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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상하이 봉쇄' 지면기사
상하이(上海)는 2천400만여 명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영국이 아편전쟁으로 청나라를 굴복시킨 뒤 상하이는 식민제국들의 자치 해방구가 됐고 2세기 가까운 세월 동양 최대의 국제도시의 명성을 이어왔다.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개방을 통해 경제대국의 기초를 쌓았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세워 독립운동을 펼친 상하이에서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들과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중국의 자부심이던 상하이에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극한의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산당 정부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겠다며 도시 전체를 봉쇄한 탓이다. 식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공급이 막히자 시민들은 상점 약탈을 감행했다. 중증질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봉쇄에 절망한 시민들의 자살도 속출한다는 소식이다.불똥은 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다국적 기업들과 외국인들에게도 튀었다. 봉쇄 첫날 테슬라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농심,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상하이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이 멈춘 도시에서 외국인들은 공항까지 도보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한단다. 최근엔 시 당국이 확진자 격리시설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징발하려다 시민들과 충돌하기도 했다.코로나19 발생국 중국은 초기부터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을 방역정책으로 시행하면서 발생지를 원천 봉쇄했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2020년 1월 우한시와 후베이성 봉쇄가 신호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마당에 중국은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에 집착해 도시 봉쇄를 강행한다. 코로나 도시 봉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법도 없고 강제할 수도 없어서다. 대구 신천지 사태 때 한 여당 의원은 대구 봉쇄론을 거론했다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사과하고 당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중국은 가능하다. 공산당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정치체제라서다. 도시 봉쇄로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했다는 착각이 공산당의 자부심을 부추겼다. 오미크론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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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다섯 쌍둥이 지면기사
1989년 1월, 만삭의 산모가 인천 길병원 문을 두드렸다.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산모의 양수가 갑자기 터졌는데, 인큐베이터가 없는 의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 급히 찾은 것이다. 길병원 산부인과팀이 분만을 도와 출산을 했는데, 네쌍둥이 여아 모두 건강했다.신생아들 아빠는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기쁨보다 출산비 걱정이 앞섰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길여 당시 원장(가천길재단 회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았다.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할 즈음, 이 원장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줄 테니 연락해 달라"고 했다.2006년 어느 날 사진첩을 보던 이 회장은 네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당시 약속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용인에 사는 가족을 찾았다. 우연히도 네쌍둥이 모두 간호학과에 합격한 예비대학생들이었다. 이 회장은 입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했고, 졸업 뒤 취업을 약속했다. 네 쌍둥이는 전원 길병원 간호사가 됐고, 셋은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길병원과 설, 솔, 슬, 밀 네 자매 이야기다.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국내에선 1987년 이후 34년 만에 맞는 경사라고 한다. 서욱 국방장관도 병원을 찾아 축하하고 유모차를 선물했다. 부모는 인천시 계양구 관사에 거주하는 현역 군인 부부다. 출생 당시 1㎏에 불과했던 아이들 몸무게는 5개월 만에 4㎏을 훌쩍 넘었다. 딸 넷에 아들 하나를 키우는 부모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면서도 아이들이 모두 건강해 기쁘다고 했다.다섯 쌍둥이를 향한 지역사회의 온정이 푸근하다. 지역 민간 친목단체인 계화회 회원들은 지난 13일 구청을 방문해 성금 500만원을 전했다. 계양구는 범위를 넓혀 다섯 쌍둥이 중 4명에 매월 양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저출산이 국정 난제가 된 지 오래다. 여주시는 11만명 인구에 유권자가 9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무자녀 가정이 많고, 한 명도 대견한데 다둥이를 둔 부모라면 애국자가 분명하다.다자녀 부모가 즐겁고 행복한 나라가 돼야 미래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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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지면기사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1항은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 관장'이라 규정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 책임론이 터진 이유이다. 그래도 법무부장관의 힘은 직속 외청인 검찰청에서 나온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검사들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정치중립이 생명인 검찰의 특성상 장관이 검찰총장을 존중하고, 법무장관 대다수가 검사 출신이던 관행 때문에 법무부 장관의 힘은 제한적이었고 여론의 주목도 덜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판사 출신 변호사 강금실을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한 솥밥' 정서가 깨졌다. 진보성향 법조인 강 장관은 진보진영 검찰개혁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강 장관은 검찰총장과 상의 없이 검찰인사를 단행해 검사들이 집단반발했다. 사태 진화를 위해 평검사와의 대화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거지요"라는 어록을 남긴 것도 이때였다.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장관은 여론의 한복판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애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비리혐의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칼을 빼들자, 법무부가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은 검찰 역사상 단 한 번 있었던 수사지휘권을 세 번이나 발동하고, 윤석열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윤석열의 검사들을 한직으로 좌천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윤 당선인이 13일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에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파격과 반전에 여론이 화들짝 놀랐다. 한 지명자는 조국 수사를 주도한 탓에 스스로 밝혔듯이 "네 번 좌천당하고 두 번의 압수수색에 사적 동선을 사찰당하고 후배 검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강골 검사이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지난 6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1주일 만의 환골탈태가 눈부시다.지명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공식화한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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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물어부의 비가(悲歌) 지면기사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빗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원문인용). 월산대군은 조선 9대 임금 성종의 형이다. 간신배들 농간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강호에 스며들었다. 가을날 달 밝은 밤에 배를 띄우고 낚싯대를 던졌으나 야속한 고기는 끝내 입질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낚싯대를 걷고 빈 배를 저어 돌아온다. 비록 빈 손이나 추강(秋江)의 풍류를 즐겼으니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비운의 월산은 목숨을 부지하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했으나 서른다섯 이른 나이에 생을 다하고 말았다.어린 시절 냇가에서 친구들과 놀던 추억은 동심을 떠올리는 아련한 풍경화다. 시골 아이들은 족대로 잡은 피라미, 붕어, 메기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양을 늘렸다. 여름 저녁 다슬기를 잡아 된장국 끓여 먹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옷핀으로 알맹이를 빼먹었다. 떡메에 작살로 무장한 동네 청년들은 첫 얼음 언 개울에서 팔뚝만큼 큰 잉어며 메기를 잡아올렸다.현실 속 민물 어부의 삶은 고달프다. 어패류 자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판로마저 여의치 않다.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못하면서 힘든 일상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어장을 떠나고 있다. 값싼 외국산 수입물에 밀려 제값을 받기 힘든 유통구조다. 나이는 먹어가고, 하루가 다르게 근력이 떨어지는데 그만둘 수도 없는 안쓰러운 처지들이다. 가업을 잇겠다는 핏줄도, 젊은이도 보이지 않는다.2019년 말 현재 전국 내수면 어부는 6천622명에 불과하다. 70%는 50줄 넘은 연령층이고, 20대는 8%에 그친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농사일과 운전 등 겸업을 하는 어부가 열 중 여섯을 넘는다고 한다. 4천442명은 어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때 100여 명이 생업을 잇던 평택호 어부는 41명으로 줄었다. 경기도 내 내수면 어부는 1980년 3천363명에서 2020년 1천141명으로 감소했다.임진강의 명물 민물장어와 참게, 평택호의 붕어와 가물치, 한강 잉어와 누치, 다슬기는 씨가 마르고 있다. 빈 그물에 실망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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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칭기즈칸의 리더십 지면기사
세기말 '워싱턴 포스트'는 설문조사 끝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成吉思汗, 1162~1227)을 꼽았다. 65년의 생애 기간 동안 46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는 기마부대를 이끌고 40여개국, 700여 민족의 영토 777만㎢의 방대한 지역을 점령했다. 이는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고 넓은 미증유의 정복전쟁이었다. 전성기 몽골제국은 3천만㎢로 현재 중국 영토의 3배, 북미와 중미를 다 합한 면적보다 큰 것이었다.칭기즈칸이 이 같은 엄청난 위업을 달성해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압도적 무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보다는 관용과 상식이 칭기즈칸의 무기였다. '논어' 안연 편에 보면 애공(哀公)과 유약(有若)의 대화에서 10분의 1 세금(稅金) 즉 철(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수입의 10% 정도가 백성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 세금의 비율이라는 것이다.칭기즈칸이 정복전쟁에 나설 무렵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가혹한 세금을 뜯겼고, 대부분의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세금에 시달렸다. 일본의 경우 센고쿠(戰國) 시대에 백성들은 쇼군·다이묘·사무라이들에게 징발당한 세금이 67%에서 80%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농민과 백성들은 세금에 시달려야 했다. 칭기즈칸은 이런 들쭉날쭉한 세금을 과감하게 축소하여 3%만을 거두어들였으며, 몽골의 지배를 인정하기만 하면 정복 지역의 종족들이 믿던 종교를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종래의 풍습과 기득권을 허용해주었다. 심지어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도중에 몽골군을 만나면 오히려 안심하고 반가워했을 정도로 그들은 고마운 정복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던 것이다. 관용과 상식이 바로 칭기즈칸과 몽골군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이제 한 달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불과 0.75%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관용과 상식과 공정이다. 관용과 상식이라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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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첫 흑인 여성 미 연방대법관 지면기사
"미국은 우리의 연방을 완성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의 첫 공개 연설은 역사적 감회로 벅찼다. 미국 민주주의는 흑인과 여성을 제외한 백인 남성의 민주주의로 시작했다. 흑인은 1870년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참정권을 보장받았지만 백인들은 일명 '짐 크로 법'으로 흑인의 민권을 사실상 박탈했다. 1964년 민권법으로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기까지 흑인이 당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미국 여성들도 1919년 여성 보통선거에 관한 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참정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그나마 연방선거에만 가능했다. 연방에 속한 각 주(州)의 주 선거 여성 참정권은 미시시피주가 마지막으로 인정할 때까지 미뤄졌다. 1984년의 일이다.미국 헌법의 수호기관인 연방대법원도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흑인과 여성에겐 오랜 세월 유리천장이었다. 1790년 헌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연방대법원 232년 역사에서 커탄지를 포함해 흑인 대법관은 3명, 여성 대법관은 6명이 고작이다. 중복 차별의 상징인 흑인 여성의 연방대법관 인준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이다. 연방대법원의 마지막 차별 철폐로 모든 미국인이 평등한 미연방의 꿈이 완성되는 서사가 가능해졌다. 커탄지가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이라 자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서 진정한 변화의 순간"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역사적인 커탄지 대법관 탄생에는 미국 정치의 양심도 일조했다. 바이든은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 지명을 공약했고 지명했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했다. 2020년 트럼프가 지명한 강경한 여성 보수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민주당 상원의원 48명 전원이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중 3명이 커탄지 인준에 찬성해 53표 대 47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의 소신투표가 아니었으면 역사도 없었다.바이든은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밋 롬니,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 이름을 거명하며 "당파성을 제쳐놓고 판단을 내려준 데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감사를 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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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깡패 카르텔' 유엔(UN) 지면기사
"유엔 문을 닫으려 하나?"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격하게 분노했다. 지난 6일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화상 특별연설을 하면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300명 넘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러도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이 통용되는 시대는 끝났느냐"며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연설 중간 방영된 90초 분량의 동영상은 참혹했다.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당했거나 살해 여성의 몸에 나치 문양을 새기는 반인륜 행위가 폭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절규하는데도 각국 외교관들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었을 뿐이다.유엔은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할 자격을 잃은 지 오래다. 한때 중동 등지 화약고에 뛰어들어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내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지난해 초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 사태는 유엔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민주 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살상이 자행됐으나 방관자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보리 결의는 중국 반대에 틀어막혔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유엔은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유엔은 회원국 간 힘의 불균형을 노골적으로 인정하는 구조다. 핵심 의결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는 5개 상임이사국 전체가 동의해야 권한행사가 가능하다. 군사조치에 합의해도 특정 상임이사국이 반대하면 효력이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 '깡패 카르텔'이다. 10개 비상임이사국은 들러리일 뿐이고, 총회 의결은 구속력이 없다. 유엔이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면 안보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한다. 안보리 의결 사항인데, 상임이사국들이 응할 리 없다. 무력한 유엔은 괜찮으나, 영향력을 잃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심보들이다.젤렌스키는 이날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veto)을 '살인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을 요구했다. 주유엔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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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반달가슴곰은 무죄 지면기사
용인시 처인구의 한 전원마을이 인적이 끊긴 채 적막강산이 됐단다. 주민들이 밤낮으로 외출을 삼가고, 동네 나갈 일이 있으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탓이다. 마을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곰 탈출지역 현재 포획중으로 입산금지'.지난해 11월 이 마을에 있는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 다섯마리가 탈출했다. 네 마리는 포획했지만 한 마리는 네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다. 다행히 최근 인근 마을 뒷산에서 발견돼 용인시가 포획에 나선 상태다. 오랜 시간 굶주린 곰과 조우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집 나간 곰이 사람들을 집에 가둔 셈이다.반달가슴곰은 지리산 서식 복원사업으로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엄연한 맹수다. 조건만 맞으면 손쉽게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반달가슴곰이 산나물을 캐던 노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도 있었다. 환경부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너무 낭만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배경이다.하지만 정작 반달가슴곰 사달은 사육농가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1980년대 농가에 반달가슴곰 사육을 장려하고 직접 보급했다. 그런 정부가 1993년 야생동물보호협정에 덜컥 가입했다. 하루 아침에 보호종인 반달가슴곰의 상업적 유통이 막힌 것이다. 이때부터 반달가슴곰은 사육농가와 정부의 지루한 책임 공방에 갇혔다. 사육농가는 수익을 위해 불법을 감행했고, 정부는 보상 없이 규제만 했다. 처인구 농가를 탈출한 반달가슴곰은 사실 2차 피해 곰이다. 농장주는 지난해 7월 구속돼 10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곰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당국에는 두 마리로 허위 신고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죄였다. 곰을 불법 도축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한 거짓말이었다. 주인이 구치소와 감옥을 전전하는 동안 남은 곰들은 방치되는 2차 가해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한 곰 다섯 마리가 집단 탈주를 감행한 것이다.지난 겨울 내내 먹잇감 없는 용인시 야산을 헤맸을 반달가슴곰은 오히려 인간에게 포획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온다 해도 인간의 욕심과 제도가 만든 우리에 다시 갇힌다. 지리산 방사든 가축 사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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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식탁물가와 경제상황 지면기사
식탁물가가 비상이다. 이집트, 스리랑카 등은 이미 식량난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우크라이나 밀에 의존하던 나라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애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인다.여기에 탄소중립, 석탄과 천연가스 수급 문제로 비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또 세계 4대 콩 수출국이었던 에콰도르가 자연재해로 콩을 수입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는 중국이 브라질에서 콩을 대량으로 수입하자 콩이 부족해진 브라질이 미국산 콩을 수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옥수수·밀·콩 등 곡물 수급은 물론 석유·천연가스·니켈·시멘트 같은 에너지와 원자재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우리 경제도 우려된다. 3월 수출이 634억8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입액도 27.9% 늘어난 636억2천만 달러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값의 상승이 원인이라 하지만, 배후에 인플레이션이 숨어 있다. 수출입에 모두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대신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전력생산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적자폭이 더 커졌다.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전기요금의 인상은 가계 부담의 문제를 넘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가계부채나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아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배드 뱅크를 언급했다. 부실한 부채들을 떠안는 부실채권전담은행을 설립하여 부채를 정부가 떠안으려는 것이다. 설상가상 소상공인 피해지원을 위한 50조원의 추경을 언급하고 있다. 세입세출의 조정과 혁신적이고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수위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관련 예산 등을 과감하게 삭감하여 정부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나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여성계의 반발도 큰 변수다.새 정부 최대 화두는 무조건 경제다. 식량과 원자재 확보에 사력을 다해야 하고, 인플레이션과 애그플레이션에 물가도 잡아야 한다. 경제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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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왼손잡이 지면기사
왼손잡이는 숟가락을 잡을 무렵, 인생 쓴맛을 알게 된다. 왼손을 쓰는 아이를 보는 엄마 아빠 표정엔 근심이 그득하다.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놀라며 오른손으로 바꿔 쥐게 한다. 한없이 자상한 할머니도 무서운 얼굴이 된다. 서럽게 울면서도 처음 겪는 황당함에 어리둥절할 뿐이다.왼손잡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양손잡이가 된다. 글을 쓰거나 밥을 먹을 때만 오른손이고, 나머지 일상은 왼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 의한 강제교정 효과다. 왼손은 재수가 없다며 놀림을 받고, 때론 장애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오른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왼손은 불편하고 천한 소수자로 차별 받는다."…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 해줄 수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후략)" 가수 이적의 90년대 히트곡 '왼손잡이' 중 일부다. 수많은 이들과 다른 손을 드는 왼손잡이는 비주류의 상징일 터이다.생활 속 왼손잡이는 불편과 짜증의 연속이다. 식탁에 앉을 때도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왼쪽 가장자리를 택해야 한다. 1인용 책상은 정상적인 필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낚시용 릴, 가위, 낫은 왼손 용이 드물다. 손목시계는 늘 왼손에 차야 하고, 지퍼는 오른손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 지하철, 자판기, 버스도 왼손잡이에 우호적이지 않다.소수라서 좋을 때도 있다. 왼손이 유리한 스포츠 종목이 많다. 오른손은 왼손을 상대하는 빈도가 낮아 불리한 여건이다.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이 그러하다. 야구는 왼손 선수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른손 타자는 대체로 좌투수에 약하고, 좌타자는 1루까지 가는데 한두 걸음 이득을 본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대표적인 왼손 군단이다.편견과 차별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거나 악수를 청할 때 왼손을 내민다면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왼손은 불결하고 더럽다'는 인식은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나, 비데를 쓰는데도 희석되지 않는다. 다들 오른손이 옳다(Right)고 한다.어느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