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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정치인 격투기

    [참성단] 정치인 격투기 지면기사

    지금은 전세계에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종합격투기(MMA)가 제도권 스포츠로 자리잡은 역사는 짧다. 세계 최고의 MMA 단체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의 초창기 경기규칙은 체급도 글러브도 없이 물어뜯기와 눈찌르기만 제외하고 모든 공격이 가능했다. 케이블 방송들이 경기를 유료로 판매했지만, 피비린내 나는 유혈 난투극은 방송금지 처분을 받았다.파산 위기에 직면한 UFC는 2001년 데이나 화이트에게 인수된 뒤 기사회생한다. 체급을 나누고 경기규칙을 정비해 대중 스포츠로 변신한 뒤 케이블 방송과의 협업으로 MMA 시장을 장악했다. 화이트는 200만 달러에 매입한 UFC를 2016년 40억 달러에 매각한 뒤에도 경영을 계속 맡고 있다.하지만 아무리 경기규칙을 강화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모든 공격이 가능한 경기는 선혈이 낭자하다.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일도 다반사다. 심판의 제지가 없으면 의식을 잃은 상대를 계속 가격하는 경기방식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피범벅이 된 얼굴은 흑백 처리로도 위화감을 감추기 힘들다. 그나마 선수들이 포옹하고 격려하며 무도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경기후 장면으로 스포츠의 명맥을 유지한다.국내 MMA 단체 로드FC 정문홍 회장이 최근 정치인 격투기를 추진하며 지원자를 모집하고 나서 화제가 됐다. 허언이 아니다. 민주당 소속 여수 시의원이 지원했는데 지목한 상대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다. 정 회장은 "한쪽은 파란색(민주당)이고 한쪽은 빨간색(국민의힘)인데 서로가 무조건 싫은 것 같다"며 "격투기 안에서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정치인 격투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싸우고 나면 친해진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해 브라질에선 정책 갈등을 벌이던 자치단체 시장과 전직 시의원이 격투기를 벌인 적도 있다. 현직 시장의 판정승 후 두 사람은 포옹하고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경기보다는 쇼에 가까운 이벤트였을 것이다.이 대표가 반응하지 않으니 실제 경기 성사 가능성은 없다. 정 회장도 실제 경기 성사를 기대하진 않

  • [참성단]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참성단]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지면기사

    금융실명제를 깜짝 도입한 김영삼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1993년 3월,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고위공직자들 재산을 전격 공개했다. 당시는 관련 법이 제정되지도 않아 근거도 없었으나, 여권 인사들은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앞장선 때문이다. 장관급 공직자 29명, 청와대 비서진 11명, 여당인 민자당 의원과 원외당무위원 161명, 장관급 인사 125명이 뒤를 이었다.사회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었다.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불법, 탈법적 부동산 투기와 증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산 형성 과정은 불투명했고, 위·탈법 소지가 다분했다. 일부 인사는 재산을 고의 누락 또는 축소한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샀다. 많은 국민이 공분했고, 공직사회는 초토화됐다. 도덕 불감증과 재물에 대한 집착 등 고위공직자들 민낯이 드러났고, 권위와 명성에 깊은 내상을 입었다. 여론조사 결과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이 많았으나 공개 자체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정부공직자윤리위가 31일 재산공개대상자 1천978명의 신고재산을 공개했다. 평균 16억2천145억원으로, 지난해 14억5천514억원보다 1억6천631만원 증가했다. 중앙부처 재직자 816명 중 118명(14.8%)은 다주택자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산 증식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한 경우가 많아 가족 전체의 재산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전체 289명인 국회의원 가운데 240명(83%)은 재산이 늘었고, 176명(60.9%)은 1억원 이상 증가했다. 25명은 5억원 넘게 불었다. 다주택을 보유해 매도각서를 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일부는 서울에 소재한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집을 팔고 강남 아파트를 지킨 수도권 지역구 의원도 여럿 있었다. 일부는 다주택자이면서도 처분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버티기 중이다.공직자윤리위는 6월 말까지 재산변동 심사를 한다.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거짓 기재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 [참성단] 윌 스미스의 비극

    [참성단] 윌 스미스의 비극 지면기사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상 수상과 동시에 영화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시상자 폭행 사건의 파문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여서다. 스미스는 시상식 다음날 "어젯밤 시싱식에서의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아카데미측에 사과했다. 피해자인 크리스 록에게도 "내가 선을 넘었고 내가 틀렸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용서를 구했다.거의 백기선언에 가깝다. 하지만 할리우드 동료들의 반응은 차갑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고 치를 떨었고, 배우 짐 캐리는 "윌 스미스가 바로 경찰에 체포돼야 했다"고 분개했다. 스미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취소와 아카데미 회원 자격 박탈마저 거론된다. 윌 스미스는 배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스스로 지옥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영화 같은 반전이다.명성을 회복해가던 아카데미도 치명상을 입었다. 흑인 스타들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백인 위주의 '화이트 아카데미'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핑킷도 앞장섰고 많은 백인 배우들도 동참했다. 아카데미도 정신을 차렸다. 이후 흑인과 외국인 배우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봉준호의 '기생충' 신화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의 바탕이 됐다.올해는 청각장애인 배우를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결정해 문호를 더욱 확대했다. 시상자로 무대에 선 윤여정의 품격과 배려는 감동적이었다. 폭행 사태만 아니었으면 아카데미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던 시상식으로 기억될 뻔했다. 이 모든 것을 크리스 록의 모욕성 농담과 윌 스미스의 야만적인 폭력이 날려 버렸다. 2016년 아카데미를 각성시킨 윌 스미스가 2022년 아카데미를 파탄냈으니 공교롭다.스미스가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과 아카데미에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네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 순간, 조심해. 그때가 바로 악마가 너에게 찾아오는 거야." 스미스가 수상 소감에서 밝힌 덴젤 워싱턴의 충고다. 대배우의 연륜이 빚어낸 보약 같

  • [참성단] 3대 곡물수급과 식량안보

    [참성단] 3대 곡물수급과 식량안보 지면기사

    인류는 언제부터 경작을 시작했을까. 고고학과 식물지리학에 따르면, 약 1만1천년 전부터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일대의 서남아시아 지역,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가 그곳이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은 학명 트리티쿰(Triticum) 속에 해당하는 밀과 보리 그리고 완두 등인데, 이들을 기초곡물(founder crops)이라 한다. 지금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주변에서 시작된 옥수수를 포함해서 밀과 콩을 3대 곡물이라고 한다. 밀은 풍부한 전분 외에 글루텐이라고 하는 단백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빵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에 적합하다. 옥수수는 주요 식량이자 사료로, 콩 또한 기름과 깻묵 등 원료로 쓰이는 작물이다.그러면 우리는 언제부터 농작물을 재배했을까. 우리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달돌칼이 출토된 부여 송국리를 비롯해서 부산 동삼동과 창녕 비봉리 그리고 평양 남경 등 한반도 전역에서 조와 기장 등 다양한 곡물들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의 농경 시작 시기를 1만7천 년 전까지 올려 잡고 있기도 하다. 재배식물의 존재가 왜 중요한가 하면 인간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일대 사건일뿐더러 이후 국가와 문명의 형성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이기에 더 그렇다.올해 곡물 수급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요소수 사태에서 촉발된 비료값 폭등 같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주요 곡물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2020년 기준 92.8%이며, 식량 자급률은 45.8%로 매우 취약하다. 우리의 경우 밀의 자급률은 0.8% 정도로 전량을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는데, 주요 밀 수출국들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며 옥수수 또한 비료 문제로 생산량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식량문제

  • [참성단] 강정호 복귀 논란

    [참성단] 강정호 복귀 논란 지면기사

    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 출신 인사는 전체 은퇴자의 1% 미만이다. 그만큼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관문이 좁다는 방증이다. 역대 최다인 4천256 안타를 기록한 피트 로즈는 명예의 전당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감독시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제명된 때문이다. 통산 홈런 762개를 친 배리 본즈와 354승, 탈삼진 4천672개, 사이영상 7회 수상에 빛나는 로저 클레먼스도 지난 2월 마지막(10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꼬리표다.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매년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선정한다. 득표율이 75%를 넘어야 한다. 빼어난 성적을 남겼더라도 인성 점수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진다. 약물 복용과 음주운전, 성폭력은 치명타가 된다. 사생활이 복잡하고 심판에게 대들거나 집단 싸움을 주도하는 등 말썽을 일으킨 선수도 불이익을 받는다. 투표에 의존하다 보니 객관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나 MLB는 선정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가 이르면 내년 시즌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 복귀한다. 키움은 지난주 강정호와 입단 계약 사실을 발표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 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이던 2016년 말 서울 강남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는 취업비자 문제로 고전하다 2019년 팀에서 방출됐다. 2020년 4월 KBO 리그 복귀를 희망했으나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받았다.팬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허구연 KBO 총재는 오는 3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선택을 하든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선수 출신 신임 총재의 중재안이 궁금해진다.출범 40년을 맞은 KBO 리그는 명예의 전당이 없다. 부산 기장에 전당을 짓기로 했으나 기약도 없이 늦어지고 있다. 프로스포츠이나 선수들이 돈보다 명예를 더 중시한다면 어지러운 프로야구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전당이 생기더라도 3차례 음주운전 이력 선수

  • [참성단] 경제 대국의 서민들

    [참성단] 경제 대국의 서민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교훈에 힘입어 우리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 것이다.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사실은 틀림없다. 특히 국민 1인당 국민소득만 보면 지난해 3만5천달러를 돌파해 G7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박정희가 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70년 전 67달러로 최빈국 국민의 삶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졌다.하지만 현실의 삶은 경제 대국의 웅장한 지표와 사뭇 다르다. 전국의 화물차 기사들이 치솟는 유가 때문에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오른 식료품, 공산품 가격에 기절할 지경이다. 서민의 반려주였던 소주도 늘어가는 빈 병에 가슴을 졸여야 할 만큼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경제 대국인 동시에 자원빈곤국이라 서민의 삶을 떠받치는 자원시장을 우리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탓이다.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밀 가격이 치솟았다. 화석에너지와 밀가루, 옥수수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서민의 삶은 국제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에너지 위기, 고물가 시대는 G7급 경제 대국 지표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양극화이다. 1인당 3만5천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은 평균치이다. 평균에 못 미치는 서민들이 태반이다. 평균 이상의 소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고통을 대다수 서민이 절감하는 구조이다. 건강하지 않다.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 빵값이 비싸면 쌀밥을 먹어라 할 수 없는 시대다. 대중은 평균치의 삶을 지향하고 요구한다.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나, 국민은 식료품 매장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데 6천만원짜리 패딩을 입고 1조원대 요트를 꼬불쳐 둔 푸틴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촛불 탄핵의 대상이다.경제 대국의 지표를

  • [참성단] 청와대 풍산개

    [참성단] 청와대 풍산개 지면기사

    1990년대 후반, 성남 주민교회 김해성 목사는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던 스리랑카 청년 2명을 태워주었다. 김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집'에 재워주고 직장도 구해줬다. 소문이 나면서 찾아온 스리랑카 노동자가 200명에 달했다. 스리랑카 명절에 파티를 했는데, 스리랑카 국회의원인 마힌다 라자팍세가 초청인사로 참석했다. 차를 태워주고 취업을 시켜준 노동자의 작은 아버지였다.2005년 대통령이 된 라자팍세는 답례로 김 목사를 수차례 초청했다. 수도 콜롬보 중심부에 15㏊의 부지를 제공해 한국어 학교, 병원을 짓도록 했다. 김 목사를 통해 고속도로, 주택, 쓰레기소각장, 열병합발전소 건설, 유전개발에 한국 정부나 기업이 참여하도록 요청했다. 2010년 재선하자 우정의 표시로 김 목사에게 어린 코끼리 한 쌍을 선물했다. 당시 국내 동물원에는 임신이 가능한 젊은 코끼리가 없었다. 같은 해 9월 한국에 온 코끼리 부부는 서울대공원에 살림을 차렸고, 6년 뒤 부모가 됐다. 코끼리가 국내에서 번식에 성공한 첫 경사다.2018년 9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풍산개 한 쌍을 선물했다. 수컷은 '송강', 암컷은 '곰이'다. 이후 곰이가 새끼 6마리를 낳으면서 8식구 대가족이 됐다. 5년간 청와대에서 반려견 생활을 했는데, 퇴임 시점이 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하다.청와대는 "풍산개 가족은 정상회담 선물이라 대통령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국유재산"이라고 한다. 사료비와 각종 비용도 사비로 지출하는 다른 반려동물과 달리 국가 예산을 쓴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곰이의 다정한 모습이 수차례 공개됐다. 하지만 퇴임 뒤 양산 사저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토리 아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풍산개 인수인계와 관련, "정상 간이라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을 볼 때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것이 선물 취지에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다만 반려견을 준다면 잘 키우겠다고 했다.대통령과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 [참성단] 이어령의 영상 유언

    [참성단] 이어령의 영상 유언 지면기사

    요즘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멈추는 재방송이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다큐멘터리 '이어령의 내가 없는 세상'이다. 지난달 26일 타계한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2년을 기록한 영상은 그가 없는 세상에 남겨진 한국인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첫 방송을 끝까지 시청했다. 죽음을 앞둔 이어령의 말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되새김질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니 재방에 열중한다.그제 재방에선 '뜨다'와 '날다'의 차이에 꽂혔다. 이어령은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80달러의 나라에서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떴지만 지금은 날지 못하는 신세라고 개탄한다. 뜨는 것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만으로 가능하지만, 자기 의지대로 날려면 엔진과 날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 수준으로 떴지만, 내부 갈등으로 동력을 상실해 날지 못한 채 바람 따라 활공 중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이어령은 "얼마나 많은 천리마,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졌겠느냐"며 백락의 안목을 가진 지도자의 부재를 한탄했다. 할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손자를 이기는 세대 역살(逆殺)을 우려했다. "윗세대가 이기고 젊은 세대가 설 자리가 없다면 내일의 한국은 사망"이라고 선고했다. '말 탄 사람'(대륙세력)과 '배 탄 사람'(해양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반도성(半島性)도 강조했다. 반도성을 '가위바위보'에 빗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삼항순환의 정신이라 설명했다.이어령의 어록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말이 아니다. 생전에 남긴 저서와 강연을 통해 익숙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자의 위엄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떴지만 날지 못하는 대한민국에게 남긴 '비단 주머니' 같다. 그는 "사상의 알, 생각의 씨를 남기고 싶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은 적중했다.지금 이 시각 청와대 권력과 인수위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내려올 권력과 올라갈 권력이 "수고했다", "수고해라" 덕담 대신 악담을 나눈다. 이런 정치로는 대

  • [참성단] 주4일제 논란

    [참성단] 주4일제 논란 지면기사

    인간은 시간적 존재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고작 100년이다. 100년 세월이 긴 것 같아도 초로 환산하면 31억5천360만초다. 하루는 8만6천400초요, 1년은 3천153만6천초이니 백세 장수를 해도 고작 31억초 정도를 사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 아니 인간의 역사와 비교해 보면 백세 상수(上壽)를 살아도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다.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참인데도 이때 나온 몇 개 공약은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직장인들 밥상머리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게 화급을 다투는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신속한 청와대 이전 추진 소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 다음으로는 단연 주4일제 얘기다. 주52시간제로 수당이 줄었는데, 주4일제가 오면 가벼운 월급봉투가 더 가벼워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직장에 매여 개인적 삶이 거의 없는데 주4일제가 되면 삶의 여유가 좀 생길 것 같아 좋을 것 같다는 견해도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요즘에는 주4일제 근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신주사파(新週四派)'라고 한다.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이 2019년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1인당 매출이 40%나 올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소비량은 23%가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프린터 용지 사용량이 59%나 감소했다고 한다. 생산량은 어떨지 몰라도 효율성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정체도 막을 수 있고 고유가 시대 휘발유 소비도 줄일 수 있고, 또 잘만 하면 미세먼지 감소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주4일제가 되면 배달음식 같은 외식산업이 더 활성화할 것도 같고, 침체된 공연계나 문화예술 분야의 관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육아 문제도 조금 완화될 것이다.반면, 주4일제가 시행되면 노동시간의 감소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기업의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뿐인 짧은 인생의 시간을 개미처럼 일만 하다 보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혜를 모

  • [참성단] 청와대 개방

    [참성단] 청와대 개방 지면기사

    1909년 일제는 왕족이 사는 창경궁을 유원지로 꾸몄다. 궁내에 동물원을 만들고 일본식 정원과 건물을 들였다. '창경원'으로 개명해 격을 낮췄다. 20여 년 뒤 수백 그루 벚꽃을 심었고, 식물원을 열어 경성 최고의 구경거리로 단장했다. 해방 뒤에도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인파가 몰리면서 성수기엔 주말마다 교통지옥이 됐다. 1986년 창경궁으로 복원하면서 일부 벚나무는 베어지고, 동·식물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다. 창경궁은 고즈넉한 원형을 되찾았다.창경원 시절, 봄철 개화기엔 밤늦도록 조명을 밝히고 행락객을 받았다. 화사한 벚꽃 무리는 청춘을 유혹했다. 80년대 초 어느 날, 창경궁에서 밤 미팅(속칭 야사쿠라팅)을 하려 젊은 남녀 6명이 모였다. 여학생 넷 남학생 둘이었는데, 짝을 맞출 나머지 둘은 끝내 오지 않았다. 미팅은 깨졌고, 다음 날에야 알게 된 사정이 딱했다. 입장료를 아낄 요량으로 비원 담장을 넘다 경계를 서는 초병들에게 발각돼 밤새도록 얼차려를 받았다고 한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TV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만 봤던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과 상춘재를 누구나 드나들게 됐다.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에 하차해 경복궁~청와대~북악산으로 가는 등반로도 개방된다고 한다. 시기도 취임 직후인 5월 10일이라고 단정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청와대는 국민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민공원'으로 변모할 전망이다.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야 정치권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막대한 비용과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무리수란 비판에, 백악관보다 더 나은 입지란 반론이 맞선다. 그래도 이전 자체를 막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전엔 "청와대는 높은 권부를 상징하는 용어가 아니라, 서울의 대표 휴식 공간을 뜻하는 용어가 된다"고 했다.청와대 개방은 70년 넘는 권위와 불통의 세월을 통째 바꾸려는 결단이다. 25만㎡ 넘는 공간을 국민