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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의 減稅 지면기사
중국 최초 하(夏)왕조의 17대 왕인 걸(桀)왕은 사치와 낭비를 좋아했다. 궁전을 온통 보석으로 단장하고 매일 연회를 베풀었다. 정원에는 주지(酒池)를 만들어 배를 띄우고 고기를 쌓아 육산(肉山)을 이루었다. 연일 북소리와 가무가 그칠 날이 없었다. 이를 노려 은(殷)의 탕(湯)왕이 군사를 일으켜 걸왕을 멸하였다. 주지육림속의 나라가 성하지 못한다는 일화다. 걸왕의 시절 연회장이 얼마나 호화스러웠는 지는 짐작하기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룸살롱도 이에 못지 않을 것 같다. 수십억원을 들여 온갖 치장을 하고 아리따운 미희들의 서비스는 외국인들도 감탄할 정도다. 지난 80년부터 85년까지 6년동안 한국특파원을 지낸 일본 시사통신의 무로다니 가쯔미(室谷克實)기자는 그의 한국경험을 쓴 책에서 한국의 룸살롱시설과 규모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20년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런 룸살롱 행태는 더하면 더했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 호황으로 룸살롱이 문전 성시를 이룰때 국내 한 재벌 회장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처럼 말한 적이 있다. “벤처 사장들이 룸살롱에서 하룻밤에 1천만원이 넘는 술을 마신다고해서 언론이 두들겨 패는데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성취를 술자리에서라도 뽐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들의 기가 꺾이면 안된다.” 룸살롱에 갈만한 사람은 다 가도 좋다는 식의 얘기였다. 그는 룸살롱의 사회적 해악과 성취욕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사회에 대한 기여행위 등은 잊은 듯 했다. 정부는 최근 룸살롱 요정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를 종전의 30%에서 20%로 낮췄다. 경기파급효과가 큰 공산품의 특소세 인하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일부 호화사치품의 특소세를 내린다해서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호화 유흥업소는 모그룹 회장이 말했듯 특소세와는 관계없이 있는 사람은 가기 마련인데 말이다. 정치인들의 눈에는 나라 살림이나 국민 정서는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내년 선거를 위한 표(票)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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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와 압력 지면기사
8년 전인 1993년, 당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부랴부랴 달려온듯한 그의 손에는 100여년 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고문서 수백책 중 한권이 들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여주며 금방이라도 약탈도서 모두를 돌려줄듯한 태도를 보였다. 뜻밖이었지만 거기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정부가 한참 추진중이던 고속전철 사업에 자기네의 테제베(TGV)를 수출하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직접 나선 로비전이었다.미테랑의 로비가 주효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여하튼 테제베 수주가 결정돼 일단 그의 목적이 달성되긴 했다. 하지만 외규장각 고문서는 수년이 지나도록 감감소식이고, 몇차례 형식적인 협상만 지루하게 이어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미테랑만 탓할 처지도 아닌 것이, 거액의 수주를 따내자면 으레 로비전이 벌어지게 마련이고 또 가끔은 달콤한 미끼도 끼어들 수 있겠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너무 쉽게 넘어간 것 같아 퍽 상쾌하진 않다.내년 3월께 기종이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에 벌써부터 내로라하는 무기 수출국가들의 로비전이 한창이다. 하기야 4조1천억원대의 엄청난 거액 사업이니 누군들 구미가 당기지 않으랴. 프랑스 러시아 등 저마다 갖가지 이점들을 내세우며 우리 정부의 환심을 사기에 여념들이 없다.그런데 어떤 눈치도 보지 않으며 자신만만한 국가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국방장관 등 고위층들의 입을 빌려 점잖게 이런 귀띔만 흘리고 있을 뿐이다. “무기체계의 호환성을 의미하는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 운용성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 안보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라도 미국 기종을 선정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 같이만 들린다. 하긴 미국과의 특수관계로 인해 거의 맹목적으로 미제 무기만 구매해야 했던 시절도 없지 않으니, 어쩌면 예견된 강요인지도 모르겠다.그나 저나 환심성 로비에 무작정 흔들려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부당한 압력에 굴복할 수도 없고, 이래 저래 우리 정부의 선택만 어렵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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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구역 지면기사
'No More Killing(더 이상의 살인은 안돼!)' 지난 3일자 일간지의 금연 포스터가 섬뜩하다. 홍콩의 광고 디자이너 위펑쭈(余奉祖) 등이 디자인한 문제의 금연 포스터는 세워 놓은 두 개비의 담배가 나란히 타고 있는 것으로 단순한 '담배→죽음' 메시지가 아니다. 9·11 뉴욕 테러로 불붙어 타고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본뜸으로써 '담배=죽음' 이미지에 강한 악센트를 때린 것이다. 지난 7월엔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미국의 필립 모리스가 '흡연가들이 일찍 사망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엉뚱같은 보고서를 체코 정부에 전달해 논란을 불렀다. 즉 '흡연가들이 일찍 죽는 덕분에 체코 정부는 97년 한햇동안만도 의료보험이나 양로시설 비용 1억4천700만달러를 절약했다'는 내용이었다. 결론은 “우리(담배회사)도 좋은 일을 많이 한다. 흡연 규제를 완화하라”는 것이다.담배가 '죽음의 도로' 주행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준다고 해도 좀체로 끊을 줄들을 모른다. 끊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이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담배는 더욱 잘 팔린다. 시리아의 그 유명한 '해골 포스터'도 오불관언이고 돈을 준다고 해도 받지 못한다. 미국 켄터키주가 9월10∼10월9일 한 달간의 '2001 금연대회'에서 금연에 성공한 6명에게 2천500달러씩을 주겠다고 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보너스에 '단연(斷煙) 수당'을 얹어주겠다는 회사도 늘어간다. 그래도 안되는 건 중독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담배의 니코틴을 '습관성 약물'로 규정한 것은 94년 8월이었고 '중독성 마약'으로 발표한 것은 95년 8월이었다. 마약…마약이라고 했다.92년 프랑스의 공공장소 금연 단행이나 93년 미국 백악관 전지역의 금연 선포 등이 문제가 아니다. 쿠웨이트에서는 길거리나 개인 차량 안에서 조차 흡연을 금하는 금연법이 95년 10월 발효됐다. 금연구역을 옥외로까지 넓혀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내년 후반기부터 우리 정부청사 등 공공건물과 의료기관 등을 완전 금연 건물로 지정한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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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빈 라덴'들 지면기사
‘서기 927년 9월 후백제왕 견훤은 신라의 수도 경주를 침입, 경애왕을 죽이고 김부를 새 왕으로 세웠다. 또 숱한 보물과 병기를 약탈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알게된 고려태조 왕건은 신라에 사신을 보내 조문하고, 친히 정예병 5천을 이끌고 대구 공산에서 견훤의 대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왕건은 전투에서 대패한데다 견훤의 군대에 포위되어 위급한 사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고려군의 기병대장 신숭겸장군은 자신의 얼굴이 왕건과 매우 닮았음을 이용, 왕건을 대신하여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왕건의 옷을 입고 적진에 들어가 힘껏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한편 견훤의 군사가 신숭겸을 왕건으로 알고 정신없이 싸우는 사이 왕건은 가까스로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 목숨을 건진다.’ 왕을 대신하여 목숨을 바친 신숭겸장군의 용맹과 충절은 길이 길이 후세인들의 표상이 되어 숭앙받고 있다. 얼마 전엔 KBS 1TV 주말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그때의 상황이 재연되어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미군의 집중적인 공격과 반군 북부동맹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사실상 궤멸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미 군사작전의 주된 목표인 9·11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이미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도주했다’고 하는가 하면, ‘아직도 아프간에 남아 게릴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복 몇명과 아프간 산악지대를 이리 저리 도망다니고 있다’는 등 그를 둘러싼 언론보도들이 여간 혼란스럽지 않다.이런 와중에 빈 라덴이 미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사람 10명을 아프간 내부에 심어 놓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실 여부야 두고 보면 밝혀지겠지만, 흡사 왕건과 신숭겸의 고사를 흉내낸듯한 느낌을 준다. 빈 라덴이 그 고사를 들었을 리도 없을텐데, 극악한 테러리스트 세계에도 신숭겸 같은 인물들이 나올 수 있는가 싶어 그저 놀랍다. 그나 저나 가짜 빈 라덴이 10명씩이나 대기하고 있다면, 진저리나는 이 전쟁도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그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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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星폭우 쇼 지면기사
어제 새벽1시부터 5시 사이 우리나라 상공에서는 시간당 최고 3만개(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추산)의 별똥별이 쏟아지는 20세기 이후 최고의 우주 쇼가 펼쳐졌다. 유성(流星)우 쇼는 새벽 3시반쯤 피크에 이르러 관찰장소인 도내 이천시 덕평에 모인 1천여명의 참가자들이 탄성을 자아냈다는 소식이다.별은 예부터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상징으로, 점성가들에게는 예언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알퐁스 도테는 그의 소설 '별'에서 별똥별을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 말했고 목동의 어깨에 살포시 기댄 스테파네트를 가리켜 하늘의 별이 내려앉은 듯 하다며 맑고 청순한 사랑을 표현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별똥별로부터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피라미드를 건설했다는 말이 있다. 그 뿐인가. 큰 인물이 태어나거나 사라지는 것을 암시한것도 별똥별이었다.그러나 현대과학은 이러한 낭만적인 생각을 거부한다. 우주의 기원이 100억∼150억년전 초고온 초고밀도 물질의 대폭발로 생성됐다는 소위 빅뱅현상이란 것을 밝혀낸것도 과학이다. 이러한 우주에는 1천억개의 은하와 각 은하마다 1천억개의 별이 있고 여기에 지구같은 행성과 위성의 수까지 합한다면 우주의 무한대성에 할말을 잊는다. 이번에 유성폭우 쇼를 보여준 사자자리 유성군은 이중 템펠-터틀혜성을 모체로 한 부스러기들로 큰 것은 직경이 10㎞, 작은 것은 1㎜이하다. 기록을 보면 1799년에 시간당 3만개, 1832년 2만개, 1833년 10만개, 1866년 6천개, 1867년 5천개, 97∼99년엔 100∼200개 였으니 거의 170년만의 대 장관을 연출한 것이다.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유성우 쇼가 펼쳐질때만 되면 비상이 걸린다고 한다. 부스러기 별똥별들이 행여나 지구상공에 있는 600여개의 각종 인공위성에 충돌할 경우 엄청난 통신 정보대란이 올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 해도 대자연의 현상앞에서는 이처럼 전전긍긍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러한 우주 현상을 보면서 인간은 정녕 개인의 사욕을 털어버리고 보다 겸허해 질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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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성 지면기사
아프간 여성이 저래도 되는 것인가. 알라 신에게 묻고 싶다. 뒤집어쓰고 다니는 부르카(burqa)부터가 보기만 해도 질식할 정도다. 손가락 하나 외간 남자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 때문이다. 한데 다른 이슬람국 여성들이 쓰는 차드르(chuddar)와는 달리 얼굴까지 완전히 가린 채 눈 코 부분에만 망사를 붙여 숨을 쉴 수 있게 돼 있다. 그것은 우리 조선시대 아낙의 장옷(長衣)이나 쓰개치마, 머리처네도 아니고 어을우동, 황진이가 말을 탄 채 쓰던 요염한 면의(面衣)도 아니다. 빅토리아 여왕, 루이 황제 때의 귀부인이나 신부가 쓰던 그물 베일 또한 아니다. 옛날 죄수가 쓰던 '용수' 같은 느낌이다. 그런 부르카를 쓰지 않으면 돌에 맞아 죽거나 염산 세례를 받는다. 취학권, 피교육권이 없다. 지난 14일 BBC 라디오의 파슈토(Pashto) 방송에 출연한 블레어 영국 총리는 “빈 라덴 체포 현상금이 2천500만달러”라고 외쳐댔다. 그러나 아프간 여성은 아프간 공용어인 그 파슈토어로 편지 몇 자, 일기 한 줄 쓸 줄 모른다.투표권, 참정권도 없고 유일한 위안이 될 TV조차 없다. TV를 사회 부패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음악과 노래도 없다. 음악을 사악한 것으로 금단(禁斷)하기 때문이다. 단, 코란 성가와 혁명가만 허용된다. 그걸 어겼다간 가차없이 카불중앙교도소에 갇힌다. 이번 미군 폭격으로 눈먼 수사자 '마잔'만이 살아 남았다는 그 카불동물원 맞은편 교도소다. 그런 아프간 여성에게도 서광은 비치는 것인가. 아직은 위험하지만 드디어 부르카를 벗기 시작했고 '아프간의 폴 사이먼'으로 불리는 인기가수 파하드 다랴의 노래가 5년만에 라디오로 흘러나왔다.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도 나왔고 카불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도 16일부터 여자 직원이 출근했다.지독한 어둠과 괴로움, 어이없는 질곡(桎梏)으로부터 아프간 여성은 진작에 풀려났어야 했고 구원됐어야 했다. 아프간 북부동맹군과 미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 여성 인권단체와 페미니스트 그룹에 의해서라도 진작부터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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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지면기사
1992년 미국 안락사 협회(헴록 협회)의 이사 데레크 험프리가 안락사에 관해 쓴 '마지막 출구'(Final Exit)란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적이 있다. 험프리는 암 환자인 아내와 다른 3인의 환자를 안락사 시킨 경험을 토대로 죽음에 이른 환자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자살할수 있게 할것인지, 또 의사가 어떻게 하면 법적으로 벌을 받지 않고 자살을 방조할 것인지를 썼다. 그의 결론은 잔인하리 만치 명쾌했다. 죽음을 선택하는 환자에게 시판되지 않는 강력한 치사량의 수면제를 구해 먹도록 권했다. 이럴 경우 환자는 자살이고 의사는 자살방조로 기소 될만도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면한다는 논리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주는 91년에, 캘리포니아주는 92년에 주민투표에 필요한 발의 기준을 훨씬 넘는 인원의 서명을 받아 투표에 부쳤으나 결국 안락사의 합법화에는 실패했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는 1993년 세계 처음으로 엄격한 조건을 붙여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가 안락사 법제화에 국민적 합의를 이룬 배경은 자택 혹은 노인홈에서 단골의사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는 환자가 많다는데 있었다. 의사는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도 흉허물 없이 사귀고 상의하는 그런 풍토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 의사협회가 소극적 안락사를 회원의사들에게 허용, 이를 둘러싸고 다시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소극적 안락사가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다 죽음에 이른 환자가족들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줄이자는게 협회측의 주장이다. 일본의료계에서는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구분한다. 환자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안락사와 같다. 다만 안락사는 적극적으로 환자를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존엄사는 수명연장을 위한 적극적 의료행위를 중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어찌됐든 안락사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을 다루는 것인 만큼 현실인정과 경제적 이유만으로 허용여부를 결정할일은 아니다. 이에 앞서 안락사 선진국들의 사례를 연구,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줄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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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사고 사망률 지면기사
20년 전 정부에서 “우리도 곧 마이카(My Car)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 대다수 국민은 반신반의했었다. 그때만 해도 자가용차(車)라면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 일본 서구와 같은 부자나라도 아닌 우리 처지로선 언감생심이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그다지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2~3년 사이 전국의 도로마다 자가용 승용차로 메워지기 시작했고, 10년이 채 안돼 웬만한 가정에선 모두 자가용차 한 대씩을 지니게끔 됐다.차량증가와 정비례하여 교통사고도 급격히 늘었다. 심지어 10여년이 넘도록 우리는 세계 제1의 교통사고 다발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살아오고 있다. 급작스런 차량증가에 걸맞는 교통여건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교통문화의식이 미처 따르지 못했던 탓이다. 지난해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무려 1만236명이나 됐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인 7.4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들어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 6일 현재 6천653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천1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도 5.7명선에 머무를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6.8명인 터키에게 드디어 OECD국가 중 최고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하지만 성급하게 마음부터 들뜰 일은 아닌 것 같다. 택시사고 사망률이 이웃 일본에 비해 무려 24배 가까이 높다는 소식이다. 지난 해 국내 택시 1만대당 3천886건의 사고(사고율 38.8%)가 발생, 43.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사고건수 1천129건 보다 3.4배가 많고, 사망자수는 일본의 1.81명에 비해 무려 23.7배가 많은 수치다.어쩌다 부끄러운 교통사고 1등 자리는 간신히 모면하게 될는지 몰라도, 사고 다발국의 오명을 벗기엔 아직도 한참 먼 모양이다. 언제까지 이 타령으로 질척거려야 하는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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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국가 지면기사
미국의 사회비평가, 철학자, MIT대 교수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저서 'Rogue States(불량 국가)'가 세계 지식인의 관심을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Rogue'가 단순한 '不良…좋지 않다'는 뜻보다는 불량배, 부랑배(浮浪輩), 불한당, 건달, 깡패, 악당의 뜻이 강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책 내용이 솔직함을 넘어 신랄하기 때문인가. '뉴욕타임스'가 '살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평가하는 그의 테러 전쟁 시각은 싸늘하다. “미국이 테러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겉으로는 세계 평화와 국제 정의를 외치며 정의의 해결사를 자임해오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혹한 무력 행사와 경제 제재 등 힘의 논리를 서슴지 않기 때문이고 이라크와는 또 다른 유형의 불량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야말로 재판을 받아야 할 테러 국가”라는 주장이다.미국의 테러 피해와 고통은 크고 깊다. 지난 9월1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추산한 테러 복구비는 1천50억달러, 10월31일 미 우정공사가 발표한 탄저균 피해액도 몇십억달러였다. 미 항공사와 관광업계의 피해는 물론 전투기 한 대 공습에 50만달러나 든다는 전쟁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다국적군의 참전 비용은 또 얼마인가. 거기다가 9·11 테러 두달만에 또 항공기가 추락했다. 테러냐 기체 결함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의 세계적인 피해, 정확히 말해 '가해(加害)적인 파장'이 문제다. 170명의 도미니카인 죽음도 그렇지만 세계 항공사와 여행·관광업계의 피해, 전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이야말로 상상하기도 버겁다.170억스위스프랑의 부채로 10월2일 스위스항공이 '하늘 문'을 닫았고 벨기에의 사베나항공도 지난 7일 파산을 선언,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항공사와 여행, 관광업체도 부채→감원→긴축으로 졸라매는 허리띠가 끊어질 정도다. 우리 항공사와 관련 업계의 피해도 엄청나고 대미 수출 환경도 어둡다. 테러 전쟁은 하루바삐 끝내야 한다. 그리고 테러의 응징도 응징이지만 그 원인 제공에 대해서도 심사(深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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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수난 지면기사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갈제/ 개잡아 삶아얹고….’ 조선시대 1년 12달의 농사일과 풍경을 그린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음력) 대목에 나오는 구절이다. 모처럼 친정을 찾아가는 며느리에게 개고기를 주어 보낸다는 내용이다. 사돈댁에 보낼 만큼 대접받는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개고기를 즐겨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 농사일을 하다 보면, 그 힘든 일을 뒷받침할 영양이 필요했고, 그 공급원이 바로 개고기였다 한다. 소는 값비싼 노동력이었고, 돼지 또한 귀하다 보니 천상 흔히 기르던 개를 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성인 남녀의 절반 이상은 개고기를 먹는다고 할 만큼 한국인에겐 즐기는 음식중 하나로 되어 있다. 하지만 개고기 만큼 수난을 겪은 음식도 꽤 드물성 싶다. 서구인들은 물론이고 한국의 동물애호가들로부터도 혐오식품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이 바로 개고기다. 그러다 보니 음식 이름도 개장국 보신탕 사철탕 영양탕 등 수차례 바꾸어야 했다. 우선 보신탕이라는 명칭부터가 그랬다. 원래 우리는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에서 개장국이라 불렀다 한다. 그런데 이승만 정권 시절 ‘개를 먹는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서구인들의 압력에 굴복, 규제를 하다 보니 눈가림식으로 슬며시 보신탕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사철탕 영양탕이란 이름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만들어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구의 동물애호가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욕하며 ‘올림픽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정부도 눈치보며 혐오식품으로 규정했고, 이에 대응해 또 다른 눈가림식 이름인 사철탕 영양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보신탕을 또 문제삼고 나왔다. 제프 블래터 회장이 ‘즉각 개를 먹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보신탕 수난의 시대가 다시 닥치는 모양인데, 이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또 어떤 이름으로 둔갑하게 될는지 그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