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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의 기준 지면기사

    스웨덴의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그의 명저 '아시아의 드라마'에서 부패의 민속(Folklore of Corruption)에 관해 썼다. 그는 아시아 각국의 부패상을 정치부패 경제부패 관리부패로 구분하고 부패를 잘 돌아가지 않는 뻑뻑한 기계에 비유했다. 정치 경제라는 기계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기름을 치는것과 같다는 것이다. 뮈르달은 이처럼 썼지만 부패란 아시아국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지난 80년대 후반 미국의 상원의원 5명이 링컨 은행으로부터 139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고 이 은행의 감독을 맡고 있는 연방주택은행의 관리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적이 있다. 그럼에도 링컨 은행은 파산했고 이들 5명의 의원은 감사지연과 은행의 부실악화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들 의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선거구민에 대한 봉사활동이었고 선거자금도 법정한도내에서 받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정치윤리학자 톰슨의 견해는 다르다. 톰슨은 이들 의원의 행위를 '매개된 부패'라고 규정했다. '매개된 부패'는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고 사적이익을 취하는 기존의 부패개념과 달리 정책결정 과정에 공개경쟁이나 토론등 민주적 절차가 있었는지가 부패의 핵심기준이라는 것이다.우리나라 부패 방지법에서는 '지위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공공의 복리를 침해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를 부패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의 내용으로만 보면 기존의 부패개념과 톰슨의 견해를 모두 망라한 최고의 부패 개념이다.최근 코스닥등록 예정기업인 C사의 유상증자과정과 관련, 피해자와 담당검사가 나눈 녹취록이 공개돼 세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내의 분당백궁 정자지구의 제2수서 비리 의혹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일련의 의혹사건을 보면서 뮈르달이 말한 정치 경제 관리부패가 아닌 이 세가지를 종합한 복합적인 부패상들이란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최고의 법정의(法定義)만 있다면 뭐하나.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의혹을 말끔히 풀어줄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 살빼기 지면기사

    예부터 유난히 몹집이 큰데다 “큰 것이 더 좋다”며 ‘뚱보’를 되레 자랑스러워 하던 폴리네시아인들. 그들도 지난 1995년부터는 범국민적인 대대적 체중감량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헤비급이다 보니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이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국민 정서도 크게 바뀌었다. “볼륨있는 것이 아름답다”던 전통적인 미적 감각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날씬한 것이 멋있다”는 말이 나오게끔 된 것이다.“넉넉한 음식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편리한 생활로 지금 세계 인류는 급속히 살찌고 있다.” 올해초 세계환경연구단체인 월드워치 연구소가 발표한 인류의 식사, 신체활동에 관한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 지구상의 살찐 인구는 그 숫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몇몇 나라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과체중 인구가 자그마치 2~3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또 비만인구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녹색혁명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먹을 것이 많아진 것 말고도 기술발전으로 사람이 일을 덜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말 ‘웬만큼 살게된 나라’치고 비만과의 전쟁을 거론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한층 심각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선 요즘 살빼기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집단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필라델피아 같은 곳에선 시 당국이 직접 나서서 비만과의 전쟁을 1년 가까이 벌여오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날 폴리네시아인들을 연상케 해준다.살빼기라면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거르기는 예사고, 살빼기 효과가 좋다는 갖가지 식·약품을 다투어 찾는 이들이 꽤 많다. 그만큼 우리도 ‘풍요’를 구가할 때가 되기는 된 모양이다. 분명 괜찮은 현상일듯도 싶은데, 다만 건강보다는 오로지 미(美)의 추구만을 위해 억지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니 그게 좀 언짢다. 아직까지 사회 구석구석에 적잖게 남아있는 노숙자 결식자 등도 마음에 걸리고.

  • 나 홀로 가구 지면기사

    인간은 홀로 태어난다. 쌍둥이도 손잡고 발맞춰, 화음 이룬 고고(呱呱)의 소리도 출생하지 않는다. 죽을 때도 따로따로다. 일심동체라는 부부도 함께 죽지 않는다. 각자 아프고 홀로 힘들고 즐겁고 슬프고 홀로 노하며 마음 따로 몸 따로 홀로 떠난다. 인간이란 본원적으로 나 홀로 고독체(孤獨體)다. 특히 이 시대의 특징은 '공간의 우주선화(宇宙船化)' '캡슐 인간화'다. 캡슐 호텔에서 갖가지 정보를 수신하는 사람, 퍼스널 컴퓨터와 마주앉은 비즈니스맨, 비디오 게임의 레버를 놓지 않는 어린이, 교통 정보를 듣고 달릴 길을 선택하는 드라이버, 통신위성을 이용해 데이터 뱅크에 정보를 입출력하는 기술자, 무균실(無菌室)을 조작하는 연구원, 경비행기 단독 조종사, 로봇 조종자, 지하철 홀로 운전사, 재택(在宅) 근무자, 화상(畵像) 회의자 등 모두가 '캡슐 인간'으로 '성인용 인큐베이터'에 나 홀로 앉아 있다. 다시 말해 '인간=기계'라는 등식에 강력한 액센트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홀로'라는 말에 굳이 '나'를 붙이는 것은 미국 MGM 영화사의 90년대 초 영화 'Home Alone'을 '홀로 집에'가 아닌 '나 홀로 집에'로 번역하면서부터였다. 부모가 일을 나가 홀로 집을 지키는 귀여운 아역 배우 컬킨으로부터 나홀로 차, 나 홀로 전화, 나 홀로 근무, 나 홀로 분투 등 '나 홀로'라는 말은 봇물을 이루었다. 어쨌든 2000년 인구 센서스 결과 '핵분열 가족'인 '나 홀로 가구' 1인 가구가 15.5%인 222만 4천가구나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혼 기피의 독신자, 홀로 사는 노인, 높은 이혼율에 의한 독거(獨居), 직장 이동 등에 따른 홀로 때문이고 나 홀로 캡슐 속 업무의 증가 탓이다.'고독을 사랑하는 자는 야수 아니면 신'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믿지 않는다. 눈치도 구속도 없고 절충도 합의도 필요 없는 자유 공간의 주체적 독거를 집중적인 자기 발전의 응집으로 몰아갈 수 있는 등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인간 섬(島), 모래알 인간의 이기·배타주의가 갈수록 심화(深化)시킬 이 삭막한 세상을 어찌하

  • ‘어른 공경’ 꼴찌 지면기사

     ‘남의 훌륭한 행위나 인격 따위를 높여 공경함.’ 존경(尊敬)이란 단어의 국어 사전적 풀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귀감(龜鑑)이 되어 많은 이들로부터 우러름을 받을 수 있는 행위나 인격에 대한 대접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우러름의 대상이 된다는 뜻에서 자못 흐뭇하고 보람된 일이리라. 하지만 요즘 한국의 어른들은 보람과 흐뭇함 보다는 실망과 서운함을 한결 뼈저리게 느낄듯 싶다. 안타깝게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17개 국가 중 어른들에 대한 한국 청소년들의 존경심이 가장 낮은 꼴찌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올해 초 역내 17개 국가의 만 9~17세 청소년 1만여명(한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가 그렇다. ‘어른을 매우 존경한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청소년은 불과 13%로 17개국 평균치 72%와 비교해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어른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응답 또한 20%로 평균 2%의 열배나 됐다. ‘권위있는 인물’에 대한 존경심도 꼴찌였다. 즉 그들을 ‘매우 존경한다’가 5%에 그친 반면,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자그마치 52%나 나왔다. 이쯤되니 많은 어른들이 서운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분노하고 한탄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 슬프고 참담하다.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그토록 중히 여겨왔건만 이제는 위 아래도 없이 질서가 무너진 탓이다.’ 사뭇 원망조의 푸념을 늘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편으론 ‘어른들이 아이들의 귀감이 되어주지 못한 때문’이라며 뒤늦은 자성론도 제기된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이리 저리 패거리로 찢겨 나뉘어 상호 불신과 의혹으로 넘쳐나며, 이익을 위해서라면 진흙탕 싸움도 마다않는 어른들. 이런 주제에 존경을 바란다면 그게 되레 이상한 일 아닌가.’ 반문하고 자책하는 목소리들이 꽤나 드높다. 마치 이제 비로소 가슴깊이 깨달았다는듯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한다. 진작부터 알았다면 적어도 꼴찌는 되지 않았으리란 회한인듯도 싶은데, 글쎄…. 예전엔 정말 미처 몰랐을까.

  • 대통령 장학생 지면기사

     지난 97년초 미주판 한국일보에 보도된 일화 한토막. 미국 명문대학 재학중 4년동안 전과목 A학점을 받은 한 학생이 하버드 의대에 입학원서를 냈다. 그러나 낙방했다. 이학생의 부모가 하버드 의대에 그 이유를 따져 물었고 다음과 같은 회신을 받았다. “귀하의 자제는 학업성적이 아주 뛰어나다. 그러나 재학중 헌혈이나 봉사활동을 한 기록이 전혀 없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기에는 적합치 않다.” 미국의 학교나 사회에서는 이처럼 학생을 평가할 때 성적 하나만 보지 않는다. 성적보다 그외의 창의성 지도력 봉사활동등 다른 분야를 종합적으로 본다. 그러나 성적이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재미 한국학생들이 SAT(한국의 고교 수능시험에 해당)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등 우수성을 알리는 보도를 종종 신문에서 접한다. 이러한 한국학생의 실력은 클린턴 전대통령이 “한국학생들의 수학실력을 따라잡자”고 공언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1964년 미국 존슨대통령도 미국 학생들의 학습열을 고취하기 위해 The Great Society(위대한 사회)건설 계획의 하나로 대통령 장학생제도를 만들었다. 과학기술 박물관으로 유명한 스미소니언연구소의 역사가였던 N·라인골드에 의하면 미국은 19세기초 영국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과학 기술분야에 애증이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당시 미국은 유럽유학경험이 없이는 미국내에서도 떳떳한 학자로 대접받지 못할 정도였다. 존슨의 대통령장학생 선발제도 신설이나 클린턴이 학생들에게 수학실력을 높이자고 촉구한 발언등은 이러한 컴플렉스를 딛고 학문분야에서 세계 제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최근 고교3학년 대학4학년생을 대상으로 매년 미국식 대통령 장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장학생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하는 학생상(像)의 모델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뒤떨어진 과학기술과 인문분야등 학문의 수준과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학생의 선진외국 유학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 생화학전 지면기사

     ‘하드 워'가 아닌 '소프트 워(soft war)'라고나 할까. 제트기, 포탄, 미사일보다는 소리 없는 생화학 무기가 더 무섭다. 가까운 예로 베트남전의 고엽제(枯葉劑), 95년 일본의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살포한 사린가스, 98년 후세인이 쿠르드족에게 실험한 독가스 등이 화학무기라면 탄저균, 폐페스트, 보툴리누스 등 세균이 즉 생물무기다. 한 마디로 전자는 독약과 가스, 후자는 세균이다. 200만 후유증 환자가 5만명의 기형아를 낳은 베트남전 고엽제만 해도 미군이 2차대전 종료 직전 일본에 뿌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일본의 곡창지대에 B-29로 고엽제를 살포, 한창 익어가는 8월의 모든 곡물을 말려 죽인다는 것이 45년 5월 미 화학부대의 육군 보고서였고 전쟁이 11월까지만 갔어도 원폭 투하보다 고엽제 살포가 먼저였을 것이라고 현대사의 권위자인 스탠포드대 번스타인 교수는 증언한다. 그런 화학무기가 문제가 아니다. 탄저균 10g이 독가스 1t과 맞먹는 소름끼치는 세균무기를 일본은 물론 미국도 이미 개발 중이었고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전쟁이 오래 가면 세균전이나 가스전도 불사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때 만약 가공할 탄저균이나 폐페스트균이 일본에 뿌려졌더라면 원폭 피해보다도 수십배는 더했을 것이다. 스커드미사일 한 대 장착 분량도 안되는 6㎏만 뿌리면 60만 워싱턴 인구가 전멸하고 10㎏만 뿌려도 서울 인구의 절반은 사망한다는 탄저균이다. 피부 침투보다는 공기를 통한 흡입이 무서워 일단 폐로 흡입하면 호흡 곤란과 악창(惡瘡)으로 거의가 사망한다.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이미 1881년 개발했다지만 우리에겐 아직 백신도 없다. 미국의 탄저병 공포 확산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한데 일찍이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치료에 숯을 이용했고 페스트, 즉 흑사병(黑死病)처럼 새까맣게 죽어간다고 해서 숯 탄(炭), 악성종기 저(疽)자의 탄저병은 식물과 동물의 경우이고 사람의 병은 탄저병이 아니라 '비탈저(脾脫疽)'라 이른다. 탄저열(炭疽熱), 비저병(鼻疽病)이라고도 한다. 

  • '변신' 지면기사

     카멜레온은 변신의 대명사처럼 돼있는 파충류 동물이다. 양쪽 눈을 360도로 따로 따로 움직여 주위를 경계하거나 먹이를 찾는다. 빛의 강약, 온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꿔가며 자신을 보호한다. 먹이가 사정거리에 접근하면 머리 몸통을 합친 것 보다 더 긴 혀를 뻗어내 잡는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소신이나 신념을 수시로 바꾸고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독일 작가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독신 세일즈맨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해 절망적인 세계속에 유폐된 소시민의 생활을 대변한다. 그레고르는 회사에서 해고될 것이 두려워 결근을 자주 한다. 그의 결근이 공금횡령 때문이라고 오해한 회사의 지배인이 나타나자 그는 갈색벌레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레고르는 사람의 말은 알아 듣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못알아 듣는다. 고독과 불안의 생활을 계속하다 그는 열등감, 불면, 식욕부진으로 어느날 죽고 만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레고르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게 되고 소설 '변신'은 아직까지 불후의 명작으로 남는다. 만일 그레고르가 카멜레온으로 변신했다면 명작으로 남았을까. 최근 여당에서 야당으로 변신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행보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13총선 직전 여당에서 야당으로, 총선후엔 다시 여당으로, 내년 지자체장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최근 또다시 야당으로 기회 있을때 마다 옷색깔을 바꿔나가는 김 총재의 모습이 마치 카멜레온을 보는 듯 하다. 이미 자신의 시대를 끝낸 김영삼 전대통령과 만나 신당의 연기를 피우는가 하면 지난 10일에는 “누구 밑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럴 사람이 없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시선을 무시한채 자신의 편의에 따라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민주주의는 영국의 처칠이나 글레드 스턴, 로이드 조지, 가깝게는 대처수상이 그랬듯 정치지도자와 국민간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지금 경제적 어려움 보다 더 심각한 정치지도자들의 대 국민의식 빈곤이란 큰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 외모 집착병 지면기사

     몇달 전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무려 20㎏이 넘게 체중을 줄이고 날씬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왔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고 감탄했었다. 게다가 ‘여자로서의 행복을 찾고 싶어 하루 7㎞씩 걸으며 지옥의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밝혔을 때는 아예 존경과 부러움을 담은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뒤 지방흡입수술 및 가슴축소수술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져 다소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크게 나무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 하나,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사실 성형수술은 이제 사회적인 풍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성형수술을 받는다고들 한다. 취업 때 실력이 좀 모자라도 외모를 보고 사람을 뽑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같은 풍조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고려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80%가 ‘외모가 사회에서 능력으로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렇게 응답한 여학생의 85%는 ‘외모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고도 한다. 심지어 ‘외모가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학생도 65%나 된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외모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자신감이다’라는 식의 점잖은 타이름부터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 유방확대수술을 받던 한 여대생이 수술도중 숨진 것이다. 물론 성형수술 사고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아무래도 문제는 심각하다. ‘과연 목숨까지 걸 정도로 겉모습에 집착해야만 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죽음에까지 몰고가는가’하는 식의 개탄이 나옴직 하다. 비록 ‘세상 모르는 소리’만 한다고 핀잔을 받는 한이 있어도, 이쯤되면 ‘외모 집착병에서 벗어나라’는 타이름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보다 심각한 문제는 능력에 앞서 외모부터 따지려드는 사회풍조에 있다고들 하겠지만.

  • 부시의 IQ 지면기사

     뉴욕 테러 한 달 전인 지난 8월 부시대통령의 IQ는 91이었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튼에 있다는 로벤스타인 연구소가 50년간 미국 대통령 중 부시의 지능지수가 가장 낮다고 주장한 것이다. 가장 높은 클린턴은 부시보다 두 배나 높은 182였고 그 다음이 카터(175)→케네디(174)→닉슨(155)→루즈벨트(147)→트루먼(132)→존슨(126)→아이젠하워(122)→포드(121)→레이건(105)→부시(98)로 부시 부자가 가장 낮다는 것이었다. 그 연구소는 역대 대통령이 사용한 평균 어휘수가 1만1천개였는데 부시대통령은 6천500개 수준이고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았다는 점을 IQ 산출 근거로 삼았다고 했다. 그런 부시였으니 지난 8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설문 조사한 ‘이 시대 영웅'에도 낄 리가 없다. 마틴 루터 킹이 예수 다음으로 2위, 콜린 파월이 3위, 배우 존 웨인이 8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9위, 클린턴이 10위의 영웅에 올랐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테러 사건 후 갤럽, USA투데이, CNN이 합동 조사해 9월23일 발표한 부시 지지율은 미국 대통령 중 단연 최고인 90%였다. 그것은 걸프만 전쟁 직후 부시 전 대통령의 89%나 2차대전 때 독일을 무찌른 직후 트루먼대통령의 87%보다도 높다. 유럽의 부시 외교 점수도 A다. 미국의 즉각적인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우려했는데 “뜻밖에도 텍사스 카우보이가 잘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로벤스타인 연구소가 서둘러 수정안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부시의 IQ가 한 달 동안 돌연변이로 2배 이상 자라 183이 됐고 예수 다음으로 2위의 영웅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아무도 모른다. 클린턴도 못한 빈 라덴을 체포, 전쟁을 조기에 마침으로써 회교도의 영웅 빈 라덴과 함께 양대 문명을 대표하는 영웅도 되고 위대한 ‘지구의 숲(Bush)'으로 내내 창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장기전의 실패로 정치 경제 외교까지 망치고 테러의 악순환만 조장할지는. 그리고 아랍권의 비난처럼 ‘건방진 권력자' ‘돈키호테'로 역사에 남을지는….

  • 뒤통수 치기 지면기사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비로소 양국은 근·현대사의 오랜 반목과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밀월시대’로 접어드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은 그동안 금기로 여겨오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빗장을 풀기 시작했고, 일본도 한국 학생들에 대해 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못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난 해 일본 우익단체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중학교 역사교과서 내용이 밝혀지면서 모처럼의 화해무드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교과서는 군대 위안부 문제 등 일제(日帝)의 가해(加害)역사를 감추고, 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아 한국 중국 등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일본 문부성은 지난 4월 이 책의 검정을 승인, 결국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발전했다. 여기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지난 8월 13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 양국관계는 최악의 경색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런 터에 돌연 고이즈미 총리가 오는 15일 방한한다고 하자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했다. 그러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시 자신의 신사 참배 및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 뜻을 전달할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수긍이 가는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도쿄신문이 전했다. 한술 더 떠 ‘러시아와 일본이 남쿠릴열도 주변수역에서 한국 등 제3국 어선들의 조업금지에 합의했다’고 일본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한국은 꽁치 원양어획량의 40%를 차지하는 황금어장을 꼼짝없이 잃을 판이다. 일본이 뒤통수 치기 명수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역시 속절없이 당했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다. 정부는 진정 그 일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