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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의 문턱에서 지면기사

    어느새 겨울로 들어섰다. 입동도 지났고 아흐레 후면 소설(小雪)이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이 아직은 만추(晩秋)의 서정(抒情)을 남기고 있지만 을씨년스럽게 날씨가 찌푸리면 겨울의 황량함을 안겨준다. 올해 11월은 예년보다 섭씨 2∼3도 낮은 기온분포를 보이고 추위가 더 일찍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시민들의 가슴을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영국의 11월만큼 음산한 날씨가 없는 모양이다. 영국인들의 표정이 웃음이 적고 밝지 못한 것은 이러한 날씨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와 셸리도 그들의 시 '소네트'와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영국의 겨울을 어두운 계절(Dark Days)이라고 표현했는가 보다. 그러나 날씨가 음산하고 찌푸린다고 해서만 다크 데이스는 아닐 것이다.올해 한국의 대입 수험생들만큼 어두운 계절을 맞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작년보다 평균 40∼50점씩 성적이 떨어져 모두가 망연자실한 것은 그만두고라도 앞으로 2개월 이상 학교 선택을 위해 더욱 치열한 눈치보기의 제2 대장정을 계속해야 하니 말이다. 고교생 3명중 1명이 우울증을 보이고 이중 20%는 정신적치료가 필요하며 이러한 원인중 50%이상이 성적 때문이라니 수험생들이야 오죽하랴. 비단 이들 뿐인가. 불투명한 경기전망속에 오갈데 없는 대졸실업자의 급증, 불경기속에 다시 늘어나는 퇴직실업자들은 또 어떤가. 이러한 마당에 주5일 근무제 관철을 위한 동투(冬鬪)는 오히려 사치스럽게 여겨진다.“정치인은 국회에 기업인을 불러내 온종일 한가한 질문만 하고 공무원은 쓸데 없는 기업규제를 하며 언론은 감정적 보도를 일삼아 한국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퇴임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의 말도 차라리 모든 이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한 사람의 단견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1년이나 앞두고서도 벌써부터 혼미를 거듭하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 불안한 정국이 계속될까. 2001년 한국의 11월은 이렇게 어두운 계절이 되고 있다. 그래도 '다크 데이스'를 노래한 셸리의 시구 한 구절에서 희망을 걸어 본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 테러 상흔 지면기사

    세계적인 테러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자꾸만 입귀(口角)로 솟구치는 회심의 미소, 쾌재의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 각료들의 심각한 표정과는 대조적인 얼굴들이 바로 테러 전쟁을 약삭빠른 상혼(商魂)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고 재빨리 테러 특수(特需)에 올라타는 사람들이다. '오사마' 상표부터가 기가 찰 일이다.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오사마의 캐리커처와 그를 놀리는 “Osama…You Look Flushed!(오사마 혐오스럽게도 생겼네) Bin Laden, been hiden? Times up! You lose(빈 라덴, 숨었나? 끝났어! 너 진 거야)”문구가 인쇄된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셔츠, 커피 잔이 지난 10월초부터 미국서 날개가 돋쳤다.파키스탄 상점에 나온 'USAMA'표 양말도 발매 첫날인 10월 7일부터 불티가 난다. 팬티 스타킹 모양이 15루피(약 300원), 보통은 더 싼 그 양말 메이커의 말이 그럴싸하다. “밟혀도 밟혀도 죽지 않는 오사마 빈 라덴처럼 질긴 양말”이라는 것이다. 더욱 재빠른 상혼은 테러 직후 중국 간쑤(甘肅)성 란쪼(蘭州)시 식당가에 걸린 '빈 라덴 쇠고기 면' 메뉴다. 91년 걸프만 전쟁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이름을 딴 '사담 쇠고기 면'을 팔아 재미를 본 그 식당은 그러나 이번만은 행정 당국의 제지를 당했다. 불건전한 상문화(商文化)를 조장할 조짐이 있어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서는 또 오사마 군복과 아랍풍 스카프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미국의 콘돔 회사 유니더스의 주가 상승 이유도 흥미롭다. 걸프전 때 미군들이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콘돔을 총구 마개로 사용했다는 소문 덕분이다. 마스크, 방독면, 투명 편지 봉투, 독가스 대피용 텐트 등도 날개를 달았고 빈 라덴 표적 실내 사격장, 호신술 도장, 탄저균 테스트 기구 메이커 등도 호황이다. 자연스런 테러 특수도 있다. 성조기, 애국 노래 음반, 코란 등 이슬람 서적, 군수(軍需)·제약 산업 등이다. 다 좋다고 치자. 그럼 부시와 그 각료들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 때는 언

  • 농업인의 날인데… 지면기사

    내일(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벌써 6회째를 맞지만 농업인이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설다. 농사꾼이라면 자기비하나 다른 사람이 폄하해서 부르는 말이 된다. 농부는 순박하면서 가부장적인 의미가 있으나 전근대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농민은 저층 민중의 항거의식이 담겨있다. 그래서 농민을 현대적인 경영인 또는 사업주로 대접해주기 위해 농업인이라고 바꿔 부르기로 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쌀 생산비는 미국의 4배, 중국의 6~7배가 되는 마당에, 쌀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는 줄고 재고가 쌓이는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체제에서는 농업 경영인이란 호칭이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농산물 생산구조는 정부가 앞장서 부추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농업 생산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과거 경제개발 연대에 증산만이 살길이라며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을 권장해서 생산량은 늘었지만 땅힘이 한계에 이르고 생산비와 농가부채가 증가하면서 궁극적으로 농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일본은 이미 86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의한 쌀을 비롯한 농산물개방에 대비, 농산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종전의 화학농법을 과감하게 유기농법으로 전환, 지금 그 성과를 만끽하고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대신하는 미생물군(群), 즉 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발견하고 개발해서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땅힘과 품질을 높이고 농업생산성을 품목에 따라 2~3배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가격도 낮췄다. 일본 농업인들은 지금 이 덕분에 농산물 개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경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때마침 농업인의 날을 사흘앞둔 지난 8일 서울 농생대에서는 2003년 농생명 과학대 이전과 관련, 25만여평의 부지활용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려 갖가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이 경쟁력 있는 값싼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농법과 기술을 개발 보급할 수 있는 활용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 떠나는 사람들 지면기사

    이민이란 사회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민자들을 원래 살던 곳에서 밀어내는 구조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하긴 정든 땅을 버리고 낯선 타국으로 갈 때에야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우리가 일제(日帝)에 나라를 빼앗긴 1910년 이후 해방될 때까지 우리 선조들은 만주를 비롯, 시베리아 일본 등으로 대규모 해외이주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해외이민의 중요한 동기가 경제적 궁핍과 식민지배라는 정치적 현실과 밀접히 연관되었었음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몇년 전 IMF한파가 몰아쳤을 때도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슬픈 이민행렬이 줄을 이었었다. 심지어 이민 브로커들에게 1인당 1만~3만달러의 알선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너도 나도 그 행렬에 끼려고 했었다. 그것도 국내에선 3D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던 도계(屠鷄) 및 육가공 공장 등의 인부가 되기위해 기업체 간부 은행원 변호사 등 소위 화이트칼라들이 몰려들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들을 다 수용하기 버거워 나라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근래들어 또 다시 국민들의 탈(脫) 한국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해외 이민자들이 1만5천명을 돌파, 지난 95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 이래 날이 갈수록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서 충분히 중류층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30~40대의 유능한 샐러리맨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이들의 취업이민이 한해에 8천명을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에콰도르 피지 등 저개발 국가로 떠나는 이들도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한다.비록 경제가 다시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IMF를 졸업한지도 꽤 되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일까. 겉으론 보다 나은 생활이나 자녀교육환경, 경쟁의식 등을 이유로 들지만 선진국이 아닌 저개발 국가에도 몰리는 걸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그나 저나 우수 인력들이 속절없이 자꾸만 빠져나가니 그것이 못내 안타깝다.

  • 첫눈 지면기사

    백두산(2천744m)보다도 1천32m나 높은 탓인가 일본 후지(富士)산의 첫 눈은 이르다. 94년엔 평년보다 22일 이른 8월21일 첫 눈(2∼3㎝)이 내렸다. 한여름이 채 떠나기도 전이다. '눈=겨울'에 대한 완강한 거부처럼 금년의 후지산도 9월4일 첫 눈이 왔고 9월22일은 영하 7도에다 9㎝나 쌓여 흰 베레모를 쓴 모습이었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지붕'이라 불리는 다이세쓰(大雪)산도 이름 값을 하듯이 9월21일 짙은 단풍 위로 첫 눈이 비꼈다. 스키장 개장도 일러 후지산 스노 타운 예티(Yeti)의 금년 오픈이 10월20일이었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아프간의 첫 눈도 10월까지 참지 못한다. 지난 10월 20일 힌두쿠시 산맥 안주만령(嶺)에서 취재 중인 프라하의 '라디오 리버티' 기자 안드레이 바비츠키 일행은 무릎까지 차는 적설과 영하 10도의 추위에 묶여 오도가도 못했다.하기야 만년설, '천추설(千秋雪)'이라 불리는 눈이 에베레스트 고봉이나 알프스, 적도 밑인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최고봉 키보(Kibo) 등엔 늘 덮여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눈은 으레 사철 거기 있는 탓인지 계절 맞춰 오는 눈만큼 신비롭지 못하다면 어거지 발상일까. 입동 추위와 수능시험 추위가 포개진 채 한라산에 내린 우리의 첫 눈과 만발한 설화(雪花)의 신비로움에 비하랴! 신혼여행 커플과 열대 관광객의 탄성 합창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아름답고 지나치게 신비롭다.아이누어(語)의 눈은 '우파시'다. '우'는 '서로', '파시'는 '달린다'는 뜻이니까 하늘로부터 '서로 달려오는 존재'가 눈이다. 달려오든 걸어오든 첫 눈, 첫 설화야말로 아름답다. 도시의 빌딩 모서리를 잠시 비끼는 자국눈(薄雪)이든 펄펄 내리는 현동소설(玄冬素雪)이든 그렇다. 육화(六花) 천화(天花) '하늘 꽃'이다. 서설(瑞雪) 옥설(玉雪) 향설(香雪) 무설(霧雪) 세설(細雪)도 아닌 풍설(風雪) 비설(飛雪) 취설(吹雪) 상설(霜雪)에다 광설(狂雪)까지도 아름답고 고이 바람결이 빗질한 스카블라(波狀雪)는 또 어떤가. 그러나 작년과 같은 설화(雪禍)만은 싫

  • 캐나다의 경우 지면기사

    자기 자식을 이웃 어른이 꾸중하거나 손찌검이라도 한다면 그 부모 심정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십중팔구는 자식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 이웃 어른부터 원망하려 들 것이다. 이성적 판단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러기에 절친했던 이웃간에도 자식을 사이에 두고 의를 상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된다. 사제지간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흔히 학교 선생님들도 자신이 담임한 반 학생을 다른 반 선생님이 나무라면 괜히 언짢아진다고들 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하물며 국가와 국민간에야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마약범죄 혐의자 신 아무개씨가 중국에서 처형당했을 때 많은 국민이 놀라고 흥분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 우리 정부가 적절한 개입을 못했던 것이 더 큰 분노를 샀다. 그때 우리 외교부는 관련 사항을 제때 통보하지 않은 중국 때문이라고 변명했었다. 이어 청와대와 대법원까지 나서 중국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끝내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게 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가 신씨 사건처리 과정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일찌감치 통보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하겠다. ‘자국민 보호’ 소홀은 물론이고 정부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캐나다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한다. ‘지난해 5월 베트남계 자국민인 응웬티협(28)양과 그 어머니 천티컴(60)이 마약소지혐의로 베트남에서 체포되자, 캐나다는 그들의 혐의가 명확치 않고 또 그들은 자국민이므로 캐나다 경찰이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런데도 베트남측이 응웬티협을 사형에 처하고, 그 어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즉각 베트남과의 모든 외교활동을 중단했다. 이같은 강경반응에 자존심 강하기로 이름난 베트남도 결국 두손을 들고 말았다. 베트남은 응웬티협의 시신을 캐나다측에 넘겨주었을 뿐 아니라 그 어머니는 9월 2일 국경일 특별사면을 통해 풀어주었다. 그리고 캐나다 경찰이 공조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받아들였다.’우리 외교부도 진작에 이런 일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았는지도 궁금하고.

  • 국립 과학박물관 지면기사

    해외에 나가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박물관이 몇 있다. 런던에서는 대영 박물관이고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마드리드에서는 피카소 미술 박물관 등이다. 박물관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과 연륜을 느끼게 한다. 미국에는 이러한 오랜 역사가 있는 박물관이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워싱턴을 찾는 사람치고 스미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을 찾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유럽국가들의 어떤 박물관보다 200년이상 늦은 1946년에야 설립됐지만 세계 제1의 과학 박물관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 발명한 비행기에서부터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기등 240여점의 비행기와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 러시아의 소유즈등 우주선 40여점, 50여개의 미사일등 항공의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다. 근무 종사자만 4천500여명, 연간 관람객 2천여만명, 연간 운영비 1억5천만달러, 18개의 박물관이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이 과학 박물관을 세계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의 한복판에 터를 잡아 미국 과학 기술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나라의 역사가 짧아 인디언 문화외에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없는 미국이 새로운 박물관의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과학 박물관이라고 하면 1812년에 개관한 아르헨티나의 라 플라타 박물관과 독일의 이제르강 섬에 있는 세계적인 뮌헨 과학박물관을 빼놓을수 없다. 라 플라타는 인류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각종 동식물의 화석으로 유명하고 1903년에 문을 연 뮌헨 박물관은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지하탄갱등 유럽의 기계문명을 보여준다.과학 박물관은 대중의 과학교육에 기여하고 후세에 과학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 설립목적이다. 과학기술부가 2천여억원을 들여 국립과학관을 확대 이전한다고 발표하자 도내 하남 부천 성남 의정부 안산 의왕등 6개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박물학은 원래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도 역시 성격규정 못지않게 이들 두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키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成定

  • 두 얼굴 지면기사

    미국이야말로 북한이 지향하는 '강성(强盛)대국'이다. '약대국(弱大國)'이 아닌 '강대국'이고 '미국(微國)'이 아닌 '대국'이다. 세계 재화(財貨)의 30%를 미국이 만들고 세계 군비의 36%를 그들이 차지한다. 의회가 승인한 미국 국방예산 3천430억달러는 세계 군비 순위 2∼10위국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로 우리나라 내년 예산 112조원의 3배가 넘는다. 75년이래 노벨상 수상자의 70%가 미국인이고 세계 인터넷 인구의 40%가 미국인이다. 지난달 23일 무인 탐사선 오디세이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나라도 미국이다. 그런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표하는 얼굴이 부시다. 그런가 하면 UNDP가 집계한 세계 187개국 중 8번째 빈국이 아프간이고 문맹률 64%, 평균수명 40세가 아프간이다. 그 아프간을 배경도 아닌 '전경(前景)'으로 바위 동굴 속에 숨어 있는 얼굴이 오사마 빈 라덴이다.그런 두 얼굴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전자가 침울하고 주름살 깊은 심각한 얼굴이라면 명도(明度)와 휘도(輝度) 높은 표정이 후자의 얼굴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 달 가까이 2천여회나 맹폭을 퍼붓고 첨단 무기의 지상군에도 끄떡없는 아프간이다. 탄저균에도 속수무책, '테러 조직 공략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나섰고 북한에까지 테러 정보를 요청하는 곤경이 아닌가. 반대로 탈레반측은 옛 소련이 당한 것보다도 더 큰 타격과 교훈을 안겨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의용병도 지원병도 필요없다는 배짱이다. 게다가 오사마 빈 라덴을 찬양하는 민중가요가 멕시코를 휩쓸고 태국의 신생아 이름엔 '오사마' '빈 라덴'이 유행이라고 한다. 더구나 “용용 죽겠지.” 놀리기라도 하듯이 의기양양 TV에 떠올라 '종교전쟁'을 부추기는 그의 턱수염 얼굴은 전 무슬림의 영웅으로 손색이 없다.'팍스 아메리카나'의 'Pax'는 라틴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로써만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위상은 존립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테러→보복'의 악순환이 '용서→인정→공존→평화'의 순리로 바뀌기를 전세계 종교인들은 바란다는 것을 두 얼굴은 가슴에 새겼으면

  • 취업 대란 지면기사

     미국기업의 인턴 십은 1950년대 대학생들이 졸업전 사회적응 능력을 높이고 노동흐름을 익힐수 있도록 하기위해 대학과 기업이 산학협정을 맺고 학생들을 일정기간 기업체에서 근무케 하면서 시작됐다. 대학이나 학생들로서는 지식과 현장기술 기능을 동시에 체험,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학생이 졸업한후 고급의 훈련된 인력을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미국은 60년대 들어 이러한 인턴제도를 문화교류차원에서 유럽대학생에게도 개방, 지금은 한국등 세계 50여개국으로부터 연간 50여만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인재를 세계 각국으로부터 구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과거 한국은 실력을 바탕으로 한 공개채용제도였다. 그러던 것이 80년대들어 공개채용과 교수추천 제도가 병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입사후 훈련과 적응기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업무수행 능력이 없어 회사가 손해를 본다. 더구나 80년대 중반이후 한때 일부 기업들은 각 대학에 학생추천 의뢰를 하면서 소위 운동권과 특정지역출신 학생은 제외토록 암암리에 요구, 신입사원채용의 폭을 스스로 좁혔다. 입사후 말썽의 소지가 있는 학생은 채용시 제외시킨다는 명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숨은 인재를 포용하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우를 범한 셈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의 공채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을 맞고 있다고 한다. 어느 기업은 전체 지원자중 해외 석·박사학 소지자가 15%나 되는 곳도 있다는 소식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기업의 축소경영에 미 테러 보복전쟁이후 수출부진과 채산성 악화로 기존의 인력마저도 잘라 내야하는 판국이라서 더 심각하다. 지원자들의 이력서 한장보는데 30초 미만, 길어야 2분밖에 안걸린다니 어떻게 옥석을 가릴수 있을까. 이제 어떻게 하면 대학 졸업생들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원하는 신입사원상(像)을 미리 만들어 갈수 있는지 대학과 기업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대학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成定洪(

  • 수억원짜리 문신 지면기사

    팔뚝이든 어깨든 신체 어느 한 부위에 문신(文身) 하나라도 새겨져 있으면 폭력배로 몰려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정화 명목으로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치도곤을 치렀다. 1980년대 초 서슬퍼렇던 신군부 시절의 일이다. 그런 과거가 있어서인지는 모르나 지금도 문신을 한 사람이라면 으레 폭력배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긴 보통사람들 보다는 우락부락한 조폭들의 몸뚱이에서 용 호랑이 해골 등 위압적인 모양의 문신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문신은 아름답게 보이거나 개성을 멋지게 나타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신도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은 아직 그리 곱지는 않은 편이다.예부터 피부색깔이 검은 민족이나 중국인들에겐 드물지만,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선 문신이 보편화되어 왔다고 한다. 기원전 2000년경의 이집트 미라에서 문신이 발견되었고, 고대 트라키아인 그리스인 갈리아인 게르만인 영국인 등도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에겐 문신이 질병이나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마술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다. 또 사람들의 지위 신분 소속을 나타내기 위해 문신이 사용됐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로마인들이 죄수나 노예들에게 문신을 새겼다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그야 어떻든 지금 우리나라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략 600~700명의 문신시술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해마다 수천명이 문신을 새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격은 문양의 복잡한 정도에 따라 한뼘넓이에 100만~400만원 정도라지만, 수억원씩 들여가며 일본까지 가서 문신을 하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한다. 하도 외제를 선호하는 국민이다 보니 문신마저 외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일본인 문신시술자가 한국에 원정까지 올까 싶다.그나 저나 문신 한번 하는데 수억원씩 들어간다면 웬만한 재산가가 아니고선 엄두도 못낼듯 싶은데, 역시 우리나라엔 부자들도 많은 모양이다. 결식자 쪽방인생들도 적지 않다고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