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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폭력 전쟁 지면기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테러보복 전쟁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번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은 10년 9개월전 걸프전쟁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전쟁의 정당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국제적인 질서유지활동의 하나로 미국이 세계경찰국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보복대상국에 대해 미국이 철저히 고립주의를 취하고 있다는 것도 아라크에 대해 무력제재를 한 걸프전과 유사하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걸프전 때처럼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동원될 것이란 점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나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도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서 전쟁이나 폭력을 행사해주는 것을 전제로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은 소설가 조지 오웰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91년의 걸프전을 앞두고 70%의 석유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식자간에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론자들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들먹이며 전쟁은 폭력이고 폭력이 나쁜 것처럼 전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화 안전보장 연구소 회장인 이노키 마사미치(猪木 正道)같은 사람은 “악질적인 폭력과 이를 억지하고 제압하기 위한 폭력은 구별돼야 한다”며 미국의 걸프전 수행을 적극 지지했다.걸프전 당시 전쟁은 미국이 수행하고 이익은 일본이 챙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일본까지도 이번에는 과거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에 자위대파견을 검토하는 등 적극지지에 나섰다. 미국은 또 아프간을 다른 중동국가로부터, 아프간 지도자들을 민중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등 철저한 고립주의를 펴고 있다.전쟁의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악질적인 폭력(테러)세력을 비호하며 국민들에게 지하드(聖戰)를 독려하는 아프간지도자를 보며 1945년 4월 30일 자살한 2차 세계대전의 주범 히틀러가 남긴 마지막말이 생각난다. “이 전쟁은 진 것이다. 이 전쟁에 패함으로써 독일민족은 살아남을 자격을 상실했다.” 아프간 지도자들은 지금 히틀러처럼 국민들의 생명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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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영화 - 오동환 논설위원 지면기사
영어 berserker와 thug는 폭력단체 이름에서 유래했다. 옛날 해적 시절의 노르웨이 폭력배, 폭한(暴漢)이 '버서크(Berserk)'였고 영국 식민지 시절의 인도 폭력배, 흉한(兇漢), 자객이 '서그(Thug)'였다. 폭력조직, 조직폭력의 대명사 마피아(Mafia)의 정식 명칭은 'La Cosa Nostra'로 '아름다움' '자랑'을 뜻한다. '4인방(四人幇)'이니 '5인방' 또는 '살인방조죄'니 뭐니 할 때의 '幇'자도 '도울 방'자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조폭 이름에 잘 붙는다. 폭력배가 돕기는 뭘 돕는다는 것인지 중국 상하이의 악명 높은 조폭도 그 이름 가상한 '청홍방(靑紅幇)'이었고 대만의 야쿠자, 즉 흑사회(黑社會)의 대표적인 '폭조'도 그 이름만은 멋있고 거창한 '죽련방(竹聯幇)' '사해방(四海幇)'이다. 미국의 '화청방(華靑幇)'도 그럴 듯한 이름이다.그런데 일본의 '야쿠자'만은 뜻이 불미스럽다. 八九三, 즉 도박의 가장 낮은 끗발(망통)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말 '요타로'도 바보, 얼간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조폭, 폭조라고 하면 알 카포네를 비롯한 17개파 1만6천명의 이탈리아 마피아나 야마구치구미(山口組)를 위시한 5천개 조직의 일본 야쿠자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런 조폭이 없는 나라는 없다. 러시아 마피아만도 5천600개 조직이고 홍콩의 조폭도 '트라이어드(三合會)'등 수도 없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마피아와 야쿠자, 대만의 죽련방을 수입한 '뱀부 갱'등 '밤의 제국'이 미국이다.영국 정계의 '케임브리지 마피아'나 이탈리아 마피아가 갈취하는 연 30조리라(약17조7천억원), 러시아 GNP의 30% 등을 들지 않더라도 조폭의 정·재계 커넥션과 영향력은 엄청나다. 1만7천명의 전세계 조폭 간부가 조문한 사해방 두목 천융허(陳永和)의 96년 2월11일 3㎞ 장례 행렬은 국장(國葬)보다도 큰 규모였다. '친구' '조폭 마누라' 등 조폭 영화가 요즘 말로 대박을 터뜨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 사회적인 풍토의 반영인가 아니면 단순한 흥미와 여흥 그런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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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양심 지면기사
6·25전쟁을 겪은 세대 가운데 C-레이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성 싶다. C-레이션은 미군들의 1일 비상식량으로 한국전쟁을 통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이 C-레이션 박스안에는 버터 치즈 외에도 깡통안에 햄 소시지 칠면조고기 비스킷 초콜릿과 커피 설탕 프림 건포도에 심지어는 화장지까지 무려 24가지정도의 필수용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C-레이션 말고도 미국의 육류음식 문화를 한국에 뿌리내리게 한 것은 6·25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 소시지등 각종 육가공품들이다.그러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육가공품을 한국적 음식으로 정착시킨 것은 당시 미군이 가장 많이 상주했던 도내 의정부 음식점들이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한다해서 '부대찌개'로 이름 붙여진 이 음식은 말하자면 최초의 한미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우리 입맛에 맞도록 각종 채소와 마늘 고춧가루등 양념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부대찌개는 술안주로도 그만이고 밥을 곁들여 식사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금은 햄 소시지등 관련 식품업체들이 상품판매전략으로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할 정도로 발전해 전국적인 대중음식의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최근 도내 파주일대의 일부 음식점에서 미군들이 먹다 남긴 쇠고기 소시지등 육류 쓰레기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아 오던 음식점주인과 이를 공급해온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대찌개 애호가들의 입맛이 싹 달아날 일이다. 이때문에 부대찌개 원조인 의정부의 음식점에 손님이 딱 끊겨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한다.'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쓴 마빈 헤리스가 이 책에서 '점점 더 팔기 좋은 것이 먹기 좋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식생활은 어느때보다 일방적인 형태의 비용, 즉 이익계산에 의해 구속돼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부대찌개를 두고 한 말인 것 처럼 들린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팔기 좋다고 해서, 또 이익이 난다고 해서 쓰레기까지 음식으로 둔갑시켜 손님들에게 내 놓는 것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월드컵 축구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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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박건영 논설위원 지면기사
강원도 영월군 정선군 평창군 일대를 흐르는 동강. 흔히 동강이라 하면 한국에 남아 있는 ‘마지막 천혜의 비경’ ‘생태계의 보고’라고들 한다. 하기야 깎아지른 높은 산들을 휘감아 돌며 끝없이 이어지는 협곡에, 울창한 수림을 뚫고 불거진 기암 괴석이 강줄기를 내려다 보고, 백로 왜가리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그 곳에서 어느 한 곳 비경 아닌 곳이 있으랴 싶기는 하다. 게다가 동강 일대엔 수달 까막딱따구리 등을 비롯, 토종 어종인 쉬리와 어름치 금강모치 등 일일이 이름을 대기조차 숨이 찰 만큼 숱한 희귀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잎꿩의다리 층층둥굴레 흰꽃절굿대 백부자 등 희귀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총연장 1.2㎞에 달하는 백룡동굴을 포함해서 연포동굴 능암덕산동굴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석회동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고, 고성리바위그늘유적 덕천리소골유적 고성리고인돌 등 선사 유적지도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이런 동강에 정부에선 용수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댐을 건설하려 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을 비롯하여 시민단체 등이 나서 거세게 반대했고, ‘동강 살리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 마침내 댐 건설 백지화를 끌어냈다. 그런데 그토록 살리자고 했던 동강이 신음하고 있다. 영월다목적댐 건설계획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늘기 시작한 동강 탐방객이 댐 건설 백지화 이후 급증,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생태탐사 환경탐사란 미명하에 이뤄지는 일부 래프팅(급류타기)업체들의 몰지각한 상술과 무분별한 야영객 낚시꾼 등의 발길로 생태계의 보고 동강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쓰레기와 오물로 강물은 하루가 다르게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지난 8월엔 물고기들이 떼죽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여기에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길을 닦는다며 곳곳의 산비탈까지 마구 파헤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자고 그토록 줄기차게 댐 건설을 막아왔던 것일까.때마침 이달중 동강을 자연휴식지로 지정토록 지시한다니 다행이다 싶기는 한데, 과연 사람들이 동강을 그냥 쉬게 놔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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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노이로제 지면기사
'태양'이라고 하면 언뜻 '뜨겁다' '여름' 등을 떠올리는 연상 작용과는 딴판으로 엉뚱같은 '책상'이나 '가방' 등을 연상하는 '연상의 분열증'을 정신의학 용어로 '정신분열증'이라 한다. 그런데 일본의 정신신경학회가 문제의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고치기로 결정해 내년 8월 요코하마(橫浜)에서 열리는 제 12회 세계정신의학회에 정식으로 병명 개정을 제안키로 했다. '정신분열증' 대신 라틴어 그대로 스키소프레니아(schizophrenia)로 부르든지, 질병의 개념과 진단 체계를 확립한 독일의 정신의학자 크레펠린의 이름을 딴 '크레펠린 브로일라' 또는 '종합실조증(綜合失調症)' 중 하나로 바꾼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 분열(精神分裂)'이라는 말이 정신이 산산이 깨지거나 쪼개지는(Splitting) 듯한 뜻을 풍기는 데다가 인격까지도 그렇게 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전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존재'로 인격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의미 마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한데 집단적인 정신 질환은 더욱 무섭다. 80년대 아르헨티나 국민은 4분의 1인 800만이 군사독재정권의 공포에 심한 정신장애 증상을 보였다. 끝없는 내전으로 인한 유고 국민의 정신질환도 심각하다. 보스니아의 크로아티아계 전원이 진땀과 떨림, 가슴 통증, 숨막힘, 구토 등 심한 공황(恐慌) 장애에다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여성은 더욱 심하다. 크로아티아계 여성들을 '인간 인큐베이터'로 삼아 '세르비아계 씨를 왕창 뿌리겠다'는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윤간 공포 때문이고 임신과 낙태 금지 공황 때문이다.요즘 뉴욕 시민들의 '고층 빌딩 불안증' 등 '급성 히스테리 장애'도 그럴 만하다. 경찰 차 사이렌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고 멀쩡한 건물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신경증에다가 심한 불면증, 테러의 목표가 될 만한 장소 피해 다니기 등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테러 노이로제 끝에 뉴욕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간다. 빈 라덴의 동생 등 친족 24명만이 역테러 공포증으로 사우디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오동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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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계절 지면기사
그곳에는 가난이 있었고 푸근한 인정이 있었다. 어눌하면서도 투박한 사투리, 그러나 서로를 아껴주는 이해심이 담겨있다. 기찻길, 맑은 물소리, 산속의 새소리가 들리고 멀리 지평선등 추억속에 아름답게 각인돼 있는곳. 고향 ―. 귀향의 계절 중추가절(仲秋佳節)이다. 내일부터 10월3일(개천절)까지 4일 연휴이다. 오늘이 토요일 이어서 토요 휴무인 사람은 무려 5일간의 황금연휴다. 이미 어젯밤 부터 전국의 고속도로는 추석(10월 1일)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커가 말했듯이 귀향이란 삶의 근원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 도회생활에서 힘겹고 고통스러울수록 귀향행렬은 그래서 더 길어지는가 보다. 그곳에는 가족의 따뜻함과 이웃의 훈훈한 인정,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정지용은 시 '향수'에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중략)…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라고 자신의 고향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향도 시대변화와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는 '고향'이란 시에서는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중략)…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니 나고 /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며 그리던 것과는 달라진 고향의 모습을 노래했다. 일제에 강점당한 고향과 현실속의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서 그에게 고향은 더 이상 꿈속에 그리던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다. 30년만에 고향을 찾은 한 재독(在獨)교포가 최근 한달동안 전국을 여행하고 난 후 한 말이 생각난다. “한눈에 봐서 도농간, 빈부간 격차가 너무 컸어요. 이렇게 심각할줄은 몰랐습니다.” 이땅에 몸담고 사는 우리들은 앞만 보고 살아오다, 또는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더 악화된 고향의 현실이나 이웃의 모습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니었는지. 모처럼의 황금연휴를 가족과 함께 관광에 나서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나 고향친척이나 불우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의 정이 더 필요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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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과 법 지면기사
반세기 전인 1952년, 한때 미군병사로까지 근무했던 한 남성이 하루 아침에 금발 미녀로 바뀌어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틴 조겐센이란 이름의 그녀는 원래 조지 조겐센이라 불리며 뉴욕에 살던 20대 남성이었다. 그는 1950년 코펜하겐으로 가 2년 동안 다섯차례의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 사실을 거리낌없이 언론에 공개해 세계 최초의 성전환으로 공인받았다.서양 의학계에선 이미 1920년대에 성전환 수술을 시작했다. 단지 환자의 비밀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조겐센은 과감하게 자신의 성전환을 공개함으로써 성에 대한 인식에 대전환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자신의 성징(性徵)에 이상을 느끼고 남몰래 고민하던 숱한 이들이 홀가분한 심정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한국의 ‘조겐센’하면 단연 하리수씨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 역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떳떳이 이 사실을 밝힘으로써 되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전환 수술 역사는 그리 짧지 않지만, 하리수씨처럼 공개적으로 사실을 밝힌 이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그녀는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모델에서 가수 MC로까지 데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지금껏 숨어서 고민하던 숱한 성전환자들도 큰 용기를 얻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엔 법적인 문제 등을 포함, 성전환자들이 넘어야할 벽이 여간 높지 않은 모양이다. 오죽하면 얼마 전엔 국회의원까지 나서 “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에 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성전환자들은 주민등록번호 숫자 하나 때문에 직업의 자유를 위협받고, 혼인의 자유와 가족구성 권리를 상실당하고 있으며, 성폭행을 당해도 강간죄로 고소할 수 없는 처지다.”아닌 게 아니라 하리수씨 같은 이들이 징병검사라도 받게 된다면 어찌될는지 꽤나 궁금하다. 스웨덴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선 판례나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성’을 인정해주고 있다고도 하던데….- 박건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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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 오동환 논설위원 지면기사
중국 상대(上代)의 선녀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불로장수했다는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에게는 장수'했다'는 과거형 시제가 적합치 않다. '삼천갑자'라면 3천×60=18만의 18만살이나 되는데 중국 역사라고 해야 1만년도 안되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까마득히 '살아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대춘(大椿)도 1만년을 살았다고 해서 '대춘지수(大椿之壽)'라는 말이 생겼다. 기독교 성경의 아담도 130세에 아들을 얻고 930세까지 살았다고 했다. 같은 '창세기'에 나오는 셋(Seth)의 향년도 912세였고 그의 후손인 에노스가 905세, 게난이 910세, 야렛이 962세, 므두셀라가 969세나 살았다. 우리 단군 할아버지는 어떤가. 북한 '력사사전'을 보면 단군의 통치 기간은 1천500년이나 되고 아담의 2배인 장장 1천908년이나 살았다고 적고 있다.그러나 속세 인간의 수명은 그렇지 못했다. 구석기시대 중국 원인(猿人)의 평균수명은 13∼14세에 불과했고 진(秦)∼한(漢)까지만 해도 평균수명이 20세를 넘지 못했다. 그러길래 자고로 60년만 살아도 장수 잔치를 벌였고 70을 살기란 고래로 드물다고 했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관동별곡'에서 '백발도 하도할샤'라고 해서 백발을 읊었을 때도 그의 나이 45세에 불과했고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가 '선상탄(船上嘆)'에서 '늙고 병든 몸'을 읊었을 때도 그의 나이 45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 16∼17세기는 물론, 지난 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100살을 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최장수국인 일본은 지난 9월초 현재 100살 넘은 노인이 1만5천475명이나 된다. 65세 이상이 15%를 넘는 '고령 사회'가 된 지 오래다.우리 나라도 지난 해 이미 65세 이상이 7.3%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수도 좋지만 어떻게 보람있고 생산적이며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가가 할 일은 바로 그 점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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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신동(?) 지면기사
웬만한 사람치고 부자(富者) 되기를 마다할 이는 드물다. 마다하긴 커녕 될수록 많은 돈을 모아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게 대부분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다. 심지어 돈만 벌 수 있다면 남의 몫을 가로채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황금 손’이야기가 그토록 오래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이리라.잘 알려진 바처럼 미다스는 ‘손에 닿는 것은 모조리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부탁했고, 신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미다스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대면 금세 딱딱한 황금으로 변해 먹을 수 없었고, 물을 마시려 해도 곧 굳어져 마실 수가 없었다. 견디다 못한 미다스는 다시 신에게 매달려 이 엄청난 재앙에서 구해줄 것을 애걸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난 해 한 대학생이 소액 주식투자로 일약 거부가 됐을 때, 많은 이들은 ‘미다스의 황금 손’을 떠올리며 무척 부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500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지 2년여만에 종자돈을 자그마치 30억원으로 불렸던 것이다. 그것도 주식입문서 등을 보며 독학으로 자신만의 투자비법을 가다듬은 결과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렸다고 했다. 사람들은 놀라움과 부러움 속에 그를 주식신동이라 불렀고, 어느 회사에선 그를 특별사원으로 채용한다고까지 했었다.바로 그 대학생이 주가조작 사범으로 구속됐다. 수시로 허위 매수주문을 내는 데이트레이딩(단타매매)을 통해 불과 4~5개월 사이 3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다. 다시 말해 PC방 등지에서 정상가격으로 주식을 산 뒤 대량으로 매수주문을 내 활황세를 타는 것처럼 꾸민 다음, 비싼 값에 자신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주문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역시 ‘미다스의 황금 손’은 신화일 따름이었나 보다. 미다스는 남을 속이거나 등친 것이 아니었는데도 신의 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숱한 이들을 속여 해를 끼친 주식신동(?)에겐 무엇이 기다릴까.-박건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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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오류 지면기사
백제 의자왕 즉위 20년이 되던 해인 서기 660년. 백제는 나당 연합군의 침공을 받는다. 백제국은 나당연합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대신들간에 국론이 분열된다. 1품 좌평(佐平)인 성충(成忠) 의직(義直) 흥수(興水)등은 먼 바닷길을 건너온 당나라 군사들을 피로가 풀리기 전에 먼저 치고 그 다음 신라군을 탄현(炭峴)에 오기전 공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건의했다. 반면 상영(常永)등 2품 달솔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당군을 백마강까지 끌어들여 더 지치게 한후 치기로 하고 먼저 신라군을 탄현의 골짜기에서 방어하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달솔들은 좌평 성충이나 흥수는 옥살이를 하거나 귀양간 것에 대해 임금을 원망하는 사람들이니 이들의 말은 믿을 것이 못된다며 의자왕을 설득했다. 당시 좌평은 5명, 달솔은 30명. 의자왕은 다수인 달솔들의 의견을 따라 전쟁에 임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지고 백제는 패망했다. 역사가들은 만일 의자왕이 소수인 좌평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계백같은 용맹한 장군 둘이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백제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리석은 다수의 당략적인 의견이 나라의 운명을 이처럼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최근 여당의 옷을 벗고 야당의 옷으로 바꿔 입은 자민련으로 인해 집권 민주당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국회가 열리면서 다수야당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연합해서 남북협력기금에 대해 국회동의 절차를 강화하는등 기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주요수단인 남북협력기금에 제한을 가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분명한 것은 햇볕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업적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국민 대부분도 이에 동의하고 있고 지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 법개정이 여야간 서로 내년 지자체장선거와 대선을 의식, 당략을 개입시킬 경우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