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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빨간 버스'와 '계란 흰자'

    [참성단] '빨간 버스'와 '계란 흰자' 지면기사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경기도는 50여년 전 이주민들이 일군 지역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을 번듯하게 개발하려 군사정권은 무허가 판자촌 사람들을 경기도에 집단 이주 시켰다. 지금 성남시의 모태가 된 광주대단지가 대표적이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년)',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년)'는 금만 그어진 땅에 내팽개쳐진 사람들의 비극을 그렸다.서울로 향했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람들 상당수는 경기도에서 멈추었다. 서울에 일자리는 있어도 잠자리는 없었다. 그 시절 서울 경계의 경기도 땅에 우후죽순 들어선 공단이 이들의 북상 한계선이었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1987년)'은 서울 경계선 부천시 원미동에 터전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그악스러우면서 애잔한 일상을 그렸다.지금의 경기도는 '난쏘공'과 '원미동 사람들' 시절의 경기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난쟁이 김불이의 식구들이 살았던 '낙원구 행복동'은 '천당 아래 분당'을 품은 대도시 성남으로 면모를 일신했고, 원미동 사람들도 이제는 이주 초기의 불안에서 벗어나 정착의 안정감을 찾았을 것이다. 수원 같은 도시는 한 세대를 지나는 동안 삼성이 초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족도시의 면모를 갖췄고,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1990년대 1기 신도시를 이어 판교, 광교, 동탄 등 2기 신도시가 들어서고, 이제 3기 신도시들이 도내 곳곳에 들어설 예정이다.하지만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과 주변으로 가르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강력하다. 경기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을 선망하고, 부동산 가격에 쫓겨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절망한다. 경기도민들의 서울 출퇴근 버스인 광역버스는 '빨간 버스'로 서울과 경기도를 분리하는 '기호'가 됐다. 최근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라는 대사가 경기도민의 가슴을 후벼 팠다. 마치 감춰왔던 자격지심을 들킨 듯한데, 엄연한 현실을 반영하니 씁쓸하다.'빨간 버스'와 '

  • [참성단] '유 퀴즈 온 더 블럭'

    [참성단] '유 퀴즈 온 더 블럭' 지면기사

    1992년 겨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미국 아이돌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공연을 했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나타난 멤버들을 보려 관중이 무대 쪽으로 몰렸다. 앞자리 관객들이 밀려 쓰러지고 밟히면서 참극이 발생했다. 50여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여고생 1명이 숨졌다.현장은 울거나 신음하는 관객에 TV 뉴스를 보고 달려온 가족, 경찰, 소방대원이 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표가 발매되는 등 과도한 상업주의에, 안이한 안전의식을 개탄하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이 그룹 이름을 모티브로 한 예능프로그램이다. 배경 음악으로 대표 히트곡 'Step by Step'이 자주 나온다. 2018년 방송 초기엔 유재석과 조세호가 공동 MC로, 길거리에서 시민을 캐스팅해 일상을 들어보고 문제를 맞추면 상금을 주는 포맷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스튜디오에 출연자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를 밑돌던 시청률이 3~5% 사이를 오가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프로에 나와 대선 이후의 근황과 지난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코앞에 두고 절친의 함을 지러 열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본 대목이 문제로 출제됐다고 한다. 막내 검사 시절, 점심 당번을 했는데 상관들 마음에 들었는지 후임이 왔어도 물려주지 못했다며 음식과 요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방송된 지 한 참이 지났는데 정치권과 누리꾼들 공방이 여전하다. 예능을 정치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에, 뭐가 잘못이냐는 반론이 맞선다. 문재인 대통령도 출연하고 싶었는데 거부됐다는 청와대 말에 전선이 확대됐다. 현 여권 인사는 '진행자가 정치인 출연을 원치 않았다고 하는데 당사자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쪽이 '해명은 제작진이 해야지 유재석이 할 건 아니다'라고 감쌌다.유재석은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방송인이다. 출연자 결정과 섭외는 PD나 CP 영역이다. 당선인이 출연한 배경은 사측이 밝힐 일이다. 제작진은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

  • [참성단] '검수완박' 대소동

    [참성단] '검수완박' 대소동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관련법 처리를 가열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과반의 국민 여론이 반대하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우려하는데도 오불관언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아무 생각 없이 합의했다 번복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민심은 분노하는데 민주당은 신났고, 국민의힘은 무능하다.검수완박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략적 손익은 두고두고 사후 정산하면 된다. 하지만 검수완박 세상에서 살아야 할 국민의 손익은 제도시행과 동시에 확정된다. 당장 계산해야 맞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의 회계 결과는 이견 없이 '검수완박=국민 손해'이다.손해사정의 근거로 다양한 사례들이 거론된다. 검수완박이 되면 검사는 경찰이 넘긴 사건에 대해 사실상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 피의자의 여죄를 발견해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동학대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 못하고, 송치된 사기범의 살인이 밝혀져도 수사도 기소도 불가능하다. 수사지휘권도 없어졌으니 검사가 담당 경찰에게 추가 수사를 읍소해야 한단다. 범죄현장의 검찰과 인권변호사들의 주장이다. 정의는 합법적으로 지체되거나 증발한 것이다.대법원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한 검수완박법으로 재판이 무효가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검사가 조금이라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면 변호사들의 재판의 절차적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정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지배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판이 될 수 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수완박)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힘 없고 빽 없는 국민들이 입는다"고 개탄한다.27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 저지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국민투표 카드를 제시하는 등 막판 대소동을 벌였다. 대한변협은 오늘부터 악법 저지를 위해 사상 초유의 '시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단다. 대검은 위헌심판 제기를 검토 중이다.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 [참성단] 작가 이외수

    [참성단] 작가 이외수 지면기사

    작가 이외수(1946~2022)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괜찮은 쉼터였다. 인생과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상식의 허를 무너뜨리는 유쾌한 언어들, 그리고 흡인력이 강한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위로와 함께 잔잔한 깨달음을 안겨주던 그가 떠났다. 병마를 훌훌 털어내고 일어나 예의 의표를 찌르는 입담과 문장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설 줄 알았는데, 그의 타개 소식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나무판자에서 이빨과 터럭이 난다고 하는 판치생모(板齒生毛)의 소식만큼 낯설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서점에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소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공백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미디어에서 앞다퉈 나오는 작가 이외수의 뜨거운 부고 뉴스들도 생경하다. 어쩌면 그것은 독자들은 열광하고 주류담론과 평단은 침묵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독자적(獨自的) 작가요, 177만 팔로어를 가진 독보적 트통령(트위터의 대통령)이었다는 전기적 사실과의 부조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낯섦과 이질성이야말로 이외수 문학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진짜 주소다. 현실과 선계(仙界)를 부지런히 오가며 장르 체계를 무너뜨렸던 그의 문학은 비주류문학이며, 천상병 시인·중광 스님과 함께 우리 시대의 기인이었다는 것이 작가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이외수는 기존의 문학상식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가다. 그의 문학은 번번이 우리가 아는 장르 상식을 배신해왔다. 주가와 환율을 따지고 가릴 것을 가리며 철저한 계산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벽오금학도'의 오학동이나 '장외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월동의 이야기, 그리고 투병의 와중에 발표한 '자뻑은 나의 힘' 등은 우리의 인식을 무중력 상태로 빠뜨림으로써 질주하는 욕망과 현실의 논리를 멈춰 세우는 제동장치였다.직업적 의무로 읽어왔던 나의 이외수 소설 읽기는 회고적 독서가 될 것이고, 작가 내외와 함께했던 한 번의 저녁식사는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됐다. 1972년 등단 이후 계속해왔던 50년간의 그의 글쓰기 여정이 이제 멈춰 섰다. 우리는 새로운 그의 글과 더는 만날 수

  • [참성단] 청문회 무용론

    [참성단] 청문회 무용론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5년간 30명 넘는 장관급 인사가 국회 청문 동의서 없이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통합과 공존을 외쳤으나 언행이 달랐다. 소수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아니었다. 국회청문회는 의례 부실 검증,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장관 임명이 강행될 때마다 비판 여론이 높았고, 정국은 급랭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때는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까지 편이 갈렸다. 청와대와 여권에 감당키 힘든 부담이 됐고, 정권을 내주는 악재가 됐다는 평이다.16대 국회가 도입한 청문회가 정파적 이해에 따라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야당은 화물차를 빌려야 할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인신공격으로 망신을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여당은 뻔한 의혹도 감싸고,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해 국회 검증 기능을 무력화한다. 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은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할 수 있다. 이해 불가한 청문회가 반복되면서 무용론에 힘이 실린다.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검증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지 않았다며 항의한 뒤 퇴장했다. 민주당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등을 이유로 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 정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거부 의사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사망한 후보자 부모의 부동산 계약서와 수십 년 치 급여 명세서를 내라며 몽니를 부린다고 한다.일정을 잡지 못한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도 파행이 우려된다. 민주당이 청문회 관련 협의 자체를 외면하면서 난항이다. 한 후보는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뚜렷한 이유도, 명분도 없이 무조건 찍어내려 한다고 비난한다.총리 청문회 파행은 유례가 없다. 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비정상 흐름이 감지된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이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잘못된 인선이 빚은 예견된 참사라는 주장과 국회 다수당의 횡포라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린다.5년마다 정부 명패는 바뀌나 오만한 권력의 속성과 패거리 정치 문화는 변하지 않는다. 이

  • [참성단] '코로나 학번'의 비애

    [참성단] '코로나 학번'의 비애 지면기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 했고, 그래서 "친구가 많다는 것은 친구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인디언 속담처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와 같은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힘드니, 러시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친구를 찾는 자는 무덤으로 가라'는 격언을 남겼을 것이다.주체적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사귄 친구는 오래 가게 마련이고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젠 국회의원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고교 시절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등하교 하면서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에 같이 합격한 미담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신입생들이 기숙사에서 1년 동안 삶을 공유하도록 '레지덴셜 칼리지'를 운영한다. 이 시기의 친구 맺기가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서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코로나19로 2020년 입학한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인생에 남길 친구를 사귈 시공간을 박탈당했다. 지금 고3은 운동회, 수학여행은 물론 체육활동이 사라진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눈빛만으로 우정을 쌓았다. 친구는 생겼겠지만 공유할 추억은 빈약하다. 수원 한 고등학교 교장인 친구는 "동창(同窓)의 기억이 통째로 함몰된 학창 생활이 애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이른바 '코학번(코로나 학번)'인 20~21학번들은 한층 심각하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대학 캠퍼스는 지난 2년 넘게 적막강산이었다. 동아리 활동이 멈추고, 지도교수도 학과 동기도 모른다. 어학연수도 교환학생 등 세계로 나가는 입구도 막혔었다.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가 투표율 미달로 구성하지 못해 학생운동의 구심점이 와해됐다. 캠퍼스에 정을 붙이지 못한 학생들은 군대에 가거나 편입시험에 대거 몰려 동시대의 연대가 희박해졌다.정부의 위드코로나 선언으로 고교와 대학도 코로나 봉쇄에서 풀렸다. 하지만 고2, 고3은 목전에 닥친 대학입시에, 대학의 코로나 학번들은 취업 스펙 쌓기에 전념해야 할 판이다.

  • [참성단] 국회의장

    [참성단] 국회의장 지면기사

    문희상 전 국회의장(77)은 의정부에서 6선 국회의원(15~20대)을 지냈다. 대지주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민주화운동을 한 이력으로 임용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하자 정치 성향이 다른 아버지가 벼락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소속 정당이 위기일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해결사 역할을 했다. 조직기강을 다잡고, 조정에 능해 '여의도 포청천'이란 별명이 붙었다.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이다. 의회주의자이자 개헌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법안을 직권상정했고,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여야 대립을 조율하지 못했다. 장남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려다 세습 논란에 휩싸였고, 여당 편에 서면서 '의장 찬스'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은 싸늘했고, 장남이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 체면만 구겼다.21대 국회 전반기 박병석 국회의장(69)은 대전에서 6선을 했다. 성대 법대를 나와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 산업부장을 지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 자오쯔양 총리 체포·구금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하는 등 문희상과 닮은 점이 많다.박 의장 고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수완박을 위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상정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이목이 쏠린다. 해외로 나가려다 무책임하다는 여론에 일정을 취소했다. 박 의장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속수무책일 것이다.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국무회의 재가를 받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꼼수에 꼼수를 더하며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야당에 맞서 최고령 사보임에, 위장 탈당을 하는 기묘한 수를 보여줬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회기 쪼개기 등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못할 게 없어 보인다. '법안 통과가 안 되면 청와대 출신 여럿이 다칠 것이라고 했다'는 무소속 의원 증언이 나왔다.대화와 타협에 서투른 대한민국 국회의 수장 자리는 가시방석이다. 박 의장이 해외순방을 포기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 아전인수격 풀이를

  • [참성단] 350억원 펜트하우스

    [참성단] 350억원 펜트하우스 지면기사

    농부 바흠(톨스토이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은 죽을 힘을 다해 더 넓은 땅을 가지려다 정말 죽어버렸다. 그가 죽어 차지한 땅은 딱 몸뚱이 만큼의 구덩이뿐이다.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기 망정이지 무한하면 욕망의 끝이 어디에 이를지 짐작하기 힘들다.역사 이래로 집은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다. 현대에도 주택은 여전히 계급과 계층의 강력한 상징이자 욕망의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입주 거부로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인도의 석유화학 재벌 무케시 암바니가 2009년 뭄바이에 완성한 집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졌다. 1조1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까지, 추정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말이 집이지 높이 173m, 연면적 1만1천여평인 27층의 건물이다. 저택 명칭이 전설의 섬 아틀란틱을 의미하는 안틸라이다. 암바니 가족 5명은 600여명의 시중을 받으며 초호화판 인생을 즐긴다. 1인당 국민소득 100위권 인도에서 그의 저택은 인간계를 벗어난 신계(神界)의 영역이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공인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힌다.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들을 쥐락펴락하는 최고 권력자로 장기집권한 푸틴의 실제 자산이 2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미국 의회 증언도 있었다. 정적들은 10억 달러 짜리 푸틴 궁전, 수 척의 초호화 요트, 수십대의 자가용 비행기 등 푸틴의 숨겨진 재산을 폭로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보복을 당했다. 그런 푸틴이 지난해 공개한 소득은 1억5천만원이다. 인간의 욕망은 양지보다 음지에서 더 왕성한 모양이다.어제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주인을 찾았단다. 강남 청담동에 건설 중인 '워너 청담'의 슈퍼펜트하우스인데 분양가 350억원에 취득세 43억원은 별도다. 전용면적 497㎡(구 150평)이니 평당 2억3천만원이 넘는다. 서민은 물론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비현실적인 숫자이다.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으로 청년들은 자력으로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반면 대물림 부자들과 한국판 올리가르히들의 욕망의 꼭짓점은 워너 청담 슈퍼펜트하우스 처

  • [참성단] 4·19와 4월 혁명

    [참성단] 4·19와 4월 혁명 지면기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T.S.엘리엇(1888~1965)의 장시 '황무지'(1922)의 첫 대목이다. 433행의 장시인 데다 셰익스피어와 단테의 작품이 인용되고 여러 개의 외국어를 섞어 썼다는 난해성도 화제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어째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에 대해서다.4월은 부활의 계절이다. 기독교의 부활절이 있어서가 아니라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만물이 소생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부활의 계절이 바로 4월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활의 4월을 엘리엇은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 내용을 보면 부활의 계절 4월을 예찬하려는 역설적 표현은 아니겠고,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서구 문명과 동시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비관과 비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터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그러하겠으나 이를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좁혀 놓고 보면 인생에 대한 회한과 통찰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인생의 시간은 불가역적이어서 한번 지나간 시간과 청춘을 다시 되돌릴 기약이 없는데, 자연은 끝없이 순환하여 매년 봄마다 저렇게 아름다운 꽃망울을 피워내니 어찌 잔인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그런가 하면 4월은 우리에게는 정치적 부활의 계절이기도 하다. 3·15부정선거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촉발된 4·19혁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서막을 연 민주화 운동의 마중물이었다. 4월 18일 고려대생들의 시위와 유지광이 지휘하는 정치깡패들의 테러, 그리고 4월 19일로 이어진 학생들의 항거는 급기야 4월 25일 교수들의 시위를 불러왔고 26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성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4· 19는 미완의 혁명으로 항거와 분노 그리고 열망은 뜨거웠지만 혁명 이후의 미래상에 대한 자각과 방향이 분명하지 못해 혁명의 성과가 비혁명적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5·16 쿠데타로 이어지고 말았다.그런데 여기서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이 숭고한 사건을 4·19혁명이라 하는데 있다. 원래 혁명은 날짜가 아니라 2월 혁명·7월 혁명·10월 혁명 등처

  • [참성단] 닭고기의 배신

    [참성단] 닭고기의 배신 지면기사

    2018년 3월 달걀값 폭락으로 양계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10개짜리 특란은 1천187원(출고가 기준)에서 963원으로, 다시 727원으로 떨어졌다. 3개월 사이 460원(38%)이나 급락한 셈이다. 생산비(2016년 기준 1천152원)를 밑돌면서 '다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증폭됐다.농협중앙회가 구원에 나섰다. '범 농협 계란 소비촉진운동'을 벌여 달걀 4천만개를 소비하기로 했다. 전국 농협마다 소비촉진 캠페인이 동시다발로 전개됐고, 어깨띠를 맨 임직원들이 시민들에게 달걀을 나눠주는 장면이 연출됐다.2014년 초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가금류 농가들이 초토화됐다. 닭고기는 기피음식이 됐고, 가격하락에 판로마저 끊길 지경이었다. 경기도가 소비운동에 나섰다. 도청 구내식당은 삼계탕과 닭볶음탕을 번갈아 내놨다. 식단은 안동찜닭, 계란 장조림, 순살 프라이드치킨으로 채워졌다.공정거래위가 한국육계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협회가 10년 가까이 구성사업자들의 닭고기 판매가격, 출고량 등을 인위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시정명령에도 불구, 위법행위를 그치지 않아 엄중 조치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공정위에 따르면 협회는 신선육 가격을 올리려 2008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40차례나 육계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했다. 구성사업자들이 거래처에 적용하는 생계(生鷄) 운반비와 염장비를 올리거나 할인율을 정하는 방법을 동원했다.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병아리 2천362만 마리를 처분해 생산량을 줄였다. 이 기간 달걀 240만개를 폐기했다. 협회는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7차례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이나 출고량도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씨를 받는 종계(種鷄) 수도 조정했다. 2013·2014년 종계로 키울 병아리의 수입량을 제한하고 기존에 수입한 병아리들은 처분했다고 한다.닭고기와 달걀은 국민 식품이다. 가정이든 식당이든 식탁에 빠지지 않는다. 양계업이 어려울 때마다 너나없이 걱정해주고 힘을 보탰다. 그런데 오르기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