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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들이 누군데… 지면기사
“인종차별 척결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할 것이다.”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남아공 더반에서 열렸던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가 막을 내렸다. 당초 일정보다 하루를 더 연장하면서까지 설전을 벌인끝에 최종 선언문도 채택했다. 그리고 이 선언문은 ‘노예거래가 중대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덕적 책무’가 있음을 확인한데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참가국 대표들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평가와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는 대원칙을 확인하고, 국제사회가 각각의 사법체계 안에서 인종차별주의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 대목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한다. 역시 난산 끝에 나온 보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노예제를 운영했던 미국이 철수하고, 식민지를 경영하던 유럽권과 아프리카 대표들 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음에도, 이정도나마 명문화됐다는 것이 분명 큰 성과이긴 하다. 일단은 이 것만으로도 노예거래의 재발 방지 및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확고한 의지가 천명된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특히 인종차별주의에 맞서기 위한 세부 실천사항까지 담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양심적 실천을 강조한 내용은 가위 ‘역사적인 일’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하겠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만 늘어놓았다는 혹평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정작 중요한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채 대신 ‘범죄규정’이라는 식의 겉치레 수사(修辭)로만 그득 메워졌다는 것이다. 충분히 제기됨직한 지적이긴 하다. 수세기 동안 백인들에 의한 노예매매 인종차별 식민지 지배에 시달려온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유색인들로선 결코 이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한편으론 유색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미국 및 유럽인들, 다시 말해 백인들의 뿌리깊은 우월의식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수백년 맛들였던 노예무역과 식민지 지배의 추억을 그들이 결코 하루 아침에 떨쳐버릴 리는 없었을텐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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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쌀시대 지면기사
'제일 미인'(아키타코마치), '처녀'(쓰가루오토메), '한눈에 반함'(히토메보레)…. 에로 비디오물이나 영화제목 같기도 한 이들 명칭이 1990년 전후해서 일본시장에 나온 인기있는 쌀의 브랜드 라면 쉽게 알아들을수 있을까. 미국의 쌀 개방 압력도 있었지만 일본 농민들은 밥맛 좋은 쌀을 개발, 선전하기 위해 이러한 브랜드개발과 함께 포장지에 무농약 유기농법 재배표시 생산자의 사진까지 인쇄해서 판매했다. 과연 일본인 다운 발상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다케(佐竹)제작소를 비롯 5개 회사는 각 품종의 쌀 밥맛의 정도를 알아내는 이른바 밥맛측정계(食味計)까지 개발했다. 당시 시가로 680만엔에서 2천600만엔에 팔렸다. 도대체 기계가 어떻게 밥맛을 수치로 계산해서 나타내느냐고 하겠지만 일본인들은 쌀을 가루로 만들어 적외선을 쏘이고 수분 단백질 아밀로오스 지방산도등을 분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각종의 밥맛값 수치를 계산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곡물검정 협회에는 전국의 200여 품종이나 되는 쌀밥의 맛을 관능시험해서 데이터를 발표하는 밥맛 감정 전문위원이 20여명이나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뢰로 매일 두 종류의 쌀밥을 지어 기준쌀과 비교해서 밥맛을 5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 직업이다. 별난직업도 다 있다 하겠지만 미질(米質)을 높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정부는 최근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쌀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쌀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생산량은 늘어나는데다 값싼 양질의 외국산이 들어올것에 대비한 정책 전환이다. 이러한 가운데 농민들도 '초록매실쌀' '인삼쌀' '버섯쌀' '홍화쌀'등 기능성 쌀을 개발해서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주 이천 김포등 경기도산 쌀의 품질에 관한 명성은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제일의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농민들과 도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할 때다. 이와함께 기능성 쌀에 대한 국세청의 부가세 부과 방침도 재고 돼야 한다. 쌀은 주식이고 그래서 안보 차원에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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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색 지면기사
아무 하늘색이나 '하늘색'은 아니다. 황사 낀 봄 하늘색이나 먹구름 뒤덮인 여름 하늘색도 아니고 칙칙한 회색의 겨울 하늘색도 '하늘색'은 아니다. '하늘색=가을 하늘색'이다. 코발트색, 회회청(回回靑) 청자빛 하늘색이 '하늘색'이다. 그런 가을 하늘색이 '하늘색'의 대표색이다. 모파상은 소설 '여자의 일생'에서 가을 하늘을 '수정과 같다'고 했고 독일의 소설가 G 하우프트만은 '거대한 수정 접시 같다'고 묘사했다. 황순원(黃順元)은 '고양이 눈알'에 비유했는가 하면 이효석(李孝石)은 또 '물고기 등같이 파랗다'고 썼다. 작가가 아닌 눈엔 또 어떻게 비쳐들까. 도예가의 눈엔 청자 색깔 그것일 것이고 성악가의 눈엔 '소프라노 색깔'로 드높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야훼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색깔'이라고 할 사람은 성서 연구가쯤 될 것이고 철학자라면 또 '하늘색이란 어디까지나 하늘색'일 뿐이라며 퉁명스레 말할지도 모른다. 천의무봉(天衣無縫), 하늘의 직녀가 짜는 옷은 솔기가 없다고 했던가. 그 솔기 없고 실밥 하나 튀지 않은 새파란 천의(天衣)야말로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드높기만 한 우리의 가을 하늘일 것이다. 시골 철길 둑과 마을 언덕마다 늘어선 코스모스와 싸리꽃이 밑그림인 우리의 가을 하늘이라니! 도대체 누가누가 거품 타월로 싹싹 문질러 닦아 놓은 파란 수정 접시란 말인가. 너무 새파랗다못해 차라리 무섭다. 쳐다보는 얼굴이 비칠 듯한 거울 같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저 하늘 어딘가의 '하늘 나라'와 그곳 대통령이 보일 것도 같기 때문이고 인도 신화에 나오는 그 선악을 감시하는 구생신(俱生神)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저 가을 하늘이야말로 한 점 부끄럼까지도 비쳐지는 마음의 거울이 아닌가. 그런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베푸신 보석 같은 우리의 가을 하늘을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든다니 얼마나 답답한 비극이란 말인가. 물론 대기 오염 탓이고 자동차 배기 가스 등으로 인한 스모그 탓이다. 우리의 가을 하늘색을 되찾을 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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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분노 지면기사
성적이 좋은 학생은 대체로 시험이 없는 평소때부터 꾸준히 공부를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일수록 시험전일 벼락치기 공부를 하느라 뒤늦게 허둥댄다. 이러한 학생이 성적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커닝까지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이랬나 보다. 정부 과천 청사 6급 이하의 공무원 직장 협의회가 급기야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국감때 마다 같은 정당내에 있는 여러의원들이 똑같은 자료, 비슷한 질문을 이중 삼중으로 하니 그때마다 자료 준비를 해야 하는 말단 공무원들은 항의도 못하고 죽을 맛이다. 국감을 앞두고 공부못하는 학생처럼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이러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료준비에 매달리느라 행정이 마비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매년 그렇지만 국감이 끝나고 나면 일부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실력과 능력을 평가하는 한담이 오가는 것이 상례다. 이들 공무원들은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자로서 누구보다 소관업무에 정통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자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입장에 있기도 하다. 이들 공무원들이 한담에 그친 의원평가를 구체화시켜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엔 자기가 속한 상임위관련 부처의 업무내용을 제대로 파악못하고 있다가 국감때가 돼서야 부랴부랴 자료를 내라고 성화를 부리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핵심에서 벗어난 엉뚱한 질문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시급한 행정처리는 뒷전으로 미루어지고 답변준비를 해야 하는 말단공무원들은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다. 국감이 행정의 비능률을 부르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 것이다. 협의회 소속의 한 공무원은 의원들의 정책질의 내용을 모니터링해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의정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어쩌다 공무원들의 감시를 받기에 이르렀을까. 정치·행정개혁은 의원들의 의식변화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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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지면기사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벼는 기원전 7000~5000년대에 인도에서 재배하기 시작했고, 중국에선 기원전 5000년경에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는 그보다 훨씬 뒤인 기원전 2000년경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처럼 한국도 쌀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가 됐으며, 또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 되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배를 채우기에 쌀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은 극히 일부에 한정됐었다. 쌀밥은 커녕 보리 콩 조 등 온갖 잡곡을 섞은 밥으로도 끼니를 때우기 어려웠던 게 대부분 민초들의 삶이었다. 풀뿌리 나무열매에 귀리가루 메밀가루 등을 물에 푼 멀건 죽으로 연명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일년 중 모든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익지 않은 늦봄 무렵엔 여기 저기 아사자(餓死者)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래서 이 시기를 춘궁기(春窮期) 또는 보릿고개라 부르며 두려워하기도 했다. 보릿고개가 사라진 것은 지난 70년대 초 통일벼 대량재배로 쌀 수확량이 크게 늘면서부터이다. 그후 국민들이 어느 정도 허기를 면하게 되자 “통일벼는 맛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게끔 됐고, 우리를 기아(飢餓)에서 해방시켜준 통일벼는 지난 84년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곧 이어 한국의 음식문화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입맛을 공략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젊은이들 사이에선 거의 주식으로 자리잡아갈 정도까지 왔다. 당연히 쌀 소비량이 크게 줄었고 여기에 연속 풍년까지 겹치다 보니 갈수록 늘어나는 쌀 재고가 되레 골칫거리로 되고 있다. 쌀 재고가 넘쳐 쌀값이 폭락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 살림이 또 큰 걱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엔 재정을 잔뜩 풀어 수매량을 대폭 늘리지만, 내년부터는 쌀 증산정책을 포기한다고까지 한다. 쌀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을 감안할 때 분명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긴 한데, 그 두렵던 보릿고개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기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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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배역 지면기사
부부 등 가족만 하더라도 요즘 말로 '환상적인 커플' '드림 배역'이 되기는 어렵다. '夫夫婦婦子子女女'라고 할까, 지아비는 지아비답고 아내는 아내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구실과 배역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배역도, TV 드라마의 배역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저 자리에 잘 어울리는데 저 배역의 저 사람은 영 글렀다는 평을 듣기가 십상이다. 한 나라의 요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논어' 말씀처럼 자고(自古)로, 동서를 막론하고 임금다운 임금과 신하다운 신하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적재적소'지만 적재(適材)의 적소(適所), 적재의 적격(適格), 적재의 적역(敵役)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이며 '환상적인 드림 배역'이 썩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배역을 뜻하는 영어 cast 탓은 아닐까. 내던져버리다, 돌팔매질하다는 뜻처럼 아무렇게나 내던지듯 쉽게 정해지는 듯한 배역 탓은 아닐까. 인재란 어느 시대나 넘치게 마련이다. 다만 누가 누구를 알아보고, 누가 누구를 추천해 제대로 쓰느냐에 달렸다. '볼테르보다도, 보나파르트보다도, 그 어느 집정관(執政官)보다도 재기있고 뛰어난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는 말은 19세기 프랑스의 대정치가 탈레랑의 명언이다. 프랑스 최고의 사상가 볼테르와 최대의 영웅 나폴레옹보다도 위대한 인물은 얼마든지 묻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운장의 적토마, 항우의 오추마, 이성계의 팔준마와 같은 명마(名馬)와 준마(駿馬)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런 말을 한 눈에 알아보는 백락(伯樂)이나 박로(博勞)는 드물다는 뜻이고 백락일고(伯樂一顧)에 의해 세상에 끌려나오는 명마, 준마도 범상한 눈으로는 그 말을 타보고 부려보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DJ 정부의 주연급 배역이 크게 바뀐다. 과연 '워스트 캐스팅'이 아닌 '드림 배역'은 이뤄질 것인가. 그런데 코끼리처럼 커 보이던 인물도 일단 큰 자리에만 올라가면 코알라처럼 작아 보이기가 일쑤인 까닭은 무엇일까. 이른바 균등질(均等質) 사회, 평균지향 사회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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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뒷모습 지면기사
“노병은 조용히 사라지는 겁니다.” 지난 해 3월 수십년 몸담아온 정계를 떠나면서 남긴 무라야마 도미이치(77·사민당) 전 일본총리의 변이다. 그때 그의 정계은퇴는 세간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칼같은 결단력과 폭넓은 융화력으로 깊은 존경을 받아온 정치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는 지난 96년 중의원 선거 때 “차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던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은퇴를 말리는 숱한 이들에게 “더 이상 결단을 미룰 경우 늑대같은 노인으로 불릴 것이다”라면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사람은 돌아서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더니 이 노정객이야말로 떠날 때를 아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으로 기억됐다. 최근 네덜란드의 빔 콕(62)총리도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주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내년 5월 총선이 끝나면 노동당 총재직을 후진인 아트 멜케르트(45) 원내총무에게 넘기고 정계를 떠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7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네덜란드에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안겨주었고, 노동당의 정치기반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총리로 불렸고 인기 또한 높아 그만큼 아쉬움을 남겨주는 정치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한번 더 총리후보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나 당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역시 무라야마 못지않게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으로 오래오래 기억될듯 싶다. 그같은 정치인들은 이들 말고도 또 있다. 지난 99년 “60세를 넘어서까지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정계를 떠난 영국 자유민주당의 패디 애슈다운(60) 전 총재, 2003년 1월 은퇴하겠다고 밝힌 미국 공화당의 제시 헬름스(79) 상원의원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그들 외에도 찾아보면 곳곳에 상당수 더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그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으로 과연 누가 있었던가. “남들은 다 떠나도 나만은 안된다”는 이들이 적지않은 게 우리네 정치풍토라서일까, 좀처럼 쉽게 떠오르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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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독신 지면기사
'결혼 하는게 좋은가 안하는게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느편이나 후회할 것이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고 말한 사람은 소크라테스다. 2천 200여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키에르케골도 '결혼해 보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있어 보라 역시 후회 할것이다'고 소크라테스에 동의했다. 최근 일부 신문과 TV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결혼을 안하는 독신남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30~39세의 독신자 비율이 90년에 9.6%이던 것이 10년만인 지난해에는 12%로 급증한 것으로 예측됐다는 것이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할 것이라면 차라리 안하고 편히 살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적당한 상대를 못 만났다는 것이 가장 많은 이유다. 일본에서는 90년 이후를 젊은이들의 3고(高)시대라고 말한다. 좋은 신랑감으로는 학력이 높고 수입이 많고 키가 큰 3고의 남자가 인기가 높다. 또 여성들 자신으로서는 이에 맞게 고학력에 고수입, 고 프라이드의 3고녀(高女)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은 학력도 국내의 일류대학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의 일류대학 간판이 있어야 하고 외국인 회사에서 외국어를 구사하면서 일을 하고 높은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결혼은 해야겠는데 배우자가 문제다. 자신의 3고에 엄격한 여성일수록 남성에 대한 요구수준도 높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반대로 남성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회가 전문화 하는데다 80년대 중반 여성고용 기회 균등법 제정이후 여성의 전문직 종사자와 사회진출이 늘어나 경제적 자립여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당시 경제적 호황기였던데 비해 우리는 장기 경기 침체라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6·25전시를 제외하고는 호황기에 조혼, 불황기에 만혼현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경기침체도 독신자 증가의 주요원인이란 사실은 부인할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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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강간죄 지면기사
동물의 세계엔 강간이 없다. 소, 말, 돼지 등 가축이나 사자, 호랑이 등 네 발 짐승의 예만 들더라도 그렇다. 왜 그런가. 짐승의 경우 암컷이 네 발로 땅바닥을 버티고 선 자세 위에 수컷이 업히는 듯한 이른바 '후위 성교(rear intercourse)'로 교미가 이뤄진다. 따라서 그런 후위(後位) 흘레(교미)란 암컷의 거부 없는 순응과 정확한 체위 각도의 이바지에 따른 동적(動的) 조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고 암컷의 의지 여하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조류, 곤충 등 오직 생식만을 위한 기타 동물의 교미도 마찬가지다. 물고기 역시 일정한 위치에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정액을 쏟음으로써 생식 행위는 끝난다. 동물의 세계엔 강간 아닌 '강간 미수(attempted rape)'만이 있을 뿐이다. 지렁이나 달팽이 등 수컷과 암컷 기능을 한 몸에 지닌 자웅동체(雌雄同體) 동물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만약 두 발의 직립(直立) 보행과 남녀가 얼굴을 마주보는 '정면 성교(Face-to-face intercourse)'로 진화하지 않은 채 원시 유인원(類人猿)식 후위 성교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어떨까. 역시 강간 아닌 '강간 미수'만이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동물의 세계에도 강제 교미가 성행한다면 생태계 조화와 음양의 질서는 엉망으로 깨져버릴 것이다. '수남'이 아닌 '암수'를 뜻하는 '음양(陰陽)'이라는 말에 '음'자가 앞에 붙는 까닭은 무엇인가. '자웅(雌雄)'과 '빈모(牝牡)'에도 '암컷 자(雌)'자와 '암컷 빈(牝)'자가 앞에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이 크고 힘이 센 지상의 모든 수컷이 암컷을 고이 떠받들고 보호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부부 강간'이란 짐승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말이다. 그런데도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이 70년대 여성운동으로 일찌감치 그 죄를 설정한 까닭은 무엇이며 독일 또한 97년 부랴부랴 뒤따른 까닭은 무엇인가. 부부의 강간도 강간은 강간이고 부부의 의사는 동시에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성들이 그 죄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당연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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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貨의 도전 지면기사
달러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영국 중남미 동남아 국가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직접 달러부족으로 국가 파산위기를 맞았고 온국민이 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터라 더욱 그렇다.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1989년 4월 17일자 타임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이슬람교인의 수는 이미 프랑스에서 200만, 독일 170만, 미국에서 3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영국의 이슬람교인은 이미 성공회교인의 숫자를 능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슬람교의 엄청난 오일 달러 덕분이다.' 이러한 달러에 대해 EU(유럽연합) 유로화(貨)의 도전 준비가 착착 진행중이다. 내년 1월부터 15개 EU회원국 가운데 12국에서 유로화가 전면 사용됨에 따라 지난 30일 유로화 실물이 공개된데 이어 1일부터 극도의 보안속에 각회원국 은행들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유럽각국의 화폐가 단일통화로 통일돼 완전한 시장 단일화와 경제통합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EU는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단일 통화권이 된다. 현재 EU의 교역량이 미국 일본을 합친 30%보다 많은 40%를 차지하고 있고 전세계 통화의 약 40%가 EU지역안에서 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로화가 달러를 누르고 세계 제1위의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의 통화 통합은 곧 '하나의 유럽'이란 정치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만 미국식 유럽 합중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국가연합 형태가 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U의 전신인 EC(유럽 공동체)가 경제 정치 통합을 위해 마스트리트조약(1993년)을 추진한다는 발표가 있을때인 1990년 까지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회의를 가졌다. 90년당시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 이사장인 미야자키이사무(宮崎勇)같은 사람은 “그것이 가능할는지 의문이고 EC의 공동통화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토론회에서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경제적 정치적 유럽 통일이 현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국내문제에서 조차 자기 색깔내기에만 열중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