌미 잡혀 인신매매를 당하는 여성들도 가끔 나온다.일찌감치 신용사회에 발을 들였으나, 이를 감당할 만큼 의식수준은 미처 따르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카드사나 이를 남용하는 소비자들, 누가 누구를 탓하랴만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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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의무교육 지면기사
19세기 독일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God Is Dead)'는 진단서를 썼고 20세기 미국 교육학자 에버렛 라이머(Reimer)는 '학교는 죽었다(School Is Dead)'는 사망 검안서(檢案書)를 썼다. 라이머는 그의 마지막 '교육 카르테'에 “이제 학교는 인간 교육에 더 이상 필요 없도록 경직되고 말았다. 장례식을 치르는 일만 남았다”고 휘갈겨 썼다. 그게 1971년이었다. 한 마디로 아더 콤즈가 일컫는 '교육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라질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레와 이반 일리히의 공저 '탈(脫) 학교 교육론'도 학교는 죽었다는 선언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죽었다는 신과 사망해버렸다는 학교 사이에서 오늘의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그들의 드높은 뜻과는 먼 거리에 있고 그런 깊은 사상에도 노크하고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다중은 어쩌라는 것인가. '교육 신화'가 아닌 '교육 인화(人話)'라도 찾아 학교에 가야 할 것이 아닌가.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중·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서두른 것도 학교가 죽었든 가사(假死) 상태든 그들의 생활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주마다 다르지만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우리의 중학교 1학년이 미국에선 7학년(seventh grade), 고등학교 3학년은 12학년(twelfth grade)에 해당한다. 캐나다는 6·3·3제(퀘벡주는 6·5제)로 16세까지 의무교육이고 호주는 6∼15세까지, 태즈메이녀주만은 16세까지다. 프랑스도 초등학교(cole primaire)를 포함해 16세까지, 영국도 마찬가지다. 독일 역시 하웁트 슐레 9학년 또는 10학년까지, 일본 또한 6·3·3, 4제로 중학교까지다. 대만도 68년부터 9년제 의무교육이다.드디어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교육 선진국의 테이프를 끊는 셈이다. 중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에겐 통탄스런 일이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다만 '죽었다'는 학교를 되살리는 길, 네덜란드 교육학자 아그리콜라를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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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 아랫물 지면기사
우리의 조선조 500년은 유교사상이 국가 사회 전반을 지배해왔다. 다소 지나치리만큼 관념화되기는 했어도 어쩌면 본고장 중국보다도 더 깊이있게 연구 실천되고 숭배 돼왔다. 특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등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 되는 오륜(五倫)은 인간된 도리로 반드시 지켜야할 덕목으로서 두고 두고 교육되고 그 실천이 강요되다시피 돼오곤 했다. 덕분에 중국으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못 거창한 칭송을 실컷 들어오기도 했다.그랬던 우리여서일까. ‘젊은이들의 어른 공경심이 17개 아시아국가들 중 가장 낮은 꼴찌로 나타났다’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을 때, 어른들의 충격과 실망이 이만 저만 크질 않았었다. ‘이제는 위 아래도 없이 질서가 무너지고 예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한탄들이 대단했었다. 이런 터에 약이라도 올리듯 외신(外信)이 이 문제를 또 들고 나왔다.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서울발 기사로 유엔아동기금의 조사를 또 들먹이고 나온 것이다.이 신문은 어른 공경심의 상실 사례로 ‘존칭보다는 격의없는 언어 사용, 지하철 등에서의 자리양보 안하기, 어른에게 담뱃불 빌리기’ 등을 들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현상들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외신을 통해 이같은 사실들을 다시 접하는 기분이 결코 상쾌할 수는 없다.그야 어떻든 일부 학자 사회분석가 등은 이같은 현상을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실패, 독재와 민주화 과정, 대북 화해, 인터넷 급속 확산 등 과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 유교가치가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또 공경심 상실 원인으로 선생님은 학부모를, 학부모는 미디어를, 사회학자는 인터넷을, 정부는 서구화를 꼽고 있다고도 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닌 분석들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도 맑지 않을 것이다’는 식의 반론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단순한 치기나 투정으로만 보여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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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굴비 지면기사
매실주에 금가루를 넣어 만든 금술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시중에 금가루 식품이 유행한지 오래다.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는 한알에 2천원하는 금가루 김밥에 금가루 초콜릿, 한 잔에 1만원하는 금가루 커피가 있는가 하면 10만원이 넘는 황금 케이크가 있었고 일식집에서는 황금가루 생선회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급기야는 황금굴비도 등장했다. 식품 의약청은 뒤늦게 금가루의 식품첨가물 사용 금지조치를 내리고 각 시도에 이의 단속을 지시했다.금은 예부터 부와 호화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술의 신 디오니서스가 마이더스 왕에게 소원하나를 들어주겠다고 물었을 때 그가 가장 갖고 싶다고 대답한 것도 금이었다. 동양에서는 중국 당나라의 이황제 측천무후가 사후 금부처로 환생할 것이라는 아첨배들의 말을 듣고 금가루를 아침 저녁으로 상식했다고 한다.미국의 남북 전쟁전 노예제도가 시행되던 때 루이지애나의 돈 많은 농장주 찰스 듀란드가 두 딸의 결혼식에 황금가루를 사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듀란드는 중국으로부터 수만 마리의 거미를 배로 실어와 저택 입구 1.5㎞ 도로변 나무에 풀어 놓아 거미줄을 치게 한 다음 수백㎏의 금 은가루를 사다 이 거미줄에 뿌려 눈부신 광경을 연출하며 하객들을 맞았다. 지난해 6월 서울 신촌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열린 슈퍼 엔터테이너 선발대회에서도 여성 참가자들이 머리에 금가루를 뿌리고 나와 사치스러움을 과시한 것은 듀란드의 딸 결혼식에 못지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은 이처럼 사치 호화의 대명사다.그렇더라도 금가루가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건 너무 했다. 금가루는 가로 세로 각 5㎝ 두께 1㎜의 한 장에 몇 백원 할 정도로 가격이 싼 편이라고 한다. 이처럼 싼 가격으로 최고급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으니 상술로서는 아주 그만이다. 의학계는 인체상에 무해 무득한 게 금이라고 말한다. 다만 한의학에서 일부제품에 보습과 오염방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금가루도 제조과정의 잘못으로 입자가 클 경우 체내에 축적돼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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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왕국 지면기사
우리 나라라고 의기 저상(沮喪)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고속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광대역 접속(Broadband Access) 보급률이 세계 제일이고 그것도 '선진국 접속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단연 으뜸이라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엊그제 코트라(KOTRA)가 입수한 'OECD 회원국의 인터넷 광대역 접속 발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 6월 현재 100명당 13.9명으로 2위 캐나다, 3위 스웨덴, 4위 미국을 제친 1등이고 6개월마다 조사하는 작년말 기준으로도 2위 캐나다, 3위 미국에 앞선 1위였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가입자가 420만명으로 일본의 10배도 넘는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1위 요인으로는 업체간의 경쟁, 높은 아파트 인구 비율, 초고속망 인프라, 그리고 미국의 49.95달러, 영국의 59.02달러, 일본의 53.79달러보다 싼 월 이용료(38.04달러) 등을 꼽고 있다.미국에선 'internet'의 t가 묵음(默音)이 돼 '이너넷'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만 어쨌거나 목하(目下) 우리는 세계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정보' 시대의 선두를 달리는 인터넷 왕국이 된 것이다. 인터넷 개인 컴퓨터…PC는 우리뿐이 아닌 전 지구인의 생활 그 자체이자 직업이며 ID라는 제2의 대명사로 대신하는 '인간 대리'이자 '제2의 정체(正體)'가 된 지 오래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82세의 고령인 팝 잔 폴Ⅱ…요한 바오로 2세가 전세계 주교(主敎)들에게 e메일을 띄운다는 것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이미 97년 3월24일 로마 교황청엔 고속 인터넷망이 깔렸고 그 며칠 뒤인 부활절엔 세계 각국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지 않던가.이제 음성 인식 컴퓨터에 이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와 용량의 'DNA 분자 컴퓨터'까지 이스라엘서 개발됐다는 것이고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확장성 표기언어) 시대'까지 열리고 있다는 것이 인터넷 세계다. 바이러스 침투, 범죄 도구화, 사생활 침해, 폭력, 중독 등 역기능까지도 극복한 우리의 '인터넷 왕국'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