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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라덴 관상 지면기사

    오동환 논설위원홍콩의 유명한 관상가 조길망(趙吉望)이 90년 6월 4일자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등소평(鄧小平) 관상평을 썼다. 한 마디로 그의 악성(惡性)은 눈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왼쪽 눈은 크고 오른쪽 눈은 작은데다가 축 처진 그의 눈은 '천안문 학살 총책임자답게' 크게 간사하고 크게 악한 관상(大奸大惡之相)'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눈 역시 사막의 독사니 사막의 여우, 사막의 악귀(惡鬼)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관상가들은 말한다. 보통 사람의 눈동자는 흰자위의 중간에 단정하게 박혀 있는데 후세인의 눈동자는 위로 올라가 눈꺼풀 속으로 절반쯤 들어간 채 묻혀 있어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동물지(動物誌)'에서 언급했듯이 지독하고 흉측한 독재자의 유형이라는 것이다.한데 관상가들이 합창하듯 입을 맞추는 말이 있다. '이마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마가 바로 하늘의 뜰(天庭)이며 하늘의 창고(天倉)이기 때문이고 얼굴을 우주에 비유한다면 코는 사람, 턱은 땅, 이마는 하늘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부시, 러시아의 흐루시초프 고르바초프 체르넨코 그로미코 유스티노프, 독일의 브란트와 콜, 프랑스의 미테랑, 이란의 호메이니, 이집트의 무바라크, 쿠바의 카스트로, 싱가포르의 이광요(李光耀), 포르투갈의 소아레스, 일본의 요시다와 나카소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의 이마가 그런 이마다. 존 F 케네디의 비극도 그의 좁은 고양이 이마 탓이라는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미국 테러의 총감독 오사마 빈 라덴이 터번을 쓰고 있어 그의 이마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난세효웅상(亂世梟雄相)이라는 것이 위안쾅런(袁匡任) 홍콩대 교수의 견해다. '사납고 용맹스러운 난세의 영웅'이라는 뜻이다. 곧게 뻗은 코에는 의기(義氣)가 서려있고 눈은 속셈을 드러내지 않는 강한 흉기(兇氣)를 담고 있으나 복이 많고 수명이 긴(福大命長) 상이라는 것이다. 그럼 내년 안에 죽는다는 또 다른 예언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 우울한 가을 지면기사

     누군가 가을을 소리의 계절이라고 했다. 귀뚜라미에 각종 풀벌레 소리도 구슬프게 들리는게 가을이라서 그랬나 보다. 지금은 공해에 찌들어 도시에서는 겨우 귀뚜라미 소리만 들을 정도이니 계절의 감각도 세월따라 무디어 질까 걱정이다. 내일(23일)이 벌써 추분(秋分). 춘분(春分)과 함께 연중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이다. 이날부터 이제 낮보다는 밤의 길이가 점차 길어진다.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고추도 따서 말리는 등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호박고지 박고지 고구마순도 거두고 산채를 말려 겨울철 나물 입맛을 준비하는것도 지금이다. 그뿐인가, 1년중 날씨가 가장 좋아 무슨일을 하든 활동하기 가장 좋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도 옛 중국인들은 천고마비의 계절을 가장 싫어 했다고 한다. 옛 한서(漢書)에 보면 서력기원 전후해서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 민족인 흉노족은 추운 겨울이 오기전 가을에 겨울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봄 여름내내 잘먹여 살찐 말을 몰고 남쪽의 중국본토에 있는 민가를 휩쓸고 다니며 약탈을 일삼았다. 이래서 유래된 말이 천고마비이고 중국인들은 흉노들의 습격이 다반사인 이 가을을 싫어 했다던가. 한서에는 '흉노는 가을에 오는데 말은 살찌고 화살은 강하기 그지 없었다'고 기록해둬 사실(史實)을 입증한다. 그러니 천고마비의 계절은 흉노들에게는 겨울을 준비하는 즐거운 계절이었고 중국인들에게는 증오의 시기였던 셈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가을은 어떤가. 3분기 경제성장률 0.5%, 하반기 기업체 채용 40% 감소로 인한 극심한 실업난 가중, 전셋값 폭등, 주가폭락, 경기침체의 장기화등 우울한 소식속에 서민들은 더욱 숨쉬기 조차 어렵다. 여기에 정치권 마저 주가 뻥튀기를 한 G&G그룹에 대한 고위 정치실세 개입설이 나도는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공방으로 서민생할 보호는 실종된 듯한 분위기이다. 설상가상격으로 미국의 테러 보복전으로 경기전망은 더욱 암담하고 유가폭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으니 이가을이 더욱 두렵기만 하다. 우리네 천고마비(千苦痲痺)의 계절

  • 부엌과 안방 지면기사

     녹색띠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Green belt). 도시주변의 녹지공간을 보전코자 극히 제한적 용도 외엔 토지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 제도는 지난 1947년 영국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런던 광역대도시가 1, 2차 세계대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가화지역 확대를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정권 시절인 1971년 이를 도입했다. 수도권과 부산권 대구권 등 14개 권역에서 전 국토의 5.4%를 그린벨트로 묶었던 것이다. 당연히 해당지역 주민들은 건물 신축 증개축 등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게 됐고, 그만큼 땅값도 크게 떨어지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위세에 눌려 그땐 누구도 감히 항변할 엄두를 못냈다. 여기에 녹지 보전으로 도시의 허파 구실을 하고, 시민들에게 자연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강해 웬만한 항변 쯤은 묻혀버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힘으로만 묶어둘 수는 없었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크나 큰 불이익을 무작정 ‘나 몰라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서슬 퍼랬던 군사통치도 끝났고, 지역주민들 목소리에도 차츰 힘이 실리게 됨에 따라 몇차례 크고 작은 개정작업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거 때마다 지역 이해와 관련, 그린벨트 해제안이 공약사항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다 드디어 대대적 해제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국 7대 광역도시권의 그린벨트중 1억1천700만평을 푼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미 해제가 결정된 우선해제지역과 전면해제지역까지 합치면 해제되는 총 면적이 자그마치 4억4천여만평이나 된다고 한다. 30년 넘게 낙후된 생활환경을 감수해야 했던 수많은 주민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펴게끔 됐다. 얼핏 그들의 불이익 해소 차원에서도 환영할 만한 조치일듯 싶긴 한데, 각계의 반대의견 또한 만만찮다. 갈수록 공해와 오염으로 환경이 파괴되는 마당이라 ‘이제부터야말로 그린벨트는 더욱 긴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부엌에 들어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선 시어머니 말이 옳다’고도 한다지만, 글쎄….

  • 세계의 창 지면기사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레스토랑이 바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빌딩(北棟) 107층의 그 식당이었고 식당 이름 '세계의 창(windows on the world)'도 그럴 듯하다 싶었다. 1백30여 잡다한 미국 인종을 가리켜 흔히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 of races)' 또는 '인종의 샐러드 사발(salad bowl of races)'이라 일컫듯이 다양한 미국인의 얼굴이 모두 그 레스토랑 창문에 비쳤기 때문이고 전세계 경제인 금융가의 표정이 모두 그 유리창에 어렸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로 실종된 48개 인종의 미국인도 모두 그 레스토랑을 이용했다. 그 식당의 가장 대표적인 서로의 질문이 〃왓 추어 앤세스트리(당신은 어느 민족계입니까)〃였던 것도 당연한 얘기다.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에는 '민족적인 주인'이 따로 없다. 언젠가는 88년 대통령 후보였던 그리스계 듀카키스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상추가 됐든 양배추가 됐든 그 '인종의 샐러드 사발'에서 가장 대표적인 맛을 내는 기조(基調) 야채 재료가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 이르는 핵심 미국인일 뿐이다. 미국뿐 아니라 옛 소련도 1백여 '인종의 도가니'였고 중국 역시 한족(漢族)을 비롯한 56개 '인종의 샐러드 사발'이다. 인도는 언어만도 1,652종에다가 지폐의 액면가만도 16종의 문자로 표시된다. 순수 유대인의 수효도 줄어든다. 물론 혼합 인종에 의한 혼혈아 증가 때문이다. 96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특집 기사가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뿐 아니라 지구인 전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혼혈아로 인해 향후 1백년쯤엔 희석(稀釋)에 희석을 거듭한 '다중(多重) 혼혈'의 신인류(新人類)가 형성된다는 것이고 '인종'이라는 말 자체와 그 개념조차 소멸된다는 것이다. 정녕 그때나 가서야 흰머리 오리를 살리려면 붉은 머리 오리를 죽이자는 식의 인종 분규나 인도인이 아랍인으로 오인받아 죽어야 하는 등의 비극이 소멸할 것인가.

  • 침략군의 무덤 지면기사

     면적 64만7천여㎢에 인구 2천500만이 조금 넘는 아프가니스탄. 지난 1979년 구(舊)소련은 흔들리는 공산체제를 뒷받침 할 목적으로 이 나라를 전면 침공했었다. 당시 지구의 반을 지배하던 강대국 소련으로선 조그만 산악지형의 나라 아프간 정복은 손바닥 뒤집기 만큼이나 쉬워 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은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험준한 산악과 혹독한 날씨, 아프간 전사들의 집요한 게릴라전에 소련군은 맥을 추스르지 못했다. 끝내 소련은 개전 10년만에 5만이 넘는 병력만 잃은 채 속절없이 철군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은 지난 19세기 이래 외부 제국주의 열강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나라를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했다. 일례로 지난 1842년 영국은 4천500명의 군사와 1만2천여명의 지원인력으로 전면 공격에 나섰으나, 생존자 1명만을 남긴 최악의 패배를 기록해야만 했었다. 제정 러시아도 1865년과 1885년에 침략했으나 실패했고, 그에 앞서 1834년엔 인도로 부터 시크족이 쳐들어와 한때 페샤와르를 점령했었지만 곧 패퇴하고 그들의 장군마저 살해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아프간의 별칭이 바로 ‘침략군의 무덤’이다. 하지만 그 이름을 지키기에 아프간 국민의 희생과 고통은 너무도 컸다. “4명중 1명의 젊은 여성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과부다. 8명중 1명은 전쟁이나 지뢰로 인해 장애를 갖고 있다. 10명중 10명의 가족들이 전쟁으로 가족들과 헤어지거나 가족을 잃었다.” 이것이 아프간 국민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같은 아프간에 또 다시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5천명이 넘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미국 테러참사 때문이다. 미국은 테러 배후인물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에 숨어있다면서, ‘세계의 악마’와 그 악마를 보호하는 세력을 섬멸하겠다고 벼른다. 이에 아프간 통치세력인 탈레반 역시 공격할테면 하라는 태도다. 누구라 할 것 없이 한판 붙고 보자는 식인데, 정작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할 애꿎은 국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 사랑과 죽음 지면기사

     이 세상에는 12개의 강한 것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돌. 그러나 돌은 쇠에 깎인다. 쇠는 불에 녹고 불은 물에 의해 꺼지고 물은 구름에 흡수된다. 구름은 바람에 날리나 사람은 날리지 못하고 사람은 공포에 떤다. 공포는 술로 달래지며 술은 잠을 자면 깨이고 잠은 죽음만큼 강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도 사랑에는 이기지 못한다. 즉 12개의 강한 것중 사랑이나 애정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춘원 이광수도 “사랑은 주는 것이오, 가지는 것이 아니다. 한량없이 주고 마침내는 목숨까지 주어버리는 것이 사랑이다”고 말해 진정한 사랑은 목숨까지 포기하며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나 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전은 뭐니뭐니 해도 62년전 박계주의 '순애보'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최문선은 익사직전에 구출한 인순과 옛 소꿉친구 명희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애욕과 순정사이를 헤매며 강간 살인누명을 쓰고 원수에 대한 용서 사랑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기독교적 사랑을 그렸다. 서양의 사랑에 관한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물론 몇해전 상영된 영화 타이태닉에서도 예외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 무엇도 사랑을 이기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숀! 저예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미국 테러 대참사시 승객중 멜리사라는 여인이 남편 숀 휴즈에게 휴대폰을 통해 이말 한마디를 남겼다는 신문보도는 많은 독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멜리사, 사랑해 내가 지금 갈게. 기다려”라고 소리쳤지만 허사였다. 케네스라는 남자도 펜타곤에서 일하다 숨진 아내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의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다. “아내가 지금도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의 말은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테러범과 그 지원국가에 대한 미국의 보복은 이제 시작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부부들의 사랑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 무슬림 지면기사

     마호메트교, 회교, 회회교(回回敎)라고도 불리는 이슬람교는 무섭다. 아랍어 'Islam'이 신의 뜻에 따른 절대적인 '복종'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슬렘' '모슬림'이라고도 부르는 이슬람 신도 '무슬림(Muslim)'이 무서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들은 이른바 '육신오행(六信五行)'을 맹신하고 광신(狂信)하듯 철두철미 믿고 무섭게 복종한다. 육신오행이란 알라신, 코란경(經), 예언자 마호메트, 내세 및 우주 현상이 모두 알라신의 뜻에 따른다는 대명(大命) 등을 믿는 것이 '육신(六信)'이고 신앙 고백, 하루 다섯 차례 예배, 이슬람 달력에 의한 9월 한 달의 라마단 단식, 자카트(Zakat)라 부르는 구제 헌금, 성지 메카 순례 등이 '오행(五行)'이다. 그러니까 '삶―이슬람=0'다. 생활 전체가 '무슬림'이고 국가와 사회, 문화의 전부가 이슬람이다. 정교일치(政敎一致)로 대통령이 곧 예언자 마호메트의 대리인이고 국법 또한 코란과 마호메트의 언행을 줄기로 한 지구상에서 가장 엄격한 '성법(聖法)'이다. 그들은 알라, 코란, 마호메트를 각각 유일신(唯一神), 유일 성경, 마지막 유일 예언자로 믿고 타종교는 부정한다. 자기네가 서 있는 땅이면 모두가 메카요 자기들이 하는 일이면 모두가 성사(聖事)다. 그리고 자신들이 싸우는 전쟁이면 모두가 지하드(Jihad), 즉 '성전(聖戰)'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성전(holy war)에 나가 싸우다 죽는 것을 알라신의 영광스런 부름으로 여겨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슬림 군대 전체가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총)'을 든 '인간 폭탄'의 자살 특공대인 셈이다. 그래서, 저래서 이슬람이 무섭고 무슬림이 두렵다. '성전'이라면 중세 십자군의 전쟁도 교황은 그렇게 불렀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도 일본은 '성전'이라 찬양했다. 숱한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어째서 성스러운 전쟁이며 자기네쪽은 '성전'인데 어째서 상대쪽은 '악전(惡戰)'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성전'이라는 살인 면허 행위에 대한 21세기 첫 전쟁이라는 미국의 보복의 종은 울린 것이다.

  • 미국의 저력 지면기사

     1991년 1월 12일 오후, 미국의 하원 회의장. “지금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어떻게 투표를 하든 투표가 끝난 다음에는 서로 반대자를 비난하지 밀고 결과에 단결합시다. 여기에는 집권당인 공화당도 없고 다수당인 민주당도 없는 바로 우리 조국 미국만 있을 뿐입니다.” 하원의장 포레(공화당)가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걸프전 수행권위임에 대한 찬반투표에 앞서 연설하자 여야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투표결과는 찬성 250 반대 183표였다. 과반의석의 야당(민주당)이 부시에게 전쟁수행권을 승인해준 것이다. 같은 날 늦은 오후 상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수 야당인 민주당의원 10명이 부시의 전쟁수행권 위임을 지지, 찬성52, 반대47표로 승인했다. 여기에는 백악관과 의회가 적전분열의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이라크 후세인의 반미투쟁결의를 강화시켜준다는 공동인식이 깔려 있었다. 부시는 상·하양원 모두 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론 즉 의회를 무시하고서는 전쟁수행이 어렵다고 판단, 전쟁수행위임권을 정식으로 요청해 승인을 이끌어 낸 것이다.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이러한 투표를 두고 버드상원의원(민주당)은 “과거 38년간 1만2천822회의 투표를 했으나 이번 투표가 가장 중요하고 괴로운 투표였다”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한다. 걸프전 당시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대통령의 아들 조지 W 부시가 10년만에 2대에 걸쳐 다시 중요한 전쟁수행을 앞두고 있다. 펜타곤과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테러참사에 대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테러범과 그 후원국가까지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 하원도 하루만에 이를 민첩하게 승인했다. 위기를 다시 한번 국민과 국가 단합으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다. 부시의 보수 강경노선 정책이 테러를 자초했고 국가안보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도 있지만 의회나 언론은 이를 덮어두고 있다. 일이 있을 때 마다 툭하면 장관 해임결의안을 내거나 여야가 서로 네탓으로 책임전가 논쟁만 벌여 내부갈등 모습을 보

  • 썩은 호수 살리기 지면기사

     간척사업의 대표적 실패작, 심지어 ‘태어나선 안될 호수’였다고 까지 불리는 안산의 시화호. 이곳에 한때 일본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은 적이 있었다. 불과 몇달 전 일이다. 환경운동가 지방의원 어민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한결같이 시화호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위해 왔다고 했다. 즉 일본의 이사하야 만과 요시노가와 하구의 간척사업을 막자면 시화호와 같은 실패 모델을 현장 학습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려 14년간 8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 조성했음에도, 남의 나라 국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큼 대표적인 오염호수가 돼버린 시화호. 하긴 도시와 공단지역에서 흘러나오는 최하류의 썩은 물을 가두어 농업용 호수를 만들겠다던 발상부터가 기가찰 노릇이긴 했다. 게다가 하천 정화시설을 설치한 후 방제공사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마저 묵살한 채 물막이 공사부터 서둘렀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끝내 담수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그때부터 예상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뒤늦게 수질개선을 한답시고 이리 저리 땜질식 공사들을 시행해 보았지만, 이 역시 깨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만 쏟아부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새로 하수처리장을 건설했으나 용량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에 유입돼 소래 앞바다를 심각하게 부영양화 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또 시화호 내에 바닷물을 유입시켜 수질개선을 꾀했지만, 호수에서 지속적으로 방류되는 썩은 물이 인천 앞바다를 더럽히는 또 하나의 오염원이 되고 있을 뿐이다. 견디다 못한 해양수산부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호수 살리기방안을 궁리한 끝에 마침내 최종방안을 확정했다. 하수처리장 신증설, 조력발전소 건립, 해조식물대 조성 등이 그 골격이다. 비용이야 얼마가 더 들든 2006년까지는 시화호 수질을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2등급으로 끌어올리겠다니 우선은 기대가 크다. 다만 호수 주변의 간척지 개발, 산업단지 건설, 폐기물 매립장 확보 등 ‘호수 살리기’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보이던 갖가지 개발안들은 이 참에 어찌될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 최악의 테러 지면기사

     '이 세상 모든 어처구니 없는 사건 중 가장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미국서 터졌다. 저게 도대체 지구·혜성 충돌의 공상 과학 영화 '디프 임팩트'나 지구·행성 충돌의 유사한 영화 '경고도 없이'의 엄청난 폭파 붕괴 장면인가 또 다른 SF 영화의 폭파 신인가. 미국의 가슴인 뉴욕에 치솟은 110층 짜리 마천루(摩天樓) 중 마천루인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어떻게 저렇게 무너져 내릴 수 있으며 같은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의 그 유명한 5각형(펜타곤) 국방부 건물이 어떻게 저리도 무방비로 당할 수가 있는 것인가. 우선 여우와 늑대의 중간형 주구(走狗)인 '자칼(jackal)'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를로스를 비롯해 아부 니달, 모하메드 아바스, 아메드 지브릴, 오사마 빈 라덴 등 악랄한 국제 테러의 대부들 부터 떠오른다. 모두가 회교, 팔레스타인 과격파 테러리스트다. 다음엔 2차대전 말기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식으로 돌진한 이번 테러분자의 발악적인 목청의 환청(幻聽)이다. “자다가 부시시(부스스) 일어난 조지 부시야! 뭐 미국의 NMD(국가미사일 방어) 체제가 어떻고 어쩐다구? 어디 한 번 뜨거운 맛 좀 봐라! FBI, 뭐? 웃기지 마! 델타 특공대, 뭐? 까불지 마!” 그리고 세계인 또는 외계인(?)의 감상은 무엇일까. △NMD가 무색한, 형편없이 뚫리고 찢어져 너덜거리는 대공(對空) 방위망 △무신경, 무방비, 무인지경, 속수무책, 골 키퍼 없는 골문 △종이 호랑이, 고무 표범, 수수깡 사자, 박제(剝製)된 맹수, 배터리 나간 로봇 △세계 최약국과 같은 면모… 이런 게 아닐까. 아무튼 지구촌 대표국이며 지도·경찰국가인 미국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저들의 위상은 수세미처럼, 은박지처럼 처참하게 구겨졌다. 남북전쟁 이래 최대의 비극이라는 이번 테러의 정확한 사상자 명단과 범인의 정체, 그리고 미국의 보복과 중동 정책, 그런 문제보다도 추후의 장기적인 파장이 너무나 두렵다. 3차 대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30년대 세계 경제 패닉(恐慌)의 재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